빈말인듯 아닌듯, 무심하게 읊조리는 말이지만 그녀의 과거에 대한 책망이나 지적, 비꼬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냥 앞날에 대한 격려 느낌이려나.
"지방의 우마무스메들을 키워보고 싶다, 단순히 그 때문입니다."
역시 '어째서'인지부터 묻고 싶겠지. 그녀의 물음에 코우는 차분히 대답한다 그리고 니시카타에게서 시선을 떼고 여전히 운동장을 달리고 있는 우마무스메들을 바라본다. 중앙과 달리 지방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 그렇기에 촌구석 우마무스메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 단지 그뿐.
"중앙에는 다른 훌륭한 트레이너들도 많으니까, 저 하나 정도는 지방으로 빠져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494 이미 수많은 걸출한 우마무스메들을 배출해 낸 그에게서 듣는 말은, 역시 썩 좋게 들리는 말은 아니었다. [ 무탈하게 ] 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이미 담당 우마무스메를 무탈하게 길러내지 못한 사람이다. 씁쓸하게 웃으며 미즈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쪼록 무탈하기를 기원하고 있답니다. "
이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 다짐하였으나,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미즈호 자신은 잘못이 있었기에 이곳에 내려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그는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곳에 내려왔다. 충분히 중앙에서 활약할 수 있음에도 어째서 내려왔는가? 단순히 지방의 우마무스메들을 키워보고 싶어서, 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발언이었다. 적어도 니시카타 미즈호에게는 그러하였다.
"그 중앙에서도 야나기하라 트레이너님만큼 훌륭하신 분은 드물답니다. 자신을 좀더 굉장한 사람으로 여겨주시는 건 어떠한가요? "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야나기하라 트레이너님 같은 분이 이곳까지 내려오시는 것은, 굉장한 인력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아직 떠오르는 신예에 불과했던 니시카타는 내려와도 괜찮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자리에 있는 곳에서 내려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 야나기하라 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당연히 수많은 반대에 부딪혔을 터인데 그는 어떻게 이곳에 내려올 수 있었는가?
"주변에서 상당히 반대가 심하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곳에 내려오신 이유는, 정말로 그것 때문이신가요? "
이래저래 서로 인상깊은 첫만남이긴 했으나, 그래도 결국 서로 자기소개는 끝냈다. 조금 별난 친구를 알게 되었다고, 브루스 로시난테는 생각했다.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평행선 위에서, 어쩌면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을 새로운 친구를 알게 되었다고. 친구라는 이름에도 지엄한 경쟁의 법칙은 예외없이 적용되지만, 기왕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나란한 선 위를 달리게 되었다면, 낭만을 아는 녀석과 낭만을 나누는 정도는 괜찮다고, 브루스 로시난테는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좀 잘해봐라."
하며 브루스 로시난테는 젠체하는 웃음을 짓다가, 분하다는 얼굴로 우마이봉을 뜯는 마사바를 보고 나무젓가락으로 유부초밥 하나를 집어서 건넸다.
백이면 백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마무스메라면 그럴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우마무스메는 달리기 위해 태어난다고. 부정할 수 없다. 스스로도 그렇다. 아까도 달릴 때 느끼지 않았는가. 땅을 박찰 때의 고양감, 바람을 뚫고 나갈 때의 오싹함. 그것들을 싫어한다면, 부정한다면 이렇게 시간이 빌 때 달리러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정할 수 없네."
부정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게 말해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라, 결국 메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흐, 하고 웃음이라기엔 조금 힘이 빠지는 모양새지만. 모랫바닥에 주저앉은 언그레이 데이즈 옆에 메이사도 주저앉는다. 까슬한 모래의 감촉에 귀가 가볍게 부르르 떨렸다.
"으↓으↑응↘,할매한테 많이 배았다. 유튜브도 마이 봤고. 할매 할배 다 바쁘신데 내 도시락은 내가 싸가 댕기야 안되겠나!"
샌드위치 한 조각을 입에 쑥 밀어넣고 씹어삼킨 뒤에 내어놓는 브루스의 대답이었다. 브루스는 이내 주먹밥이며 샌드위치 같은 다른 것들도 마사바에게 권했다.
"니도 아침 별로 못 무읐나? 좀 무라. 내는 어차피 좀 있으면 점심이라 개안타."
지금 마사바가 브루스의 요리에 식탐을 내는 이유로는 마사바 역시 상당한 먹보인데다 트레이너를 통해 식단을 조절하고 있는 탓이었지만, 바보인 브루스가 그런 점까지 고려할 리는 없다. 배불리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과 나눠먹는 것 역시도 좋아하는 것이 브루스였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분명 바구니에 담긴 음식은 우마무스메 한 명이 든든하게 먹을 만한 양이었는데 그게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있다. 먹보트레잇 말딸 둘이 일상에서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보고 계십니다.
의도치 않게 마사바의 아침밥 밸런스를 조져놓은 브루스, 후일 마사바의 트레이너에게 들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두려움!
괜찮을 거라는 야나기하라와 달리 미즈호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중앙에서 이정도의 엘리트 트레이너를 잃었다면 손해가 꽤 클거다. 게다가 이미 맡고 있던 다른 우마무스메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녀들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저는 글쎄요, 야나기하라 트레이너님이 이곳까지 내려오신 이유에는 [ 원석 ] 을 찾아 중앙으로 데려가기 위함인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좀 비약적인 생각일까요? "
중앙 출신 트레이너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 뿐이다. 하나는 니시카타 미즈호와 같은 사례고, 다른 하나는 원석을 발굴하기 위한 경우. 두 가지가 아닌 이상 단순히 지방 우마무스메를 키우기 위한 이유로 내려왔다는 이유는 이들과 같은 트레이너 가문 출신자에게서 들을 이유가 아니었다.
"반대가 심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내려오신 이유에는,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