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12073> [1:1/GL/어반] 해당화 필 무렵에x2 :: 133

이름 없음

2023-08-01 17:19:38 - 2024-03-07 17:27:37

0 이름 없음 (0nbsYcD5EY)

2023-08-01 (FIRE!) 17:19:38


올바른 자는 자기의 욕망을 조정하지만,
올바르지 않은 자는 욕망에 조정당한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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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7QNHaMmgiU (DErU/smJvk)

2023-10-07 (파란날) 05:17:42

전화하면 받아야 돼, 라니. 마치 우리가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모든 일이 없었더라면 그런 말이 통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뒤였다. 서로의 연락처가 있다 해도 빠져나갈 수단은 많았다. 네가 정말로 나를 붙잡으려 한다면, 그래서 나의 평범한 삶에 지장이 간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칠 생각이니 저 명령조의 말과 미소는 꽤나 안이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혹은 오만이거나. 이어지는 네 말에도 굳이 대답은 않고 어색한 미소로 넘겨낸다. 대답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쪽 주차장에서 피워. 여긴 주택가라 연기 다 들어갈거야."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것만큼은 지나치지 못하고 네게 말 얹고 만다. 그것이 제 발목을 잡는 친절이 될 줄도 모르고. 저도 모르게 말 꺼내고 나면 입술 달싹이다 내일 봐, 하고 짧은 인사만 던진 뒤 빠르게 걸음 옮긴다. 오피스텔 입구로 들어가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현관문에 기대 스르르 주저앉는다. 쇠로 된 문의 냉기가 전해져오면 그제야 술이 깨는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니드호그 하운드…."

무릎 세워 그러안고는 그 위에 머리 기대며 중얼거린다. 그렇게라도 숨을 토해내지 않으면 이대로 네 잔향에 삼켜져 질식할 것만 같아서. 걸치고 있던 옷의 소매에 얼굴 묻는다. 옷에는 여전히 네 잔향이 남아있었다. 지나치게 달아서 머릿속을 녹여버릴 것만 같은 단 향이.



-



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다음날 배정받은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익숙한 향에 저도 모르게 소매로 입가부터 가린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뒷자리에 앉을 생각으로 일부러 강의 시작시간에 맞춰서 왔는데, 강의실의 끝과 끝에 떨어져 앉아도 느껴지는 향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씻고 나와서 학교에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반 배정마저 이런 꼴이라니. 한숨 쉬면서도 착실하게 노트북을 켜고 강의 내용을 받아적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강의 첫날은 빠르게 흘러간다. 한 학기동안 공부하게 될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교수 본인에 대한 소개, 몇 가지 질의응답을 받고 나면 첫 강의가 끝났다.

빨리,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그러지 않으면 너와 마주칠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끄지도 않고 황급하게 덮은 뒤 가방에 쑤셔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향한다. 제발 네가 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필사적으로 네 쪽은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걸음 옮겨 강의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온다. 점심도 대충 편의점에서 때울 생각이었다. 학생 식당이라도 가면 분명 마주칠게 뻔하니까.


//요 며칠 밀린 약속을 쳐내느라 현생에 고통받고 온 사람입니다...(퀭) 니드호그가 수업을 잘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둘이 마주쳐야 하니까(?) OT도 안 빼먹고 성실하게 나온 걸로 설정했습니다! 그나저나 슬슬 둘이 무슨 과 학생인지 설정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과 학생인지 정하고 나면 이어갈 소재가 훨씬 더 다양해질 것 같거든요. 아니면 아직은 분과가 안 된 학부제 1학년생이라고 해도 될 것 같고요! 1학년은 학부제였다가 2학년부터 학과제로 나눠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카이는 사회학이나 문헌정보나 문화콘텐츠같은게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 니드호그의 학과는 정말 감이 안 잡히네요. 앤캐 캐해실력이 부족한 제 불찰입니다 ;-;) 니드주도 요즘 갑자기 날씨 쌀쌀해졌는데 푹 쉬시고, 혹시 학과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나중에 뵐게요 :)

54 ◆fsROLXEJ.E (rYq6RBv7xI)

2023-10-07 (파란날) 05:37:51

답레는 제가 뒤틀려버린 수면패턴 때문에 깨어있기 때문에 어찌어찌 눈 붙히고 일어나서 드리도록 할게요:) 그러니 일단 잡담부터 잇겠습니다(__)

고생하셨습니다. 대체 밀린 약속이 얼마나 있으셨길래 지금 시간에 답레를 두고 가신 건가요 앤오님..현생에 치이시고 이번에는 약속에 치이시네 아이구. 그래도 좋은 시간, 즐거운 시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본인 스스로도 잘 챙겨주셔야하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내 앤오님은 스스로 어른이시니 잘 하실거야 응. (꾸닥) 거기에 카이가 있으면 니드호그 하운드는 수업은 빼먹어도 학교는 갈 녀석이지만(집착공 모먼트) 그렇지만 카이주가 주신 상황이 너무 찰떡이여서 무릎을 탁 쳤네요. 역시 내앤오님이야! 그렇죠..? 슬슬 학과를 정해야하는데(흠티콘) 학부제였다가 학과제로 바뀌는 거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에이 괜찮아요:) 저도 니드호그 하운드 캐해가 안되는걸요. 껄껄. 그러니 카이주가 말해주신 카이에게 어울리는 학과(학부)들 중에서 고르는 걸로 합시다. 여차하면 고증은 살짝 모르쇠하면 되니까요(이런 앤오라서 미안해요 흑흑) 사회학이나 문헌정보는 니드호그 하운드한테 애매한 느낌이니 문화콘텐츠로 가볼까요? 문화콘텐츠가 어떻게 나눠지는지는 니드주가 찾아서 수박겉핥기로 알아오겠습니다(__) 괜찮으시다면 당근을, 의견이 있으시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카이주:예?;)
저는 칩거생활과 필요에 의한 외출만 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앤오님 건강하셔야해. 감기 걸리기 너무 좋은 날씨니까요(눈물)

위에 말한대로 눈 좀 붙히고 일어나서 답레 쓰도록 하겠습니다(__) 깨지 않고 푹, 질좋은 수면을 취하시길 바래요. 나중에 봐요!

55 ◆fsROLXEJ.E (j2mxiVijbM)

2023-10-08 (내일 월요일) 00:07:48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질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그렇게나 지났어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네 그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너의 그 변하지 않은 점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넌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오피스텔 입구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꺼낸 담배를 입술 사이에 비집어 밀어넣었다.

"내일 봐, 라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도 할 줄 알게 됐네."

너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네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와 엇비슷하게는 알고 있을테지만. 담배 끝에 불을 붙히려다 말고, 니드호그는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지도 길지도 않은 담백한 웃음이다. 웃음은 곧 냉랭한 미소로 바뀌고 니드호그는 담배 끝에 불 붙혔다.

뿌연 회색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하늘을 향해 피어올랐다.

-

강의는 영양가 없었다. 녹음 기능을 켜둔 탭을 강의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니드호그는 비스듬히 턱을 괴고 교수를 바라보던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핸드폰 전원을 켰다가 끄는 의미없는 짓을 하다보면 강의는 끝을 보이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교수가 자리를 뜨면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니드호그 또한 다음 강의가 뭐였는지 떠올리면서 책상을 정리하며 가까운 자리에 모여 앉은 친구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들을 반쯤 흘려듣는 중이었다.

"야! 니드호그! 점심 먹기 전에 한대 빨러 가자!"
"점심 뭐 먹을래? 학식? 오늘 학식 괜찮던가?"
"아.. 그낭 밖에서 먹음 안되나? 학식 질리는데."

니드호그가 가방을 어깨에 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강의실 밖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에 익다못해, 아주 잘 아는 사람. 하, 하고 니드호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나랑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거구나. 가방을 쥐고 있던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며 니드호그는 제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너희들끼리 먹어. 약속이 생겨서."

나는 네 뒤를 쫒기로 했다. 강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제 친구를 향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말하고 네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을 들으며 도망쳤을 법한 길을 따라 움직인다.
자, 어디로 도망갔을까. 그때는 뒤를 쫒을 타이밍을 놓쳐서 네가 도망치는걸 붙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나는 널 충분히 쫒을 수 있으니까. 걸음을 옮기다보면 네 모습을 멀리서 찾아냈을 것이다.

"카이!"

//시선이 집중되면 카이가 자기한테서 도망칠 생각을 못할거라는 계산을 거친 니드호그 하운드의 행동입니다. 혹시나 잇기 힘드시다면 꼬옥 말씀해주시고 답레는 늘 그랬듯 천천히 편히 이어주세요:) 답레를 빨리 쓰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일이 겹치다보니 늦게 답레 쓰게 되었습니다 따흑...월요일까지 공휴일이니 바쁘지 않길 바래요. 바쁘시더라도 즐겁게 바쁘셨으면 좋겠습니다(__) 답레 두고 갈게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56 ◆fsROLXEJ.E (fpe.IDAncM)

2023-10-10 (FIRE!) 17:52:25

왜...왜 퇴직했는데 더 바쁜거지...왜지???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생의 굴레입니다. 따흑...눈물이 나는 것이에요. 카이주도 현생에 시달리고 계시겠죠? 일교차가 많이 오락가락하는데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너무 내려간 것 같아서 짧은 잡담괸 안부인사로 끌어올릴게요:) 사실 카이주가 보고 싶어요 엉엉....;-;) 하지만 저는 능이버섯 어른이니까 카이주가 아프지 말고 바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걸 더 바라겠습니다. 히히.
오늘 하루도 끝나가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덜 바쁘셨길 바래요 나중에 봐요:)

57 ◆7QNHaMmgiU (Lr5XhxTJKs)

2023-10-11 (水) 18:49:52

강의실에서 멀어질 수록 네가 친구들과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 또한 멀어진다. 안도의 한숨 내쉬며 가슴 쓸어내리던 그 때, 주머니에서 진동 느껴져 핸드폰 꺼내면 삽시간에 표정 굳는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니드호그 하운드. 사실 이름보다도 번호가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때는 지긋지긋하게 붙어다녔던 사람의 번호였기에. 넌 아직까지 번호 한 번 안 바꿨구나. 나는 그 때 이후로 나의 모든 걸 바꿨는데. 아주 잠깐이지만, 상념에 잠겨 멈춰서면 제 시간만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관계없이 곁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걸음은 옮겨야 하고, 나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다시 정신이 들면 목적지 없이 그저 너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목적으로 걸음 옮긴다. 교양관에서 학생회관으로, 학생회관에서 인문대로. 차라리 도서관 지하에나 처박혀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옆길로 꺾으려던 그 때,

- 카이!

제 이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에 목줄이라도 매인 듯 본능적으로 멈춰선다. 누가 봐도 너다. 너일 것이다. 너일 것을 아는데, 그러면 도망가야 하는데.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단 향이 실려와 저도 모르게 이끌리듯 뒤돌아본다. …역시 너다. 진작에 도망갔어야 했는데. 젠장. 애써 무던한 표정 지어내며 시선 마주한다.

"니드호그. …여기서 다 만나네. 밥 먹으러 갈 시간 아니야?"

그 말뜻이라 함은, 학교에서 굳이 만날 생각 없었는데 너는 네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안 가냐- 쯤 되겠다. 도서관 카페에서 조용하게 책이나 읽으려던 계획은 진작에 산산조각난지 오래다. 너를 마주친 이상 떨쳐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차라리 이 주위 어딘가에 있을 너와 친한 이의 얼굴을 눈으로 찾는다. …얘는 왜 주변에 자기 친구 하나 안 달고 온거야? 드디어 사람에 질려서 혼자 다니기로 결정한 건가. 하기사, 그정도로 사람을 달고 다녔으니 사람에 질릴 때도 되긴 했다. 제 나름의 도식으로 네 곁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이해한다.

"나는 밥 먹고 오늘 들은 수업들 전공책 사러가야 해서, …좀 바쁠 것 같은데."

말투만 친절하지, 이쯤 되면 완전한 축객령이나 다름없다. 같은 수업이 내일 바로 있는 것도 아니니 내일 사도 될텐데, 밥이야 같이 먹든 따로 먹든 지금 먹든 나중에 먹든 어떻게 해도 죽는 것도 아닌데 네게서 떨어지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라도 날 것처럼 반응하고 있으니. 그러면서도 시선은 이따금 걱정스러운 듯 네 손 끝이 있을 방향을 살핀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다는 것을 그 주인은 알지도 못한 채다.

//즐겁게 바쁜 연휴를 보내고 회사에서 월급루팡하면서 쓴 답레? 음~ 냐미. 니드주도 퇴직하셨는데 어째... 왜 더 바쁘신 것 같죠? 모쪼록 일교차 큰데 항상 몸 조심하시고 아프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기만을 바랄게요. 저는 요즘 아주 건강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 그러면 카이와 니드호그의 학과는 문화컨텐츠학과로 하고, 학부는… 문화컨텐츠학과는 사회과학학부 소속일까요, 응용예술학부 소속일까요? 이건 조금 고민해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 저는 요즘 직장다니면서 덕질을 병행하다보니 짧게 자고 있는데, 역시 하루는 덕질을 조금 쉬고 푹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틀 연속 5시간 이하 수면이라니 말도 안 된다... 이러다 죽는다...
갱신합니다. 나중에 봐요!(__)

58 ◆fsROLXEJ.E (Hg/17e9Xa6)

2023-10-11 (水) 19:11:31

문화컨텐츠학과...보니까 인문학 어쩌구저쩌구 저절씨구어절씨구 같은데..(흠티콘) 그래도 따지면 응용예술학부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지만요:( 우와 어렵다... 이틀에 5시간 이하의 수면은 회복하신 건강을 다시 악화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만...(지이이이이) 그래도 하루는 덕질을 쉬시고 푹 주무신다고 하셨으니 걱정은 덜기로 하겠습니다. 하루정도는 푹 쉬어주세요(__)
저요? 음...글쎄요 왜 바쁠까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일하면서 쌓은 업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핫하 바쁜 생활 아주 즐거워(피를 토하며 부들거리는 중) 답레 잘 받았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이 흘러나온다는 걸<
이라는 문장과
>>몸에 두드러기라도 날 것처럼 반응하고 있으니<< 에서 오는 문장들이 포크 카이의 성향이 엿보이는 문장이라서 예쁘다고 느꼈습니다.
내 앤오님은 필력이 갈수록 느는데 제 필력은 퇴화하다못해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급하게 인터넷에서 문집이라도 틈틈히 찾아서 읽고 있어요. 멋진 답레를 주시는만큼 저도 좋은 답레를 드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라 무리는 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할게요:) 지금쯤 쉬러 가셨을지도 모르지만 답레는 지금부터 작성하겠습니다. 이르면 자정 내에 늦으면 새벽에 올라갈 듯 해요. 푹 쉬시고 나중에는 꼭 동접했으면 좋겠어요:)

59 ◆fsROLXEJ.E (gYpv1vqVtk)

2023-10-11 (水) 19:11:56

문화컨텐츠학과...보니까 인문학 어쩌구저쩌구 저절씨구어절씨구 같은데..(흠티콘) 그래도 따지면 응용예술학부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지만요:( 우와 어렵다... 이틀에 5시간 이하의 수면은 회복하신 건강을 다시 악화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만...(지이이이이) 그래도 하루는 덕질을 쉬시고 푹 주무신다고 하셨으니 걱정은 덜기로 하겠습니다. 하루정도는 푹 쉬어주세요(__)
저요? 음...글쎄요 왜 바쁠까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일하면서 쌓은 업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핫하 바쁜 생활 아주 즐거워(피를 토하며 부들거리는 중) 답레 잘 받았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이 흘러나온다는 걸<
이라는 문장과
>>몸에 두드러기라도 날 것처럼 반응하고 있으니<< 에서 오는 문장들이 포크 카이의 성향이 엿보이는 문장이라서 예쁘다고 느꼈습니다.
내 앤오님은 필력이 갈수록 느는데 제 필력은 퇴화하다못해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급하게 인터넷에서 문집이라도 틈틈히 찾아서 읽고 있어요. 멋진 답레를 주시는만큼 저도 좋은 답레를 드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라 무리는 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할게요:) 지금쯤 쉬러 가셨을지도 모르지만 답레는 지금부터 작성하겠습니다. 이르면 자정 내에 늦으면 새벽에 올라갈 듯 해요. 푹 쉬시고 나중에는 꼭 동접했으면 좋겠어요:)

60 ◆fsROLXEJ.E (le.aP1OzEM)

2023-10-11 (水) 19:13:40

(같은 레스가 두개 올라갔는데 비밀번호가 도통 기억이 안나니 그냥 냅둬야겠다)(이마 침)

61 ◆fsROLXEJ.E (u6XUG9FFnI)

2023-10-12 (거의 끝나감) 00:08:16

아주 어릴 때부터 술래잡기를 좋아한 적 없었다. 견디지 못해 숨어버리는 사람은 있더라도, 멀쩡히 내게서 도망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술래잡기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 한번도 흥미를 주지 못한 놀이었다. 그런데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연결음을 들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는 지금은 그 재미없어뵈된 술래잡기도 제법 재밌게 느껴진다. 도망치는 사람이 너라서 이다지도 재밌는지도 모르겠다. 내 번호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걸 네가 알아차리면 전화를 받을리 없을거고, 바뀌지 않은 내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 전화를 받을거다.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내가 널 붙잡아두겠다는 결심을 굽힐 리는 없지만 말이야.

이윽고 가까워진 너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기계적인 음성 안내 메세지에 나는 네가 나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동시에 네가 나를 오롯하게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만에 의거한 또다른 확신은 등줄기가 저릴정도의 충족감을 불러일으켰다. 비틀려 올라가는 입매를 핸드폰으로 가렸다가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집중된 시선들을 무시하고 가까이 다가선다.

"수업 같이 들었으면서 그러면 섭섭해. 카이. 우리 그때 이야기 많이 못했잖아? 그래서 보이길래 따라와봤어."

친구들은 따로 학식 먹는다고 했고. 뭘 찾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다는 양 썩 사교성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니드호그는 유려하고 매끄럽게 답을 내놓았다. 네 말 뜻은 하나도 이해 못했다는 듯 뻔뻔하게 짓는 내 미소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다. 잠시 집중됐던 시선들이 갈길들을 찾아가고 나서도, 니드호그의 미소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어지는 말이 명백한 축객령이라, 니드호그는 흠-, 하는 콧소리를 내며 제 주머니에 여즉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넣은 뒤 느릿하게 눈을 두어번 깜빡인다.

"밥 먹을 시간은 있는거잖아? 잠깐 시간 좀 내줘."

깜빡이던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하지만 곧 허리를 굽힌 뒤 고개를 비틀어 기울이는 행동과 이어진 가늘게 뜬 눈을 여유롭게 접어내는 니드호그였다.

"아니면 그때처럼 술이라도 마실래?"

내 손끝을 살피는 것 같은 네 시선의 움직임을 모를리가 없다. 필사적으로 내게서 떨어지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과는 다르지 않던가. 눈치채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지금 보여주는 네 다정함은 짓씹어버리고 싶다. 네가 무엇을 택할지 알고 있으면서 친절을 베푸는 것 마냥 선택지를 주는 꼴이 네게는 웃기게 보일까. 니드호그는 여전히 사람좋고 능청스러운 웃음을 낯에 걸고 있었다.

//답레를 올립니다:) 슬슬 니드호그 하운드 캐릭터성이 잡히는 것 같기도..(흠티콘)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62 ◆7QNHaMmgiU (Dg5YuZKEyY)

2023-10-15 (내일 월요일) 17:39:46

어렸을 때 너와 했던 술래잡기를 떠올린다. 멀쩡히 네게서 도망치는 사람이 없었기에, 처음 너와 술래잡기를 할 때에는 모든 친구들을 멀쩡히 도망치게 하려 무진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그마저도 얼마 못 가서 포기하고, 자신만이라도 들키지 않게 구석에 숨어 네게 들키지 않으려 숨죽이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마저도 결국 번번히 네게 들키고 말았지.

그래, 바로 지금처럼. 제가 뭘 찾고 있는지 다 안다는 양 사교성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에 아주 잠깐이지만 미간 찌푸려진다. 도망갈 길이 모두 차단된 데에서 비롯된 위기감에 잘 갈무리하던 표정마저 허물어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능글능글하게 다가오는 네게 답한다.

"그 때 충분히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분명 바쁘다고 내가,"

아, 젠장. 고개를 기울이며 제게로 몸 가까이 하면 그만큼 코끝에 끼치는 향도 진해진다. 순간 너무 달아서 머릿속이 울렁거리는 듯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같은 대학에, 같은 학부라니. 이 끔찍하게 단 향과, 돌아버릴 것 같은 충동을 끌어안고 4년 내내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휴학할까. 강렬한 충동마저 이는 것 느끼며 조금이라도 제 안에 들어찬 달콤한 향을 몰아내려 헛기침한다. 그 와중에도 너는 속도 없는 건지, 제가 거절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술을 마시자고 붙어온다. 차라리 밥 한 끼 먹고 빠르게 헤어지는게 빠르겠지. 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인다.

"…말했던 것 같지만, 잠깐 밥 먹는 것 정도야. 그래. …학생식당이면 괜찮지?"

말하고는 먼저 걸음 옮긴다. 어차피 제가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붙을 녀석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밥 먹다 체하는 건 아닌가 몰라, 다음 강의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더라….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며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다. 행여나 너와 함께 있는 모습이 다른 동기들 눈에 띄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학생 식당에 가면 자판기에서 익숙하게 메뉴를 고른다. 계란이 올라간 차슈동. 처음으로 학생 식당에 오자마자 눈에 띄는 메뉴여서, 이걸 한 번 먹고 나서는 쭉 이것만 먹겠다 다짐했더랬지.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식당의 모든 음식들 중 그나마 맛이 가장 잘 느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넌 뭐 먹을래?"

//술래잡기 이야기가 정말 니드호그 하운드스러워서 군침 꼴깍 삼키면서 읽었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등줄기가 저릴 정도의 충족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대목도 정말 좋아요. 카이를 보고 짜릿해하는 싸패(?) 니드호그 하운드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달지. 저도 요즘은 시집을 틈틈히 찾아서 읽고 있는데, 글을 읽는 것과 필력은 별개인가봐요. 필력이 늘 기미가 안 보이네요... ;-;) 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하기로 해요.
저는 글을 읽을 때보다는 쓸 때 필력이 더 빠르게 올라가는 것 같아서, 가끔 떠오르는 문장이 있으면 바로 메모장에 써두는 식으로 필력을 쌓고 있어요. 니드주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쓴 문장을 쓰고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읽어보면 문장의 어색한 부분이 눈에 들어와서 고칠 수도 있고, 이 부분은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게 좋겠다 싶은 것도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다음달에 본가가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어서 바쁘게 이사준비중이네요. 니드주도 이사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고, 너무 바쁘지만은 않게 여유로운 하루도 중간중간 보내시길 바래요.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참, 다다음주부터는 일이 조금 줄어들어서 동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접 가능한 시간을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다음에 봐요 :)

63 ◆fsROLXEJ.E (CYZVYlOJTo)

2023-10-15 (내일 월요일) 17:42:05

날이 갈수록 일교차도 커지고 쌀쌀해지네요 그런데 햇살은 눈이 부시고.. 잘 지내고 계신가요? 감기라던가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쌀쌀해지는 날씨를 보니 오늘따라 카이주가 뵙고 싶어서 스레가 떠내려가 끌어올리며 안부를 묻습니다(__)

요즘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 저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퇴직한지 벌써 보름이나 되었다니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이사를 갈만한 곳, 마음에 드는 곳이 안나와서 허탕을 치는 일이 허다하니 이러다가 부동산이랑 친구 먹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껄껄(울면서 웃기)
들렀다가 가겠습니다. 일요일인만큼 앤오님도 평온하고 느긋한 휴일이 되고 계시길 바랍니다(__)

64 ◆fsROLXEJ.E (wa9oayGEf6)

2023-10-16 (모두 수고..) 20:03:06

네 표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바라본다. 친구라는 단어를 붙혀서 불렀던 그들을 어떻게든 도망치게 하려던 너를, 그러나 결국 포기하고 내게 들키지 않으려 숨죽인 채 숨어있던 너를 나는 기억한다. 더럽게 재미없던 술래잡기는 숨어있는 널 찾아내는 걸로 그럭저럭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결국 술래잡기의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건 너와 나뿐이었지.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다.

이게 술래잡기인지, 숨바꼭질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에이, 우리 아직 할 이야기 많이 남아있잖아. 그때 이야기한 걸로는 부족하지."

제 몸이 가까이 다가가기 무섭게, 뒤로 물러나는 너의 날선 반응에 니드호그의 여유롭고 능글맞은 웃음이 의뭉스레 짙어진다. 여전히 나를 지독하게 싫어하지만 그와 똑같이 네가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케이크라서 싫어하는 것일테지. 그레서 니드호그는 네가 잘 아는 , 다분히 의도가 담긴 웃음을 지어보였다. 술을 마시자는 이야기까지 하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가까이 다가갔던 제 몸을 물러내고 니드호그는 키득거렸다. 지독하게 싫어할 거면 끝까지 싫어하는 게 좋을텐데.

"끝까지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흥얼거리는 것마냥, 문장을 홀로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는 카이와 엇비슷하게 니드호그는 걸음을 옮겼다. 그렇지, 술을 마시는 것보다 차라리 밥을 먹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테지. 네 책임지지 못할 친절과 온전히 거절할 줄 모르는 성품을 나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싫어한다. 아마 그건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학생식당으로 가면 제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 그런 걸 신경썼다고.

"난 그냥 백반으로."

학생식당 내부를 시선으로 훑어보면 제 얼굴을 아는 동기나, 선배들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체 해오는 걸 번거롭다는 표정과 달리 마주 인사를 하고 있던 니드호그는 카이의 물음에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른 뒤 제 카드를 그대로 자판기에 밀어넣었다.

"내가 밥먹자고 했으니, 내가 살게."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다시 지갑에 넣은 니드호그는 카이가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게 할 셈이었다. 영수증과 함께 딸려나온 번호표 중 네 몫을 건네어주고 니드호그가 걸음을 옮긴다. 순서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잠시 만진다. 온 연락들 중 대답할만한 것들을 골라 답변하고 지금 당장 답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읽지 않고 그대로 삭제한다.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연락들을 검열하고 음식을 받아서 출입구에서 좀 떨어지고 시선이 닿지 않을만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니드호그 하운드를 피하고 싶은데 완전히 거절하지 못해서 끌려오는 카이가 너무 귀여워서 환장할 것 같습니다. 카이는 AU에서도 너무 귀엽네요. 내 앤캐 최고야. 레로레로(카이주:으;)
앤오님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따흑..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같이 노력해봐요 정말로.
저는 글 읽으며 붕뜬 필력의 멱살을 잡아끄는 편이다보니(과격한 표현이지만 진짜랍니다.) 앗 저도 마음에 드는 표현이나 문장이 있으면 적어두는 편이에요. 이렇게 카이주랑 비슷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되니 굉장히 기뻐서 현실에서 우헤헤 하고 있어요:) 히히. 앤오님이랑 비슷하다. 히히. 니드주 기쁘다. 히히(히죽히죽) 저는 일단 써두고 다시 쭉 읽어보며 고쳐쓰는 편이지만 앤오님이 추천하는 방법 써보겠습니다! 조언 감사해요(__)
앗아...이사 화이팅입니다. 날이 급격하게 쌀쌀해졌으니 이사하실 때 덥더라도 긴팔 꼭 챙겨입으시고 안전하게 이사하시길 바랍니다. 제 이사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그저 웃지요) 카이주도 화이팅이에요:)
+) 동접할 수 있는 시간 알려주시면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요즘 바른생활어른이+이상하게 바쁜 현생에 시달리고 있지만 동접을 위해서라면야 어떻게든 해내겠습니다(진지)

65 ◆fsROLXEJ.E (7BpjS.KxFQ)

2023-10-22 (내일 월요일) 19:07:42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길 바랄게요 와서 하는 말이 건강에 대한 걱정 뿐인데 제가 앤오님 건강을 염려할 수 밖에 없는 게 제가 지금 몸건강이 썩 좋지 않아서..(눈물) 병원 다니면서 이사 준비와 이직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보니 하루가 번개같이 순삭되고 집에 와서 짐정리하고 쓰러져서 자는 게 일상인 나날의 반복이다보니 쓸만한 잡담이나 그런게 없네요. 늘 반복적인 일상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__) 위에 말했듯이 병원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까 걱정 많이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카이주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올해 겨울을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따흑 (눈물이 차올라서 어쩌고)
근황(이라기엔 뭣하지만 아무튼) 남기면서 갱신해두고 갈게요. 답레든 근황이든 여유로우실 때 와주세요:) 나중에 또 봐요!

66 ◆7QNHaMmgiU (dcQACoKLmA)

2023-10-24 (FIRE!) 16:25:43

끝까지 거절할 줄 알았다니. 네가 끌어들였잖아! 라는 말이 목끝까지 치고올라왔지만, 여기서 발끈해봤자 휘말릴 뿐이겠지. 속으로 한숨 눌러삼키며 학생식당으로 걸음 향한다.

"뭐? 아니, 야…! …하아."

어렸을 때부터 잘 산다는 건 알았지만은, 이렇게 주저없이 제 몫까지 계산해버릴 줄은 몰랐지. 이렇게 되면 다음 번에는 내가 밥을 사줘야 하는데…, 벌써부터 피로가 밀려오는 기분이다. 네가 말린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고. 이따 커피라도 테이크아웃으로 사주고 도망가야지, 생각하며 너 따라서 걸음 옮기면 네 손에 들린 핸드폰 위에서 수많은 연락들이 선별되는 것이 고스란히 보인다. 별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구석에 자리잡으면 어색하게 테이블 위만 바라보다, 주방으로 시선 옮긴다. 오, 대기열에 주문번호 떴다. 좀 있으면 나오겠는데.

"…커피 좋아하면 이따 한 잔 마셔. 사줄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켰던 음식이 나오면 제 할 말만 던지고는 빠르게 다가가 제 몫 가져와 앉는다. 정말, 정말 밥만 먹고 나면 일어나야지. 밥 먹고 나면 테이크아웃 커피를 던져주고 무조건 집으로 도망가는거다. 집에 가면 아무 향도 나지 않는 평온한 내 자취방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차슈동 위의 고기를 한 점 물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눈썹 찌푸린다.

…뭐야. 왜 평소보다 맛있지.

그 원인이 네 향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맛을 돋구는, 기묘하게 질척하고 단 향이 너와 함께하는 공간 전체에서 느껴졌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 깨달은 순간 눈빛 차게 가라앉는다. 어젯밤에는 인적 없는 곳에서 술에 취했으니 그렇다 쳐도, 지금은 공공장소인데. 이런 곳에서 이런 감각을 느끼면, 내가 그 때 너를 물어뜯었던 그 애와 다를게 뭐지. 순식간에 입맛이 떨어지는 기분이라 차슈동 위의 고기만 젓가락 끝으로 쿡쿡 찌르다 식기 내려놓는다.

내려놓기 무섭게 제 위장이 울리는 소리가 꼬르륵, 하고 크게 울렸다는게 문제였지만. …젠장. 속으로 작게 욕설 중얼이며 다시 식기 들고 고기과 밥을 한 술 크게 떠서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린다. 맛있긴 진짜 맛있네….

//저번주 금요일에 마침내! 퇴사를 하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술약속을 나가며 살고 있습니다……o<-< 오늘은 술약속은 아니지만 고기 구워먹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는 길이에요. 하지만 밖에서 노트북으로 답레를 치고 있죠! 노트북 짱. 노트북 최고.
저도 요 근래 이사준비하면서 후임에게 인수인계하랴, 이직할 곳 알아보랴, 약속 쳐내랴 이래저래 바쁜 나날이네요. 우리 둘 다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으니 반복적인 일상을 이야기한다 해서 죄송할 건 없는 것 같죠? ;) 저는 요즘 어디 아픈데는 없는데, 퇴사 직전부터 지금까지 무기력이 너무 심하게 와서 걱정이네요. 약속도 반 좀비같은 상태로 나가서 놀고 있고… 왜 사는게 재미가 없는지 모르겠어요. 뭐라도 재미있는 걸 찾아야 하는데. 정말 재미있는게 답레 쓰는거, 맛있는거 먹는거밖에 없어요. 와아…. ㅐ<-<
저도 근황(이라기엔 뭣하지만 아무튼) 남기면서 갱신해두고 갈게요. 여유로울 때 답레 남겨주세요. 나중에 봐요!

67 ◆fsROLXEJ.E (GK9gjiCewM)

2023-10-24 (FIRE!) 16:41:54

답레 확인했습니다:) 제쪽에서 답레를 쓰려면 카이주가 맛있게 고기를 구워먹는 시간쯤에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잡담부터 이어두려고 왔어요.
일단 첫번째로 퇴사하신 것 축하드립니다(__) 이게 축하할 게 맞나? 싶지만 어쨌든 취직하시고 출근하시는 동안 많이 힘들어보이셔서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이네요. 물론 매일 술약속을 나가신다는 건 역시 걱정스럽지만요:( 앤오님이 잘 조절하실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많이 걱정하지 않을게요.
반복적인 일상을 이야기한다는 점을 미안해하지 마시라니 카이주는 천사이신가? 엔젤? 텐시?(카이주:그만;;) 무기력이 심하시다면 회사 다니시면서 너무 힘드셨다보니 탈력감이 와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지만..(흠티콘) 아직은 인수인계하시는 중이고 미뤄뒀던 약속들을 쳐내시고 계시니까 그 무기력함을 조금 즐겨두셔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씀드려봅니다. 계속 두고 있으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무기력은 내버려두면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의사의 도움도 받으셔야하고 말이에요:( 날씨의 원인도 있을 수 있으니 어서 재밌는 걸 찾아야하는데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쓰담뽀담)

아마 니드호그 하운드가 있지도 않은 구설수(소문)을 들어서 카이한테 하루에 한번 나랑 밥먹고 커피마시고 기분내키면 술마시자 하고 말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니드호그 하운드는 카이 윈슬로우가 도망치려고 머리 쓰는 것까지 못하게 할것 같아서(옆눈) 그냥 쓸수도 있지만 의견을 여쭙고 싶어서 남겨봅니다.

고기 맛있게 드시고 늦지 않게 귀가하시길 바랄게요:) 답레는 천천히 드리겠습니다.

68 ◆fsROLXEJ.E (77KKJAaN7w)

2023-10-24 (FIRE!) 19:51:27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제 지갑에 도로 집어넣는 니드호그는 웃음기 없는 메마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게 익숙한, 정확히 네 앞에서만 가감없이 보여주곤 하던 그 얼굴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지긋지긋하다는 낯을 하고 있던 니드호그가 네 말에 히죽, 하고 입매를 올려 능청맞은 웃음을 짓는다.

"고맙다는 말은 안해도 돼. 학생식당에서 밥 사주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능청맞은 웃음도 모자라, 눈가를 접어내리는 야살스러운 눈웃음까지 짓고 네 황당하다는 반응이 섞인 말에 대꾸하는 목소리가 나긋했다.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많은 연락들 중 쳐낼 건 쳐내고 답장할 것들은 답장하면서 검열하고 있던 니드호그의 손이 멈춘 건 주문번호가 뜨는 소리 때문임이 분명했다. 대기열에 뜬 너와 제 주문 번호를 가만 바라보던 니드호그의 시선이 건너편에 앉은 네게 향한다. 커피? 밥 먹는 내내 사라질 것 같지 않던 능청스러운 웃음이 머무른 입매가 아래로 느슨히 떨어졌다. 네 할말만 던져두고 음식을 가지러 가버리는 네 뒷모습을 니드호그는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말고 술은 어때? 취중진담이라는 게 있잖아."

카이가 음식을 가지고 돌아오면 니드호그 또한 그 남겨두고 간 말에 대한 대답을 느릿하게 놓아둔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기열에 번호가 떴기 때문이었다. 제 몫을 가지고 자리로 되돌아와서 앉으면 그 어떤 잡담도 없이 침묵 속에서 식사가 시작됐고 니드호그의 시선은 정갈하고 깔끔한 백반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머리통 속에서 굴러가는 생각들은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식기를 내려놓는 네 모습에, 니드호그가 반찬 하나를 집으며 입을 열었다.

"나랑 있어서 그런 건 알겠지만 그래도 먹어."

아예 백반을 건드리지 않고 있는 주제에, 먹으라며 아깝지 않냐고 문장을 덧대려던 니드호그는 곧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건지 밥을 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데구르르 시선을 굴렸다. 주변 시선이 따갑다. 내가 너와 있기 때문인지, 네가 나와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걸 못느낄만큼 니드호그가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래, 차라리.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니드호그는 양손 깍지껴 그 위에 턱을 기댔다. 타인이 호랑이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제 스스로 먼저 호랑이를 만들어내면 되는 거다.

"내가 너를 점찍어서 꼬시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모양이더라."

말문을 연 니드호그는 곧 한손으로 턱을 괴고 가늘게 뜬 시선을 예의 접어내리며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맞은 미소를 만면에 띄워냈다.

"그러니까 나랑 하루에 한번씩 밥먹고 커피마시자. 가끔 술도 괜찮고. 괜히 소문 때문에 귀찮은 건 싫잖아."

//일단 잡담에서 의논드린 내용대로 써왔는데 혹시 마음에 안드신다면 맨 아래에 있는 니드호그 하운드의 대사는 스루해주시면 됩니다(__) 시간되실 때 천천히 답레 주세요:)

69 ◆7QNHaMmgiU (1dJzADEkyI)

2023-10-25 (水) 04:31:37

"술? …어제 마셨으면서, 또 마시려고."

네게 반문하는 것도 잠시, 제 몫의 음식을 가지러 가는 네 뒷모습을 향해 꿍얼거림에 가까운 중얼거림만 던져두고는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물론 너를 신경쓰지 않고 먼저 먹을 수도 있었지만, 껄끄러운 상대라 해서 예의마저 던져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불편한 침묵이 길어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너를 기다렸고, 네가 돌아오고 나면 말 없는 식사가 시작되는 것을 그저 받아들였다. 분명 식사를 위한 자리일텐데, 마치 형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보내는 시선 또한 그 형벌에 무게를 더했다.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그 날의 일 이후로 몇 년을 시선에 예민한 채로 살았으니, 너와 내게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알면서도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시선으로 그릇 안의 밥알을 헤아린다. 차라리 빨리 먹고 일어나는게 너와 내게 더욱 좋을테니까. 저 소문에 굳이 무게를 더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같은 과에 재학하는 고등학교 동창. 그 정도의 거리감이 좋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무슨."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정적 속의 불협화음처럼 내려앉았다. 양 손가락을 그물처럼 얽고는 그 위에 턱을 기대는 모습이 마치 식사를 마친 맹수처럼 보였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그 뒤에 네 입으로 얹은 말은, 흡사 호랑이의 입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했다. 다행히도 동기들이 있는 테이블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이 말이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 해서 곤란함이 가시지는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맞은 미소 끝에 걸린 시선이 저를 훑어내리면 마치 시선에 해부당하는 듯 소름이 돌아 애꿎은 아랫입술만 슬쩍 물었다 떼었다.

"하루에 한 번은, 너무 잦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매일 만나면 오히려 소문에 무게를 실어주는거나 마찬가지일텐데. …그리고,"

학생식당 건물의 창가에 은은하게 비친 식당의 풍경을 잠시 눈으로 훑는다. 동기들은 여전히 테이블에 있었지만, 식사를 거의 마쳐가는 분위기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원인이야 뻔하지. 네게나 겨우 들릴 만큼 작게 한숨 내쉬고는 남은 음식을 입 안에 대충 밀어넣는다. 차슈동에서 고기와 계란만 건져먹고, 밥알은 티스푼으로 뜨는 것만 못하게 대충 긁어먹는 모양새라니. 그마저도 의무적으로 꾸역꾸역 씹고 있으니 식사라기보다는 영양 보급에 가까웠지만,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한 채다. 섭취를 마치고 나면 소리없이 식기 내려놓고는 네 쪽으로 고개 기울여 속삭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를 옮기는게 어때."

오히려 잘 됐다.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했을 일이었으니. 차라리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결착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지. 확실히 말하고 거리를 두는게 좋을테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너를 마주하는 눈은 전보다 더욱 또렷하게 빛난다.

70 ◆7QNHaMmgiU (1dJzADEkyI)

2023-10-25 (水) 04:34:50

답레를 드렸으니 잡담은 깔끔하게 분리해서 드려볼게요! ~('v')~

어라? 진도를 당길 수 있는 계기를 이렇게 제공해주신다? 오히려 좋아(~.~) 상태라 바로 받아쳤습니다. 이렇게 되면 술자리 가서 정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겠는데요. 과연 술자리에서 니드호그 하운드가 카이를 어떻게 구워삶을지 두근두근해져요(*'v'*) 카이도 물론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요!
퇴사는 당연히! 축하할 일이죠. 주 7일 출근은 정말 끔찍했다구요. 술약속은… 주변 친구들이 퇴사하자마자 퇴사했지! 만나자! 하고 우루루 연락을 주는 바람에 ;)… 어쩌다 보니 약속이 하루도 빠짐없이 잡혀서 그렇게 됐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당분간은 하루도 안 쉬고 술을 마실 일이 없으니까요!(니드주: 그게 보통이에요;;) 잘 조절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앗. 니드주가 저를 천사라고 부른다면 제가 그냥 천사할게요(니드주: 네?) 안 그래도 오늘 병원 가서 이야기해보니 번아웃이 온 것 같다면서 항정신성 약을 약간 바꿔주더라구요. 그래서 약 먹고 푹 쉬기로 했어요 :> 내일부터는 다시 이직할 곳도 알아보고, 개인적인 공부도 하면서 푹 쉬려고요. 쉬는게 맞나? 싶겠지만 이게 저에게는 쉬는거랍니다. 어쩌면 공부가 새로운 취미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
늦지 않은 귀가는… 어음… 그렇게 됐습니다(?) 하지만 즐겁게 잘 놀고 온 만큼 심리적인 재충전도 충분히 한 기분이에요. 걱정해주신 덕분에 더 편하게 잘 놀고 푹 쉬고 온 것 같아요. 니드주가 써주신 대사는 정말 너무! 너무 니드호그 하운드답다고 생각하고, 아주아주 좋아요. 사실 니드호그 하운드라는 캐릭터도 결국 니드주가 생각하는 니드호그au캐릭터니까 니드주의 해석이 곧 공설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는 건 다 마음대로 쓰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니드주가 주신 니드호그라면 다 마음에 들어할거고, 충분히 그에 대한 답레를 쓸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늘상 말하는 거지만요 :)
한동안 바빠서 잘 못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왔는데도 이렇게 반겨주셔서 정말 고맙고 기뻐요. 새벽이지만 슬쩍 답레 남기고 자러 가볼게요 :) 오늘도 좋은 꿈 꾸길 바래요!

71 ◆fsROLXEJ.E (cXw2124iNM)

2023-10-25 (水) 07:53:43

답레는 일찍 눈이 떠진 김에 거의 다 썼지만 조금 더 다듬고 올리도록 하고 주신 잡담 먼저 잇도록 하겠습니다.

앗 그러고보니 진도를 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되겠네요. 니드호그 하운드가 할 법한 대사로 계기가 된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요:) 술자리에서 최대한 니드호그 하운드답게 카이를 구워삶아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술 들어간 니드호그 하운드를 붙잡기 힘들 것 같은데 아무튼 어떻게 되겠죠 뭐(대책없음) 하지만 카이가 가만히 있지 않은 건 웰컴입니다.

그렇죠. 주 7일 출근....그건 진짜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네요. 거기다가 간간히 들었던 그 업무량이 7일동안 이어지면 정말(말잇못)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뽀담뽀담) 원래 퇴사하면 미뤄졌던 약속들이 몰리는 법이니까요. 거기다가 카이주의 스케줄은 블랙기업이기까지 했으니. 원래 술은 쉬어가면서 마시는 게 보통인데요:0 어라?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뎅) 잘 조절하고 계신다고 하시니 걱정은 조금 내려놓기로 하겠습니다(__)

네? 천사가 되어주신다구요? 좋아. 이제부터 카이주를 천사님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카이주:네?)우리 앤오님 병원도 척척가고 아주 칭찬해(부둥둥) 증세가 번아웃 증세인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잘하셨어요. 뽀담뽀담입니다:) 이직 준비도 시작하시는 공부도 하시면서 천천히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음 뭐 새벽 4시 반 정도는 늦지 않은 귀가 아닐까요(??) 편하게 잘 놀고 오셨다면 그걸로 오케이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그거 뿐이었는걸요. 하지만 그걸로 더 편하게 다녀오셨다면 다행이구요. 앗아. 앗. 갑자기 그렇게 칭찬 일색을 해주시면 답레 하나 쓰는데 이틀씩 걸리는 사람은 냅다 뒤집어지고 말것이에요. 저도 카이주가 써주시는 대사 전부 너무너무 좋고 예쁘고 잘 어울려서 좋아요. 본편과 다른 인칭을 쓰시는 것도 너무 좋고 그냥 카이주가 쓰는 글이면 다 좋은 것 같습니다. 중증이군요. 아주 좋아(히죽) 마음에 들고 답레 쓰는데 문제가 없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약간 걱정했거든요.(옆눈)
저도 오랜만에 카이주를 만나서 기뻤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구요. 항상 말하는 거지만요:) 늦게 들어오셨으니 푹 쉬고 계시길 바랄게요. 좋은 꿈 꾸세요.

72 ◆fsROLXEJ.E (vjFaHV7Y7I)

2023-10-25 (水) 08:40:38

"네가 이해한대로야. 카이 윈슬로우."

사이에 자리하고 있던 침묵이 제 말로 깨졌다. 아니, 제가 식기를 내려놓는 것으로 깨졌는지도 몰랐다. 깍지낀 양손 위에 올렸던 턱을 잠깐 떼어내고 니드호그는 곧 한손으로 제 턱을 괴어내며 네 작은 중얼거림에 담백하게 답을 내렸다. 눈을 두어번 감았다가 뜨는 느긋한 제 태도를 네가 어찌 생각할지 궁금했다. 제 손바닥에 턱을 괸 채 까딱, 고개를 기울였다. 동기들이 모여있는 테이블과 거리를 두기 위해 부러 이 자리를 골랐으니 이 대화가 들릴리 만무했다. 너는 이제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재회한 이래 줄곧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도 끔찍해하던 것과 같은 대답을 내놓을까.

아하. 그리고 들려온 대답에 니드호그는 감탄사인지 웃음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소리를 짧게 터트리고 말았다. 정확하게는 웃음 섞인 감탄사였다. 속을 알수 없는 능글맞은 웃음이 일순 흐려지고 웃음기가 사라진 메마른 표정이 낯짝에 머무른다. 너는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내 예상을 벗어나는 대답만을 내놓는다. 그 사실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건지. 예상하는대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예상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 쪽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그래서 너는 내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널 꼬셨고 잠깐 어울렸지만 서로 안맞아서 좋게 헤어졌다고 하면 되거든. 매번 하던 일이니까 넌 걱정할 필요없어."

니드호그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마냥 유들유들하고 능글맞은 미소를 뻔뻔하게 지으면서 네 말에 느긋한 대답을 냈다. 네 눈이 식당을 훑는 것과 엇비슷하게 니드호그의 시선이 데구르르 굴러간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나 결국 저들이 온갖 곳으로 말을 옮길테지. 그렇게 호랑이가 만들어지는 거다. 사람 세명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말처럼. 동기들 중 몇명의 곁눈질에 유들유들한 얼굴로 마치 보란 듯이 네가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손을 흔들어보였다.

"좋아. 좀 이르지만 대학로 술집들은 이 시간에도 열고 있으니까."

또렷하게 빛나는 네 눈을 들여다본다. 아, 그래. 나는 네 그 눈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너의 책임지지 못할 친절을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것처럼. 길지 않게 마주하고 있던 시선을 돌리고 니드호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갑게 식은 손 하나 대지 않은 백반이 담긴 식판을 정리하고 나면 학생 식당 밖으로 걸음을 옮길 것이다.

//장소(술집)는 적당히 정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답레는 시간되실 때 느긋하게 이어주세요.

73 ◆7QNHaMmgiU (LxVc63j5yI)

2023-10-26 (거의 끝나감) 02:09:12

"매번 하던 일이라고. …너는 참, ……."

잘도 그러고 다닌다고 해야할지, 여태껏 그러면서도 큰 문제 없이 살아온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는 건지. 그 와중에 너는 또 뭐가 좋다고 손까지 흔들어주고 있는 건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너는. 불가해의 영역에 있으니 풀지 못한 문제처럼 눈길이 가고, 제가 없으면 어디선가 사고를 치고, 그러니 결국은 다가가서 함께하고야 마는, 끝없이 저를 끌어들이는 마법이라도 부리는 듯 하다. 그걸 알면서도 이 자리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내게도 어쩌면 문제가 있는 걸지도 모르지. 깊은 한숨에 모든 복잡한 감정을 담아 내쉰다.

"개강 첫 날이니 사람이 많을거야. 가능하면 외곽으로 가자."

너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 뒤 밥만 남은 식판을 정리하고 뒤돌아보면, 그제서야 동기들이 주섬주섬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차라리 태도가 투명하니 알기 쉬워서 좋네. 헛웃음 짓고는 학생 식당 밖으로 함께 걸음 옮긴다.

이번 학기는 유독 피곤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대학로 외곽에 있는 룸 술집은 다행히도 음악소리가 크지 않았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구석 자리도 비어있었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 제일 안쪽 자리로 들어가 앉으면 간단히 고기꼬치와 국물류 안주, 술 몇 병을 시킨 뒤 네 몫의 안주를 고르도록 기다린다.

주문하자마자 술부터 먼저 나오면, 자연스럽게 뚜껑을 따고 네 잔에 먼저 술 따른다. 네 잔에 따르는 술보다 제 잔에 따르는 술의 양이 미묘하게 적은 건 너무 속 보이는 행위긴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네 쪽으로 술잔 밀어두고 제 술잔 가져오며 살짝 고개 기울인 채 묻는다.

"그런데 너, 나랑 시간표 많이 겹쳐? 하루 한 번 밥을 먹는다는 건 그렇다 치는데, 서로 시간표가 안 겹치면 소용이 없잖아. 오늘이야 전공필수에서 같은 반으로 배정됐으니 그렇다 쳐도."

말하고는 제 핸드폰 들어 시간표 들여다본다. 문화콘텐츠의 기초(오늘 들은 전공필수였다), 문화콘텐츠기획론, 문화콘텐츠마케팅, 교양영어, 스토리텔링개론, 문학과 예술… 제 손으로 하나하나 고른 과목들이 시간표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대학 생활이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그러나 벌써부터 제 패를 보여줄 마음은 없다. 핸드폰을 덮어두고는 네게 손짓한다.

"일단 시간표 좀 보여줄래? 그래야 어떻게 할지 답이 나올 것 같은데."

74 ◆fsROLXEJ.E (xeXY.C14KU)

2023-10-26 (거의 끝나감) 02:13:19

(슬금슬금 기어오는 거북이)
(시간표를 한두개 제외하고 비슷하게 짜고 싶은데 일단 니드주가 문화콘텐츠과에 대해 잘 모른다.)
(동접인가)

75 ◆7QNHaMmgiU (LxVc63j5yI)

2023-10-26 (거의 끝나감) 02:22:24

아니 니드주 아침형 인간이었어요?! 기상시간 엄청나잖아?

그렇죠. 그리고 그런 계기를 니드호그 쪽에서 먼저 제공해주는게 뭔가 조금 더 니드호그 하운드답다고 느껴지기도 해서 더 좋았어요 :) 아니 왜 붙잡기 힘들다고 하시죠? 그냥 안 붙잡으면 니드호그 하운드가 알아서 싹 구워삶아놓을텐데요? 구워삶기만 하는게 아니라 이제 잘 구워삶은 카이를 냠냠(이하검열)

그래서 당분간은 푹 쉬려구요. 미뤄졌던 약속들도 싹 쳐냈으니 이제는 정말 쉴 일만 남았구(~.~) 넘 신나요. 술은... 그쵸. 하루 쉬었으면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합니다(니드주: 네?) 잘 조절하고 있지요. 그럼요.(?)

네? 아니, 농담이었는데! 저는 천사가 아닌데요?! ㅇㅁㅇ) 하지만 부둥둥은 받을거에요! (대충 허리에 손 올린 치와와) 고마워요. 정말 이직 준비도 공부도 해야하는데... 오늘도 대책없이 잠만 자버렸네요. 무기력이 심해서 그런가 열여섯시간을 자버렸어요... 과수면 같은데 괜찮은 건지(흠티콘)
그짓말! 답레 하나 쓰는데 이틀씩 안 걸리면서! 아, 본편과 다른 인칭을 쓰는 건 얼마간은 의도한 거기도 해요. 둘의 관계성이 본편이랑 너무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본편처럼 분위기를 똑같이 잡고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답레 쓰는데는 걱정 없으니 마음 푹 놓고 답레 써주세요 :) 제가 답레쓰는게 느리다면 무기력이 심해진 걸거에요 :(...

참, 그 대사들 좋았어요. 사람 셋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든가, 니드호그가 직접 호랑이가 되겠다고 한 거요. 니드호그 하운드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문장 같아서 어디에 써놓고 싶을 정도였어요. 정말 내 아내가(특: au에서는 아직 아내 아님) 이렇게 예쁘고말랑뽀짝하고깜찍해서(au에서 동기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임) 어쩌면 좋지 정말 확 깨물어버릴까 정말(니드주: 예???)

아무튼 답레 썼으니 천천히 답레 주세요! 제가 내일 저녁에는 외국어 과외를 받으러 갈거라 아마 새벽에나 들어올 것 같은데, 오후에는 시간이 괜찮을 것 같아요. 나중에 봐요 :)

76 ◆7QNHaMmgiU (LxVc63j5yI)

2023-10-26 (거의 끝나감) 02:24:40

>>74 아니 세상에 동접이잖아?! 방금 막 약 먹고 누웠는데 이렇게 되면 더 있어보겠습니다(활활 타오름) 이게 얼마만의 동접이에요 대체...ㅠㅠ

문화콘텐츠과는 저도 잘 모르니까 저기서 문화콘텐츠의 기초, 교양영어같은 1학년 필수과목들은 같은 반인걸로 설정하고 나머지 네 개 과목 중에 한두개만 다른 걸로 바꾸는 건 어떠세요? 니드호그가 문학과 예술을... 들을지 모르겠어서 일부러 그 교양을 끼워넣은 것도 있어요(ㅋㅋㅋㅋㅠㅠ)

77 ◆fsROLXEJ.E (xeXY.C14KU)

2023-10-26 (거의 끝나감) 02:31:43

>>76 잡담쓰다가 왔습니다. 답레는 일단 나중으로 미뤄두죠. 이게 얼마만의 동접인가요!!!!! 약 드셨는데 무리하시는 거 아니죠? 졸리면 얼른 자러가시기(부둥부둥)

음, 그러죠! 차라리 그게 편하겠어요:) 문학과 예술이랑 니드호그 하운드가 안들을만한 것 하나 더 플러스해서 빼고 엇비슷한 시간표로 만들겠습니다.(대충 스토리텔링론을 빼면 되겠지) 제가 니드호그 하운드가 무슨 과목을 들을지 전혀 상상이 안되는데 어찌 검색으로 끼워맞춰볼게요.

78 ◆7QNHaMmgiU (LxVc63j5yI)

2023-10-26 (거의 끝나감) 02:44:13

하 그니까요ㅠㅠㅠㅠ 저는 이제 약먹고 잠 안 오는 김에 컵누들 하나 먹고 자려구요 :> 졸리지만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으니 괜찮아요! 너무 걱정마세요 :3 (부둥부둥부둥)

니드호그라면 운동 관련 교양과목 듣지 않을까요? 의외로 커뮤니케이션이라든가, 심리학 관련된 과목을 들을 것도 같고요. 약간 소시오패스 기질이 있는 것 같던데 심리학을 들으면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에 대해 학문적으로라도 이해해보려 할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그나저나 카이나 니드호그는 왜 문화콘텐츠학부로 왔을까요? 카이는 왠지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같은데에 관심이 있어서 왔을 것 같은데. 프리미어 잘 다룰 것 같아요. 3학년쯤 되면 매일 몬스터 마시면서 야작할 것 같고… 니드호그는 어떨지 궁금해요!

79 ◆fsROLXEJ.E (xeXY.C14KU)

2023-10-26 (거의 끝나감) 02:45:19

일단 시간은 확인했습니다. 제가 오후에 급한 일이 없기만을 바래야겠군요. 요즘 제가 불시의 예상치 못한 외출과 약속들이 있어서...(천천히 바스라지는 거북이) 오후에 시간 맞춰보겠습니다. 푹 주무시고 나중에 뵐게요:)

그리고 밑으로는 남은 잡담을 잇도록 하죠!
제 기상시간이요? 그러게요 어째서일까요. 나는 왜 아침에 깨어나고 중간에 낮잠 잠깐 때리다가 새벽까지 깨어있는 사람이 된걸까요? 정말 의문이랍니다. 껄껄.
앤오님이 마음에 드셨다는 말만큼 기쁜 일이 없죠. 네?? 너무 목줄을 자유분방하게 풀어놓으면 카이를 구워삶아서 냠냠하는 게 아니라 그냥 통째로 맛볼 것 같아서 안돼요(옆눈)

매일 술을 마신 간이 하루 쉰다고 회복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흠티콘) 그래도 당분간 푹 쉬신다고 하셨고 조절하시면서 간이 쉴 시간을 주실거라고 저는 앤오님을 철썩같이 믿고 있어요:)

오, 농담이었어요? 이상하다. 전 진심이었는데. 껄껄. 그러니 천사님을 하셔야합니다. 당연히 부둥둥은 해드려야지. 아유 우리 치와와 오랜만에 봐도 귀엽기도 하지(부둥부둥) 열여섯시간은...제가 휴무날에 했던 수면시간보다 나은데요:0 그래도 걱정되신다면 병원 다시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아직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고생하셨잖아요? 괜찮아요. 혹시 답레가 늦어지시면 말씀하신대로 무기력이 심해졌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천천히 회복해주세요(__)
아닌데! 이틀씩 걸리는데! (우겨보기) 카이주가 인칭을 바꿔주셔서 저도 조금 더 au의 니드호그와 카이의 관계성을 잡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내 앤오님은 역시 금손이시지(뿌듯해하는 거북이)

아니 그 대사가 마음에 드셨냐구요ㅋㅋㅋㅋㅋ아이구 부끄러워라. 너무 날것 같아서 쓰는 내내 고민하다가 쓴건데...(부끄러워 죽겠음)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지만 뭔가 뭔가에요..
앗아 앗. 카이주가 폭주하신다:0 너무 좋다(??) 확 깨물어버리신다구요? 웰컴. (카이주:?)

미리 푹 주무시라는 말씀 드릴게요:) 좋은 꿈 꾸세요!

80 ◆fsROLXEJ.E (xeXY.C14KU)

2023-10-26 (거의 끝나감) 02:56:19

>>78 (잡담도 이어서 올려뒀겠다. 이제 카이주가 잠들고나서 잠들기 전까지 답레 좀 끼적여야지)

컵누들...저는 맛있는지 모르겠지만(죄송합니다. msg에 혀가 찌들다못해 절여진 사람입니다) 맛있게 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커피를 조금 마실까.... 카이주가 괜찮다고 하시니까 걱정은 쪼꼼만 할게요:) 너무너무 오랜만의 동접이라서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하네요(맞꾸왑)

본편이라면 운동관련을 들을 것 같지만 음..말해주신대로 생각보다 니드호그 하운드는 스마트하고 엘리트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심리학 과목을 들을 것 같네요.
>>소시오패스 기질<< 맞습니다. 분명 니드호그 하운드의 초안은 소시오패스 기질이 없던 것 같은데 굴리다보니 기질이 묻었네요.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0 심리학에 관련된 과목은 교양일테니 적당히 심리어쩌고로 시작되는 걸로 검색해넣을게요
아니 au속 카이도 성실함의 끝판왕이잖아요. au카이의 그 너드같은 느낌에 니드호그 하운드 앞에서만큼은 예민하고 기민한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니드호그 하운드요? 그냥 부모님이 대충 성적맞춰서 대학가서 졸업증이라도 따고 오라고 해서 들어온거 아닐까 생각 중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성실하게 수업받을 이미지가 안어울리지 않나요:(
몬스터 마시면서 야작하는 카이라고? 이건 당장 니드호그 하운드한테 낼름 들고 나와서 고기로 배부르게 먹이고 재우게 만들어야만(안됨) 졸업할 때까지 니드호그 되게 껄렁껄렁하게 출석일수만 채울 것 같은 이미지라서 큰일났습니다..

81 ◆fsROLXEJ.E (xeXY.C14KU)

2023-10-26 (거의 끝나감) 03:06:23

여담으로 저는 니드호그 하운드를 소시오패스 기질이 있는 예쁜 쓰레기라고 상정하고 굴리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과 얽히면 안됩니다라는 위험!이라는 노란 바리게이트가 쳐져있을 이미지로 말이죠.

82 ◆fsROLXEJ.E (PCuuv5KCbw)

2023-10-26 (거의 끝나감) 15:41:41

"나는 안주 잘 안먹어서 괜찮아. 음료수나 시켜줘."

안주를 고르라는 제안에 니드호그는 고개를 가벼이 가로저어보였다. 성인이 되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성인 기념으로 술을 마셨을 때는 물론 대학교에서 하는 MT나 OT 때도, 안주로 속을 채우고 느껴지는 기분 나쁜 포만감이 싫었다. 차라리 음료수나 물이랑 술을 마시고 말지.

주문을 마치고 나면 불편한 침묵이 테이블에 감돌아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두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학생식당을 나올 때 보였던 동기들의 모습이 떠올라 니드호그는 소리없이 웃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고등학생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애새끼들 같으니. 표정에 드러나지 않는 신랄한 생각은 직원이 술을 가져다주는 걸로 오래 끌지 않기로 했다.

"꼭 겹치는 시간이 많아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너는 내 번호를 알고 있고, 나도 네 번호를 알고 있는데 그거면 되지 않아?"

물이라도 마시는 것마냥 잔을 비워내고 다시 채우고난 뒤에야 니드호그의 입에서 느긋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 기어나왔다. 대학교 졸업장이라도 가지고 오라던 부모의 등살에 못이겨서 온 대학이니 성실하게 시간표를 지켜야할 이유가 제게는 없다. 두번째 잔을 비워내고 나서야 핸드폰을 조작해 시간표를 띄우고 핸드폰 자체를 네게 순순히 내밀어주는 모습이 퍽 어울리지 않는다.

"문화 콘텐츠의 기초, 문화콘텐츠기획론, 문화콘텐츠마케팅. 교양영어, 심리학 정도일걸. 교양 하나 더 있던 것 같은데 시간표에 없으면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고. 나오는 학점보고 2학년 때 조정할 생각이라 적당히 짰어."

니드호그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고 중간 중간, 술잔이 채워졌다가 비워지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에 시켰던 안주들도 나와 휑하던 테이블을 채우기도 했다. 직원이 나가기 전, 음료수 하나와 술 한병을 더 시킨 니드호그는 빈 술병을 옆으로 치워두고 제 잔을 입가에 가져다대며 눈가를 접어내리는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제 네 시간표를 알려주는 게 어때?"

//(처음으로 천자 아래로 떨어진 답레에 면목이 없어서 석고대죄를 하는 거북이) 왜 답레길이가 이럴까요;-;) 답레가 너무 짧아서 죄송합니다 따흑. 답레는 시간되실 때 천천히 주세요. 과외 잘 다녀오시구요(__)

83 ◆7QNHaMmgiU (O23kbPFiFY)

2023-10-27 (불탄다..!) 02:13:06

"같은 강의 듣는 김에 밥을 먹는거랑,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까. 굳이 소문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지는 않거든."

언제 순순히 너를 따라왔냐는 듯 냉랭한 말투가 단호하기 짝이 없다. 수업에 임하던 너의 태도를 보아하니 학교를 성실하게 다닐 생각은 없어보이던데, 굳이 같이 다니기보다는 차라리 수업때는 개인적으로 행동하고, 수업 끝나고 나서 만나는게 오히려 더 이득일 수도 있으려나. 확실한 건, 이 녀석을 조별과제에서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거다. 머릿속으로 한참 주판을 튕기던 것도 잠시, 순순히 제게 핸드폰 밀어주는 것에 머릿속 한 켠으로 생각을 밀어두고는 네 시간표를 찬찬히 훑어본다.

"…교양 골프 있잖아. 뭘 신청했는지는 기억해두는게 어때."

문화콘텐츠 기초, 문화콘텐츠 기획론, 문화콘텐츠 마케팅, 교양영어… 필수과목이란 필수과목은 다 겹치네. 하다못해 다른 과라도 됐으면 열심히 피해다녔을텐데, 왜 하필 같은 학부에 같은 반이어서. 한숨 내쉬고는 네게 핸드폰 돌려준다. 골프라니, 신청해도 꼭 저 같은 것만 신청했네. 당연히 골프 장비는 자기네 집에 있는 걸 가져올거고. 생각하자니 왠지 열받는 기분이라 괜히 술이나 한 잔 급하게 들이킨 다음 그새 나온 안주들 중에 고기꼬치를 하나 집어들어 물어뜯는다.

"미안. …역시 그건 싫어. 난 너와 네 계획 이상으로 가까워지고 싶지 않거든."

탁, 소리내어 테이블에 잔 내려놓고 나면 찬찬히 너와 시선 마주한다. 한 치 물러섬 없는 시선이 느른한 낯 위를 훑다가, 속눈썹이 드리우는 그늘을 따라 깜박이며 다시 테이블로 향한다. 오랜 고민을 드러내듯 검지 끝으로 테이블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다 목울대를 한 번 울렁이고 나서야 비로소 말을 꺼낸다.

"아까는 학교라서 말하지 못했지만, 네가 어떤 계획을 세우든 내 생각은 변함없어. 우리는 붙어있어도 좋을게 없다는거, …알고 있잖아."

84 ◆fsROLXEJ.E (9nS3kVuYnU)

2023-10-27 (불탄다..!) 02:15:20

답레의 카이 마지막 대사에 굉장히 짜릿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게 사랑인가.(진지) 어서오세요 카이주(기어오는 거북이)

85 ◆7QNHaMmgiU (O23kbPFiFY)

2023-10-27 (불탄다..!) 02:20:38

는 오후에 제가 늦게 일어나버려서 후닥닥 과외다녀오느라+이사갈 집 보러 발품파느라 새벽에나 들어와버렸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람. ._.)

아니 앤오님 정말 기상시간 무슨 일이람… 저도 요즘 하루에 열시간 넘게 자고 있긴 한데, 기상시간 괜찮으시냐며. 카이를 그냥 통째로 맛봐도 저는 좋은데요? 오히려 그게 니드호그 하운드에 잘 어울린달지(니드주: 그래도 안 돼요;) 물론 매일 술을 마신 간이 하루만에 회복되지는 않지만… 그렇지만…(옆눈)(다시 옆눈)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이번주는 좀 쉬어야겠네요. 음음. 건강한 치와와가 될테다.(?)

아니 정말 농담이었는데요?! 이렇게 하늘로 승천하는건가…(?) 하지만 부둥둥은 받고 승천할거에요. (어깨 으쓱!) 병원에서는 제가 주기적으로 과수면하는 걸 알고 있어서… 차라리 쉬는 김에 아예 푹 쉬고 수면패턴은 천천히 바로잡으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지나치게 자는 건 안 좋지만, 일주일 안쪽으로 피로회복을 위해 푹 자는 것 정도는 괜찮다면서. 제가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써놓고 보니 니드주와도 비슷한 의견이네요. :)
앗 정말요? 그렇다면 au따라 인칭을 조금씩 바꿔야겠네요 XD 희희. 니드주에게 금손으로 보이는 건 늘 뿌듯한 일이에요. 더 열심히 써야지 :>

오히려 날것으로 툭 던지는 대사는 그것만의 맛이 또 있어서 좋은걸요? 고심해서 쓴 대사도 좋지만요. 저는 정말 좋았어요. 캐릭터성이 잘 드러나는 비유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니드호그 하운드 냠냠입니다(?)

는… 아니 왜 저런거에 짜릿해하시는거에요?! 대체 왜?! 무서운 사람(호달달달)

86 ◆fsROLXEJ.E (9nS3kVuYnU)

2023-10-27 (불탄다..!) 02:36:21

답레는 잡담 끄적이고난 뒤에 쓰도록 하고, 카이주의 수면을 위해서 오늘은 세시 안쪽으로 재우는 걸 목표로 하겠습니다.(불끈)

잘 다녀오셨나요? 어서오세요. 수고하셨습니다(꼬옥) 저희 지역은 비가 갑자기 쏟아져서 이 뭔? 하는 기분이었는데 카이주쪽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새벽에 들어오신다고 미리 말하셨으니까 괜찮답니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처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아닌가, 거북이인가(동화를 바꾸려는 사람임)

제 기상시간이요? 그러게요. 약간 일하던 때의 패턴을 그대로 가져가며 수면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진 느낌적 느낌이지만 어찌 되겠지 하며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진짜 피곤하거나 이러다가 죽겠다싶으면 한두시간 낮잠 자니까 괜찮아요.
앤오님이 된다고 해도 안돼요() 으음..이번주는. 제대로 쉬어주신다고 했으니 믿도록 하겠습니다. 앤오님은 혼자서도 잘하는 으으른이니까요:) 건강한 치와와가 되는 걸 응원..응? 이거 맞아?(이상한데)

네? 아니아니 안돼요 안돼. 어딜가. 못가. 승천 못해. (붙잡음) 천사님은 맞지만 승천은 용납못해요(카이주:어쩌라는걸까;) 병원에서 들은 의견과 카이주가 생각한 의견이 제 의견과 맞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만 그만큼 수면패턴이 망가지신 것 같아 걱정이네요. 지금 걱정된다는 말만 몇번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푹 자버리겠다는(?) 카이주 장해요 (뽀담뽀담) 오랜만에 동접이니까 약간 지금 고카페인 마신 것처럼 두근두근하는데 괜찮겠죠?

카이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늘 금손이셨는걸요. 그래서 저도 더 잘 쓰고 싶어서 노력하려는 것도 있었구요. 너무 노력하시면 제가 쫒아가기 힘드니 조금만 노력하시는걸로(옆눈)(다시 옆눈)

니드호그 하운드는 냠냠하면 안돼요. 지지. 퉤하세요 퉤!:0 그래도 대사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기쁘네요. 감사해요:)

에?:0 왜죠? 아니 전 무섭지 않아요;-;) 겁내지 마세요 잉잉ㅠㅠ(울어)

87 ◆fsROLXEJ.E (9nS3kVuYnU)

2023-10-27 (불탄다..!) 03:28:07

"처음부터 나랑 연락할 생각 없었잖아."

고등학생 때는 좀 더 귀여웠던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래서 지금 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너와 재회한 그 순간부터 모든 순간이 마음에 든 적 없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바뀐 네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호한 네 말투와 비슷한 어조로 니드호그가 툭, 하니 말을 씹어내며 테이블 위로 아슬하게 술이 가득 채워진 술잔을 돌려냈다. 골이 났다는 걸 숨김없이 드러내던 것도 잠깐이었고 네게 핸드폰을 넘겨줄 때, 니드호그는 속을 알 수 없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유들유들하게 낯짝에 띄워내고 있었다.

"아, 그런 것도 신청했었나보네.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카이."

제 손으로 핸드폰이 돌아왔을 때쯤, 니드호그는 새로 주문한 술의 반절을 비워낸 상태였고 잊고 있던 수업에 대해 네가 지적해오자 교양 골프는 대체 왜 신청했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짐짓 모르겠다는 어조로 느긋하게 대답했다. 네가 술잔을 비우는 타이밍과 엇비슷하게 제 빈 잔에 술을 채운다.

술집의 노랫소리가 끊어지며 고요함이 찾아온다. 채워진 술을 비워내려할 때 명확하게 거리를 두고 싶다는 뜻이 담긴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래.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헤어졌습니다하는 그거 말이지. 굴러가는 생각은 네 시선으로 멈췼다. 곧게 닿아오는 네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니드호그는 제 입술에 댄 술잔을 기울인다.

술잔을 테이블 위에 소리없이 올려놓고 턱을 괴어내는 모양새가 느긋하기 짝이 없다.

"네가 포크여서?"

제 입으로 담백하게 지껄이는 말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니드호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천천히 감았다가 뜨는 시선이 네 얼굴에 머무른다.

"내가 케이크라서? 아니면 둘 다?"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잘 알고 있는 주제에 짐짓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니드호그는 입매를 끌어올려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매를 접어내리는 눈웃음까지 짙게 지었다. 제 빈잔과 네 빈잔에 술을 채우는 행동도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농담이야. 카이."

정말로 그게 이유라면. 네가 내 곁에서 도망친 이유가 정말로 그거라면. 니드호그는 잔을 비워냈다. 상황파악 못하고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함이었다.

"네가 말하고 싶은 이유가 뭐야?"

88 ◆fsROLXEJ.E (9nS3kVuYnU)

2023-10-27 (불탄다..!) 03:32:04

제가 왜 마지막 대사에서 짜릿했냐면 니드호그 하운드가 100%로 카이를 건드리는 말을 할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질러놓고 진짜 이런 대사로 되나하는 안좋은 예감이 들었는데 혹시 답레 잇기 힘들다 싶으면 바로 당근을 흔들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니드호그 하운드가 너무 급발진으로 쓰레기같은 대사를 한거 아닐까 싶고 불안하고 아무튼 그러니까 꼭 이야기해주세요...(쭈그러짐)

오늘 하루 수고하셨고 푹 주무시길 바랄게요:)

89 ◆7QNHaMmgiU (O23kbPFiFY)

2023-10-27 (불탄다..!) 03:35:29

세 시가 되었는데 잠이 안 오는 건 역시 저녁약을 안 먹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지금 저녁약 먹고 온 참이에요. 멋진 으른이다 나 자신. (으쓱!)

과외… 무슨 말인지 70%밖에 이해를 못 한 것 같은데 이게 맞나요? 어떻게든 되겠지만… 하지만… ._.) 저희쪽은 비는 많이 안 왔어요. 제가 실내에 있을 때 비가 온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요. 모처럼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비라고는 한 방울도 안 맞아서 뭐야? 하면서 집으로 털레털레 왔네요.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거북이… 동화가 묘하게 여유로워졌는데 기분 탓이에요?(이런다)

우. 낮잠을 한두시간 자는 걸로 괜찮아지는 건 아닌데… 규칙적으로 푹 주무셔야 하는데… ._.) 그치만 니드주도 스스로 어른이니까 꼬옥 믿도록 할게요.

...까지 쳤는데 삼십분 졸고 온거 실화인가? 안되겠다. 답레는 내일 일어나서 드리도록 할게요. 으, 졸려… 답레는 다 읽어봤는데 오히려 너무 좋아요! 카이가 마구마구 급발진할 계기를 마련해주시는군요! 짱! 내일 열심히 날뛰도록 하겠습니다. 니드호그 하운드는 쓰레기같을수록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나니 꼭! 쓰레기처럼 굴어주세요. 짱. 너무 좋아요. 최고.

니드주도 오늘 하루 고생하셨어요! 푹 주무시길 바래요 :)

90 ◆fsROLXEJ.E (9nS3kVuYnU)

2023-10-27 (불탄다..!) 03:53:50

어이구야 얼른 푹 주무세요. 좋은 꿈 꾸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잘자요.

70%면 꽤 많이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 혹시 제가 모르는 사이에 기준이 되는 퍼센티지가 올라갔나요?:0 아닌 것 같은데.(흠티콘) 아마 실내에 계실 때 비가 온 거 같네요. 그래도 비 안맞고 오셨다는 점에 의의를 두도록 합시다. 사실 이렇게 말했지만 저희 쪽도 약 한시간? 두시간? 정도 천둥 치면서 쏟아졌던 수준이라..(흠티콘 2차) 아냐ㅋㅋㅋㅋㅋㅋ왜 그걸 받아들이시는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내용이 여유롭다못해 완전 바뀐거잖아요ㅋㅋㅋㅋㅋㅋ아잇 정말ㅋㅋㅋㅋㅋㅋㅋ

괜찮습니다. 카이주 말대로 스스로 어른이니까 언젠간 돌아올 수면패턴을 기다려볼 생각이에요. 안되면 억지로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니다. 걱정마세요(부둥부둥)

카이가 날뛴다구요? 굉장히 좋네요. 마음껏 날뛰렴. 카이야(앤캐 쓰담)(앤오도 쓰담) 단어 선택이ㅋㅋㅋㅋㅋㅋ아니 쓰레기가 맞기는 한데 뭔가 뭔가에요ㅋㅋㅋㅋㅋㅋ하지만 열심히 쓰레기처럼 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마음에 드셔서 다행이구요!

91 ◆7QNHaMmgiU (7PjbUxuUpI)

2023-10-28 (파란날) 02:11:56

"……농담, 아니잖아."

네가 케이크고, 내가 포크이기 때문에. 이유가 이렇게나 명확한데, 왜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괜스레 속이 답답해져오는 기분에 애꿎은 술잔만 비워낸다. 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제 뜻을 감추려는 시늉이라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건 내 앞이라서인지, 시간이 흐르며 바뀐 건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숨 내쉬며 앞머리 반쯤 쓸어넘기다 푸르르 털고는 다시 머리 가다듬는다.

"말 그대로야. 너는 케이크고, 나는 포크니까. 붙어있어서 좋을게 뭐가 있겠어."

짐짓 태연한 척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술잔 가장자리를 매만지는 검지 끝이 복잡하게 꼬인 속을 드러내는 듯 하다. 그 날의 기억은 이제 와서 하나하나 되짚어보기엔 다소 흐릿했지만, 적어도 너를 덮치던 그 학생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깨진 유리파편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내가 언제든 그렇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당장 지금도, 이 향에 숨이 막힐 것만 같은데. 네게 드러나지 않도록 숨죽이며 목울대 한 번 울렁이고 나서야 겨우 말 잇는다.

"내가, 언제든 너를 덮쳤던 그 자식처럼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 지금 네게 가장 위험한 건…, 나야."

물론 다른 케이크도 네게는 똑같이 위험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제일 가까우니. 뒷말 덧붙이고는 제 잔에 스스로 술 따라낸 뒤 한 잔 더 들이킨다. 착잡한 속을 달래기 위함이라지만 빠른 감이 없잖아 있지. 벌써부터 취기가 올라오는 듯해 뜨거운 한숨 내쉰다.

//반응할 것만 반응하다보니 좀 많이 짧아졌네요…!! 1000자 아래인 것 같은데 ._.) 짧은 답레를 들고 온 걸 용서해주세요orz
왜 할 거 다 하고 오면 매일 이 시간인 걸까요. 일단 답레만 먼저 써놓고, 잡담은 야식먹고 와서 천천히 답장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졸려서 바로 자러 갈 수도 있지만요. 이따 봐요!

92 ◆fsROLXEJ.E (Sb7lH/Kg5o)

2023-10-28 (파란날) 02:25:10

답레 길이야 저도 불과 몇레스 전에 짧게 드렸는걸요:) 짧아도 충분히 내용들이 잘 담겨 있으니 괜찮습니다. 너무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써지는 만큼 답레 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늦게까지 수고하셨습니다(쓰담쓰담) 잡담은 천천히 주시고 졸리시다면 주무시고 나서 내킬 때 답 주세요. 저는 카이주가 잡담이랑 일상 핑퐁하는 게 즐거웠으면 하는 바램이니까요(__) 혹시나 자러가실 수 있으니 잘자라는 인사 미리 드릴게요. 이따가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제 답레도 천천히 드리겠습니다!

93 ◆fsROLXEJ.E (Sb7lH/Kg5o)

2023-10-28 (파란날) 14:50:24

오늘따라 술이 더럽게 맛없다. 비워진 잔을 채우지 않은 채, 니드호그는 좌석에 등을 깊게 기댔다. 이렇게 술이 맛없는 이유를 찾고자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끔찍하리만큼 익숙한, 속이 뒤틀리는 감각에 눈가를 찌푸리고 입매를 늘어트려 느른한 미소를 짓고 네 얼굴을 바라봤다. 어릴 때야 속내를 숨기기 위한 시늉을 하긴 했지. 법의 보호 아래 무지한 애새끼인 척 하던 탈은 그날 이후로 집어치우기로 했다. 그래. 네가 말도 없이 내 곁에서 도망쳤던 그날부터다.

"카이. 카이 윈슬로우."

잔에 채워진 맛대가리 없는 술을 입안에 털어넣은 뒤 깊게 좌석에 묻고 있던 상체를 테이블에 기대며 니드호그가 나긋하게 네 이름을 속삭였다.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 것처럼 시간은 지났지만 기억은 선명했다. 그 날의 풍경과 그 날의 공기에 선명히 맺혀 있던 새빨간 색과 썩은 생선과 흡사하던 비린내와, 제 몸을 덮치던 녀석의 표정과 그를 저지하던 네 모습까지. 너는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날 살갗을 찌르고 화상을 입은 것 같던 고통도 그 날의 풍경과 공기 하나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네가 나를 먹을까봐 걱정된다는 거야?"

다시 한번 담백하게 말을 지껄이며 니드호그는 웃음기 한점 없는 메마른 낯짝을 하고 있었다. 내가 케이크인 이상, 언제든 포크에게 공격 당할 수 있지만. 내가 니드호그 하운드인 이상, 어떤 사람도 나를 건드리지 못할텐데. 너는 그 사실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제 짐작했던대로 네가 말도 없이 도망친 이유라니, 어지간히 나를 무르게 보는 모양이지.

"언제든지 나를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一."

두번째 빈 병이 테이블 구석으로 밀어진다. 혀에 남는 술은 여전히 더럽게 맛없다. 쯧, 짧게 혀를 차며 니드호그는 손 뻗어 네 턱 아래를 감싸고 제쪽으로 끌어당겼다.

"너, 나를 먹지 못하잖아."

네 얼굴을 천천히 훑어내던 니드호그는 눈이 가늘게 접어내리며 눈웃음을 짓고 나긋하게 속삭였다. 윤곽을 확인하기라도 하는 양 반창고를 두른 제 손 끝으로 네 턱을 쓰다듬었다.

//이게 이게 맞나??(쪼그라드는 거북이) 늘 말했듯이 잇기 힘드시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쳐낼 건 쳐내고 반응할 것만 하셔도 괜찮으니 길이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__) 니드호그 하운드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제가 다 면목이 없습니다 따흑. 이따가 봐요:)

94 ◆7QNHaMmgiU (wVbvSV/PaE)

2023-10-30 (모두 수고..) 03:24:24

나긋하게 제 이름을 속삭이는 목소리가 부쩍 가라앉은 것처럼 느껴진다. 웃음기 한 점 없는 메마른 얼굴을 눈에 담으면, 그 순간 차라리 네게 시선을 두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마저 하게 된다. 저 표정. 저 느른한 얼굴. 저건 포식자의 표정이다. 케이크임에도 불구하고, "니드호그 하운드"라는 사람이기에 지어보일 수 있는, 태생부터 타고나길 포식자로 운명지어진 자만이 그려낼 수 있는 낯. 저 표정을 지은 이후면 꼭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지곤 했는데.

다시 한 번 목울대가 울렁인다. 어느새 병은 두 개째 비워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비워낸 술조차도 네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것 같아서, 눈동자를 굴리며 어떻게든 말을 돌리려던 그 때 갑작스레 턱이 붙잡히고, 네 쪽으로 몸이 끌려간다. 막을 틈도 없이 일어난 일에, 뒤이은 말에 눈 동그랗게 뜬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나를 너무 무르게 보는거 아냐? 나한테 그렇게 물어뜯겨놓고도 정신을 못 차렸어?"

흔들린 것도 잠시, 반창고를 두른 손임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쳐내고 나면 감정은 낯 위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춘다. 피해서 될게 아니라면 차라리 사정없이 내치는 것이 낫다.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내고자 만든 자리 아닌가. 네 두 눈동자를 직시하는 눈길이 곧다. 네가 호랑이를 만들어낸다면, 나는 기꺼이 그 호랑이의 아가리에 들어가 누구도 다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리라. 그것만이 너와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으로서의 의무라 여겼으므로.

"내가 오늘 내내 충동을 참아왔고, 지금 이 순간도 참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니드호그 하운드."

짐짓 너를 물어뜯기라도 할 것처럼 위협하는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술잔에 술 따라내면 정적을 파고드는 낙하하는 액체의 소리만이 선명하다. 술잔 집어들어 목으로 뜨거운 불을 삼켜내는 도중에도 투명한 잔 너머로 네 시선 마주한다. 그래, 이 이상 네가 나를 파고들기 전에, 더 많은 것을 알아내서 사이가 가까워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기 전에 그만둬야 한다.

적어도, 내가 '식사를 하지 못하는 케이크'라는 걸 네가 온전히 알기 전에는.

95 ◆7QNHaMmgiU (wVbvSV/PaE)

2023-10-30 (모두 수고..) 03:29:05

와. 새로 산 미연시 하고 약속 쳐내고 오니 이틀이 후딱 가버렸다... 퇴사 후의 휴일을 제대로 즐겼네요. 이제 내일부터는 단기알바 신청도 하고, 이직할 자리도 알아보고, 언어 공부도 하면서 정말 충실한 나날을 보내겠어요! 는 일단 좀 자고... 자고... 자고(?)

하지만 100% 알아듣는 척척박사...는 아니고 척척학생이 되고 싶은걸요. 그러면 사실 수업이 필요없겠지만요. 역시 욕심이겠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연한 사고는 현대인의 기본 소양이랍니다(니드주: 그게 맞아요?)

힝... 그럼 저도 수면패턴 돌리도록 노력할테니까 니드주도 같이 노력하시기에요! 저도 이제는 늦어도 세시 전에 자보려고요. 오늘은 쪼끔 많이 늦었지만은...( ._.)

그래서 마음껏 날뛰는 카이를 가져왔습니다. 굉장히 싸늘하고 뾰족한 느낌으로 가져왔는데 어떻게 만족스러우실지 모르겠네요. 니드주 눈에는 뭘 해도 그냥 귀여워보이려나...? 이게 또 본편이랑은 다른 혐관의 맛인데, 니드주 입맛에 맞길 바랄 뿐이에요. 일단 저는 쓰면서도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음, 우마잉. (카이주 특: 혐관 좋아함) 쓰레기공도 그래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혐관만큼 맛있고 K-커뮤러의 리비도를 자극하는 컨텐츠가 또 없다(니드주: 그게 맞아요?2)

96 ◆fsROLXEJ.E (Ejp9vPpNvI)

2023-10-30 (모두 수고..) 03:39:07

자다가 깼으니 수면시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답레 확인했고....내 앤오님이 나를 너무 잘알아. 제 눈에는 앤캐가 무슨 짓을 해도 귀여워요. 아이 귀엽다 내 앤캐(쓰담쓰담)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잡담도 자고 일어나서.....횡설수설 안하고 오타 안내려고 눈에 힘주니까 눈이 부시네요 아이고 난. 일단 저도 다시 잘게요 좋은 꿈 꾸시고 제가 카이주 많이 좋아해요

일어나서 이불킥 할 것 같은데 에이 몰라

97 ◆fsROLXEJ.E (djxB7xlVec)

2023-10-30 (모두 수고..) 13:45:42

카이의 대답에,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짧은 웃음을 터트린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도 못하고 흘려보낼 정도로 짧고 작은 웃음이었다. 내쳐진 손을 살살 흔들어보이는 꼴이 아프지도 않은 주제에 아픈 척하는 기색을 숨길 생각도 없어보였다. 곧 니드호그는 부러 키득거리는 웃음을 한번 더 터트렸다.

"그것도 물어뜯은 거였구나."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일정한 리듬으로 톡, 톡 두드리며 니드호그는 느긋한 어조로 어떤 필터도 거치지 않은 말을 담백하게 지껄였다. 가볍고 담백한 어조였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너와 재회했던 그 자리에서 세웠던 가설은 이미 사실이라고 확인했으며 네가 숨기고 있던 치부를 동의도 구하지 않고 까뒤집었다. 이미 서로가 잘 알고 있는데 숨겨봤자 뭐하겠어.

"사람을 어떻게 물어뜯어야할지 모르는 포크가 그렇게 말해도 전혀 위협이 안되는데."

그 때도 내가 어떻게 물어야하는지 알려줬잖아? 하며 느릿하고 낮은 웃음소리 끝에 니드호그는 질문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확인의 말을 뱉어냈다. 너의 책임지지 못할 친절은 내가 온전히 좋아하지 못하지만, 너의 견고한 인내심과 참을성은 분명 좋아한다. 그래서 그 견고함을 부수고 싶다. 이미 한번 내 손으로 부숴졌으면서 저리 날 세우고 아르릉거리는 게 제 눈에 짜증스러울만치 귀엽게 보였다.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으로 술병을 들어 제 빈 잔을 채우고 내려둔 니드호그는 곧은 시선을 피하는 기색없이 똑바로 바라보며 잔에 담긴 술을 털어넣는다.

"아, 그거 무섭네."

그날, 공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풍경이 어땠는지 상처입은 피부에서 어떻게 피가 흐르는지, 확산된 공포가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니드호그는 똑똑히 기억한다.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는 그날의 기억이 너와 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술잔을 한번 더 비워두고 음료를 마신 뒤에야 니드호그가 대답했다. 가벼운 대답과 담백하기 짝이 없는 낯짝이 긴장감이라고 한점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해봐. 지금."

여기서, 당장. 키득거리는 냉랭한 웃음을 흘리며 니드호그는 말했다. 내가 세웠던 가설에 대한 확인은 받았다. 네가 나를 그토록 필사적으로 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확인했다. 네 인내심과 참을성이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했었는데 그런 말을 한다면 역시 확인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 아닌가.

98 ◆fsROLXEJ.E (djxB7xlVec)

2023-10-30 (모두 수고..) 13:59:23

개쓰레기 니드호그(진심) 그리고 나는 새벽에 무슨 소리를 한 것인가. 죽여줘....창피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거북이) 창피함에 하이드를 하고 싶어도 비밀번호를 새까맣게 까먹어버려서 하지 못하니까 아주 창피해 죽겠어요;-;)(창피해서 언어 구사력이 떨어져버림)

>>95 새로 나온 미연시....?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제가 지금 데스트탑은 커녕 노트북도 없는 핸드폰 온리인 사람인지라 궁금해하기만 하겠습니다(카이주:대체 왜 그러세요?) 휴일을 즐겁고 재밌게 보내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엗 벌써요?:0 저는 한달동안 팽팽 놀면서 게으른 나무늘보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찔리는군요. 이사 마무리 지어지면 저도 재취업을 해야겠습니다. 앤오님을 본받아서(결심!) 일단 푹 주무세요(뽀담)

꼭 100% 완벽하게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거에요. 그리고 원래 궁금한 게 조금이라도 있어야 공부할 맛이 나잖습니까 껄껄.
아니 그거 거기에 써먹는 말 맞아요??:0 얼라리요? (혼란함에 휩싸인 거북이)

아잇 힝하는 앤오님 귀엽다. 오랜만에 봐도 귀엽다(쓰담뽀담) 알겠습니다. 같이 노력하기로 해요:) 하루 정도는 늦어져도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시구요.

날뛰는 카이 너무 좋아요. 짜릿해 언제나 새로운 맛이야(와인잔을 들고 캬하는 짤) 위에 말했지만 내 앤캐는 뭘해도 귀엽지만 오늘도 귀엽군요.
제가 아는 혐관은 조금 더 치고받고 으르렁거리면서 서로를 조리돌림하지 못해서 안달난 그런 거였는데 이것도 혐관이 되는군요?(혐관을 잘못 배운 나쁜 예) 오....그거 맞아요??(어리둥절) 제 상판과 커뮤경력이 짧아서 그런가, 맞나? 엥??

답레랑 잡담을 오후에 올리긴 했는데 일어난 시간은 오전 8시였고 그때 쓴 답레가 지금에서야 완성되었네요. 아침은 사람의 뇌가 퇴화하는 시간인데 왜 사람은 오전에 움직여야할까요 이해가 안돼(뭔) 어쨌든 니드호그 하운드의 행동이나 대사가 카이주 입에 맞는 개쓰레기처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주시는 건 천천히 시간되실 때 이어주세요:)

99 ◆fsROLXEJ.E (QDljmAurf.)

2023-11-01 (水) 22:41:48

11월달이 되었습니다. 저는 슬슬 이사할 집을 찾았으며 더 추워지기 전에 이사할 생각에 평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이번년도도 벌써 두달남짓 남았네요. 카이주와 이곳에서 다시 만났던 것도 얼마전같은데 말이에요:) 아직 한참 남았지만 오늘따라 쌀쌀한 가을 날씨에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기분에 카이주가 저랑 있을 때 즐거우신지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하네요.

지금쯤이면 푹 쉬시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아니라면 힘내시길 바랍니다;-;)(쉬고 계셨으면 좋겠지만요) 너무 떠내려가기 전에 한번 끌올하고 갈게요. 좋은 하루 되시고 나중에 봐요!

100 ◆7QNHaMmgiU (G/pxnE32Jo)

2023-11-02 (거의 끝나감) 03:11:22

사람을 어떻게 물어뜯어야할지 모르는 포크가 그렇게 말해도 전혀 위협이 안 되는데. 그 문장에, 순간 공기마저 멈춘 것처럼 입도 함께 닫힌다. 이어지는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확인에 가깝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내게 대체 뭘 얻어내려고.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낯빛 너머로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소용돌이친다. 몇 번이고 들었던 목소리다. 억누르고, 타이르고, 끝내는 부정하던 목소리.

'평범하게 사는 건 어려운게 아니야.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어려운 거지.'
'그러니 그저 아무 문제 없이, 조용하게.'
'다른 애들처럼만 지내면 돼.'
'우리 딸은 똑똑하니 잘 할 수 있을거야. 그렇지?'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운 말은 아니잖니?'

눈동자에 서려있던 명백한 공포를 기억한다. 완벽한 집의 완벽한 딸, 그 사이에 생긴 견고한 균열. 무슨 수를 써도 다시 메꿀 수 없을 틈은 불안을 먹고 자라 어머니를 잠식했으니. 몇 번이고 그 날의 일은 잊으라고 했다가도, 한 편으로는 그 날의 일을 기억하며 조심하라는 말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기억은 갈 길을 잃고 손틈 새로 흩어져갔다. 끔찍하도록 선명한 이명이 귓가를 사이렌처럼 울려댄다.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없어진 순간, 양 손으로 테이블을 소리내어 내리치며 네게 내뱉는다.

"내가 왜."

씹어뱉듯 내뱉은 목소리의 떨림이 여실히 드러났으나, 그마저도 알지 못한 채다.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며 겉옷 주워 팔에 걸친다.

"내가 왜, 뭐가 좋다고 네 장단에 맞춰줘야 하는데? 끔찍한 소리 하지 마, 니드호그. 계획은 다시 생각해볼거야."

한시라도 빨리 이 갈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갈망은 무용한 것이다. 네가 없던 지난 몇 년간 지독히도 잘 배운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대로 집에 가서, 어떠한 욕구도, 끓어오르는 열기도 없는 무감한 상태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공허는 이미 제 요람이 되었고, 누구도 그 벽을 깨고 들어오게 내버려둘 생각이 없으니. 가방까지 챙기고 나면 네 쪽으로 고개 돌린다.

"…가야겠어. 너랑 더 있으면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을 것 같아."

101 ◆7QNHaMmgiU (G/pxnE32Jo)

2023-11-02 (거의 끝나감) 03:22:20

드디어 100!을 채웠네용(흐무룩) 저는 요 며칠 지독한 불면증과 위염이 겹쳐서 약을 달고 살았으며…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조금 죽을 것 같은 상태긴 한데 일단은 살아있습니다(니드주: 뭐야 제대로 살아나요)

하지만 니드주의 패턴은 뻔히 보이는 걸요! 카이가 무슨 짓을 해도 귀여워하실거죠! 아방수처럼!(?)(하지만 일단 카이sd인형에 쓰담쓰담은 받게 함)

아니 뭐 저희가 서로 좋아하는 건 이미 공설 아니었나요? 새삼스레 하이드까지… 쥐구멍 들어가지 마시고, 등껍질에 숨지 마시고, 하이드하겠다고 하지 마시고 양지바른 곳으로 어여 나오세요 앤오님(부둥부둥)

새로 나온 미연시는 아닌데, 그 옛날에 있잖아요. 그… 사*의 노래라고. 그거 리마스터판이 스팀으로 나와서 하고 있었어요. 사*짱 귀여워… 휴일을 아주 즐겁게 보내고 나니 어쩐지 몸이 개판이 나서 방전되긴 했지만요. 와중에 가족행사갔다가 먹은게 얹히기까지 해서 두 배로… 우우욱.(대충 카이주 죽어가는 소리) 니드주랑 다르게 저는 본가가 이사가는거고 부모님의 행정처리에 버스태워지는 입장이니 취업 준비에 전념할 수 있으니까요. 사정이 다르죠! 니드주는 더 푹 쉬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ㅂ')99

오. 그러네요. 궁금한게 조금이라도 있어야 공부할 맛이 난다… 좋은 말이에요. 에이 맞아요 맞아요 저를 믿으세요. 자, 이럴 때는 뭐다? 카-멘(사2비 아닙니다)

저야 늘 멋지고 귀여운 치와와죠!(당당!) 는… 요 며칠 불면증때문에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제가 몇 시에 제대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지금도… 이미 잤어야 할 시간인데. 우우. 약 먹고 네시 전에는 자보겠어요!

아. 이 유열을 즐기는 금태양 니드주 어쩔거야(끅끅 웃음) 제가 좀 독기 품은 캐릭터 굴리는 것도 좋아해서 이런게 재밌네요. 카니카 배틀물이나 대립물같은거 한번 au로 해야겠어요. 니드호그 맥클레인vs카이 윈슬로우라든가. 사실 지금은 혐관이라기보다는 좀… 대립 정도에 가깝죠? 가짜 혐관? 같은 느낌이려나(흐무룩) 니드호그 하운드의 대사는 충분히 제 입맛에 맞는 개쓰레기처럼 보이니 짱! 좋답니다. 최고.

그리고 이사할 집 찾은거 축하드려요! 니드주와 같이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니드주도 현생 일 잘 처리되고 하는걸 보니 기분이 좋네요. 저는 니드주랑 같이 있으면 항상 즐겁죠. 당연히요! 자주 못 들어오거나, 같이 있을때 처져보인다면 그건 철저히 제 질병 탓이매(...) 나쁜 정병! 물러가라 때찌때찌! 하시면 됩니다. 사실 요 며칠은 정병보다는 위염에 시달렸지만요. 으으. 위염 죽어…

잡담으로 갱신해요. 나중에 봐요!

102 ◆fsROLXEJ.E (vZs6SYfkl2)

2023-11-02 (거의 끝나감) 15:36:56

네 기분 한번 살피지 않고, 동의 한번 구하지 않고 무거운 문장을 가볍게 지껄여댄 주제에 느긋하고 여유로운 낯짝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네 표정이 변화하는 걸 바라보는 시선은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머무르는 낯짝과 다르게 웃음기 한점 없다. 한가득 잔에 채워진 술을 입안으로 털어넣을 때쯤, 네가 거세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놀라거나 할 법도 한데 눈도 한번 깜빡이지 않고 다시 술을 빈 잔에 채운다. 니드호그는 그런 네 행동을 이해할 것도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이해라기보다 학습에 의한 결론의 도출과 비슷했다. 그러나, 너의 그 왜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마 평생 내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카이 윈슬로우."

맞아. 네가 내 장단에 맞춰줄 필요는 없는 거지.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고 이해하는 것과 지금의 행동을 이해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나는 너를 또 도망치도록 내버려둘 생각이 없다. 여기서 너를 순순히 놓아준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 네 이름을 부르는 제 목소리와 테이블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느긋했다.

"왜 그렇게 감정적이야? 냉정해지자고."

딱,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입매를 아래로 느른하게 늘어트리는 느슨한 미소를 지으면서 니드호그가 느릿하고 여유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창백한 카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여전히 속을 알기 힘든 빛을 띄고 있었다. 니드호그는 곧 입매를 히죽- 당겨올려 능청맞은 미소를 짓고 속삭이듯 말을 뱉어낸다.

"앉아.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짐짓 친절한 억양이었지만 속삭이듯 뱉어낸 말은 명백한 명령이다. 내 말을 네가 온전히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정확하지도 못한 확신이다. 그래도 네가 다시 도망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한번쯤은 순순히 놓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 잔과 네 잔에 술을 따르며 니드호그는 생각했다.

//답레가 또 천자 아래로 떨어졌어....;-;) 짧은 답레를 들고 와서 죄송합니다. 니드호그 하운드가 어떻게 해야 카이를 붙잡을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이하 장렬하게 패배했다는 레스) 아래로는 잡담 이을게요(시무룩)

103 ◆fsROLXEJ.E (Wzliz3sUoA)

2023-11-02 (거의 끝나감) 15:57:33

>>101 그렇습니다 드디어 100을 채웠습니다 빠밤!(팡파레 터트림) 엍? 뭐라구요? 앤오님이 아프시다구? 아이구 완전히 부활하신 뒤에 오셔도 됐는데요..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뽀담)

카이가 무슨 짓을 해도 귀여워하고 예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앤캐는 원래 예뻐하고 귀여워하고 뭘 하더라도 어화둥둥해야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니 카이가 니드호그의 뺨을 찰싹 치면서 정말 싫어! 라고 해도 귀여워할 자신이 있습니다(진지) 아방수....?:0 (이거 맞아요?)(카이sd인형을 쓰담쓰담함)

우와아...이걸 다이렉트로 꽂아버리시네.....게다가 탈주로까지 원천차단해버리시네...우와아...(부끄러워서 어쩔줄 모르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거북이가 되어버림) 아니 뭐 아니 공설까지는 모르겠고 그치만서로좋아하는건맞지만그게그것이(왱왈왱왈)(고장남)(그러나 부둥부둥은 받음)

오.....알 것도 같고? (흠티콘) 아니 진짜 괜찮으세요? 맨위 레스에도 말했지만 무리 안하셔도 되니까요. 건강 챙겨주시고 수면도 챙겨주세요. 앤오님이 건강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저는. (죽어가는 카이주를 토닥토닥) 여기서 더 쉬면 제가 정말 방구석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살찐 거북이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ㅋㅋㅋㅋㅋㅋㅋㅋ오래 쉬면 되려 안좋기도 하구요. 그래도 카이주가 그렇게 말하시니까 이사 완료한 뒤에 천천히 재취업하도록 할게요:) 카이주도 구직활동 화이팅입니다. 꼭 정시출퇴근을 하고 야근없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길 바래요.

우리 멋지고 귀여운 치와와 앤오님은 말하신대로 네시 전에 잠드셨으려나 조금 걱정되지만 너무 걱정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걱정하도록 하겠습니다:D

금태양이라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유열을즐기지만 금태양은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카이주랑 같이 손잡고 하는 거니까 유열이여도 좋은겁니다(파워당당!) 카니카 배틀? 대립? 제가 전투씬도 못하고 심리묘사도 개판인데 정말로 하고 싶으신가요? (진지해짐) 저는 독기 품은 캐릭터든 뭐든 카이주가 돌리시는 거면 다 좋습니다(뭔) 으으음, 조금 더 혐관에 가깝게 굴리는 게 좋을까요....(곰곰) 제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혐관 파워는 이게 끝인것 같은데(?) 이게 다 카이가 귀여워서 그래요. 아무튼 그럼.
(거기서 니드호그 맥클레인이 나올줄 몰랐다. 걔 성격이 어땠더라?:0)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카이주가 하고 싶은 관계성이나 상황 모두 해보도록 하죠 뭐. 개쓰레기다운 대사라고 해줘서 감사..응? 감사합니다(기분이 이상함)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우시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저도 항상 즐거워요. 많이 좋아하구요. 그냥 니드주가 또 가을타서 헛소리하시는군 하면서 넘겨주세요 껄껄.
앤오님이 얼른 회복하셔서 한결 나아지시길 바라겠습니다;-;)(뽀담쓰담) 일어나셨을 때 한결 몸상태가 나으시길 바랄게요. 나중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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