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슬쩍 네 눈치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너와 친한 듯한 동기들의 표정들이 변해가고 그 분위기가 제 주변의 동기들에게까지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술기운에 정신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맨정신이었다면 건너편에서 동기가 뱉어내는 필터링 없는 말을 그대로 들었을테니까. 아래로 축 늘어진 눈썹에 당황하다 잔 안의 술 털어내는 너를 보며 느릿하게 눈 끔벅인다. 이미 반쯤은 정신이 빠진 듯 행동이 느릿하기 그지없다.
"잘…, 못 지냈어? 설마?"
너라면 어디서든 잘 지낼 줄 알았는데. 말 덧붙이며 웃어보이는 눈가가 술기운에 붉다. 경쾌한 어조에 한층 긴장이 풀린 것 또한 큰 몫을 했을테다. 어떻게 저를 붙잡아둘지 고민하고 있는 네 음험한 머릿속은 꿈에도 모른 채 넘치도록 술을 따르다, 동기들의 제지에 겨우 술 따르던 손을 멈추고 나면 네가 제 자리로 오는 것에 눈 동그랗게 뜬다. 잠깐만,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네가…, 네 향이, 꼭 나를 덮칠 것처럼 쏟아져내려서.
"…으응, 고마…워."
하지만 여기서 거절하는 것도 분명 이상해보일 것이다. 차라리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 하다 술에 취한 것을 핑계로 집에 일찍 들어가는게 낫겠지. 완전히 그릇된 판단을 속으로 내리며 네게 애써 평온한 미소 지어보인다. 잔 맞부딪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아냐, 나 안 취해서…. 안 데려다줘도 되는데."
잔 맞부딪히자마자 얼떨결에 네 페이스대로 급하게 술을 비우고 나면 얼굴 붉어진 채로 느릿하게 말 잇는다. 취하지 않았을 리 없는데도 얄팍한 핑계를 대며 너를 밀어내는 건 네가 옆자리에 앉자마자 온통 밀려오는 향 때문이다. 이 향만 아니라면 조금 술이 깰지도 모르는데. 향이, 잔뜩 밀려와 속을 온통 들쑤신다. 공기에 술이라도 탄 것마냥 점점 머릿속이 들뜨고 흐릿해지는 느낌. 정신을 차리려 가볍게 머리 내젓는다.
"그리고 나 집, 여기서 멀어서…-" - 야! 얘 완전 거짓말이야. 너 자취방 여기서 10분 걸리잖아.
동기가 제 옆구리를 쿡, 찌르며 거짓말을 들춰내면 동기들이 와르르 웃는 것에 뺨이 잔뜩 달아올라 붉어진다. 이미 붉었지마는, 더 붉어졌으니 붉어졌다 하자. 그 근처에서는 아까 필터링 없는 말을 내뱉었던 동기가 작은 목소리로 니드호그에게 야, 차였냐? 라고 묻는 중이었으나 이쪽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못 듣길 다행이지.
//외근다녀오고 너무너무 졸려서... 간단하게 답레만 쓰고 가요. 니드주도 오늘 하루 수고하셨고 푹 쉬세요! 잡담은 다음번 레스에 한꺼번에 달게요 :) 잘자요!
제 곁에서 도망쳐놓고 이제껏 잘만 지낸 것 같아보여서 니드호그는 어울리지도 않는 감정을 느꼈다. 질투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어찌됐든 너는 이제껏 잘만 지냈나보다. 카이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앉고 나서야 니드호그는 들렸던 말에 대해 대답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잘 알고 있네."
잘 지냈지. 잘 지냈고 말고. 니드호그는 경쾌하게 흥얼거리는 어조로 말을 덧붙히며 잔을 한번 더 비워냈다. 술 한방울 남아있지 않은 빈 잔을 지긋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가볍게 기울여진 고개와 함께 능청스레 가늘게 휘어진다. 시간이 지났어도 내 앞에서는 그날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고. 이렇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 이번에야말로 너를 어떻게 내 옆에 붙잡아둘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내가 꽤 쓰레기처럼 느껴지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내가 쓰레기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지만서도.
"뭘, 친구잖아. 우리."
고맙단 말에 니드호그는 가늘게 능청스레 휘어진 눈매로 카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상쾌하게 웃어보였다. 잔을 맞부딪히며 경쾌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게 다른 동기들의 눈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반가워하는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런 웃음과 태도에 동기들의 표정은 또 저렇게 얼굴값하는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한다며 흐릿한 불쾌감을 띈 표정과 단순명쾌하게 그저 부러워하는 눈빛을 숨기지 않는 표정, 그리고 그런 태도에 익숙해졌다는 양 무심해보이는 표정까지. 명백하게 구분지어져 있었다. 술에 취해 흐릿해진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테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그런거니까 너무 거절하지 말아주라. 응?"
네가 뱉는 말이 얄팍한 핑계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밀어내는 태도를 보면 피하고 싶다는 뜻이 명백하게 섞여있어서 니드호그는 눈에 빤히 보이는 변명에 웃음이라도 터트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쩜 이럴까. 확 잡아먹어버리고 싶게. 잡아먹으면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서도 절로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니드호그는 일부러 테이블에 팔을 기대고 다른 팔로는 카이의 어깨를 감싸고는 고개를 기울이며 우리 친구잖아, 하는 말을 작게 속삭였다. 나긋하고 다정한 속삭임과 다르게 똑바로 마주치는 눈동자는 다정함과 거리가 멀었다. 내가 다시 도망치게 둘 리가 없잖아. 여전히 어깨에 팔을 두른 채, 제 잔과 카이의 잔을 채우던 니드호그의 시선이 동기에게 향했다. 아주 잠깐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던 얼굴에 얼굴값한다는 감상이 나올만큼 상쾌하고 능청스러운 미소가 걸린다.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 어쩔 수 없지. 카이는 자취방까지 내가 책임지고 데려다주는 걸로 할게. 괜찮지?"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니드호그는 여전히 카이의 어깨에 한팔을 두른 채로 잔을 비우며 흘끗 쓰잘데없는 소리를 지껄인 동기를 곁눈질하다가 눈을 찡긋해보였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차였을리가.
//계획적인 광공이 그냥 집착광공으로 변모해버리는 것을 본 니드주의 심정을 고하시오. 제가 말했던 니드호그 하운드의 이미지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서 카이주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도게자) 혹시 마음에 안드시는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ㅠㅠ....답레가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현생을 사시느냐고 고될 카이주에게 제 답레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어요(__)
너무 아래로 내려갔으니 올려놓을 겸 갱신하겠습니다. 저는....이번달을 마지막으로 퇴직을 하기 때문에 이사할 집을 찾느냐고 휴무가 부동산 방문으로 인해 공중분해되어버리는 날과 출근하는 날을 반복하고 있습니다.(고되서 죽을 것 같은 거북이) 카이주의 현생도 고될거라고 예상하는데, 혹시 올린 답레에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주저없이 말씀해주시고.. 현생 이슈로 오기 힘드시다면 그것도 가감없이 말해주세요. 들렀다가 가겠습니다.
죽...을 것 같아요... 다른 건 아니고, 제가 이번 달 내내 어쩌다보니 주7일 출근을 하고 있어서...(파스스) 이러다가는 수습 3개월 끝나거나, 혹은 끝나기도 전에 퇴사하게 생겼는데. 일ㄹ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당분간 현생이 이런 관계로 답레가 느릴 것 같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사실 지금도 꽤 많이 졸려요. 올린 답레에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아닌데, 정말 말 그대로 답레 달 짬이 나지 않아서 답을 못하는 상황인지라... 간단히 상황 말씀드리러 왔어요. 말이 조금 조급하고 두서가 없다면 ㅃㄹ리 이 말을 치고 자러 가야해서+졸려서일겁니다. 너무 내려간 것 같아서 올릴 겸 오기도 했구요. 이사갈 집 잘 찾으시길 바래요. 퇴직하고 나면 제 몫까지 꼭 쉬어주시구요...(눈물) 그럼 자러 가보겠습니다. 아마 내일 저녁에는 시간이 날 것 같은데, 그 때 가능하다면 답레를 달아볼게요. 나중에 뵈어요...o<-<
소식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주7일 출근이라니요...? 세상에 내 앤오 죽겠다. 이녀석들아.(광광 움) 7일 출근이니만큼 돈은 많이 벌겠지만 건강을 해칠까봐 너무 걱정이 되네요. 돈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인 법이거늘..(안쓰러움)(뽀담뽀담) 이사할 준비는 퇴사하고나서 제대로 준비할 생각이다보니 발품 파는 게 너무 힘들 뿐, 퇴직을 앞둔 사람은 아무것도 무섭지 않답니다(아닙니다) 푹 주무시고 답레도 좋지만 시간이 나실 때 건강을 쬐끔이라도 챙겨주세요. 답레를 쓰는 게 의무가 되지 않는 게 좋으니까요.지금 저도 퇴근하고 나서 정시니가 한개도 없는 상태라서 횡설수설하는 것 같으니 피차일반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흑흑. 그래도 카이주 봐서 좋다는 말은 덤입니다. 날이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해졌으니 감기 조심하시구요. 푹 주무시고 계시길 바랍니다.
술에 취해 눈가가 붉었음에도 건네는 말에는 한치 흔들림 없다. 이미 정신은 취했으나, 이 한 마디를 위해 잠시 정신을 다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말만큼은 오롯한 제 진심이었으니까. 주변 동기들에게서 뭐야? 하고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으나 취한 정신에 그것까지 신경쓸 수 있을 리 없다. 곧 네 향이 저를 덮칠 것처럼 쏟아져내리는 것에 그럴 여유마저 사라지기도 했고.
친구임을 강조하며 지어보이는 웃음은 여전히 제가 기억하던 것 그대로라서, 오히려 경계심만 심해지고 만다. 저 웃음을 거스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미 가까운 곳에서 너무 많이 봐왔으니까. 너는 정말 여전하구나. 이런 점에서는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어. 제 어깨를 감싸고 나지막하게 속삭일 때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고 싶어졌으나 애써 눌러삼킨다. 이 이상으로 옛날의 너를 상기시키는 말을 꺼내봤자 도망갈 구석만 사라진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다정함과 거리가 먼 네 성정을 일찍이 알고 있었기에 일단은 순순히 네 말을 듣는 것처럼 고개 끄덕인다. 집에 갈 때 기회를 봐서 빠져나갈 수밖에.
"정말 괜찮은데…, ……그렇다면야. 잘 부탁해."
한 번 더 거절하려다 네가 어느 동기를 곁눈질하는 걸 보자마자 어물어물 말 덧붙인다. 여기에서 거절한다면 저 동기에게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잠시 술렁이던 테이블의 공기가 네 말로 일단락되면 과대가 분위기를 전환하듯 잔을 들어올린다. 저마다 와글와글 웃으며 짠! 하고 잔을 맞부딪히고, 저 역시 잔을 들어올려 네 손에 들린 잔에 대충 부딪힌 다음 단번에 술 들이킨다. 이 상황을 맨정신으로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술에 취하는 편이 마음 편할테니까. 이미 취한 정신에 더한 취기가 들이부어진다.
…그 결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취해 꾸벅거리는 카이 윈슬로우가 네 손아귀에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른 동기들도 이미 절반은 술독에 빠진 듯 했으니 너를 방해할 이는 없을테다. 슬슬 파해가는 분위기의 술자리 한복판에서 술에 취했는지, 잠에 취했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몇 분에 한 번씩 꾸벅이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이면 헤실거리며 웃는 모습이 무방비하기 짝이 없다.
"나 집에 가야하는데…. 이불이 날 기다리는데."
근데 너 진짜 좋은 냄새 난다. 향수 써? 잔뜩 풀린 표정으로 웃으며 웅얼거리고는 네 품에 기대어 깊게 숨 들이마신다. 좋은 향이 난다. 좋은 향이라기보다는, 맛있는 냄새에 가까운게…. 배고파지는데. 이미 불판의 고기는 다 떨어진지 오래다. 자각 없이 혀를 내어 아랫입술 핥는다.
//하지만 제가 그 집착광공을 맛있게 먹고 있다면? 어떤 광공이든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다면? 그러니 그 도게자를 받아줄 마음이 없다면? 어쩔 셈이죠?(이러기) 마음에 들지 않을리가 없잖아요. 니드주가 만들어낸 니드호그 하운드인걸요. 저는 너무 좋아요. 진심으로요. :> 니드주의 답레는 현생에 내린 한 줄기 비같은 글이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오히려 늘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답니다 :) 저야말로 답이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갱신하고 가요!
카이의 말로 주변에 크지 않은 파문이 일어났다. 그건 니드호그에게도 마찬가지라, 들려오는 동기들의 의문 섞인 웅성거림에 니드호그는 형용하기 힘든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쪽 눈썹을 가벼이 치켜올린 채 어느새 술로 채워낸 제 잔을 비워냈다. 그 말은 그저 빈말일까. 그것도 아니면 취했기 때문에 하는 진심일까. 그래도 그 말이 빈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손에 쥐기 쉬운 것보다 손에 쥐기 어려운 쪽이 더 재미있는 법이니까.
어깨를 감싸고 속삭였을 때, 보인 표정을 다정하게 속삭이는 어조와 달리 무감한 시선으로 똑바로 바라보던 니드호그가 웃음기 없이 그저 느릿히 눈매를 가늘게 떴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습이다. 삼켜낸 말이 무엇인지 니드호그는 알 것 같았지만 대꾸없이 순순히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웃음기 없이 가늘게 뜨고 있던 눈매를 펴며 능청스러운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역시 그때도 지금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너뿐이야. 이번에는 절대 내 곁에서 도망치게 두지 않을테니까. 잘 부탁한다는 카이의 말을 들은 니드호그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능청스럽게 웃었다.
과대의 건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자리가 무르익어갔다. 도망치게 두지 않을 거라는 마음을 대변하듯 니드호그는 카이의 어깨를 감싼 팔을 내리지도 않은 채, 술잔을 연거푸 비워냈다. 동기들보다 딱 한박자 정도 빠른 템포였음에도 동기들의 대부분이 벌개진 얼굴로 얼큰하게 취했음을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니드호그는 취기 하나 없이 말짱한 얼굴로 취한 채 헤실거리고 있는 카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술병을 비우고 있었다. 이 무방비한 얼굴을 다른 녀석들에게도 보여준 거 아닐까 생각하면 속이 뒤틀리는 익숙하고도 불쾌한 기분에 신경이 예민해진다.
"응. 이것만 마시고 데려다줄게."
깨끗한 물티슈로 잔의 겉을 닦아내며 취기가 잔뜩 느껴지는 카이의 중얼거림에 대꾸한 니드호그는 밑바닥까지 털어 술잔을 채웠다. 택시를 잡아서 데려다줘야하나. 아니면 걸어서 데려다줘야하나. 답지 않은 고민을 하는 이유는 니드호그에게 카이 윈슬로우라는 사람은 한번 놓쳤던 사냥감이기 때문이었다.
"뭐야, 갑자기? 아직도 내가 그렇게 좋아?"
오래 공들여서 옆에 붙잡아둘 가치가 있다. 아니 가치가 아니다. 너는 내 옆에 있어야만 한다. 니드호그는 기대오는 카이의 행동과 말에 의해 하던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한껏 낮춘 웃음을 키득키득 터트리며 나긋하게 속삭인다.
"데려다줄게. 나가자."
채웠던 술을 비워내고 제 품에 기대있는 카이를 붙잡아서 일어서려는 니드호그의 행동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다정함이 묻어 있었는데 아마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정한 태도와 다르게 붙잡고 있는 손은 뿌리치지 못하도록 꽉 옭아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에 맙소사... :0 카이주가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고 계셔? 그렇다면 제 필살기를 보여드리는 수 밖에 없군요(냅다 뒤집어지는 거북이)(?) 그래도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다행이야. 내 앤오님의 마음이 너그럽고 취향이 태평양이라서(이러기) 윽엑윽. 그런 말을 다이렉트로 들으면 상당히 부끄럽습니다만...물론 제가 먼저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요. 제가 하는 것과 듣는 건 전혀 다른 기분이에요. 정말루(뒤집혀서 버둥버둥) 답은 천천히 시간되실 때 주셔도 되니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렇게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좋으니까요:) 나중에 뵐게요.
여담이지만 니드호그가 물수건으로 테이블을 닦거나 술잔을 닦는 이유는 미디어나 그런데서 소비되는 소위 소시오패스+싸이코패스들이 보이는 결벽증? 그런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니드호그 하운드는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아니지만 고증을 따지면 계획적인 집착광공(?)은 그런류와 굉장히 가깝지 않을까 하는 제 개인적인 감상이 있다보니 그만.(au에서 쓸때없이 이런저런 고증을 넣어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이게 니드호그 하운드가 자신이 케이크라는 걸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어야할지 고민되는데 카이주는 어느쪽이 좋으신가요? 그 난리가 있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나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일단 카이주가 원하시는 방향을 알고 싶어요:) 어느쪽이든 말씀해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__)
올해 겨울은 또 얼마나 추워지고 얼마나 눈이 내릴라고 비가 이렇게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으로 일하러 가기 싫다는 뜻을 표현하는 중임)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파오고...흑흑. 컨디션이 바닥에 달라붙어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이런 날씨에 카이주의 컨디션도 안좋으실텐데 잘 보내고 계시련지 모르겠네요. 주절주절 짧게 떠들기는 했지만 결론은 카이랑 카이주가 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는 걸 보니 중증인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하군요(카이주:?) 그러니 카이랑 카이주가 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면서 올려놓고 가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시고 덜 힘든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__)
제 앞에 있는 사람의 속도 모른 채 본격적으로 무르익어가는 술자리에서 반쯤 정신을 놓은지 오래다. 술잔이 차있는 것을 보지 못하기라도 하듯 연거푸 술잔 비워내는 것에 어설프게나마 속도를 맞춘 탓에 이미 표정은 죄 풀려 잔뜩 헤실거리고 있었으니까. 이것만 마시고 데려다줄게, 라는 말에 눈꼬리 접어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아니이-, 향이 좋아서…."
잔뜩 흐려진 정신은 거침없는 말을 내뱉게 하기에는 충분한 것이라, 짧은 문장 한 마디로 네가 좋다는 말은 차단하면서도 제 안의 욕구는 남김없이 드러내고 만다. 좋은 향이 난다. 계속해서 들이쉬고 싶은 봄바람같은 공기가 폐부를 채우는 것에 풀린 낯으로 헤실거리며 웃어보인다. 약간 붕 뜨는 기분이 드는데, 취해서 그런 걸까. 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 그런 생각으로 다정한 태도로 제 손을 꽉 옭아매며 저를 일으켜세우는 것에 저항 없이 고개 끄덕인다.
가게를 나오고 나면 밤공기는 약간 쌀쌀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뺨에 오른 열은 식을 줄 모른다. 어쩌면 옛 친구를 만나 한층 긴장이 풀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니드호그라는 점이 카이 윈슬로우에게는 비극이겠지만, 본래 자신에게 닥친 비극은 그것이 해일처럼 덮쳐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법이기에 나오는 내내 제게 닥칠 미래는 알지도 못한 채 아무말이나 잔뜩 종알거렸다. 가게 입구에 있는 길고양이를 보고도 웃고, 조심히 들어가라며 인사하는 동기들을 보고도 웃고, 심지어는 길가를 굴러다니는 담배꽁초를 보고도 웃었다. 그 담배꽁초를 버린 장본인은 제 옆사람이고, 제가 아무에게나 웃어줄수록 그 옆사람의 입매가 실시간으로 굳어가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채로.
"나아, 나 딸기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너한테서 딸기 향 같은게 나…."
가게에서 몇 걸음이나 걸었다고, 힘 풀린 채 기댄 몸이 네게로 기울며 체향을 들이마신다. 그래봤자 네게는 토끼가 풀을 뜯기 전 코를 발름거리는 정도로 보이겠지만. 종알대며 벌어진 붉은 입술 새로 보이는 송곳니가 뾰족하다. 네가 자취방 위치를 물어볼 필요도 없이 저기서 내 이불이 기다려, 하고 자취방 방향을 손짓하는 것은 덤이다.
//실시간으로 무방비의 끝을 보여주는 카이 윈슬로우 되시겠습니다.(?) 아아니 물론 제 취향은 태평양이 맞지만 딱히 마음이 너그럽지는 않다구요? 저도 아무거나 다 주워먹지는 않구요? 니드주는 제 엄선된 맛집이니 그런 말은 말아주시죠(징지)(뒤집혀서 버둥대는 거북이 꼭끄랑) 하... 결벽증 이런거 너무 좋아요. 다행히도 카이 역시 깔끔한 성격이니 니드호그 하운드가 카이의 자취방에 갔을 때 크게 거슬릴 일은 없겠네요. 요캇타나~ 이런 고증 아주 좋아요. 전혀 쓸데없지 않으니 더 넣어주세요(니드주: ?) 그리고 케이크라는 건 아무래도 그런 난리가 있었으니... 음... 그 사건 직후에 병원가서 검사하다 케이크라는 걸 알게 된 걸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요즘 가을비때문에 몸이 쑤시긴 하지만 니드주와 니드호그가 보고 싶어서 스레에 들어왔는데 딱 보고싶다고 글 남겨주셔서 서로 통한거같고 굉장히 기분좋고 그러네요. 희희(///) 무휴일 출근일수 두자릿수를 찍고 있지만 그래도 답글은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구구절절 적어봐요. 니드주도 오늘 하루 화이팅하시고 덜 힘든 하루가 되길 바래요. 나중에 봐요!(__)
잔뜩 술에 취해 헤실거리는 얼굴로 뱉는 말은 무구하기까지했다. 제 옆자리를 꿰차고 앉은 사람이 어떤 속내를 품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말하고 웃는 무구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니드호그는 실소를 짓고 말았다. 틈이 보이면 다시 도망칠 것처럼 굴며 경계하던 모습이 겨우 술 몇잔에 풀어질 거였으면 애초에 그런 태도를 보이질 말지. 목으로 넘어가는 술이 평소보다 몇배는 달게 느껴진다. 이런 날에는 양껏 마셔도 다음날 숙취 하나 없이 일어날 수 있을테지만 지금은 이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 어울릴 만한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에 외투를 걸치고 제 소지품과 카이의 소지품까지 챙겨 일어선 뒤에야, 니드호그가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
문득 정신을 차리더라도 다시는 도망치게 두지 않을거라는 듯 손을 꽉 움켜쥔 채, 매끈한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 입매에 걸린 건 헤실거리는 네 웃음과 상반된 냉랭한 웃음이었다.
과대의 권유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좌우로 내저어, 거절하면서도 니드호그의 신경줄은 다른 곳에 쏠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아무에게나 웃는 네 모습에 다시금 불쾌한 기분이 치밀었다. 속이 뒤틀리는 아주 익숙한 느낌이다. 이 자리에 널 배웅하기 위해 나온 저들보다 너를 잘 아는 건 난데. 동기들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니드호그는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능청스러운 사교적인 웃음을 멀끔하게 제 얼굴에서 치워내며 걸음을 옮겼다.
"향수를 뿌리긴 했지만 그 향은 아니야. 향이 단 건 싫어하거든."
기울어지는 네 몸을 붙잡는 손이 마냥 다정하지는 못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네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무방비한 모습으로 헤실거리며 웃어주는 게 불쾌하다. 말할 때마다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송곳니를, 자취방의 위치를 알려주는 손끝을, 끝으로 술 취해 헤실거리는 얼굴까지 웃음기 없는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니드호그는 카이의 몸을 붙잡고 있던 손에 천천히 힘을 준다.
"한번 시험해볼래?"
도망치기는 커녕 움직이지도 못하게 붙잡고 니드호그는 고개를 숙여서 카이와 똑바로 눈을 맞췄다가 비스듬히 기울이며 나긋한 목소리로 덧붙혔다.
"정말로 딸기맛인지?"
//그래서 한입 해보쉴? 츄라이츄라이를 시도하는 니드호그 하운드를 데려왔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상당히 날것 그대로인데 저것보다 더 잘 맞는 대사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제 어휘력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눈물) 엄선된 맛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부끄럽고 막 그래요. 아이구 난 (그래도 꼭끄랑은 받음)(부둥부둥) 무방비한 카이의 모습에 니드호그 하운드가 아니라 그냥 니드호그가 튀어나올 뻔했다는 학계의 정설이 있었는데(대체) 어 아니 잠깐 카이주 괜찮으세요? 워라벨 어디갔어요. 내 앤오님 쓰러지면 안되는데?ㅠㅠ 아프지 마시고 건강 챙겨주시고 수면 챙겨주시고....아이구 어째....제가 해드릴 거라고는 답레와 간간히 잡담 남기는 것 밖에 없는데 아이구 참(꼭끄랑) 언제든 보고 싶으시면 찾아와주세요. 늦더라도 꼭 확인하고 저도 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너무 힘들지 않길 바랍니다. 말해주신 거 그대로 돌려드릴게요:) (고증에 대한 건 문득 생각나면 슬그머니 끼워넣겠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__)
그 향이 아니라고? 하지만 다른 향수 향이 느껴지지 않는데. 애써 흐린 눈 힘주어 뜨며 네 낯 훑는다.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던 낯은 어느새 말끔하게 웃음기 지워낸 뒤라, 그것을 깨닫고 나면 입 안부터 바짝 마르는 듯해 혀끝으로 아랫입술 축인다. 언제부터 잡은 손에 이렇게나 힘이 들어갔더라.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제 손에 붉은 자국이 남을 것처럼 단단히 얽힌 손가락에 살짝 몸 굳힌다. 가깝다. 위험할 만큼. 도망치기는 커녕 움직이지도 못하게 붙잡히면 눈동자 흔들린다.
"시험…?"
평소라면 듣자마자 거절했을 제안이었겠지만, 이미 달콤한 향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지 오래다. 흐려진 이성 사이로 충족되어본 일 없는 욕구가 틈새를 비집고 새어나온다. 제 눈높이보다 약간 위에 자리한 목덜미가 의식되어 귀끝부터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포크라는 것도, 네가 케이크라는 것도 그 일 직후에 알게 되었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져야 맞다.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으면 네게 해가 될 것을 아는데, 알면서도 좀처럼 떨어질 수 없다. 저를 둘러싼 공기가 온통 달아서 조금만 더 이 숨을 들이마시고 싶고, 숨을 들이마시면 조금 더 네게 닿고 싶어지고….
"…조금만. 정말 조금만이야."
허락을 구하는 형식적인 질문은 이미 의미를 잃었음을 안다. 골목 안은 가로등의 불빛 뒤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에 달빛조차 힘을 잃었다. 사위를 가득히 채운 어둠 속에서 발끝부터 세우며 네 목덜미에 고개 묻는다. 순간 코끝으로 밀려들어오는 향에 현기증이라도 느낀 것처럼 몸 휘청이면 완전히 풀린 눈으로 네 목덜미에 이빨 박아넣으려는 것처럼 이 세운다. 처음으로 케이크를 마주한 탓인지, 원체 사람을 해쳐본 경험이 없는 탓인지 살을 물어뜯기보다는 아프게 씹어대는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과한 자극이었는지 네 손 맞잡은 손에 부쩍 힘 들어간 채 부들거리며 몸을 떤다.
//괜찮아요. 뒷사람은 육회와 사시미와 초밥과 회덮밥을 사랑합니다. 날것? 오히려 좋아.(?) 그냥 니드호그여도 좋은걸요. 학계의 정설? 그거 제 점심입니다. 학계의 점심...(죄송합니다 무휴일 출근 2주차라서 맛이 갔어요) 건강... 요즘 몸살감기기운이 있어서 타이레놀이랑 감기약을 달고 살고있는데, 이게 그냥 감기가 아니라 축농증일 것 같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어서 조만간 병원에 갈 예정이에요. 진짜 건강 안 챙기면 슬슬 죽을 것 같고... ._.) 보고 싶어서 새벽에라도 살짝 찾아와봤는데, 이 답레가 니드주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에 또... 안 바쁠 때 답레 들고 슬쩍 찾아오겠습니다. 나중에 봐요!
붙잡아둔 손끝으로 느껴지는 긴장감, 가까워진 거리만큼 잘 들여다보이는 눈빛이 흔들리는 작은 움직임까지 니드호그는 음미하듯 감상했다. 재회한 뒤의 모든 행동이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제 손에 꼼짝없이 붙잡혀서 불안에 떠는 모습만큼은 썩 보기 좋았다. 그래도 여기서 만족하면 안된다. 웃음기 없는 얼굴과 달리, 니드호그는 어르는 것처럼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카이의 손등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렇게 해. 그러고 싶으면."
냉랭하고 차가운 얼굴에 서글서글하고 능청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선선히 대답하는 모습은 그 어떤 속셈도 없어보인다. 확인이 필요했다. 자신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도망쳐버린 이유가 자신이 케이크였다는 이유이고 포크인 네가 자신을 해칠까봐 무서워서 도망친거라는 가설에 대한 확인이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서 어둑해진 풍경이 꼭 제 마음과 같아서. 선명히 흉터가 남아있는 눈썹을 기울이며 니드호그가 기침처럼 터지려는 웃음을 삼켜냈다. 숨이 닿는 간지러운 느낌 때문이다. 확인이라고 할 것도 없잖아. 이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휘청거리는 몸을 붙잡으며 니드호그는 삼켜낸 웃음 대신 만족스러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만족스러운 한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얇은 살갗을 제대로 찢어 파고들지 못하고 씹어대는 카이의 행동 때문이다. 심한 통증이라면 호르몬인지 뭔지가 분비되어 통증을 잊을 수라도 있을텐데. 무뎌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통증에 니드호그는 어금니를 깨물어 신음을 눌러내면서 기울였던 눈썹을 좁혀냈다.
"카이. 고개 좀 들어봐."
서툴고 여물지 못한 행동은 네가 지금껏 한번도 케이크를 마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건 네가 포크라는 가설에 대해 확인한 것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자신과 만난 이상, 네게 오점이 될 수 있고 이 상황을 빌미로 네가 자신을 다시는 떠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테니. 맞잡은 손에서부터 전해지는 떨림에 아까처럼 어르듯 손등을 어루만졌다가 곧 떼어냈다. 한손으로는 네 뺨을 감싸고 떼어낸 손을 네 입으로 가져간 뒤 니드호그는 느릿하게 눈을 가늘게 휘어 능청스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무엇도 물어뜯어본 적이 없다면 알려줘야지.
"손가락이 목보다는 더 씹기 쉽잖아. 그렇지? "
송곳니의 뾰족한 끄트머리에 제 손가락을 부러 가져다대고 니드호그가 카이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씹어, 하고.
//(예시가 대체 왜 그런것이에요 하는 표정을 짓는 니드주였던 거북이이다.) 날것이 좋으시다면 카이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더욱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니...아니 카이주 워라벨을 챙겨주세요 돈을 버는 건 워라벨을 위해서인 것을...카이주의 상황에 앤오인 저는 그만 눈물이 나고 마는 것이에요(눈물) 앗. 아앗. 앗....카이주의 건강이 너무 걱정스러운데. 병원을 가신다니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안쓰럽) 그래도 건강을 챙기신다고 하니까 불행 중 다행이네요. 곧 추석인데 추석때는 쉬실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추석 연휴 때 공휴일 휴무를 때려서 출근이 얼마 남지 않은 예비 퇴직자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카이주가 많이 보고 싶어요. 답레와 잡담 늘 감사합니다(__) 언제든 보고 싶고 안바쁘실때 와주세요.
네 말에 고개 들으면, 제 손등과 뺨을 어루만지며 만족스러움과 고통이 뒤얽힌 표정 짓는 네 모습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표정마저 제게 자극이어서, 저도 모르게 아쉬운 듯 송곳니를 혀로 핥아내었다면 모를까. 목에 생긴 얼룩덜룩한 자국을 보면 뒷일을 걱정해야 할텐데, 지금만큼은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저 향을 더 들이쉬고 싶다는 본능뿐. 어느새 입 안으로 들어온 네 손가락에 애써 본능 억누르듯 뜨거운 한숨 내쉬며 너를 올려다본다. 그 누구의 살갗도 취해본 적 없는 입술은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허락을 구하듯 살짝 벌어져 있다.
그리고, 마침내. 허락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네 손가락의 안쪽 살, 혈관이 흐르는 곳에 송곳니 박아넣는다. 어린 짐승은 본능적으로 가장 달콤한 향이 나는 곳을 찾아 흐르는 피에 혀를 내어 핥고, 구멍난 살갗을 이로 짓누른다. 이제까지는 무의식이 억누르고 있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목줄 풀린 개처럼 굴 참이다. 네가 놓아준 목줄이지 않은가. 네 스스로 감당할 것을 무의식 속에 전제하며 혈관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피를 황홀경에 젖은 채 들이마신다. 피에 젖은 입술이 유독 붉다.
"…… 하아…. 더…, 더 먹을래."
손가락에 막힌 채 한숨 섞인 문장 내뱉으면 그로 인해 네 손끝까지 간질거릴테다. 아직 허기를 채우기에는 이르다. 혀에 단 맛이 휘감긴다. 붉은 과실을 닮은 질척이는 단 향이 입 안에 붉게 뒤섞이다 흩어진다. 네 손을 잡고 손가락을 빨아들이다, 혀를 내어 손가락 사이사이를 핥으면 손가락 사이에 붉은 빛 번진다.
"… 삼키고 싶어. 삼켜도 돼?"
네 손가락 사이로 시선 마주하며 물으면, 이미 금방이라도 손가락 끊어낼 것처럼 바짝 이 세운 뒤다. 타오르듯 일렁이는 시선이 내내 곧다.
//(맛있잖아요(?)) 워라벨을 위해 새벽에 답레를 쓰고 있으니 아무래도 된 것 아닐까요?(이러기) 병원가니까 비염이라고 해서 일단 비염약 받아왔는데, 이게 계절성이라 쉽게 나을 것 같진 않네요...(눈물) 건강은 약 먹어가면서 잘 챙기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추석때는... 일이 있지만... 추석 다음주에 대체휴무니까요! 이번주만 힘내면 무휴일 출근 끝이에요!(반짝) 잡담은... 이 출근의 릴레이가 끝나면 길게 잇도록 하겠습니다(__) 나중에 봐요!
사람의 손 한번 타지 않아, 경계하던 짐승을 길들이는 기분이 이런걸까 싶다. 포크로서의 본능을 억누른 채 허락을 구하고 허락하지 않으면 끝없이 인내할 것만 같은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썩 다정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가늘게 뜬 눈동자가 위험한 빛을 품고 반짝이는 것과 사뭇 달랐다. 제 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 양, 목소리가 어둠 속에 묻혀서 사라지기 무섭게 제 손끝에 닿아있을 뿐이던 네 송곳니가 손가락을 파고든다. 네가 단한번도 케이크를 취한 적 없는 것처럼 내게 상처를 낸 포크는 그날을 제외하면 한번도 없었다.
따끔한 감각이 지나가고 난 뒤에야 격통을 느꼈던 그날과 다른 통증에 니드호그는 어금니를 꾹 깨물면서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눌러참았다. 둔하게 파고드는 타인의 송곳니. 뒤를 잇는 홧홧한 뜨거움. 어금니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고막 안쪽에서 울려퍼지는 감각까지 모든 게 낯설기 짝이 없어, 절로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니드호그는 제 손가락을 물고 흐르는 피를 핥고 있는 카이를 밀어내지 않았다.
"...맛을 보는 건 지금으로도 충분하지?"
제 피를 탐하는데 무아지경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완전히 이성을 잃진 않은 모양이다. 바라던 모양새가 꼭 이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네가 나에게 몰두하고 있는 모습만큼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그 모습에 니드호그는 골을 타고 번지는 자극적인 감각에 입꼬리를 당기며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해줘야하나. 아니 어떻게 할까. 바라보는 네 시선은 분명 타오르듯 일렁거리고 있었지만 꼭 조르는 것 같은데. 케이크인 제 피를 맛보고도 이렇듯 허락을 구하는 포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면 네가 그만큼 인내심과 참을성이 좋다는 걸까. 어느쪽인지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지만 네가 또 갑자기 도망칠지 모른다.
"원하는만큼 먹고나면 또 도망칠거잖아."
미소 짓는 입가와 달리,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의 시선과 마주하고 있는 니드호그의 눈동자는 꼭 짐승처럼 반짝였다. 꼴을 보면 네가 아니라 내가 피식자처럼 보일테지. 살풋 미간을 찡그린 채, 니드호그는 카이의 턱 아래를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쥐고 고개를 기울었다. 제 피에 젖은 입술에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바짝 다가간 뒤에야 찡그린 미간을 펴며 니드호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야."
//너무 단호하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맛있으시다니 다행이지만요(안도의 한숨) 워라벨..그거 맞아요?:0 앤오님이 그렇다면 그게 맞을테지만 정말?맞아? 띠용. 계절성 비염이면 엄청 힘드실텐데 이게 다 무휴일 출근 때문에 카이주의 건강이 망가지신게 분명해요.(대체) 약 잘 챙겨드시고 건강도 챙겨주십시오ㅠㅠ 앤오님 걱정에 제 눈물이 비가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 내리는 비가 제 눈물입니다(아님) 건강 챙기고 계셔서 아주 착해요.(카이주 쓰담쓰담) 괜찮습니다. 어차피 퇴직자는 자유로우니까. 핫하. 이사 때문에 정시니가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 동접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도키도키하네요:) 답레와 잡담은 편할 때 이어주셔도 됩니다. 섹시하고 퇴폐적인 포크 카이의 분위기에 윽엑윽하며 몇번 뒤집어지느냐고 니드호그 하운드의 분위기가 안나는 것 같지만..(외면) 나중에 뵙겠습니다.
아직 부족한데. 차마 끝맺지 못한 말은 어물어물 목 너머로 삼켜진다. 아직 한참 부족한데, 채워지지 못한 욕구에 목줄이라도 채우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카이, 고마워. 네가 날 아직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뻐.'
그제야 제가 무엇을 했는지 깨닫는다. 취한 정신임에도 찬물이라도 끼얹어진 것처럼 서서히 표정이 굳고, 시선이 흔들린다. 순수한 인내심과 참을성만으로 뼛속까지 각인된 본능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카이 윈슬로우의 케이크로서의 인내심은 정신력보다는 어떠한 금제의 결과물에 가까웠다. 사람을 해치면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불행해지니까, 그들을 위해서라도 평생 이 욕구는 충족되어서는 안된다는― 스스로에게 건 저주와도 같은 금제.
"나, 는…, 난……."
어쩌면 좋지. 아팠을텐데. 고통스러웠을텐데. 그런데도 먹고 싶다. 너와 숨이 섞일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사막에서 물을 찾아 헤메는 듯한 갈망만이 가슴 속에서 점점 크기를 키워간다. 제 앞에서 단 숨을 내쉬는 저 입술을 물어뜯으면 얼마나 부드럽고 달콤할까. 손가락도 이 정도인데, 입술은 훨씬 더 달겠지. 생각이 나아가는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여전히 금제처럼 온 몸을 묶는 강박에 주먹만 쥐었다 펴며 어쩔 줄 모르는 채다. 이 욕구를 채우고 나면 그 뒤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기도 했고, 도망칠거라는 말 또한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스스로의 욕구를 직면하기보다는 그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응. 그리고…, 미안, 해."
추한 꼴을 보인 것 같아. 그렇게 덧붙이는 목소리는 이미 취해서인지 잔뜩 웅얼거리고 끝이 흐려 볼품없었다. 카이 윈슬로우는 니드호그와는 다르게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일정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어려워하고, 이렇게 구석에 몰린 상황이면 자기 의견 하나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하니까. 그러니 이렇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단지 그 대상이 니드호그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어들어가는 제 목소리가 너무 부끄러워서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 날 이후로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어째서일까. 왜 네 앞에만 서면 이토록 내 스스로가 부끄럽고 작아지는 기분이 들까. 약하게나마 충족된 욕구와 취기가 뒤범벅된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다 중심을 잃고 네게 기댄다.
//안 그래도 약 잘 챙겨먹고 조금 쉬었답니다. 이번 추석에도 근무가 있지만... 근무 끝나고 나면 대체휴무 신청해서 푹 쉴거니까요 ;) 그리고 다음 달에는 정말 회사 나갈거에요. 이렇게는 일 못하겠어... 가끔 동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도 니드주랑 동접한지 오천만년은 된거같아서 진짜 동접하고 싶어요 ;-;)... 따흑. 저도 계략공 싸패공(?) 니드호그 하운드의 분위기에 뒤집어지느라 카이 분위기가 좀 오락가락하는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카이가 맛있으면 됐다(?)하고 넘겨주시고...(외면) 카이는 욕구에 눈이 돌 때는 퇴폐적인 느낌이 나다가도 정신만 조금 들면 바로 자존감 낮고 소심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걸 생각하고 쓰고 있는데 잘 표현되었을지 모르겠네요. 모쪼록 맛있게 드셔주시길 바라며(?) 추석 연휴 첫날인데 잘 쉬고 계시길 바래요! 나중에 봐요(__)
짙게 드리워진 어둠 속에서도, 서서히 얼굴이 굳어지는 네 모습에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속내를 읽기 힘든 의뭉스러운 미소에서 입매를 느슨하게 늘어트린다. 니드호그는 느릿하고 낮게 키득거리는 웃음을 짧게 터트렸다. 내 생각보다, 너는 참을성과 인내심이 뛰어나다. 눈앞에 케이크가 있고, 그 케이크의 피를 맛본 포크가 이정도까지 인내한다는 건 어디서도 본적 없다. 그래도 이정도의 인내심과 참을성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케이크에게 이를 들이대진 않을 것이다. 니드호그의 짧은 웃음은 그런 의미의 웃음이었다. 너의 견고한 인내심과 참을성을 흔들고 기어코 송곳니를 박아넣은 사람은 자신 뿐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웃음.
"내일 강의가 없어서 다행이네. 이런 꼴로 등교했다가는 곤란했을테니까."
낮게 속삭이듯 읊조리며 니드호그가 사교적이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짓고 감싸쥐고 있던 손으로 네 턱 아래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꼭 말 잘듣는 개를 칭찬하는 기색이 짙게 드러나는 손길이다. 잠깐 잊고 있던 통증이 몰려들어 슬몃 미간을 찌푸렸지만 니드호그는 카이의 턱을 쓰담는 손길을 얼른 떼어내지 않았다. 말하지는 않겠지만 내게 너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옆에 붙잡아둘 가치가 있는 사냥감이며 노린 사냥감을 놓쳐본 적 없는 내가 유일하게 놓친 사냥감이기도 했다. 또한 너만이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미안하면 내 부탁 들어줄 수 있지?"
큰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혼날 때처럼 한껏 움츠러든 네 모습에 제 기억 속에 선연히 박혀 있는 그 날의 풍경이 겹쳐진다. 그날의 너는 지금과 같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 되려 좋을지도 모르지. 이제는 아플리가 없는 상처가 잠시 아파오는 기분에 흉터가 남은 쪽의 눈을 찡그리며 자신에게 기대는 네 몸을 부축한 니드호그가 짙게 눈웃음을 짓는다. 네가 나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인것처럼,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내 번호 줄테니까 핸드폰 줘봐."
네가 물었던 손으로 네 입술에 남아있는 내 피를 일부러 닦아내는 건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인지시키고자하는 태도였다. 얼굴 위로 다시 의뭉스러운 미소가 걸며 니드호그는 네게 손을 내밀었다.
//퇴폐적인 면과 기가 약한 너드미가 공존하는 카이 폼 미쳤다.(이마 침) 너무 잘 표현하셔서 헤드뱅잉하고 도게자한 채로 맛있게 먹어버렸습니다. 캬 이 맛이지. 우마이(쩝쩝!) 그에 비해 니드호그 하운드는 엄.. 카이주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맛있게 드셔주세요(_) 엄청 긴 추석 연휴에 근무라니 제가 눈물이 나는데요;-;) 그렇지만 건강도 챙기시려고 노력중이시고 약도 잘 챙겨드시고 휴식도 하실 생각이라니까 불행 중 다행이네요. 부디 추석 끝나면 꼭 쉴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퇴사를 생각하실 정도면 진짜 엄청 힘드신 게 맞는것 같은데....아이구....제가 해드릴 게 없어서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랜선으로라도 기운을 드리겠습니다(눈물의 쓰담뽀담) 그러게요! 저희가 동접한 게...우주에 블랙홀이 생길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동안 실업급여 타먹으며 이사갈 집을 물색하는 기간제 백수이기 때문에 카이주의 시간에 맞춰서 동접할 수 있으니까요:) 도키도키하며 기대할게요. 히히. 카이주도 너무 무리하지 않길 바라며 나중에 뵙겠습니다(__)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나기 전 마지막 연휴입니다. 저는 연휴동안 끝없이 자고 끝없이 먹고 또 자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패턴을 반복했네요. 이러다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르면 어쩌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o<<(납작하게 드러누움) 추석은 잘 보내셨을까요? 연휴동안 근무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덜 바쁘셨길 바랄게요. 그리고 꼭 휴무 신청해서 푹 쉬시길 바라구요. (쓰담뽀담)
턱 아래를 쓰다듬는 손길에 자연스레 미간 찌푸려진다. 쳐내야 할까. 하지만 쳐낸다면, 아까 네가 봤던 그 동기는…. 자연스레 과거의 일로 의식이 뻗어나가면, 이내 네 손길을 당장은 쉬이 쳐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그 때나 지금이나 너는 내게 우호적이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를 특히 좋게 봐주는 듯 하니 일단은 대놓고 거부하기보단 네가 원하는 바를 적당히 들어주다가 빠져나가는 쪽이 낫겠지. 그런 생각에 네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채 유순하게 받아들인다. 당장은 제 잘못이 더 크니까, 일단 이 일에 대한 속죄는 하고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사람을 물었다. 비록 본인이 허락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평생 '식사'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제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포크의 '식사'는, 식사라는 단어로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다. 그런 행위를 당한 너도, 그런 행위를 행한 지금 이 순간의 나도 카이 윈슬로우의 생에 있어서 치명적인 오점이다. 카이 윈슬로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생에서 이 오점을 지워내고 언제든 네 손에서 도망갈 작정이었다. 조금씩 술기운에서 빠져나오면 머릿속이 차가워진다. 반드시 도망가야지. 다짐하듯 작게 주먹 쥐었다 편다.
제 생각이 어디까지 읽힐지는 모르지만, 기회는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거니까. 그 때 빠져나가면 그만이지. 여상스레 생각 흘려내며 이어지는 말에 고개 끄덕인다. 무슨 부탁인가 했더니, 고작 번호 쯤이야. 핸드폰 내밀며 네 쪽으로 고개 향하다 제게 닿아오는 손길에 움찔 떨며 몸 굳힌다. 굳어가기 시작한 참인지 약간은 끈적해진 피가 네 손에 닦여나간다. 굳이 의식하고 싶지 않았던 폭력의 잔재가 시야에 선명하다. 언제 핸드폰을 내밀었냐는 듯 네가 번호를 찍는 내내 골목 저편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누가 봐도 이 상황이 불편하다는 태도다.
"번호 찍고, 거기로 전화 한 번 걸어놔. 내 번호도 저장해야지."
애써 태연한 척 말을 이으면서도 여전히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건, 어느새 이 골목 안이 네 향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달다. 달디단 향이 머릿속을 잔뜩 간지럽히고, 목 안까지 끈적하게 채울 것만 같아 목을 울렁이며 침 삼켜낸다. 아, 한 학기만 다니고 휴학할까. 얘랑 어떻게 같이 학교를 다니지. 제발 전공필수 강의에서 같은 반으로 배정되지 않게 해주세요…. 의미없는 기도만 속으로 되풀이한다.
"…여기에서 한 블럭 직진하고, 오른 쪽으로 꺾으면 바로 내 자취방이야. 오피스텔 건물. 지나오면서 봤을지 모르겠네."
차라리 빨리 보내자. 그렇게 생각하며 먼저 걸음을 옮긴다. 친절하게 자취방 위치까지 알려주는 건, 제법 가까이 왔으니 이쯤에서 돌아가도 된다는 제 나름의 예의를 차린 축객령이겠다.
//어쩌다보니 휴일인데도 또! 출근을 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지금도 출근길에 답레쓰고 있어요. 엉엉... 하지만 잠깐 다녀오는거고, 자정 이후로는 동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까지 쉬시는거라면 동접 츄라이? 입니다(빵긋) 니드호그 하운드는 충분히 제 마음에 드니까 매번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구요. 비염은 많이 나아졌으니 그것도 이제는 걱정하실 필요 없답니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잘 챙기는 멋진 어른이에요!(당당하게 허리손 얹는 치와와) 퇴사를 생각하는 건 단순히 일이 힘든 것보다도, 비슷한 계열의 직종 내에서 더 하고 싶은 직군이 생겨서 그쪽으로 갈까 생각중이기 때문이에요. 이직 성공하길 빌어주세요+_+ 금방 다녀와서 (가능하다면) 동접해볼게요!
네 표정이 찌푸려지는 걸 보고도 쓰다듬는 손은 영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모든 상황을 간주하면 여기서 네가 날 거부할 리 없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짓이다. 그 생각대로 네가 거부하지 않기에, 꽤 한참을 스스로 만족할만큼 쓰다듬고 나서야 니드호그는 손을 떼어냈다. 내가 이런 피해를 입는 걸 감안하고 너를 대하는 모습으로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말도 없이 내 옆에서 도망쳐버렸을 때도 널 얼마나 편애하고 있는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예상하건데 너는 또 어떻게든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겠지. 제 손길을 피하지 않던 것 또한 다시 도망칠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테고. 니드호그는 카이의 행동을 감상하듯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는 게 꼭 맛있는 먹이를 언제 먹을지 가늠하는 꼴과 닮았다. 생각보다 의외로 순순히 핸드폰을 내주자,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니드호그의 눈동자가 조금 확장된다.
하지만 곧,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고 니드호그는 입가를 당겨내지도 않고 짧은 웃음을 흘려내고 손끝에 남은 제 피에 혀를 대어 핥으며 건네받은 핸드폰에 번호를 찍는다. 내 손이 닿았을 때 보인 태도와 시선을 돌리는 행동은 모두 네가 나를 불편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와 같다. 방금 순순히 핸드폰을 내주는 모습은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보여주는 네 태도는 재회해서 본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니드호그는 안심하기로 했다. 혀끝에서 쇠맛이 느껴졌다.
"자, 내 번호 저장해뒀어. 전화하면 받아야돼. 알았지."
그래. 너는 계속 도망쳐. 나는 또 너를 도망치게 둘 생각은 없으니까. 제 핸드폰이 주머니에서 짧게 진동하고 나서 네게 핸드폰을 되돌려주며 니드호그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동의를 구하는 게 아닌, 명령조에 가까운 말을 하며 짓는 미소는 썩 상냥해보이지 않았을테지만 알게 뭔가. 네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게서 도망칠거라면 나도 수단을 가리지 않고 널 붙잡아둘 생각이니까.
"여기서 가까운 것 같고, 너도 술이 좀 깬 것 같으니까 나는 여기서 돌아갈게."
그렇게 도망치고 싶어하면서, 사는 곳을 알려주는 건 긴장감이 없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거기까지는 침범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는건지. 네 예의바른 축객령을 거부하지 않고 니드호그는 몇걸음 따라 걷다가 멈춰서며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푹 자고 내일 보자. 카이."
//조심히 귀가하시고 푹 쉬고 계실까요? 아니면 오늘도 현생에 고통받는 중이실까요? 어느쪽이든 카이주가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만남 일상은 여기서 마무리 짓고 다음 일상은 며칠이 지나고 나서 전필 수업에서 마주친다던가 아니면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우연찮게 마주치는 상황으로 가봐도 좋을 것 같은데. 카이주가 원하시는 방향으로 잡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니드호그 하운드가 과연 수업을 제대로 들을지에 대해서는 저도 몰?루입니다. 왜냐면 제가 생각하는 니드호그 하운드는 지배자 니드호그를 제외하면 은수저쯤 될 거라고 생각하기에) 잡담이나 답레는 편할 때 주시길 바랍니다. 푹 쉬시고 컨디션 회복하신 뒤에 주셔도 되니까 쉴 수 있을 때 푹 쉬어주세요:) 비도 오고 날씨도 갑자기 쌀쌀해졌는데 건강도 유의해주시고..왱왈왱왈. 나중에 뵐게요!
전화하면 받아야 돼, 라니. 마치 우리가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모든 일이 없었더라면 그런 말이 통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뒤였다. 서로의 연락처가 있다 해도 빠져나갈 수단은 많았다. 네가 정말로 나를 붙잡으려 한다면, 그래서 나의 평범한 삶에 지장이 간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칠 생각이니 저 명령조의 말과 미소는 꽤나 안이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혹은 오만이거나. 이어지는 네 말에도 굳이 대답은 않고 어색한 미소로 넘겨낸다. 대답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쪽 주차장에서 피워. 여긴 주택가라 연기 다 들어갈거야."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것만큼은 지나치지 못하고 네게 말 얹고 만다. 그것이 제 발목을 잡는 친절이 될 줄도 모르고. 저도 모르게 말 꺼내고 나면 입술 달싹이다 내일 봐, 하고 짧은 인사만 던진 뒤 빠르게 걸음 옮긴다. 오피스텔 입구로 들어가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현관문에 기대 스르르 주저앉는다. 쇠로 된 문의 냉기가 전해져오면 그제야 술이 깨는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니드호그 하운드…."
무릎 세워 그러안고는 그 위에 머리 기대며 중얼거린다. 그렇게라도 숨을 토해내지 않으면 이대로 네 잔향에 삼켜져 질식할 것만 같아서. 걸치고 있던 옷의 소매에 얼굴 묻는다. 옷에는 여전히 네 잔향이 남아있었다. 지나치게 달아서 머릿속을 녹여버릴 것만 같은 단 향이.
-
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다음날 배정받은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익숙한 향에 저도 모르게 소매로 입가부터 가린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뒷자리에 앉을 생각으로 일부러 강의 시작시간에 맞춰서 왔는데, 강의실의 끝과 끝에 떨어져 앉아도 느껴지는 향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씻고 나와서 학교에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반 배정마저 이런 꼴이라니. 한숨 쉬면서도 착실하게 노트북을 켜고 강의 내용을 받아적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강의 첫날은 빠르게 흘러간다. 한 학기동안 공부하게 될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교수 본인에 대한 소개, 몇 가지 질의응답을 받고 나면 첫 강의가 끝났다.
빨리,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그러지 않으면 너와 마주칠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끄지도 않고 황급하게 덮은 뒤 가방에 쑤셔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향한다. 제발 네가 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필사적으로 네 쪽은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걸음 옮겨 강의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온다. 점심도 대충 편의점에서 때울 생각이었다. 학생 식당이라도 가면 분명 마주칠게 뻔하니까.
//요 며칠 밀린 약속을 쳐내느라 현생에 고통받고 온 사람입니다...(퀭) 니드호그가 수업을 잘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둘이 마주쳐야 하니까(?) OT도 안 빼먹고 성실하게 나온 걸로 설정했습니다! 그나저나 슬슬 둘이 무슨 과 학생인지 설정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과 학생인지 정하고 나면 이어갈 소재가 훨씬 더 다양해질 것 같거든요. 아니면 아직은 분과가 안 된 학부제 1학년생이라고 해도 될 것 같고요! 1학년은 학부제였다가 2학년부터 학과제로 나눠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카이는 사회학이나 문헌정보나 문화콘텐츠같은게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 니드호그의 학과는 정말 감이 안 잡히네요. 앤캐 캐해실력이 부족한 제 불찰입니다 ;-;) 니드주도 요즘 갑자기 날씨 쌀쌀해졌는데 푹 쉬시고, 혹시 학과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나중에 뵐게요 :)
답레는 제가 뒤틀려버린 수면패턴 때문에 깨어있기 때문에 어찌어찌 눈 붙히고 일어나서 드리도록 할게요:) 그러니 일단 잡담부터 잇겠습니다(__)
고생하셨습니다. 대체 밀린 약속이 얼마나 있으셨길래 지금 시간에 답레를 두고 가신 건가요 앤오님..현생에 치이시고 이번에는 약속에 치이시네 아이구. 그래도 좋은 시간, 즐거운 시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본인 스스로도 잘 챙겨주셔야하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내 앤오님은 스스로 어른이시니 잘 하실거야 응. (꾸닥) 거기에 카이가 있으면 니드호그 하운드는 수업은 빼먹어도 학교는 갈 녀석이지만(집착공 모먼트) 그렇지만 카이주가 주신 상황이 너무 찰떡이여서 무릎을 탁 쳤네요. 역시 내앤오님이야! 그렇죠..? 슬슬 학과를 정해야하는데(흠티콘) 학부제였다가 학과제로 바뀌는 거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에이 괜찮아요:) 저도 니드호그 하운드 캐해가 안되는걸요. 껄껄. 그러니 카이주가 말해주신 카이에게 어울리는 학과(학부)들 중에서 고르는 걸로 합시다. 여차하면 고증은 살짝 모르쇠하면 되니까요(이런 앤오라서 미안해요 흑흑) 사회학이나 문헌정보는 니드호그 하운드한테 애매한 느낌이니 문화콘텐츠로 가볼까요? 문화콘텐츠가 어떻게 나눠지는지는 니드주가 찾아서 수박겉핥기로 알아오겠습니다(__) 괜찮으시다면 당근을, 의견이 있으시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카이주:예?;) 저는 칩거생활과 필요에 의한 외출만 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앤오님 건강하셔야해. 감기 걸리기 너무 좋은 날씨니까요(눈물)
위에 말한대로 눈 좀 붙히고 일어나서 답레 쓰도록 하겠습니다(__) 깨지 않고 푹, 질좋은 수면을 취하시길 바래요. 나중에 봐요!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질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그렇게나 지났어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네 그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너의 그 변하지 않은 점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넌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오피스텔 입구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꺼낸 담배를 입술 사이에 비집어 밀어넣었다.
"내일 봐, 라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도 할 줄 알게 됐네."
너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네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와 엇비슷하게는 알고 있을테지만. 담배 끝에 불을 붙히려다 말고, 니드호그는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지도 길지도 않은 담백한 웃음이다. 웃음은 곧 냉랭한 미소로 바뀌고 니드호그는 담배 끝에 불 붙혔다.
뿌연 회색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하늘을 향해 피어올랐다.
-
강의는 영양가 없었다. 녹음 기능을 켜둔 탭을 강의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니드호그는 비스듬히 턱을 괴고 교수를 바라보던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핸드폰 전원을 켰다가 끄는 의미없는 짓을 하다보면 강의는 끝을 보이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교수가 자리를 뜨면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니드호그 또한 다음 강의가 뭐였는지 떠올리면서 책상을 정리하며 가까운 자리에 모여 앉은 친구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들을 반쯤 흘려듣는 중이었다.
니드호그가 가방을 어깨에 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강의실 밖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에 익다못해, 아주 잘 아는 사람. 하, 하고 니드호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나랑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거구나. 가방을 쥐고 있던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며 니드호그는 제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너희들끼리 먹어. 약속이 생겨서."
나는 네 뒤를 쫒기로 했다. 강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제 친구를 향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말하고 네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을 들으며 도망쳤을 법한 길을 따라 움직인다. 자, 어디로 도망갔을까. 그때는 뒤를 쫒을 타이밍을 놓쳐서 네가 도망치는걸 붙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나는 널 충분히 쫒을 수 있으니까. 걸음을 옮기다보면 네 모습을 멀리서 찾아냈을 것이다.
"카이!"
//시선이 집중되면 카이가 자기한테서 도망칠 생각을 못할거라는 계산을 거친 니드호그 하운드의 행동입니다. 혹시나 잇기 힘드시다면 꼬옥 말씀해주시고 답레는 늘 그랬듯 천천히 편히 이어주세요:) 답레를 빨리 쓰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일이 겹치다보니 늦게 답레 쓰게 되었습니다 따흑...월요일까지 공휴일이니 바쁘지 않길 바래요. 바쁘시더라도 즐겁게 바쁘셨으면 좋겠습니다(__) 답레 두고 갈게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왜...왜 퇴직했는데 더 바쁜거지...왜지???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생의 굴레입니다. 따흑...눈물이 나는 것이에요. 카이주도 현생에 시달리고 계시겠죠? 일교차가 많이 오락가락하는데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너무 내려간 것 같아서 짧은 잡담괸 안부인사로 끌어올릴게요:) 사실 카이주가 보고 싶어요 엉엉....;-;) 하지만 저는 능이버섯 어른이니까 카이주가 아프지 말고 바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걸 더 바라겠습니다. 히히. 오늘 하루도 끝나가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덜 바쁘셨길 바래요 나중에 봐요:)
강의실에서 멀어질 수록 네가 친구들과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 또한 멀어진다. 안도의 한숨 내쉬며 가슴 쓸어내리던 그 때, 주머니에서 진동 느껴져 핸드폰 꺼내면 삽시간에 표정 굳는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니드호그 하운드. 사실 이름보다도 번호가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때는 지긋지긋하게 붙어다녔던 사람의 번호였기에. 넌 아직까지 번호 한 번 안 바꿨구나. 나는 그 때 이후로 나의 모든 걸 바꿨는데. 아주 잠깐이지만, 상념에 잠겨 멈춰서면 제 시간만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관계없이 곁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걸음은 옮겨야 하고, 나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다시 정신이 들면 목적지 없이 그저 너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목적으로 걸음 옮긴다. 교양관에서 학생회관으로, 학생회관에서 인문대로. 차라리 도서관 지하에나 처박혀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옆길로 꺾으려던 그 때,
- 카이!
제 이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에 목줄이라도 매인 듯 본능적으로 멈춰선다. 누가 봐도 너다. 너일 것이다. 너일 것을 아는데, 그러면 도망가야 하는데.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단 향이 실려와 저도 모르게 이끌리듯 뒤돌아본다. …역시 너다. 진작에 도망갔어야 했는데. 젠장. 애써 무던한 표정 지어내며 시선 마주한다.
"니드호그. …여기서 다 만나네. 밥 먹으러 갈 시간 아니야?"
그 말뜻이라 함은, 학교에서 굳이 만날 생각 없었는데 너는 네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안 가냐- 쯤 되겠다. 도서관 카페에서 조용하게 책이나 읽으려던 계획은 진작에 산산조각난지 오래다. 너를 마주친 이상 떨쳐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차라리 이 주위 어딘가에 있을 너와 친한 이의 얼굴을 눈으로 찾는다. …얘는 왜 주변에 자기 친구 하나 안 달고 온거야? 드디어 사람에 질려서 혼자 다니기로 결정한 건가. 하기사, 그정도로 사람을 달고 다녔으니 사람에 질릴 때도 되긴 했다. 제 나름의 도식으로 네 곁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이해한다.
"나는 밥 먹고 오늘 들은 수업들 전공책 사러가야 해서, …좀 바쁠 것 같은데."
말투만 친절하지, 이쯤 되면 완전한 축객령이나 다름없다. 같은 수업이 내일 바로 있는 것도 아니니 내일 사도 될텐데, 밥이야 같이 먹든 따로 먹든 지금 먹든 나중에 먹든 어떻게 해도 죽는 것도 아닌데 네게서 떨어지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라도 날 것처럼 반응하고 있으니. 그러면서도 시선은 이따금 걱정스러운 듯 네 손 끝이 있을 방향을 살핀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다는 것을 그 주인은 알지도 못한 채다.
//즐겁게 바쁜 연휴를 보내고 회사에서 월급루팡하면서 쓴 답레? 음~ 냐미. 니드주도 퇴직하셨는데 어째... 왜 더 바쁘신 것 같죠? 모쪼록 일교차 큰데 항상 몸 조심하시고 아프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기만을 바랄게요. 저는 요즘 아주 건강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 그러면 카이와 니드호그의 학과는 문화컨텐츠학과로 하고, 학부는… 문화컨텐츠학과는 사회과학학부 소속일까요, 응용예술학부 소속일까요? 이건 조금 고민해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 저는 요즘 직장다니면서 덕질을 병행하다보니 짧게 자고 있는데, 역시 하루는 덕질을 조금 쉬고 푹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틀 연속 5시간 이하 수면이라니 말도 안 된다... 이러다 죽는다... 갱신합니다. 나중에 봐요!(__)
문화컨텐츠학과...보니까 인문학 어쩌구저쩌구 저절씨구어절씨구 같은데..(흠티콘) 그래도 따지면 응용예술학부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지만요:( 우와 어렵다... 이틀에 5시간 이하의 수면은 회복하신 건강을 다시 악화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만...(지이이이이) 그래도 하루는 덕질을 쉬시고 푹 주무신다고 하셨으니 걱정은 덜기로 하겠습니다. 하루정도는 푹 쉬어주세요(__) 저요? 음...글쎄요 왜 바쁠까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일하면서 쌓은 업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핫하 바쁜 생활 아주 즐거워(피를 토하며 부들거리는 중) 답레 잘 받았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이 흘러나온다는 걸< 이라는 문장과 >>몸에 두드러기라도 날 것처럼 반응하고 있으니<< 에서 오는 문장들이 포크 카이의 성향이 엿보이는 문장이라서 예쁘다고 느꼈습니다. 내 앤오님은 필력이 갈수록 느는데 제 필력은 퇴화하다못해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급하게 인터넷에서 문집이라도 틈틈히 찾아서 읽고 있어요. 멋진 답레를 주시는만큼 저도 좋은 답레를 드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라 무리는 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할게요:) 지금쯤 쉬러 가셨을지도 모르지만 답레는 지금부터 작성하겠습니다. 이르면 자정 내에 늦으면 새벽에 올라갈 듯 해요. 푹 쉬시고 나중에는 꼭 동접했으면 좋겠어요:)
문화컨텐츠학과...보니까 인문학 어쩌구저쩌구 저절씨구어절씨구 같은데..(흠티콘) 그래도 따지면 응용예술학부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지만요:( 우와 어렵다... 이틀에 5시간 이하의 수면은 회복하신 건강을 다시 악화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만...(지이이이이) 그래도 하루는 덕질을 쉬시고 푹 주무신다고 하셨으니 걱정은 덜기로 하겠습니다. 하루정도는 푹 쉬어주세요(__) 저요? 음...글쎄요 왜 바쁠까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일하면서 쌓은 업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핫하 바쁜 생활 아주 즐거워(피를 토하며 부들거리는 중) 답레 잘 받았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이 흘러나온다는 걸< 이라는 문장과 >>몸에 두드러기라도 날 것처럼 반응하고 있으니<< 에서 오는 문장들이 포크 카이의 성향이 엿보이는 문장이라서 예쁘다고 느꼈습니다. 내 앤오님은 필력이 갈수록 느는데 제 필력은 퇴화하다못해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급하게 인터넷에서 문집이라도 틈틈히 찾아서 읽고 있어요. 멋진 답레를 주시는만큼 저도 좋은 답레를 드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라 무리는 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할게요:) 지금쯤 쉬러 가셨을지도 모르지만 답레는 지금부터 작성하겠습니다. 이르면 자정 내에 늦으면 새벽에 올라갈 듯 해요. 푹 쉬시고 나중에는 꼭 동접했으면 좋겠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술래잡기를 좋아한 적 없었다. 견디지 못해 숨어버리는 사람은 있더라도, 멀쩡히 내게서 도망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술래잡기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 한번도 흥미를 주지 못한 놀이었다. 그런데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연결음을 들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는 지금은 그 재미없어뵈된 술래잡기도 제법 재밌게 느껴진다. 도망치는 사람이 너라서 이다지도 재밌는지도 모르겠다. 내 번호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걸 네가 알아차리면 전화를 받을리 없을거고, 바뀌지 않은 내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 전화를 받을거다.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내가 널 붙잡아두겠다는 결심을 굽힐 리는 없지만 말이야.
이윽고 가까워진 너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기계적인 음성 안내 메세지에 나는 네가 나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동시에 네가 나를 오롯하게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만에 의거한 또다른 확신은 등줄기가 저릴정도의 충족감을 불러일으켰다. 비틀려 올라가는 입매를 핸드폰으로 가렸다가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집중된 시선들을 무시하고 가까이 다가선다.
"수업 같이 들었으면서 그러면 섭섭해. 카이. 우리 그때 이야기 많이 못했잖아? 그래서 보이길래 따라와봤어."
친구들은 따로 학식 먹는다고 했고. 뭘 찾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다는 양 썩 사교성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니드호그는 유려하고 매끄럽게 답을 내놓았다. 네 말 뜻은 하나도 이해 못했다는 듯 뻔뻔하게 짓는 내 미소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다. 잠시 집중됐던 시선들이 갈길들을 찾아가고 나서도, 니드호그의 미소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어지는 말이 명백한 축객령이라, 니드호그는 흠-, 하는 콧소리를 내며 제 주머니에 여즉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넣은 뒤 느릿하게 눈을 두어번 깜빡인다.
"밥 먹을 시간은 있는거잖아? 잠깐 시간 좀 내줘."
깜빡이던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하지만 곧 허리를 굽힌 뒤 고개를 비틀어 기울이는 행동과 이어진 가늘게 뜬 눈을 여유롭게 접어내는 니드호그였다.
"아니면 그때처럼 술이라도 마실래?"
내 손끝을 살피는 것 같은 네 시선의 움직임을 모를리가 없다. 필사적으로 내게서 떨어지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과는 다르지 않던가. 눈치채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지금 보여주는 네 다정함은 짓씹어버리고 싶다. 네가 무엇을 택할지 알고 있으면서 친절을 베푸는 것 마냥 선택지를 주는 꼴이 네게는 웃기게 보일까. 니드호그는 여전히 사람좋고 능청스러운 웃음을 낯에 걸고 있었다.
//답레를 올립니다:) 슬슬 니드호그 하운드 캐릭터성이 잡히는 것 같기도..(흠티콘) 답레는 천천히 주세요:)
어렸을 때 너와 했던 술래잡기를 떠올린다. 멀쩡히 네게서 도망치는 사람이 없었기에, 처음 너와 술래잡기를 할 때에는 모든 친구들을 멀쩡히 도망치게 하려 무진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그마저도 얼마 못 가서 포기하고, 자신만이라도 들키지 않게 구석에 숨어 네게 들키지 않으려 숨죽이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마저도 결국 번번히 네게 들키고 말았지.
그래, 바로 지금처럼. 제가 뭘 찾고 있는지 다 안다는 양 사교성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에 아주 잠깐이지만 미간 찌푸려진다. 도망갈 길이 모두 차단된 데에서 비롯된 위기감에 잘 갈무리하던 표정마저 허물어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능글능글하게 다가오는 네게 답한다.
"그 때 충분히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분명 바쁘다고 내가,"
아, 젠장. 고개를 기울이며 제게로 몸 가까이 하면 그만큼 코끝에 끼치는 향도 진해진다. 순간 너무 달아서 머릿속이 울렁거리는 듯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같은 대학에, 같은 학부라니. 이 끔찍하게 단 향과, 돌아버릴 것 같은 충동을 끌어안고 4년 내내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휴학할까. 강렬한 충동마저 이는 것 느끼며 조금이라도 제 안에 들어찬 달콤한 향을 몰아내려 헛기침한다. 그 와중에도 너는 속도 없는 건지, 제가 거절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술을 마시자고 붙어온다. 차라리 밥 한 끼 먹고 빠르게 헤어지는게 빠르겠지. 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인다.
"…말했던 것 같지만, 잠깐 밥 먹는 것 정도야. 그래. …학생식당이면 괜찮지?"
말하고는 먼저 걸음 옮긴다. 어차피 제가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붙을 녀석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밥 먹다 체하는 건 아닌가 몰라, 다음 강의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더라….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며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다. 행여나 너와 함께 있는 모습이 다른 동기들 눈에 띄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학생 식당에 가면 자판기에서 익숙하게 메뉴를 고른다. 계란이 올라간 차슈동. 처음으로 학생 식당에 오자마자 눈에 띄는 메뉴여서, 이걸 한 번 먹고 나서는 쭉 이것만 먹겠다 다짐했더랬지.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식당의 모든 음식들 중 그나마 맛이 가장 잘 느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넌 뭐 먹을래?"
//술래잡기 이야기가 정말 니드호그 하운드스러워서 군침 꼴깍 삼키면서 읽었다는 건 안비밀입니다. 등줄기가 저릴 정도의 충족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대목도 정말 좋아요. 카이를 보고 짜릿해하는 싸패(?) 니드호그 하운드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달지. 저도 요즘은 시집을 틈틈히 찾아서 읽고 있는데, 글을 읽는 것과 필력은 별개인가봐요. 필력이 늘 기미가 안 보이네요... ;-;) 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하기로 해요. 저는 글을 읽을 때보다는 쓸 때 필력이 더 빠르게 올라가는 것 같아서, 가끔 떠오르는 문장이 있으면 바로 메모장에 써두는 식으로 필력을 쌓고 있어요. 니드주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쓴 문장을 쓰고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읽어보면 문장의 어색한 부분이 눈에 들어와서 고칠 수도 있고, 이 부분은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게 좋겠다 싶은 것도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다음달에 본가가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어서 바쁘게 이사준비중이네요. 니드주도 이사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고, 너무 바쁘지만은 않게 여유로운 하루도 중간중간 보내시길 바래요.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참, 다다음주부터는 일이 조금 줄어들어서 동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접 가능한 시간을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다음에 봐요 :)
날이 갈수록 일교차도 커지고 쌀쌀해지네요 그런데 햇살은 눈이 부시고.. 잘 지내고 계신가요? 감기라던가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쌀쌀해지는 날씨를 보니 오늘따라 카이주가 뵙고 싶어서 스레가 떠내려가 끌어올리며 안부를 묻습니다(__)
요즘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 저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퇴직한지 벌써 보름이나 되었다니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이사를 갈만한 곳, 마음에 드는 곳이 안나와서 허탕을 치는 일이 허다하니 이러다가 부동산이랑 친구 먹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껄껄(울면서 웃기) 들렀다가 가겠습니다. 일요일인만큼 앤오님도 평온하고 느긋한 휴일이 되고 계시길 바랍니다(__)
네 표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바라본다. 친구라는 단어를 붙혀서 불렀던 그들을 어떻게든 도망치게 하려던 너를, 그러나 결국 포기하고 내게 들키지 않으려 숨죽인 채 숨어있던 너를 나는 기억한다. 더럽게 재미없던 술래잡기는 숨어있는 널 찾아내는 걸로 그럭저럭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결국 술래잡기의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건 너와 나뿐이었지.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다.
이게 술래잡기인지, 숨바꼭질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에이, 우리 아직 할 이야기 많이 남아있잖아. 그때 이야기한 걸로는 부족하지."
제 몸이 가까이 다가가기 무섭게, 뒤로 물러나는 너의 날선 반응에 니드호그의 여유롭고 능글맞은 웃음이 의뭉스레 짙어진다. 여전히 나를 지독하게 싫어하지만 그와 똑같이 네가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케이크라서 싫어하는 것일테지. 그레서 니드호그는 네가 잘 아는 , 다분히 의도가 담긴 웃음을 지어보였다. 술을 마시자는 이야기까지 하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가까이 다가갔던 제 몸을 물러내고 니드호그는 키득거렸다. 지독하게 싫어할 거면 끝까지 싫어하는 게 좋을텐데.
"끝까지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흥얼거리는 것마냥, 문장을 홀로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는 카이와 엇비슷하게 니드호그는 걸음을 옮겼다. 그렇지, 술을 마시는 것보다 차라리 밥을 먹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테지. 네 책임지지 못할 친절과 온전히 거절할 줄 모르는 성품을 나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싫어한다. 아마 그건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학생식당으로 가면 제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 그런 걸 신경썼다고.
"난 그냥 백반으로."
학생식당 내부를 시선으로 훑어보면 제 얼굴을 아는 동기나, 선배들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체 해오는 걸 번거롭다는 표정과 달리 마주 인사를 하고 있던 니드호그는 카이의 물음에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른 뒤 제 카드를 그대로 자판기에 밀어넣었다.
"내가 밥먹자고 했으니, 내가 살게."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다시 지갑에 넣은 니드호그는 카이가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게 할 셈이었다. 영수증과 함께 딸려나온 번호표 중 네 몫을 건네어주고 니드호그가 걸음을 옮긴다. 순서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잠시 만진다. 온 연락들 중 대답할만한 것들을 골라 답변하고 지금 당장 답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읽지 않고 그대로 삭제한다.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연락들을 검열하고 음식을 받아서 출입구에서 좀 떨어지고 시선이 닿지 않을만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니드호그 하운드를 피하고 싶은데 완전히 거절하지 못해서 끌려오는 카이가 너무 귀여워서 환장할 것 같습니다. 카이는 AU에서도 너무 귀엽네요. 내 앤캐 최고야. 레로레로(카이주:으;) 앤오님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따흑..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같이 노력해봐요 정말로. 저는 글 읽으며 붕뜬 필력의 멱살을 잡아끄는 편이다보니(과격한 표현이지만 진짜랍니다.) 앗 저도 마음에 드는 표현이나 문장이 있으면 적어두는 편이에요. 이렇게 카이주랑 비슷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되니 굉장히 기뻐서 현실에서 우헤헤 하고 있어요:) 히히. 앤오님이랑 비슷하다. 히히. 니드주 기쁘다. 히히(히죽히죽) 저는 일단 써두고 다시 쭉 읽어보며 고쳐쓰는 편이지만 앤오님이 추천하는 방법 써보겠습니다! 조언 감사해요(__) 앗아...이사 화이팅입니다. 날이 급격하게 쌀쌀해졌으니 이사하실 때 덥더라도 긴팔 꼭 챙겨입으시고 안전하게 이사하시길 바랍니다. 제 이사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그저 웃지요) 카이주도 화이팅이에요:) +) 동접할 수 있는 시간 알려주시면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요즘 바른생활어른이+이상하게 바쁜 현생에 시달리고 있지만 동접을 위해서라면야 어떻게든 해내겠습니다(진지)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길 바랄게요 와서 하는 말이 건강에 대한 걱정 뿐인데 제가 앤오님 건강을 염려할 수 밖에 없는 게 제가 지금 몸건강이 썩 좋지 않아서..(눈물) 병원 다니면서 이사 준비와 이직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보니 하루가 번개같이 순삭되고 집에 와서 짐정리하고 쓰러져서 자는 게 일상인 나날의 반복이다보니 쓸만한 잡담이나 그런게 없네요. 늘 반복적인 일상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__) 위에 말했듯이 병원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까 걱정 많이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카이주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올해 겨울을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따흑 (눈물이 차올라서 어쩌고) 근황(이라기엔 뭣하지만 아무튼) 남기면서 갱신해두고 갈게요. 답레든 근황이든 여유로우실 때 와주세요:) 나중에 또 봐요!
끝까지 거절할 줄 알았다니. 네가 끌어들였잖아! 라는 말이 목끝까지 치고올라왔지만, 여기서 발끈해봤자 휘말릴 뿐이겠지. 속으로 한숨 눌러삼키며 학생식당으로 걸음 향한다.
"뭐? 아니, 야…! …하아."
어렸을 때부터 잘 산다는 건 알았지만은, 이렇게 주저없이 제 몫까지 계산해버릴 줄은 몰랐지. 이렇게 되면 다음 번에는 내가 밥을 사줘야 하는데…, 벌써부터 피로가 밀려오는 기분이다. 네가 말린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고. 이따 커피라도 테이크아웃으로 사주고 도망가야지, 생각하며 너 따라서 걸음 옮기면 네 손에 들린 핸드폰 위에서 수많은 연락들이 선별되는 것이 고스란히 보인다. 별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구석에 자리잡으면 어색하게 테이블 위만 바라보다, 주방으로 시선 옮긴다. 오, 대기열에 주문번호 떴다. 좀 있으면 나오겠는데.
"…커피 좋아하면 이따 한 잔 마셔. 사줄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켰던 음식이 나오면 제 할 말만 던지고는 빠르게 다가가 제 몫 가져와 앉는다. 정말, 정말 밥만 먹고 나면 일어나야지. 밥 먹고 나면 테이크아웃 커피를 던져주고 무조건 집으로 도망가는거다. 집에 가면 아무 향도 나지 않는 평온한 내 자취방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차슈동 위의 고기를 한 점 물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눈썹 찌푸린다.
…뭐야. 왜 평소보다 맛있지.
그 원인이 네 향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맛을 돋구는, 기묘하게 질척하고 단 향이 너와 함께하는 공간 전체에서 느껴졌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 깨달은 순간 눈빛 차게 가라앉는다. 어젯밤에는 인적 없는 곳에서 술에 취했으니 그렇다 쳐도, 지금은 공공장소인데. 이런 곳에서 이런 감각을 느끼면, 내가 그 때 너를 물어뜯었던 그 애와 다를게 뭐지. 순식간에 입맛이 떨어지는 기분이라 차슈동 위의 고기만 젓가락 끝으로 쿡쿡 찌르다 식기 내려놓는다.
내려놓기 무섭게 제 위장이 울리는 소리가 꼬르륵, 하고 크게 울렸다는게 문제였지만. …젠장. 속으로 작게 욕설 중얼이며 다시 식기 들고 고기과 밥을 한 술 크게 떠서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린다. 맛있긴 진짜 맛있네….
//저번주 금요일에 마침내! 퇴사를 하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술약속을 나가며 살고 있습니다……o<-< 오늘은 술약속은 아니지만 고기 구워먹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는 길이에요. 하지만 밖에서 노트북으로 답레를 치고 있죠! 노트북 짱. 노트북 최고. 저도 요 근래 이사준비하면서 후임에게 인수인계하랴, 이직할 곳 알아보랴, 약속 쳐내랴 이래저래 바쁜 나날이네요. 우리 둘 다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으니 반복적인 일상을 이야기한다 해서 죄송할 건 없는 것 같죠? ;) 저는 요즘 어디 아픈데는 없는데, 퇴사 직전부터 지금까지 무기력이 너무 심하게 와서 걱정이네요. 약속도 반 좀비같은 상태로 나가서 놀고 있고… 왜 사는게 재미가 없는지 모르겠어요. 뭐라도 재미있는 걸 찾아야 하는데. 정말 재미있는게 답레 쓰는거, 맛있는거 먹는거밖에 없어요. 와아…. ㅐ<-< 저도 근황(이라기엔 뭣하지만 아무튼) 남기면서 갱신해두고 갈게요. 여유로울 때 답레 남겨주세요. 나중에 봐요!
답레 확인했습니다:) 제쪽에서 답레를 쓰려면 카이주가 맛있게 고기를 구워먹는 시간쯤에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잡담부터 이어두려고 왔어요. 일단 첫번째로 퇴사하신 것 축하드립니다(__) 이게 축하할 게 맞나? 싶지만 어쨌든 취직하시고 출근하시는 동안 많이 힘들어보이셔서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이네요. 물론 매일 술약속을 나가신다는 건 역시 걱정스럽지만요:( 앤오님이 잘 조절하실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많이 걱정하지 않을게요. 반복적인 일상을 이야기한다는 점을 미안해하지 마시라니 카이주는 천사이신가? 엔젤? 텐시?(카이주:그만;;) 무기력이 심하시다면 회사 다니시면서 너무 힘드셨다보니 탈력감이 와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지만..(흠티콘) 아직은 인수인계하시는 중이고 미뤄뒀던 약속들을 쳐내시고 계시니까 그 무기력함을 조금 즐겨두셔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씀드려봅니다. 계속 두고 있으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무기력은 내버려두면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의사의 도움도 받으셔야하고 말이에요:( 날씨의 원인도 있을 수 있으니 어서 재밌는 걸 찾아야하는데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쓰담뽀담)
아마 니드호그 하운드가 있지도 않은 구설수(소문)을 들어서 카이한테 하루에 한번 나랑 밥먹고 커피마시고 기분내키면 술마시자 하고 말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니드호그 하운드는 카이 윈슬로우가 도망치려고 머리 쓰는 것까지 못하게 할것 같아서(옆눈) 그냥 쓸수도 있지만 의견을 여쭙고 싶어서 남겨봅니다.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제 지갑에 도로 집어넣는 니드호그는 웃음기 없는 메마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게 익숙한, 정확히 네 앞에서만 가감없이 보여주곤 하던 그 얼굴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지긋지긋하다는 낯을 하고 있던 니드호그가 네 말에 히죽, 하고 입매를 올려 능청맞은 웃음을 짓는다.
"고맙다는 말은 안해도 돼. 학생식당에서 밥 사주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능청맞은 웃음도 모자라, 눈가를 접어내리는 야살스러운 눈웃음까지 짓고 네 황당하다는 반응이 섞인 말에 대꾸하는 목소리가 나긋했다.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많은 연락들 중 쳐낼 건 쳐내고 답장할 것들은 답장하면서 검열하고 있던 니드호그의 손이 멈춘 건 주문번호가 뜨는 소리 때문임이 분명했다. 대기열에 뜬 너와 제 주문 번호를 가만 바라보던 니드호그의 시선이 건너편에 앉은 네게 향한다. 커피? 밥 먹는 내내 사라질 것 같지 않던 능청스러운 웃음이 머무른 입매가 아래로 느슨히 떨어졌다. 네 할말만 던져두고 음식을 가지러 가버리는 네 뒷모습을 니드호그는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말고 술은 어때? 취중진담이라는 게 있잖아."
카이가 음식을 가지고 돌아오면 니드호그 또한 그 남겨두고 간 말에 대한 대답을 느릿하게 놓아둔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기열에 번호가 떴기 때문이었다. 제 몫을 가지고 자리로 되돌아와서 앉으면 그 어떤 잡담도 없이 침묵 속에서 식사가 시작됐고 니드호그의 시선은 정갈하고 깔끔한 백반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머리통 속에서 굴러가는 생각들은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식기를 내려놓는 네 모습에, 니드호그가 반찬 하나를 집으며 입을 열었다.
"나랑 있어서 그런 건 알겠지만 그래도 먹어."
아예 백반을 건드리지 않고 있는 주제에, 먹으라며 아깝지 않냐고 문장을 덧대려던 니드호그는 곧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건지 밥을 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데구르르 시선을 굴렸다. 주변 시선이 따갑다. 내가 너와 있기 때문인지, 네가 나와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걸 못느낄만큼 니드호그가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래, 차라리.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니드호그는 양손 깍지껴 그 위에 턱을 기댔다. 타인이 호랑이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제 스스로 먼저 호랑이를 만들어내면 되는 거다.
"내가 너를 점찍어서 꼬시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모양이더라."
말문을 연 니드호그는 곧 한손으로 턱을 괴고 가늘게 뜬 시선을 예의 접어내리며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맞은 미소를 만면에 띄워냈다.
"그러니까 나랑 하루에 한번씩 밥먹고 커피마시자. 가끔 술도 괜찮고. 괜히 소문 때문에 귀찮은 건 싫잖아."
//일단 잡담에서 의논드린 내용대로 써왔는데 혹시 마음에 안드신다면 맨 아래에 있는 니드호그 하운드의 대사는 스루해주시면 됩니다(__) 시간되실 때 천천히 답레 주세요:)
네게 반문하는 것도 잠시, 제 몫의 음식을 가지러 가는 네 뒷모습을 향해 꿍얼거림에 가까운 중얼거림만 던져두고는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물론 너를 신경쓰지 않고 먼저 먹을 수도 있었지만, 껄끄러운 상대라 해서 예의마저 던져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불편한 침묵이 길어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너를 기다렸고, 네가 돌아오고 나면 말 없는 식사가 시작되는 것을 그저 받아들였다. 분명 식사를 위한 자리일텐데, 마치 형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보내는 시선 또한 그 형벌에 무게를 더했다.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그 날의 일 이후로 몇 년을 시선에 예민한 채로 살았으니, 너와 내게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알면서도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시선으로 그릇 안의 밥알을 헤아린다. 차라리 빨리 먹고 일어나는게 너와 내게 더욱 좋을테니까. 저 소문에 굳이 무게를 더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같은 과에 재학하는 고등학교 동창. 그 정도의 거리감이 좋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무슨."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정적 속의 불협화음처럼 내려앉았다. 양 손가락을 그물처럼 얽고는 그 위에 턱을 기대는 모습이 마치 식사를 마친 맹수처럼 보였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그 뒤에 네 입으로 얹은 말은, 흡사 호랑이의 입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했다. 다행히도 동기들이 있는 테이블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이 말이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 해서 곤란함이 가시지는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맞은 미소 끝에 걸린 시선이 저를 훑어내리면 마치 시선에 해부당하는 듯 소름이 돌아 애꿎은 아랫입술만 슬쩍 물었다 떼었다.
"하루에 한 번은, 너무 잦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매일 만나면 오히려 소문에 무게를 실어주는거나 마찬가지일텐데. …그리고,"
학생식당 건물의 창가에 은은하게 비친 식당의 풍경을 잠시 눈으로 훑는다. 동기들은 여전히 테이블에 있었지만, 식사를 거의 마쳐가는 분위기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원인이야 뻔하지. 네게나 겨우 들릴 만큼 작게 한숨 내쉬고는 남은 음식을 입 안에 대충 밀어넣는다. 차슈동에서 고기와 계란만 건져먹고, 밥알은 티스푼으로 뜨는 것만 못하게 대충 긁어먹는 모양새라니. 그마저도 의무적으로 꾸역꾸역 씹고 있으니 식사라기보다는 영양 보급에 가까웠지만,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한 채다. 섭취를 마치고 나면 소리없이 식기 내려놓고는 네 쪽으로 고개 기울여 속삭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를 옮기는게 어때."
오히려 잘 됐다.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했을 일이었으니. 차라리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결착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지. 확실히 말하고 거리를 두는게 좋을테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너를 마주하는 눈은 전보다 더욱 또렷하게 빛난다.
어라? 진도를 당길 수 있는 계기를 이렇게 제공해주신다? 오히려 좋아(~.~) 상태라 바로 받아쳤습니다. 이렇게 되면 술자리 가서 정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겠는데요. 과연 술자리에서 니드호그 하운드가 카이를 어떻게 구워삶을지 두근두근해져요(*'v'*) 카이도 물론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요! 퇴사는 당연히! 축하할 일이죠. 주 7일 출근은 정말 끔찍했다구요. 술약속은… 주변 친구들이 퇴사하자마자 퇴사했지! 만나자! 하고 우루루 연락을 주는 바람에 ;)… 어쩌다 보니 약속이 하루도 빠짐없이 잡혀서 그렇게 됐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당분간은 하루도 안 쉬고 술을 마실 일이 없으니까요!(니드주: 그게 보통이에요;;) 잘 조절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앗. 니드주가 저를 천사라고 부른다면 제가 그냥 천사할게요(니드주: 네?) 안 그래도 오늘 병원 가서 이야기해보니 번아웃이 온 것 같다면서 항정신성 약을 약간 바꿔주더라구요. 그래서 약 먹고 푹 쉬기로 했어요 :> 내일부터는 다시 이직할 곳도 알아보고, 개인적인 공부도 하면서 푹 쉬려고요. 쉬는게 맞나? 싶겠지만 이게 저에게는 쉬는거랍니다. 어쩌면 공부가 새로운 취미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 늦지 않은 귀가는… 어음… 그렇게 됐습니다(?) 하지만 즐겁게 잘 놀고 온 만큼 심리적인 재충전도 충분히 한 기분이에요. 걱정해주신 덕분에 더 편하게 잘 놀고 푹 쉬고 온 것 같아요. 니드주가 써주신 대사는 정말 너무! 너무 니드호그 하운드답다고 생각하고, 아주아주 좋아요. 사실 니드호그 하운드라는 캐릭터도 결국 니드주가 생각하는 니드호그au캐릭터니까 니드주의 해석이 곧 공설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는 건 다 마음대로 쓰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니드주가 주신 니드호그라면 다 마음에 들어할거고, 충분히 그에 대한 답레를 쓸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늘상 말하는 거지만요 :) 한동안 바빠서 잘 못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왔는데도 이렇게 반겨주셔서 정말 고맙고 기뻐요. 새벽이지만 슬쩍 답레 남기고 자러 가볼게요 :) 오늘도 좋은 꿈 꾸길 바래요!
답레는 일찍 눈이 떠진 김에 거의 다 썼지만 조금 더 다듬고 올리도록 하고 주신 잡담 먼저 잇도록 하겠습니다.
앗 그러고보니 진도를 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되겠네요. 니드호그 하운드가 할 법한 대사로 계기가 된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요:) 술자리에서 최대한 니드호그 하운드답게 카이를 구워삶아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술 들어간 니드호그 하운드를 붙잡기 힘들 것 같은데 아무튼 어떻게 되겠죠 뭐(대책없음) 하지만 카이가 가만히 있지 않은 건 웰컴입니다.
그렇죠. 주 7일 출근....그건 진짜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네요. 거기다가 간간히 들었던 그 업무량이 7일동안 이어지면 정말(말잇못)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뽀담뽀담) 원래 퇴사하면 미뤄졌던 약속들이 몰리는 법이니까요. 거기다가 카이주의 스케줄은 블랙기업이기까지 했으니. 원래 술은 쉬어가면서 마시는 게 보통인데요:0 어라?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뎅) 잘 조절하고 계신다고 하시니 걱정은 조금 내려놓기로 하겠습니다(__)
네? 천사가 되어주신다구요? 좋아. 이제부터 카이주를 천사님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카이주:네?)우리 앤오님 병원도 척척가고 아주 칭찬해(부둥둥) 증세가 번아웃 증세인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잘하셨어요. 뽀담뽀담입니다:) 이직 준비도 시작하시는 공부도 하시면서 천천히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음 뭐 새벽 4시 반 정도는 늦지 않은 귀가 아닐까요(??) 편하게 잘 놀고 오셨다면 그걸로 오케이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그거 뿐이었는걸요. 하지만 그걸로 더 편하게 다녀오셨다면 다행이구요. 앗아. 앗. 갑자기 그렇게 칭찬 일색을 해주시면 답레 하나 쓰는데 이틀씩 걸리는 사람은 냅다 뒤집어지고 말것이에요. 저도 카이주가 써주시는 대사 전부 너무너무 좋고 예쁘고 잘 어울려서 좋아요. 본편과 다른 인칭을 쓰시는 것도 너무 좋고 그냥 카이주가 쓰는 글이면 다 좋은 것 같습니다. 중증이군요. 아주 좋아(히죽) 마음에 들고 답레 쓰는데 문제가 없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약간 걱정했거든요.(옆눈) 저도 오랜만에 카이주를 만나서 기뻤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구요. 항상 말하는 거지만요:) 늦게 들어오셨으니 푹 쉬고 계시길 바랄게요. 좋은 꿈 꾸세요.
사이에 자리하고 있던 침묵이 제 말로 깨졌다. 아니, 제가 식기를 내려놓는 것으로 깨졌는지도 몰랐다. 깍지낀 양손 위에 올렸던 턱을 잠깐 떼어내고 니드호그는 곧 한손으로 제 턱을 괴어내며 네 작은 중얼거림에 담백하게 답을 내렸다. 눈을 두어번 감았다가 뜨는 느긋한 제 태도를 네가 어찌 생각할지 궁금했다. 제 손바닥에 턱을 괸 채 까딱, 고개를 기울였다. 동기들이 모여있는 테이블과 거리를 두기 위해 부러 이 자리를 골랐으니 이 대화가 들릴리 만무했다. 너는 이제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재회한 이래 줄곧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도 끔찍해하던 것과 같은 대답을 내놓을까.
아하. 그리고 들려온 대답에 니드호그는 감탄사인지 웃음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소리를 짧게 터트리고 말았다. 정확하게는 웃음 섞인 감탄사였다. 속을 알수 없는 능글맞은 웃음이 일순 흐려지고 웃음기가 사라진 메마른 표정이 낯짝에 머무른다. 너는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내 예상을 벗어나는 대답만을 내놓는다. 그 사실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건지. 예상하는대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예상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 쪽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그래서 너는 내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널 꼬셨고 잠깐 어울렸지만 서로 안맞아서 좋게 헤어졌다고 하면 되거든. 매번 하던 일이니까 넌 걱정할 필요없어."
니드호그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마냥 유들유들하고 능글맞은 미소를 뻔뻔하게 지으면서 네 말에 느긋한 대답을 냈다. 네 눈이 식당을 훑는 것과 엇비슷하게 니드호그의 시선이 데구르르 굴러간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나 결국 저들이 온갖 곳으로 말을 옮길테지. 그렇게 호랑이가 만들어지는 거다. 사람 세명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말처럼. 동기들 중 몇명의 곁눈질에 유들유들한 얼굴로 마치 보란 듯이 네가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손을 흔들어보였다.
"좋아. 좀 이르지만 대학로 술집들은 이 시간에도 열고 있으니까."
또렷하게 빛나는 네 눈을 들여다본다. 아, 그래. 나는 네 그 눈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너의 책임지지 못할 친절을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것처럼. 길지 않게 마주하고 있던 시선을 돌리고 니드호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갑게 식은 손 하나 대지 않은 백반이 담긴 식판을 정리하고 나면 학생 식당 밖으로 걸음을 옮길 것이다.
//장소(술집)는 적당히 정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답레는 시간되실 때 느긋하게 이어주세요.
잘도 그러고 다닌다고 해야할지, 여태껏 그러면서도 큰 문제 없이 살아온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는 건지. 그 와중에 너는 또 뭐가 좋다고 손까지 흔들어주고 있는 건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너는. 불가해의 영역에 있으니 풀지 못한 문제처럼 눈길이 가고, 제가 없으면 어디선가 사고를 치고, 그러니 결국은 다가가서 함께하고야 마는, 끝없이 저를 끌어들이는 마법이라도 부리는 듯 하다. 그걸 알면서도 이 자리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내게도 어쩌면 문제가 있는 걸지도 모르지. 깊은 한숨에 모든 복잡한 감정을 담아 내쉰다.
"개강 첫 날이니 사람이 많을거야. 가능하면 외곽으로 가자."
너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 뒤 밥만 남은 식판을 정리하고 뒤돌아보면, 그제서야 동기들이 주섬주섬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차라리 태도가 투명하니 알기 쉬워서 좋네. 헛웃음 짓고는 학생 식당 밖으로 함께 걸음 옮긴다.
이번 학기는 유독 피곤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대학로 외곽에 있는 룸 술집은 다행히도 음악소리가 크지 않았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구석 자리도 비어있었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 제일 안쪽 자리로 들어가 앉으면 간단히 고기꼬치와 국물류 안주, 술 몇 병을 시킨 뒤 네 몫의 안주를 고르도록 기다린다.
주문하자마자 술부터 먼저 나오면, 자연스럽게 뚜껑을 따고 네 잔에 먼저 술 따른다. 네 잔에 따르는 술보다 제 잔에 따르는 술의 양이 미묘하게 적은 건 너무 속 보이는 행위긴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네 쪽으로 술잔 밀어두고 제 술잔 가져오며 살짝 고개 기울인 채 묻는다.
"그런데 너, 나랑 시간표 많이 겹쳐? 하루 한 번 밥을 먹는다는 건 그렇다 치는데, 서로 시간표가 안 겹치면 소용이 없잖아. 오늘이야 전공필수에서 같은 반으로 배정됐으니 그렇다 쳐도."
말하고는 제 핸드폰 들어 시간표 들여다본다. 문화콘텐츠의 기초(오늘 들은 전공필수였다), 문화콘텐츠기획론, 문화콘텐츠마케팅, 교양영어, 스토리텔링개론, 문학과 예술… 제 손으로 하나하나 고른 과목들이 시간표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대학 생활이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그러나 벌써부터 제 패를 보여줄 마음은 없다. 핸드폰을 덮어두고는 네게 손짓한다.
그렇죠. 그리고 그런 계기를 니드호그 쪽에서 먼저 제공해주는게 뭔가 조금 더 니드호그 하운드답다고 느껴지기도 해서 더 좋았어요 :) 아니 왜 붙잡기 힘들다고 하시죠? 그냥 안 붙잡으면 니드호그 하운드가 알아서 싹 구워삶아놓을텐데요? 구워삶기만 하는게 아니라 이제 잘 구워삶은 카이를 냠냠(이하검열)
그래서 당분간은 푹 쉬려구요. 미뤄졌던 약속들도 싹 쳐냈으니 이제는 정말 쉴 일만 남았구(~.~) 넘 신나요. 술은... 그쵸. 하루 쉬었으면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합니다(니드주: 네?) 잘 조절하고 있지요. 그럼요.(?)
네? 아니, 농담이었는데! 저는 천사가 아닌데요?! ㅇㅁㅇ) 하지만 부둥둥은 받을거에요! (대충 허리에 손 올린 치와와) 고마워요. 정말 이직 준비도 공부도 해야하는데... 오늘도 대책없이 잠만 자버렸네요. 무기력이 심해서 그런가 열여섯시간을 자버렸어요... 과수면 같은데 괜찮은 건지(흠티콘) 그짓말! 답레 하나 쓰는데 이틀씩 안 걸리면서! 아, 본편과 다른 인칭을 쓰는 건 얼마간은 의도한 거기도 해요. 둘의 관계성이 본편이랑 너무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본편처럼 분위기를 똑같이 잡고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답레 쓰는데는 걱정 없으니 마음 푹 놓고 답레 써주세요 :) 제가 답레쓰는게 느리다면 무기력이 심해진 걸거에요 :(...
참, 그 대사들 좋았어요. 사람 셋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든가, 니드호그가 직접 호랑이가 되겠다고 한 거요. 니드호그 하운드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문장 같아서 어디에 써놓고 싶을 정도였어요. 정말 내 아내가(특: au에서는 아직 아내 아님) 이렇게 예쁘고말랑뽀짝하고깜찍해서(au에서 동기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임) 어쩌면 좋지 정말 확 깨물어버릴까 정말(니드주: 예???)
아무튼 답레 썼으니 천천히 답레 주세요! 제가 내일 저녁에는 외국어 과외를 받으러 갈거라 아마 새벽에나 들어올 것 같은데, 오후에는 시간이 괜찮을 것 같아요. 나중에 봐요 :)
>>74 아니 세상에 동접이잖아?! 방금 막 약 먹고 누웠는데 이렇게 되면 더 있어보겠습니다(활활 타오름) 이게 얼마만의 동접이에요 대체...ㅠㅠ
문화콘텐츠과는 저도 잘 모르니까 저기서 문화콘텐츠의 기초, 교양영어같은 1학년 필수과목들은 같은 반인걸로 설정하고 나머지 네 개 과목 중에 한두개만 다른 걸로 바꾸는 건 어떠세요? 니드호그가 문학과 예술을... 들을지 모르겠어서 일부러 그 교양을 끼워넣은 것도 있어요(ㅋㅋㅋㅋㅠㅠ)
하 그니까요ㅠㅠㅠㅠ 저는 이제 약먹고 잠 안 오는 김에 컵누들 하나 먹고 자려구요 :> 졸리지만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으니 괜찮아요! 너무 걱정마세요 :3 (부둥부둥부둥)
니드호그라면 운동 관련 교양과목 듣지 않을까요? 의외로 커뮤니케이션이라든가, 심리학 관련된 과목을 들을 것도 같고요. 약간 소시오패스 기질이 있는 것 같던데 심리학을 들으면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에 대해 학문적으로라도 이해해보려 할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그나저나 카이나 니드호그는 왜 문화콘텐츠학부로 왔을까요? 카이는 왠지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같은데에 관심이 있어서 왔을 것 같은데. 프리미어 잘 다룰 것 같아요. 3학년쯤 되면 매일 몬스터 마시면서 야작할 것 같고… 니드호그는 어떨지 궁금해요!
일단 시간은 확인했습니다. 제가 오후에 급한 일이 없기만을 바래야겠군요. 요즘 제가 불시의 예상치 못한 외출과 약속들이 있어서...(천천히 바스라지는 거북이) 오후에 시간 맞춰보겠습니다. 푹 주무시고 나중에 뵐게요:)
그리고 밑으로는 남은 잡담을 잇도록 하죠! 제 기상시간이요? 그러게요 어째서일까요. 나는 왜 아침에 깨어나고 중간에 낮잠 잠깐 때리다가 새벽까지 깨어있는 사람이 된걸까요? 정말 의문이랍니다. 껄껄. 앤오님이 마음에 드셨다는 말만큼 기쁜 일이 없죠. 네?? 너무 목줄을 자유분방하게 풀어놓으면 카이를 구워삶아서 냠냠하는 게 아니라 그냥 통째로 맛볼 것 같아서 안돼요(옆눈)
매일 술을 마신 간이 하루 쉰다고 회복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흠티콘) 그래도 당분간 푹 쉬신다고 하셨고 조절하시면서 간이 쉴 시간을 주실거라고 저는 앤오님을 철썩같이 믿고 있어요:)
오, 농담이었어요? 이상하다. 전 진심이었는데. 껄껄. 그러니 천사님을 하셔야합니다. 당연히 부둥둥은 해드려야지. 아유 우리 치와와 오랜만에 봐도 귀엽기도 하지(부둥부둥) 열여섯시간은...제가 휴무날에 했던 수면시간보다 나은데요:0 그래도 걱정되신다면 병원 다시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아직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고생하셨잖아요? 괜찮아요. 혹시 답레가 늦어지시면 말씀하신대로 무기력이 심해졌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천천히 회복해주세요(__) 아닌데! 이틀씩 걸리는데! (우겨보기) 카이주가 인칭을 바꿔주셔서 저도 조금 더 au의 니드호그와 카이의 관계성을 잡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내 앤오님은 역시 금손이시지(뿌듯해하는 거북이)
아니 그 대사가 마음에 드셨냐구요ㅋㅋㅋㅋㅋ아이구 부끄러워라. 너무 날것 같아서 쓰는 내내 고민하다가 쓴건데...(부끄러워 죽겠음)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지만 뭔가 뭔가에요.. 앗아 앗. 카이주가 폭주하신다:0 너무 좋다(??) 확 깨물어버리신다구요? 웰컴. (카이주:?)
본편이라면 운동관련을 들을 것 같지만 음..말해주신대로 생각보다 니드호그 하운드는 스마트하고 엘리트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심리학 과목을 들을 것 같네요. >>소시오패스 기질<< 맞습니다. 분명 니드호그 하운드의 초안은 소시오패스 기질이 없던 것 같은데 굴리다보니 기질이 묻었네요.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0 심리학에 관련된 과목은 교양일테니 적당히 심리어쩌고로 시작되는 걸로 검색해넣을게요 아니 au속 카이도 성실함의 끝판왕이잖아요. au카이의 그 너드같은 느낌에 니드호그 하운드 앞에서만큼은 예민하고 기민한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니드호그 하운드요? 그냥 부모님이 대충 성적맞춰서 대학가서 졸업증이라도 따고 오라고 해서 들어온거 아닐까 생각 중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성실하게 수업받을 이미지가 안어울리지 않나요:( 몬스터 마시면서 야작하는 카이라고? 이건 당장 니드호그 하운드한테 낼름 들고 나와서 고기로 배부르게 먹이고 재우게 만들어야만(안됨) 졸업할 때까지 니드호그 되게 껄렁껄렁하게 출석일수만 채울 것 같은 이미지라서 큰일났습니다..
안주를 고르라는 제안에 니드호그는 고개를 가벼이 가로저어보였다. 성인이 되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성인 기념으로 술을 마셨을 때는 물론 대학교에서 하는 MT나 OT 때도, 안주로 속을 채우고 느껴지는 기분 나쁜 포만감이 싫었다. 차라리 음료수나 물이랑 술을 마시고 말지.
주문을 마치고 나면 불편한 침묵이 테이블에 감돌아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두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학생식당을 나올 때 보였던 동기들의 모습이 떠올라 니드호그는 소리없이 웃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고등학생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애새끼들 같으니. 표정에 드러나지 않는 신랄한 생각은 직원이 술을 가져다주는 걸로 오래 끌지 않기로 했다.
"꼭 겹치는 시간이 많아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너는 내 번호를 알고 있고, 나도 네 번호를 알고 있는데 그거면 되지 않아?"
물이라도 마시는 것마냥 잔을 비워내고 다시 채우고난 뒤에야 니드호그의 입에서 느긋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 기어나왔다. 대학교 졸업장이라도 가지고 오라던 부모의 등살에 못이겨서 온 대학이니 성실하게 시간표를 지켜야할 이유가 제게는 없다. 두번째 잔을 비워내고 나서야 핸드폰을 조작해 시간표를 띄우고 핸드폰 자체를 네게 순순히 내밀어주는 모습이 퍽 어울리지 않는다.
"문화 콘텐츠의 기초, 문화콘텐츠기획론, 문화콘텐츠마케팅. 교양영어, 심리학 정도일걸. 교양 하나 더 있던 것 같은데 시간표에 없으면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고. 나오는 학점보고 2학년 때 조정할 생각이라 적당히 짰어."
니드호그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고 중간 중간, 술잔이 채워졌다가 비워지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에 시켰던 안주들도 나와 휑하던 테이블을 채우기도 했다. 직원이 나가기 전, 음료수 하나와 술 한병을 더 시킨 니드호그는 빈 술병을 옆으로 치워두고 제 잔을 입가에 가져다대며 눈가를 접어내리는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제 네 시간표를 알려주는 게 어때?"
//(처음으로 천자 아래로 떨어진 답레에 면목이 없어서 석고대죄를 하는 거북이) 왜 답레길이가 이럴까요;-;) 답레가 너무 짧아서 죄송합니다 따흑. 답레는 시간되실 때 천천히 주세요. 과외 잘 다녀오시구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