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라. 이대로 삼켜 내 쌓아온 한이라도 그 대가로 풀어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묵묵히 자신을 삼키려던 날선 이와 쩍 벌린 아가리를 기다리던 아회는 눈을 다시금 온전히 떴다. 이것 봐라. 세상은 언제라도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없다니까. 김새는 소리에 한쪽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우습군."
슬퍼하는 인간이 무슨 소용이지? 그게 무슨 상관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슬퍼한다는 이유 하나만이면 자신도 이미 수많은 비극을 막고도 남았을 터인데 그깟 알량한 감정과 이유로 인내한다고? 어차피 사람은 죽고 그런 정에 연연하면 이 험난한 세상에서 본인 또한 위협받기 마련인데. 타인의 죽음에 슬퍼할 이유가 있나?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언사를 뒤로 아회는 눈을 흘겼다.
결국 그 감정 때문인 건가.
집안을 파국으로 이끄는 감정놀음에 천하의 신수도 자신을 먹지 않을 정도니 퍽 대견하기도 하다. 알량한 감정들을 가져봤자 사냥 당할 터인데, 저쪽은 사냥 당할 걱정도 없으니 저리 편히도 놀음에 이끌리는 것인지. 새삼 자신의 성격이 꼬일 대로 꼬였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반려의 슬픔과 자신의 죽음이 대체 무슨 상관인지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사랑으로 대판 망해버리고 슬픔을 호소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집안에서 자란 아회가 상황을 이해하기엔 별세계 이야기였다.
"……."
아회는 한참을 침묵했다. 정적이 일고, 굳게 다물린 입은 열릴 기마를 보이지 않았다. 겨울탑을, 늘린다고. 누구는 그렇게 그 많은 죄를 떠안고 어떻게든 속죄하려 드는데 자신은 겨울탑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나를 지금까지 얼마나 우습게 봤을까, 그 조그마한 애새끼가 형, 형 하고 병아리처럼 졸졸 따르며 비밀인데요, 저는 북부에도 봄이 올 거라 믿어요. 같은 헛소리를 지껄였을 때면 얼마나 같잖았을까.
"하하."
메마르고 바람 빠진 웃음이 감정 없이, 허탈하게 쏟아진다. 적룡이란 것도 이젠 우스울 지경이다. 심연 속에서 겨울탑을 늘리려 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어찌 가만히 두었나? 흥미가 있어서? MA의 진노를 산 행위로 비롯하여 생겨난 지역이 어디인지 생각하면 먼저 처리를 하든지 하는 것이 나았을 텐데, 어찌, 신수라는 것들도 결국 이득이 먼저고 혹시 모를 상황에 놓인 신의 안위는 뒷전인 건가? 결국 저쪽들도 신앙심 없고 반목하는 녀석들이 있는 건가. 신수를 향한, 실로 북부인 다운 불경한 생각을 뒤로 아회는 입속의 연한 살을 짓씹었다.
"먹지 않는다고 해서 음식이 썩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안 먹는다고 해서 내가 안도하며 긴장을 놓고, 어리석은 간원을 멈출 일은 없을 터인데. 그런 뜻이었을 터다.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지 않은가. 희박한 확률로 자신이 멈춘다 쳐도 제 형은 그러지 아니할 것이다. 아마 더 박차를 가하겠고, 결국 자신은 패배하겠지.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 아회는 애꿎은 지팡이만 매만졌다.
"……영험한 신수이니 하나 물어봄세. 그대는 영원한 것이 있다고 보시오?"
마지막 질문이라는 듯 아회는 엉거주춤하던 자세에서 몸을 온전히 일으키곤 허리를 곧게 폈다. 영원한 것이 있는가, 영원한 겨울과 악의 속에서 자란 자가 물었다.
예전 윤하와의 일상에서, 온화가 윤하를 탐탁찮게 여겼던 건 윤하의 흑룡 특유 광적인 포용력과 오만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마음가짐 때문으로 보였지만, 사실 하나가 더 숨어있었다. 대화 중 윤하는 어떠한 연유의 바꿀 수 없는 운명을 따라야만 하는 것 같았으나 그것에 저항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며 뒤틀린 모습을 보였고 그런 윤하에게 온화 자신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온화도 가문 금술에 의한 필연적인 단명을 어찌 해볼 시도도 않고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방탕하게 삶을 허비했으므로) 그로 인한 자기혐오로 윤하와 더는 마주하지 않고 싶어졌고 그래서 일상 막레에 윤하가 아프다는 사실도 잊고 일방적으로 급히 자리를 떠난 것이었다.
"신체적으로 한계일 때의 너는?" 류온화: 혼자 버틴다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도 하다만. 류온화: 내 몸이 고달프면 정신머리 같이 고달파지는 것이 골치 아프지. 이미 봤잖아? "네 말투 중 가장 특이한 점은?" 류온화: 말투 그 자체 아니겠소? 내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소만 이리 말하는 것 예삿 것은 아니지 않나. 류온화: 허세 부리기에 딱이지. 나도 평범하게 말할 줄 알아. 흥이다.
"가장 증오하는 사람을 만나면?" 류온화: 어- 아직까지는 없어서 말이네. 앞으로도 없을, 아. 류온화: 그건 장담할 수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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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온화의 오늘 풀 해시는 아침에_일어나니_눈이_와있다면_자캐반응 눈! 눈이다! 놀자! 눈사람! 눈싸움! 눈집 짓기! (꼬리붕방) 어릴때도 지금도 동생들 데려다가 신나게 놀거래~
자캐_별_판도라의_상자 음~ 역시 가문 금술이랑 과거사 관련이지? 과거사래도 사건 하나인데 그 사건에 엮인 키워드가 여럿이라~ 전에 독백으로 떡밥 풀었던 부숴버린 동경. 아회랑 일상 말미에 나온 소중하다 말했던 이를 제 손으로 해친 것. 요 두개가 메인일까~
자캐의_몸에_있는_점_위치를_말해_보자 세에상에 진단 그런거 물어보고 그러는 거 아니에욧 >:3 오른쪽 허벅지 안쪽. 왼쪽 옆구리와 쇄골 아래.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류온화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 중 하나를 양보한다면?」 맛있는 걸 양보하겠지~ 지금의 온화에게 음식의 맛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데 양보해야 하는 대상이 밉상이다? 응 절대 안줘 맛없는거나 먹어라 엣퉤퉤
2.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아직 아무도 모른다면?」 ^^... 누군가 눈치채기 전에 수습한다! 으아아! 하지만 혼자 안 되는 거면 고민 없이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할 듯~ 그야 혼자 안 되는거 붙잡고 있어봤자 시간 낭비 잖아?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라면 곪아버리더라도 주변에 도움 청하지 않을 가능성 매우 높음~
3. 「외로울 때에 누구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음~ 그냥 그러려니 할 거야~ 외로움이란 건 갑자기 불쑥 찾아오는 건데 누가 그걸 알고 귀신같이 연락을 해줄 수 있겠어~ 딱히 시무룩하거나 우울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직접 찾아갔는데도 없으면 이제 지옥의 숨바꼭질 시작되는 것이여 절대 안 만나줌 ^오^
안 먹은 지 오래라며 거의 시선도 주지 않으니 아회는 입은 곧잘 다물고 생각 속에 깊게 빠져들었다. 형님에게 물어보라는 것도 그렇지만, 이젠 졸업하고 그러라고? 허어,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말이다. 졸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심보가 괘씸하기까지 했다. 생각하면 모두가 그랬다. 그럴 여유가 없는데, 졸업하고 나면, 이번 학년이 끝나면- 하고 속 편하게 뱉었다. 그럴 때면 속이 뒤집어졌지만, 아회 또한 그 사이에 섞여 졸업을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졸업하고 그 일이 가능할까? 그 이전에 죽을지도 모르는 게 삶인데?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그렇소? 그래, 영원한 것은 없지."
언제까지 영원한 것에 고통받는 타인을 보아야 할까, 언제까지 영원할 것만 같은 악명을 떨칠까. 신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영원이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입을 다물고 신경질을 내는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던 아회는 눈을 감아 영원한 어둠 속에 세상을 가뒀다. 스스로의 시야를 덮자 불타오르던 모든 생각에 누가 물을 끼얹는 것 같이 머리가 시원해졌다. 앞으로도 몇 번이고 불탈 것이라는 듯, 그 여지를 남기듯 온기를 가졌던 속도 전부 식은 듯했으나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마주하기 두려워 회피하던 현실은 그렇게까지 아픈 것이 아니었다.
"이게 전부요."
아회는 지팡이를 쥔 손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창백한 피부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될 때까지 꽉 쥐었던 손잡이를 괜히 손으로 매만지고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아둔한 자 하나랑 입씨름하느라 고생이 많았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고요한 어조에는 어딘가 후련한 것 같은 감정도 서려있었다. 사실 후련한 것이 맞았다. 죽을 날이 다가왔구나를 명확히 깨달으니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러니 남은 하루 동안 푹 쉬길 바랍니다, 사감님."
……내 나의 삶을 망친 자와 같이 지옥에 떨어지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부디 그 순간에 유의미한 타격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경미한 흔적이라도 남길 수만 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