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기 무 씨의 상징은 검푸른 색이요, 야밤에도 상징인 푸른 불꽃과 샛노란 등불들 환히 켜져 그 모습이 도깨비불이 모인 것 같기도 하였기에 북부에서 귀신이 머물다 가는 곳, 혹은 혼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고들 하였다. 그런 밝은 곳에서 유일하게 호롱불 하나에 의지한 방이 있으니, 이곳은 다른 곳보다 유달리 조용하며 사람들 잠들 시간엔 쥐 죽은 듯 고요하니 이는 가문의 사생아요 현재 남은 유일한 직계인 아회를 위한 배려이다. 아회 요구하기를 휘황찬란한 등불 때문에 눈이 시리니, 밤에는 편히 잠들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실 아회가 유일한 직계가 된 이후 입지를 다지고 입학한 이후 4학년까지는 호롱불이라 하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5학년이 되고 나서 요괴의 개체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 시작하자 평소엔 아무리 불을 끈다손 쳐도 신경도 않았던 사람들도 아회가 본가에서 잠들던 날이면 귀신같이 나타나 불을 켜며 횃불을 들고 교대로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아회가 불을 끌 적이면 요괴가 밤중에 어둠을 틈타 들어올 수도 있다느니, 위험한 북부라느니 오늘만 넘어가면 그리 좋아하시는 양과자를 드리겠다느니 청지기가 몇 번이고 어르고 달래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불 켜기를 강행하면 아회는 드물게 인상을 찌푸리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써 잠들었다. 그럴 때면 아회는 평소보다 더 수척한 몰골로 터덜터덜 학당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홀로 속으로 앓던 아회가 학당에서 잦은 소란으로 인해 밤을 며칠간 새우고 본가로 불려온 날이 있었다. 피로하지만 특유의 기감 때문에 아무리 이불을 뒤집어써도 푹 잠들지 못해 예민함이 극에 달했을 때, 결국 아회는 등불을 켜려는 청지기의 멱살을 잡아끌고 가 가주의 방 안에 던져 넣고, 자신도 척척 방에 들어갔다. 호위들은 아회의 돌발행동에 제각기 부적과 검에 손을 올렸으나 가주인 준서는 껄껄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됐다. 앞발에 만두처럼 눌리던 녀석 아니냐. 홀로 요 말썽쟁이를 해결할 터이니 나가보아라."
혼자 있어도 된다 호언장담하던 준서의 방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청지기의 비명과 칼 맞대는 소리가 들리자, 호위들은 급히 칼을 빼들었으나 문은 도술 탓인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를 거세게 내리치는 소리를 뒤로 문이 열렸을 때, 호위들은 일제히 칼을 겨눴으나 막상 나타난 것은 곤히 잠든 아회를 한쪽 어깨에 들쳐매고, 다른 손으로는 칼을 쥔 채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준서였다. 앞섶을 다 풀어헤쳤지만 멱살이라도 잡혔는지 옷이 구겨지고, 늘 단정하던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뻗쳤으며, 옷소매는 찢어진 데다 칼 쥔 손에는 피까지 흘렀으니 준서의 몰골은 그야말로 전장에서 이제 막 살아 돌아온 듯싶었다.
"가주님, 괜찮으십니까!" "……." "가주님!" "다시는……." "가주, 님?" "……다시는 이 아이 방에 등불을 달지 말거라." "예?" "아이들은 숙면이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키가 클 때지." "괜, 괜찮으신…." "어떻게 잠 못 자면 앙칼지게 굴던 점까지 화련이를 빼닮아선……."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 중얼거림과 걷는 모습에서 고된 육아의 끝을 본 듯한 사람이 언뜻 비치자 호위들은 서로 당황스러운 시선을 교환했고, 터덜터덜 걷는 낡고 지친 걸음 뒤로 방구석에서 제발 이 집안에서 은퇴 좀 하고 싶다며 청지기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 호위 하나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방 안으로 후다닥 달려 들어갔다. 남은 호위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천하의 가주님도 힘겨워 하고, 울지 않던 청지기가 울기까지 했으며, 칼 맞대던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으니 당최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서로 눈치만 보다 아회를 데려가기 위해 그림자 속에서 무영이 나타나자, 준서는 걸음을 멈췄다.
"가주님." "쉿." "으응……." "그래, 그래. 더 자라. 푹 자서 아침까지 깨지 말거라. 제발." "……그, 가주님." "……지금까지 이런 고생을 하였구나." "…예?" "네가 고생이 많을 터인데 휴가라도 보내주랴……?" "그랬다가 도련님께서 못 주무시면 학당이 뒤집어질 겁니다……." "네 쉬는 날은 죽는 날이겠구나." "……."
준서는 무영을 진심으로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고는, 다시금 터덜터덜, 최대한 조용하고 어두운 방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무영에게 나지막이 일렀다.
"애가 깨거든." "예." "……오늘 치 가배는 압수해라…." "어……." "아니, 아니다. 나흘은 주지 말거라…… 아니야, 이레는 주지 말거라. 알겠느냐?" "예."
그 하루 아회는 숙면하였으니 날을 훌쩍 건너뛰고 다음날 동이 틀 적에야 일어났으며, 의문의 가배 금지령이 내려진 이후로는 다시는 등불 켜는 일이 없었고, 대신 작은 소문이 와전되어 돌기 시작했다.
밤마다 작은 도련님 방에 있는 등불을 켜면 나타나는 요괴가 있는데, 그것이 어찌나 귀기로운지 같은 요괴도 찢어버리고 천하의 가주님도 고전하였기에 차라리 그 방의 불을 꺼버렸다…… 하는.
"사람이 잠을 자게 둬야 할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웃어른을 던지면 쓰나.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잖니." "죽을 죄를 지었으면 죽였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집안입니까, 언젠가 제사장의 호위될 자가 경계 서지 못하고 쪽잠도 채우지 못하여 주군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눈치없이 구니 죽을 죄는 맞는 것 같습니다." < 검 빼들고 있음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 싶고... 자아 특... 갑자기 칼 빼들고 맞서싸움(?) 이에요....는 네? (동공지진)
>>383 꼬, 꼬리를...! 어버버, 어버버법. 평소에는 앞발 그루밍도 하고... 꼬리팡팡도 하고... 골골골골도 하고... 쭈욱이도 하고...(?) 가만히 호수를 바라볼 때가 많답니다! 아니면 적당히 푹신한 방 러그에 앉아서 벽난로를 쬐곤 해요. 아마 목화를 폭 감싸듯이 털에 파묻어줄 것 같기도 하고~🤔 가끔 사냥도 나간답니다. 가계 도술이 발동됐다는 것만으로도 모두 만능은 아니니, 이 모습도 충분히 연습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가~~~~끔 사람 모습일 때 앞발 그루밍 하려고 손등 굽히고 혀 끝을 댔다가 흠칫한다나 뭐라나~😏
아회: (앞발...이 아니네?)
>>384 골골... 가르릉가르릉~ >:3
음~ 규칙적이되 불규칙한 편이에요. 귀가 특히 예민한 편이라 작은 소리만 들려도 깊게 잠들어도 자연스럽게 눈이 뜨이니 여간 고생이 아닌가 봐요~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잠에 들까 싶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귀가 트이며 눈이 뜨이는 그 순간을 잘 겪는답니다... 긴장 상태라서 그렇대요~ 물론 소리나 빛공해가 없으면 푹 자요. 4~5시간 정도만 자도 눈을 뜨는 편이라서... 음~
일주일 중에서 악몽으로 깨는 건 사흘 정도 이틀은 적당히 자고, 하루는 건너 뛰듯이 자면서, 나머지 하루는 앞서 말한 건너 뛰듯이 몰아서(17시간 이상을 자요) 잔 뒤 일어나는데 시간을 다 쓴대요. 수면향이나 도술의 도움은 쓰지 않고 있어요.
당장에 화를 낼까. 어이없어 하며 쫓아낼까. 그도 아니면. 이것저것 떠오르는대로 머릿속에 주워넘기기를 잠깐. 곧 하 사감의 반응 볼 수 있었다. 단번에 인간의 것으로 돌아온 눈과 당황한 아니 황당한? 목소리였다. 순간 조금 웃겨서 킥킥 웃어버렸다.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일단 크게 당황 시키는 건 성공한 거 같으니. 어찌 재밌지 않을까. 그 재미에 실실 웃다가 이어진 말에 고개 갸우뚱 기울였다.
안 되면 안 되지 공물로 안 되는 건 뭐람. 또 또 놀리네.
하 사감이 손짓했을 때는 얌전히 그 앞까지 갔지만 무릎 두드릴 때는 가만히 서서 빤히 보기만 했다. 그러니까 대답은? 된다 안 된다도 말 안 해주고 대뜸 모를 소리나 하는 것 보라. 이래뵈도 저 역시 적룡은 적룡이라 오래 못 참는데 말이다. 그냥 빨리 대답이나 해주지. 뭘 아네 마네 하길래 대뜸 불퉁한 소리 툭 내뱉었다.
"그러니까 싫으면 싫다고 곧장 얘기를 하던가! 뭘 그리 빙빙 둘러대길 둘러대!"
평소라면 그 한 마디에서 끝났겠지만- 이미 한 번 터진 전적이 있어서일까. 욱 하고 치솟은 말 참지 못 하고 냅다 질러버렸다.
"공물로 되느니 안 되느니 내가 무얼 알어! 무게니 뭐니 내 알 바인가! 그래 나 꼬맹이요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 나부랭이올시다. 뭐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음서 이러니 저러니 딴 말만 많어! 내가- 내가 이게 맞나 고민하고 안 하던 짓까지 하고서야 이리 들고 온 건데. ...하. 이러려고 온게 아닌데."
짜증난다. 동시에 후련하다. 아무래도 좋으니 이제 제대로 된 대답이나 들었으면 싶다. 그리고 도시락 던져주고 가버릴테다. 숨 한 번 고르고 재차 쏘아붙였다.
"그래서 대답은? 설명할 거 있으면 것도 해보시던가."
고개 삐딱하게 기울이고서 제 앞의 하 사감 흘겨보았다. 쓸데없는 말 말고 딱 할 말만 하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