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도의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 몸을 감싸는 것만 같다. 스미는 끈적한 불쾌함에 몸을 한 번 털어낸 그는 그제야 자신의 뒤를 쫓는 존재가 없음을 깨달았다. 풍성한 꼬리의 끝이 위로 슥 올라가다 바닥을 퉁퉁 두드린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꼬리는 그가 생각을 멈출 때까지 계속해서 풀썩대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때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는다. 첫째, 곡옥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그는 곡옥에 좋은 감정이 없지만 그래도 덕을 쌓고자 하였다. 둘째, 그는 악의를 눈치챘다. 정확히는 몸을 돌릴 적 들린 혀 낼름거리는 소리에 깨달았다. 오로지 그가 북부 출신이라는 이유일 것이 뻔했다. 그쪽에선 본디 북부를 경멸하였으니. 마지막으로, 돌아갈 곳이 두 곳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실이 그를 끝없는 수렁에 빠뜨리는 것만 같았다. 피해의식은 무럭무럭 커지더니, 어느덧 학당에 돌아갔을 적 적룡 기숙사의 동문이 자신을 보며 덕을 쌓지 않았다며 비웃고 시비를 거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럴 일이 없을 텐데도!
그렇다고 곡옥으로 돌아가?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그가 만일 한때의 과거처럼 노력하여 북부 출신도 언젠가는 용서를 받거나, 신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속 편한 삶을 살 충분한 환경이 주어졌다면, 진작 제 아비를 산제물로 바치고 형님에게 차라리 자기 손에 죽어달라 애걸복걸하다 수틀리면 불시에 찔러버리거나, 어떻게든 상처라도 입혔을 것이다. 지금처럼 학생이라며 인내하고 때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 그냥 북부로 돌아가고 싶다. 이대로 북부로 돌아가서 대문짝이나 신명나게 박살낸 뒤 터덜터덜 방에 들어가 몸 웅크리고 잠들고 싶다. 아, 어차피 돌아가도 혼사 소리만 들을 것이지. 어쩌면 무준서 그 작자가 고드름 숲을…….
"……하하!"
자조하듯 웃는 소리에 땅이 가볍게 흔들렸다. 큰 덩치 탓이다. 이내 육중한 앞발 움직여 터덜터덜 어디론가 향했다. 시비 거는 녀석이 있다면 무시하고 지나치면 되겠지. 늘 그랬듯이. 언제는 안 그랬나. 명료하고 무력한 답안을 도출하며 돌아가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유독 느리다.
당신이 실긋 입매를 당기며 웃는 모습에 연은 눈을 크게 떠내며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깨닫는다. 당신의 이름을 말하며, 당신의 심기를 거스르게 했음을.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어 놀란 연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 되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인다. 멍청한, 바보, 위험한 사람을 바로 눈앞에 두고 너무나 경솔했으니. 얌전히 있고 싶다는 당신의 말에 살짝 몸을 떨던 연은 슬금슬금 시선을 내리깔며, 당신의 눈치를 살핀다.
호랑이로 변한 아회의 꼬리는 아주아주아주 풍성하답니다. 예전에도 말했지마는 집채만한 흰 호랑이여요. 줄무늬가 머리카락 색과 동일하고요, 눈썹이나 갈기, 꼬리털이 긴 편이라 움직일 때마다 안개가 일렁이는 느낌이어요. 색이나 털 길이 때문에 동물 보다는 신수에 가까운 듯한 외형인데 푹신푹신 따뜻하답니다... 가끔 목화를 품고 모닥불을 쬐면서 잘 때가 있대요~ 0.<
앗 그거 설표였구나 :ㅇ 아회가 북부 출신이라서 헷갈렸나보아~ 그래도 가끔은 그러고 있을 거라니 귀여웟 ヽ(✿゚▽゚)ノ 물고 있다 들키면 툭 하고 떨궈줄거지 그렇지?!(끌려감) ㅋㅋㅋㅋㅋㅋ 와아 딥따 큰 호랑이한테 앵긴다~ 푹신푹신 최고~~ (온화 : 이것이 내 오너라니(이마짚)) 푹신범 아회 덕분에 쓰던 독백에 의욕 뿜뿜된다~
ㅋㅋ 꼬리 팡팡 꼭 무안해서 그런거 같다~ 히히히ㅣ 보고 놀려줘야 하는데~ 어머 무 오라비 귀여우셔라... (카구야짤) 해줘야 하는데~ ㅋㅋㅋㅋ 독백 내용이 너무 주저리가 되어가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써재끼는 중~ 중간에 떡밥 오지게 낑겨넣어야지~ 아회랑 일상 말미에 나온 것도 슬쩍 풀릴~지도~?
온화는 진행 도중 극한 상황에 몰릴 때, 특히 정신적으로 몰릴 때 자신의 감각을 무시하려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특히 눈과 귀와 입을 주로 언급하는데. 이건 그 유명한 세 원숭이에서 따온 것. 눈감고 귀막고 입닫고. 이것의 비중 높은 해석인 악을 멀리하려는 의미와 서브적 해석인 자유에 대한 억압의 의미가 함께 내포된 설정. 상징하는 도구로 안경과 귀걸이와 목의 띠를 매치했다. 추가로 목의 띠는 온화에게만 이러한 의미가 있다. 다른 남매(수일, 예온, 온령과 일령)의 것은 띠 본래의 기능을 하고 있다.
고향의 추위는 괴로웠다. 손늘봄은 태어나길 연약하게 태어났고 북부의 냉기는 그런 허약함을 감싸 안아 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늘봄은 병치레가 찾아 자주 앓아눕곤 했고, 이는 곧 부모의 과보호로 이어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외동딸인 것만 해도 불면 날아갈까 쥐면 터질까 안달복달 하기 알맞은 조건인데, 몸까지 약하니 걱정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죄 지은 선조의 업보로 살 에일 듯한 칼바람이 부는 이곳에 살고 있으나 그들과 우리는 다르기에 그 처지를 비관한 적은 특별히 없었는데 아픈 딸아이는 처음으로 과거 과오를 저지른 조상들에 대한 울화가 터져나오게 하였다. 시작부터 집안을 이토록 뒤흔든 늘봄은 학당으로 갈 나이가 될 때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불면 날아갈라 쥐면 터질라, 늘봄이 병을 떨쳐내고 몸을 단련해 건강해진 뒤에도 부모의 걱정은 가실 줄 몰랐고 이는 필연적인 제한을 낳았다. 나이가 차며 반항도 불만도 토해내는 일이 잦아졌으나 부모는 그 모든 것을 받아줄지언정 늘봄에게 자유를 주지는 않았다. 피차 고통스러운 한때였지만 기저에는 애정이 깔린 그 행위를 서로간에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사랑으로 말미암은 억압 안에서 가족은 도담도담 살아나갔다. 유수같은 세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