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쉽게 말하여 열뻗쳐서 물에 들어왔다는 소리. 자세한 일은 피차 말하지 않았다. 이성과 지성이란 물건은 당신 누구요, 나는 용왕이요 하는 단순명료한 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눈치를 보고 화술을 고려하고 후폭풍을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그냥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결론에 항상 도달한다. 머리만 아프다.
"당신도 표정이 영 고민하는 표정 아닌가? 하기사, 고생고생 하나를 깨달아서 경지를 올리면 그로 말미암아 모르는 것이 곱절이 되는 법이지."
그때 마지막으로 얼핏 볼 때는 가물가물했지만, 지금 혈을 보니 확실히 경지가 올랐다. 절정이로군. 게다가 경지만 오른 게 아니라, 행색도 바뀐 듯 한데... 붉은 구름 문양이 어디 문양이더라? 저번에는 파계회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안만 아니라 겉도 달라졌군. 파계회가 붉은 구름 문양을 쓰던가...가물가물하단 말이지."
얼굴만 물 위로 내놓고 고민하며 미간을 찌푸리는게 꼭 물귀신같기도 하다. 붉은 수초같은 머리카락을 수면에서 둥실둥실거리며..
“하아? 주선생도 화가 뻗치는 일이 있으쇼? 아니아니, 주선생은 도인이지만, 그전에 사람이니 그럴만도 하지.”
사실 주선생은 사람이 아니지만 용도 화가 뻗치는 일은 아마 있을 것이다. 화가 난 내막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몸안에 쌓인 화기를 풀어내려고 물어들어왔는데, 이야기하다보면 다시 화기가 끓어오를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실력이 없어서 먹질 못한다니.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올라왔음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단 말인가.
“.....아니, 그 고민하는 이유라는게 좀 가당치 않아서 말이야.....”
야견은 물 위로 얼굴을 내놓고 붉은 수초같은 머리칼을 둥실거리는, 묘하게 해파리같기도 하고 물귀신 같기도 한 하란의 말에 똑같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머리 속에 아른거리는 답답하기라고는 천하제일인 금사저의 얼굴. 무공을 배우러왔더니 사저를 챙기고 있는 자기 신세가 처량한지 한숨을 푹 쉰다.
“아 그게 말이지, 지난번 동정호에서 괜찮은 물고기를 낚아서 말이오. 그걸 같이 들린 호수 주변 마을 사람에게 줬더니... 그렇게 됐소. 신세를 지고 있으니 표시는 해야지”
지난번 나무쪼가리 상어를 때려잡을 때를 회상하면 주선생도 눈치는 빠른 것 같으니 이정도만 말해도 충분하겠지. 즉, 기관에서 뭔가를 얻어 흑천성에 진상한 결과 연이 닿아 흑천성의 본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야견은 하란과 마찬가지로 푸념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보니 주선생과의 첫만남에도 비슷한 설법을 들었었지. 번뇌라는 것은 물과 같아서 어느 경지로 오르건 따라온다고 했었나. 그러나 이야기로 듣는 것과 체험하는 것의 간극은 달라서, 실재로 올라와보니 그 끈질김을 절절히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부처님처럼 모든걸 내려놓을 그릇은 되지 않으니 원.
“아,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련다! 주선생도 한잔 하시겠수? 윤회전생이 별거냐! 술 취하고 깨어난 나는 새로운 나이니! 먹고 다시 태어나련다아!”
야견은 생각하는 것도 지쳤는지 품에서 표주박과 잔을 꺼내 졸졸졸 따라 들이킨다. 자신은 눈앞에 있는 주선생처럼 자연에 몸을 맡기고 화를 삭힐 그릇은 되질 못하니, 술독에라도 빠져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도피는 주선생이 예고도 없이 날린 몸쪽으로 꽉찬 돌직구에 댐이 무너지듯 붕괴하고 만다. 푸웁! 하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입안에 들어갔던 술이 호수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내용물은 천박하지만, 용이 뿜는 안개와도 비슷하다. 그 짧은 순간에 술이 하란에게 닿지 않도록 고개를 돌린 것은 최후의 이성이었겠지.
“아니, 그게, 무슨, 내가, 왜 그 답답한 거북같은 기집애를! 나는 그냥 사저라고 있는게 너무 둔하고, 재능도 없고, 멍청하니까 저게 사파냐라는 생각이 들 뿐이고! 뭐가 좋아서 그리 해실해실 거리는지 짜증만 날 뿐이고! 애초에 내 취향은 말이지 좀 더 어른스럽고! 치명적이고! 그런 누님이라고!”
야견은 그렇게 묻지도 않은 사실을 줄줄히 늘어놓는다. 입가에 묻은 술을 재빨리 닦는 동시에 손사래를 열심히 치는 것은 덤이다. 절정이 권법 솜씨가 이런데 쓰이고 있다니. 술 때문인지 당황했기 때문인지 새빨개진 얼굴은 덤이다. 주선생은 이런 것에는 흥미 없는 신선같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왜 굳이 물밖으로 나와서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오늘이 동정호 물아랫것들이 술잔치를 벌이는 날이로다. 그녀도 용후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한다. 같이 뿜어봐도 괜찮겠어.
그녀는 야견이 다급하게 쏟아내는 말을 찬찬히 경청했다. 사저 얘기인 모양이다. 지금 야견이 하는 험담을 사저에게 그대로 들려주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다가 빼앵 울어버릴 것이다. 사저를 능멸하는 것은 기사멸조의 죄라고 딱 잘라 꾸짖지도 못할게 분명하다. 야견이 말한 그대로의 사저라면 말이다.
"그리고 왜냐니. 네가 말한 그대로지."
"답답하고 둔하고 재능도 없는데다 하는 일이라곤 멍청하게 헤실대는게 전부니까. 밖에 나갔다가 낮선 사람 따라가서 골수까지 뽑아먹히고 올테니까."
“....방금 그거 농담이요? 그렇다면 지독하구만. 이렇게 술냄새가 나는 용후공이 어딨어?”
야견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추태를 바라보고, 담담히 평하는 하란을 향해 약간의 원망이 섞인 눈초리를 보인다. 종종 안에 쌓인 것들이 있어보이긴 했지만, 언제나 차분한 사람이 이렇게 놀림을 해오니 이리 얄미울 수가 없다.
“......아니, 내가 그런 둔탱이를 챙겨줄 이유가 없다니깐....에휴 됐수다! 드쇼!”
야견은 하란이 읊는 평에 뭐라 반박하고 싶다는 듯이 계속해서 손가락을 탁, 탁, 탁, 두들기다가 반박해봤자 바로 논리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을 예감이라도 했는지 술잔을 건내며 하란의 입을 막으려 든다. 내가 금사저를 챙겨줘야 할 대상으로 본다고? 애초에 그런 3류도 못되는 재능으로 어떻게든 흑천성에서 살아남은, 그래도 근성 하나는 있는 기집애다. 자신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아마도. ...아마도 말이야.
“그렇게 논하시는걸 보니 연애사에 훤하신데....내 이야기만 듣고 계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야견은 술을 퍼마시며 그리 불평한다. 자신의 속내가 정확하든 아니든 들춰진 것이 조금 부끄러웠던 모양인가보다. 애초에 상대 또한 자신이 만난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손꼽는 미인이다. 이런걸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수도 있겠지.
투덜대는 그에게 술잔을 받아버렸다. 혀로 찍어서 맛을 보니 꽤나 진하게 만들어진 고급주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름처럼 들개 자체었거늘. 슬슬 지위가 올라가며 격식 차리는 법을 배우는 터였다. 그녀는 자기의 과거를 투영하며 떠올렸다. 과거에는 싸움만 잘하면 흉보일 일이 없는 무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과 상관없이 외다리 여자가 좋다는 남자는 없었다."
한잔 털어넣고 쓰라린 비수를 이제 자신에게 박는다. 이로써 너 한방 나 한방! 공평해졌도다! 그리고 야견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값이 추가로 정산된다.
"게다가 꼭 결혼을 하고 애를 보아야 하나? 나는 내키지가 않지."
"직계 방계, 친가 외가. 그런 것들이 생기면 일이 꼬일대로 꼬인다고. 자식을 원하면 연고 없는 애를 주워오는게 더 나을거다."
"나 한명, 양자 한명. 그 외에 없음. 얼마나 명료하니?"
시대의 단아한 여성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기 센 여성 무인들은 규방 마님 노릇이 싫고 그저 무공이 좋아 결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별난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강호는 성별 이전에 무력이 먼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힘이 있다면 다른 무인들을 납득시키기도 쉽다.
그러나 복잡한 가족관계를 배격하기 위해, 양자를 들이되 결혼은 싫다? 상당히 깊은 뜻을 담은 주장일지도 몰랐다. 가령 명분과 권력에 깊게 관여되어 가족을 만드는 것에도 조심스러운...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