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흑의 사이 벗어나 낯익은 적의 학생들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기숙사 안으로 발을 들이기나 했을까. 저를 보기만 해도 으르릉거리는 소리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는 것이지만 이리 보니 새로웠다.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려는 웃음 참으며 겨우 싱긋 웃는 얼굴로 말해보았다.
"안녕. 하 사감님께 전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누군가 불러주지 않겠어?"
직접 들어가 휘젓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괜한 시비는 일단 피하는게 좋았다. 깊이 들어가진 않고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은 채 학생들 향해 미소지어보였다.
그의 인생에서 연기는 하면 안 되는 것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침묵 속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뜸 반말을 했다 더 큰 의심을 살까 싶었더니 그건 또 아닌가 보다. 아니,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많이 하긴 했지. 손을 떨질 않나, 말을 흘리질 않나. 다만 당신의 미래가 자신에게 한 짓을 생각하고 과거는 과거라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아무리 몽중이라 한들, 이미 벌어진 세계선에 있는 자신이 선을 그을 수 있겠냔 말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행하는 큰 기만이자 존재의 의미조차 지우는 것으로, 이 세상에 굳건히 존재함을 부정하는 것이거늘…….
"……동생?"
동생을 만나는 날이, 오늘이라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듯하여 그는 표정을 갈무리하려 무진 애썼다. 오늘, 아, 오늘.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을 잊을 리가 없다. 본채로 처음 들어선 날. 사용인들의 수군거림과 함께 기죽은 듯 시선만 굴리던 날, 자신의 아버지를 처음 고개를 똑바로 하여 보고, 당신을 처음 마주한 날. 인생이 뒤집히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의 첫 발을 뗀…… 끔찍한 악몽이다. 어서 깨고 싶단 충동이 머리를 헤집는다. 당신은 눈치도 빠르게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고, 이대로라면 그 당시의 자신, 몽중의 자신 또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한참의 침묵 끝에 문에서 비킨 당신을 향해 입을 벌려본다.
그래. 저것이 맞다. 이 학당에서 붉은 옷 두른 것들은 죄다 저렇다. 그게 옳게 된 형상- 이라 하는 것이 맞을까 싶지만. 여기서 적룡의 학생이란 저것이 보통이며 당연하다. 저것이야말로.
치고 받을 것 염두하긴 하였으나 힘도 모르는 몸으로 싸운들 괜한 짓거리란 생각도 들었다. 하여 뒤로 슥 물러섰다. 이 이상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허나 그저 물러나기엔 조금 울컥 하는 것 있어 웃는 얼굴로 쾌활히 지껄였다.
"분명 용건을 말했는데. 왜 궁금해하냐니. 내가 흑룡인게 그렇게 거슬리는 걸까나? 기껏해야 내가 검은 옷 걸쳤고 네가 붉은 옷 걸쳤을 뿐인데? 너무하지. 내가 원해서 입은 것도 아니고. 내가 바라서 여기 있는 것도 아닌데. 아. 이 검은 옷이 실로 내 것이었다면 그런 반응도 기꺼이 받아들였을거야. 하지만 나는 붉어지지 않으면 살 수 없어. 붉은 옷이 아니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것이 아니면. 음. 시시해라.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람. 허상한테 지껄여봐야 나만 비참하지. 됐단다. 바라는 대로 사라져줄게. 안녕."
맨정신으로는 하지 않을 말까지 주절대다가 문득 여기서 이리 떠든들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그래서 휙 돌아섰다. 지금의 저는 외견 만큼은 흑룡이었다. 돌아서 적룡탑을 나와- 그냥 그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가 보이나 하고.
자캐가_대답할_수_없는_질문은 : "무 씨 사람이라며? 그러면 궁기 알아?" 제사장 아이들이 물어보면 늘 대답하지 않고 '이젠 우리 가문 사람도 아니오.' 라고 넘겼답니다.
"후회해?" 이건 답할 수 없겠네요. 어느 부분의 후회를 뜻하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어떤 것을 답해도 자신의 과거를 드러낼 수 있으니 필히 약점이 된다나 뭐라나~
"졸업하면 뭐 할거야?" 이건 정말 답할 수 없어요. 일단 졸업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서요……😶 살아남아야 답할 수 있어요...🤦♀️🤦♀️
자캐와_2P자캐가_만난다면 : 잘 웃고, 잘 울며, 호기심 많고, 마음 여리고, 모든 것에서 사랑을 느끼며 같이 받는데다, 인생의 찬란함을 충분히 느끼고 있으며, 흑룡에다가, 어딘가 소심한 듯 사람 앞에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지만 어떠한 부분에서는 용기를 얻고 대단히 능동적인 아회라……🤔
음, 아회는 대화하지 않으려 들 것 같아요. 어떻게 대화를 해도 자신이 될 수 없는 가장 찬란하고 숭고한 삶의 사람이란 점에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아회는 인간이 다 그렇지 뭐,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어떠한 갈래라도 부러워 하거나 질투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흑룡이잖아요...? 응, 흑룡이잖아...
적룡은 흑룡을 혐오하는 수준이고, 아회는 하필 적룡인지라, 그것도 보통 적룡이 보여주는 다혈질이 아닌, '냉랭한' 부류의 적룡인지라 "같은 나라 할지언정 주제를 아시오. 아무리 찬란한들 흑룡의 삶이라면 그대는 결국 목표를 내려두고 순간의 탐욕만을 좇아 패배한 자에 불과하오."라며 고아하게 뺨을 한대 칠 것 같지요.
유년시절 인간관계 대단히 협소! ((친구가 유현이 뿐인데 그것도 9살 이후임)) 입학 이후 인간관계 개박살! ((적룡+아싸임)) 집착광공 형님의 존재! ((???: ^^))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답을 도출할 수 없어요!😱
135 자캐는_잠을_잘_자는가 : 짧게 잠들지만 그만큼의 질을 보장 받지는 못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무조건 만성피로는 아니고 복불복이랍니다. 어느 날은 3시간만 자도 개운한데 어느 날은 하루를 건너뛸 정도로 잤음에도 피곤하다나 봐요.
응, 결론은 애매하단 거예요!
아회, 이야기해주세요!
#자캐썰주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네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부정당했다면?" 아회: "인간이란 본디 그런 법이오. 나에게 중요한 것이 타인에겐 별 가치 없을 수 있지.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데 어찌 화를 내거나 설득하겠소? 제대로 납득할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부정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게요. 내 앞가림이나 잘 하는 수밖에." "무엇보다, 애초에 기대한 적도 없소."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했다면?" 아회: "……이 세상에서 지당히도 당연한 일을 묻는구려. 잊고 받아들여야지. 운명적인 사랑이니, 끊어지지 않을 인연이니, 그런 것이 맺어질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오. 하루에도 몇 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시대요. 그런 혼란한 시대에서 순간적인 충동에 휩싸여 이치를 분간하지 못하는 감정을 가지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곳은 동화 속이 아니오." "……." "오히려 그 사람에겐 잘 된 일이지. 북부의 가문과 엮여 좋을 일 어디 있겠소?" (그는 드물게 환히 미소 지었다.)
"난 포기할 거야. 다 관둘 거라고." 아회: "그것이 방법이라면 말리지 않겠소. 현명한 방법이구료. 관두는 법을 일찍이 깨닫는 것도 좋지." "왜 말리지 않냐니?" (그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포기하지 말라며 그쪽이 붙잡는 순간, 삶에는 큰 의미와 책임이 부여되는 법이오. 시생은 그쪽의 삶까지 책임질 이유가 없소." "어차피 인간의 삶은 한철 봄과 같이 무상한 법이거늘, 스쳐가는 타인에게 무얼 바라나?"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왜 말이 길어질까요, 아회 녀석 말 없다면서 오너가 말 많아서 수다쟁이 됐대요.🥲 캡틴 쪽잠이라도 푹 주무셔요...!
주변을 살펴보려 마음먹자 머지않아 귓가에 파도 소리가 들린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함께 느껴지는 끈적한 소금 내음과 비린내. 이런 냄새가 날 만한 곳은…… 령도인가? 평생을 냉혹한 겨울과 얼어붙은 물가를 접하며 살았던 유현에겐 썩 익숙지 않은 바다의 심상이다. 깨어야겠다 마음 먹었던 것보다 앞서 의문이 든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 그가 령도에 방문한 경험은 손에 꼽는다. 삭막한 제 머리가 꿀 만한 꿈이 아닌 듯한데. 주변을 둘러보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마찬가지로 제 것 아닌 누군가의 공간과 물건들이다. 왜인지 이것이 평범한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그는 방 안의 물건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짙은 미소. 이 질문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생각하기로는 몽중이노라 굳게 믿는 것이 나을 터라 판단했고, 이 또한 깨면 허상이리라 믿었다. 차라리 허상이어야 한다.
허상이어도 결국 도피처는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삽시간에 정적이 일었다. 쑥스러운 모습에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다. 이건 꿈이다. 자신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드러나는 온갖 추악한 욕망이란 소리다. 그러니, 당신은 꿈 속에서 음흉하고 추잡한 망상 속에서 뜻대로 놀아나며 원하는 답만 뱉는 것이다. 그것이 아닐 리가 없다. 아닐 이유도 없거니와 아니어서는 안 된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역함의 주체를 되짚고는 입을 다물었다. 무아회, 이 추하고 역겨운 작자야. 너는 끔찍하게도 그렇지 아니하다면서도, 증오한다면서도 기대를 품고 있었구나. 나는 당한 일을 알고도 저런 말을 내심 바라오던 것인가? 무르고도 무르다!
"……."
더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여러 생각이 충돌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끔찍한 가시를 세우며 온몸을 찔러오는 것 같았다. 어째서 나는 꿈이 아니길 바라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어찌 꿈이길 바라는가, 그 모든 생각의 끝에서 느껴지는 안도감과 공포심이 어지러이 뒤섞이다가, 끝내 역함의 주체가 자신임을 깨닫자 머리가 차게 식는다. 아, 이 물러터진 놈. 약해빠진 녀석. 꿈에서도 기대를 품는, 허상을 좇는 멍청이. 불태워야 옳을 녀석……. 자신을 몇 번이고 비하적으로 정의하며 체념한 듯 하하, 웃음을 두어 번 뱉었다. 어지럽다. 또한 하나 더 확실한 것이 생겼다. 아무리 몽중이라 한들 당신은 당신이요, 타인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만, 자신이 이 끝없는 형제의 난에서 이길 수 있음을.
"……다른 사람이라 추측할 지경까지 왔다면, 내 무슨 말을 해도 참과 거짓 정도는 능히 헤아릴 수 있겠지."
여러 충격이 겹쳐 세상이 흔들린다. 정신이 일정치 못했다. 몽중이노라 굳게 믿으라며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이는 나의 무의식이요, 내 뜻은 하나 정도 있어도 되는 곳이리라. 그러니 마음껏, 지금이라도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깨면 스쳐갈 연이다.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될 현실이 기다린다.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든 깨부수면 된다.
"네 동생은 무얼 해도 죽을 놈이다. 팔자가 그러하니 정을 쏟지 말아. 네 아무리 외로워도 홀로 있던 것처럼 살아야지, 어찌 외롭다고 유령에게 정을 쏟으려 들어. 그럴수록 집안에 큰 흉조가 들 텐데."
어떻게든. 혼란 속에서 그리 믿으며 문고리를 부여잡고, 환히 미소 지었다.
"네 욕심이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을 불러올 터이니, 손에 쥐려 들지 말고 사라지게 두어라. 그게 서로에게 이로울 게야."
몽중의 나는 그리 잊힌 존재로 살다가 령도로 도망을 쳤더라면. 구차하게 북부에서의 생 갈구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어머니와 함께 령도로 떠났더라면. 차라리 쫓기다 죽는다 한들 지금의 삶 따위를 잇지 않을 터인데…….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다. 그는 막아세우려 들지 않는 이상, 문을 닫으려 들었을 것이다.
"……흘려들으십시오."
그리 씹어 뱉듯 희미하게 속삭이며. 아, 꿈이라면 깨고 싶다. 깨어나고 싶다. 꿈에서 깨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으니, 문을 닫고 행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