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의뢰는 특정한 게이트의 주민들에게 물품을 배송하는 어떤 길드의 단원들을 호위하는 의뢰다. 푸른 하늘과 너른 풀밭, 그리고 풀밭 사이로 난 매끄럽게 다듬어진 도로가 눈 앞에 펼쳐진다. 도로는 얼핏 신 한국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도로와 비슷하다.
"이 게이트의 환경 자체는 안전한 편이지만....이 게이트와 교류하는 데에는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문제가 있어. 첫째와 둘째는, 안 그래도 짖궂은 이 곳의 주민들이, 조만간 축제 기간을 맞이해 더 활발하게 움직일거란 거고..."
그게 배송을 시작하면서 길드장이 강산과 여선에게 설명한 내용이었다.
"둘째는 이 ㄸ...아니 흠흠. 고객님들의 '사소한 장난'으로도 우리가 크게 다치거나, 배송하는 물품이 심하게 파손될 수 있다는 거지. 조심해야 해."
마도로 일행을 보호할 수 있는 강산 뿐만 아니라 치료계 각성자인 여선 또한 이 의뢰에 참가하게 된 이유 또한, 길드장 왈 '그놈의 축제 기간'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이 기간동안은 같은 배송 임무도 더 위험해질 수 있기에 빠른 치료가 가능한 각성자 또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을 아예 안 마주칠 순 없을거에요. 그들은 각성자가 아니면 맨몸으론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돌아다니거든요. 속도를 따로잡는 거야 의념을 써서 달리면 되기야 하지만...."
"망념이 쌓이는 게 문제겠네요. 그러면 여차할 때 대응할 수단이 없으니까..."
일행이 걸음을 떼기 시작했을 때, 한 길드원이 말하자 강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받는다.
"네, 게다가 거주민들과 비슷하거나 그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면...그냥 적당한 속도로 걷는 것보다 오히려 그들의 주의를 더 끌기 쉽더라고요. 일단 말만 통하면 적대적이진 않긴 한데...그래서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나노머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이 게이트와 교류하기가 어려웠죠."
"자동차나 마차 같은 이동수단을 쓰지 않고 도보로 이동하는 이유도 그래서인가요?"
"네. 덩치가 큰 이동수단은 주민들이 동족으로 오인하고 부주의하게 접근할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대놓고 걸어다니면 딱 보기에도 동족이 아니니까 그들도 그나마 조금은 더 조심하는 것 같긴 하던데...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뭔가 빠르게 접근하면 바로 마도로 방어해주세요."
스태프를 듣고 뒤따라 걷던 강산은 길드원의 지시를 듣고 "알겠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예 안 마주치는 건 안될 거라는 것에 반의 반쯤은 어떰모습일까라는 호기심이 드는 눈빛을 띱니다. 금방 사라졌지만!
"주의를 끄는 것보다는 적당히.. 가 낫다는 이야기겠네요.." 그럼 여선은 치료가 필요한 인원이 적기를 바라는 게 망념적 면에선 유리하다는 거겠지.. 란. 생각을 하네요. 여선과 강산이 포함된 일행이 길을 걷기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강산 쪽으로 여선이 합류하려 합니다. 뒤쪽에 빠져있는것도 괜찮겠지만..
"빠르게 접근하는 게 보이면 방어를 하라고 들었는데 빠르게 접근하는게 무슨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아용?" 강산에게 가볍게 말을 걸려 합니다. 큰 마차를 동족으로 착각한다는 거면 진짜 머 탱크같은게 닥돌하는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려 합니다.
여선이 다가오자 강산은 여선을 돌아보고, 그들이 따라 걷고 있는 길을 살피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답한다.
"알 듯 말듯 하네."
강산이 "음, 가는 길에 한 명은 보이겠지."라고 이어 답하는 그 순간, 쌔애앵 하고 트럭처럼 보이는 물체가 멀리서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의 짐칸에는 농작물 포대같은 것들이 실려 있었다. 운전석처럼 보이는 것에는 창문 같은 게 있긴 했지만 검게 썬팅이 되어 있어 그 안은 보이지 않는다. 일행의 시야 범위에 들어왔을 때 그것은 속도를 살짝 줄이는 듯 했지만, 당장 일행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다시 속도를 올려 가던 길을 마저 가며 일행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강산은 트럭을 주시하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올리던 팔을 다시 내리고, 길드원들은 일상적인 것을 본 듯 무덤덤한 반응이다.
"자네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군?" "기계형 지성체를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긴 해서요. 그래도 조금은 놀랐습니다."
강산은 눈을 깜박이더니 길드장에게 답한다. 얼마 전에는 인공지능 스승님들도 만나봤으니까.
"변신? 그런 건 못 하지만...물풍선이나 공기포 같은 걸 날린다든지 흙 같은 걸 길에 쏟기도 하니 조심해."
여선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아직까지 다행히 일행에게 접근하는 '주민'은 없었지만. 걷다 보니 풀숲이 끝나고 밀밭이나 호박밭으로 보이는 것들이 이어진다. 멀리 밭 사이사이에 농기계형 '주민'들 몇몇이 무언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이들은 작물을 수확하거나 밭일을 하느라 바빠서 일행에게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기계형 몬스터들이 사는 곳인데 밭이 있네요?"
"어. 이 주민들 석유나 휘발유도 먹지만 바이오 연료도 먹거든. 인간은 먹을 수 없지만 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작물들도 있고."
기계형 지성체를 본 게 처음은 아니긴 하지... 여선에게 묻지는 않았으므로 그냥 적당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 합니다. 질문에 대해 답이 돌아오자 엑. 하는 소리를 작게 냅니다.
"공기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물이랑 흙은 귀찮아질것 같은데요.." 물론 공기도 매연이면 귀찮아진다! 물이랑 흙같은게 양말이랑 신발이랑 바지밑단이라던가.. 귀찮지.. 지금은 안 만났고, 그런 이이 없었다는 데에 긍정적인 감상을 품고 주위에서 일하는 것 같은 걸 둘러보면서 나아가는 중이겠습니다.
"아는 건 옥수수 바이오연료뿐이지만요." 여기 함부로 와서 뭐 먹으면 큰일나겠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강산의 질문에 답한 것에 반응합니다.
"투사체는 제가 적당히 막아낼 법 한데, 접근하는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잘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말인데 도둑이나 강도 같은 건 없죠...?"
"예전에 간혹 지나가는 일행들 툭툭 건드리거나 옷 잡아당기고 그러는 녀석들이 있긴 했어. 저 녀석들 손이 없는 것 같아보여도 소형 로봇 팔 한 쌍식은 가지고 있으니까..."
강산에게 그렇게 답하던 길드장은, 일행들 중 누군가가 뒤에서 "그래도 오늘은 평화롭네요."라고 하자 눈을 크게 뜨고 바로 뒤돌아본다. 강산과 여선에게 의뢰 상황에 대한 설멍을 해줬던 길드원도 난감한 얼굴로 평화롭다고 말한 사람을 돌아본다. 신입 길드원이라고 했었다. 다른 길드원들도 걸음을 잠깐 멈추고 어두운 표정으로 그 신입을 돌아보고 있었다.
"너...아직 반도 안 왔는데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예?" "다들 신입에게 징크스 얘기 안 해줬냐? 그런 말을 하면 꼭 배송을 방해하는 녀셕이 나온단 말이야." "그런 미신을 진지하게 믿어요?"
말다툼이 시작되어 분위기가 나빠질 기미가 보이자 강산이 서둘러 입을 열어 수습하려 한다.
"그만큼 방심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말씀이시겠죠, 서로 너무 그러지들 마세요. 오늘은 정말 저희가 운이 좋아서 아직까지 아무 일 없었던 걸 수도 있고요."
말다툼은 조금 소강되었지만 아직도 길드원들의 얼굴에 조금 불안한 기색이 보이자, 강산은 짐짓 여유롭게 말해본다.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 한들, 오늘은 저희도 동행하고 있잖습니까. 괜찮을 거에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제가 그 영월 습격 작전에서 살아남은 특별반의 그 주강산 아닙니까. 오늘 같이 온 여선이도 치료 실력은 확실한 녀석이고요."
다이스 값을 너무 널널하게 잡았는지 아직까지 습격이 한 건도 없어서 원래는 징크스 얘기 나오고 바로 투사체가 날아온다!는 걸 생각했는데... 천운인 여선이가 같이 있으면 징크스가 좀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징크스에 대한 여선이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접근하면 방어막이나 마도를 적절히 사용하는 게 기본이겠지만.." 그걸로 일관하기엔 망념은 한정자원인걸!
"건드리는 정도라면..." 그 건드림이 인간입장에선 우와악! 이 될 수도 있겠지만!
"치료는 열심히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차하면 부탁한다는 길드장에게 화이팅 자세를 살짝 취한 여선은 징크스에 조금 흥미를 가진 것 같았습니다.
"징크스가 있었군요..!" 여선이 스스로는 징크스가 없을 것 같지만 징크스같은 종류를 알면 주의하는 편이었을 것 같지..?(여선 스스로는 본인은 운이 평범하기 때문에 신경쓰일수 있다! 이라고 주장할 것이다)이미 내뱉은 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주의하는 수밖에. 조금 몸에 긴장을 두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