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연은 한숨을 내쉰다. 당신의 그런 반응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라고. 그렇지만 혹시 모를 속죄를 할 수 있을 일말의 기회를. 다른 범죄자들이었으면 절대로 주지 않았을 기회를 당신에게 내밀어 보이던 것은, 예전 가문의 만남에서 만났을 때의 당신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었는데. 당신의 주문에 지팡이가 멀리 날아가면 연은 지극히 무표정한 얼굴로 지끈거리는 제 손목을 매만진다.
"이제 대화할 마음이 생기셨습니까?"
이대로 무방비한 상태로 당신에게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 것이었지만. 교만스러운 당신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태연히 당신을 바라보던 연은 평이한 목소리로 당신에게 묻는다.
온화의 말과 행동에 흥미는 보이지만 깊게 파고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모 씨 가문의 가주 모윤하는. 가끔 이 사람이 그런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가문이 맞나 싶으면서도 은근히 선 지키는 모습 보면 역시 성씨는 못 속이는 걸까 싶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먹고 싶은게 있으면 뭐든 말만 하라는 대답은 했으면서 다른 물음은 조용히 흘려넘기는 뻔한 태도에 온화 그저 쿡쿡 웃기만 했다. 저도 저지만 윤하 역시 노련해서 마냥 휘두를 수도 휘둘리지도 않았다. 아마 이 줄 타는 듯한 관계가 좋은 것이겠지. 제가 장난을 치는 동안 윤하도 가만히 있던 건 아니라 건드려질 때마다 반응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었다. 안달나게 만들려던 것이 되려 제가 부추겨지는 꼴이라니. 그러니 초콜릿 들고 윤하 볼 적 뺨 불그스름하게 물든 것 당연했겠지.
아니나다를까 사무실에 사탕 떨어졌었다는 윤하 보고 그럼 그렇지 하듯 눈 깜빡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차림으로 이 휴게실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오늘 사탕이 떨어져서 제게는 좋은 일이었을까. 뜻밖의 약속 생기고 지금도 이렇게 재밌게 놀고 있으니. 초콜릿 물고 윤하 바라보고만 있다가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눈커풀 살며시 내리감았다. 초콜릿 하나로 아쉬우면 안 아쉽게 먹으면 되는데. 아. 그럼 그렇지. 초콜릿만 입술 사이에서 쏙 빠져나가자 반짝 뜨인 붉은 눈동자에 약간의 아쉬움이 맴돌았다.
"보고 노발대발 하라고 그러는 거면서-? 흥이다."
얄밉게 초콜릿만 빼간 윤하에게 메롱 혀 내밀곤 뒤로 슥 물러났다. 단순히 고개만 무른게 아니라 몸도 움직여 윤하의 무릎에서 벗어난다. 움직일 적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도 손으로 허벅지 짚고 자근자근 누르는 장난도 좀 치고. 다시 붙잡힐 새라 얼른 옆으로 빠져나가 구두 꿰어 신었다. 무릎에 덮였던 가디건 떨어질새라 한 손으로 낚아채 들고 일어서니 새빨간 머리카락 일제히 감겼다 풀리며 등 위 내려앉는다. 손에 든 그의 가디건 살랑살랑 흔들며 온화 말했다.
"오빠 나오려면 아직 멀었지? 나도 잠깐 내 자리 들러볼 테니까- 귀찮은 거 처리하면 데리러 와- 알았지?"
에스코트는 신사의 기본이잖아? 싱긋 웃으며 말하고 어느새 꺼낸 지팡이 휙 휘두르자 제가 어질렀던 테이블 위 깨끗이 정리되었다. 있었던 흔적은 치웠으니 이제 가볼까. 하듯 윤하 두고 또각또각 나가려나 싶더니- 소파 뒤로 돌아서 윤하 머리 위로 가디건 펼쳐 툭 덮어버린다. 키득키득. 웃는 소리 가깝게 들린다 싶은 순간 가디건 위로 뭔가 톡 닿고 떨어지는 감각 지나갔을 것이다. 그 뒤로 다시 구두 소리 나고 휴게실 문 열리며 그런 말 들렸겠지.
"너무 늦으면 나 혼자 가버릴 거야- 그럼 이따 봐. 윤하 오 빠♥"
말끝을 간드러지게 흘려주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지만 그게 제 아이덴티티 아니겠는가. 휴게실 문 열리고 닫힐 때 웃음 소리 가늘게 흘렸다.
//더 놀고 싶지만 AU 기간 생각해서 이쯤 마무리하자~ 이걸로 막레 해도 되구 따로 달아줘도 좋구~? 암튼 수고했어 윤하주~
경찰이나 그 엇비슷한 업무자들이 할 법한 물음을 던지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멋대로 확답했다 경찰답지 않은 부분에 의심을 살 바에는 적당히 짐작만 하게 두는 편이 나으리라. 그는 여자의 배와 집 안의 상태를 차례로 눈에 담았다. 상대는 부상을 입은 듯하고 마법은 함부로 쓸 수 없다. 이제 무엇부터 우선해 행동해야 할까? 그리 생각하던 찰나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뒤에, 살인마가 있다고.
뒤를 돌아본다.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제 목숨을 노리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만으로도 심장이 마구잡이로 뛰어 대기 시작한다. 같잖은 위기의식이나 생존본능 따위의 기제는 결코 아니다. 이것은 격양이며 고취다. 혹시나의 부정을 경고하는 이성을 무시하고, 온갖 고양과 흥분이 뇌리에 일시에 덮쳐든다. 들끓는 격정이 기다렸다는 듯 틈을 갉아 정신을 살라 대었다. 있어야 한다. 누구라도 뒤에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 고열 같은 격앙을 어찌 참아내겠나! 한편으로는 돌아보고 나서야 위험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몹시도 늦게 들었으나, 아무래도 상관없다. 처음부터 그것을 바랐다. 누구라도 좋다. 내 뒤에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하다못해 터무니없는 상황이라도 닥치길, 그래, 예컨대 피 흘리는 당신이 덤벼들어도 좋겠다. 아니 이 뒤에 아무것도 없다면 반드시 그래 줬으면 해. 그러니 누구든 어서 날 죽이려 들어 보아라! 갈급한 이 충동에 어울리기나 하라고. 당장!
>>677 ㅋㅋㅋㅋㅋㅋ 산책?이라는 말 들었는데 밖에 안 내보내주면 어떻게든 산책가고 싶어하는 그거...! 원본유현은 고양이인데 AU유현은 개다....📝 갸아악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질문을~!!! 만반 모드는 살짝 꺼지지만 그래도 뜨자고 할 것 같...네요.....🤦🏻♀️🤦🏻♀️🤦🏻♀️
>>678 ㅋㅋㅋ 햐 이렇게 캐해 하나 추가요~! 산책 갈까? 산책 갈까? 잔뜩 해놓고 안 가면 덤비는? 것도 댕댕이스러워~ ㅋㅋㅋ 오호~ 온화가 있어도 뜨자고 하는구나~ 흠흠~ (메모) AU 온화는 무투파 아니지만 나이프 주고 마음껏 덤비라고 하면 의외로 잘 덤빌 듯~ 다쳐도 약이랑 마법 쓰면 되구 어차피 잘 다루지도 못 하니까~ 대신 상처나서 피 나면 입맛 다시고 끝난 다음에 핥아도 돼? 하고 물어볼... (이마팍팍) ㅋㅋㅋㅋ
>>679 ㅋㅋㅋㅋㅋㅋㅋㅋ덤비는? 짓이 좀 과격하지만 귀엽게 봐주셔서 감삼다~ 덤비라고 하는 녀석도 문젠데 덤벼주는 온화도 비범하잖아~!!! 하지만 그 비범함 아주 마음에 듭니다. 최고.👍🏻 AU온화가 무투파가 아니라서 오히려 다행이네요... 에이 온화야 그런 거 함부로 먹는 거 아니야 지지! 하지만 유현이는 그러라고 할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 왜 그러고 싶어하는 건진 모르겠는데(그러나 본인도 이상성향임) 마음대로 해~ 라고 하지 않을까요?
크아아악 썰풀이 흥미진진한데 내 몸뚱이는 왜 잠들어야 하는가.... 오늘도 사라질 때가 되었어요....... 모두들안녕히 주무세요~😴
사람 하나 잡아두고 컬렉션이라. 이래저래 비범한 자가 아닐수 없다. 저 남자의 입에서 주문이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할 적에는 적어도 저것들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내심 안도감을 느꼈나. 자세를 바로잡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듯 입을 작게 연 가현은 여전히 랭록 주문에 의해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을 못 하니 행동이라도 앞서야지."
이윽고 상대의 피니트에 의해 다시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병주고 약준다는 것이 이런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다시금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수 있게 된 가현이 처음 내뱉은 말은 그것이었다. 화를 냈다는 것에는 고개를 슬쩍 기울여 의문을 표한다. 도착하자마자 어처구니 없이 자신의 혀를 입천장에 붙여버렸던 것에 대한 화라면 대충 이해할수는 있겠다.
"머글의 수야 어쨌든간에, 여긴 머글 사회인걸."
굳이 다른 세계로 포트키를 쓰고 넘어가 마법사들의 명예와 위신에 먹칠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마법사 사회 내에서 그러는건 또 그것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겠으나 따지고 보면 결국 저들은 범죄자다. 상식적인 내용이 통할 리 만무한. 그보다 이렇게 되면 일이 참 곤란해진다. 자신은 오러라는 신분에 묶여 마법을 쓸수 없으나 상대는 아니다. 방금 머글에게 썼던 마법을 자신에게 쓰지 말라는 법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