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 부딪쳐 버렸을 때 조금 아프기야 했지만 고작 그것만으로 다리에 힘 풀려 이 사달 난 것도 다 근력 부족 때문이다. 한 손으로는 정수리를 조금 비껴간 머리 위쪽을, 다른 손으로는 들이박은 허리 부분을 짚고 있으니 조용히 앓는 성격인 그로서는 제법 아픈 기색 숨기지 않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그게 중요하지는 않지. 아닌 밤중에 이리도 떠들썩한 방식으로 마주쳤으니 흥미 동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는 상대가 불연 고개 들기도 전에 저부터 먼저 다가가 얼굴을 바짝 가까이하였다. 표정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가뜩이나 아픈 와중 눈앞에 얼쩡거리는 짓이니 여차하면 한 대 얻어맞을 각오도 했건만─
웬걸. 다른 쪽으로 효과를 본 모양이다. 고개를 들 때까지만 해도 상대는 분명히 노기 서린 목소리로 운 떼었으나, 그 기세 순식간에 친절한 어조로 변모했다. 극적인 반응의 전환. 그 기복이 뚜렷하니 청룡인가 싶기도 하나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앞서는 듯했다.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만 같던 목소리 끊긴 시점이 제 얼굴 마주보았을 때였던 것이다. 유현은 그 잠깐의 당혹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 그는 제 생김새가 인간의 객관으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 모자라는 인간성을 외견으로나마 덮고 때로 이런 식의 호감 역시 살 수 있으니. 백룡의 호기심은 어느 때에나 불쑥 고개를 들고 제 존재를 피진한다. 상대가 말을 찾는 도중 그도 잠시 난데없는 고민에 잠겼다. 어떤 동물이 되었든 저마다의 미적 기준, 혹은 생존에 필요한 기능과는 별개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특질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도 그에 포함된다. 하지만 그것이 제게는 결코 와닿지 않기에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아름다움이 무엇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심지어는 이유 없는 호의가 되기까지 하는 걸까? 해답이 무엇이건 말없이 길바닥에 나앉은 채로는 의문해 보았자 답을 구할 수는 없으리라. 그는 가까웠던 얼굴 조금 뒤로 물리며 생긋 미소지어 보였다.
"화는 풀리셨나요?"
상대는 분명 괜찮느냐 마주 물었건만 엉뚱한 대답을 돌려준다. 곱게 휘어진 눈매 은근하니 무엇을 염두에 두고 꺼낸 말인지는 뻔했다. 다행히 제대로 된 답도 이내 따라붙었다.
"네, 큰 문제는 없네요. 멍이 조금 들 것 같긴 하지만 이 정도면 가만히 두어도 나을 테죠."
간혹 당장은 괜찮게 보이다가도 알고 보니 뇌진탕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지만 아마 그 지경까진 아니리라. 사실 정말 크게 다쳤다 하더라도 흥미가 동한 것 앞에서는 목숨이나 부상 따위는 뒷전으로 미뤄도 상관없다. 그는 고개 살며시 기울이며 순전한 호기심 담아 물었다.
아니 어이가 없네 다른폰은 멀쩡하구만 뭔 삼성인터넷 업데이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레스 돌려
내!!!!!(사자후)
>>846 하 맞아 찰흙 특유의 말랑말랑함 한가득이라 너무 귀여워 ^-ㅠ 무서운 물개아조시가 되어서 막 괴롭히고 싶다...(이런 발상)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아 잠깐 쉬어야지... 이러고 정신차리면 새벽이고 아 눈좀 감아볼까...? 이러고 감았다 뜨면 아침이고 ㅠ ㅋㅋㅋㅋㅋ 근데 먼가... 시간을 빼앗지 못하고 잠들어야만 할 것 같아... 으윽
그치만 다이스는 못참지~~! (벌떡!)
>>847 ㅋㅋㅋㅋㅋ 모두에게 상처뿐인 싸움은 원하지 않지... 하지만 도망가는 참치를 쫓아가는건 내 본능~~! (쥐구멍 러브다이브☆)
"아니다, 광증을 내 어찌하겠더냐. 다만 그런 취급을 받음에도 네 여전히도 효심 갸륵하구나 싶을 뿐이다. 그래, 가끔 너를 보면 경탄스럽다." ─ 여반장 中, '준서'의 대사 일부
"다 괜찮습니다, 제가 죄를 짊어지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편히……." ─ 여반장 中, '아회'의 대사 일부
구전설화에서 보여주는 효심은 굶주린 호랑이에게 부모를 바칠 수 없어 자신의 아이를 바친 뒤 다시 낳으면 된다 이야기하는 등, 가끔 인간의 이해 범주를 뛰어넘는 강한 광기를 보일 때가 있다. 혹시 모를 일이다. 아비가 말한 광증이 비단 미쳐버린 여인만을 향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바짝 가까이 붙어있던 얼굴이 조금 뒤로 물러나자 극적인 아름다움에 말려들어가 술렁이던 늘봄의 마음도 조금 더 평정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이어진 미소에는... 설명을 생략한다. 그러나 별개로 이번에는 이성이 조금 더 일찍 돌아왔다. 다친 데 없냐는 질문에 돌아온 엉뚱한 답변은 잠깐 의중 잡기 어려웠으나 곧 그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말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늘봄의 귀끝이 약하게 달아오른다. 본인 마음의 흐름이 무엇 때문에 요동쳤는지 저 이가 바로 파악하고 말았구나 싶었다. 아, 부끄러워라. 다행히 뒤따라온 상황에 맞는 대답과 새로운 질문 덕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그 질문에 당장 답변해야 하는 상황은 어찌저찌 피해갈 수 있었다.
"다행이네요! 엄청 크게 부딪쳐 버려서 놀랐는데. 그래도 정말 소리에 비해 심각하진 않네요. 저도 멍 정도만 들 것 같고요. 다행이다, 다행이야."
어휴. 말 그대로 얼마나 다행인지! 순간적인 통증으로 따지면 어디 깨지거나 부러진 게 아닌가 걱정될 따름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고통의 잔향은 조금씩 흐려져 지금은 얼얼한 열감이 남은 정도로 가라앉았다. 당장은 괜찮다. 하지만 이젠 오히려 심장이 문제다. 늘봄은 저가 상대에게 속을 다 읽히기 충분할 만큼 급변해서 말랑말랑하게 굴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으응, 그리고 별로 화나지 않았어요. 물론 아프니까 좀 욱하긴 했는데 말했듯이 제 과실도 있고... 저만 아픈 것도 아니구... 아, 뭐라니. 아무튼 풀릴 것도 없어요! 좀 민망하네요."
하하. 실없는 웃음을 따라붙이고 늘봄은 제 양쪽 귀를 한번 꾹 쥐었다가 풀었다. 우우. 부끄러워라. 나, 다 읽혔나? 너무 티 냈나?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상황을 그나마 자연스럽게 넘기려면 모른체 다른 주제로 건너뛰는 게 답이다. 마침 상대방이 적절한 질문을 던져 주었으므로 늘봄은 대화의 흐름을 물살 따라 흘러가는 물고기처럼 잽싸게 타고 간다.
"네, 귀중품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중요하긴 해요. 제가 만들고 있는 인형이 있는데, 이 아이 눈이 될 구슬을 잃어버렸거든요."
넘어지면서 품에서 튀어나와 한쪽을 구르고 있던 인형을 도로 주섬주섬 챙겨와 먼지를 톡톡 털곤 들어보였다. 맑은 푸른색 구슬이 한쪽만 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곰인형이다. 늘봄은 얕은 한숨을 내쉰다.
"짝이 맞는 게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물론 각자 다른 걸 붙여도 안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처음 고른 걸 쓰고 싶어서요."
몇 마디 덧붙이다 보니 약간 가라앉았던 설움과 허탈함이 다시 올라왔다. 늘봄은 저도 모르게 표정을 살짝 구기며 인형을 꾹 눌렀다. 이놈 자식, 네 눈 네가 잘 챙겼어야지. 달아주지도 않은 주제에 책임전가가 수준급이다.
"그리고 이 구슬이 다른 것들보다 좀 더 값이 나가요. 나름 귀한 몸인데 아깝잖아요. 아이, 그래서 진짜 어디 갔담?! 이 자시이이익! 이대로 안 나올 셈이야?!"
울컥. 또다시 울컥해서 언성이 높아진다. 늘봄은 바닥에 시선을 꽂고 근처를 다시 한번 훑었다. 음, 역시 없군. 서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