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거리며 겸손을 내어 놓는 소년의 얼굴을 마주 본다. 그 나이대 남자 아이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편견일 수도 있겠지마는, 보통 에이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뿌듯해 마지않는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많으니. 단순한 쑥스러움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묘한 기색을 보이는 홍조가 의문스러워 눈을 깜빡이기만 할 뿐이다. 여러모로 신기하고도 묘한 아이야. 이야기를 듣느라 북카트 손잡이 언저리에서 잠시 멈췄던, 펜을 쥔 오른손이 다시 움직여 무어라 글을 쓴다.
[ 그렇지만, 어쨌든 연청이도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 아니니? ]
음~ 어렵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떠오른 말을 쉽게 전할 수 있을까. 입술 위로 펜 끝자락이 톡톡 두드려지다가, 다시금.
[ 얼마 전에 따낸 우승도 같이 노력해서 만들어낸 거지? ] [ 누구 하나라도 없었으면 못 했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대단한 일을 한 거지! ] [ 그런 의미에선 연청이도 진짜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ദി ᷇ᵕ ᷆ ) ]
앗차, 초면에 너무 대뜸 오지랖을 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슬쩍 눈치를 본다. 혹시나 불편했을까, 마음이 어려울까, 눈동자를 도륵도륵 굴려 대다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냉큼 방글 웃었을 것이다. ...머쓱한 엄지와 함께. 아영 선배! 언제 들어도 속이 간질간질거리는 어감임에 틀림 없다. 상급생! 학교의 든든한 형님! 의지할 수 있는 존재!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감출 수 없는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다다닥, 수첩 한 장을 넘겨 글을 더 적어내려간다.
[ 여기 남은 책을 맞는 자리에 꽂아야 해서. 책에 붙은 스티커 숫자 보고 사이사이에 꽂아 주면 되는데. ]
노력하고 있는 거 아니니? 하는 자상한 글씨에, 연청은 문득 입가로 치솟아올라온 무거운 울적함을 입을 꽉 다물고 삼켰다. 삼키려고 애썼다.
"글쎄요... 제가 이런 노력을 해도 될 자격이 있는가도 모르겠어서. 대단한 일이긴 한데, 내가 그 대단함을 원하는지도, 그게 나한테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뭘 원하고 뭘 필요로 하는지도 다 잊어버렸어요. 무던히 애쓴 보람도 없이, 상냥하기 그지없는 오지랖에 그만 응석이 한 웅큼 턱을 억지로 벌리고 벌컥 튀어나온다. 말을 꺼내놓고 아차 싶었는지, 연청은 내리깔던 시선을 당황스레 들고는 아영의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금 시선을 아래로 찬찬히 내려둔다. 마저 적어둔 글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상냥한 글자들은 말과 달리 사라지지 않고 거기에 또렷이 남아있다. 나직이, 연청은 원래 하려던 대답을 꺼냈다.
"선배는 자상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연청은 북트럭 손잡이를 쥐었다. 입밖으로 절대 꺼낼 생각 없었던 말이 이 자상한 선배 앞에서 너무 쉽게 꺼내져버리고 만 게 흡사 무슨 못볼 꼴 보여준 만큼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이 선배의 일을 도와드리는 데 전념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연청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네, 괜찮아요." 연청은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북트럭을 가볍게 밀어보았다. 쉽게 밀린다. 아영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따라나오면서 알려주면 아영을 따라 북트럭을 밀고 갈 생각이다.
뭐가 좀 급발진을 한 것 같은데... 우울전개 힘들다기에 우울보다는 방황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일단 핸들 꺾었는데 꺾고 보니 그게 그건가? 해서 좀 아리송하는 중이야... 으아아 >>102를 진작에 알았으면 연청이 만들때 와사비를 최대한 적게 넣던가 다른캐릭터를 데려오는거였는데 88 아영언니랑! 좋은학창생활 보내고 싶은데에에
사춘기에 할 수 있는 흔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남캐 정도로 보이고+그 흔한 고민을 받아주는 것으로 까칠한 연청이가 아영이에게만 데레 내비치는 계기로 삼고 싶은데 고민을 받아주는 과정이 아영주에게 너무 무겁지 않을까가 지금 최대 고민인거야.. 아영선배가 너무 완성형엔젤이라 멍든부분이 도드라져보이는것
앗~! 우울전개가 있는 점은 완전 괜찮아요! 다만 제가 말하는 건 뭐였냐면.. 뭐였냐면요....🤔 이게 두번째보단 첫번째에 더 가까운데..
우울하고 힘든 분위기 전개에 더해서 지금 이 캐릭터 난리낫고 힘들고 눈물줄줄나는데 여기서 님이 뭐 안해주면 파국임. 큰일남 어쩌실것임? < 같은 느낌으루 냅다 들이대서 지금 여기서 이러면 내 캐 빼박 캐붕인데....... ( •︠ˍ•︡ ƪ )oO( 아잇시 큰일낫네.... ) 같이 진행되는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랄까......... 그 그런느낌....(지가 설명해놓고도 어렵다!)
그니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울한 분위기 자체보다는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제가 제 캐릭터 설정에 관계없이 반드시 상대가 요구하는 뭔가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그런 게 힘든거라가지구... 이해가 좀 되셨을까요 ·ࡇ·),,,,?? 요는 그런 전개 자체는 괜찮지만 아영이가 뭔가 해 줘야한다면 서로 간에 충분히 이야기를 거치고 납득할 수만 있다면 오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영이도 보기에는 아하핫 엔젤 ◠ ̫◠)~ 같이 보여두 나름 아무도 모르게 질투도 하고 화도 삭히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그러기땜에. 질풍노도의 고등학생들인데 우울할 때도 있고 가끔은 방황하고 와장창 때려부수고(??) 할수도 있죠 ( ◜࿀◝ ) 그때그때 악 이거 좀 헤비하다 싶으면은 키워드라도 알려주셔서 오 그렇군... 하고 마음의 준비 정도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주셔도 땡큐베리머치감사랍니다...
(아, 이거 접근방향이 정반대방향일 뿐이지 내가 해본 고민이다) 그런 고민 안 들게끔 많은 부분에서 새침한 남고생과 안면을 트고 친근해져 가는 청춘을 마음놓고 즐기실 수 있도록 제가 많이 신경쓰겠읍니다.. 아영주가 짚어준 그 상황 나도 싫어하는데, 내가 간을 잘 못 맞추는 오렌지병이 있어서 어라 어라라...? 하다가 그렇게 된 기억이 있어서 나도 최대한 주의할 테니 아영주도 곤란하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꼭 말해주기. 서로 맞춰가면서 소소한 힐링청춘 나눠먹읍시다 그런 의미에서 >>82는 하이드해줄 수 있을까(쭈글탱)
강가 모래사장이 딱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다가 텐트 딱 박아놓고... 텐트 천장에 LED 램프 매달아놓고 연청이가 아영선배한테 책읽어주기 히힉 히히힉(광기)
선배는 자상하네요, 비록 아영이 소년이 꺼내 놓은 대답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꽉 눌러담겨 있는지는 알지 못 했어도. 자신을 그렇게 느껴 주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 다른 위로 대신에 그것을 담아 입꼬리를 함빡 끌어올렸을 뿐이다. 부서진 햇살조각이 두 뺨에 살풋 묻었다. 본래 성정대로라면 여기에 더해 이미 상대의 정수리 부근을 슬슬 쓰다듬고도 남았을 지 모르겠으나, 두꺼운 북카트를 사이에 놓고선 도무지 손을 뻗어도 채 닿지 않을 것 같아 마음만 고이 접어 두는 것이다.
...앗, 아무래도 방금 막 만난 사이에 손을 대는 것도 조심스럽고.
[ 어렵지 않을 거야. ]
북트럭이 연청의 손길에 너무나도 쉽게 밀리는 것을 보고는 역시 운동하는 친구는 힘이 다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품고, 반대쪽 손잡이를 잡아 중간 즈음까지 부드럽게 이끌었다. 아까 여기쯤에서 멈췄었지, 아마?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책 몇 권을 집어 들고 책장 사이로 스르륵 들어갔다가, 아차 싶은 얼굴로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어선 눈빛으로 연청을 불렀다. 아마 시범이라도 보여줄 심산이었겠지, 그리 어렵지도 않은 작업이었으니 아영이 한두 권 책을 꽂는 것을 잘 보고 있노라면 금방 익힐 수 있을 터였다. 탁, 탁, 책이 단단한 나뭇판에 부딪히는 소리들이 울려퍼지며 북트럭의 무게는 빠르게 줄어들고.
마지막까지 남은 유난히 두꺼운 책 하나. 책장 맨 위 구석이 자신의 자리라는 걸 티내기라도 하는 듯 홀로 떡 벌어진 공간이 눈에 띈다. 까치발을 세우면 간신히 닿을 법 한 높이였다. 아영이 책을 들고 종종종 움직였다. 얼른 꽂아넣고, (카운터 아래까지 꼼꼼히) 청소하고, 슬슬 집에 돌아가자! 그리곤 의기양양하게 까치발을 착 들었으나... 앗차차, 이 책, 생각보다 꽤... 무게가 상당하다. 두 손으로 받치고 있던 책의 무게중심이 어느새 뒤로 휘꺽 넘어가는 것도.... 같았다?
아침갱신...(파스스) 저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침형 인간은 못 될 것 같습니다.... 아침기상 너무 힘드네........(햇살에 부서짐)
>>82는 요청에 따라 하이드해드렸읍니다... 나중에 나 혼자 몰래몰래 봐야지(이런발언)(연청주 : 님.,,) 오렌지병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저도 이런거 말 못하고 혼자서만 낑낑대는 오렌지병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미리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정말정말 다행이지 뭔가요..( ⸝⸝ ᷇࿀ ᷆⸝⸝ƪ)✧ 연청주도 아 아영주 이러면안댑니다 이럼곤란합니다. 하는 부분이 있으면 꼭 미리미리 말해주시기... 꼭.. 꼭......🥺
허 허허헉 짱이다..... 연청ASMR 진짜냐고...... ༎ຶ‿༎ຶ) 이런 분에 넘치는 영광... 행복.. 기쁨.... 은혜...... 누려도 되는거냐고요...... 그럼 아영인 옆에서 스모어쿠키같은 걸 야금야금 만들어다가 연청이에게 주겠습니다.... 아님 캠핑요리같은거라도....88
답레... 냅다 제 맘대로 이런? 상황을? 만들어 버렸습니다만? 아니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 라면은 언제든지 다시 써올 수 있으니 말씀만 해주십사...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길 바랍니다! ⸜( ˙ ˘ ˙)⸝♡
> Σ(‘◉⌓◉’).... 하고 놀랐다가 음... 그치만 어쩔 수 없지 ◠ ̫◠).. 하고 평소처럼 멀쩡히 등교합니다. 3학년 입장에서 개근을 못 하게 되는 건 조금 쓸 지도 모르지만.. 다시 시간을 돌릴 수도 없기 때문에 엄청 푹 쉬었네 피곤했나부다~ < 하고 해프닝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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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_가장_죽고싶었냐고_물어봤을_때_자캐의_대답
> 생각지도 못 한 질문에 책을 바라보던 시선이 폴짝 뛰어오르듯 당신에게 향했다. 동그랗게 뜨인 검은 눈동자엔 이미 놀란 눈치가 가득하다. 한 번, 두 번, 얘가 갑자기 얘가 왜 이런담? 생각이 그대로 쓰여있는 것 같은 얼굴로 눈꺼풀을 깜빡이다가 이내 내놓은 답은... 읽던 책을 덮고서 치워 둔 수첩을 다시 펼치는 것이었다.
[ 궁금해? ]
정갈하게도 쓰여진 그것은 과연 당신이 예상한 답이었을까? 눈을 들면 씁쓸한 기색 조금도 없이 말갛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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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는_햇살을_좋아하는편_달빛을_좋아하는편
> 햇살도 달빛도 둘 다 좋아합니다! 햇살은 따끈해서 좋고, 달빛은 은은한 분위기가 좋고, 그치만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역시 햇살일까요....?🤔 날씨 좋은 날 도서실에 스며들어 오는 햇살을 볼 때 특히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
아영선배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양순하고 상냥해서 좋고, 두번째로는 순하다고 해서 마냥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어딘가에 유연하면서 강한 뼈대가 있는 것 같은 외유내강 충만한 솜방망이(고분자 폴리머 내부프레임) 같아서 좋은거야.. 마치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상냥하게 웃고 있는 천년묵은 쿼카랄까 비유가 이상하지만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러려니하십시오
엇.... 어엇.......(얼떨결에 냅다 잘준비되어버리기) 고분자 폴리머 내부ㅠ프레임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천년묵은 쿼카.... ....어?..... 캐해천재?....아영이 비설은 아직 한마디두 안했는데 이걸 어떻게 꿰고잇는....(무의식중에 비설 흘렸는지 올려다봄)(옆구리만벅벅긁음,,) 연청이도... 연청이는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모르는척할 것도 같지만 내면에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상냥함이 비어져나오는 게 좋아요....。·͜·。 연청이 절대 복복 쓰다듬어..... 이왕 이렇게 만난 거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아침? 새벽? 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시길 바라며...!
당신.아영선배는 일반학생1이었담서. (그렇다고 진짜 대답하진 말고.. 부딪혀보겠다) 사실 성미에는 상냥한 캐릭터가 맞는데 상냥하게만 굴리니까 재미가 없길래.. 와사비라던가 후추라던가 땡초같은 걸 넣어버릇 하다보니 모쪼록 입맛에 맞는 청춘이 되셧으면 좋겠습니다. 아영주도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내길 바래! 또 비온다던데 조심하구...
자상하네요, 하는 말에 뭐라 더 캐묻지 않고 한가득 웃어주는 것이 연청은 고마웠다. 자신의 어설픈 모습을 말없이 덮어주는 것 같아서, 역시 자상한 사람이다- 하고 연청은 생각했다. 누군가를 자상하다고 느끼는 감각이 연청에게는 퍽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쯤 되면 슬슬 말로 설명을 해줄 법도 하건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 대신 이렇게 하면 된다는 듯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아영의 모습을 바라보며 연청은 이상함을 느꼈다. 아까 주장이 왔을 때에도 입을 열어서 말을 하기보다는 필담을 하기를 택하지 않았던가. 이쯤 되면 도서관에서의 정숙 유지 정도의 이유가 아닌 것 같다.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 목감기에 걸렸나? 일단 아영이 설명한 대로 책은 빠진 자리에 쓱쓱 끼워넣고, 번호가 차이나는데 딱 붙어있는 책들끼리는 사이에 간격을 만들어 끼워넣는 등 연청은 차곡차곡 책을 정리해 나갔다. 하지만 눈앞에서 책들이 번호순으로 차곡차곡 정리되는 편안한 장면을 보면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가 계속 잇몸과 이빨 사이에 낀 팝콘 옥수수 껍데기마냥 걸리적거린다.
그래서 연청은 아영의 눈치를 살피려 힐끔 곁눈질했다. 아니, 아영에게 직접 캐물어보려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말을 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혹은 델리커시한 사유가 있다던가 할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대놓고 캐묻는 것은 말 한 마디 없이 옷자락을 들추는 것만큼이나 자명한 실례라는 것 정도는 연청도 알고 있었기에, 캐묻지는 못하고 눈치만-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뒤쪽으로 휘청 넘어가던 아영의 등에 무언가가 턱 하고 와닿는 게 느껴졌다. 그게 아영의 몸이 더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아영의 손끝에서 책이 뒤로 쑥 빠져나갔다. 몸을 가누고 뒤를 돌아보면, 아영의 등을 떠받치던 손을 떼고 다른 손에는 그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책을 들고 있는 연청이 보인다. 파르란 눈으로 아영에게 더 다른 문제는 없는가 살펴보고는,
순간이었다. 미약한 바람이 인다. 낯선 체취가 코 끝을 간질였을지도 모른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을 만큼 아주아주 짧은 시간, 등을 받치던 탄탄한 감촉은 신기루처럼 금새 사라졌다. 깜짝 놀랐잖아요. 바다 한 가운데를 잘라낸 듯 푸른 시선과.. 마주쳤나, 어쩌면? 그리곤 뭐에 홀리기라도 한 기분인지 뒤늦게서야 허전한 제 손과 소년의 손에 들린 두꺼운 책을 번갈아 보기만 하는 것이다.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선배다운 모습을 좀 보여주나 했는데, 아무래도 영 그르게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아휴!
소년의 새초롬한 표정에 멋쩍은 미소 섞인 얼굴로 마주 답하던 아영은 이내 책장 틈새를 삭 빠져나갔다가 몇 초 뒤 다시 종종걸음으로 돌아왔다. 손에 들린 것은 아니나 다를까 내내 보았던 조그마한 수첩, 팔랑, 사각사각, 얇은 종이에 뭔가를 빠르게 끄적이더니.
[ 고마워 。·͜·。 ] [ 연청이 덕에 살았다! ]
가만히 웃는다. 놀랐다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어도 그게 희한하게도 날카로운 느낌만으로 와 닿지는 않았기에, 그리고 그것이 또 이상하게도 자신보다 훨씬 커다랗고 과묵해보이는 이 소년이 사실은 제 생각보다도(비록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지났지만) 귀여운 친구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기묘한 결과를 낳아, 은근슬쩍 뻔뻔한 너스레를 떨어 보는 것이다. 콧등 찡긋, 장난스럽게 반짝이는 눈웃음, 아니, 그런데...
[ 그러고 보니 다치진 않았고?!??! :ㅁ ]
헉, 운동하는 앤데 잘못해서 어디 하나 삐기라도 했으면 어떡한담? 방금까지 평온했던 낯빛에 순식간에 가벼운 경악이 한 차례 스쳤다. 혹여나 책이나 자신의 무게 때문에 어떻게 되기라도 했나 싶어, 연청의 손목 내지 손바닥같은 곳을 살피려 용을 쓰다 못 해 대번에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부, 부었나? 아닌가? 까졌나? 아닌가?
우. (이 시간에 이 인간이 또.) 새치름한 얼굴로 깜짝 놀랏잔아요. 새치름한 얼굴로 깜짝 놀랐잔아요. 새치름한 얼굴로 깜짝......
답레 처음 보고 기여버서 침대를 막 굴렀답니다,,
요새 수면패턴을 돌리려고 안되겠다 싶어 포켓몬 슬립이라는 앱을 깔아서 쓰고 있었는데요... 일찍 잠들고 (비교적) 일찍 일어나는 건 좋은데..... 역시... 답레는 새벽에 써야 제맛이라는 위험한 사실을 깨닫고 말아 버린 것입니다......... 제가 낮에는 답레가 도저히 안 써지는 사람이란 걸 알아버리고 말았어요......🫠...(대굴박) 변명이 구질구질하지만 어쨌든 늦은 답레를 드립니다.....
진아영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희망으로_삼았던_것은 > 발 밑만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을 때 보였던, 기꺼이 내밀어진 사랑하는 이들의 손과 변함 없이 따스했던 시선들이. 괜찮다 속삭이는 한 마디가.
자캐의_애마는 > (·ࡇ· oO(어케이런해시가) 조금 고민해보고서야 애마가 꼭 진짜 말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깨달았지만요. 그치만 말 타는 자캐...? 이런건 자고로 중세로판AU같은 걸로 엮어먹어야 예의 아닐까요? ͡꘠ ͜ゝ ͡꘠)ㅎ (망상안 ON) 그치만 어쩐지 아영이는 승마를 즐기는 귀족영애보단 평민출신 소녀 쪽에 가까울 것 같은 점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굳이굳이 얘기를 좀 더 풀어나가보자면 아마 왕도 중심에 마법학원같은 것이 있는 또 다른 세계.. 자연과.. 정확히는 자연물 속 정령과 교감능력이 좋아서 정령이랑 계약해 특채로 입학했을 것 같죠... 그 정령이 현현한 모습이 말인 것은 어떨까 싶읍니다. 말이라고 하면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이미지가 있으니 바람의 정령 즈음인걸로 하죠!
....., ( ◜࿀◝ )oO( 점점 설정이 붙고 있다 )
자캐의_약점은 > 목덜미가 간지럼에 특히 약합니다. 누군가 가볍게 기대거나 턱으로 누르기만 해도 작은 소름이 오소소 돋곤 한다네요.
일단은 안도했다. 잠깐 괜한 짓이었나? 하는 의문도 들긴 했는데, 그건 곧 사람이 다칠 뻔한 상황이었잖아! 하는, 근거가 아주 탄탄한 자기합리화에게 손쉽게 진압당했다. 그러니 계속 안도해도 될 것 같다. 연청은 아영의 손에서 받아든 책을, 아영이 끼우려던 자리에 어렵잖게 쏙 끼워넣었다. 그러고 나서야 연청은 아영이 카운터 쪽으로 쏙 빠져나간 것을 눈치챘는데, 잠깐 소녀가 향한 방향으로 눈을 깜빡이던 소년은 이내 그녀가 수첩을 가지러 갔다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다시 이어지는 필담.
"아뇨, 다친 데는 딱히."
연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손을 들어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본다. 뭐, 멀쩡하다. 연청은 북트럭에 책이 더 남아있는지 내려다보았다. 방금 그 알 굵은 녀석이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끝이죠?" 하며 연청은 북트럭 손잡이에 다시 손을 올렸다. 그러다, 소년은, 입을 열어버린다. "죄송하지만, 실례가 안 된다면..."
연청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아차, 하는 표정이 잠깐 얼굴을 스쳤다. 그러나 '아니에요'라는 찜찜한 뒷마무리보다 더 나은 우회방법이 문득 떠올랐기에, 연청은 내심 안도하면서 말을 이었다.
"...폐관 준비는 원래 혼자서 하시는 건지 여쭤도 될까요."
3학년 선배가 혼자 이런 무거운 책들과 씨름하면서 뒷정리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맞는지에 대한, 다른 도서부원들을 향한 책망이 없잖이 실린 말이었다. 후배를 존중하면서도 선배를 대접하는 문화가 굳건히 자리잡은 축구부인지라 도서부원들이 선배를 이렇게 혼자 고생하게 두는 게 짚이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런 거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아영이의 복이었고, 좋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고개를 들 수 있었던 것도 아영이가 그만큼 부드럽지만 강해서겠지.
oO( 점점 설정이 붙고 있다 ) 그게 딜리셔스해서 최고입니다 소스가 끊이질 않아 맛있어 좋아... 도서관에 자기 빼고 아무도 없다 싶으면 빈 북트럭 아랫단에 발 올리고 다른 발로는 땅을 박차서 북트럭을 킥보드처럼 타는 아영선배의 도저히 선배라 할 수 없는 경망스러운 혼자 있을 때의 모습 같은 연청주의 얄팍한 일차원적인 발상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맛이 있습니다..
.oO(그렇게 연청주는 연청이랑 아영이랑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는데 연청이가 꾸닥꾸닥 졸다가 아영이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된다던가 하는 후레장면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연청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레이드_보스라면_등장_시_출력되는_대사는 "이렇게까지 피해주고, 비켜주고, 도망쳐줬는데... 그게 너희들 대답이구나." "그래, 알았어. 그러면 나도 이제 내 대답을 해야지. 미루고 피하기에는 이제 너무 끝까지 와버렸으니까..." "이렇게 하자. 이게 우리들의 마지막인 걸로. 그리고 쓸려가게 두기로. 영원히 잊어버리기로."
싫어하는_무언가를_자캐의_입에_억지로_집어넣어보았다 "으벱." (질색하면서 고개를 뒤로 쑥 빼고는 째려본다. 2트를 했다간 손가락을 물릴 것 같다.)
자캐가_유독_싫어하는_말이나_행동 음 이건 좀 복잡한데... 연청이 쪽에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너무 빨리 들이대면 점수가 깎인다는 정도? 좀 뻔한 것으로는 살살 구슬리며 자기 좋을 대로 이용하려는 거라던가... 눈치가 빨라서 순수한 호의랑 이런 것을 잘 가려내는 편
다친 데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모양이다. 연청의 시선을 따라 그 두 손을 함께 확인하고서야 하아, 하고 내쉬는 숨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방긋. 고개를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절부절하던 것은 사라지고 또 다시 말갛게 웃는 얼굴이 있다. 다행이다~ 굳이 글로 적어 내밀진 않았으나, 그런 마음이 담겼음이 충분히 느껴지는.
이제 끝이죠? 소년도 이미 북트럭이 말끔히 정리되었음을 알아차린 눈치라,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주고는 반대편 북트럭 손잡이를 향해 움직였다. 비록 연청의 이어지는 말에 금방 발걸음이 다시 멈추긴 했어도. 응? 묘하게 부자연스럽게 끊어진 말 뒤에 짧은 침묵이 따라붙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또 다시 튀어나온 목소리에.
으응?!
말 한 마디에 눈이 동그래져선 놀란 토끼눈이 됐다. 끔뻑, 끔뻑, 설마 어쩔 수 없이 혼자 책 정리를 떠맡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이라도 했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차게 고개를 뒤흔들었다. 누가 보아도 강렬한 부정! 다시 후다닥 펜을 들었다.
[ 아냐~~~! 원래는 다른 애들도 있어! ]
적잖이 당황한 얼굴로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뭔가를 전하려고 하지만.... 도통 알아먹을 수 없다. 결국엔 다시 흰 종이 위에 글이 늘어갈 뿐이었다.
[ 글로 적자면 긴데... 요일마다 당번이 있어. ] [ 당연히 오늘도 나 말고 다른 친구도 있는데, ] [ 오늘 아파서 먼저 조퇴한다고 했거든. ]
아영의 시선이, 연청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듯 펜 끝과 푸른 눈동자를 바쁘게 오갔다. 묘하게 필사적인 움직임이었다. 아무래도 연청이 도서부원 친구들에게 오해를 갖도록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지. 오케이? 가만히 올려다보며 눈짓하고는.
[ 몇 명 도와준다곤 했는데, 나 혼자도 충분할 것 같아서 거절한 거야. ] [ 나름 도서부의 큰 언니란다! ]
그러니까 걱정은 그만! 딱 거기까지 쓰고서, 장난스럽게 자신만만한 체 하며 연청을 바라봤다. 어떠냐!
예... 그렇읍니다. 정신적으로도 유체적으로도 죽어버린 자.... 그것이 아영주...(골골골골) 냉방병인지 여름감긴지 이틀 전부터 틈만 나면 골이 띵한 것이 죽을 맛입니다🫠... 연청주는 부디 적당한 냉방온도를 유지하도록 하셔요 그나저나... 매쉬드 포테이토는 맛있었나요?(복복복복복복복복복복......)
(자캐해시 허겁지겁주워먹기) 이거야... 이 맛이야... 정신없던 2주동안 입에도 못 대봤던 그리운 맛......! 미슐랭 27828282스타.....!!!!!! ༎ຶ‿༎ຶ) 울고싶은 걸 눌러 참는 연청... 집가자마자 숙제 꼬박꼬박하는 성실연청.... 생존자를 보내고서 홀로 최후를 맞이하는 희생연청.......아, 마지막은 아영이랑도 좀 비슷할지도요... 오늘도 이렇게 연청이를 조금 더 알아갑니다..... 해시 감사. 압도적 감사.
머라고요..... 굳은살이라 다행이라구 할까.. 피가 나도록 다치진 않으셨죠88...???? 이 사람아. 이 사람아. (밴드82489392개들고 식식거리기) 아. 아아(이미 머릿속에서 영화한편 상영 마쳣음....) 서로가 서로를 구하려고 어느 한 쪽이 거짓말로라도 한 쪽을 속여넘기는 상황이 그려져서 사라지지 않아...,
같이 당번을 맡기로 한 도서부원이 아파서 조퇴했다는 말에, 연청은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여 납득의 사인을 보냈다. 아프다는데야 어쩌랴... 축구부에서도 몸 아프다고 하면 후하게 인정해준다. 다만 해명뿐만 아니라 변호를 하는 듯한 아영의 모습에, 연청은 실례 피하려다 다른 실례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청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렇네요. 도서부에 실례했습니다."
시선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다부지게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도서부의 큰언니란다! 하고 뽐내는 것이 자기 자신과는 다르게 진아영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 고 당당히 말해오는 것만 같아서,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기도 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것이 이 소리일까. 그래서 연청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북트럭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아무튼, 오늘 숨겨주셔서 고마웠어요."
사슴과 사서는 북트럭을 밀었다.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을 알려주는 대신 책 정리하는 것을 도와준 이 사슴은 무엇을 피해서 도망가고 있었던 것일까?
연청이가 갖고 있는 걸 노리고 나쁜수작질 부리려다가 연청이한테 한차례 큰 맴찢을 안겨준 나쁜 무당이 아직 포기 안하고 또 연청이가 갖고 있는 걸 노리고 아영이에게 접근해오는 상황 같은 거 하려다가 자칫 >>111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면 아영주가 곤란해할까 봐... (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