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 구도가 조금씩 다른 것이 그래서이군요. 비용이 비싼 것이 아니라면 저라도 결제를 해볼까 고민하게 만드는 결과물들이지만. 그건 조금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여요. 결제해도 막상 지금이랑 크게 다른게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 응. 무리하지 말아야 하는데. 정말 잠이 안 오고 눈도 안 감겨서 우으으, 그래도 말처럼 쪽잠이라도 자려 노력해 볼게요.
연기에 그리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당장 제 후배도 남령초 피우고, 자신도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것도 아니었으니. 사람이 피우면 피우는 것이지 달리 의미를 부여해서 감정에 피로를 더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당신이 상자 열고 불 붙일 때까지 시간 주겠다는 듯 아회 느긋하게 지팡이 손잡이에 양손 올린 채로 기다렸다.
"알려졌다라. ……한데, 잘생겼다고요?"
가면 너머 인두겁 어찌 생겼는지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본인 말로 잘생겼다 할 정도라. 안경이 없어 잘 보이지 않기에 미추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인지, 대체 얼마나 잘생겼으면 스스로도 저리 말할까 궁금하기 그지없다. 잘생김, 잘생김…… 곰곰이 되짚어 보니 지금껏 자신의 인생에서 잘생긴 사람이라면, 인정하긴 싫지만 형님과 생물학적 아버지뿐이었으니 다른 잘생김은 무엇인지 좀 보고 싶기도 하고.
"……머리를?"
갑작스레 흥미가 동하는 듯 당신을 슬쩍 쳐다본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면, 호수를 빙빙 걸어 다니면서도 풀리지 않는 심상을 더 고요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옆으로 같이 걸어가듯 하며 멱리의 비단을 드리워 모습 가리더니만, 다과를 사겠단 말에 잠시 고민한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비단 너머로도 시선 진득하다. 대체 어떻게 남령초 피우는 것인지 궁금한지, 그림자 때문에 드러나지 않지만 눈 동그랗게 뜬 것은 분명하다.
새삼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의 외관에 대하여 확고한 주관을 가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거늘 명백하게 같은 주장을 미는 모습에 신뢰감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이다. 그래, 본인이 저리도 단언할 정도면 타인도 그렇게 느끼겠지. 문득 인어라는 단어가 들리자 아회는 찰나의 시간 동안 기억을 더듬는다. 궁기, 불가살, 농질, 인어. 궁기는 형님이고, 불가살은 옆의 남성이며, 농질은 빌어먹을 흑룡 기숙사의 선배임은 알고 있으나 인어는 만나본 적이 없다. 다만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이 이로울지도 모른다. 계속 누군가와 밀회를 가지고, 그것이 4명의 도사 중 하나임이 드러나면 자신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그것만큼은 안 된다. 자신의 대업을 위하여 섣불리 묻진 않기로 하지만, 다른 것에는 선뜻 대답할 수 있었다.
"궁금하긴 합니다. 후배 중에서도 늘 달고 다니는 아이가 있는지라."
늘 곰방대를 물고 있는 제 후배 생각한다. 그 아이에게 배우기에는 장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 오라비가? 되묻고는 어떤 바람이 들었는지 은근슬쩍 쿡쿡 찌르겠지. 3년 치 놀림감이 생길지도 모르겠거니 생각하다가도, 제 형님 언급에 눈 살포시 감는다.
"……에잉, 아쉽군요. 언젠가는 허락이라도 맡아야겠습니다."
그 작자에게 죽어도 허락 맡을 생각은 없지마는. 속으로 냉큼 생각하고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슬쩍 어깨 으쓱였다. 반투명한 비단이 약하게 들썩인다.
"내 그리 행동할 정도의 심경의 변화가 본인 탓임은 모르고 남에게서 찾아 뒤집어 씌울 터이니 당연하겠다마는."
날카롭고 냉소적이며, 사람을 단편적으로 확언 짓는 무례한 말이지만 어조는 담담하기 그지없다. 이런 말 듣기가 싫었더라면 그 정도는 감안했어야지. 차임벨 소리가 들리자 아회 안으로 들어섰다. 커피 내음과 빵 굽는 단내가 스쳤다.
"아, 그것이… 감사합니다. 다음에 보답이라도 해야겠군요."
마음껏 주문하라지만 선뜻 무언가를 주문하기엔 고민이 된다. 여기 케이크가 괜찮다고는 하던데. 고심 끝에 정한 것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간단한 레몬 아이싱을 얹은 얼그레이 케이크 한 조각이었다. 주문을 마치던 아회는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최근 류 가는 이제 예닐곱 된 아이들로 집안이 소란스럽다. 한창 뛰어놀고 사방에 관심 많을 나이이니 조그만 아이들이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는 것 조용할 리 있을까. 자유분방하게 노는 것은 좋으나 류 가에는 아이 손 닿으면 안 되는 곳 여럿 있었다. 별채며 지하며 공방이며 창고며 등등. 집안 내 심신 위험한 곳 많으니 선생 하나 정하여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을 맡기기로 했다. 그 역할 맡은 이가 일향이었다.
선생 노릇 맡고부터 일향의 아침은 늘 어둑할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보다 먼저 깨어 그 날의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아이들을 이끌고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다섯이나 되는 남매들 돌봤던 일향이기에 무엇이 새삼스러울까 싶었으나. 남매 돌보는 것과 제각각인 아이들 돌보는 것은 천지차이여라.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 열을 이끌어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고 놀아주고 하다 보면 하루가 일 초 같았다.
허나 그런 나날도 처음에만 그러했지 익숙해지니 조금씩 쉴 틈도 나고 그랬다. 공부 가르치는 중간, 낮잠 재우는 그 사이, 틈틈히 숨 돌릴 때마다 이 다음 누이들에게 줄 장신구 그려보곤 했다. 꽃 같은 누이들에게 어울릴 고운 나비의 형상 화선지 위에 그리며 무엇으로 만들까 어떻게 만들까 상상하는 것이 그 즈음 일향의 낙이었다.
마냥 평화로울 것만 같던 류 가에 그 소식 들린 것은 일향 선생 맡고 한 달 지났을 즈음이었다. 이제 슬슬 여유 생겨 나비 깎을 보석 고르고 하나 하나 가볍게 손을 대주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도 도화 학당 문 닫혔단다. 왜? 무슨 일이 생겼길래? 혼란스러워도 이미 졸업한 일향 할 수 있는 것 없었다. 그저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매일 학당 앞까지 사람 보내 문 살피고. 매일 밤 뜬 눈으로 보낸 일주일이었다.
늦은 밤. 일향의 방에 두었던 붉은 옥석 깨졌다. 아. 드디어 열렸는가. 아버지 온일에게 알리니 알겠다는 말 하시고 곧장 나가셨다. 어딘가로 사라지기 전에 데려와야 했으니. 온일 다녀오는 사이 일향은 일향대로 별채를 준비해야 했다. 평소 굳게 닫아두는 별채 문 열어 벽에 부적과 금줄 두르고 바닥에 이불 펼친다. 언제가는 이런 날 있을 줄 알았으나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을까. 바닥 이불 한 겹 더 깔아주고 열린 문 안쪽에 '봉'의 부적 붙이며 쓴 웃음 흘렸다. 정녕 이것이 맞는가. 몇 번을 묻고 생각해도 답은 없다. 온일 손에 이끌려 별채로 들어가는 제 누이 모습 보아도. 그저 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 없었다. 별채 문 닫히고 물러나시는 아버지께 쉬시라는 말 하는 것 고작이었다.
수일 불러다 말 맞추고 날 밝아 떠나는 모습 보며 이걸로 끝이길 바랐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나마 평온히 보내길 바랐다.
그러나 하늘 무심하게도 며칠 지나기 무섭게 온일 앞으로 서신 한 장 날아들었다. 본가에서 깨었던, 아버지와 제가 별채에 들였던 그 날에 대해 들었으니 어찌 된 일이냐 설명해달란 것이었다.
일향은 반대했다. 끝까지 모른 채 있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한 것 아닌가. 하지만 온일의 생각은 달랐다. 근래 학당의 상황 심상치 않으니 알고 있는 것이 그 아이 뿐만 아니라 주변 위한 것이라고. 그렇긴 하나, 그렇지만, 반박하고픈 말 수십가지 올라와도 어느 것 하나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자칫하면 과거의 참극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 지 모른다. 그것 생각하면. 결국 일향 고집 꺾어야만 했다.
답신 준비하시는 아버지 뒤로 하고 일향 방으로 돌아갔다. 저녁 무렵. 서신 받아든 수행원이 나가는 모습 메마른 눈으로 보았다. 저 서신 하나에 무엇이 얼마나 담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정녕 그 아이 알고 싶었던 것일까. 다만 무슨 내용이든 알고 괴로워 하지 않길 바란다. 어느 것 하나도 그 아이 잘못은 없으니.
방에 앉아 멀거니 창 밖 보고 있으니 문 밖에서 자그마한 발소리 들려온다. 도다다당. 작은 발 여럿 뛰는 소리 곧 문 앞에 도달하고 통통 문 두드린다. 들어오라 하니 장지문 빼꼼 열리고 그 틈으로 조그만 머리통 옹기종기 하다. 피식. 웃으며 손짓하자 와아 떠들며 들어온 아이들 일향 무릎에 안겼다. 조랑조랑 달린 아이들 보고 있으니 허하던 마음 조금 풀리는 것도 같다. 선생님- 선생님 형아- 조약돌 구르는 아이들 목소리에 어쩐지 울컥 할 것 같아, 아이들 손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자. 가서 간식 먹고 놀자. 아니면 낮잠 잘까? 오늘은 너희 하고픈 것 하자. 그래. 다 해줄게. 소리 꾹 누르고 그리 말 해주며 같이 걸었다. 작은 손 하나라도 놓칠라 꼭 쥐어 잡아주며.
>>693 갱신하자마자 독백이라니 우오옷 쵸 럭키다제─wwww....라고 웃으면서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줄줄 울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예요(´ ͡༎ຶ ͜ʖ ͡༎ຶ `) 무슨 일이 있었길래 참극이 벌어졌던 거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버지랑 일향씨가 그렇게 가슴 아픈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이제 곧 진실이 밝혀질 때가 와서 두근거리기도 하고 온화는 모두 알게 된 다음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네요🤔 으아악 이거 다음편 어떻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