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는 건 좀 무서운데요." 이런 거 터지면 파편이 날아간다고 들었다구요. 라는 말을 하면서 강산 씨의 뒤에 숨어도 되나요?라는 말을 합니다.
"완전 산산조각.." 조각의 잔해가 대야에 담기는 걸 봅니다. 방석일 때에는 적당한 크기였는데 잔해가 물까지 먹어서 그런지 대야를 좀 채우는 것 같습니다.
"일단 돌려보는 것으로 하고요..." "고장은... 안날지도요!" 말투가 단호한 것치고는 ~지도요. 같은 얼버무라는 듯한 불확실함을 말하는 말은 어색하지만... 그 단호함이 우선이 된 것인지. 그저 빨래에 수반되는 덜덜거림만 있을 뿐 빨래가 다 되었다는 알람이 울릴 때까지 멀쩡합니다.
"빨래도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또 빨아야 한다면 솔직히 저렇게(여선은 잔해를 가리킨다) 될 게 더 있을지도요. 라네요.
"원래 빨래 널라고 있는 장소는 아니긴 한데....잠시면 괜찮지 않을까. 나름 핑곗거리도 있다고."
나름대로의 계획을 가지고 그렇게 말한다. 뒷정리가 끝났다 싶으면 강산은 앞장을 설 것이다. 가는 길에 폐기물 수거함에 쓰레기봉투들을 넣어준 뒤, 예전에 여선과 종이비행기를 날렸던 장소인, 공터의 한 구석에 도착한다.
당연히 본래 수련을 위한 장소이니 빨래를 널 구조물 같은 건 바위 위 말고는 딱히 없겠지만... 강산은 그 들판에 태연하게 인벤토리에서 빨래 건조대와 빨래집게를 꺼내놓는다.
"이러려고 미리 준비해왔지. 저기 널어다가 '마도'로 적절한 바람을 일으켜주면 좀 더 빨리 마르겠다 그치?"
그리고 스승님들이 이를 목격한다면 겸사겸사 풍 속성 마도의 위력 통제를 위한 수련중이라고 둘러대려는 생각이다. 실제로 무작정 세게 바람을 일으키면 세탁물이 건조대 채로 엎어질 것이고, 일정한 세기를 계속 유지해야 방석이 잘 마를테니 아주 거짓말도 아니다. '어떠냐 내 계획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묻는 듯한 얼굴로 여선을 돌아본다.
빈센트는 한 손에 술잔을 든 채, 텅 빈 눈동자로, 모든 것이 있는 벚꽃난성의 세상을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이면도서관에서 본 끔찍한 광경, 그것도 그냥 끔찍한 것이 아니라 빈센트의 몸을 참칭한 이면 숭배자가 빈센트를 죽일 뻔했다가 베로니카의 사진을 봤다고 녹아내리는 꼬라지를 보면서, 빈센트의 뇌도 한 반쯤은 녹아내린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엄청 대단한 일은 할 수 없었고... 가뭄으로 수원이 말라버려 쓸모가 없어진 물레방아를 마도로 물을 만들어내 돌리는 일이나 하고 있었다.
"..."
빈센트는 그 때, 베로니카의 사진을 떠올리면서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뇌를 움츠리며, 텅 빈 눈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 너무 위험해보이는 인상인지라, 벚꽃난성의 주민들은 빈센트를 건드리지도 않고 있었다.
빈센트주 강산이가 빈센트한테 이 기술을 써도 괜찮을까요?? 눈에는 엄청 띄겠지만 빈센트 때문에 npc들 때문에 접근 안 하는 상황이니 괜찮을지도요...?
찬란한 반짝임(A) 그 역사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단지 1세대 당시 한 사이비교의 교주가 만들어내어 사람들에게 퍼졌다 알려진 이 마도는 스스로 아우라를 만들어 주위로 방출해낸다. " 지치고 힘든 자들아 내 품으로 오라. 내가 너희의 안식이 될지니. " - ??? 시전자를 주위로 아군에게만 적용되는 의념의 파동을 빛의 형태로 발산한다. 발산된 의념의 파동은 아군의 정신력을 치유하며 F랭크 이하의 정신계 디버프를 상쇄한다. F랭크 이상일 경우 그 수치만큼 효과를 경감한다. 50의 망념을 추가로 지불하여 아군 하나의 D랭크 이하의 정신계 디버프를 제거할 수 있다. 이 효과는 전투 당 1회만 사용 가능하다.
한편 강산 또한 간만에 벚꽃난성을 다시 찾은 참이었다. 떠나온 지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거리를 거닐다보면 조금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다고 느낀 차에...쑥덕이는 주민들의 소리가 들렸다.
"웬 물이래? 저 위쪽 샘은 다 마른 거 아니었어?" "외지에서 온 술사가 빈 물레방앗간에 틀어박혀서 술법으로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다던데. 덕분에 당장 모가 말라 죽는 건 면하겠지만...헌데 그 술사님이....음,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으신 듯 하더이. 다가가지 않는 게 좋겠어."
그 말을 듣고는 물어물어 빈센트가 있는 위치를 찾아간 것이 지금이다. 외지에서 온 술사라면 강산과 같이 게이트 밖에서 온 각성자일 가능성이 높았으니 혹시나 해서 찾아가본 것이다.
이 게이트도 빈센트의 정신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빈센트가 워낙에 정신이 날아가서 못 듣는 것인지는 몰라도, 빈센트는 인기척은커녕 쥐들 찍소리 새들 짹소리 하나도 듣지 못했다. 그저 빈센트가 마도로 만들어낸 물이 물레방아라는 무생물과 부딪치고 떨어져 솨아솨아 합창하는 냇물과 하나가 되는 것만 들릴 뿐. 심지어는 술잔마저 그저 들고만 있을 뿐 마시지는 않았다.
"..."
빈센트 형님?
"..."
누군가 나를 부른다. 그런데 뭐? 뭔가 익숙하다. 그런데 뭐? 빈센트는 그 상태였다. 듣는다는 건 되었지만, 생각이 그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강산이 가까이 와서 자기를 밝혀도, 빈센트는 텅 빈 눈동자로, 산 사람이라기에는 영혼이 없고, 죽은 사람이라기에는 꼿꼿이 서 있는 그 괴상한 자세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빈센트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산의 표정에 불안함이 섞인다. 뭐지, 상태 이상인가...?
강산은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둘러보고는, 빈센트의 심기를 너무 거스르지 않도록 적당히 다가간다. 그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그동안 특별반의 인원에게는 써 본 적 없던 마도를 한 번 써보기로 했다. 한 번 정도는 부작용 걱정 없이 응급처치용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찬란한 반짝임. 향릉서고를 통해 익힌, 아군의 정신력을 치유하는 마도였다. 빛의 파동이 주위로 퍼져나가며 주변의 그림자들을 잠시 흐리게 만든다.
찬란한 반짝임이 온다. 완전한 어둠에 덮였던 그의 생각에, 빛이 찾아와 비춘다. 그리고 어둠 속에 숨어있던 생각과 지각, 인지가 촘촘하게 모여 만든 실타래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빛에 드러난 그것들은 툴툴대며 생각을 시작해 스스로 빛을 낸다. 그리고, 반쯤 녹았던 빈센트의 뇌에서, 아직 녹지 않은 나머지 반쯤이 활동을 시작했다.
"...강산 씨?"
빈센트는 그제야 강산을 바라본다. 하지만 정신줄을 간신히 잡았을 뿐, 빈센트는 여전히 피폐해보였다.
"죄송합니다. 아마 인사를 하셨어도 제가 못 들었을 겁니다. 요즘... 좀 그렇거든요." //5
그러고보니 원래는 강산 혼자 이 짓거리를 벌일 생각이었기에, 여선의 역할을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서...여선의 말을 듣고 강산은 건조대에 방석들을 빨래집게로 고정시키며 잠깐 생각에 잠긴다.
"여선이 너는...혹시라도 내가 수련하다가 바람에 날린 물건을 맞고 부상을 입거나 망념이 너무 많이 쌓이면 날 데리고 나가주는 역할...이면 되려나...?"
나름대로 생각해서 말은 해보지만 곧 어깨를 으쓱인다.
"모르겠다. 이게 그냥 우리 사적인 거 세탁하는 것도 아니고 시설이 개선되도록 거들어주는 거니까 괜찮을지도...? 어쨌든 이미 일은 벌였고. 일을 벌였으니 수습을 해야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스레 웃으며 바람 마도를 시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곧 강산과 여선이 있는 곳 주위에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옷자락이 가볍게 흔들리고, 의도한 대로 바람이 건조대를 훑고 지나간다. 강산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원하냐?"라며 웃는다. 그러다가도...
"이번 일은 내가 신경쓰여서 한 것도 있지만...생각해봤는데, 특별반을 모두가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예전엔 굳이 그러지 않았지만, 이제는 좋은 일 좀 더 많이 찾아서 해보려고 해."
강산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빈센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대화 중에 술을 마셔도 굳이 제지하지 않는다. 다만 오는 길에 사 온 간식거리 몇 개를 그의 앞에 차려놓으며 계속 경청할 뿐이다. 각성자는 의념을 끌어올려 쓰는 동안 일반적인 술로는 크게 취하지 않는다지만. 안주 없이 술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말이다.
"저번에 뵈었을 때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것 같진 않았는데...최근에 있었던 일이군요...?"
빈센트의 얼굴을 보며 되묻는다. 무슨 일인지 듣고 싶다는 제스처를 넌지시 취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