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무안한듯 입꼬리를 올렸다. 끝까지 사고를 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니오의 성격 중 하나라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고를 치지 않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사고치지 않겠다, 싸우지 않겠다, 무조건 참겠다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니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있다. 노력을 하겠다는 말은 진짜였으니 노력은 끝까지 해보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겠다' 라던가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 라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니오 스스로가 잘 알고있다. 그렇기에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 그 만큼의 절충안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사고를 치겠다는 것이었다. 나름 획기적으로 줄여내겠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 구해주시겠다는 이야기에는 뭐.. 감사하지요. 네에- 감사해야죠. 저도 제 한 몸 지킬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
이 혼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기에 그렇게 이야기했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한 편으로 드는 생각이라면 이 학당에서 사감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대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를 의지해야하며 누구에게 가서 보호를 요청해야할까. 결국 내린 답은 하나였다.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의지하며 스스로에게 보호를 요청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독심술사는 아니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믿고 의지하며 같은 편을 이루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확실한 내 편인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정론인 셈이었다.
" 어디까지 듣는지가 중요하진 않을 것 같아요. 뭐, 제가 맨날 싸움만 하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생각이란건 하는 사람이라서요. 제가 내린 결론은 그거 하나네요. 내 몸은 내 스스로 지켜야한다- 라는 것.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도 죽는 건 싫거든요. 제 사람들이 죽는 것도 싫고. 그러니까 지금으로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저 스스로를 믿고 제 스스로에게 한 표 주겠습니다. "
오롯이 책임을 진다는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목숨으로 책임을 지라는 것일수도 있고 만들어낸 난장판을 스스로 치우라는 이야기 일 수 도있다. 확실한 것이라면 니오는 그 두 개의 선택지 모두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선 안에서 스스로를 위한 자기보호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어찌되었든 지금 학당이 뒤숭숭한 것은 사실이고 언제 어디서 누가 사라지고 죽고 다치던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 말이 길어져서 죄송하네요. 오롯이 책임을 진다는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 비루한 몸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가현은 제 앞의 여학생을 마주보았다. 꽤 얌전하니 조곤조곤할 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역시 사람 알아보는 안목 하나만큼은 여전히 그 감을 잃지 않은것 같다 여겼다. 청룡 사람이기에 감정 기복이 물 흐르듯 할법도 한데, 크게 대립할때 말고는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기에 아직 저학년이구나 하고 지레짐작하고 말았다. 그보다...
"우리 학당 사람들은 어지간해선 안 건들어~ 그러니까 너무 움츠러들지 않아도 돼?"
꽤 위축되었구나. 자신은 그 정도의 위압감은 없는 사람이거늘, 어째서일까. 여학생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가현은 눈꼬리를 곱게 접으며 무해하게 웃는다.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첫 인상은 중요하다고 헸지. 자신이 그동안 사람들에게 드러낸 모습을 떠올려보면 왜 그러는지 대강 지레짐작은 가능했지만, 제 사랑이 그렇게 두려워할만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말에 대한 답을 즉시 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은 이전부터 봐오던 자들이 아닌, 새롭게 알게 되어가는 자들에게 공평하게 보이던 모습이었다. 뒤늦게서야 그런걸 보면 일주일이 마냥 짧지는 않은가보다 라며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지? 우리도 마냥 어린애는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그렇기에 더더욱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너무나도 아끼는 존재이기에. 그리고 너무나도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항상 곁에 두고 지캬보아야 마음이 편안했던 거 아닐까."
그렇다기에는 자신의 기분을 너무 직격으로 긁어버렸기는 하지만. 촉각을 잠깐이나마 잠가버렸을 때, 자신의 감정을 쉽게 조절할 수 없었음을 다시 떠올려본다. 제아무리 사랑과 보호라고는 해도 그것만큼은 잠가버리면 안 되는 거였어. 사감님. 그 무엇도 존엄하고 위대한 존재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표정이 굳는 찰나, 여학생의 다음 이야기에 금새 눈 녹듯 풀어지며 방긋 웃는 것이다.
"으응, 천만에~ 난 오히려 기쁜걸? 다른 사람이 내게 그 만큼의 애정을 주는거니까, 나도 그만큼의 애정을 똑같이 돌려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지."
자신에게는 그런 의미였다. 상대가 먼저 자신에게 덤벼들면, 그것 또한 애정이라고 여기며 기분 좋게 받아들일수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애정 또한 상대에게 그대로 보여줄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뒤틀리고, 변질되고, 변색된 애정은 그런 일이 있을수록 더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니.
"나? 오랜만에 학당 문이 열렸으니까. 기분 전환좀 할 겸 나들이나 가려고~ 겸사겸사 마음에 드는 장신구나 먹을게 있으면 좀 사오기도 하고. 너도 나처럼, 간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야?"
유현주 잘자 푹자~~ 나는 아까전에 후딱 해치웠지 ^-^!! 주간퀘는 늘 그랬듯 여유롭게 끝내놓으려구.. ㅋㅋㅋ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또 시간 맞고 여유 생기면 돌리면 그만이지~~ 일상에서 볼수 있다면 일단 임가현주가 좋음 ^q^ HA 알겠습니다 순순히 나가드리죠 하지만 이것 하나만 알아주세요 아무도 모르게 비밀장소에서 댕댕이랑 놀다 들킨 온화....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비밀로 해달라면서 은근슬쩍 둘만의 비밀임을 암시하는 대사 치는 온화는 사랑입니다 L.O.V.E LOVE❤️ (질-척)
먼저 사람을 인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연의 나쁜 버릇이었다. 하지만 '어지간해선' 안 건든다는 당신의 말을 들을 적에 당신이 무해하게 웃어 보이나, 오히려 그것은 당신과 사이가 틀어진다면 우리가 상대하던 이들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선득 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으니. 당신이 흑룡 기숙사 소속이라는 것과 더불어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으로 하여금 연은 어린 짐승처럼 몸을 더욱 움츠린다. 그래도 목숨이 오갈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생사를 같이했던 이 앞에서 이렇게 계속 무서워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 눈 꾹 감았다 떠내며, 연은 움츠렸던 어깨와 목에 힘을 주어 펴낸다.
"일방적인 집착이고, 욕심이야. 이번 일은 사랑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행동이었어."
또다시 그 단어가 나오면 연의 눈가가 가볍게 찡그려진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한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행위는 욕심일 뿐이다. 오히려 그것은 상대의 증오를 불러 올지도 모르니. 연은 이어지는 당신의 말을 듣고서 말아올렸던 입꼬리를 내린다. 굳어진 얼굴로 당신을 보며 당신과 자신은 애정관이 서로 다름에도 크게 다를 것이라 느끼며,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는 더더욱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할 것이기에. 연은 더 이야기하지 않고 묵묵히 걷는다. 그저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냐는 당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응. 나도 못 나간 기간만큼, 자유를 만끽하려 하는데. 그전에 누굴 먼저 좀 찾으려고 해."
하고서 연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어쩌면 당신도 만난 적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묻는다.
여학생이 몸을 움츠렸다가 다시 편다. 제법 잘 먹혔구나 하는 생각에 가현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마냥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안쓰럽기도 하거니와 괜히 지금보다 더 괴롭혀주고 애정을 한껏 쏟아주고 싶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가학심을 누르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긴장을 풀어줄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따로 보는건 처음인 상대에게, 마냥 그런 모습을 보여 이미지를 썩힐 필요는 없다.
"으응... 그렇구나? 그래. 흑룡 외의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여길만 하지."
무언가 더 이야기하려던 가현의 입이 달싹이더니 꼭 다물어졌다. 늘 그래왔지 않은가. 다른 기숙사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일방적인 집착. 욕심.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사랑이 되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상대가 더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것을 굳이 들추어내며 이야기를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내려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리고 상대의 반응도 당연히 이해하고 포용해줄 수 있기에, 가현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주제를 여학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린다.
"아니. 그런 사람은 본 적 없었던 것 같아~ 지금껏 천부를 꽤 많이 돌아다녔으니까, 만약 봤으면 기억에 남아있었을텐데. 네가 아는 사람이야?"
호랑이 반가면을 쓴 사람을 본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제 기억을 되짚어봐도 그런 독특한 차림새를 하고 다니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여우 가면이야 보긴 봤다만, 이 여학생도 농질의 침입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으니 알고 있을테고. 그 사람을 찾으러 굳이 천부까지 가는 것이라면 뭔가 용건이라도 있는걸까 싶은 생각으로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일단 찾는 사람이라면 같이 찾아줄수는 있을 것 같은데. 가는 길도 겹치고 나도 크게 할 일은 없으니까 괜찮다면 그 사람 한번 찾아볼래?"
자신은 이 여학생처럼 누군가를 만나러 천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유흥을 즐기러 가는 것이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남 좀 도와주는것도 나쁘지 않을 성 싶다.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 적어도 입이 심심하지는 않을테지.
"너도 네 목적을 달성할수 있어서 좋을거고, 나는 나대로 심심하지 않아서 좋고~ 아무튼.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려줄수 있을까?"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가져야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여기며, 가현은 방긋 웃는다.
이해할 수 없고 꺼림칙한 존재. 온갖 저주와 금술을 배우고 이해와 포용심으로 살아가다 그게 어느 선을 넘어 재앙으로 변모하는 이들도 있는 기숙사. 그렇기에 다른 기숙사의 많은 학생들이 흑룡 기숙사 학생들을 꺼려하고 싫어했다. 저학년때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최고학년이 된 지금의 윤하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것까지 포용해줄 수 있는 흑룡의 학생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 허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제가 가치를 느끼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
삶의 가치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정해주는 것이지만 어릴적부터 자신에 대한 가치가 너무나도 희박했던 그가 처음으로 그것을 느끼게 된 것이 남을 돕는 것이었기에 지금까지 쭉 이어진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단순한 호의였지만 흑룡의 독기가 섞여든 그의 이 행동은 어디서부턴가 뒤틀려있었고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를 더욱 싫어하곤 했다.
" 하하, 설마 익사라니요. 지금 보면 그렇게 편하게 죽게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
익사보다 더한 것들이 많은데 굳이 익사로 그런 것들을 경험 시키지 않을 분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 또한 그분의 뜻이니 거스를 생각은 없엇다. 감히 그분의 행동을 예측할 수도 없는 것이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보면 그렇게 흔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더 굵직한 경험을 하게 해주시지 않을까.
" 학당을 졸업하게 되면 더이상 기회가 없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
학당을 졸업하면 그땐 자신의 일도 거의 마무리 될 것이고 그 다음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가현에겐 그리 말해두었지만 지금도 내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더럽고 추악하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바다를 눈에 넣어두고 싶은 것이었다. 수평선 위로 날아다니는 새들의 소리가 그렇게 좋다고 했으니.
" 당신도 기회가 된다면 같이 가시겠습니까? 북으로 돌아가게 되면 언제 다시 바다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
이런 스스럼 없음이 그가 흑룡임을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권유까지 할 정도라니. 반쯤 남은 쿠키를 슬쩍 본 그는 아회쪽으로 밀어주었다. 가져가라는 뜻인듯 했다.
" 슬슬 가보아야할 시간인듯 합니다. "
딱히 뒤에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원래는 혼자서 느긋하게 사람이나 하늘 구경을 할 생각이었다. 마침 눈에 띄는 이가 있어 말을 건 것이었으니 이젠 다시 하려던 일을 다시 할려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