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절대 혼자 있으려 하지 마.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815085> 그런 법이지. 내가 아무리 시가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사람을 여럿 거느린다 해도 왕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거 말이야. 아, 마침 비가 오는구만, 왕도 우산은 받치고 다니겠지. 이 점은 나와 똑같으니 위안이라도 삼아야 하나?
마젠타는 여러 사람의 식탁을 구했습니다…. 복귀할 적, 코냑은 도마뱀을 제 어깨에 들쳐매듯 번쩍 들어 올립니다. 세상에, 덩치가 저리도 큰 도마뱀인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사람이 어쩜 저리 힘이 좋나 싶을 정도입니다. 정원으로 척척 걸어가는 길, 장미 내음이 짙어집니다. 후각이 마비되거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닿는 아찔한 향기. 바깥과 시즌스 킹덤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일단 이건, 여기에 두면 될 거고……."
코냑은 당신을 위해 친절하게 사냥감을 놓는 장소까지 도마뱀을 옮겨주고는, 당신을 향해 활짝 미소를 짓습니다.
"역시 한 마리로는 부족하죠?"
당신이 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자리를 휙 떠버립니다. 어휴, 아내분도 고생이 많겠습니다. 코냑이 꽃잎이 흩날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적, 어디선가 바스락, 당신의 청각을 건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젠타, 마젠타!"
익숙한 목소리도요.
> [소리의 방향으로] > [가만히 있는다.] >>29 <유라>
코냑은 이렇게 하나의 단위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정도로 키가 크면 하나의 단위로 써도 되는 법입니다. 거미는 당신의 말을 알아듣고 행동에서 보이는 감정을 알아챘는지, 육중한 꽁무니를 들어 올리며 위협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여인은 두 존재를 슬쩍 보다가 이게 무슨 멍청이의 축제인지 생각하는 듯싶습니다.
신기한 것은, 끼에엑 울어야 할 것 같은 이 존재가 입에 달린 집게를 벌리며 외치는 소리가 아름다운 실로폰 소리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띵─
청명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던 돌멩이를 거미줄이 붙잡아 저 멀리 던져버립니다.
"어머, 어쩔 수 없이 싸워야겠네."
아니면 저게 공격할 것이 뻔하니까요. 이번에 시체가 생기면 어느 쪽이든 내가 가져가야지. 그런 생각인지 여인은 당신을 흘긋 바라보고 슥 미소를 짓습니다.
보들보들하고 사랑스러운, 이 끔찍한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존재. 이 존재가 있기 때문에 아직 이 시즌스 킹덤이 온전히 악에 물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혹은 마지막 양심일지도 모르지요. 작은 루는 당신의 손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듯 열심히 꼬리를 흔듭니다.
그리고 미지의 존재는 여전히 그 의중을 알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친절하고, 차분하고, 어딘가…… 그래요, 당신에게 호의적인. 남는 것이 시간이라는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던 미지의 존재가 수정구를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장미 정원에 손을 쓸 수 있느냐, 라."
미지의 존재는 고민합니다. 지금까지 개입해서 좋은 일은 없었는데, 이 이후의 일은 알아서 하겠지요. 당신의 운이라면 해낼 수 있을 터입니다.
"본디 이치대로 두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이번에는 손을 쓰도록 하지요. 당신의 부탁이니."
미지의 존재는 수정구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그리고 두어 번 쓰다듬다, 누군가를 협박하듯 나지막이 속삭였습니다.
"놀지 말고 일해."
…이렇게 말해도 돼요? 돼! 뭐, 결과는 수정구 너머에서 드러나겠지요. --- 소리를 죽이길 다행이지, 계속해서 존재는 당신들을 찾고 있습니다. 찾으면 씹어 삼켜주겠노라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울 소리가 거세져만 가고, 당신은 기도합니다. 그리고 검에 손을 올릴 적, 하필이면 절그럭하고 검 손잡이에서 소리가 나버릴 줄은. 존재의 고개가 우두둑 꺾입니다.
"찾았다."
그리고 찢어질 듯 기이하게 웃던 존재가 귀신처럼 달려들 적─
쿵! 어디선가 무언가 소리 없이 나타나더니, 존재의 머리를 부여잡고 땅에 처박아 제압합니다. 붉고 화려한 옷, 아니, 새하얬을 터이나 신나게 사냥감을 도륙하고 다닌 나머지 옷이 새빨갛게 물든 존재가 몸을 일으킵니다.
"에이, *발…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노인공경이라곤 하나도 안 해주고 사람을 굴려……."
마오타이입니다! 제압된 존재는 몸이 으스러졌는지 우둑우둑 땅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 [제압을 도와주세요] > [그냥 저것 좀 죽여주세요] >>35 <마오>
간드러진 목소리를 뒤로 일방적인 사냥이 시작됩니다. 누군가 총을 쏜다 해도 총알은 물방울에 갇혀 땅에 떨어지고, 누군가 도움을 청하려 해도 세상은 이미 쥐새끼를 버린 지 오래입니다. 죽어가는 사람의 목 졸려가는 신음을 뒤로, 엄마, 아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죽기 싫었는지 결국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을 이야기하던 쥐새끼 하나는…….
열심히 흔들리는, 작은 루의 꼬리는 가끔, 저 엉덩이에 작은 모터가 달려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매일 쓰다듬으니, 아니라는 걸 알지만, 가끔 그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메마른 눈으로 그저, 보던 때와 달리, 그저 보기만 하던 시기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그로 인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변했다. 이 킹덤에서.
그렇다면 지금 마주한 미지의 존재는, 어떨까. 엘이 거듭, 긴장을 유지하려 해도, 부드러이 풀어버리는 듯한, 친절과 호의를 보여주는 그는, 엘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그 친절과 호의 너머, 그 너머 어딘가에, 무언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전에, 장미 정원의 상황을, 어찌 해 보려 꺼낸 물음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엘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곱게 미소지었다.
"어머, 감사합니다."
직접 해보려 했으나, 도와준다는데 거절할 이유, 있을까. 미소 지은 엘은, 미지의 존재와 같이, 수정구를 들여다보았다. 간단하지만 위압감 확실한, 짧은 한 마디 뒤로, 수정구 속 상황에 이변이 생겼다. 곧 금방이라도, 엘의 대리인들을 죽이려 하던 존재는, 누군가에 의해 제압되었다. 새빨갛게 물든, 마오타이에게. 그 모습 보고, 엘이 작게 후후, 웃었다.
"추후, 마오타이 님께, 한 소리 들을 지도, 모르겠네요. 사냥제에 어설픈 대리인을 내세워, 번거로이 만들었다면서요."
아니면 코냑에게, 무언가 할 지도 모르지만, 거기까진 엘이,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장미 정원의, 위태로운 순간은 어찌 넘어간 듯 하니, 수정구에게 시선을 돌려, 미지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캄캄한 후드 속, 눈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즈음을 보며, 말했다.
"제 부탁을 들어주셨으니, 응당 제가 무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정녕 제게, 바라는 것이 없으신가요?"
엘은, 무슨 말이라도 경청하겠단 듯,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아, 하고 한 마디, 덧붙였다.
"참고로 저는, 부탁이랄지, 그런 것이 하나, 남았답니다. 별 건 아니지만요."
에이반은 신을 믿지 않았다. 킹덤이나 그 밖이나 어딜 가도 빌어먹을 세상 임은 변치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신에게 구원을 요청한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필트라도 살려보내자. 그러려고 검을 쥐었다. 손 대자마자 나는 소리에 저 괴물 반응하는 거 보고 두려웠지만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검 뽑을 틈도 없이, 누군가 난입했다. 시뻘건 그 존재는 단숨에 뒤틀린 접몽의 일원을 바닥에 꽂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누구인지를 깨닫자마자 에이반은 고개를 숙였다. 멀리서 얼타던 필트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에이반을 따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ㅅ, 서머 아일랜드의 원로님을 뵙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을 하기엔 에이반의 머릿속이 따라가질 못 했다. 하지만 여기서 살려면 지금 저 원로를 그냥 보내면 안 될 것이란 감은 강하게 들었다. 저 뒤틀린 존재는 절대 에이반과 필트로 잡을 수 없으니까. 에이반은 고개 숙인 채 다급하지만 예를 갖춰 말했다.
"뜻밖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스프링 가든의 왕, 의 대리인으로 나온, 일개 조직원들, 인지라 그 괴물을 처치하기엔 힘이 너무 달립니다. 하여 원로님께서, 아량을 베푸시어 그것의 숨통을 끊어주셨으면 합니다...!"
예를 갖춘다고 갖췄으나 상황이 워낙 혼란스럽다보니 말이 좀 횡설수설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걸 정정하거나 하기엔 에이반의 깡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겨우 위와 같은 말을 하고선 고개를 숙인 채로 언뜻 보이는 마오타이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구한 것은 좋았으나, 어떻게 옮길까 했었는데. 힘도 참 좋지. 잘게 웃으며 마젠타 당신의 뒤를 따른다. 장미향 짙어지면 정원이 가까워짐을 안다. 자리에 내려주며 활짝 웃는 코냑을 따라 웃던 마젠타는 당신이 하는 말에 그럴 필요 없다 말하려 했지만, 금세 자리를 떠버리는 것에 난감하게 웃는다. 몇 마리나 더 잡아 올 생각인지 생각하던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면 마젠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돌린다.
1. 7월 24일 모든 시트(위키 포함)는 하이드 될 예정. 이는 현재 동결, 시트 내림, 무통잠 캐릭터도 포함 된다. 캐릭터들은 모두 캡틴의 권한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2. 마음에 들던 캐릭터에게 우리... 일댈해요... 하고 합의 후 일댈 찔러도 된다. 설정 가져가든 버리든 상관 없다. 그런데 해적과의 일댈은 정중히 거절하겠다... 님 캐가 싫어요!가 아니다. 내 캐를 좋아해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과연 이어나갈 수 있을지가 문제라서 그렇다...
3. 엔딩은 자율 엔딩. 각자 ~는 ~했다. 같은 열린 결말로 두어도 좋고 내게 역임해도 좋다. 그럼 자리 하나 만들어 주는데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널빤지를 끼얹나? 얼.
4. 일단 먼저 미안하단 말을 전한다. 컨텐츠가 부족한 해적과 함께 해줘서 미리 미안하고 고맙다.
5. 설정 물어봐도 좋다...
아무튼 설정은 프리소스로 써도 좋다. 누가 설정을 모티브로 더 좋은 어장을 열어주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제 나만의 오리지널 설정이에요~ 하면 널뻔지다... 참고로 쓸 때는 해당 어장이 아니라, 임시어장인 >1596774077>를 참고했다고 표기를 해주면 좋겠음.
이러다 꼬리가 삐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원본 루는 하도 꼬리를 흔들다 삔 적이 있다나 뭐라나. 원본이 그러하듯 이 작은 복제품도 따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지요. 따라 하다 보면 진심이 된다는 것. 그렇게 인간이 아닌 존재는 주변에 섞여가며 인간이 된다는 것.
아마 이 존재는 그걸 바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삶을 바라는지는 모릅니다. 어쩌면 자신이 받지 못한 삶에 대한 보상을 타인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걸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마지막 양심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직접 개입한다면…… 이곳에서 제 존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견제할 테니까요."
호의에는 가끔 배려와 경고가 섞여있는 법입니다. 당신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군요. 와중에 마오타이의 불만에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더니 큭큭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글쎄요…… 아마 항의서 한 장이지 않을까 싶군요."
마오타이는 형식적인 항의서를 보내고 앞으로 조심하십시오. 같은 말만 꺼내겠지요. 싸움이 벌어지면 귀찮은 것은 여름일 터이니. 그리고 미지의 존재는 당신을 물끄러미 봅니다.
"바라는 것이라면. 그래, 하나 있긴 하지요."
미지의 존재는 당신을 향해 작은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친절한 모습을 보였으니 부탁도 작은 것이겠지요?
"……조만간 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당신의 권한으로 단 한 번 묵인하길 바랍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은 구분 지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 큰일은 아니니 걱정 마시지요." 덧붙이는 목소리가 나지막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부탁할 것이 무엇인지 듣겠다는 듯, 손을 느릿하게 까딱입니다.
> [고한다.] > [고하지 않는다.] --- 신은 없으나 그에 준하는 존재는 있다는 건지, 아니면 신이 정말 당신의 의리를 갸륵하게 여겼는지. 원로 또한 존재의 대리인이니, 신이라고 생각하지요 뭐. 마오타이는 머리끝에서 방울지며 떨어지는 피를 대충 쓸어 넘기곤 당신을 흘긋 쳐다봅니다.
"인사치레는 됐다. 급박한 일이었을 터이니 부상이나 확인하거라."
에잉, 저 츤데레! 접몽의 일원은 몸을 꿈틀거리며 어떻게든 수복하려 나섰습니다. 마오타이는 손을 떼며 머리를 대신 짓누른 발에 힘을 주면서도,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 느릿하게 뒷짐을 지었습니다. 옳거니, 스프링 가든에 빚을 지게끔 하면 이번에 있을 일도 무사히 넘어가겠구나. 봄의 왕이 과연 묵인할지는 모르겠다마는. 신나게 즐기던 늙은이 불렀으니 알아서 해주겠지.
"참으로 우습지 않더냐. 킹덤 바깥에서 우리를 견제하겠답시고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이."
발을 떼기가 무섭게 접몽의 일원이 튀어 오르듯 하며 마오타이를 공격하려 했으나, 마오타이의 손이 더 빨랐습니다. 머리를 꿰뚫는 단단한 비늘로 이루어진 손과 함께, 끔찍한 비명소리를 뒤로 방울이 허망하게 깨집니다. 접몽의 일원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손에 꿰여 축 늘어지더니, 털어내는 손길 대로 툭 나동그라집니다.
> [감사를 표한다.] >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 나간다.] >>47 <유라>
어쩐 일로 진지하담, 한 번 밖에 안 만났지만 전투 중이면 진지해지는 사람인가 싶었더니만 당신의 이야기에 여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습니다.
"네 주인이 키우게 허락은 해준다니?"
음 ……절대 안 된다 할지도요. 작은 루가 꼬리를 펑 터뜨리며 낑꺙 울어대면 거미는 어쩔 수 없이 처분될 것입니다. 뭐, 몰래 키우면 모를까!
띠리링─!
거미는 찰랑대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다시금 당신을 공격하려 들었으나, 당신의 공격에 사삭대며 뒷걸음질을 칩니다. 여인은 당신의 눈길을 매정하게 받아칩니다.
"어머, 유감스럽게도 나는 사냥할 줄만 알지, 잡아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는데."
오, 안타까워라.
"그렇지만 내가 나이가 워낙 많아서 말이야, 내가 있을 때는 원래 대다수 때려 길들였단다. 죽으면 나약한 거지."
사실 중요한 것은 몇 마리가 아닙니다. 무엇을 먹게 되느냐. 이게 중요하죠... 네? 당신은 안 먹을 거니 괜찮다고요? 지금까지 식탁에 오른 고기를 모르는 사람이 존재하는데 당신이라고 과연 모를까? 농담입니다. 부디 코냑이 맛 좋은 스튜를 끓여 선물하지 않기만을 신에게 간절하게 빕시다.
그것보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신은 소리의 주인이 있을 곳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정원의 한구석, 인적이 드물고 장미가 많이 피어있는 곳으로. 혹시라도 당신을 홀리려 드는 괴물이면 어쩌나 싶은 생각은 접읍시다. 연두색 머리, 금빛 눈, 조그마한 몸집에 멜빵 반바지와 베레모까지. 오늘은 참 예쁘게도 차려입은 잭이, 메르헨이 아닌 바깥에 있으니까요.
"마젠타! 오랜만이에요!"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신발 끝과 손가락 끝이 반투명하단 정도일까요?
"이거 봐요, 드디어 바깥에서도 조금 오래 있을 수 있게 됐어요! 당장은 나가면 안 된댔지만……."
> [자유] >>49 <일리야>
비가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늘은 새파랗게 질렸는데 새빨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도미닉 매디슨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바닥을 붉게 물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은 현실이 됩니다.
결국 당신은 시즌스 킹덤의 사람입니다. 아무리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하겠노라 다짐한들 죄인들이 살아가는 낙원의 일원이었습니다. 예하는 당신이 손수건을 받았을 적, 가면 쓴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그 너머의 얼굴은 마치 웃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오, 다 괜찮을 거예요. 일리야. 우린 친구니까요."
당신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주제에 꺼내는 잔인한 말. 끔찍한 농담, 그것이 당연한 이 장소……. 당신은 이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막강한 권한을 얻었습니다. 모든 것은 어머니를 위해.
왕의 직접 개입은, 엘에게 적이 생기게 할 수 있다는, 따끔한 경고 어린 호의에, 엘은, 납득한 듯 고개 끄덕였다. 이 호의 역시, 엘을 위한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 하다가도 또 문득 들린, 웃음 소리에 눈 깜빡였다. 엘이, 무언가 재미난 얘기라도, 했던가? 잘 몰라 미지의 존재를 바라보니, 항의서 한 장이지 않을까, 하는 말이 들려왔다. 아, 마오타이의 불만에 대한, 그것인가 보다.
"그 정도라면야, 얼마든지 받아드려야지요."
분명, 엘로 인해 생긴 불만이니, 항의서 쯤은, 달갑게 받아들고, 고개 숙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 엘이 정녕 무언가 해드릴 것 없느냐는, 그 물음에 돌아온 답 만은, 순순히 끄덕일 수 없었다. 그 단 한 문장에, 엘은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이 킹덤에서, 인간 흉내나마, 낼 수 있게 해주신, 한 분이 계신답니다. 그 분이, 제게 조직의 수장 자리와, '봄'의 왕이 될 적, 해주신 말씀이, 있었어요."
기꺼이 그를, 아버지라 부르라던 그 사람은, 그가 해주었던 말은,
"결코, 이 자리의 책무를, 저버리지 말아라. 설령 저보다, 높은 좌에 앉은 이가, 책무에 반하는 것을 요구하더라도, 이 자리의 무게는, 오롯히 제가 짊어질 무게 임을, 반드시 기억해라."
앞으로 홀로, 고독한 자리에 오랫동안, 홀로 있어야 할 엘을 위한, 당부이자 걱정의 말이었다. 그 말을 조용히 읊곤,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들고, 엘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당신이 왕이라 하신들, 그 일이 작든 크든, 저의 책무를 벗어나는 부탁은, 받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차분히, 미지의 존재를 바라보는, 엘의 얼굴은, 잠잠하면서도 진지했다. 그것이 제 소신인 양, 올곧기까지 했다. 그러다 깜빡, 쓸쓸한 미소 띄우며, 그리 말했지만.
"정말 죄송해요. 제가 먼저, 당돌하게 굴어놓고 못 하겠다니. 이래놓고 제 부탁을 늘어놓는 건, 무척이나 염치없음을, 저 또한 알기에, 제 부탁은 함구할게요."
부디 엘의 대답이, 미지의 존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길 바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무릎 위 작은 루도, 조심히 일으켜 다시, 예쁘게 앉혀주었다. 슬슬 이 자리, 끝이 다가옴을 예감한 것 처럼, 올 때와 같이 자세 바르게 하였다.
> [고하지 않는다.]
마오타이의 시선이 느껴졌을 때 에이반은 금방이라도 저 억센 손이 그에게 꽂히는 것 아닐까 싶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뜻밖에도 안위나 살피라는 말이었다. 에이반이 알기로 여름의 원로는 성격이 워낙 종잡을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사납다고 들었는데 이 사냥제에서는 별개인가.
아니. 어쨌거나 지금은 일단 구명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에이반은 마오타이가 뒤틀린 접몽의 일원을 붙잡아두는 사이 필트에게 갔다. 계속 덜덜 떨며 고개 숙이고 있던 필트를 붙잡아 아까 크리처를 상대하느라 다친 팔이 덧나지는 않았나 살피고 정신 차리라며 뺨도 몇 번 두드려주니 그제야 눈에 초점 돌아온다. 정신이 아주 빠지진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필트 챙기는 사이 뒤에서는 정말 일순간에 마오타이의 제압이 이루어졌고 그 끔찍한 단말마에 에이반과 필트 모두 크게 떨었다. 조종하는 실 끊어진 양 내동댕이쳐지는 접몽의 일원이었던 것을 보고 숨 짧게 들이켰다.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무력.
이는 '봄'의 왕과 대면했을 때와는 또다른 것이라 다시금 정신이고 나발이고 혼비백산 할 것 같았지만 거듭 겪으니 내성 생긴 것인가. 이번에도 에이반이 먼저 정신 붙잡고 필트의 팔을 붙잡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마 피 뚝뚝 떨어지는 마오타이를 올려다 볼 엄두는 나지 않아 고개 숙인 채로 허리 푹 꺾어 감사인지 무언지를 표했다. 그리고 서둘러 그 장소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때 너와 처음 만났던 메르헨과 같이 장미가 피어있는 정원 구석.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그리워하던 네 모습을 보자 마젠타는 돈이 주던 기쁨보다 더한 기쁨에 환하게 웃는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언제 이루게 될지. 자신이 먼저 나서서 찾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자주 널 생각하며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했던 것이었는데. 맹세한 대로 편지를 전했음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는구나.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네 잭."
기쁘다는게 명백한 목소리로 말한 마젠타는 네가 다행히도 육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네 모습을 위아래로 살피다가, 혹시나 너를 만질 수 있을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보려 시도한다. 이어지는 네 말에 마젠타는 곧 방글방글 웃는다. 아직 어린 꼬마 아이. 나가면 안 된다는 말에도 이렇게 몰래 만나러 왔다는 것은 얼마나 귀여운 것인지.
"청하던 걸 들어주셨나 보구나. 잘된 일이야 정말."
흐뭇한 시선으로 잭을 바라보던 마젠타는 코냑이 떠올라, 아차 하며 눈을 크게 떠낸다. 이 인간이 어디로 갔을지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간 다시 잭을 바라본다. 안절부절못하니, 마치 급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잭에게 말한다.
"있잖아 잭, 지금 여기에 오래 있을 수 있어? 그 다른게 아니라 이번 사냥제에 코냑님이랑 함께 왔거든. 지금은 잠깐 사냥감을 하나 더 잡으러 간다고 갔는데 금방 올 거 같으니까.... 그러니까...."
항의서 한 장. 소심하게 나 기분 나빴는데를 어필하는 행위를 그 마오타이가 한다는 사실이 미지의 존재에게는 재밌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마오타이를 굴리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요……? 작은 루는 그런 존재를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듯 귀는 쫑긋 선 상태로.
더 이야기해 보라는 듯, 미지의 존재는 손을 가볍게 까딱입니다. 인간 흉내나마 낼 수 있게 해준 존재가 해준 조언. 자리의 책무를 저버리지 말고 자리의 무게를 견뎌라. 미지의 존재는 침묵합니다. 시즌스 킹덤을 하나의 터전으로 만든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나? 나는 그게 걱정이네. 어린 나이에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닐 텐데. ……네가, 무게를 견디기엔 너무나도 어리지 않니. 그래도 되겠어?
"……이해합니다."
잠깐의 침묵을 뒤로, 미지의 존재는 놀랄만치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저 또한 그 무게를 알고 있으니, 부디 죄송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군요. 누가 모르겠나요, 이 자리가 그렇다, 그렇지 않다로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은 루는 복슬복슬한 몸을 웅크리고 불안한 듯 주변을 살핍니다.
"마지막으로 호의를 베풀도록 할까요…."
미지의 존재가 당신에게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곳은 영원한 꿈과 희망이어야만 하지요. 그 희망이 변질되더라도,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국가에게 도움을 주지 않고, 도움을 받지 않는 우리만의 삶'이면 족한 장소. 그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것이……."
내가 안내인으로서 부여받은 사명이자, 이 도시가 이렇게 돌아버린 이유랍니다. 손가락을 튕기는 딱, 소리와 함께 당신은 눈을 뜹니다. 소란스러운 소리,
아! 장미 정원입니다.
맞은편에 앉았던 안내인 Q는 없지만, 그 자리에 작은 꽃 한 송이가 놓여있습니다. 메르헨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었던 아지랑이 꽃.
미지의 존재는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 사납고 성격 더러운 녀석! 우우, 악덕 상사! 악덕은 아닌가? 아무튼 잘 대해주면서 사람 잘 조지는 시즌스 킹덤의 바른 표본! 뭐, 어쨌거나 살아남은 것이 중요합니다.
다친 팔은 덧나지 않았고, 제압은 순식간에 이루어집니다. 널브러진 시체는 머리가 없습니다. 정확히는 머리의 흔적만 남아있고, 안면부가 뻥 뚫려있습니다. 마오타이가 손을 한 번 더 털자 피가 바닥에 흩뿌려집니다.
마오타이가 당신을 돌아보고는, 허리를 꺾는 모습에 가보라는 듯 고개만 슥 까딱입니다. 귀찮은 듯한 표정 때문인지 온몸의 아우라로 '꺼져라.' 하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혼비백산 도망치고 나니, 장미 정원의 입구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처음 사냥한 쥐 크리처는 데려왔으니 포함될 것이고, 남은 것은 계약을 이행하는 것일 뿐. 당신은 이제 떵떵거리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도록 할ㄲ…….
쿵!
접몽의 시체가 쥐 크리처 위에 포개집니다. 아, 사냥감에 포함되는구나….
이 악독한 세상…….
> [진행 종료] >>55 <유라>
"미리 말해두는데 난 그런 방법 모른단다."
협조할 생각도 없겠지만! 그렇지만 실망하지 맙시다. 목줄이 있으니까요! 여인은 도와달라는 말에 날카롭게 웃었습니다. 도움이라.
"그래, 내가 같이 도와주는 수밖에 없겠네."
여인은 순식간에 얼음이 얼며 거미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다리를 고정합니다. 어쩐 일로 저런대요? 음, 어쩌면 저 거미에게 나쁜 감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요? 똑똑한 거미는 당신을 유인하려 들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 분한지, 거기다 당신의 공격까지 맞았단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다시금 맑고 높은 소리를 냅니다.
조그마한 아이는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 썩어빠진 곳에서 가장 어려운 약속을 지켰으니, 그 가치는 돈으로 셀 수 없겠지요. 잭은 말갛게 미소를 지었고, 바깥에서도 육신이 존재한다는 듯 당신의 손은 잭의 머리 위로 쉽게 올라갑니다. 조금은 굽이치는 머릿결이 머리카락에 보드랍게 감깁니다. 아, 진짜 여기에 있구나! 비록 말 안 듣고 몰래 나왔지만요!
"응, 열심히 부탁을 드렸더니 들어주셨어요."
그동안 편지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 모를 거예요! 종알종알 얘기하는 걸 보니 미지의 존재에게도 편지를 마구 써댔나 봅니다. 미지의 존재는 완강히 거부하다 편지의 말미에 보인 '미워요.' 한마디에 지고 말았지요.
당신의 반응을 가만히 바라보던 잭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조그마한 눈에 깃든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그러니까, 정말요?"
아빠가 계신 거예요? 되묻는 목소리를 뒤로 그럼 엄마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습니다.
"오래 있을 수 있냐면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버텨볼래요, 여기는 안전하니까 들켜도 오래 있게 해줄 거고……."
잠시간의 침묵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아, 어쩌면 엘의 말이, 엘이 모르는, 미지의 존재의 어딘가를 건드린, 것은 아닐까. 그 생각 하나, 겨우 지나갈 쯤, 다시, 목소리 들렸다. 여태 부드러웠으나, 이번은 특히 부드러운,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엘은, 잠시 들은 후, 가볍게 고개 끄덕였다.
"너른 이해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 킹덤의 왕에게 자리 운운, 하는 것이 불경하다며, 혼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순간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각오했으나, 그렇기에 그가 이해한다는 말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엘은 가타부타, 긴 말 얹지 않고, 웅크린 작은 루를 그저, 품에 깊이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경청했다. 저물어가는 왕국의 유일한 왕이, 이 자리에서 베푸는 마지막 호의를, 그 진위를 이해할 수 있게.
영원한 꿈과 희망, 그것이 변질되어도 이어가야만 하는 것이, 사명인 이 땅의 왕, 이시여.
명쾌히, 손가락 튕기는 소리, 그리고 눈을 뜨니, 만발한 장미 정원이 눈 앞에 펄쳐졌다. 티타임이, 끝났다.
"...음,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메르헨의 그, 몽환적인 분위기가 여즉, 저를 감싸고 있는 듯한 감각에, 엘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살짝 내리자, 맞은편에 놓인 꽃이 보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이를, 표현하며 대신하는 듯, 놓인 작은 꽃. 손 대면 흩어질 듯, 아련한 꽃을, 엘은 두 손으로 조심히 감싸고, 들어올렸다. 곧 하얀 손수건, 나타나 동그랗게 꽃을 휘감고, 그것을 잘 챙겨든 엘이, 작게 읊조렸다.
"당신께서는, 어떠실까요. 이 꿈이 계속되길 바라시는지, 언젠가 끝을, 소망하시는지."
허공에 물은들, 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 엘은, 꽃을 감싼 손수건과, 작은 루를 품에 소중히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정원의 입구를 향해, 걸었다.
"일단은, 현재에 충실하도록, 해볼까요. 음. 슬슬, 심심하죠? 작은 루. 조금만 참아요. 돌아가면, 가장 큰 노즈워크에 간식, 많이, 넣어줄게요."
느긋히 걸으며, 작은 루를 쓰다듬으며, 엘은 평소처럼, 말했다. 웃는 얼굴로, 평온하게.
정말 다행히도 마오타이의 손이 물러나는 에이반과 필트를 꿰뚫는 일은 없었다. 무례하게 여겨지면 어쩌나 했지만 만일의 우려로 흘러가버려 어찌나 다행이던지. 사냥제니 할당량이니 잠시 잊고 헐레벌떡 도망치다보니 어느새 장미 정원의 입구가 가까워졌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 본 마냥 에이반이 다급하게 뛰어가자 푸른 실루엣이 그 근처에서 살랑거렸다. 그 색 보자마자 우뚝 멈춰선 에이반의 귀에 낯익은 웃음 소리 들렸다.
"후후! 어쩜, 훌륭하게도, 계약을 이행해 주셨네요. 에이반 씨. 필트 씨."
소리의 주인은 누구랄 것도 없이 엘, 이었다. 카지노에서, 호텔에서처럼, 품에 작은 루를 안고, 다소곳이, 웃고 있는 엘이, 그 푸른 눈동자가, 두 사람을 응시했다.
"조건을 충족, 하셨으니, 저 또한 계약을, 지켜야겠지요. 추후, 카지노로 방문해주세요. 지금은, 두 분 모두, 휴식이 필요할 테니."
그들의 공을, 짧게 치하한 엘이, 돌아선 순간이었다. 쿵! 소리와 함께, 접몽의 시체가 떨어졌다. 에이반과 필트는, 비명도 못 내고 털석, 주저앉아버렸지만, 엘은 조용히, 그것을 돌아보고, 잔잔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