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청 소심했고 존재감이 옅어서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가문 사람들이 지금 모습 보고 "얘가 얘라고...?!" 하고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 :3
1-1. 조금 많이 안 좋게 봤어요. 저 넓은 곳을 관리할 정원사가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가문 내부에서 얘가 진짜 우리 집안 애가 맞나, 자체검증까지 했었을 정도랍니다. 재능 자체가 0점이다 못해 내핵 뜷고 들어간 수준이었어요. 지금은 뭐... 예.... 그렇게 됐다(?)
2. 잘 놀아줬을 거예요. 학당 입학 초기에는 도술을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놀아줬을 겁니다. 식물 관련해선 뭐.... 자세한 설명을 생략합니다(?) 그리고 아마 대답을 해주지는 않고 미소로 대신했을 거예요.
콜~~! 음 보자보자 저번에 이야기한대로 천부 나가서 머리끈 등등 사다주면서 데이트(?) 즐겨도 되고 윤하 본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만났다고 해도 되고 간단하고 오붓하게 담소 나눠도 되고~~ 일단 당장 생각난건 이 셋인데 이외에 추가적으로 원하는 상황 있으면 그걸로 가도 무관하다!
곡옥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저택.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경첩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대문이 열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말 좋은 것을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도포를 입은 소년이 걸어나왔다. 허리를 조이고 있던 끈을 살짝 풀어낸 그는 다시 닫혀 보이지 않는 대문쪽을 슬쩍 돌아보았다가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작게 울부짖는 소리가 이미 금이 가고 넝쿨로 뒤덮인 담 너머로 들려온다.
단정하게 보이기 위해 잘 만져둔 머리까지 살짝 헝클어뜨린 소년은 곡옥을 곧장 벗어나 천부로 향하고 있었다. 애초에 일년에 곡옥에 오는 것을 싫어하여 일년에 오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가문에서 일이 있음을 알리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천천히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잠이 좀 부족한듯 싶어 그는 천부로 향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였다. 천부. 중앙 지역이자 학당이 위치한 이곳은 당연하게도 번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었다. 기숙사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늦어진 시간 때문에 학당에 들렀다 가기엔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 그는 입은 옷 그대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예전부터 여기저기 같이 돌아다니곤 했고 학당에서 같이 나가는 일이 많았지만 오늘 같은 경우엔 또 만나는 장소가 정해져있었다.
" 아직 안온건가? "
약속 장소에 도착해 분홍색 홍채를 가진 눈이 장소 이곳저곳을 훑는다. 아직 도착을 안한 것인지 도착했는데 자신이 못찾는 것인지. 어쨌든 약속 시간에 거의 딱맞춰 도착한지라 그는 천천히 주변을 걸으며 가현을 찾기 시작했다.
낮잠. 신을 제외한 그 무엇보다도 포근하고 달콤한 것. 수업이 없는 주말에 가현은 기숙사 방의 커튼을 살짝 걷어두고 따끈한 햇살을 받으며, 단정히 묶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이불을 푹 덮은 채로 몸을 동그랗게 웅크려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지난날 하 사감을 그렇게까지 괴롭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얌전하다 못해 쭈그러진 자세였으나, 오히려 그렇게 자는 게 편한지 뒤척이지도 않고 간간히 입을 오물거리며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지금의 이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해가 조금씩 움직이고 커튼 너머 들어오던 햇살이 점차 사그라들 무렵, 가현은 잠에서 깨어났다. 뜨다 만 눈으로 시계를 보고. 입을 작게 벌려 하찮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며 몸을 쭉 펴고. 그리고 나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일어난다. 포근한 이불 밖으로 벗어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약속한 것이 있지 않았는가. 그것을 잊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가면 나갔지 절대 늦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할 겸 샤워도 하고. 바싹 마른 머리에 빗질을 하며 한데 묶고서, 마지막으로 이전에 선물받은 머리띠를 했다. 볼 때마다 만족스럽단 말이지. 준 사람의 성의도 있고 이것은 제 물건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모든 외출준비를 끝낸 가현은 밖으로 나간다.
"아. 여기야 여기~"
그렇게 조금 일찍 나와서 남은 시간을 가게 이곳저곳 둘러다니며 미리 구경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던 가현은 익숙한 모습에 손을 흔들었다. 마침 딱 맞게 만난것을 보니 이쯤 시간이 흘렀으면 약속 시간이 되었겠구나 하던 자신의 감은 오늘도 적중한듯 하다. 한 사이즈 큰 탓에, 제 팔꿈치까지 걷어진 옷 소매를 다시 걷어내린다.
"너가 곡옥에 가있는동안 얼마나 심심했는지 알아~? 요즘 신입생들은 너무 나약해. 내 이야기에 몇십분도 못 버틴다니까~"
물론 자신은 그런 신입생들마저도 예뻐할 뿐이었지만, 괜히 하는 이야기인 듯 그렇게 말하고서는 잔잔히 미소지은 채 남학생을 슥 훑어본다. 자주 입지는 않았지만- 항상 곡옥에 간다고 이야기할 적이면 저 옷을 입고 나갔던걸로 기억한다. 추가로, 그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의아했다. 그렇게 안 좋은 일을 겪으러 가는거면 왜 그렇게 차려입고 가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런건 아무렴 어때. 로 퉁칠수 있게 되었다.
"음. 꽤 오래간만에 보는 옷인 것 같은데~ 언제 봐도 잘 어울리는걸?"
뭐가 어쨌든 일단 자신이 보기에는 이 남학생과 꽤 잘 어울리는 옷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 가현은 간단한 감상평을 남길 뿐이었다.
>>816 (볼콕콕)(?) 임가현.. 늘 한결같은 MA님조아 모먼트.. 우려내고 우려내서 사골육수 안 나오고 맹물 나와도 계속 우려먹을 것 ^Q^ MA가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한결같겠지만! MA마저도 없어지면 평생 바라보고 가야 할 목표+자신의 이상향+그 외 기타 이것저것들이 전부 사라지는거랑 다름없기 때문에.. 저거 내가 처음 써보는 모먼트일거야! 같은 맛만 꾸준하면 질리기 때문에 신메뉴를 출시했답니다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