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뜨린 검을 적룡의 소녀가 가져가자 자신의 일부라며 소리치는 사감을 보며 그는 검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봐선 잘 모르겠으나 저 사감이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별로 좋지 않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여러 곳을 신경 쓰기엔 눈 앞의 사감이 너무 부담스러웠기에 다시 신경을 집중하며 말했다.
" 인간을 죽이려면 죽임 당하는 것도 생각하셨어야지요. "
공포스러운 존재라 한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인간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꿈틀은 지렁이와 다르게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을 정도라 무서운 법이기도 하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부적을 던졌다. 아까처럼 대기를 찢어서 열상을 유도한다.
바로 눈 앞에서 하 사감이 베였다. 그 사이로 푸른 피 흐른다. 벌어진 살갗마냥 벌이진 입술 사이로 히- 가는 환히 새었다.
검의 날이 살갗 베는 감촉은 한 번 알게 되면 다신 잊을 수 없다. 딱딱한 나무토막 치는 것, 다 죽어가는 요괴 목 찌르는 것, 그 까짓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살아 숨 쉬는, 맥이 뛰고 피가 도는 것을 베어야만 비로소 숨이 트인다. 이미 알아버린 것 돌이킬 수 없어.
온화 제 손에 들린 검 떨기 시작하자 나긋하게 토닥였다. 쉬이. 착하지. 네 바라는 것 들어줄 테니 채근하지 말렴. 네 바라는 대로 내 움직여줄 테니 자, 역린이면 역린답게-
"아, 어딜 가시어요? 저와 놀아주셔야지요."
사근사근 읊조린 것과 달리 땅을 거칠게 박차며 하 사감의 뒤를 쫓는다. 누군가를 향해 달려드는 하 사감의 뒤로 바짝 접근해 등 뒤에서부터 검을 찔러넣는다. 급박한 움직임에 흘러내렸던 머리카락 일순 걷히며, 환히 웃고 있는 온화 얼굴 드러났다.
그의 외침에 윤하는 작게 중얼거리고서는 사감이었던 것을 노려보았다. 인간의 본성을 짓누르는 것은 압도적인 강함뿐이다. 그것에 조금의 틈이라도 보인다면 그 본성은 스멀스멀 고개를 다시금 들 것이니. 인간의 시대가 온 것을 원망하라며 그는 부적을 다시 손에 쥐었다. 허나 상대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 그는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부적을 던졌다.
" 이번에 다치는건 좀 더 아플 것 같습니다? "
부적은 땅바닥에 꽂혀 사각형의 바위기둥을 만들어내려 했다. 뚫릴 것 같긴 하지만 그 사이에 사선에서 피하려는 생각이었다.
우습다 못해 기가 찼다. 아무리 아회가 잿더미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일말의 감정을 갖게 만들고 마는 발언이었다. 왜 인간은……. 입속에서 발음을 따라 굴려본다. 사감이 어떤 존재이든 인간들은 무슨 상관이겠나? 인간은 같은 인간도 앗아가고, 하물며 신에게 도전까지 하는 족속들인데. 아회 느릿하게 미소 짓는다. 아무렴 그런 족속들인데.
"예. 당신이. 아니면 내가 사감을 하겠습니까?"
혼란스러운 듯싶은 사감에게 콕 집듯 얘기하고는 아회 주변의 소란에 집중한다. 봐, 이런 족속이잖아. 사감이라고 한들 공격해서 제압하려 들고, 죽이려 들며, 피를 보려 들지. 아무리 영적 존재라 한들, 아니면 인간을 초월했든. 그게 인간이다. 그리고 나도 인간이지. 아회 손에 든 부적 불탄다. 짐승 제압할 때 쓰는 덫 상상한다. 차가운 얼음으로 되어 발목을 죄어들길 바라며.
당신이 쓰러지면 연은 혹여나 당신이 죽은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 불안은 자신이 당신을 다치게 했다는 것으로 가슴속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굴러다니면서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었을까. 급히 달려가 당신의 상태를 살피면 저희가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그에 연은 고통스럽게 하던 감정에서 벗어나며, 새어 나오던 눈물을 빠르게 두 손으로 닦아낸다. 입술을 삐쭉 내밀고서 하 사감을 주먹으로 내리치나,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솜 같은 주먹이다.
가현을 보고 흠칫 놀랜 夏사감이 시선을 피했습니다. 당신의 시야에선 여전히 그가 물고기와 늑대를 절반씩 섞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물고기의 비율이 조금 더 많습니다.
' 잠깐, 그거! '
저릿한 통증에 夏사감은 온화와 신난 것처럼 딱, 딱 소리를 내는 검을 번갈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그거 내 심장이란 말이다. '
? 아하, 그 역린은 夏사감의 심장이었던 듯 싶습니다. 그는 제 심장인 검이 온화에게 귀속되는 것을 바라봤습니다. 원래, 자기 멋대로 주인을 따르는 성미이니만큼 그도 붙잡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 ?! '
갑작스레,
< 睚眦의 逆鱗 > 귀속: 류 온화
제 형제와 뒤섞여버린 용의 자식 睚眦의 역린으로 벼려진 칼.
살생을 좋아하는 성미가 녹아있어, 사용하는 자도 종말엔 미쳐버리는 검이다.
오로지 베고 죽이는 것에만 치중되어있기 때문에 날이 굉장히 잘 들며, 검 스스로 급소를 찾는다.
'류온화'는 逆鱗의 현 주인이 되었습니다. 夏사감의 절반인 '睚眦'는 [류온화]의 명령에 충성을 맹세하며, 역린은 현재 자신의 주인이 죽을 때까지 절대로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검이 상하면, 夏사감이 고스란히 고통받게 됩니다. 주인으로 계속 인정받기 위해 피와 살생을 향한 끝 없는 갈증을 해소시켜줘야 합니다 역린으로 싸울 시, 다이스값 +40 보정.
' 게흙! '
아회에게 제대로 얻어맞은 夏사감이 쿨럭였습니다. 푸른 피가 그의 입에서 퉷, 나왔습니다.
' 나도 미안하게는 생각한단다. 근데 많이, 자랐구나!? 너희 둘 다 사감이 우습지!? '
그렇게 놀라실 것 없는데. 가현은 알게 모르게 입꼬리를 올려 미소짓는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길길이 날뛰시더니, 이제서야 그 분의 은총이 두렵게 여겨지신단 뜻인지요. 스스로의 입으로 자기네들이 인간들에게 공포스러운 존재니 뭐니 하며, 신의 존엄성을 감히 빌리던 그 자신만만한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나요.
그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 사감님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저들의 형제를 그 분께서 직접 찢어발기실 적. 당신이 느꼈을 그 슬픔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 또한 신의 뜻이기에 동정심을 품진 않았다. 그보다 이렇게 되면 저 또한 보리마냥 사감님들께 말도 못 붙이게 생겼다. 아무래도 궁금증을 해소해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물건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은 이 눈으로 아직 바라보고 싶은 게 많았으니. 지금은 그냥 해후를 좀 더 풀도록 내버려둘까. 가현은 몇 걸음 물러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