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칭대명사나 수신호라니. 굉장히 체계적이면서 신중한 사냥이 될 것만 같아 즐거웠다.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요원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겠다. 그와 동시에 수업을 잘못 선택한것 같기도 했다. 신께서 말씀하신 그 물건을 찾느라 주의가 흐트러져버리면 개죽음만도 못한 꼴이 될 것이며, 사냥에 집중한다면 분명 물건 찾는건 실패하겠지. 일단 제 발로 찾아온 수업이니 지금을 한껏 즐기기로 했다.
수지 도사님의 손짓에 가현도 가까이 다가가 설명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만약 도술을 쓸 거라면 아주 정확히. 동맥을 끊어버리는 정도 이상으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좋겠으나 거죽이 튼튼하다면 도술으로 숨을 끊어내는 것은 자칫하면 실패할 수도 있겠다.
"음. 숨통을 끊을 만한 날붙이는 있나요?"
목숨을 건 사냥이라면, 준비는 철저해야만 한다.
"귀여운 애. 나랑 팀 하자~"
이것도 예행연습이라면 예행연습일 것이다. 들어가기 전. 보리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가현은 날붙이가 있다면 챙기려 했을 것이다.
그는 가만히 창 밖을 바라봤습니다. 그 모습에 케이크를 먹던 불가살이 고개를 들어 궁기를 응시했습니다. 웃고 있네? 무섭게?
' 뭐, 뭔데...? ' ' 이번에 농질이 쓸 데 없는 짓을 해서 고민이 되었거든요. ' ' 아하... '
불가살은 팔에 붕대를 감은 농질을 곁눈질로 바라봤습니다. 그녀의 팔에선 아직 피가 베어나오는 중이었고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 쓸모는 아직 있으니까요. ' ' 제가 신경 쓰는 그 아이는...... 음... 巫가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던 아이라..... ' ' 아. 그 동...? ' ' .... '
궁기가 불가살을 말 없이 바라봤고 불가살은 시선을 슬쩍 피했습니다.
' 날 따르는 게 얼마나 귀여웠는데요. 그래서 너무 과하게 괴롭히지 않게 잡아두곤 했었어요. 지금은 머리를 굴리는 게 제법 귀여워서. ' ' ....... '
그가 조용히 물을 마셨고 불가살은 자신의 입에 케이크를 밀어넣었습니다. 목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자, 그 역시 황급히 물을 들이켰습니다. 궁기는 잠깐 말 없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 그래서, 그렇게까지 한 거야? ' ' ..... '
불가살의 물음에 궁기가 대답 대신 짙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 날 똑바로 보며 그렇게 말했는데, 성장하는 걸 보는 게 퍽 즐겁거든요. 마침, 농질이 인어를 데리고 가서 한 짓이 완전 쓸 데 없는 짓이 아니었네요. 그 아이가 쓸모에 따라 사람을 나눠서 보는 눈을 키워야 할텐데.... ' ' ? ' ' 여기서 살짝 당기는 게 좋겠죠. 인어, 일이예요. ' ' ....? '
' 그러니까, 다른 곳에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태어난 기린을 만들기 직전에 MA님이 직접 자신 안에서 개념을 떼어 만들었지. '
김 서방이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마치, 그 때를 회상하기라도 하듯 잠깐 말이 없던 그가 고개를 돌려 온화를 바라봤습니다.
' 모든 신수는 MA님 안에서 개념을 하나씩 받았어. 다섯 용은 이 곳에서 자연을 맡고 있지. 청룡은 날씨, 적룡은 불, 백룡은 대지, 흑룡은 물, 황룡은 그들을 조율해. 다른 곳으로 넘어 간 신수들의 대용품으로 만들어져서 너희들은 그들의 독기를 받게 되었어! 물론, 그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
김서방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가 쪼그리고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당신들을 내려다봤습니다.
' MA님 안에서 나온 개념들과 다른 곳으로 넘어간 신수들과 비슷한 것들을 그러모아서 만든 거라,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독기를 내뿜지. ' ' 그 이상을 말하면 내 목이 달아나서 안 돼. '
다른 신수들에 대해서 질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454 가현
' 당연히 있지! '
수지 도사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뒤를 가리켰습니다.
' 날붙이는 하나씩 가져가렴. '
오, 뒤에 쌓여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서 챙겨가면 됩니다. 당신이 부르자, 보리가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꼭 모아 쥐었습니다. 그는 굉장히 놀란 것 같군요.
'어, 어...? '
놀란 거 맞습니다. 그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으, 으응... 가, 가자...! '
그는 손에 작은 단도를 쥐었습니다. 도끼, 창, 칼 등등 다양한 것들 중에 작은 단도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흘러가지는 않을 정도로 듣고 있으니 드는 생각은 하나다. 뭣하러 그리 많은 걸 만들었나. 신의 의중이나 의도나 생각 따위 제가 알 길은 없지만 너무 많은 것을 만들었기에 되려 신 본인이 뒤집히는 모순이 일어난 것 아닐까. 아. 역사 공부도 좀 해둘 걸 그랬다. 다음 수업 땐 기원이나 역사 관련된 걸 들어야지...
김 서방의 설명은 간단하고 짧았기에 남은 것도 듣기로 했다. 에구구. 늘어진 몸 일으켜 반대로 늘어져선 다시금 심드렁하게 말했다.
안 물어보고 그냥 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 역시 수업이니까 필요한 건 전부 있을텐데 그걸 안 챙겨주면 서운하지. 가현은 적당히 제가 쓸만한 걸 고르기 시작했다. 도끼? 이건 찌르는 목적으로 쓰기 힘들고, 베어내는 목적으로 쓴다고 해도 거죽이 튼튼하다면 정말 숙련된 사람이 내리찍어도 튕겨낼지도 모른다. 창? 찌르는 목적으로는 가장 적합하다. 끝도 날카로우니까 적당히 힘을 주고 찌른다면 푹 들어가겠지. 거리를 벌리고 다룰 수도 있으니 굉장히 편리하다. 칼?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하나, 자신의 손에 가장 익숙한 도구다.
".... 어머나, 맙소사."
가현은 남학생이 작은 단도를 쥐고, 고른 이유에 대해 말하자 놀란 듯 남학생을 보다가 미소지었다. 맙소사. 그저 귀여워서 그랬던 거야?
"너가 더 귀여워, 귀염둥이~"
그래도 어느정도 실용성이 있고, 이 남학생 역시 제사장 가문이지 않은가. 제물을 바쳐보았다면 칼 다루는 것에는 조예가 깊을 것이다. 도사님이 말한 지칭대명사인지 아니면 그냥 가현의 사심이 들어간 애칭인지 모를 호칭으로 남학생을 칭하며,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칼을 집었다. 역시 이게 나한테 최고라니까.
"자. 다들 두고 가거나 깜빡 잊은 물건은 없지? 출발하자."
3인 1조인 만큼 가현은 제 조원들을 챙기며 물건들을 다시 체크했다. 칼 오케이. 부적 오케이. 그리고 서로간의 이름을 부르지 말 것. 어린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주의해서 접근할 것. 모든 걸 숙지했으니 이제 문제가 될 건 없겠다.
"그래? 그럼 다행이야~ 나중에라도 필요한거 생기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줘. 들어줄 수 있는 건 다 들어줄게~"
정말 자신은 충분히 그럴 의향이 있었다. 흑룡 기숙사였으니 당연한 호의였다. 아마 자신이 흑룡 기숙사가 아니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이렇게 무해한 남학생에게 어찌 호의를 베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현은 옆머리를 배배 꼬는 남학생을 보며 한결같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뭇하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거 아닐까.
"근데 난 그게 의문이야~ 동 사감님은 흑룡 기숙사 뿐만 아니라, 이 학당 아이들이라면 다 좋아하시거든? 적어도 내가 아는 사감님이라면, 누굴 막 피하고 그러진 않으실 거란 말이야."
설령 MA님에게 몸을 자주 바쳤다고 하더라도, 어지간한 흑룡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그것도 사랑이라면서 넘길 수 있을텐데. 가현은 눈동자를 도륵 굴렸다. 어쩌면 이유가 그 것 하나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남학생이 말해주지 않은. 어쩌면 남학생도 모르는 이유가 더 있지 않을까. 훗날 사감님에게 남학생의 궁금증을 여쭈어보러 갈 때 살짝 돌려서 말해봐야겠다.
"응! 당연 맛있지. 목은 좀 막히기는 하지만, 고소하고 폭신하고.."
물어보지 않은 것들까지 술술 이야기하고는 빵을 다시 한 입 가득 집어넣고 세상 다 가진 표정을 지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다.
탈주자는 오늘도 즐겁게 머리를 푼답니다.😌 사실 어장 외적인 의미긴 하지만, 아회가 머리를 틀어올리는 이유는 제가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이어요... 펜이나 빗으로 대충 틀어올리고, 나중에 그걸 풀어서 쓰는 모먼트나... 여성 황제 옆의 단정한 국서 느낌... 아니면 대충 틀어올린 나머지 완벽한 모습에서 관리가 덜 된 부분을 참 좋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