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이트에 들어오고 나서 빈센트의 마음을 잡아끈 것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니고, 벚꽃난성의 파괴된 환경이었다. 집들 중에는 불타서 폭삭 무너진 곳에서 바람 휭휭 부는 소리만 처량하고, 그렇지 않고 멀쩡한 집들도 곡소리만 들렸다. 그뿐이랴. 본디 누군가 열심히 가꾸고 미래를 내다봤을 밭은 덤불이 집어삼킨 채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그 외에 다리도, 방앗간도, 축사도, 그 무엇도, 파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한 것 같았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
빈센트는 옛날에 염동력 능력자와 싸우던 때를 떠올리고, 미약하지만 염동력을 이용해 더 이상 나무라 부를 수 없는 널빤지들을 뜯어내고 통나무 여러개를 덧대었다. 그 이상은 건축공학이 개입하는 영역이라, 빈센트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는, 무너진 돌담들도 다시 쌓았다. 그러고 나니, 빈센트가 보기에는 좀 나아보였다. 마도의 본분을 파괴와 살인에 두었던 빈센트는, 자신의 손으로 뭔가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뒤돌아보았다.
"아, 여선 씨. 어떻습니까? 성주의 시험이라기에, 파괴된 마을을 일단 사람이 살 수 있게 바꾸는 일을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선을 바라보던 빈센트는, 그녀의 뒷편에 있는 딱 봐도 성주의 병사들이 아닌 것 같은 이들을 본다.
"나쁘지는 않지만요~ 차라리 저런 염동같은 걸 쓸 거면 주민들이 사용할 후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그렇게 말해봅니다. 어설프게 쌓는 것보다는 차라리 재료준비가 나을수도 있다는 걸까요?
"아니면... 속성 마도가 의외로 유용할 것 같아요" 불을 피우고 물을 끌어내고 그런 거 은근 유용할 것 같다고 말을 하면서, 뒤쪽에서 뭔가 인기척이 나자 돌아봤을 때.
"흐흐흐... 좀 엉망이기는 하지만. 이곳을 근거지로 삼고 잠깐 정비하도록 하지." 최근에 벚꽃난성의 토벌로 인한 패잔병들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옷차림이 생각보다 깔끔하고 칼도 꽤 있어보이는 것을 볼 때 지치고 부상당한 상태가 아니라면 빈센트와 여선이 상대하기엔 조금 힘겨울 수도 있어보입니다.
"십인장님. 저 둘은 어떻게 할깝쇼?" 십인장이라고 불린 이의 부하로 보이는 병사 둘이 여선과 빈센트를 가리킵니다.
"포로로 잡는 게 좋겠지만.. 죽여도 좋다." 라는 말을 할 때 여선도 빈센트에게
"저 사람들 최근 잔당토벌에 대대적으로 올라온 사람들인 것 같은데요.." 죽이지 말고 붙잡아서 성에 끌고가죠? 라고 속삭이듯 말하려 합니다.
저 통나무 다리는 빈말로라도 1년도 못 버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리를 만들 만한 좋은 자재가 없었고(만약 옛날에는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 전쟁통에 군영과 진지를 더 튼튼하게 세운다고 다 뜯어버렸을 터다.), 좋은 자재가 될 잠재력을 타고난 나무와 바윗돌이 있다 하더라도 빈센트는 그것을 정밀하게 가공할 능력은 없었으며(그것은 장인 계열을 택한 이들의 몫이었고, 바윗돌과 나무를 자르는 데 빈센트의 살인 지식을 응용하기에는 빈센트가 그간 '자르고' '가공해온' 것들은 재질적으로 보면 너무 물렁해서 참고가 될 수 없었다.
"있는 대로 하는 거죠. 속성 마도라. 그건 확실히 낫겠군요. 물을 펑펑 솟게 한다던지, 불 피우느라 고생하는 아낙들한테 1초만에 불을 켜 준다던지. 뭐, 그건 됐는데..."
빈센트는 죽이지 말고 붙잡아서 끌고가죠? 라는 여선의 말과, 포로로 잡는 게 좋겠지만 죽여도 좋다는 적의 말을 동시에 듣더니 생각해보고는, 결론을 내린다.
나에게 남은 것은 특별반 밖에 없기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괜히 도움을 주고 싶었기에 거악, 외눈박이 하쿠진을 토벌하고자 하는 마음을 바로잡는다.
사냥 당하고 있음을 눈치챈다면, 놈은 머리를 굴려서 비열하게 행동할 것 이다. 부하들을 몇 던지고 차근차근 간을 보겠지. 그 부하들을 최대한 빨리 정리할수 있도록 사냥꾼들을 지원받았다. 함정을 설치하는데 큰 도움을 주실 것 이다. 구해준 약초꾼의 인맥을 통해 하쿠진의 독에 대항할 수 있는 해독제를 지원받았다.
느낌이 좋다. 해낼 수 있다. 이젠 놈을 몰아붙일 내 전략만 있으면 된다. 어떻게해야 놈을 몰아붙일 수 있을까. 체스판 위로, 하나의 킹을 올려두고 생각에 잠겨있던 중. 누군가 말을 붙였다.
" 이거 쇼기 비슷한 게임인가요? "
" ...? "
------------------------ 하쿠진은 오늘 제법 운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저번에 놓친 먹잇감이 상처를 입은 상태로 또 다시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피 냄새가 허기를 돋군다.
상당히 약해져있기 때문에 그닥 손이 많이 안간다는 것 역시 하쿠진에겐 호재였다.
하쿠진은 단안을 번뜩이며, 사냥감에게 향했다.
------------ 캐슬링을 시도하여 구속으로 몸을 피한 킹을 잡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고전적인 변칙 오프닝을 통해 수비를 굳힌 킹을 잡아 내는 미들게임의 방식은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전략은 하나 뿐이었다. 그릭 기프트, 클래시컬 비숍 새크리파이스라 불리는 이 전술은 도망치는 적을 상대하는데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통했을 때의 느낌이 죽여준다.
" ____! "
울부짖는 하쿠진이 튀어나왔을 때, 이건 진짜 아프겠구나 라는 생각 과, 작전이 효과적으로 먹혀 들어갔음을 느꼈다. 아직 승리를 확신할 순 없었지만, 갈비뼈를 부러트릴 것 같은 충격에 날아가 나무에 박힌 그 순간까지도 나는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잭 루소에게 웨이를 보내 추적했을 때의 느낌 천자의 수를 돌파했을 때의 느낌 그런 경험들 앞에서 승리를 갈망하는 아주 강한 열망.
부러진 듯,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 숨겨둔 신호탄을 움켜잡은 나는. 나를 가만히 주시하는 하쿠진을 바라보며, 허공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붉은색의 섬광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 녀석의 기우는 확신으로 변하며, 도망치기 위해 움직였으나 퇴로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화염은 하쿠진을 붙잡아두기 시작하였고, 수풀속에 숨어있던 토벌 참가 인원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보였다.
-------------- 하쿠진은 날려버린 사냥감이 처음보는 불꽃을 하늘로 던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런 것을 본 기억이 없는 하쿠진이었지만, 저것이 자신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사냥의 고양감이 차갑게 식어가자, 그제서야 주변에 느껴지는 수 많은 인기척.
하쿠진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저 다 죽어가는 먹이가 친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을 것 이다.
"응급처치로는 괜찮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선은 느릿하게 다리 위에 올라가 통통 뛰어보려 합니다. 여선이 스테이터스를 쓰지 않으니 삐걱거리는 소리가 조금 들리긴 해도 나름 괜찮은 듯합니다.
"죽이신다면~ 전부 태우지는 마시고요." 증거로 들고 갈 거는 남겨놔야죠. 라는 말을 하지만. 빈센트가 공격을 한다면 번개같이 검을 뽑아 파이어볼을 반으로 가르고 쳐내는 수준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요. 그리고 감도 나름 괜찮은지. 불꽃 옆이 일렁거리면 폭발을 염두에 둔 것인지. 바로 피하려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고난일것 같은데요.." 여선은 빈센트에게 치료로 체력을 잠깐 회복시켜주려 하면서 상대의 면면을 봅니다. 그나마 두 부하는 검끝이 떨리는 걸 보니. 떨거지같지만... 장을 보고 배우는 듯. 빈센트의 공격을 피하는데 주력합니다.
...노력은 하겠지만. 빈센트는 그런 말을 남기고, 바로 파이어볼을 쏘아낸다. 패잔병들이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그중에서 실력이 괜찮은 이가 빈센트가 쏜 파이어볼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발도술로 그어냈다. 그러자 파이어볼은 두 조각이 난 채로, 방향은 조금 달라져서 뒤에 있던 다른 이들에게 향했다. 한 명은 옆으로 간단히 피했지만, 한 명은 맞더니 뒤로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금방 일어나는게, 치명상까진 아닌 모양이었다.
"파이어볼,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으나, 가능성 낮음."
빈센트는 메모를 통해 하나둘 알아가면서, 여선에게 말한다.
"그 여선 씨가 쓰는 기술 중에 경련 강제로 일으키는 거 있지 않습니까. 그거 앞에 있는 저 녀석에게 좀 부탁드립니다. 피하지도 받아치지도 못하게 만들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