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성주에게 받은 시련. 그것은 성을 드나들며 영지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요괴 도적단의 토벌이었다. 도적단을 이루는 요괴들 중 부하들은 강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 우두머리는 상당히 신출귀몰한 요괴로, 주로 둔갑술 같은 요술을 사용해서 전면전을 피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일이 많기에 그 강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문에 이르기로는 거악이거나 그보다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 내 계획은 요괴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상점가로 가서, 둔갑한 요괴들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우리 쪽으로 오도록 유인한 뒤 잡아낸다는 건데. 혹시 질문이나 아이디어 있어?"
여선을 불러놓고는 상황을 설명해본다.
//추격 후 보스전으로 갈 것 같은...? 이거 올리고 저녁 먹으러 갑니당! 이따 다시 올게요!
"그래도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생각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 손해가 나지 않는 게 내는 중요하다 보는디. 뭐, 어찌되든 내는 이미 할 거 해서 상관 없지마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토고는 본인에게 손해만 가지 않는다면 그만이라 대답한다. 요괴를 쫓아가면서도 주변을 계속 둘러보던 토고는 슬슬 어둡고 탁한 기운이 짙어진 다는 것을 깨닫는다. 잡졸 밖에 없거나 혹은 아예 없거나 하던 요괴들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또한. 하지만 아직 본거지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흐음..
"끌끌..."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전쟁 스피커의 부활에 대해 죽은 자가 되살아난다는 것에 대해 놀람과 전쟁 스피커 본인에 대한 놀람. 두가지가 나와야지. 토고는 이에 앞에서 린이 말한 '급전이 필요한 일' 이 이것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놈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많이 드는 편이제."
하지만 그녀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토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근디, 내는 금마랑 만난 적도 없다. 내는 의뢰 때문에 마카오에 가서 생고생을 하고 있지마는, 아직은 안 만났다."
"눈에 띄려면 적당히 뜨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적당히 허술한 도련님이나 아씨인 척 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알아서 우리 앞에 나타나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어. 그렇다고 진짜로 무방비하게 있으면 안 되겠지만."
강산이 인벤토리에서 기묘한 빛깔의 보석이 박힌 반지(*'여명의 여행자')를 끼며 말한다. 장비를 전부 해제한 상태에서 사전 지식 없이 본다면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진짜 도련님이기도 했으니까.
"의념을 적당히 활성화시킨 채로 두고 있다가 허튼 짓을 하려는 녀석이 있거든 일단 잡고 볼까 하는데. 부하들은 크기가 작고 둔갑이 어설퍼서 본모습으로 돌아다니기도 한다니까 보이면 그냥 잡으면 될 테고... 그게 부담스럽다면 적당히 수수한 옷차림으로 눈에 안 띄개 위장해서 발로 뛰며 찾아도 될 테고. 어떻게 할래? 아, 우두머리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어차피 탐문조사가 필요하겠군..."
튀어나온 반투명한 짐승의 아가리가 하쿠진을 공격한다. 소란스러운 전상의 상황, 이제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 그것들 전부 놀라울 정도로 잠잠하게 들려왔다.
" 크으 "
짧게 한숨을 내쉬며, 양손으로 복부에 박힌 손톱을 움켜잡는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뽑기 시작했다. 얼마나 깊게 파고든건지는 모른다, 다만 손톱에 있는 녹의 기운을 보건데 독조다. 지금 당장 뽑아내야한다. 출혈은 불로 지지든 어떻게든 잡아내야 한다 내가 버틸 수 있다면 여선에게 가는 것도 좋겠지.
" ...! "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손톱을 뽑아낸 나는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따끔거리는 손톱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독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 정상적인 판단이 되질 않는다 주저 앉은 상태로도 창을 붙잡으며 하쿠진 쪽을 바라본다
함정에 빠진 탓인지 놈 역시 신입의 공격에 당혹스러워 하는게 보였다.
하지만 저게 얼마나 갈까, 신입의 망념이 차오르면, 하쿠진의 차례가 올 것 이다. 잡아먹히겠지. 개죽음이다.
움켜잡은 창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며, 정신을 차리고 달려든 요괴를 향해, 무식하게 양손으로 쥔 창을 야구배트 마냥 휘둘러 쫓아낸다. 고작 이정도 행동인데도 하늘이 빙글 돌며 균형잡기가 힘들어졌다.
지금 너희 신체가 탈인간급 스펙을 내는건 어디까지나 의념이라는 힘의 보호를 받는 중이기 때문인데 거기서 의념 보호를 빼는 순간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반동이 바로 와. 예를 들어 칼에 베인 상처도 의념이 도는 동안에는 버틸만하고 자연히 치료되지만 망념이 최대치가 된 직후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회복도 안 되고 고통이 계속 느껴진다 생각하면 될거야. 일반인이 칼에 찔렸단 기준으로 말야.
"누군가의 가이드라인 없이 단순히 요괴를 잡는 일이니 최대한 손해를 안보게 행동하면 될거에요. 설마 겁먹은건 아니죠?" 와 정말 안어울리네요. 무미건조하게 도발하다가 정말 손해볼 것 같으면 더 재지 않고 도망갈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저도 헌터니까 손익계산에는 민감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보다 제 목숨은 더 귀하게 생각하니 굳이 첨언하시지 않아도..."
말을 하려다 멈추고 스산히 부는 바람에 주변을 바라본다. 햇빛과 사람의 흔적이 점점 갈수록 사라지고 채 요괴가 되지 못한 것들이 슬그머니 눈치를 보다가 숲의 외곽으로 사라진다.
"아직은 본거지가 이닌것 같은데," 더 들어가보죠. 서서히 어두워지는 길과 바스러지고 깨진 돌기둥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풍경이 슬슬 그들이 중심부에 다가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더 들어가보자 손짓한다.
"전쟁스피커가 카지노를 점령하기라도 했나봐요." 본인이 말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쟁스피커가 살아나 현대의 마카오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 그 자체, 황당한 기분에 괜히 -전쟁스피커에 대한- 약간의 비꼼이 들어간 빈말을 한다.
"만난적이 없으니 이리 멀쩡하겠죠. 하지만 전쟁스피커의 최대 능력은 그의 전투력이 아닌 선동 그 자체라 들어본 적이 있어요. 지금 그자가 마카오에서 어느정도 세력을 확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력자가 필히 필요하시겠어요."
그래서 급전이 필요한건가. 중얼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전진한다. 땅이 울리는 진동이 느껴지는게 거대한 무언가가 근처에 있는것 같았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