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벚꽃난성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 정보중 태반은 벚꽃난성의 특산물처럼 돈이 될만한 이야기였지만, 몇몇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벚꽃난성의 후계 싸움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으며 그 뒤인 현재 요괴들이 많아졌다는 것, 팔무사 외에 크게 할만한 무력집단이 없다는 것. 하기야, 그 많은 싸움에서 죽어나간 이들 태반이 무사였기 때문일까? 흠... 요괴의 태동은 아마 요괴를 잡을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일까? 그보다 더 한 게 있을 것 같지만..
"아, 점마는.."
토고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북해의 도련님을 발견했기 때문. 이 도련님은 성주에게서 가르침이나 수행이나 받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토고는 짧은 신음을 흘리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가 꾸민 일은.. 아마.. 이곳에 도움이 혹은 우리들의 명성에 도움이 될만한 일 같아서.
나, 윤시윤은 환생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기를 고를 수 있게 되었을 때 익숙함을 우선 순위로써 총을, 그 중에서도 저격총을 사용하게 된 것이 무기의 사용에서의 시작이었다. 개인의 깨달음이 각자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때. 과연 환생 이전의 이 지식과 앎이 자신의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지. 현재 윤시윤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전투, 경험에 따른 두 가지 이상의 기준에서 사격술의 변화와 개념에 대해 서술한 후 그것이 자신의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서술하시오. 단, 제대로 연걸되지 않을 경우 깨달음에 실패하며 이후 2회의 진행동안 깨달음의 벽을 도전할 수 없음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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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일단 하나씩 차분히 생각해보자.
처음으로 나에게 있어 '나'의 깨달음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 지식과 앎을 깨달음이라 할 수 있을까? '나' , 그러니까 전생의 기억은 스스로를 이루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파편이다. 그것을 부정할 순 없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나이에 비해 성숙한 정신을 가졌다 여기고 있고 때때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참고하기도 하고 있으니까. 그 기억은 내 인격 형성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보통 헌터는 무기 신중을 선택하기 마련이건만 총, 그것도 저격총이라는 마니악한 범주를 망설임 없이 골랐음에는 과거에는 '나' 를 완전히 지금의 나와 일체화 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던 흔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거기서부터 많은 경험이 있었다. 저격수 답지도 않은 1:1 대련 대회에서 필사적으로 애써보기도 하고. 어린 나이 답게 청춘을 즐겨보기도 하고. 패배의 쓰라림을 느끼고, 신화속 이야기도 다녀왔다. 전생과는 많이 달랐다. 전생의 지식과 앎을 참고 삼아 노련해지고자 노력하면서, 나는 그 상황에 맞춰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판단을 해왔다.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게 있어서 전생이란 나와 동일시 되는, 이어지는 삶과 지식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기억을 봉인하거나 기피하지 않았다. '나' 가 살아온 삶이 비록 객관적으론 덧없게 끝났을지언정, 거기서 느꼈던 사람간의 정과 '나'가 내렸던 선택과 삶에 경의를 표하고 동경을 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나' 는 이제 열악한 시대에서 저격수란 길을 악전고투하며 걸어왔던 선배이자 스승이 되었다.
스승이 적어준 참고서를 보았다고 치사하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나' 의 기억은 그러한 그의 족적이자,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참고할 수 있는 기록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위에서 나만의 경험을 쌓고, 나만의 해석을 했음을 확신하고 있다. 나는 그의 지식과 앎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시작되어 내가 걸어온 이 길은, 오롯히 나만의 깨달음이다.
그러한 전제를 토대로 내게 있어서 사격술의 변화와 개념에 설명해보고자 한다.
총기란, 과거의 인류 기준으로 본래는 대인용의 화기다. 전차나 미사일 같은 전술병기의 화력과 비교하면 매우 약한 화력을 가지고 있다. 위력이 뛰어난 저격총 마저도, 결국 광역 병기는 될 수 없었다. 단순한 폭탄이 한발의 탄환보다는 훨씬 더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게 어떠한 의미냐면 기존의 사격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 라는 점이다. 평범한 인간의 신체는 약하다. 그러니까, 과잉된 화력은 필요하지 않다. 한발 맞으면 죽으니까. 평범한 인간의 민첩성은 느리다. 그러니까, 탄환의 속도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피하기 쉽지 않으니까. 대신 아주 오랜 시간 훈련을 거쳐야 하거나, 달려들어 근접전에서 이기거나 혹은 양심의 가책의 위험성이 있는 무술이나 냉병기등에 비해. 총은 아주 단순했다. 사람을 겨누고, 손가락을 당긴다. 그것만으로도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어쩌면 그야말로 인류다운 무기이자 기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게이트의 몬스터가 나오고 의념각성자라는 초월자가 나온 지금. 기존의 대인을 상정한 사격술은 통용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련 대회때 상대했던 궁수처럼 날렵한 의념각성자들은 빠른 신속을 통해 사선에 들어오는 것을 회피하거나 정면에서 발사된 탄환을 보고 대응해내고, 하물며 뛰어난 장비는 단순한 의념탄을 막고 튕겨낼 내구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혹은 천자가 부리던 거대한 골렘이나, 그 강대한 사자왕과 같이. 혹은 게이트에서 사냥했던 거악과도 같은 크고 강력한 존재들에 이르러서는 조그마한 탄환 한발로는 유의미한 피해를 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격술은 변화해야만 했다. 날렵한 상대들을 사선에 맞추기 위해 더욱 정확한 조준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생명을 빼앗는' 대상이 변함에 따라 그에 적법한 더욱 큰 화력을 갖추도록 변했던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성혁명' 등의 기술이 그러한 예시고, 거너들에게 있어서 특히나 좋은 무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탄환의 물리적 장전을 의념탄으로 해결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탄환을 끊임없이 뿌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사격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상대에게 한발로 치명상을 입힌다' 라는 총기의 근원을 유지하는 방향을 계속 고수해왔다.
바로 거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격의 개념이 있다.
사격술이란 언뜻 생각해보면 참 불리한 요소가 많다. 특히나 마도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자유자재로 세상의 현상을 조작하고, 본인의 응용력에 따라 근거리/중거리/원거리 를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은가. 그에 비해서 총기라는 녀석은 특수한 기술이 없다면 직선으로 나아가는 탄환이 전부다. 사격술은 그걸 잘하게 해주는 것이고.
그럼 총기와 사격술은 마도의 하위호환인 것일까? 물론, 그럴리가 없다.
앞서 나는 총기가 인류에게 평등하다고 얘기했다. 재밌고 아이러니한 점은, '평등' 은 곧 '반역' 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 세상에는 강한자와 약한자가 나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평등하게. 약자가 강자를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면. 그것은 하극상이자 강자에 대한 반역이지 않은가. 10년간 무술을 연마해온 고수도 아이가 쏜 총의 탄환에 맞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평등하고, 그러니까 반역이다. 사격술이란 예로부터 인류에게 손가락을 한번 당기는 것으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평등과 반역을 선사해준 기술이었다.
이 근원적인 개념은, 결국 이 시대에서도 똑같다. 게이트의 괴물들은 인간에 비해 강하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손가락을 한번 당기는 것으로, 오로지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라는 목적으로 설계된 살상기술은 작동한다. 마도처럼 다양한 응용력은 없고, 검사들이 그러하듯 무공처럼 여러가지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다. 상대를 겨누고 쏜다. 그 간단하고 단축된 일련의 동작으로, 즉시 격발되는 고화력의 흉탄은 명중한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며 평등과 반역을 선사해줄 것이다.
토고는 준혁이보다 무려 매력이 3만큼이나 잘생겼다. 3만큼이나!! 토고는 이후 그가 외눈박이 하쿠진을 언급한 것을 보고 그가 벌일 일을 예상했다. 그리고 곧바로 토벌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겨본다. 외눈박이 하쿠진. 그것에 대한 정보는 토고도 익히 들었다. 요괴들의 우두머리라고 했던가. 그가 자신에게 제안한 것을 보고 토고는 익살스럽게 "흐음.." 하고 고민하는 척을 해본다. 그러고는 엄지와 검지를 맞대어 원을 만들고는 입을 열었다.
"이건 충분히 줄거제?"
뭐.. 굳이 안 주더라도 상관 없지만. 해서 나쁠 건 없고, 성주에게 은혜를 입혀서 나쁠 건 없으니 말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도, 서로 맞물리며 돌아가는 톱니의 향연도 '미' 라는 것을 품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생각했을때도 내는 니보다 잘생겼다는 건 정론이다."
장인 등급의 이 절묘하게 디자인된 헬멧을 보라고. 이것도 '미'를품고 있어. 토고는 원한다면 챙겨준다는 말에 "잊지 마레이?" 라고 말하고는 그가 말해주는 작전을 듣는다. 몰아 넣는다. 도망치지 못하게, 그리고 부하를 정리한다. 빠르게... 흠.. 뭔가.. 더 추가되면 좋겠는데..
토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흙(아마도 흙이겠지?)에 나뭇가지로 지도를 그린다. 벚꽃난성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요괴를 사냥하며 머릿속으로 대충 그린 지도다. 신뢰하긴 어렵겠지만.. 대충 설명할 정돈 되겠지.
"하쿠진, 금마를 몰아넣는다믄.. 미리 몰아넣을 곳을 찾아보고 그따가 함정을 까는 것도 좋아보인다. 금마는 요괴고 요술도 부릴 줄 알믄.. 도망도 잽싸게 칠지도 모른다. 그니께, 도망을 칠 수 없도록 함정을 깔아가 동선을 콱 틀어 막아야것제."
물론 부하들이 있으니 함정의 발동 타이밍은 하쿠진이 도망 갈 때 해야겠지. 흠, 기름을 이용해서 화염벽을 만드는 것도 좋아보인다. 두번째로
"부하를 정리하는 건 이론없다. 하지만 그 많은 수를 우리끼리 되겠나? 요괴가 다양하리 있으니.. 걔중에는 우리따리랑 급이 쪼매 낮은 아도 있을기다. 그러니 쪼렙따리는 빨랑 해치울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떤디?"
토고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다. 애초에 성주가 벚꽃난성의 문을 연 이유가 무엇인가? 팔무사 외에 특출난 무력 집단이 없고, 요괴를 사냥할 사람이 적으니 요괴에 의한 피해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성주는 재주 있는 자들을 모아 그들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눈박이 하쿠진을 죽인다는 것은 성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뭐.. 이건 성주도 성주 나름대로의 도박이기도 할테니 우리들의 실력을 기본적으로 '증명' 하는 것이 기본 베이스가 되겠지만. 토고의 말은 결론적으로
"성주 한티 우리가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도와도가. 하고 손을 벌리면 된다. 뭐, 정 안된다면 기름통 같은 거라도 달라고 해가 고걸로 화벽이라도 세움 그만이제. 어쨌든, 도망갈 타이밍을 놓치게 만드는 데에도 한 몫할기다. 함정이라고 거창한 거 생각할 필욘 없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더라도 뒤에 준비는
"고렇체. 폭탄 안되면 뭐 죽창다발이라도 우다다 쏘면 적잖은 도움은 될기다. 협력을 받는다는 조건이 있어야 하지마는.. 안되면 뭐, 니가 하자는 방법대로 가믄 그만이고." "애초에 추가되면 좋겠다~ 하고 말한기니까 크게 신경쓰지 마라."
꽤 단호하게 나오는 모습에 토고는 고개를 기울인다. 사람을 왜 쓰면 안되는가? 토고는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건 알텐데.. 우리가 요구하는 건 단순한 물질적인 도움도 되는데.. 흠, 하지만 뭐, 애초에 대책을 세우는 건 내가 아니라 그. 불만 있으면 내가 작전 세워야지.
"뭐, 그럼 내가 한 말은 못들은 걸로 해라. 하지마는.. 그.. 하쿠진 금마 독 쓴다고 들었는데.. 해독을 위한 물품 몇 개는 지원 받을 수 있을기다."
그 외의 부분은? 몰루.
"그라믄 또 필요해 보이는 건 있나? 잘 생각해리. 여 벚꽃난성에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기를. 애초에 왜 성주가 재주 있는 자를 모았는지를 함 생각해봐라."
그러고보니 재주 있는 자라고 하니 생각났네.
"아, 맞다. 내도 재주 있는 자를.. 쪼매 구했다. 크크.. 자유 마카오에 스님이 있데?"
'총은 본래 인간을 살상하기 위한 도구다.' '그렇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인간보다 압도적인 괴물을 죽이기 위해서 사격술은 변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결국 그 근본은 단 한번의 일격으로 상대에게 즉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도구란 점이다.' '종합적으로는 상대에게 열등할지라도, 그런식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면 승리의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총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게 한다. 이것은 평등하고, 곧 반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