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효율이 너무 나쁜데. 궁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볍게 쥐듯이 가렸습니다.
' 그럴 가치가 있나요? '
그가 제 손을 잡고 뺨에 올린 아회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뭐, 친구라잖아요. 뱀이 스르륵, 궁기의 발치에서 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뱀을 잠시간 내려다보던 궁기가 천천히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습니다.
' 그래요, 잘 할 거라 믿어. 그럴 가치가 없으면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좋아요. 선택해서 쳐내야지. 이건 또 조만간 요긴하게 쓰일 말이니까 기억해두고. '
믿지 않지만, 그냥 넘어가겠단 뜻입니다. 충고가 아닌 말을 덧붙인 그는 제 발을 휘감고 올라오는 뱀을 그저 내버려둔 채, 아회의 손등을 바라본 채 그의 미소가 짙어졌습니다. 그와 함께 다니는 도사들이 그 모습을 봤다면, 이제 우린 죽을 거야! 라고 호들갑을 떨 게 분명했습니다.
' 쓸 수 있는 건 최대한 써먹어야지. 그리고 역시 좀 말랐네요. 좀 잘 먹을 필요가 있는 게 좋지 않을까. '
' 간식이라ㅡ 으응, 좋은 말이네요. 달콤한 것도 많잖아요? ' ' 후배님도 충분히 그렇고- '
가면 너머의 눈이 헤죽 웃었습니다. <clr red>사랑</red>? 농질은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 엄, 음, 그러, 그러니까.. 사랑, 사랑은 말이죠? '
그녀는 잠깐, 감격한 사람처럼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 누군가가 무너져내릴 때도 그 옆에서 모든 걸 받아들여주는 거예요. 모든 걸 받아줄 수 있어야 하지요. 어떠한 형태로든 그걸 전부 받아주는 거예요. 그 자가 날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 없어. 그냥 살아만 있으면 되는 거랍니다. 숨만 쉬고 있어도 그 공기에, 삶에 내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얼마나.. 얼마나... '
그녀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 이게 사랑이랍니다. 후배님은 아직, 그걸 보지 못해서 그래요. 그렇지만.. 으응.. 그래, 학당에서는 너무 슬펐어요. 다들 이 아름다운 걸 모른다는 게 너무 슬퍼서, 그걸 내가 알려준 거랍니다. 그러니까 후배님. '
요즘 피곤하거나 정신이 없으면 글자를 아무렇게나 쓰는 나쁜 버릇이 생겼는데 답레에서 재어보다를 재간으로 써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걸 발견했네요... 잘한다 잘해...🤦♀️ 점심시간에 잠시 갱신하면서, 답레가 팍 떠오른 것이 있지만 여러 의미로 매울지도 모르는데 괜찮을지 여쭙고 싶어요...😂
당신에게 입을 벌려 외쳤던 그날을 기점으로, 아회는 살아가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당신을 떠올렸다. 당신을 마주했을 때의 상황을 미리 생각하며 다짐을 하던 날이, 이따금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에 젖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면 스스로를 호되게 꾸짖으며 채찍질하던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목을 틀어쥘 날을, 저지른 죄를 수습하며 사죄할 날을 얼마나 바랐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잔혹했다. 뇌리에 깊게 각인된 두려움은 감히 이겨낼 수 없는 큰 장벽이었고, 인간은 생각보다 쉬이 무너지는 존재였다. 아회는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을 좀처럼 견디기 버겁노라 생각했다.
하여 잘 빚어진 밀랍 인형처럼, 홀로 시간이 멈춘 사람인 양 자신의 뺨에 섬찟함 느껴지는 손을 가져다 댄 채로 우뚝 멈추고는 가느다란 떨림으로 삶을 증명할 뿐. 가치를 재어보는 당신을 회청, 그보다는 푸른 기 도는 은빛에 가까운 눈으로 마주한다. 뱀 기어가는 소리에 마주함이 맞는지 의심이 가나 싶을 정도로 흐린 눈에서 감정 서리더니 요동친다. 공포였다.
"형님."
끝내 현실을 이기지 못한 눈이 내리감긴다. 긴 속눈썹이 나부끼듯 내려앉으면 늘 그렇듯이 살갗이 감정을 새로 비출 듯 일렁이던 눈동자를 온전히 가려낸다. 이겨내야 한다, 드러내지 아니할지어다, 분노를 가라앉혀라. 억누르고 유령처럼 흩어져라. 때가 아니니 인내하라. 지금은 바라는 대로 행하고 어울려라. 그리하면 당장의 화를 면할 수 있다, 무고한 죽음을 보지 않아도 된다. 비록 그 생명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라 하여도. 더 소란이 일어나면 안 된다. 짧은 심호흡. 그래, 지금은…….
"이 아회가 오랜 시간 만에 다시 마주한 형님의 말씀을, 어찌 새겨듣지 아니하겠습니까……?"
애달프게 답한다. 사랑스러운 아우 바란다면 그 모습 행할 뿐이다. 언젠가 꽂아 넣을 칼을 위해. 이어지는 발언들에 괜히 불안함이 엄습한다. 불신하나 넘어가는 아량 퍽이나 감사하여 속내 요동친다. 손등은 이제 막 아물기 시작했는지 조금만 건드려도 다시 송골송골 피가 맺힐 듯한 딱지 굳어있고, 흘러내린 소매로 드러난 손목에는 무언가에 긁힌 상처가 흔적만 아스라이 남았다. 남겨진 어머니의 패악질 때문이다.
"……ㄱ, 가주님께서 챙겨주고는 계시오나, 시, 시생의 체질 쉬이 변하지 못하더랍디다."
떨림을 겨우 삼키며 떨리는 입꼬리 겨우 올려 미소 짓는다. 감은 눈 때문인지 꿈결 걷듯 몽롱하다.
"그것이, 부적에 쓸 경면주사가 부족하여, 모자란 몸이나마 이끌었습니다. ㅂ, 비록 헛걸음하였으나……."
형님 다시 뵙게 되었으니 마냥 헛걸음은 아닐 것입니다. 뺨 위에 올린 손 부드러이 떼어내려 하며 슬쩍 눈치 본다. 혹여 떼어냄에, 제 발언에 불편함 가질까 지레 겁먹은 탓이다.
결국 자지 못하였다, 털어놓는 연을 짐짓 안쓰럽게 쳐다봤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건 정신이 쉴 틈이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온갖 상념과 감정의 파도에서 허우적대며 영영 표류할 수밖에 없는 소리고. 묵은 그다지 불면증을 앓고 있는 건 아녔지만 다만 불면의 밤을 겪은 기억은 있었으니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능했다.
"저런, 고생했네요. 불면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던데 짐작 가는 건 있어요?"
앞장 서며 걸어가는 탓에 정면을 보던 묵은 일순 침묵에 잠김에 힐긋 연을 쳐다봤다. 청룡 기숙사 학생들에 대해 떠올리고 있던 그녀가 생각에 잠긴 듯 보여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복도에는 두 명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리다가 간혹 그 수가 불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제 뒤로 숨는 연에 묵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방으로 들어서고, 묵은 꿀물을 타는데 정신이 팔렸다. 그 탁에 자연스레 연을 등졌다. 우유는 이 정도면 되려나, 꿀은 어느 정도로 넣어야 하지, 당도는 어느 정도로? 따위의 생각을 하며 찻잔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묻는다. "단 거는 좋아해요?" 하고.
그리고 한편, 물음을 받은 연이 책을 치우면 더 많은 문자들이 제 몸을 드러낸다.
「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살해 방식이다. 그녀는 숨 막히는 상냥함에 목이 졸려 죽었다. 」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쟁반이 공책 위로 놓였다. 묵은 여전히 눈가를 휘고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반면, 분위기는 묘하게 서늘했다.
"그걸 봤네요? 부끄럽게."
묵은 의자를 연에게 건네더니, 자신은 근처에 배치된 침대 위에 소리 없이 앉았다. 고요히 연을 응시한다. 연쇄적인 불행을 끊어낸 이레귤러.
이레귤러.
세상에 단 한 번이라도 노출될 일 만무한 제 글이 단 한 명에게 보였고, 이제부터 할 말들 또한 그녀가 '이레귤러'이기 때문일 테지. 학당에 들어온 이래 아무런 접점도 없었고, 서로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가진 적 없기에 오늘이 아니라면 아마 평생을 몰랐을 수도 있는 이.
"내가 쓴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난 끊임없이 찾아 헤맸거든요. 사랑으로 죽는다면─"
그렇기에 도리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것을 잇는, 평생을 관통하는 질문을.
/ 정말 죄송해요 연주 말을 하고 갔어야 했는데 잠깐 눈 감는다는게 잠에 들어버렸어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정말... ㅜㅜㅜ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