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리가 없지. 성율이 피와 눈물로 뇌리에 세기며 장장 6년을 따라부르던 노래 아니었는가. 언니는 제발 잊자며 눈물로써 성율을 설득하고자 하였을 때, 성율의 단호한 표정과 고집에 차마 떠내 보내지 못하고 쓰라린 상처를 아물지도 못하게 하는 그 야속한 노래 아닌가.
파도 소리와 어눌한 비명소리가 배경음처럼 귀에 맴돌았으나, 환청이라는 것을 성율이 안다. 꽉 쥐인 손가락 끝에 달린 손톱탓에 손바닥이 잘근잘근 찝혔으나, 고통보다는 분노가 우선인 지금의 상황에서 성율은 평온을 유지해야했다. 성율이 원하는 건 흉금에 남은 감정 손톱으로 긁어내어 토해내는, 그런 단순무식한 복수가 아니었다. 초조함과 분노, 그 애타는 모든 감정 억누르고, 마참내 위장 속으로 삼켜버린 성율이 그제야 행동을 취했다.
"아, 여기에요!"
일부로 큰 소리를 내며 남자의 말을 끊는 성율은 손을 들어 제 맞은 편을 톡톡 두드렸다. 인어에게 집중된 이목이 흐트러지기엔 충분했으나, 노래에 빠진 사람에게는 유일하게 조율되지 않은 건반만큼이나 거슬리는 행위였을 것이다. 좋은 노래에 자꾸만 나타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불협화음처럼 끼어든 성율이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었다. 그렇다고 눈동자에 서린 증오의 불빛마저 잠재우지는 못했을 거다.
"아는 사이거든요, 우리. 그죠?"
성율의 시선이 사내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 입구멍에 천을 집어 넣어 감히 대답도 못하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치고 올라왔다.
제게 다가온 남자의 하관을 가만히 바라보는 성율이 불연듯 인상을 찌푸린다. 이제와 만났는데 여전히 얼굴은 밤의 장막에 가려진듯 볼 수가 없구나. 탄식처럼 떠오른 생각에 성율이 손가락 움직여 베일을 거두어보려 한다. 증오하는 사람을 대한다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손길이어서....
"네가 미워서."
이어지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죽도록 미워서..."
흐려진 말꼬리만큼이나 증오 서려있던 눈동자 역시 탁하게 흐려졌다. 마구 헤짚어 진흙탕이 되어버린 호수 두 개, 성율 얼굴 눈 위치할 자리에 박혀있으니 유순하고 우아해보이는 얼굴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더라.
아회는 사람이 많은 번화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나도는 탓에 타고 흐르는 입소문의 온상지인 탓도 있으나, 사람 틈에서 부대끼는 것을 도통 좋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으면 자연스레 기운이 빠졌다. 시끄러운 소음은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고, 인파 많은 곳에 가서 툭 치이거나 동급생을 마주해 사소한 걸로 시비가 걸리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정신없는 시장통에서 누군가 말이라도 건넨다면, 그야말로 지옥이겠지! 온전히 집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 도망치기엔 애매한 장소. 발 닿은 천부가 딱 그런 곳이었다.
손등 채 낫기도 전에 다시금 올 줄이야, 은둔형 적룡 치고 장족의 발전... 아니, 퇴화다. 내가 어지간하면 밖에 나오기 싫었는데……. 오는 동기도 그렇지만 오고 나서도 어쩜 인생은 제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다. 굳이 사람 피하는 아회가 천부에 온 이유라면 부적에 쓸 경면주사가 부족했기 때문이겠다. 짐이라면 다 챙긴 줄 알았는데 왜 없던 건지. 하물며 자주 가던 노점은 오늘 사정상 휴무라니 헛걸음했다. 인생사 무상하여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나 욕을 할 기운도 없다.
아회는 지팡이를 짚은 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돌아가기 싫다……. 사람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날이 캄캄하다. 이러다가 시끌시끌한 후배요, 혹은 타 기숙사 동급생 만나는 건 아닐까 덜컥 의욕이 빠진다. 도망쳤다가 넘어지는 꼴이 더 부끄럽겠지……. 조금 쉬었다가, 저녁 되면 사람 적어질 테니 그때 돌아갈까. 그게 좋겠다. 휘파람 느릿하게 분 아회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위로 했다. 그리고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저쪽이 좋겠다. 저기면 사람이 없을 테다. 넓고, 인적 드문 골목에 들어섰을 적 아회는 툭,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아.
그렇다면, 묻겠다. 너는 정말 모든 것을 순수히 포용하느냐. 물을 적 답한다. 아닙니다. 흑룡의 독기와 불순물이 함께하고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불순물이 무엇이냐. 물을 적 답한다. 임씨 가문의 핏줄으로써, 품고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불순물을 품은 채 독기를 사그라트릴 것이냐. 물을 적 답한다. 독기는 그저 저에게 있어 훌륭한 수단일 뿐일지어니. 사그라지지 않사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너가 바라는것은 평화롭고 안온한 일상이냐. 물을 적 답한다. 신께서 바라는 것에 어긋난다면, 저 역시 원하지 않사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너는 무엇이냐.
물을 적 답한다.
"임씨 가문의 차기 당주이자 제사장 후보. 신의 존엄성을 감히 빌려, 뱀이라고 불리는 것."
"덧없는 피조물이 만들어 낸 선악의 개념과 윤리를 부수고, 오직 신을 위해 저와 같은 피조물의 피를 취하고 살갗을 찢어내며, 그 추악함을 찬란한 존엄성 앞에 바치는 자-"
"신을 갈망하고. 신을 마주하며. 신을 위해 움직이는 자. 저는 신의 대행인이 아니라, 이단을 벌하기 위해 벼려진 칼날이옵니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모든 것은 그분이 바라는 대로. 신을 불신하고 모독하는 자들을 무한한 심연 속으로 인도할 것이며, 버젓이 존재하고 움직이는 신의 존재 하에 대행을 입에 담음은 신의 존엄을 해하는 죄악일지어니. 자신이 정식으로 당주 및 제사장에 오르고 나면- 모든 것은 바뀔 것이다. 오직 신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전부 달라지게 될 것이다.
. . .
오늘도 여기저기 열심히 쏘다니면서 도하학당 사람들이라면 기숙사를 불문하고 말을 붙이고 도와주고 참견하는 가현.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쯤이면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묶었던 머리를 풀고 제 침대에 힘없이 몸을 뉘인다. 제아무리 사람 만나서 떠들기를 좋아하는 것이 자신일지라도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제가 제사장 후보가 되고 나서, 신을 알현하고 차기 당주 자리까지 오를 적 가문 내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말이었으니.
무엇이든 효과적이고, 능동적으로. 확실하게. 효율을 추구하며 동시에 그것들을 취함으로써 받는 이득을 거리낌 없이 받는다. 말의 본질을 파악하고, 허점이 있으면 맹렬하게 파고들며,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이 그 허점을 역이용함으로써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훗날 이득으로 치환시키는 양날의 검 또한 품는다. 지금껏 자신이 들어왔던 교육을 짧게 요약하자면 그런 것들이었다.
가현은 그것들을 착실히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치밀하고, 계산적이며, 냉철하고, 이기적으로. 간혹 지나치게 계산적인 면모가 해가 될 지언정, 흔들리지 않고 그것 또한 신의 뜻이라며 마냥 웃어넘길 뿐이었다. 당장 맛보는 약간의 쓴맛은 훗날 찾아올 단맛에 비하면 정말 별 것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마냥 싸늘한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임씨 가문의 구성원인 만큼, 그들이 타 가문에게 보여주는 '대외적'인 이미지 또한 가현은 가지고 있었다. 자비롭고, 친절하며, 예의바른 면모.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평등했으며 그 빛을 잃지 않았고. 간혹 이게 저의 의지가 맞나 싶을 만큼 타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듯한 모습도 없지 않았다.
허나 그것이 정상적인 종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임씨 가문이 가지고 있던 껍데기 뿐인 친화력에 흑룡의 독기까지 더해진 포용심은 괴롭힘당하는 약자를 넘어서서, 자신이나 남을 해하려 드는 악인에게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누가 누굴 죽여? 그럴 수 있지. 누가 누굴 괴롭혀? 그럴 수 있지. 내 목에 칼을 들이대? 사연이 있겠지. 갈등과 폭력, 살인, 악행을 포함한 모든 것 앞에서 가현은 평등했으며, 그것은 간혹 방관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어찌 되었든 모든 것은 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니. 자신은 대행자가 아니었기에, 간섭할 권한은 없다고 여기며.
비록 흑룡의 독기에 침식당해 핏 속에 서린 예리함은 변질되고 뒤틀렸으나, 그 뜻은 한결같았다. 순수한 호의라는 것은- 가현을 포함한 임씨 가문의 인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뱀의 그림자에 숨은 채. 뱀을 갈망하는 자들일 뿐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흑룡의 독기에 침식당한 뒤에도 한결같았을지도 모른다. 가현은 독기의 특성을 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포용. 친절.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수 있음을. 가현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 미리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임씨 가문의 이중적인 모습을 아는 자들은 그들을 뱀으로 매도한다. 뱀의 그림자에 숨어들어, 점차 뱀과 동화되버리는 자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이 품은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소재로 남들을 이용하는 자들. 적대라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방법 대신, 친근함과 친화력을 무기로 다가서는 자들. 그리고 친해지며 오고가는 말들 속에서 받는 은혜를 기록하고, 훗날 그것을 원수로 갚는 자들. 그것이 임씨 가문이었다.
야망은 지나치게 커져 결국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온화한 겉껍질은 속에 숨긴 독아를 감추기 위할 뿐이며, 탐욕스러운 본질만이 그들의 속에 살아 숨쉴 지어니.
신은 자비로운가? 아니. 신을 향한 애절한 기도들은 무시되고 단절되며 끊겨갈 뿐. 신은 자비롭지 않은 존재이기에, 신으로 불리는 것. 그렇다면 인간 또한 신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 한 걸음 더 신에게로 나아가며, 신의 곁에서 평생을 몸바칠 수 있겠지.
가까워진다는 것은 대등해진다는 의미를 품은 말이기도 하지만- 서로간의 거리를 좁힌다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중의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가현은 그 말을 저 혼자 있을 적이면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곤 하는 것이다.
그보다. 보름 뒤에는 가문을 잠시 찾아야겠다. 제 소식을 애타게 바라고 있을 가문원들뱀 새끼들에게, 그동안 쌓은 교우 관계와 겪은 일들을 전해준다면 필히 좋아하겠지. 왼쪽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꽃을 따라 황홀경으로. 피를 취해 축복을. 바람결을 타고 이상향으로. 꽃을 찢어 영원을. 그들과 발을 맞추며, 한 없이 의지에 몸을 맡긴 채, 그 분에게 나아갈 그 날만을, 자신은 바라고 있을 뿐이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가현주의 독백에서 빛이 나요! 말 그대로 광신이네요... 위험하고 매력적인 소재이지요... 독기의 영향도 있으나 교육 받은 것일까요, 만들어지고 직접 형성한 새로운 것일까요……. 치밀하게 계산하였다니, 가현이의 이중적인 면모지만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네요. 그리고 자신을 집행인이 아니라, 방관자로 둔다는 그 점에서 오싹함도 느껴지고요. 아무렴 신이 아닌 이상 신도들은 한낱 미물에게 관심 두지 않지요…… 명 내리지 않는 이상은요. 뱀을 모시되 뱀 그 자체인 모습...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아.. 아..... 다갓님께 운명 맡긴 최후가 어쩜 이리도 잔악한지 저는 여기에서 희열과 고통을 어째서 함께 느끼는지 이것이 정녕 샤덴프로이데로구나... 주체가 나의 분신인 아회의 불행일 뿐이지... 다만 분신의 불행도 타인의 것에 해당이 되어 성립할는지는 아아아...(고장났어요)
하여튼 얄밉다니까. 누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가현은 눈을 흘겼으나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로 늘 치던 장난중 하나였으니 적당한 리액션으로 받아주는 것일 뿐. 점차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학년이 차근차근 올라갈수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점 또한 덩달아 많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였다. 만약 예전 같았더라면 신입생이 있건 말건 진작에 뒤의 벽에 주먹을 내지르고 다른 이야기 할까? 하며 무표정을 유지했겠지만.
"와, 헐, 기가 찬다 정말~ 너도 그동안 만만치 않았던거 알지? 응?"
더불어서 그 표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양 오버하며 얼탄다는 말투로 말하는것 또한 그 리액션 중 하나였다. 매일매일이 한결같으나 그 한결같음 속에 약간의 차별점이 들어가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뭐. 신념과 대조한다면 그런것은 신의 의지와 반하는 일일지도 모르나- 가끔은 배덕감을 맛보는 것 또한 신이 덧없는 피조물에게 하사한 산물일테니.
가문 관련된 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겠노라고 결심했으나 의미심장한 뒷말이 계속 제 마음 한켠을 콕콕 찔렀다. 무슨 일인지. 정말로 알고 싶지 않은거야? 가현은 괜히 든것도 없는 입을 오물거리며 말할까 말까 한참 고민한다. 이미 이견을 가지지 않은 채 포용하기로 했거늘, 이 시련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으. 사람이 줄었다면 꽤 바쁘기는 하겠는걸~ 이래저래 일손이 많이 모자랄테니까 말이야. 그치?"
결국 가현이 택한것은 동정이었다. 허나 그것을 티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으로 본질을 감추고 돌려 이야기했다. 아. 이거 내가 생각해봐도 참 잘 말했는걸.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또 다시 가현의 정신승리가 속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좋아~ 그럼 내일 너랑 나랑 우리 새로운 아이랑 같이 여기서 이야기 나누자.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거야?"
거절. 안 할거지? 가현의 나긋한 미소가 신입생을 향했다. 묘하게 말 하나하나에 중압감이 실려있는 듯 했으니, 눈치 빠른 신입생이라면 감히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랴. 신 역시 허용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가현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러다가 남학생의 말에 순간 낯에 화색이 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깃털을 정리하듯 움직이는 소리가, 뱀 기어가는 소리가 연달아 머리를 거세게 후려치는 것 같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금 고개를 들면 눈을 마주칠 것만 같다.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다. 흐르고 흘러서 자신은 무지렁이가 되고 말 것이다…….
"……."
지팡이를 쥔 손이 가늘게 떨려온다. 그때 겪은 일은 내 보았단 환각이 아니구나. 당신은 또 걱정이라, 입술을 앙다문다. 어째서? 당신이 그래서는 안 되는데. 차라리 욕이라도 하지, 뺨이라도 치지. 어째서 선을 유지하는가, 대체 왜.
"가문의, 위용, 있는 분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 습니다."
지레 겁먹은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더듬더듬 고개 숙인 채로 입 벌리던 아회가 고개 휙 치켜든 것은 당신의 질문 때문이었다.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했지?
"아."
아, 마주했다. 분명 마주했어. 느껴진다. 또 그래버렸다. 호흡이 잠시 거칠어진다. 왜, 왜…… 조롱하는 것인가? 그래, 조롱일 테야. 조롱이 아니면 그럴 리가 없어……. 충동적으로 아가리 벌려버린다.
"도련, 도련님."
턱이 덜덜 떨린다. 더 얘기하지 마, 본능이 목을 틀어막으려 했고, 속내가 이지러진다. 토할 것 같다. 눈앞이 아찔하다. 울음이 비집고 나오려 들었다. 몸이 점차 떨려온다. 안돼. 참아. 버텨야 해, 도망쳐, 아니, 도망치지 마…….
"가, 가문의, 죄, 죄인 된 자의, 육신입니다……. 어, 어찌 고깃덩이에 미추를 논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양가적인 감정이 혼란스럽게 치고 든다. 떨림을 어떻게든 멈춰 보고자, 지팡이를 쥐었던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아회, 네 정녕 미쳤구나!
아늬 다들 안녕인거야~~ 원래는 더 늦게 공개할 독백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MA 만나고 농질 만나고 포목점 선택지에서는 감사합니다! 호갱님! ^^ <= 이거 떠서 혼자 삘받아서 끄적였던건데 하 진짜 뭔가 써서 올리는 의미가 있어 이 혜자스러운 반응들 어쩜좋아... 씻고 밥먹어야해서 다 답달아주지 못하는게 한이지만 맞아 광신 매력적이기는 한데 표현하기 위험한 부분 많아서 비설쓸때 검토 꼼꼼히 하게 되는거야 ㅋㅋㅋ... 그리고 온화주.. 봤구나...? :D (???)
성율이 느긋한 손길이 초조해져서, 쥐고 있던 베일에 주름이 쥔다. 인어의 태도, 성격 그리고 사소한 표정변화까지도 더듬고 있는 시선이 지독하다. 빛 바란 기억 오린 듯 지워진 공백을 지금의 얼굴로 채워본다. 바다 바람따라 휘날리던 머리카락, 달빛 등지고 내려다보던 투명한 시선, 죄라고는 모른다는 듯 순진했던 표정까지.
그렇다고 만족하진 않아. 아직 채워야하는 공백이 너무 많아. 여자는 그래서 웃지 못했다.
"그러진 마. 네가 몰라서 알려주는 건데, 난 물 속에 들어가기 아주 싫거든. 또 그 X같은 노래 부르면 짜증낼거야. 내가 지랄하는 꼴 보기 싫으면 내 앞에선 그러지 마."
친절한 음성 한편에 그렇지 않은 상스러운 말이 오간다.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는 이런 걸 말하나 보다. 방금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인어라는 자는 사람을 이끌고 물 속으로 끌고가는 일에 모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이 그릇된 상식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성율은 모르겠다만, 알아갈 필요가 있었다.
"있지, 다들 어디로 데려간거야?"
갈 곳이 있다며 떠나간 이들 다시는 보지 못했는데 내가 그립지는 않나요. 그 춥고 어두운 바다에 영혼과 육체가 묶여 후회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도 아니면 신님께 바쳐져 기원제 훌쩍 거리던 그 아이들처럼 헤매고 있나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성율은 애처럼 같은 질문만 반복하는 것이었다.
situplay>1596819065>854 단지 놓친 게 있을까 해서 스크롤을 올렸더니 정말 있었습니다. 제가 놓친 아회의 독백…. 이제 모두 독백 올리실 때마다 페이지 내 검색해서 찾을 테니까 모두 각 오 하 세 요❤️🔥 아회 독백 올라올 때마다 눈물 참는 거 아나요? 겨울탑이라서 추운건지 심장이 뻥 뚫린 것 마냥 너무 차갑고 쓸쓸해서 머리를 팍팍 내리쳤어요 🥹 한계를 넘으면 사람은 미쳐버리고… 아회의 어머니 또한 그래서 변한 거겠죠. 상황은 사람을 만들고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운데 그 중심에서 꼿꼿이 자리 지키는 아회 마구 이불로 둘둘 말아서 모닥불 앞에 놔요... 🥹
얄밉다며 눈을 흘기는 가현을 보며 윤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머리를 두어차례 쓰다듬어주었다. 분명 예전엔 그녀가 머리를 자주 쓰다듬어 주었는데 이젠 그도 이따금 가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딱히 의미가 있어서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예전과 윤하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 그랬나? 난 잘 기억 안나는데~ "
얄궂은 표정까지 지어보이며 답한 그의 면면엔 웃음꽃이 활짝이었다. 다른 이들에겐 항상 옅은 미소만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가현의 앞에선 보다 풍부해지는 감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다 나온 가현의 말에 윤하는 음, 하면서 테이블을 몇번 톡톡 두드린다. 아까보단 표정이 괜찮은걸 보아하니 딱히 꺼리진 않는듯 하였다.
" 아무래도 바쁘긴 하겠지. 그래도 내 입장에선 그게 더 좋은 일이니까. "
분명 본가와 관련된 일이지만 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남처럼 여기며 대화하고 있다. 학당에 들어오고 단 한번도 집안의 구체적인 얘기를 해주지 않았기에 단편 단편 모이는 그 조각마저도 모을 구심점이 없어 쉽사리 이어 생각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허나 그는 가현에게만 들리게끔 도술을 사용해 작게 속삭였다.
" 그들의 가는 길을 끝없이 증오했거든. "
그 새에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것일까 그는 아무 말도 안한듯 가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신입생 쪽을 바라보았다. 가현의 눈빛만으로도 중압감이 엄청날텐데 윤하의 것까지 합쳐지자 신입생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괴롭히는줄 알겠어요, 윤하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쿠키를 신입생의 앞에 하나 놓아주었다.
내가 돌아왔다 뽀송해 배불러 행복해~~ 근데 일상 무슨일이죠.? 흥미로운게 세개씩이나 돌아가고 있어 :0 (🍿🥤🧎♂️)
>>923 크흑 하지만 다이스는 무자비하지~~ (같이 울음..)
>>924 교육의 영향도 있고 독기 영향도 있어 한 50:50이라고 보면 될것같네 :3 ㅋㅋㅋㅋㅋ 흑룡기숙사 설정 보고 이거다 싶어서 떠올려봤지! 따로 하사받은 명령이 없으면 그저 지켜보며 너무 주제넘게 구는 것들만 쳐내자- 하는 게 임가현 모티브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거야 야 임가현 킹갓캐 아회주께서 지켜봐준다고 하시잖아 기뻐해라~~ (가현:(행복))
아늬 그리고 아회 독백도 만만치않게 빛나고 있는데! 어쩐지 내방 불 따로 안 켜도 대낮처럼 환하더라니 이유가 있었구나~~! 하 근데 독백소재 진짜 너무좋다 저 따스하고 자애롭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한순간에 태도 급변하신것도 짜릿짜릿한데 아회 반응이 진짜.. 불속성 효녀 울리는 반응이잖아 저거는 아 진짜 엄마보고싶다 엄마!! (방에 계심.) 아회 앞날에 앞으로 따스한 봄만 가득하길 기원하겠어...!!
>>925 맞아 이래저래 마냥 친절하고 착하다.. 라고는 못 할 애라서 굴리기 좀 어렵고 관계 짜는것도 선뜻 손들지 못하게 되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 맛있게 즐겨줘서 고마운거야~
>>930 (주워먹기)(?) ㅋㅋㅋㅋㅋㅋ 반전미랑 중의적 의미 전부 내가 사랑하는 소재기 때문에 놓칠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라데이션처럼 계속 변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934 ㅋㅋㅋㅋ 사실 평소에도 행동이나 지문으로 짱 애매하게 찔끔찔끔 티는 내고 있었지! 맛있게 즐겨줘서 그저.. 그저 고맙다구 흑흑
>>939 묵주 안녕~~ 아늬 드르륵탁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괜찮은 단어라고 생각해서 뽑아와봤는데 다행이야! 가능하면 몸까지 내어주고 싶어하기는 할텐데 MA가 안 원하면 좀 쭈글텅되는것만 빼면 순순히 수용할 애라..
가현: 신님, 신님. 제 몸 가질래요? (꼬옥) MA: ㄴㄴ 저리가셈; 가현: 넹. (시무룩)(힝구)(웅크림)
이런 느낌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의미투영 너무 잘되서 좋다..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은거야~~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쿠키를 먹던 가현은 뭔가 불만스런 표정을 내비쳤다. 처음에는 서로 엇비슷한 키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눈높이가 조금 위로 올라가더니, 이제는 자신만 하던 쓰다듬을 남학생 역시 똑같이 자신에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빈도가 그렇게 잦은 편은 아니었으나- 뭔가 자신만 즐기던 즐거움을 빼앗긴 것만 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아무렴 어때. 늘 그래왔듯 손길에 자신의 머리를 맡기고 있다가 이내 웃는다.
"어련하시겠어요~ 봤지? 이 선배 이렇게 능청스러운 사람이야. 그러니까 앞으론 내 말을 믿는게 더 좋을걸~"
남학생을 따라 웃었던 것이다. 항상 이렇게 둘만 있을 적이면 남들한테는 잘 내비치지 않았던 모습들도 볼 수 있어서 나름 즐거웠다. 마치 제가 별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 것 마냥. 그런 기분이었다. 하지만 너도 잘 알잖니. 사람 속내는 모른다는 것을. 현재가 주는 안온함에 취해 목적을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윽고 가현의 시선은 다시 신입생에게로 향하며, 마치 너 내편할래 쟤편할래? 와 같은 굉장히 난처한 주제마저 던지고야 마는 것이다. 더 괴롭히면 울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괴롭힘이 아니잖아. 그렇지?
"하긴~ 너 여기서 가문원들한테 편지 받는걸 본 적이 있어야지. 바쁘다고는 해도 안부인사 한두번쯤은 나눌법 한데-"
이윽고 가현의 말이 끊긴것은 제 입이 방정이라 다물어버린 것과는 달랐다. 가는 길을 끝없이 증오했다. 뭔가 꽤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지 싶은데. 이대로 눈 앞의 남학생이 속한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들어보는것도 꽤 흥미를 동할 것만 같았다. 호기심과 탐구심은 늘 자신의 핏줄 속에 함께하는 부류의 것이었으니까.
만약 이 자리에 저 신입생이 없었다면 다 들을수 있었을텐데. 내쫓을까? 남학생의 시선이 저를 떠나 신입생 쪽을 향할 적, 가현은 잠시 무미건조한 시선을 신입생에게 주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도 정말 일순간이었기에 신입생이 알아채지 못했을테지만. 남학생이 쿠키를 신입생 앞에 내어주자 가현은 거기다가 더해서 차를 한잔 더 따라주는 것이다. 이렇게 친절한 선배들은 여기밖에 없다며, 마냥 잔망스럽게 이야기하면서.
"그래~ 소꿉친구랑 천부 데이트하는것도 꽤 재밌을 것 같아. 분명 기분전환도 되겠지~"
남학생이 활짝 웃는다. 자연스럽게 가현 역시 뒤따라 웃었다. 당신이 기쁘다면, 나 역시 기쁜 것이니. 중간중간 들었던 미묘한 이야기들과 표정은 잠시 뒷켠으로 미루어졌다. 즐거움. 그 사소한 즐거움이라는 것이 오늘따라 어찌 이리도 반가운지. 천부로 나갈 적이면 오늘 선물받았던 머리띠도 꼭 하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가현의 손 끝이 머리띠를 고쳐쓰듯 머물렀다가 떨어진다.
>>945 아 진짜 당연한 반응인데 짱귀어워 실례지만 한번 핥아보겠습니다... (잡혀감) 툭 기대고 딥슬립해도 좋아 아니 딥슬립 해줘 나 가현주 여기에 이미 뼈를 묻은 사람이지만 이런 귀여움을 봤으니 더 묻어야겠다 (1번경추 5번요추 뽑아 묻으며..)
>>94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가현이 그만큼 MA님에게 진심이라는 것이지! 아 혐관 너무좋아 임가현 설정 짤때도 에헿 혐관 에헿 빌런 이러면서 짠거라 대환영이니까~~ 그 원래 혐관은 처음부터 야이 납븐놈아!! 하는것도 맛있는데 처음에는 웃고 친하고 도와주고 하던 사이가 점점 이야기 파고들어갈수록 뒤틀리는게 진짜 찐 참맛 모먼트란 말이야.. 하 이 관계성 어떻게 변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