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진짜 구분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입니다. 계속 헷갈리도록 장난을 치겠다는 뜻인지, 제가 속아버려서 구분을 못 할 거라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둘 다 일지도 모릅니다...... 쿠로사와 씨는 이름을 헷갈려하길 바라는데 제가 맞춰버린 걸까요? 어린 아이들 장난이 다 보여도 일부러 당해주고 속아주는 것처럼 속았어야 했던 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
어떤 선생님인지 알았으니까요, 전달해주어서 고맙단 뜻으로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어요. 그랬는데 쿠로사와 씨가 교무실 쪽으로 먼저 발을 옮겨버렸습니다. 인사를 하다 말고 멈춰서 잠시 상황을 파악하다가 저도 발을 옮겨요. 쿠로사와 씨를 쫓아갑니다.
엉성하게 둘러져 있던 머플러가 맵시있게 매듭지어졌다. ‘크리스마스 선물 세트가 된 기분이야.’ 선물 세트가 된 요이카는 겉으로는 웃음을 드러내 보이지는 않았지만, 옷맵시 덕분에 흡족해져서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고마워, 이토이가와.” 미유키가 눈높이를 맞추어 준 덕분에 이제는 목소리를 더 편안하게 낼 수 있었다.
“아직 1년째야. 가미즈나에서는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처음이지. 그래도 이곳의 눈이 과연 에조의 눈이나 헤이안쿄의 눈과 어찌 다르겠나 싶었건만⋯. 이곳 겨울을 얕봐선 안 되겠구나.”
막삽을 눈더미에 꽂아 두고 요이카는 한숨을 돌렸다. 하늘은 다시라도 눈발을 터뜨릴 것처럼 새하얀 입김을 머금고 아래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요이카의 입김은 거꾸로 고요한 하늘을 향해 갔다. 샛노란 두 눈동자가 희게 뜬 하늘 빛을 담아서 조금 희멀건하게 비쳤다. 푸른 하늘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오늘 같은 날의 하늘이 마치 도화지를 깔아 놓은 것 같아서 생경하고 기이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요이카는 푸른 하늘이 익숙했다. 또 이런 날씨에는 집 밖으로 나오지조차 않을 요이카가 삽까지 구해 들고서, 팔자에도 없는 제설을 하려고 나선 것부터가 이상한 날이었다.
덕분에 귀인을 만났으니 잘된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결국 아침부터 이런 꼴을 당한 이유를 살펴 보자면 원인은 하나다. 요이카는 무덤덤히 이야기를 꺼냈다. “⋯ 나는 땅으로 돌아가기를 준비하고 있어. 하늘에서 기운을 받아 숨이 불어넣어지고 의사를 지니게 된 족속이라고 한들, 근본은 땅에서 나온 뿌리가 뻗어서 생긴 나무 한 그루지. 슬슬 시간이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길래⋯. 긴 여정을 끝마치려면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도달한 곳이 여기야.”
왜 이런 이야기를 술술 하고 있을까? 그것도 원인은 동일하다. 요이카는 인정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마음이 갈피가 통 안 잡히더군. 미련이랄지, 아쉬움이랄지⋯. 그런 집착은 심중에서 모조리 지워 버렸는데,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놓고 온 느낌ㅡ꽃 피우는 걸 깜빡하고 열매를 맺으려고 할 때와 똑같아. 나, 번뇌가 생기면 액땜을 하는 체질이라, 그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아침부터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눈을 치웠어. 번뇌를 지우려고 말이야. 그러다 보니⋯.”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점점 깊어졌다. 사람들의 옷이 점점 두꺼워졌고 이제는 하얀 입김이 자연히 나오고 장갑을 껴야 할 정도로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그런 겨울에 아주 큰 행사. 크리스마스 또한 점점 찾아오고 있었다.
마을 광장에는 아주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만들어졌고 밤이 되면 트리에서 정말로 환한 빛이 반짝였다.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라 인공나무이기 때문에 나무에게는 악영향이 가지 않았으며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캐롤 등도 들려오고 있었으며 신사들 중에선 당연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챙기는 곳도 있었으며 전혀 챙기지 않는 곳도 있었다.
가미즈나 마을의 광장에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는 인연의 신, 키즈나히메가 직접 축복을 내렸다하여 서로 좋아하는 이들이 고백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인연을 더욱 강하게 해달라고 비는 장소이기도 했다. 물론 평범한 트리겠지만 마을의 전승이 그러하니 자연히 그런 미신 같은 소문도 퍼지기 마련이었다.
오늘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5월 1일부터 5월 7일 저녁 9시까지 크리스마스 기간으로 일상을 돌릴 수 있어요! 단... 크리스마스 당일 설정은 딱 한번밖에 돌릴 수 없으니 그 점을 주의해주세요. 또한 화려하고 찬란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역시 크리스마스 당일 설정으로 돌리는 일상 딱 한번만 허용된답니다. 사랑, 우정, 그냥 평범하게 인연 쌓기. 이전에는 웹박수로 몰래 슬쩍 찌름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정면으로 일상을 신청해보세요. 크리스마스니까..이 정도 용기는 내도 괜찮잖아요? 물론 그것이 강요가 되면 안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