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을 들고 있는 ai라는 말에 차라리 그쪽이면 내가 편할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전혀 다른 상대로? 이겨보라는? 그런 참된 의도? 그런 건 모르겠고
"니는 내 도움 필요 없제? 나는 방금 내 쏜 금마 찾아가 족칠 생각인데."
토고는 훔쳐보기 효과를 사용하며 ai 저격수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 위치를 감시 카메라로 찾아본다. 그러나 훔쳐보기의 효과도 거리라는 것이 있으니 탐지 효과는 턱 없이 부족했고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토고는 옥상에서 내려 탄도를 기반으로 적 저격수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 위치를 향해 달려나간다. 그러나 토고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ai는 토고를 향해 탄을 쏘며 교묘하게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빙 돌아가도록 길을 강요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으며 방향성이 다른 종교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죠. 사이비가 아니라면야 뭐.. .... . .. 상관은 없지만 친해지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랑말락
" ' 죽음 '은 삶이라는 여정의 종착지이자 ' 또 다른 시작 ' 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 여우신 '님의 머리 끝에서 부터 시작해 달리고 달려 꼬리 끝으로 가는 거에요- 하지만 여우신님은 꼬리를 물기 위해서 빙글빙글 도니까 꼬리 끝에서 점프하면 또 다시 머리 끝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
"소녀가 아직 수련이 미진하여 사후세계로 돌아간 혼이 제 생의 값을 다한 후에 어찌되는지는 여쭈어보지 않았답니다."
환생할 가능성은, 분명 제가 잠시나마 보았던 그 풍광을 떠올려보면 거의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타교의 신자와 교류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뜻만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 판단한다. 게다가 한 종교의 해석만 하더라도 한 가지인 경우가 거의 없으니 조금은 여지를 남겨두어 좋을 대로 믿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괜찮을터이다.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순환인가요."
오토나시씨의 여우신님은 따뜻하신 분으로 느껴졌사와요.
"자, 그러면 소녀의 차례이어요. 오토나시씨의 종교는 어떤 가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온지요?"
토고는 상대 저격수에 의해 움직임이 봉쇄되어 엄폐한 상태로 무전에 응한다. 잠시 숨을 몰아내쉬며 주변을 둘러본다. 쩝.. 시가지라 엄폐물은 많지만 이건 상대방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시가지라도 반드시 뻥 뚫린 공터같은 곳이 존재한다. 교차로나 광장 같은 곳. 토고는 이 주변에 광장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토고는 광장을 향해 달린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행동이지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행동이다.
광장에 도착한 토고는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네트워크를 통해 시윤에게 전한다.
사진속에는 넓은 광장과 크고 작은 건물, 그리고 시가지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시계탑 같은 것이 찍혀 있다.
강산은 정면을 본 채로 눈을 살며시 감았지만, 귀는 열어둔 채로 잠자코 토고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온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도 그가 살면서 겪은 고민이 있겠지. 잠시 침묵하던 그가 조용히 다시 눈을 드고 입을 열어, 조심스레 묻는다.
"형님은 좋아하는 거나 해보고 싶은 거, 이루고 싶은 거 없으십니까...?"
저번에 강산이 그의 꿈을 물었을 때 그는 돈 걱정 없이 살고싶다...거나 그 비슷하게 답했던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 하면.
"돈 걱정같은 거 안 해도 될 정도로 왕창 버셨다고 가정하셨을 때 말입니다. 저는...사는 게 답답해서 못 참겠다 싶었을 때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거든요. 그러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살아온 환경은 다르겠지만 묘하게 그의 말들은 과거의 자신을 생각나게 할 때가 있었으니까.
"아마도 '주가의 탕아'라는 별명이 붙은 게 그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인즉, 집을 나와서 2년 반동안 싸돌아댕겼던 게 그렇게 시작됐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합을 맞추기 위한 시험이지만 ' 합 '이라는 것은 꼭 일을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주어진 일을 적절하게 분담한 뒤 서로가 서로를 믿고 맡기는 것도 가끔은 필요한 법. 그렇기에 기계 선생님도 부정행위! 라는 팻말을 걸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중요한 것은 10분만에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
" 좋아. "
9번 더미. 심각하지 않음. 재생 수술을 위한 적절한 분석과 재해석을 마친 뒤 여선이 그런 신호를 보내자 오토나시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눈을 재생하는데 집중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건 이것은 더미! 실제로 환자를 치료할 때 처럼 어떤 것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지, 그 사람의 특징이 무엇인지까지는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죠.
[ 9번. 98점. 8번. 85점. ]
그 대신 점수는 좀 많이 깎였지만!
" 음. 10번은? 어떤 상태야? "
그럼 다시... . .... 합을 맞춰서 10번을 수술할 차례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잘려나간 손가락을 봉합해야하는, 여태까지 해왔던 수술을 고려하면 어렵지는 않은 난이도입니다.
" 아. 기본적인 응급 처치는 되어있다는 설정의 더미네. 좀 피곤해서 그런데 집도를 부탁해도 괜찮을까? "
토고는 광장 한복판에서 저격수의 공격을 피하거나 견디며 탭댄스를 추게 생겼다. 하 참나.. 헛웃음 치면서도 까라면 까야지 어휴.. 약하면 서려운 게 운명이니까. 토고는 의념을 몸에 흘리며 자신의 의념 속성을 이용해 반사신경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확장된 시야를 통해 쏘아지는 탄환을 포착하여 고르돈으로 방어하거나 몸을 비틀어 피한다. 때로는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자신의 위치를 속이고 그러면서도 꾸욱 꾸욱 고르돈에 의념을 주입한다.
아무리 고르돈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방어구가 아닌 무기다. 그러다보니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점점 지쳐오는 신체는 금방 한계에 맞이하여 하나 둘 피하거나 막던 총알에 꿰뚫리며 어깨와 다리에 붉은 핏자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이거 한 방 맞으면 gg치는 페인트볼 아니었던가 어째서 실탄이지? 흐음? 흐으으으음?? 그러나 그런 걸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다. 얼얼한 손에 쥔 고르돈을 놓칠 뻔할 때에 시계탑이 무너지며 하늘에 표시된 숫자가 1로 바뀌었다.
"하, 참나.."
이런 현상에 대해 어이 없는 웃음이기도 하며 그 고생을 했는데 저격수 한명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헛웃음을 한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광장까지 날아와 데구르르 구르는 시윤을 보며 이젠 무전도 필요없겠다 육성으로
"니도 이 정돈 할 수 있잖냐."
이런 말을 남기며 토고는 그동안 비축해둔 힘을 폭발시켜 ai에게 달려 들고는 폭발하는 격류를 사용한다. 한 발 한 발이 마치 화염구와 같이 붉은 색을 띈 총알이 총구에서 격렬하게 발사되어 ai를 사정없이 농락하며 살에 박히며 바닥헤 부딪혀 폭발하고 터지며 마치 작은 폭탄을 사정없이 던지는 듯한 그 일격은 ai를 흔적도 없이 태워버리며 하늘의 숫자는 0으로 바뀌었다.
토고는 치솟는 망념에 숨을 몰아쉬곤 바닥에 앉는다. 얼마 안 가 시뮬레이션이 종료되었다는 음성과 함께 망가진 시가지의 풍경이 흐릿해지더니 새하얀 방으로 바뀌었고 각자의 행동에 관한 평가가 네트워크에 전송되었다. 토고는 이런 평가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시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내는 중근거리 보다는 원거리에서 대응하고 싶은데.. 세상이 억까해가 죽겄다."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말해준다. 멀리서 싸우고 싶은데 왜 죄다 근거리에서 싸우는 건지.. 에휴..
"그런 의미에서 내도 저격이나 배울껄.." "아님 차라리 검을 들었음 이런 생각도 안 할껄."
무슨 소린지 알 것 같아서 에휴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쉰다. 리볼버나 권총을 들고 아예 전문적인 건카타를 시전하는 진류 같은 녀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격투가나 검사 같은 무인 계열과 싸울 때에 거리를 내주면, 상대하기 힘든 것이다. 공격은 비내리듯 쏟아지는데 거기에 막거나 회피하기 급급하다보면 공격도 제대로 안통하고. 사선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채 급하게 쏘는 사격은 적의 흘리기에 당하고...
토고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전부 다 장단점이 있다지만 거너는 총도 좋아야 한다! 실력도 있어야 한다! 오만가지를 다 갖춰야 하지만 정작 검술에 밀린다! ...물론 안 밀릴 수도 있지만 그럴려면.. 이런 저런 생각이 민감하게 교차하는 것이 거너의 현실이지.. 차라리 활을.. 아냐, 그건 더 한 마이너 같아.
토고는 복잡한 생각은 다 집어 치우고 지금은 쉬고 싶었다.
"세상 참... 복잡한 생각은 걍 하지 말아야 속이 편허지.. 내는 .. 이제 좀 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