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강산은 스태프를 들고 뒤로 물러난다. 아마 빈센트의 제스쳐를 대련 중단 의사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빈센트는 이놈의 습관이 무섭다고 생각하며, 다음 번 싸움에는 안전어라도 정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앨랠래, 부산왕펀치 홍팔이, 그런 통상적인 전투 상황에선 절대 안 나올 말들.
"어쨌든 그건 나중 얘기고...!"
빈센트는 강산의 움직임을 본다. 빈센트가 알기로 강산의 능력치는 지능이 더 높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형이라, 신속이 빈센트보다 높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빠른 건 분명 신속강화의 영향이렷다, 의념보를 사용해 거친 바위밭을 자갈밭길마냥 성큼성큼 걷는 것을 보며 빈센트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한다.
"흠... 도망치는 걸까, 숨는 걸까."
일단 지금 당장은, 빈센트를 공격할 의사가 없다. 도망치거나, 숨거나다. 빈센트는 자신의 마도를 연산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자신의 마도 위력을 고려할때 허용되는 오차범위, 강산의 속도를 고려해본다. 아까 전의 바윗돌은 막았지만, 이번 건 보호막을 제대로 전개하지 않는 이상 잘 해도 중상. 빈센트는 가르웨난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말한다.
"한번 섞어보죠."
중첩 캐스팅: 데블 토큰 X 화염 쐐기
빈센트가 말함과 동시에, 불타는 거대한 진자가 하늘에서 나타났다. 진자의 끝은 곡괭이처럼 굽었고 날카로웠으며ㅡ 그것이 중력에 순응해 내려가며... 강산의 근처를 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땅을 내려찍으려는 그 순간
[그만. 거기까지.]
마도 역분해
딱! 빈센트의 마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꺼져버렸다. 빈센트는 영월 때의 허탈함을 느낀 게 아니라... 스승이 개입해서 막아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마도까지 동원해버렸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수련생 빈센트의 승리. 여긴 대련장이지 살인 경기가 열리는 콜로세움이 아니니 본 조치에 괘념치 마시길.]
"이것저것이라 치부하기엔 좀 많은 일이 있어보이는데요." 일부러 장난스럽게 의심스러워 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며서 피식 웃는다.
"흠, 곤란하다면 묻지 않을게요. 이쪽 업계란 그런 법이고 그럭저럭 친분이 있는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면서까지 정보를 캐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별 건 아니고 제게 인성교육이 부족하다 하셔서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문답을 하고 있었어요."
눈살을 살짝, 역시나 그리 진지하지는 않은 얼굴로 찌뿌리다가 그 '문제'가 적힌 것이 분명한 종이를 들어올렸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재난지역에서 혼란에 빠진 민중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라는 문제인데, 여기서 극심한 공포에 혼란을 더 크게 하는 인물에 대한 처분에서 갈등이 있었어요."
[마츠시타양은 답을 알면서도 일부러 피하고 있습니다.]
흠흠, 일부러 헛기침을 하면서 린은 종이를 내려놨다. 말을 돌리려는 의도가 명백한 행동이었다.
맞다. 이런 사람이었지. 애초에 환생자라는 중대한 사실도 마구 말하는 사람이거늘. 특별반 특, 전혀 솔직할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한 부분에서 매우 솔직하다. 심지어 머리 좀 쓴다는 지휘관에 꽤나 좋은 집안의 도련님인 현준혁마저도 린의 생각에는 솔직했다. 일반적인 의미의 솔직함 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참거나 숨기지 못한다는 게 더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면 천천히 여유있을때 천천히 듣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언제든지 말하고 싶을때 말하세요."
역시 관심을 보이네 어쩔 수 없나. 묘하게 또 한 소리를 들을 것 같은 예감에 린은 살짝 뾰루퉁한 표정을 만들었다가 평소의 미소를 지었다.
"군중의 선동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먼저 제압해야죠. 혼란이 있는 지역에서는 먼저 질서를 잡는 것이 우선이에요. 이왕이면 혼란을 좀 더 방조하다가 그 사람을 제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에요. 과한 처사 아니라는 논란도 피하고 사람들의 적대감도 그 그룹으로 돌리고.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이후에 열심히 케어해서 교화까지 성공한다면 제 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심어줄 수 있을거에요"
남이 수업듣고 있는데 옆에서 긴 최근 근황 이야기를 줄줄 떠들어대면, 솔직히 짜증나는 녀석이 아닌가. 적어도 그녀가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말하는게 낫겠지. 나는 그렇게 내 쪽의 이야기에 관한 것을 정리하면서 적당히 근처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에게로 화제가 집중된 상대의 표정이 묘하게 뾰루퉁 해지는걸 본다.
"흠."
잠깐 턱을 괴곤 생각에 잠기듯 침묵했다가,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연다.
"일단 뭔가를 말 하기전에. 지금, 내가 잔소리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
어느 의미론 너무 솔직한 반응이었다.
여튼간 처음 만났을 때의 지적이 뇌리에 너무 강하게 박혀있는건지. 아니면 내 인상이 매우 고결한 인물상으로 남아있는건지. 어느쪽인지는 모르겠다마는.
"그리고 더욱 정확하게 대답하기전에. 교화랑 종교, 교주라는 얘기가 들리는데. 요컨데 그러한 입장에서의 행동을 의미하는 것. 맞나?"
여선이 대련이 막 끝난 곳에 톡 튀어나오듯 들어오려 합니다. 치료도 나쁘지 않지만.. 그것보다는 대련을 분석하고 다각도로 보거나.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가. 같은 걸 하려는 듯합니다. 다른 쪽의 정보를 로봇선생에게서 받은 다음 이쪽의 상황을 보려는 듯 다가오는데.. 시윤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엇. 시윤씨 하이에요~" 손을 들어 하이하이 합니다.
"대련이나 그런 거 했거나 하실 분을 찾아다니면서 분석이나 논리같은걸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예정된 게 시윤시윤인줄은 몰랐어요! 라고는 해도 여기서 제일 활발한 거 시윤이 들어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소정의 보상도 있다구요..는 농담이지만요" 무려 제가 산 긁는 복권 한장!(*당첨되긴 하겠지만 5등이라 본전치기다) 이라면서 팔락팔락 흔듭니다.
나는 완전히 박살나서 폐허가 된 대형 건물을 보곤 긴 숨을 내쉰다. 방금까지 봇선생과 펼쳤던 대련의 흔적이다. 도심의 필드에서 서로 저격전을 시행했다마는, 화력이 높았던 터라. 한발 한발 쏠 때 마다 건물이 튀어나가며 부서지곤 했다. 물론 명중한 신체 부위가 너덜너덜 해지는건 당연한 일이고.
그 끝에는 기어코 풀차징한 찰나의 생명을 때려박아 건물에서 엄폐중인 봇선생을, 건물 째로 날려버리는 걸로 승리를 거뒀던 것이다.
[시윤군. 해당 대련을 교보재로 사용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덜너덜해진 신체를 치료하러 가기전에 조금 피곤해서 쉬던 찰나 당연하게 봐줬다는듯 멀쩡하게 대기하고 있던 봇선생이 의향을 물어왔다.
"아, 예. 상관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자, 얼마 뒤에 여선이 쪼르르 들어왔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친한 사인데 거절할 필욘 없지.
"간단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괜찮아요?" 물어보네요. 그리고는 교보재로 써도 괜찮다는 것을 허락하자 감사합니다! 라고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한발한발이 화력이 높...았을 것 같다는 건 무너진 건물만 봐도 확실한 점이라서 그런가.. 시윤에게 질문이 있다는 듯 눈을 반짝거립니다.
"저격전이라고 봇선생님께 듣기는 했는데. 이런 고화력의 전장에서 은신과 회피 중에서 뭘 우선시했는지... 그 판단의 경위를 묻고 싶어요" 여선주가 질문 수준이 매우 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