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마도'라는 기술로 본래 타고나지 않았던 다양한 이능력을 필요에 따라 발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알다시피 강산 군은 주요한 몇몇 기술을 제외한 숙련도가 낮습니다. 아무래도 평소에 꾸준히 하던 일을 하는 것보다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하는 것이 더 힘들고 더디기 마련이죠.]
강산이 인공지능 스승 한 명과 가부좌를 틀고 마주보고 앉아서 나눴던 대화였다. 그가 '망념이 적게 쌓이면서 잘 싸우는 방법'에 대해 인공지능의 조언을 구했을 때, 강산의 대략적인 능력이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모의 대련을 할 때의 모습 등을 파악하고 분석한 것에 대한 의견이었다.
[그리고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론과 실전은 다른 법입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망설임이 많아지는가 하면, 실전에서 바로 이능을 사용할 때 헛손질을 하거나 급하게 기력을 운용하다 낭비하게 되는 부분도 보이더군요. 그러므로 제 생각에 강산 군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전투 경험으로 보입니다.]
"실전 경험을 통해서...이른바 전투 감각이라고 하죠? 그런 순발력이나 판단력을 길러보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 그런 이유로, 강산은 '위대한 스승의 요람' 게이트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마땅한 대련 상대가 없나 찾아보고 있던 참이었다.
어젯밤 두들겨맞았던 것을 생각한 빈센트는, 어깨를 툭툭 털면서 눈 앞의 로봇 스승에게 물었다. 하지만 어제는 대답 대신 마도 폭탄으로 화답하던 로봇이, 오늘은 참 평온한 목소리에 무해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빈센트에게 말했고, 빈센트는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지만 때리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아 조금 놀랐다.
[타우 세티-3 세션이 끝나고, 이제 로닌 아루스-5 평가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어... 뭐라구요?"
빈센트는 의념으로 영성을 강화해, 저게 뭘 듯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들으면서 경험적으로 추론해 본 바, 빈센트가 듣기로 타우는 '주입식 교육' 세티는 '엄격하고 폭력적인' 그리고 숫자는 '강도'를 뜻했다. 그리고 로닌은 '평가형 교육'을 뜻했고, 아루스는... 아루스는... 아루스는... 몰? 루 상태에 빠진 빈센트가 혼란해하자, 롭소 스승은 빈센트의 혼란스러운 반응은 충분히 즐겼다는 듯 친히 해석해주었다.
[즉, 주입식 교육은 끝났고, 이제는 실전에 가까운 행위를 통해 좀 더 실력을 늘리라는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리 말 안하면 어디 덧나냐고 말하려다가, 더 끔찍한 교육에 시달릴까봐 적당히 목례하고 나왔다. 그리고 나서, 대련을 할만한 사람들을 찾아본다. 전부 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어딘가에 빈센트와 대련할 사람이 한 명즘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빈센트는 500GP 드림! 이라는 익숙한 목소리 쪽으로 가서 말한다. 익숙한 목소리에, 익숙한 얼굴. 빈센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물론이죠. 그 때 생명밀이라는 기적의 생명체가 자라는 세계도 그렇고, 이번에는 사악함과 선함을 가리지 않고 일단 가르치고 보는 스승들의 세계라, 요즘 들어서 이상할 정도로 기이하지만...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는 거 같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강산이 말한 장소로 간다. 주변은 완전히 비어 있었는데, 아래에 긴 틈이 정사각형, 직사각형, 육각형, 그외 부등변다각형의 형태로 되어 있었다. 빈센트는 호기심에 그 중 하나를 눌러 보았고, 그러자 바닥이 튀어오르더니 바윗돌을 형성했다. 아무래도, 여기는 지형을 설정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빈센트는 그것을 흥미롭게 살펴보다가 묻는다.
"그, 준비하기 전에... 지형 설정이나 이런 건 어떻습니까? 그냥 이대로 해도 되지만, 좀 더... 네. 이 쪽이 할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요."
빈센트는 강산이 흔쾌하게 수락하자, 바로 지형을 만들기 시작한다. 무슨 지형이 좋을까? 어던 지형이야 변수는 전부 존재한다. 심지어 아무것도 없어서 서로 마주보는 지형조차도, "탁 트여있다" "교전거리가 매우 길어질 수 있다"는 변수가 생기는 마당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좀 교전거리가 좁아지도록 설정해볼까. 빈센트는 이곳의 다양한 상황 설정에 감사하며, 지형을 만들었다.
"...어떠십니까?"
바위들이 이리저리 솟아나고, 바위들 사이에 굽이진 소나무가 자라며 폭포 쏟아지는 곳에는 이끼가 낀다. 동양화에서 많이 보았을 법한, 내가 동양화 속에 갇힌 것인지, 아니면 동양화가 현실에 나타난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 광경. 빈센트는 지형을 다 설정하고 나서, 강산과 좀 멀찍이 서서 이야기한다.
"고대 한국적으로 설정해 봤습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을 딱딱 튕겨 마도를 준비한다. 그냥 맞아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얍삽하게 말도 없이 선공을 뺏는 행위를 할 생각도 없었으니. //6
빈센트는 강산의 행동을 보고, 자신도 저렇게 좋은 자리를 가야 하나, 아니면 견제해야 하나 고민한다. 스승의 가르침이 머릿속에서 일렁이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도 머릿속에서 일렁였다. 아주 잠깐, 빈센트조차도 실제로 초를 재보면 깜짝 놀랄 정도의 찰나. 빈센트는 강산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신속 능력치를 강화해서 확실히 빠르다. 하지만, 빈센트가 견제조차 못 할 정도로 빠른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벌써부터 데블 토큰을 쓰긴 좀 아깝고..."
빈센트는 검지손가락으로 강산 쪽을 가르키고,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빵."
클랩
그리고, 강산이 뛰어 올라가는 방향에 있는 바위들 중 몇개가 펑펑 터지며, 수백개의 (어디까지나 일반인 기준) 치명적인 파편이 비산했다. 물론, 빈센트는 알고 있었다. 일반인 기준으로나 치명적이란 것을.
폭발음 사이로 강산의 고함소리가 섞인다. 소리만 들어서는 다소 당황한 듯 보이지만 강산은 침착하게 보호막으로 파편을 막아내며 그 자리에 선다. 전부 막지는 못했는지 파편들 몇 개가 바짓자락 끝에 빗금을 긋고 지나갔지만 말이다. 손 모양은 총을 쏘는 듯 했지만 지정한 좌표에 투사체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격하는 마도인 듯 했다.
"형님 상대로 어정쩡하게 거리를 벌리는 건 의미 없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강산도 빈센트를 향해 마도를 시전한다. 거친 폭포수 같은 물 속성 마도가 빈센트를 향해 쏟아져내리려 한다.
...라고 말하는 순간, 빈센트의 머리 위로 물 속성 마도가 쏟아진다. 빈센트는 저걸 보고 생각한다. 저걸 어떻게 막아야 잘 막았다고 소문이 날까? 시간은 충분...하진 않지만, 일단 분석해보기로 한다. 거친 폭포수 같은 물 속성 마도, 거칠다, 제대로 맞는다면 몸이 찢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칠다는 성질은 필연적으로 '투박함'이라는 단점을 끌고 갈수밖에 없었고, 그 에너지도 일점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불안정하게 마구 흩어지고 있었다. 빈센트는 그걸 보고, 방어막을 만드는 대신, 재래식 폭탄이라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동원해야 가능할 폭압을...
"밀어낸다. 그리고 휘날린다."
중첩 캐스팅
펑!!!!!
빈센트의 마도에, 강산이 만들어낸 물은 사방으로 비산하고, 빛이 그것을 맞아 산란하며 무지개를 띄우고 물방울들도 마구 반짝였다. 나이아가라 폭포, 이과수 폭포에서나 볼 법한 뿌연 물안개가 강산의 쪽으로 몰아치고... 빈센트는 옷과 피부가 엉망진창이 되는 대가에, 땅에 구르는 대가를 덤으로 얹어 (강산이 아까 서 있던 곳 기준) 강산보다 더 위에 올라온 것이다.
예비신입분 스탯은 레벨 업으로는 증가하지 않으며 재분배가 불가합니다! 또 스탯포인트의 획득 또한 쉽지 않으니 그점 참고해주세요! +이 세계관에서는 다른 판타지물의 법사캐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마도사'라고 하고 '마법사'는 설정상 다른 존재입니다(마도사보다 훨씬 희귀합니다. 히든 클래스 같은 거에요!). '마법사'는 단 한 가지 속성만을 다룰 수 있으니 그 점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