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우물우물. 입 안에서 초콜릿이 녹고 설탕이 혀의 돌기 사이로 퍼졌다. 달고 짠 것은 요이카의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단맛의 효용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다. 단맛은 나비를 부르고 벌을 부르며 새들을 부른다⋯. 물론 개미와 진딧물도 함께. 그러니 꽃과 나무는 모두 달콤함을 적당히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 꽃가루를 날려서 수분하는 은행나무에게는, 그리고 더 이상 꽃을 피울 일 없는 요이카에게는 별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문득 요이카는 코코로오카시마츠리에서, 어리둥절해하는 화과자 장인에게 레시피를 하나하나 읊어 주며 월병 여러 개를 구웠던 기억이 났다. 만사에 서툴지만 요리와 붓 솜씨는 그럭저럭 봐줄 만했으므로, 같은 요령으로 과자를 예쁘게 구워 내는 것도 가능했다. 완성품은 모두 남궁을 비롯한 같은 반의 친구들이나 원예부, 다른 반의 면식 있는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파란 포장지로 감싼 것은 그 가운데 일부였지만. 그런데, 과연 그 달콤함은 무엇을 불러올 수 있을까? 나비도 벌도 새도 개미도 진딧물도 찾아오지 않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다. 달콤함이 조금 모자랐을지도 모르니까⋯. 그저 요이카의 미각이 마비된 탓일 수도 있지만. 그에 비해 입 안에서 구르는 초콜릿은 호박벌이 꼬일 만큼 달다.
“키쥬냐히메⋯.” 입 안이 끈적해지는 감촉을 잊으려고, 요이카는 초콜릿을 서둘러 꿀꺽 삼켰다. “키즈나히메. 평생 가미즈나 시민으로 살려는 이유도 그거겠구나. 키즈나히메가⋯ 당신을 이 땅, 그리고 이 땅의 사람들과 강하게 묶어 두고 있을 테니.”
낙엽을 가로로 젖히며 밀고 온 길자락이 맑게 청소되어 한결 보기가 나아졌다. 무엇보다 이파리들이 흙이 있는 화단으로 되돌아갔다는 게 요이카에게는 가장 흡족했다. 싸리비 사이에 낀 잎 하나까지 손으로 떼어 땅으로 돌려보내고 나서야 요이카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가을 바람이 소슬하게 불고 있었다. 후드를 벗어서 바람에 머리카락을 조금 날렸다.
“무언가에 단단히 묶여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부평초처럼 떠도는 삶을 오래 살면 알게 되거든. 요이카는 이 말을 삼켰다. “그러니까⋯. 그래. 많이 이야기해 줘. 인연과 키즈나히메에 관한 것. 이래봬도 나도 그런 걸 동경⋯ 아니, 동경은 아닌가. 「궁금해」하는 타입이거든.”
초콜릿을 먹는 그 모습을 치아키는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역시 이렇게 무엇이라도 나누고,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그렇게 해야 정이 쌓이는 법 아니겠는가. 그리고 자신은 그런 행위 자체가 좋았다. 인연이 조금 더 두꺼워질수도 있는, 그리고 더욱 친해질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좋았다. 자신이 만약 신으로 태어났다면 필시 자신도 인연의 신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리없이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와중에 '키쥬냐히메'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귀엽다는 듯이 눈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이렇게 갑자기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고?! 저 후배 양. 반칙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나 그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은 없었다.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아무튼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겠네. 물론 키즈나히메님이 나를 이 땅에 강하게 묶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가미즈나 시민으로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그냥 자신은 이 마을이 좋았다. 자신의 할머니가 지키고 있으며, 자신의 할머니가 모셔지고 있는 이 마을이 좋았다. 신과 인간이 연을 맺는다고 전해지는, 그리고 그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이 태어난 이곳이 좋았다. 허나 이 사실을 입에 담으면 신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말해야만 하니 그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입을 꾹 다물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나 자신에 대한 것도 궁금해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후배 양에 대한 것도 들려주고 말이야. 그쪽이 좀 더 인연 쌓기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 물론 키즈나히메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아는 선에선 이것저것 얘기해줄게. 이를테면... 키즈나히메님은 연애물을 정말로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라던가?"
물론 믿거나 말거나야. 그냥 그럴 것 같잖아.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다시 빗자루질에 천천히 집중했다.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손을 멈출 순 없었다. 어쨌건 자신도, 그리고 이 후배 양도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야할테니까.
아마 그 이후로도 치아키는 이런저런 말을 계속 걸어왔을 것이다. 그다지 의미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이어질법한 이야기를.
이 얏 호 휴 일 이 다! (・ัᗜ・ั)و 물론 내일 하루는 온종일 못 들어올 것 같지만요 대낮이지만 여유롭게 일상 구해 봐요!
키구치 요이카: 069 약한 신체부위나 기관이 있다면? “온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나 자체가 약한 편이니까. 달리 말하자면 강한 부위가 딱히 없지. 애초에 은행나무는 목질이 무른 편이고⋯. 건조한 날에는 목에 난 참수흔이 간혹 아프긴 하지만, 목이 잘렸다면 누군들 안 아프겠어? 약점⋯? 딱히 그런 건 없어⋯.” ⋯모두에겐 꽁꽁 숨기고 있지만 사실 요이카는 옆구리에 간지럼을 엄청 탄대요. 읍읍!
302 보고싶어하지않는 단어가 있다면 「풍림화산」.
031 생일파티를 좋아하나요? 전에도 말했듯 요이카에게 생일은 큰 의미가 없고 동지를 비롯한 24절기를 더 중요하게 여겨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날이라면 얼마든지 기꺼이 축하해 주려고 한답니다! 왜 요즘 들어 유독 빵에다가 촛불을 꽂아 놓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