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말고도 도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이 누가 있나 생각해보았는데, 캐릭터이기는 해도 한껏 모아둔 도토리를 하나씩 톡톡 흘리고 다니던 토토로가 생각났어요. 토토로도 신이랑 비슷한 존재 같으니까요, 다람쥐보다는 토토로한테 물어보는게 더 빠를지도 모릅니다. 다람쥐가 하는 말을 배우는 것보다 신에게 소원을 비는게 빠를 것 같으니까요.
‘작게 그려주세요...’
눈을 꼭 감고 있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제게 페이스페인팅을 그려주는 학생이 신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들릴 일 없는 소원이지만 계속 생각했습니다. 혹은 별로 안 부끄럽다고 자기암시를 하기도 했고, 얼마나 더 그려야 끝나는 건지 의문을 갖기도 했고, 물감이 차갑다는 생각도 한 것 같습니다. 얼굴에 열이 올라서 물감이 차갑게 느껴진 것만 아니라면 좋겠어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금방 페이스페인팅이 끝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얼굴에 그리는 건 도화지에 그리는 것보다야는 훨씬 작으니까 생각한 만큼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모양이에요. 완성 되었다거나, 예쁘게 잘 그렸다는 말에는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 숙여서 인사했어요. 직접 확인하고 잘 그렸다는 칭찬을 하기에는, 직접 확인을 하는게 부끄러우니까 무리입니다.........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건 어릴 때나 했던 것 같은걸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열심히 그려준 이에게 실례이니까 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가리지 못해요. 만졌다가 번지기라도 할까봐 손을 올리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선배님이 페이스페인팅에 만족스러운 반응이라 마음의 준비를 한 보람이 있어요. 도토리 그림도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고, 이름 장난 센스도 뿌듯해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가 재미없었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으니까요. 그러다 선배님의 갑작스런 물음에 멈칫거립니다. 부끄러워하는 티는 안 낸 것 같은데, 눈치채신걸까요?
“......부끄럽다고 한 적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부끄러워하는 티가 났다고 생각하면, 그게 또 부끄러움의 이유가 되고 맙니다. 일단은 부정해보지만, 고개를 들 수가 없어요............ 귀가 뜨거운 것 같아요. 얼굴마저 뜨거워지면 안 됩니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에 치아키는 일부러 뻔뻔하게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손을 올려 자신의 뺨에 그려져있을 도토리 그림을 살며시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보다가 혹시나 물감이 덜 말라서 번지지 않을까 싶어 치아키는 다급하게 손을 아래로 내리고 방금 그림과 맞닿은 검지 손가락을 바라봤다. 다행히 물감이 묻어나오진 않았으니 번지진 않았으리라. 그는 그렇게 추측할 수 있었다.
한편 부끄럽다고 한 적 없다고 제 물음을 부정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치아키는 쿡쿡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애써 웃음을 참으려는 목소리. 허나 그럼에도 흘러나오는 작은 웃음소리. 결국 치아키는 어떻게든 웃음을 잠재우면서 하네를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아까전에 크기를 조절하려고 한 것도 그렇고, 지금 이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부끄러워하는 것이 느껴지는걸. 생각해보면 후배 양은 말이지. 뭔가 아니라고 우기지만 그래도 사실은 그런 것 같은 모습을 은근히 보였단 말이야. 그리고 묘하게 부정하는 듯 하면서도 그런 거 아니라고 한 것도 그렇고."
지금껏 그녀와 만나면서 봤던 모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치아키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오른손을 턱에 괴면서 으음. 소리를 내던 그는 이내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면서 두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아무렴 어때. 후배 양이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오케이인거 아니겠어? 자. 자. 또 다른데로 가봅시다. 아. 그러고 보니 후배 양은 타로카드라던가 관심 있니? 관심 있으면 근처에 있는데 한 번 보러 가볼래? 연애운이라던가, 성적운이라던가, 장래의 꿈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다 볼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뭐, 나는 굳이 말하면 믿진 않지만... 그래도 재미로 볼만하잖아?"
이어 치아키는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다가 기어이 마지막에 한마디를 살며시 덧붙였다.
"혹은 혹시 알아? 너나 나나... 정말로 하늘이 미래를 점지해줄지."
그녀는 물론이고 자신 역시 신과 인간에게서 태어난 이였다. 어쨌건 신의 핏줄을 절반이라고 해도 타고난 이였으니 정말로 신이 미래를 점지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서 그는 장난스럽게 제안했다. 물론 내키지 않는다면 갈 생각이 없었다.
바람도 한 점 일지 않았는데 손가락에 매달린 펜이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상냥하고 알기 쉬운 신탁을 내려 주기 위한 움직임은 아니었을 것이다⋯. 펜은 손 아래서 미친 듯이 날뛰며, 오십음도의 가타가나 글자를 하나하나씩 가리키기 시작했다. 오, 로, 카⋯. 키구치 요이카는 검은 점이 찍히는 글자를 순서대로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그리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문장을 입으로 천천히 암송했다.
“어, 리, 석, 은, 것⋯.”
요이카는 잠깐 당황해서 침을 삼키더니, 메시지가 저절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티 나게 손뼉을 흔들었다. 펜촉이 이리 튀고 저리 튀며 부자연스럽게 종이를 짚었다.
「어 리 석 은 것 감 히 카 모 아 시 야 마 의 신 목 에 게 그 따 위 질 문 을 신 벌 이 두 렵 지 않 으 냐」
“⋯와아, 정말 신기하다.” 요이카는 최대한 국어책 읽기로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분노에 찬 펜은 오십음도가 쓰인 탄자쿠를 쾅쾅 내려찍듯 거칠게 약동했다.
「미 천 한 인 간 아 대 죄 의 운 명 을 면 하 고 싶 다 면 스 스 로 한 맹 약 을 지 킬 지 어 다 또 한 그 메 뉴 는 햄 버 그 스 테 이 크 로 정 해 져 있 다 왜 냐 하 면 지 금 신 목 이 그 것 을 먹 고 싶 어 하 기 에」
“⋯조용!” 보다 못한 요이카가 그대로 실을 잡아뜯어 버렸다. 실은 오래된 것처럼 삭아 있어서, 힘을 주지 않고도 쉽게 뜯겨나갔다. 펜이 책상 위에 나동그라졌다. “코다⋯. 아니⋯. 귀신이 좀⋯. 성질이 나쁜 귀신이 걸린 모양이네⋯. 이건 자주 안 하는 게 좋겠어. 그리고, 당신?”
요이카는 잡동사니가 널부러진 책상 위를 쳐다보다가, 비어 있는 탄자쿠 하나를 집어들고 무언가 복잡한 도상(圖像)을 그리더니 차곡차곡 접었다. 그리고 자기 머리카락 한 가닥을 뽑아서 그것을 봉하고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밀었다.
“햄버그 스테이크래. 그리고⋯. 오늘 밤엔 이걸 베개 밑에 넣고 자.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열어 보지 말고, 지체 없이 물에 녹여 버려. 무엇보다, 방금 여기서 보고 들은 건 모두 잊고.” 그러고는 잠깐을 고민하다가 애써 덧붙였다. “⋯이런 설정의 가게로 갈 거니까, 알겠지? 꼭 시킨 대로 해야 해.”
키구치 요이카: 010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situplay>1596751110>307에 나와 있어요.
029 단 것을 잘 먹나요? 못 먹는 건 아닌데 딱히 환장하는 것도 아니에요!
128 캐릭터의 집 냉장고에 대해 묘사해주세요 가미즈미로 갔던 수학여행에서 떠 온 성스러운 물 1통, 그 외에도 생수가 몇 통 있습니다. 가스레인지를 쓰지 않고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완제품류가 주된 구성이고, 그 외에는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휑하네요.
코코로오카시 마츠리. 분명 이것은 가미즈나의 전통 마츠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마츠리는 다른 마츠리처럼 축제 분위기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굳이 말하자면 축제가 아니라 전통행사에 가까웠다.
이 시기가 되면 가미즈나의 마을 광장에 화과자를 만들 수 있는 부스가 세워진다. 부스 안에는 화과자 장인이 있었고 그 장인이 직접 만들고자 하는 화과자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줬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화과자를 열심히 만들었고 맛 또한 확실하게 장인이 책임지고 좋게 만들수 있도록 지원해줬기 때문에 정말로 손재주가 없는 이가 아닌한, 다들 아무리 못해도 먹을 수 있는 화과자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만들지 못한다면 그만큼 장인이 직접 심화지도를 해주기도 하고.
이렇게 만든 화과자를 파란색 포장지, 혹은 분홍색 포장지로 싼 후에 다른 누군가에게 익명으로, 혹은 당당하게 선물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마츠리의 포인트이다. 파란색 포장지의 경우는 우정을, 그리고 분홍색 포장지의 경우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마치 서양의 발렌타인데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 바로 이 마츠리의 핵심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화과자를 만들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우정 혹은 사랑. 자신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고소한 향을 풍기며 사람들은 일제히 미소지었다.
/이건 웹박수 이벤트에요! 말 그대로 그냥 파란색 포장지와 분홍색 포장지 중 어느 것으로 포장했는지의 여부와 그 안에 들어있는 화과자를 누구에게 보냈는지를 익명으로, 혹은 기명으로 보내주면 제가 매일매일 0시에 보내줄 예정이에요! 다만 파란색 포장지는 총 3개까지만. 그리고 분홍색 포장지는 오직 1개만! 이라는 것을 참고해주세요! 파란색은 우정이나 그런 쪽이지만 분홍색은 애정. 즉 사랑의 마음이 담긴 거예요! 이것도 꼭 참고해주세요! 가족 사랑 그런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 관캐님에게 보낸다는 뭐 그런! 메시지를 첨부하는 것도 상관없어요. 다만 반드시 캐입으로 보내야한다는 점. 꼭 참고해주세요.
이 이벤트는 익명으로 해도 되고 기명으로 해도 괜찮아요. 꼭 한번에 다 보내야할 필요는 없고 그냥 오늘은 파란색 포장지. 내일은 분홍색 포장지. 이렇게 따로따로 다른 날에 보내도 된답니다.
보내는 수에 대해선 일단 여러분들의 양심에 맡기도록 할게요! 그리고 혹여나 비방적인 메시지나 이런 것은 배달되지 않으니 참고해주세요!
이벤트는 4월 10일부터 4월 16일 저녁 9시까지에요! 16일에 보낸 것은 17일 0시에 보낼 예정이랍니다!
웃음 소리에 배로 민망해졌습니다...... 민망한 만큼 작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물어보았어요. 작은 목소리에 또 민망해지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부끄럽다고 한 적 없다고 말했는데 저렇게 웃으면 제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선배님은 나름대로 웃음을 참으려 하는 것 같아서 차라리 대놓고 웃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그랬다면, 더 부끄럽기는 하더라도 대놓고 웃는게 얄밉단 생각이 같이 들어서 무슨 말이라도 했을지 모릅니다. 반대로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고요. 얼굴이 뜨거워서 숨고 싶은 기분만 들어요...... 시선이 느껴져서 선배님 쪽을 바라보지도 못합니다. 복도만 쳐다보고 있다가 기어코 손을 올렸어요. 두 손으로 입가를 꼭 가립니다. 얼굴을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림 때문에 참았다고요. 얼굴이 너무 뜨거운 것 같아서 그림이 녹을 것 같았단 말이에요! 눈을 힘껏 깜빡거리다가 선배님을 힐끗 쳐다봤습니다.
“아닐 거라고 해줄거면 처음부터 말하지 말았어야죠.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부끄럽다고 핀잔주듯 말헤 되었지만, 아니라고 해줘서 고맙기만 합니다.......... 정말 약 올리고 싶었더라면 부끄러워하는게 맞는 것 같다며 짓궂은 장난을 친다거나 놀릴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그러니까 이 정도로 끝나서 천만다행인지도 모릅니다.
“...가족들은 좋아합니다.”
유희의 신들이니까요, 재밌다고 생각되거나 호기심이 이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해보려고 하고 즐겨버리는 걸요. 별 생각은 없지만, 그런 거겠죠. 다들 ‘재미’ 로 한 번 해보고 그런 것 같습니다. 선배님이 재밌다고 생각한다면야, 타로카드는 페이스페인팅보다도 낫고, 메이드복보다는 훨씬 더 나으니 굳이 거절한다거나 할 이유는 없어요.
“장난꾸러기라면 일부러 다르게 점지해줄 지도 모르죠.”
근처에 있다고 말했으니, 주변을 살펴서 어느쪽에 있는지 찾아봅니다. 그리고 어떤 걸 보면 좋을지도 고민해요. 오늘의 운세 같은 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바로 옆에서 핀잔을 주는 하네의 목소리에 치아키는 소리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 후배는 왜 이렇게 귀엽지? 뭔가 툴툴거리는 것이 살짝 반항기때를 보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지만 당연히 그 마음은 입밖으로 나오는 일 없이 그는 조용히 꿀꺽 삼켰다. 분명히 그것을 입에 담으면 괜히 더 툴툴거릴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대충 이 후배가 어떤 느낌인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후배 양. 혹시 주변에서 사춘기 왔다는 소리 많이 듣지 않아?"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는 하네의 반응을 살며시 살폈다. 물론 자신이 짐작하는 것이 맞건 틀리건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중요한 것은 굉장히 귀여운 광경을 봤다고 생각하며 그는 웃음을 작게 내면서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 와중에 가족들이 좋아한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하네를 바라보면서 다시 되물었다.
"그럼 후배 양은? 난 후배 양에게 관심이 있지. 후배 양의 가족은.. 솔직히 그다지 관심은 없어서. 후배 양이 우리 가족에게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 물론 나도 포함이겠지만?"
쿡쿡 소리를 내어 웃다가 치아키는 이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조금 더 앞으로 걸었다. 그러던 와중 저 편에 따로 천막처럼 펼쳐져있는 공간을 바라보며 그는 그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전에 시찰을 나왔을 때 확실하게 확인을 했었기에 헤깔릴 일은 그에겐 없었다. 이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도 대놓고 안 좋게 말하진 않을 것 같은걸? 일단 결과가 나오면 알게 되겠지. 좋아. 그러면 이번엔 내가 먼저 볼까. 나는 뭘 볼까. 음. 내년의 운세나 한 번 볼까.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후배 양은 어떤 것으로 볼거야?"
다양하게 볼 수 있대. 여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편하게 정하라는 듯이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을 하며 그는 천막 안으로 들어섰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으로 그녀도 들어섰다면 마치 소설이나 만화에 나올법한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는 여학생이 타로 카드를 섞고 있는 모습을 덩달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1.미카 -> 사야카 https://i.postimg.cc/BQ5dmzzM/12-piece-wagashi.jpg 네리키리, 만쥬, 양갱 등 종합 화과자. 다만 손재주가 없어서인지 만듦새가 죄다 엉성하다. 그래도 먹을만하다는 게 다행. [코코로오카시 마츠리라는 게 열렸대서 키리나즈메 씨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잘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
파란색
1.미카 -> 하네 https://i.postimg.cc/pdP9pq1p/original.jpg 과일 모양 네리키리. 마찬가지로 상당히 조악한 형태지만, 그나마 장인의 도움 덕에 맛은 있어보인다. [타카나시 씨한테 주는 선물 잘 만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받아주면 좋겠어 친구 해줘서 늘 고마워]
2. ??? -> 하네 https://postimg.cc/Xp0WZprs 베코모찌 여섯 개
이런 것에는 손재주가 없어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노력하니 결과물이 좋아 다행일까요. 고향에서 자주 먹었던 화과자랍니다. 흑설탕이 들어가지만, 많이 넣지 않았으니 심하게 달지는 않을 거예요. 모쪼록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네요. - 우산 선배가, 후배님에게.
놀리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바로 잡아떼듯이 부정해버리고 말았어요. 부끄러워하고 있단 걸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물어본 것도, 사춘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짓궂기만 합니다. 메이드복 이야기도 그렇고요, 이렇게 세어보니까 오늘 학생회장님의 장난에 엄청 많이 당한 것 같아요. 일부러라도 주변에서 사춘기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안 세어볼 겁니다. 얄밉잖아요! 또 입술을 삐죽거릴 것만 같아서 이번에는 입술을 꼭 물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클로버랑 초록색, 연두색 말고는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떠올려봐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걸 떠올린다면, 싫어하는 것도 잘 떠오르지 않아요. 싫다는 말은 곧잘 해버리고는 하지만, 사실 싫다기보다는 부끄러워서 하는 말들인걸요. 좋다는 말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보도 타로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결론을 내기는 어려워서 모르겠다고 답해버립니다.
“친구라면서요. 없다고 한 적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하자고 해줬는데,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관심이 없다고 할 리가 없잖아요! 궁금한 것도 몇개 있는 걸요. 선배님한테 보답할 만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정보는 많을수록 좋아요. 선배님이 좋아한다는 건 아직 녹차 밖에 잘 모르겠습니다. 사탕을 자주 먹는 것 같아서 단 것도 좋아할 지 모른다고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요.
“전 그냥, 오늘의 운세요.”
선배님이 가리킨 손 방향을 잘 쫓아가면, 천막이 하나 있었습니다. 천만 안으로 들어서면 제대로 분위기에 맞춘 학생도 볼 수 있어서, 축제를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사람들 눈에 띄는 건 여전히 피하고 싶지만요. 선배님이 내년의 운세를 먼저 본다고 하니 기다리기로 합니다. 재미로 본다고는 하지만, 괜히 타로 운세가 신경쓰일 것만 같아서 전 오늘의 운세를 보기로 결정해요. 좋은게 나와도, 나쁜게 나와도 오늘은 금방 지나갑니다. 밤 12시가 되면 끝나니까, 타로 운세에 괜히 신경쓸 일은 없을 거예요.
답레랑 갱신하고 갈게. 다들 좋은 월요일 보내길 바라. ☺️ 어제도 오늘도 병원을 가서 시간이 안 나네..... 🥹 다들 몸 관리 잘 하고, 밥도 잘 챙겨먹으면서 화요일 보내자. 🤗
>>129 그리고 이번 이벤트도 너무 귀엽다. 🥰 받은 화과자들을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천년만년 보존하고 싶어. 🥲 반응을 같이 일상을 돌리게 된다면 일상 속에서 풀든 짧은 독백으로 써오든 하고 싶은데 시간과 체력이 허락해주길 간절히 빌어야겠어........ 🥹
싫어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억지로 참고서 같이 간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니 치아키는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역시 이렇게 같이 놀 때에는 둘 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순 없더라도, 둘 중 하나라도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해봐야 즐거운 기억은 남지 않는 법이었다. 자신이 올 한 해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즐거웠던 학창생활이라는 주제에 어긋나기도 했고.
그 와중에 친구라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치아키는 두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하네를 바라봤다. 이전에 잠깐 이야기를 꺼낸 것.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대로는 페어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ㅡ물론 그 이전에 딱히 부탁을 받았다고 특별히 뭔가를 해주거나 한 것은 없지만ㅡ 자신의 비밀을 밝히고 비슷한 입장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 했었던 그 이야기가 여기서 다시 거론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정말 이 후배는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하며 치아키는 장난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후배 양도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라는 말은 NG."
그렇게 회피하려는 것을 막으려고 하면서 치아키는 키득키득 웃었다. 아무튼 오늘의 운세를 보겠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선 치아키는 자신이 먼저 타로카드 점을 보기로 했다. 눈앞의 학생이 늘어놓은 카드 중에서 한 장을 뽑으라고 지시했고 치아키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한 장을 골랐다. 그 타로카드는 'The Empress'. 즉. 여황제였다.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니 내년에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정말로 순탄히 진행되고 지원과 보호 또한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치아키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머리를 긁적였다.
"지원과 보호라. ...가능하면 가족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다음은 후배 양 차례!"
이어 치아키는 어서 보라는 듯이 자리를 비켜줬다. 이내 여학생은 다시 카드를 늘어놓은 후에 카드를 한 장 뽑으라고 지시했다. 카드는 적절하게 섞인채 22장이 놓여있었다. 그 중 하나를 뽑으면 되는 모양이었다.
/답레와 함께 갱신이에요! 타로카드는 제 핸드폰에 있는 앱으로 대충 가볍게 봤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앱으로 하고 싶다면 .dice 1 22. = 13 를 굴리시거나 혹은 몇 번째 카드를 뽑을지 써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갑자기 가만히 저를 바라보기만 해서 제가 말실수라도 한 줄 알았어요. 친구라고 했던 말은 그때 제가 제대로 대답하지 않아서 무효가 됐던 걸까요? 그럼 저 혼자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거니까, 선배님이 당황해서, 말도 못할 만큼 벙쪄서, 그탓에 아무말도 못하고 놀란 채 바라보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후배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고요. 어떡하면 좋을지 고민을 재촉하다보면 선배님 목소리가 들려요.
“...유치하고 치사해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비슷한 말을 했었어요. 아니, 단어만 조금 다르지 똑같은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라고 했었으니까요! 제가 했던 말을 따라한게 분명해요. 또 그런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서 그런 것 같지만요, 그 말을 기억한다는 건, 그리고 ‘후배 양도’ 라고 말했으니까 선배님도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단 뜻이 됩니다. 말은 유치하다거나 치사하다거나 말해버렸지만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친구를 사귀는 건 어려운 일이기만한데, 올해 친구가 둘이나 생겨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웃는다거나 하지는 않도록 입꼬리에 힘을 줍니다. 웃어버리면 이 선배님은 또 장난을 칠지도 모르니까요. 얌전히 고개만 끄덕거렸습니다.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리내서 말할 수는 없어요!
“선배님네도 그래요?”
가족들이 아껴주는 건 알지만, 제게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보다 즐거운 일들만 하면 좋겠는걸요. 가능하면 가족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말하니, 선배님도 인간이니까 가족인 신님들이 선배님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건가 싶어졌어요. 우선은 제 차례이니까 질문은 이 정도로 하고서 저도 카드 한 장을 고릅니다. 태양(The Sun) 카드였어요. 오늘 하루는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고,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것을 바라지 말라고도 해서 오늘의 운세로 잘 맞는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우연히 선배님과 만나서 축제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선배님이랑 제 타로카드가 반대로 나왔다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선배님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게 될테니까요.
“바뀌어 나온 것 같습니다.”
타로를 봐준 사람이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까, 목소리를 낮춰서 선배님에게만 들리도록 몸을 기울여서 소근거립니다.
2.사야카 -> 미카 마치 흑백이 얼룩덜룩해서 뭘 표현하려는지 알 수 없는 화과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종합 화과자 세트로 수렴해 결과적으로 제일 공들인 것 같은 심해어류를 조각?해 각 구마다 하나씩 올려놓은 16구짜리 세트로 끝난다. 의외로 맛에 신경을 쓴 건지 다양한 맛과 다양한 종류로 만들려 한 흔적이 보인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양이 이렇게 많아진 것 같은데 그래도 다들 맛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함.. 조..좋아하고 있어서... 그런(만든것들을 다 주고 싶다거나) 걸지도..(글씨가 묘하게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파란색
1.S -> 하네 모양내 만든 여러가지의 화과자 세트. 앙금 안에 여러 리플잼을 넣어 맛을 다양하게 하려 노력한 것 같다. 3×4로 놓인 화과자가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라는 큰 하나의 그림을 만들고 있다.
[노력한 것이라 생각하는.]
2.쥰 -> 토아 https://postimg.cc/yDsSk5JT 토끼 모양으로 구워진 화과자.
[토끼신님을 모시는 후배에게 주는 선물. 축제에서 즐겁게 놀았어. 토끼 신을 모신다 해서 토끼 모양으로 만들었어. 입맛에 맞으면 좋겠네. 맞다, 내 이름 쿠로사와 쥰이야.]
그 말을 하면서 살짝 쓴 표정을 지으면서 치아키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의 집이 키즈나히메의 신사라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아마 하네도 어렴풋이 짐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치아키는 굳이 더 자세하게 말을 하진 않았다. 바로 눈앞에 있는 타로카드를 보는 이가 신인지도 알 수 없고, 만약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면 신에 대한 것을 더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 정도로 말을 흐리면서 그는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을 마무리지었다.
한편 바뀌어 나온 것 같다는 그 말에 치아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여황제를 이 후배가 가지고 자신이 저 태양 카드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녀에게 살며시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아니. 그대로 잘 나온 거 아니야?"
다른 의미가 있는가 싶어서 다시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 후, 치아키는 일단 지갑을 꺼낸 후에 타로카드 점을 본 비용을 지불했다. 이어 지갑을 다시 집어넣은 후, 그는 천막 밖으로 나섰다. 여전히 시끌벅적한 복도는 아직 활기가 가득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엄청나게 사람이 붐비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런 풍경을 학생회장으로서 보니까 굉장히 뿌듯한걸? 하하하. 가능하면 십년이 지나도 이런 학생회장이 있었습니다! 라고 기억되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건 무리려나. 나조차도 십년 전에 무슨 학생회장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니 말이야. 하지만 욕심을 부리고 싶어지네. 이렇게 즐거워하는 사람이 많으면 말이야."
이어 그는 살며시 머리를 정리한 후에 하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천막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몸을 치우면서 그녀에게 질문하듯 아주 가볍게 말을 던졌다.
"후배 양은 얼마나 나를 기억해주려나? 나는 내년이 되면 졸업하게 될테고, 딱히 가미즈나 마을을 떠나진 않겠지만... 토모시비 마츠리가 아니면 따로 볼 일도 많이 없어질 것 같은데. 후배 양이 굳이 신사 쪽으로 찾아오진 않을 것 같으니 말이야."
이럴땐 참 시간이 야속하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괜히 제 머리를 정리하고서는 손을 아래로 내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선배님의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전 살짝 웃어버렸어요. 오랜 기간동안 알고 지냈고, 아무리 친하더라도 ‘사실 우리 가족들은 신인데 난 인간이라서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적도 있었다’ 라고 말하기 쉬울 리가 없으니까요. 비슷한 상황 속에 있는게 아니라면 말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신이라는 존재는 비밀이니까요. 선배님이 말했던대로 비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그런 친구가 된 것 같아서 괜히 웃음이 나고 말았습니다.
“...선배님 탓하기로 했으니까 상관없기는 해요.”
제 운세를 선배님이 갖게 되면, 선배님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된단 뜻이라서 그렇게 말했던 거라고,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리가요! 아까 전에 했던 말로 한 번 더 얼버무리기나 합니다. 축제가 재미없어서 후회하게 되면 제 탓 아니라고, 선배님 탓이라고 하기로 했는걸요. 선배님은 후회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얼버무린 후에는 선배님을 따라서 값을 치뤘어요. 타로카드를 봐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살짝 고개 숙여서 인사한 후에 천막 밖으로 나옵니다.
“내년까지는 기억됩니다.”
전 아직 2학년이니까요, 3학년까지 학교를 다녀야합니다. 선배님은 졸업했겠지만 고작 1년이 지났다고 까먹지는 않는걸요. 심지어 친구라고 한다면 더더욱이요. 하지만 역시 10년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년까지만으로도 괜찮을까 싶지만 선배님의 목표가 10년이라면 1년은 너무 짧을 지도 몰라요......
“............친구라면서요.”
물론 제가 서툴러서 제대로 된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전 선배님을 친구라고 생각하니까요! 졸업한다고 잊어버리진 않습니다. 신사 이야기에는 잠시 입을 다물었어요. 신사에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지만, 다른 분들, 특히 저희 가족과 만났을 신님들을 만나는 건 절대로 피하고 싶은걸요. 민망하잖아요!
살짝 웃는 하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치아키 역시 별 말 없이 웃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웃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좋지 않은가. 웃는 모습에는 웃는 모습을. 즐거움 위에는 즐거움을. 자신이 올 한 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그는 그 미소를 길게 유지했다.
"내 탓으로 하겠다는 것과 타로카드가 반대로 나왔다는 것은 별 관계없지 않아? 하핫. 후배 양은 가끔 의미 모를 소리를 하는 것 같다니까."
이것만큼은 도저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하지만 뭔가 캐물어도 답을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굳이 더 묻거나 하진 않았다. 뭔가 좋은 의미 같기도 하고, 나쁜 의미 같기도 하고. 기왕이면 나쁜 의미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렇게 같이 있으면 나쁜 아이는 아닌 것이 분명했으니, 물론 조금 사춘기처럼 툴툴거리는 모습은 있었으나 그 정도야 자신들 또래에선 흔하게는 아니어도 은근히 많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며 치아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내년까지는 기억될 거라는 말과 함께 더불어 조금 긴 뜸을 들이다가 친구를 거론하는 하네의 모습에 치아키는 두 눈을 깜빡였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 이내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바로 이어 대답했다.
"응. 친구지. 비슷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친구. 적어도 아직까진 난 후배 양 이외에 나와 비슷한 비밀을 가진 이를 가진 이는 본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싶고. 간접적으로라도 말할 수 없잖아. 아무래도? 사실... 그런 것이 없더라도 나는 친하게 지내자고 이야기를 할 것 같았지만 말이야. 한 번 만나고 끝이라면 모를까. 여러 번 보기도 했고... 이것저것 이야기도 나눴고 말이지. 그 정도면 나는 친구라고 생각해. 딱히 조건이건 뭐건 관계없이 말이야."
결국 이것을 말하기 위해선 상대의 부모와 자신의 부모가 모두 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조건이 필요했다. 허나 그것이 어디 쉽겠는가. 신이란 존재는 비밀이고 함부로 거론하면 안되는 법이고 자신은 누가 신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이럴때는 자신의 누나처럼 누가 신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그 직감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면? 나라면 갈 수 있어. 뭔가 조금 무안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기에 친구가 있다고 한다면, 보고 싶은 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 무안한 감정을 모른 척, 눈 돌리고 갈 것 같거든. 하핫. 물론 후배 양은 아닐지도 모르지만..나는 갈 거야. 그런 무안함보다 보고 싶은 이를 보는 것이 좀 더 중요하거든. 뭐, 어쩌면 이것도.. 우리 가족의 영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일가가 모두 인연의 신과 관련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치아키는 그다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라면 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자신도 인연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 가느다란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기에. 허나 그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면서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튼... 조금 뜸은 있었지만, 친구니까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을 오래오래 해주겠다는 것으로 만족할게. 하핫. 뭔가 이 이상은 쭉 나 기억해줘..라고 조르는 것 같고 난 그런 구차한 것은 싫거든. 그래도 조금 궁금하니까 한 3년 정도 잘 안 보였다가 갑자기 찾아와서 후배 양...은 아니구나. 그땐 후배가 아니니까. 타카 양이라고 부를까. 아무튼 나 기억해? 라고 물어봐야겠어. 기억 못하면..섭섭할지도? 하핫. 막 이래. 아무튼 가자. 다른 곳에도."
오늘 하루는 제대로 놀아야지. 학생회장과 함께 노는 축제는 흔치 않는 법이거든.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는 앞장서듯이 천천히 걸었다.
/오늘내로는 끝을 내야하니 이걸로 막레를 해도 되고.. 한 번 정도 더 이어서 막레를 하고 싶다면 해도 괜찮아요!
남궁 린의 오늘 풀 해시는 못생겼다는_말을_들은_자캐는 엥 그게 무슨 소리야!!?!!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의 안목을 의심부터 해...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재수없긴 한데 자기 얼굴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미남이라고 생각하는 관계로 절대 믿지 않음(?) 뭐 상대방한테 자기만의 특별한 미모 취향이 있는 거라면 이해는 하지만(??)
자캐의_스탯을_체력_지력_사교성_미모_행운_재능_노력으로_각_항목마다_최대_10을_기준으로_작성해본다 어 이거 전에도 했던 거니까 그때 답변을 가져오겠습니다
체력 10!!!!!! 지력 ?(어렵다... 지성 자체가 모자란 건 아닌데 하는 짓이 바보 맞아서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모르겠음) 사교성 8 미모 9 행운 5(유동적) 재능 10 노력 0
자캐와_어울리는_풍경 여름이 어울리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극과 극으로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하나는 일본 여름 학원물하면 떠오르는 쾌청하고 푸른 하늘! 그리고 또 하나는 여름 공포물이 연상되는 우중충하고 스산한 한밤중의 숲이야 :3
1. 「배달음식이 배달원의 주소 착각으로 늦게 온다면?」 ->그러면 과감하게 다시 가지고 오라고 할 것 같네요. 일단 배달비는 지불했고 주소 착각을 한 것은 저쪽이니까 당연히 저쪽에게 책임이 있는 거고 가지고 오라고 할 권리가 있을테고 치아키는 그것을 확실하게 사용할 것 같아요. 물론 너무 식어서 맛이 없으면 배달에 대해서 조금 불평을 많이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2. 「주변인들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편인가?」 ->그다지 휩쓸리지 않아요. 일단 소문도 직접 자신이 봐야 믿기도 하고, 나쁜 평판이 있어도 자신이 직접 확인을 해야만 믿는 성향이거든요. 그래서 미카에 대한 안 좋은 평도 그다지 믿지 않고 직접 본 후에 꽤 귀여운 후배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3. 「미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신에게 기도를 해보는 것은 어때? 혹시 알아? 신이 조금은 도와줄지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신은 결정적으로 뭔가를 도와주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 무엇이 되었건 결국 주체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살아보는 것은 어때? 혹시 알아? 기특하다고 신이 정말로 축복을 내려줄지."
사람이나 신이나 나이가 들고 나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만은 꼭 같다. 물기 머금은 밤바람과 일렁이던 여름 등불의 풍경이 엊그제 일 같기만 한데, 문득 깨닫자 가을도 어느덧 중순을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그는 무탈히도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날들을 보내었다. 늘 그렇듯 교사들 뒷목 당기는 사고도 좀 치고, 수업은… 예외적으로 못 쨌다. 유급을 피하기 위해 지난 1학기 동안 마음껏 조져 둔 성적을 살리고자 급히 몰아서 벼락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고. 달리 말하면 줄곧 무던하고 나름대로는 성실한 생활만을 했기에 기억할 만한 건수 없이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는 뜻이다.
마지막 수업종이 울리고 이내 우르르 떠나가는 학생들의 왁자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그 안에 섞여 곧장 하굣길에 들려던 그는 불현듯 걸음을 멈추고 위로 통하는 계단을 올려다 보았다. 어찌저찌 공부해서 당장 눈앞에 있는 고비는 무사히 넘겼다. 하지만 그렇게 성실하기만 하려니 좀이 쑤시고 섭하단 생각이 든다. 한 마디로 하루치 활동량을 못 채워서 그냥 돌아가기엔 심심하다는 뜻이다! 모처럼 아는 척해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겠다, 하네네 교실에 쳐들어가고 싶어졌다. 그는 발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치자마자 빠르게 튀어 나왔으니 2학년 교실이 더 빨리 끝나지만 않았다면 아마 길이 엇갈리지는 않을 테다. 행여나 급하게 가다 얼굴을 못 보고 지나칠까 주변을 지나는 학생들을 찬찬히 살피고서야 A반의 문앞에 멈춰섰다. 여기까지 오며 웬일로 떠들썩하지 않고 차분하게 군다 했더니만, 그는 도착하자마자 문을 쾅 열어젖히며 벼락같이 들이닥쳤다. 우렁차게 외치는 목소리는 당연했다.
1.요이카 -> 린 월병 여덟 개가 든 상자. 十, 一, 豆, 欠, 住 같은 정체 모를 한자를 중심으로 복잡한 꽃잎 무늬가 그려진 것들은 호두가 들어간 밤[栗]소 또는 팥소이고, 그냥 네모난 것 세 개는 각기 다른 과일 소가 들어가 있다. 짓궂음 없는 신의 짓궂은 수수께끼인가? 「괜한 걱정을. 그건 그렇고, 기모노를 찾았어.」
2.요이카 -> 토아 월병 다섯 개가 든 상자. 일렬로 하나에는 계수나무, 셋은 무늬 없이 그저 동그랗고, 마지막 하나에는 옥토끼가 그려져 있다. 가운데 셋에는 달걀 노른자 커스터드가 들어 있어 부드럽다. 그러고 보니 이건 민무늬가 아닌 보름달이겠군. 「이나바, 의리 월병이야.」
3.요이카 -> 쥰 탕후루 꼬치 세 개. 포장지를 하나씩 벗겨 보면 꼬치 하나당 재료가 세 개씩 꽂혀 있는데, 그 재료는 산사나무 열매, 리치, 행인두부⋯? 이 계절에 어떻게 리치를 구했는지는 둘째치고, 어떻게 행인두부를 탕후루로 만든 거지? 「햄버그는 잘 먹었어. 물론 보답해 둬야겠지.」
4. ??? -> 카즈에 딱히 그림은 그려져 있지 않지만 팥이 한가득 들어있는 갈색 도라야키 10개 세트. 「학생회 임원으로서 수고가 많았어. 가볍게 먹으라고 주는 선물이야.」
1. 「단골식당의 메뉴가 맛이 확 없어졌을 때의 반응은?」 단골식당 맛이 없어진다니... 대 충 격 Σ(°ロ°) 그래도 밥 남기면 안 되니까 일단 다 먹는다! 그리고 다음에도 한두 번 정도 더 가 봐. 계속 맛이 없다면 그때는 단골식당을 잃는 걸로 하지. 그래도 맛이 돌아오거나 나아지는 경우도 가끔 있으니까 어쩌다 한 번은 다시 가보지 않을까?
2. 「안정과 도전.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쪽?」 도전!( •̀∀•́ )✧ 안정적으로 살면 재미없어서 시들어버린대~
3. 「가까운 사람의 부정적인 소문을 듣게 된다면?」 딱히 신경 안 써~ 그 소문의 사실여부보다는 본인의 호감이나 흥미가 더 중요하거든. 만약 그 사람이 정말 행실이나 성격이 나쁘다 해도 그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본인도 예전에는 평판이 좋지 않았어서...👀
>>324 음. 그래도 단골식당 정도가 되면 금방 맛이 바뀌거나 하진 않을테니까 곧 원래대로 맛이 돌아올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습도 있군요! 과연!! ㅋㅋㅋㅋㅋㅋ 아닛. 도깨비님. 도전정신이 엄청나!! (엄지척) 그리고 가까운 사람이라면 안 좋은 소문이 있어도 확실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로군요. 그렇다면 도깨비님의 호감이나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여름의 열기도 가시고, 선선한 바람에 셔츠와 조끼를 입어야 하는 가을이 찾아왔어요. 저녁 즈음에는 쌀쌀한 것도 같아서 가디건도 걸치고 다닙니다. 의자에 걸어뒀던 가디건을 잘 챙겨입고, 찬찬히 두고 가는 것은 없는지 가방도 잘 챙기고, 오늘 아르바이트가 급하게 잡히지 않았는지도 확인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가방을 어깨에 메려는 순간, 쾅 하는 소리가 납니다. 깜짝 놀라 몸을 흠칫거리니 가방이 똑바로 메어지지 않고 주륵 흘러내려요. 아니, 쾅 하는 소리 뿐만으로 놀라진 않았습니다. 하늘 같기는 누가 하늘 같단 거예요! 아직 학교에, 이 교실에 학생들이 몇 명이나 남아있는데 다 들었을 거라고요! 반년 넘게 같이 지낸 같은 반 학생 이름을 모를 리도 없고, 남아있는 같은 반 학생들이 저를 쳐다보는게 느껴집니다. 아저씨와 저를 번갈아 바라보기도 해요. 여름의 열기가 다 가신 줄 알았더니 전 다시 여름인 것 같습니다.
“장난치면 도망간다고 분명히 말했거든요?”
이목이 끌려서 부끄러워져 숨고 싶어도 그럴 순 없어요. 아저씨가 계속 가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 1초라도 빨리 아저씨와 학교에서 멀어지는게 정답일 것 같아요. 아저씨가 열어젖힌 문 쪽으로 서둘러 발을 옮겨서, 목소리를 낮춰서 꾸짖어요. 핀잔준 것 같지만, 모른 척 안 하겠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이게 최선입니다. 도망가지도 못 하고 숨지도 못 하는데 부끄럽기만 하다고요. 아저씨의 옷소매를 붙잡고 일단 복도 쪽으로 가려고 해요.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큰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확인을 위해 물어봐요.
지난번 아는 척해도 된다고 말한 뒤부터 이런 일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었다! 떠들썩하게 문 열어젖히자 1학년에게는 낯선 교실의 풍경이 그를 반겨 주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모여드는 시선 중 아는 얼굴이 있을까 제대로 살피려 하던 차, 무얼 하기도 전에 서둘러 다가온 하네를 보고 그는 문가에 기대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럴 줄 알고 도망갈 길 없는 장소로 찾아왔지!"
이내 하네가 복도로 나가려 하자 그는 갑자기 팔다리 쭉 뻗어서 문틀을 틀어막고 버텼다. "히히." 의기양양한, 아니 바보 같은 웃음소리도 빼먹지 않는다. 뭘 먹고 다니는지 힘만 세서는 억지로 치워내려 해도 꿈쩍도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장난보다는 더 중요한 용건이 있었기에 그도 얼마 안 가 자세를 풀고 복도로 따라 나왔다. 무슨 일이라면 있었다. 그것이 무어냐 하면 바로!
"그냥 심심해서?"
고개도 살며시 기울이며 그가 으레 하듯 그 눈빛 반짝반짝 빛내었다. 그게 '무슨 일'이라고 할 만한 것인가 싶어도, 이 양반한테 심심하다는 건 엄청나게 중요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봐라, 똘망똘망하게 쳐다보던 눈이 잠깐 생각하는 사이 푹 죽어버렸지 않나. "아니, 들어 봐. 나 요즘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까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아……." 이제까지처럼 괜히 핑계 대면서 불쌍한 척하려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진짜다……. 앉아서 책 읽는 짓은 어린 신이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적성에 안 맞는다. 답지 않게 진심으로 비실거리던 그는 돌연 두 손으로 하네의 손을 꼭 붙잡으려 하며 불쑥 얼굴을 들이대었다.
"그래서 그런데 지금 한가해? 그리고 하는 김에 볼 한 번만."
앞은 그렇다 쳐도 뻔뻔한 소리 뒤에 잘도 갖다 붙인다……. 당당하게 말하면 묻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라도 하는지 이상한 소리 한 적 없다는 양 모르쇠 중이다.
오늘도 그저 지루하기만 한 수업이 전부 끝났다 방과후 시간이 되어 미카는 곧바로 교문을 나섰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을 떠돌다 멈춰선 곳은 마을 광장에 차려진 코코로오카시 마츠리가 진행되는 부스였다 축제라기보단 기념 행사에 더 가까워서인지 이전 마츠리들보다는 덜 북적이고 있다 고작해야 몇 사람만이 지도를 받고 있는 정도 동시에 팥 냄새 따위의 것들도 은은히 새어나온다
그래서 여긴 무슨 용건인가 하면 사실 저는 이미 첫날에 들렀기에 이제 볼 일은 없는 곳이다 달리 화과자를 보낼 만한 사람도 더 없건만 근처를 괜히 맴돌게 된다 어쩌면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걸지도
꾸짖은 거였는데도 아저씨는 오히려 길을 가로막고 섰어요! 이래서야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나갈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교실에는 앞문과 뒷문이 있어서 문이 두개 있긴 하지만요...... 아저씨가 막고 선채로 버티려고 하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복도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무사히 나오고 나면 흘겨봅니다. ‘장난치면 도망갈 거라니까요.’ 말로 하지 않아도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한 번 더 장난치기만 하면 정말 도망가버리겠단 뜻으로 쳐다본 거였어요.
“.........그런 건 라인으로 보내도 됩니다.”
꼭 교실까지 와서 이렇게 소란스럽게 절 찾지 않아도 괜찮잖아요! 소란스럽게 찾지만 않는다면 교실로 찾아왔어도 이렇게 얼굴 붉힐 일은 없었을 겁니다. 바보냐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참고, 휴대폰은 장식이냐는 말이 나오려고 했지만 아저씨가 시들거려서 입을 꾹 물었어요. 소리내지 않았습니다. 한껏 장난칠 기세로 눈 반짝이다가 이렇게 순식간에 풀 죽어버리면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심지어 그게 공부 때문이라면, 아저씨는 원래 공부할 필요가 없었는걸요. 심지어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일본어로 공부하는 겁니다. 제 탓이라는 생각도 들어버려서 더욱 말할 수 없어졌습니다.
“웬일로 허락을 받아요?”
한가하고 말고요. 집으로 돌아가려던 중이니 당연히 한가합니다. 짧게 고개를 끄덕거려서 답하고는 불쑥 가까워진 아저씨를 쳐다봐요. ‘볼 한 번만’ 의 뜻이 설마 아저씨의 볼을 꼬집어달란 뜻은 아닐 겁니다. 제 볼을 이야기하는 걸텐데, 허락을 구하는게 의외라서 깜빡거리고 있다가 잠시 주변을 둘러봤어요. 남들이 볼 수도 있는 공간에서는 절대 싫은걸요. 아저씨야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조그만 시절부터 하던 장난에 불과하겠지만, 이제 저는 그런 장난을 칠 나이도 받을 나이도 아닙니다! 다 커서는, 남들 보이는데서 그런 장난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누군가를 꾸준히 놀려먹었다는 경력은 곧 마지막 경고 정도는 알아들을 눈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용케 감으로 눈치는 챘다. 그는 말 잘 듣는 개처럼 열렬하게 하네에게 시선을 꽂아대다 흘겨보는 눈길이 닿자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 직접 얼굴 보고 말하는 게 더 좋더라. 영감님이라서 그런가 봐."
정말로 그런 편이기도 하고, 어차피 가까운데 여러 번 문자로 말 전하는 것보단 만나서 빨리 해결하는 게 더 간편하다 생각하기도 했고. 공부 얘기 하면서 시무룩해졌던 것도 잠깐이다. 그는 금세 다시 쌩쌩해져서는 어른답게 굴었다. "참, 타카나시 선배님은 성적이 어떻게 되시나?" …어른답게 성적 얘기를 했다는 뜻이다. 물론 본인부터 겨우 낙제점을 면한 처지인데다 따분한 소리 싫어하는 성격이니 흔히 묻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을 테다. 하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덩달아 좋아서 펄쩍 뛰었다.
"그럼 나랑 어디 좀 가자! 뭐더라, 이번에 광장에서 뭘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왜 평소처럼 마음대로 장난 안 쳤냐면, 놀러가자고 말할 거라 잘 보여야 해서다! 너무 까불어서 하네가 안 놀아주기라도 한다면 그냥 심심하고 쓸쓸한 아저씨밖에 못 되니까……. 아무튼, 뭘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자세히 찾아보기엔 귀찮았던지라 정확히 어떤 행사인지까지는 안 알아봤다. 그래도 가면 뭐라도 있겠지. 무엇이라 할 만한 것 없더라도 적당히 노닥거릴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응, 어린애 아니고 완전 어른스러운 선배님이라면 같이 가 줄 거지?"
손 붙잡은 김에 또 있는 힘껏 초롱초롱 간절한 표정이다. 벌써부터 시동이 걸려서 그러는 와중에도 이미 발은 종종대며 나가는 길로 가려 하고 있었다.
아저씨에게 전달이 잘 됐는가는 알 수 없지만,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걸 보면 계속 흘겨볼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고나니 장난치면 도망간다는 말만 지키려 하고 있었는데, 그 앞에 했던 말이 하나 더 있었단게 떠올라요. 학교에서 모른 척 하지 않겠다면서, 인사하겠다고도 말했어요. 인사한다면야 아저씨에게는 허리라던지 고개 숙여서 인사하는게 맞는데, 학교에서는 제가 선배이니 이상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럼... 안녕, 하세요.”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손 인사를 하려했지만, 제 손짓이 어색해서 이상해진 것 같아요. 아저씨한테 잡히지 않은 쪽의 손을 들어올려서 흔들다가, 인삿말이 뚝 끊길 뻔해 어색함이 추가됩니다... 더 민망해지기 전에 손을 내렸어요.
“그냥 비 씨라서 그런 것 같은데요.”
영감님이라서가 아닐 거란 생각을 해요. 아저씨와 제 나이가 바뀌더라도, 전 아저씨처럼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직접 얼굴 보고 말하는 게 싫지는 않지만 표정 관리하기가 힘드니까요... 어려진 아저씨는 더 방방 뛰어다녔으면 뛰어다녔을 것 같고요. “영감 후배님보단 높을 겁니다. ......많이 높지는 않지만.” 이과 과목이 언제나 큰 문제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보다 성적이 낮진 않을 거라고 믿어요. 전 그래도, 평소에도 공부를 하기는 하는걸요!
“.........코코로오카시 마츠리요?”
입을 꾹 다물면서 얼굴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으니까 요즈음 광장에서 무얼하는지 모를 리가 없고, 받아버린 화과자들이 있어서 더욱 모를 수가 없어요. 보낸 사람이 전혀 짐작가지 않아버리면 잘못 보낸게 아닐까 매일같이 고민중이기도 합니다. 제가 받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는 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걸요...... 그러니까 받아버린 마음들이 상냥하고 기뻐서, 마츠리만 생각해도 덩달아 부끄러워지고 말아요. 생각이 더뎌져서, 버릇마냥 틱틱대는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몇 번 끄덕거립니다. 아저씨와 발을 맞춰요.
1. 「무언가를 기른다고 한다면 식물파? 아니면 동물파?」 명실공히 식물파. 만약 요이카가 인간이거나, 인간의 신이거나, 하다못해 동물신이거나⋯. 최소한 동물이었다고 한다면 동물파였을 겁니다.
2.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깎아내리는 걸 들으면?」 그런 걸로 남에게 따질 성격은 아니지만, 마음 속의 원념들은 못마땅해할 테니 그들을 진정시키느라 골치아플 거예요. 사실 평상시에 대부분의 신으로서의 능력은 이렇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데 사용하고 있죠
3. 「계란 프라이는 완숙? 반숙?」 반숙이 당연히 더 맛있지만⋯. 요이카, 워낙 만사에 서툴러서 노른자가 터져 흘러내리면 어쩔 줄 몰라하기 때문에 토스트 등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완숙을 부탁한답니다 그럼에도 식빵 사이에 반숙 달걀을 끼워 준다면, 요이카는 우물쭈물하면서도 조용히 기뻐할 거예요
음. 요이카는 아무래도 식물 계열이었으니까 역시 식물을 기르는군요. 동물이었다고 한다면 동물을 길렀다라. 역시 식물이었기에 식물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모양이군요! ...아앗...아아앗...원념..원념 멈춰!! 안돼!! 8ㅁ8 그런 거 함부로 나오면 가미즈나에서 쫓겨나!! 8ㅁ8 음. 그렇군요. 반숙을 좋아한다.. 요이카는 반숙파로군요. 참고로 치아키는 완숙파랍니다.
하네가 무엇을 하나 싶어 가만히 바라보았다. 손을 슬며시 들고 흔들면서, 인사를……. 꾸벅 숙이는 예의바른 인사가 아니라 손 흔드는 인사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물어 솟아오르려던 입꼬리를 간신히 붙잡아 놓았다. 쓰읍, 참자. 여기서 귀여워 해 버리면 안 놀아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이 주책이 튀어나와 머리 마구 쓰다듬을까 싶어 내려놓은 한쪽 주먹에도 절로 힘이 들어갔다.
"대단히 안녕하고 좋구나! 선후배 사이의 우애란 이런 거지!"
아니 근데 이걸 어떻게 참아! 결국은 가만 있지 못하고 인사의 화답으로 휙휙 손을 빠르게도 흔들어 대었다. 아이 예쁘다 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이건 거의 유치원 가는 어린이 배웅할 때의 기세에 가깝지 않나……. 여하간 덕분에 출발도 하기 전에 들떠서는 헤실거린다. "그래, 낙제만 아니면 되는 거지! 잘했어!" 아차, 그런데 성적 얘기를 하려니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시험 열심히 쳤으니까 용돈이라도 줄까?"
그러고 보니 1학기 때부터 시험 치느라 고생했다고 말하는 걸 잊고 있었다! 뒤늦게 이렇게 말해보지만 지금은 시기가 애매해져서 틀렸을지도. 아무튼 승낙도 떨어졌겠다 마음은 이미 행사장에 간 지 오래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건만, 말 떨어지자마자 그는 발 맞추려는 배려가 무색하게도 공 쫓는 개처럼 우다다 달려서 학교를 빠져나갔을 테다…….
……어질어질 우당탕, 행간에서는 미처 다 표하지 못할 우여곡절의 끝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다. 널따란 광장은 옹기종기 모인 부스들로 정답다. 이리저리 휘휘 고개 돌리며 구경하던 그는 하네를 돌아보았다. 묘하게 기대감 비슷한 감정이 서린 표정으로.
>>460 강제추방!? 지금까지 원념이 표출되었던 게 situplay>1596791075>309와 situplay>1596805073>31에서⋯. 두 번이네요 요이카는 끝까지 무해할 예정이니까, 원념 대폭발로 공장 굴뚝이 날아가! 이런 걱정은 안 해도 괜찮지만 언젠가 이 제대로 빡친 코다마들과 요이카의 떨떠름한 공생이 중요한 이야기로 쓰일 날이 올 지도 모르죠 대충 방향성은 잡아 두었으니까요! 그나저나 치아키는 하드보일드(메모)
>>459 항상 남들은 모르는 세계에서 힘쓰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즉 요이카는 히어로라는 뜻이구나!👍🏻(?) 아니ㅜㅜㅜㅜㅠㅜㅡ 노른자 흘러내리면 어쩔 줄?모르는??? 요이카????? 너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아기은행나무요정아....😇
으으음,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상판이 유독 한적하네요. 다들 한 주 쌓인 피로를 녹이고 계시려나 그럼 잘 시간이 된 요이카주는, 읽을 거리라도 되시라고 무차별 진단 난사를 하고 일상 ON 팻말을 꽂은 채 자고 오겠습니닷! 얍!
키구치 요이카: / 키구치 요이카의 오늘 풀 해시는
242 인내심은 얼마나 되나요? 인내심 = 살아온 기간. 어쩌면 요이카의 삶은 인내의 연속이었네요 168 타인과 싸웠을 때 화해의 방식은? 상대방이 화가 풀려서 다시 자기에게 다가오기 전까지는 영원히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047 가장 기억에 남는 애인 “아, 애인 말이지. ⋯응.” MOTAE SOLO #자캐가_가질_수_없는_것은 많이 있겠지만, 아마도 새싹과 새 잎과 새 가지와 새 열매를 갖지 못하는 게 요이카에게는 가장 크게 느껴지겠군요 과연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자캐의_케이블카_안에_갇혔을_때의_반응 자기가 갇혀 있었다는 걸 구조되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자캐를_비명_지르게_할_수_있는_방법은 (의도적으로 타고 있는 게 아닌 게 분명해 보이는) 큰 불! 여러 상황에 허둥대면서도 결과적으로 침착하게 수습하는 요이카지만 불 앞에서는 본능적 공포가 앞서네요.
1. 「길을 가다가 누군가 모르는 외국어로 말을 걸어온다면?」 당당하게 한국어/일본어로 자기 말만 말한다! 서로 말 하나도 안 통해도 당당하게 아무말 하다 보면 감으로 대충 통할 때가 꽤 있더라고...(?)
2. 「자신의 감각과 타인의 감각. 더 신용하는 쪽은?」 자신의 감각! 사고뭉치는 남의 말 안 듣지롱 우히히~!!!!*⸌☻ັ⸍*
3.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 겉으로 드러내다 못해 "아이고오 마상입어서 천년의 뚝심이 깨졌다 원통해서 죽을 것만 같아 이놈아 어르신 뒷목 잡고 쓰러지는 꼴 보고 싶으냐~!"하고 드러누워서 시위함...🤦🏻♀️ 사실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웬만해서는 상처 받을 만한 일 자체가 없어서 저건 그냥 엄살이지만!
1.하네 -> 미카 이치고 다이후쿠 6개. 2개는 붉은 팥소, 다른 2개는 하얀 팥소, 남은 2개는 크림치즈를 곁들였다. 메시지를 적은 카드에는 세잎클로버 스티커 3개가 붙어있다.
[과일 모양이 먹기 아까워서 전 과일을 넣었어요. 와타누키 씨는 빨강이니까 딸기입니다.]
카드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 더 적혀있다.
[친구해줘서 고마운 건 제 쪽이에요.]
2.하네 -> 미유키 와라비모찌. 작고 동그란 물방울 같은 모양이 4개, 작은 꽃 모양이 2개. 흑설탕 시럽이 동봉되어 있다. 메세지를 적은 카드에는 세잎클로버 스티커 1개가 붙어있다.
[우산 선배라고 하면 익명으로 보낸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파란 포장지로 보내버리면 친구라는 뜻이에요. 그런 의미인 줄 몰랐다면 스티커는 버려주세요.]
카드를 뒷면을 확인해본다면 작은 글씨로 한 줄 더 적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스티커를 받으면 이제 친구예요.]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 더 적혀있다.
[후회해도 모릅니다.]
3.케이 -> 미유키 노란 부엉이 모양 3개, 검은 여우 모양 3개, 붉은 동백꽃 모양 3개의 화과자가 3x3 칸 상자에 정갈하게 담겨져 있다. 예쁘게 빚어져 정성이 들어간 듯한 모양이다.
[예전 날 방문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동백은 계절에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미유키 씨를 떠올리면 흰 눈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르고 그러다보면 또 동백이 떠오르기 마련인지라. 가부키 극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저희 같은 존재들은 시간의 끝이 잘 보이지 않다보니 계속 미뤄지게 되는 것일까요. 기억하는 한 꼭 지키게 된다고 생각하기에 약속의 증표로 생각해주시고 받아 주시길. -우정을 담아 케이로부터-]
4.케이 -> 토아 분홍색 꽃들과 연둣빛 잎과 네잎클로버 모양 등의 화과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3x3칸 상자에 담겨져 있다.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진 것 같다.
[교우 관계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가요? 이전에 친우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정의 의미로 화과자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토아 후배님이 생각나 이렇게 짧은 글과 화과자를 보내요. 후배님을 보면 늘 토끼가 떠오르는 터라 자연히 토끼가 먹기 좋아할만한 모양으로 화과자를 만들게 되더군요. 한식 식당 가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답니다. 맛있는 곳이니 기대하시길. -토아 후배님의 친구 케이 선배-]
5.K -> 케이 유부초밥 모양이 몇 개 있는 화과자(모나카와 나가마시 종류) 세트와 타이야끼 몇마리가 같이 동봉되었다.
>>473 삶이 인내의 연속..뭔가 굉장히 슬픈 표현이에요..8ㅁ8 그 와중에 영원히 쪼그리고 있는다니! 으악..귀여운데 마음 아파!! 8ㅁ8 ...ㅋㅋㅋㅋ 괜찮아요! 여기 캐릭터중에 모태 솔로 많아요! 아마도! 그리고 새싹과 새 잎과 새 열매..흑흑. 하지만...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이제 신인걸!! 얻..구출되고 나서야 갇힌 것을 안다니. 그렇다면 그 전에는 원래 이런거다..하고 마는건가요?! 그리고..확실히 불..어쩔 수 없군요. 나무 출신이었으니...
>>475 감으로 통하게 한다니..와. 이건 엄청난 바디랭귀지가 예상이 되는군요! (아님) 그리고..확실히 자신의 감각이 더 잘 맞는 법이지요! 그 와중에 술...ㅋㅋㅋㅋ 으악...ㅋㅋㅋㅋㅋ 학교 선생님들의 눈이 번쩍입니다.
단순히 안녕하세요, 하고만 인사했는데 대단히 안녕하고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선후배 사이의 우애란 이야기가 나올 것도 아닙니다. 심심해서 찾아왔다고 했으니 이렇게나 들떠보인단 건 다행이지만요, 그럴만한 일이 아니니까 삐죽거리게 됩니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평범한 손인사 뿐이었으니까, 특별한 무언가라도 한 것만 같은 반응에는 부끄러운게 당연하잖아요. 볼멘소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돼요.
“호들갑이 심해요.”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가, 성적 이야기에 다시금 아저씨를 바라봐요. 잘했다고 하니 잘한 게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용돈이라는 말에 눈이 커졌습니다. 당황해서 꼭 시야가 가물가물하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많이도 깜빡여요. 시험을 잘 보면 무얼 사달라고 한다거나, 용돈을 달라는 경우는 많다지만 저는 그런 적이 없는걸요. 그것도 아저씨한테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습니다. 부모님한테도, 언니오빠들한테도 제게 신경쓰일 부분은 만들지 않는걸요.
“그렇게 돈을 막 쓰면 거지 됩니다.”
신이라서 괜찮다고 해버리면 노려볼 겁니다. ...그럴 새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저씨와 발을 맞추려고 했던게 단순히 뛰어가는게 됐으니까요......... 광장까지 도착하고 나면 전 숨 고르기 바쁜데 아저씨는 구경을 하고 있어요. 달려오느라 흐트러진 옷매무새 정리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저를 보고 있고요.
“............네. 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보낸 사람을 알 수 있는 건 두개 뿐이어서, 잘못 보내진 않았을까 오늘도 생각해버리고 말아요. 별개로, 받았다고 답하는게 멋쩍어져서 또 금방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떨궜어요. “비 씨는요?” 아저씨 이야기로 주제를 바꾸려고 덧붙여 물어봅니다. 바닥을 물어보고 말하다 겨우 아저씨를 올려다봤어요.
친밀한 관계이기는 하더라도 친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어른 취급 받으면서 필요할 때는 친구도 하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분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어김없이 감동 받았다는 양 반짝반짝한 눈을 하는 꼴이 오늘도 한결같이 주책이다. 가만히 두었더라면 그새 무슨 추억을 장착했을지 모르니 화제가 전환된 건 차라리 다행이었을 테다.
"용돈 주는 건 막 쓰는 게 아닌데?"
애당초 그 정도 지출로 쪼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차치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하네에게 쓰는 건 '막'이 아니다! ……그런 것치곤 애를 고생시킨다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혼자만 쌩쌩하게 기운 넘치던 그는 한발 늦게서야 하네를 보고 머쓱하게 침음했다. "잠깐 쉴까?" 양심이라는 건 이 나이가 되도록 잘 모르겠어도, 하네가 좋아야 그도 즐거운데 벌써부터 진 빠지게 만들었다면 큰일이다! 그는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저쪽에 가서 앉아 있자며 한구석의 벤치를 가리켰다.
"너한테 줬으니까 네 거 아니야?"
역시 우리 꼬맹이라면 인기도 많겠지! 선물 받은 당사자보다 자기가 더 좋아서 의기양양하다가, 이어지는 말에 고개가 갸우뚱한다. "엉뚱한 사람 이름이라도 적혀 있었어?" 아니, 그거라면 모르겠다는 말이 아니라 확실하게 잘못 왔다고 했겠지. 눈 깜빡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그는 이내 가벼운 투로 말했다.
"잘못 왔어도 아무튼 받은 사람이 임자…… 음, 농담이고. 나도 좀 받았지."
아차. 하마터면 비도덕적인 소리를 할 뻔했다. 그는 제 발언을 무마하기 위해 평소처럼 짓궂은 소리나 하며 넘어가려 들었다.
찬물 끼얹어버리는 말은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하지는 못하고 대신 변명하듯이 말이 길어집니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지만 분명 못지 않게 오래 본 사이인 것도, 알고 지낸 사이인 것도 맞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낯간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어요. 아저씨한테 여태 쌀쌀맞게 군 걸 생각하면 진작에 멀어진 사이가 됐어도 할 말 없는데, 지금은 친하다느니 말하고 있으니까 당연합니다. 이 뻔뻔함이 창피한 거예요.
“막 쓰는 거 맞거든요. 그러다 빈털터리 됩니다.”
아저씨가 신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했습니다. 아저씨가 인간이었더라면야 만날 일도 없었겠지만요. 용돈을 받아도 쓸 곳도 없는데 아저씨 지갑을 지키는 편이 나아요. “심심하다면서요.” 심심하다고 제 교실까지 찾아왔었으면서 쉬자는 말은 저 때문인게 분명해요. 아저씨 속도를 쫓으려면 숨 가쁘기는 했지만 쉬어야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저씨가 가르키는 벤치 쪽을 바라보았다가, 도착하자마자 구경하고 있었던 부스 쪽을 바라봐요. 비교할 필요도 없었지만, 역시 아저씨한테 재밌어보이는 쪽은 부스 쪽 같습니다.
“...누가 줬는지 모르겠어서요.”
아저씨의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어서 대답합니다. 엉뚱한 사람 이름이라도 적혀 있었다면 차라리 좋았을 거예요. 제게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걸요. 하나 빼고는 전부 익명, 메세지를 읽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던 건 하나 뿐입니다. 받아서 기쁜 마음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걱정되기도 해요. 잘못 왔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빼고, 제대로 받았다고 해도 어떤 답례를 누구에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감사 인사조차 전할 수도 없고, 저를 과분하게 생각해주는 누군가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단 사실 때문입니다.
“남의 거 말고 제대로 받은 거 맞아요?”
혹시라도 잘못 온 걸 아저씨가 차지해버렸을까봐 말꼬리를 물었습니다. 설마, 농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만요.
“너무 많이 받아서......”
아저씨가 놀릴 확률과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가늠해봅니다. 생각조차 없었던 화과자들을 많이 받은 것도 받은 거지만, 역시 분홍색 포장지는 신경쓰여요. 결국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립니다. 눈만 가리지 않고 아저씨를 흘끗 바라봐요. “......놀릴 거예요?” 놀리지 않겠단 말부터 들어야겠습니다.
"또래 같은 느낌은 처음이라서! ……어, 그런데 방금 친하다고 해 준 거야? 얼마나 친한데?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
대번에 화색이 된 그가 척척척 거리를 좁히고 다가온다. 제 두 손 꼭 마주잡고 사뭇 들떠서는 말이다. 친한 정도로 순위 매기면서 부담 주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지만,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말하게 되는 걸 어쩌겠나. 그러고 보면 요즘들어 하네가 조금은 더 살가워진 듯해 더 유난인 건지도 모른다. "빈털터리 되면 일하고 살지 뭐. 가끔은 직장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그는 빙글빙글 웃고는 잽싸게 손 들어 기습적으로 하네의 이마를 꾹 누르려 했다. 역시 아무것도 안 하고 얌전히 있기엔 손이 근질거리지 뭔가! 이건 볼 꼬집는 것보단 덜한 장난이니까 봐줬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말이 돌아오지 않았어도 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그는 더 권하지 않고 부스들이 모인 자리로 후다닥 바쁘게 향했다. 때마침 자리가 빈 곳이 있기에 거기로 갔더니, 앞선 손님이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잠시 자리를 정리 중인 상황이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해 그 앞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하네의 말에 고개를 까닥 기울이며 말했다.
"친구라고 말하긴 조금 애매한 사이라고 생각해서거나, 자기가 누군지 알아맞혀 보라고 그런 거 아냐? 잘못 준 건 아닐 것 같은데."
본인은 지금까지 전부 이름 밝히면서 보냈으니 정확히 무슨 심정으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모로 복합적으로 고맙다는 심정은 잘 모르는지라 논점이 조금 빗나간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그러다 그냥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난 내 이름 제대로 적힌 것만 받았어." …역시 농담이라고 얼버무리지 않았더라면 큰일이었겠다. 그건 그렇고, 농담으로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많이 받았다는 건 역시 우리 착하고 예쁜 꼬맹이답게 기특한데, 그걸 넘어 뭔가 일이라도 있는 듯한 낌새가 보인다! 눈치없는 그라도 어느 순간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애당초 이런 고민거리 들어주려고 학교에 오기도 했고! 그도 조금은 진지해지기로 했다. 그는 두 주먹 굳게 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등장! 과연 분홍색 오카시는 있을까요? 요이카는 말했다시피 누굴 좋아해도 분홍색 포장지를 보낼 성격이 아니므로 무조건 논외입니다. 씌~익 (⩌⩊⩌) 사실 고록으로 노벨상을 노리자! 가 일반적인 참치 심리다 보니 기명으로 분홍 오카시가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음⋯. 익명으로 깜짝 한 개 정도로 예상해 볼까요!
>>576 음. 저야 일단 괜찮긴 해요! 애초에 저도 평일에는 저녁까지는 접속을 못하는걸요. (옆눈) 아무튼..그렇다면 일단 선레는 제가 쓰는 것으로 할게요! 상황만 정해보도록 해요! 일단 개인적으로는 가을의 마지막 시즌이 코앞이니까 가을 배경으로 하나를 돌려보고 싶네요. 낙엽을 쓸고 있는 치아키를 요이카가 발견하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거나? 혹은 둘이서 같이 낙엽을 쓸게 되었다던가? 혹은 다른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셔도 괜찮아요!
어느덧 늦가을이 되었다. 이제는 붉게 물든 낙엽도 매말라버린채 땅으로 떨어지는 시기였다. 학생회장 선거도 끝이 났고 남은 것은 인수인계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학생회장 업무가 온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어쨌건 겨울방학때까지는, 정확히는 졸업식때까지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해야만 했다. 졸업식때 발표할 축사라던가. 이건 방학때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며 일단 지금은 학생회장으로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치아키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그가 가지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녹색 빗자루였다. 교정 길목 여기저기에 낙엽이 상당히 많았다. 학생들은 하나둘 하교하고 있었으니 청소를 할거면 역시 지금이었다. 어차피 학생회 일도 없겠다. 아직은 돌아갈 생각이 없기도 한만큼 그는 교정 한가운데에 서서 녹색 비로 낙엽을 천천히 쓸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이 시기까지 왔구나. 한 해가 엄청 빠르네. 이것 참."
그렇게 괜히 혼잣말을 하며 치아키는 미소를 머금었다. 올 한 해. 자신은 기억에 남는 것이 많았는데 다른 학생들은 어땠을지. 괜히 궁금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웃음소리를 냈다.
"가능하면 많은 이에게 기억되고 싶은데 말이야. 올 한 해. 학교다니는 것이 정말로 즐거웠다는 느낌으로."
아저씨가 척척척 거리를 좁히고 다가온 만큼 뒤로 물러나다가, 아저씨가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러지도 못했어요. 제일 친한 순으로 늘어놓았을 때, 세 번째 안이길 기대하는 걸까요? 어린 아이가 생일 선물을 기대하는 것처럼만 보여서 한 번 셈을 해보려고 손을 펼쳤어요. 세 손가락 안에 드는지 아닌지는 금방 세어볼 수 있으니까요. 한명 한명 떠올리면서, 아저씨를 떠올렸을 때 접은 손가락이 몇 번째인지만 알면 됩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접지 못 했어요.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애초에 친구가 다섯 손가락 다 채우도록 있지도 않으니까요......
“...첫 번째요.”
못 들었다고 하면 아저씨 탓이니까 다신 말 안 해줄 거라고 하려고, 치사한 걸 알지만 목소리 크기를 확 낮춰버렸어요. 속삭이는 것도 아닌데 속삭이는 것만큼 작게 말해버린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이요? ......안 잘렸어요?” 학교에서도 우당탕탕 소란스러운 아저씨라면, 회사라고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았어요. 심지어 회사가 학교보다 더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이니까요! 아저씨가 직장생활을 했다는 건 놀랄 이야기라서, 원래도 피하질 못하던 아저씨의 기습 장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삐죽거리고 말아요. 삐죽거린 후에야 바쁘게 부스로 향하는 아저씨를 쫓아요.
“못 맞추겠습니다. 어려워요.”
익명이었지만 ‘우산 선배’ 라는 말과 말투로 알아본 이토이가와 선배를 제외하고, ‘S’는 누구고, 와산본을 보낸 분도, 당고를 보낸 분도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보낸 메세지들마저 전혀 모르겠어서, 요즘 시간만 나면 하는 생각이 화과자를 보낸 주인들이 누군인지 맞추기였다고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전혀 다른 사람에게 가서, 저에게 화과자를 보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게 되면 민망함에 쓰러질 지도 몰라요! “다행입니다. 유치원에 보낼 뻔 했어요.” 농담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유치원에 보내야했을 지도 몰라요.
“......그래도 돼요?”
일본에서는 오니에게 콩을 던져요. 한국에서는 팥을 던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 뿐이니까 정말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쫓아내지면 어떻게 되는 건지, 대형사고가 아닌가 걱정되어 버립니다. 그만큼이나 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한 거라면야, 이야기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들을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머뭇거려요. “ㅂ, 분홍색도 하나 받아서요...” 눈만 보이게 가려둔 손은 열심히 아직도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겨우 말하던 중에 눈도 꼭 감아버렸는걸요.
"으응? 몇 번째라고?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잘 못 들었는데 한 번만 다시 말해주면 안 돼? 아~ 내가 타카나시 양의 한 손가락에 꼽히는 친한 사람이라니 잘못 들은 거겠지? 첫 번째라고 했던 것 같은데 확신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한 번만 더 들으면 따악 잘 새길 수 있을 텐데!"
이 양반, 하는 소리 들어보면 당연하게 분명히 제대로 매우 또렷하게 아주 잘 들었으면서 능청이다. 첫 번째라니 엄청 좋다! 그저 의리로 하는 말일 거라거나 선의의 거짓말일 가능성은 전혀 생각지 않았다. 설령 거짓말이라고 해도 듣기 좋으면 그만인걸!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못해 아예 몸 옆으로 이리저리 기울이면서─흡사 '너 울어?'라며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그 장난과도 닮은 깐족이다─ 왔다갔다 깐족거렸다. 거 참, 가장 친하다는 말 곧장 취소당해도 할말 없는 짓거리다.
"음, 최근은 아니고 아아아주 옛날에 잠깐? 배짱장사 해도 되는 일이나 짧게 하고 치웠지. 엄격하게 하는 일은 당연히 안 했어."
그가 말하는 옛날이라면 서력으로 세 자리 수 년도였을 적까지 가뿐하게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시절 직장생활은 지금과는 양상이 꽤 달라 그와 같은 신도 어떻게 하기는 했다는 뜻인데, 사실 이 영감님은 재물신이니 따져 보면 처음부터 의미 없는 가정이었다. 선물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 말하는 모습을 보니 고민깨나 했겠다 싶어 조금 웃음이 나왔다. 한데 나오던 웃음도 이어지는 살벌한 말에 싹 사라지고 말았다. 지극히 반사적인 작용이었다.
"그…… 우야, 내가 그러겠다고 장담하긴 했지만 설마 된다고 하면 진짜로 그걸 할 생각은…… 아니지?"
아니, 당연히 한 입으로 두 말 하려는 생각은 아닌데 저렇게 차분하게 그래도 되냐고 물어 보면 겁난다! 여하튼 약속을 어길 생각은 아니니 고개를 끄덕여 보인 그는 이어지는 하네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니까 분홍색 포장지의 선물을 받았다고? 아하!
……뭐?
언제나 똘망똘망 생기 넘치게 빛나던 눈빛이 일순 멍청해졌다. 입도 반쯤 벌리고 굳어서는 우뚝 서서 죽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행히도 그는 몇 초 뒤에 현실을 직시하고 제정신을 차렸다.
"그, 그러니까 그 선물이 익명이라서 누군지 모르겠다고……?"
누군진 몰라도 가만 안 둬……. 아, 아니 이게 아니지. 그래, 우리 꼬맹이는 착하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당연하고말고! 그는 애써 침착한 척 하네의 어깨에 손을 척 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째 손이 떨린다……. 바보 같은 도깨비… 말실수 얼버무리려 장난스레 꺼낸 말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모르고…….
[담긴 정성이, 그 모양이 너무 귀중하고 예뻐서 차마 먹을 수가 없을까요?] [기억하고 있기만 하다면, 언젠가는 같이 보러 갈 수 있을 테니까.]
[그때에는 못다 한 그 후배님 이야기를 마저 해주시길 바라요.]
4.??? -> 케이 기묘하다. 그리고 알록달록하다. 뭘 표현하려 한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백앙금과 찹쌀을 섞은 반죽을 사용한 걸로 봐서는······ 관동 지역의 생과자 종류인 것 같다. 포장 봉투에 묶인 새틴 리본이 기재되지 않은 발신인을 대신한다.
https://postimg.cc/RWNRTSsM
5.린 -> 미유키 부엉이 모양 틀 안에 든 색색의 라쿠간과 별사탕. https://i.postimg.cc/DZ24fCJ9/w621-P1030229.jpg [아, 조금 애매해. 지난번에 이야기 나눴던 '그런 의미'의 연은 아니지만 다른 방향으로 와닿는 건 느껴 본 것도 같거든. 지난하면서도 낙락한 고민이야. 판정은 어찌할까, 나중에 만나면 얘기라도 해 볼래?]
다음부터는 더 작게 말해야겠어요. 아저씨가 능청맞게 늘어놓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절대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싶어졌습니다. 놀리고 있잖아요! 일부러 다 들었으면서 부끄럽게 만들어버리는 거니까요, 그래서 입술을 꾹 물었습니다. 심지어 앞에서 계속 이리저리 깐족거리길래, 아저씨가 왔다갔다 할 때마다 고갯짓으로 시선을 피해요. 그러다가도 왔다갔다를 두 번 정도 하고 나면 눈을 꾹 감아버립니다. 이제 그만하겠다 싶을 때 쯤에서야 다시 눈을 뜨고서 아저씨를 바라봐요. 얄밉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요!
“......아아아주 옛날이랑 지금이랑은 달라요.”
역시 용돈을 절대 안 받겠다고 마음먹길 잘 했습니다. 아저씨가 정말 돈이 많다고 했어도 안 받았을 거긴 하지만요.
“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진짜로 할 생각은 당연히 없어요. 마츠리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광장에서 제가 왜 팥을 던지겠어요! 하지만 아저씨를 놀리려고 절대 말하지 않았어요. 오늘 장난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거리면 일부러 살짝, 개구지게 웃어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표정을 지워요.
“비 씨?”
부끄러워하던 중이라고 해도, 아저씨가 오히려 이렇게 조용해지면 놀라서 쳐다보게 돼요. 분홍색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많이 놀라서 그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제가 받은게 믿기지가 않으니까, 아저씨가 이런 반응인 것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속으로만 허둥지둥거리고 있으면, 아저씨가 말을 꺼냈어요. 그래도 다행히 금방 충격에서 조금 돌아온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거려서 대답해요.
“......아저씨...?”
아무래도 아저씨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괜히 말했단 생각이 새록새록 듭니다. 어깨에 올라온 손이 떨리고 있는데, 이만큼이나 충격일 줄은 몰랐습니다...... 믿지 못 하는 정도까지만 생각했어요. 아저씨의 떨리는 손 위에 제 손을 살짝 올리려고 해요. 떨릴 때는 잡아주면 조금 나을 지도 모르니까요.
이리저리 왔다갔다, 장난질은 속 시원할 때까지 마음껏 하고서야 끝이 났다. 샐쭉하게 전해져 오는 시선을 마주하자 그는 겸연쩍은 척도 않고 온 힘을 다해 개운하고 낙락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이런 얼굴 보면 말을 말자고 하기도 하잖나. 아양으로 넘어가기의 다른 버전이다.
"아무튼 내 먹고 살 걱정은 않아도 된대도. 그래서 용돈은 얼마가 좋다고?"
이 아저씨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 하나도 이해 못했다! 아니, 다 알면서도 안 준다는 선택지는 한쪽에 갖다 치운 거다. 별 수 없지. 정 안 된다면 다음 시험 때는 치졸하고도 은밀하게 소매넣기하고 잽싸게 도망가야겠다! 시커먼 속내는 절대 꺾지 않을 것처럼 당당한 얼굴이다가, "으, 으응. 앞으로 잘하마……." 무서운 소리에 뻔뻔하던 기세도 한풀 꺾였다. 이래서 약점 잡힐 말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거다. 물론 하네가 정말 그걸 약점 삼을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말한 거지만. 그렇게 생각한 그는 일말의 희망을 기대하고 하네를 슬쩍 보았다. ……보았다가 못 본 척 시선을 내리깔았다. 저 반가운 미소가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건 처음이다……. 그러나 목욕하자는 말 들은 개처럼 저 혼자 하찮은 위협에 떨고 있기엔 이어지는 화제가 너무도 경악스러웠다. 그는 잠깐 저세상으로 떠나 있던 정신머리를 수습하고 퍼뜩 대답했다. 달달달 떨리던 손도 하네의 손바닥이 닿자 떨림이 멎었다. 그는 그대로 하네의 어깨를 토닥토닥 인자하게 두드려주었다.
"응, 나 멀쩡하단다. 역시 하네야. 인기인이구나."
그런데 어쩐지 목소리가 지나치게 침착하다. 늘상 활달하고 떠들썩하던 말투도 어디 과학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나 나올 법하게 점잖아졌다. 게다가 '우야'나 '우-쨩'이나, 주책맞게 길고 부끄러운 애칭이 아니라 평범하게 이름 두 글자로 부르고 있다. 이 양반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었나? 아무래도 정신머리 아직 다 안 돌아온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본인은 지극히 멀쩡하다 믿는 채로 그는 차분하게 상황을 복기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얄밉다고, 그래서 나름대로 부루퉁하게 쳐다봤는데 아저씨가 활짝 웃어버려요. 그럼 더 얄밉기만 한걸요!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가, 아무도 이쪽에 관심이 없는걸 확인하고서... 얼굴을 꾸깃꾸깃 잘 뭉친 종이뭉치처럼 찌푸리고 싶었지만, 그 정도까지는 하지 못하고 조금 찡그리기만 합니다.
“비 씨 과자나 사먹으세요.”
용돈을 안 받겠다고 이렇게 주구장창 말했는데도, 아저씨는 용돈 줄 생각 밖에 안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칠 시험의 갯수를 생각하고, 그때마다 아저씨가 용돈을 주겠다고 할 생각을 하니까 아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2학년이라 다행이에요. 아저씨랑 똑같이 1학년이었다면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피하지 못했을텐데, 1학년 동안은 용돈을 받을까봐 걱정할 일 없이 다녔으니까요... ‘바보 아저씨.’ 소리내지 않았으니까 세이프입니다. 아저씨가 풀죽은 듯 해보이니까 입모양으로 장난쳤어요. 아저씨가 못 본 척하는 것도 조금 웃음이 나버려요. 히히 소리없이 웃고는 아저씨가 다시 보기 전에 지워버립니다.
“전혀 안 멀쩡합니다...... 인기인 아니거든요.”
아저씨가 이상한 것도 이상한 거지만, 제가 인기인이 아닌 것도 아닌 거라서 걱정하다가 말고 꼬투리를 잡았어요. 충격에서 되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완전히 고장난 것 같습니다. 아저씨가 이름 두 글자로만 부르는 걸 얼마만에 듣는데요! 떨림은 멎었으니까 손은 떼었지만, 토닥임을 받는 건 아저씨여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고, 신이 고장났을 때 어떻게 하는지 가족들한테 물어둘 걸 그랬습니다......
“......하고 싶어요.”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고 우물거렸습니다. 답하기 곤란한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을 곱씹느라였어요. 과분한 선물을 받았으니까, 선물에 대해서 제가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잠시 미뤄두고 답장에 대해 먼저 답했어요. 누군지 전혀 알지는 못 하지만, 답을 할 수 있다면 누구더라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마음에 대해서도요, 화과자에 대해서도요. 사과도 하고 싶습니다. 잘못 보냈다고 생각한건 실례니까요. 그리고...... 또 한참을 다물고 있다가 작게 입을 엽니다. “놀랍고, 잘 안 믿기고, 고맙고, 걱정되고 그래요.” 얼굴을 들기 민망해서 숙였는데도, 다시 얼굴을 가립니다. 이번에는 눈까지 전부 다요...... 얼굴이 따뜻한건지 손이 따뜻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낙엽은 퇴비가 된다. 잿빛으로 변해서 여위고, 밟히면 바스라지고, 점차로 흙을 닮아 가는 그런 낙엽들은 모두 나무가 땅으로부터 받은 것을 되돌려 주고 남은 껍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낙엽을 치운다든지, 태운다든지, 태워 버린다든지, 특히 태워 버리는 일이 키구치 요이카에게는 딱히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공간에서는 별개다.
이곳 가미즈나고를 비롯해 요즘의 도시는 바닥이 온통 콘크리트, 또는 콘크리트로 만든 보도블럭이라는 작은 벽돌로 뒤덮여 있어서 땅과 나무가 철저히 단절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잎사귀가 땅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면 블럭 틈새로 자라난 민들레에게는 다소나마 도움이 되겠지만, 나무도 낙엽도 민들레도 그런 일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팔랑, 하면서 빗자루로 치올린 낙엽 하나가 가볍게 날아올랐다. 바닥의 습기에 조금 젖어 있어서인지 바스락이 아니고 팔랑이었다. 요이카는 그 낙엽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다가 「회장」을 만났다.
“⋯아이자와.” 성씨를 떠올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싸리비의 긴 자루에 팔과 뺨을 기댄 채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랜만이네. 수학여행 때 고마웠어.”
어느새 바람을 쐬면 몸이 떨릴 시기라서, 요이카는 교복 밑에 받쳐입은 후드티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꾸벅 인사를 건넨 다음에는 오래된 일에 구구절절 감사를 덧붙이는 것도 아니다 싶은 건지, 도망치다 길 위에 멈춘 낙엽을 길가로 쓸어 버리고 다시 묵묵히 근처에서 비질을 계속했다. “⋯당신,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데서 빗자루질이나 하고 있어? 「회장」이잖아.” 요이카는 말할 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열중해서 그런 것이겠지.
한번씩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그의 이마를 식히면서 낙엽을 가볍게 흔들면서 도망쳤다. 그렇게 낙엽이 흐트러질때마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낙엽을 모았다. 이제 이 낙엽이 어떻게 될지는 치아키도 알 길이 없었다. 농지에 퇴비로 주거나 혹은 불태우거나. 둘 중 하나겠지. 혹은 산에 갖다 버리거나. 과연 낙엽의 신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좋아할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는 다시 빗자루질을 계속 진행했다. 그러는 와중 발소리가 들려왔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성. 아이자와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치아키는 고개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전에 본 적이 있던 후배. 허나 바로 이름이 떠오르진 않았다. 이름이 뭐였더라. 그런 생각을 잠시 하면서 그는 끄응. 소리를 내면서 표정을 찡그렸다. 물론 그녀가 누군진 알고 있었다. 자신과 같이 수학여행때 샘으로 갔던 그 후배가 아니던가. 허나 이름이, 이름이...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끄응. 소리를 내던 중 겨우 이름을 떠올리며 그는 입을 열었다.
"특별히 감사를 받을 일은 없지 않았나? 키구치 후배 양?"
키구치 요이카. 맞아. 이런 이름이었지. 어떻게든 기억한 것에 괜히 뿌듯함을 느끼면서 그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그의 시선이 뒤이어 그녀가 쥐고 있는 싸리비로 향했다. 낙엽을 쓰는 모습으로 보아 그녀도 낙엽을 쓸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곧 들려오는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그냥 슬슬 내 학생회장 임기도 끝이 나니까. 그래서 학교를 위해서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유난히 낙엽이 많이 보이더라구. 와. 이런 학생회장 흔치 않지 않겠어? 이렇게 직접 모범적으로 낙엽도 쓸어주는 학생회장이 세상에 어디니? 하핫! 막 이래."
물론 농담이라는 듯이 그는 일부러 가벼운 목소리를 내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뒤이어 그는 고개를 들어올려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번엔 자신 쪽에서 질문했다.
"그러는 후배 양은 무슨 일로 이렇게 낙엽을 쓸고 있어? 당번..인가? 미안. 미안. 내가 학교 당번까지 다 외우진 않아서 말이야.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면 쓰는 거 도와줄게. 원래 쓸고 있었으니 말이야."
“⋯당신은 내가 얼마나 길 찾기에 젬병인지를 얕보고 있어. 당신이 없었으면 아마 나는 아직도 가미즈미의 산길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을 거야. 다른 이가 구해 줬다면 모를까⋯.”
보통 이런 농담을 건네면 그 사람은, ‘당신은 ⋯ 나를 얕보고 있어’만 떼어 놓고 멋대로 해석한 코다마들의 원념에 의해서 저녁에 혓바늘이 돋게 되지만, 「회장」은 신사의 자식이니 상관없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요이카는, 한결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원념의 소용돌이는 잠잠했다.
“임기가 끝나⋯? 참, 졸업이라는 걸 하는구나, 당신. 졸업을 하면 학교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거잖아?” 곰곰이 생각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
살아가는 데 공부도 소속도 필요 없는 요이카는, 인간들이 그렇게 짧은 삶을 살면서 그보다도 짧은 기간 동안 왜 학교라는 것에 속해 있는지 늘 궁금해했다. 하지만 이렇게 봄에 돋아난 잎이 가을에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일도 아니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곧 회장이 아니게 된다면, 아이자와가 모범적인 학생회장이라는 사실도 조만간 부스러진 잎처럼 사라질 텐데.”
무심하게 바닥을 쓸던 요이카는 당번이라는 말에 갸우뚱했다가,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원예부니까. 다들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라서, 온실뿐만 아니라 온실 바깥의 모든 식물들도 자기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믿거든. 나도 그렇고⋯. 아무도 찾지 않는 야산에서도 잘 자라는 게 풀꽃이지만, 가꾸어 주면 좋잖아. 그래서 화단이나 가로수들에 한해서는 우리가 봉사활동 명목으로 조금씩 관리하고 있어. 물론 당번이 할 일까지 우리가 해 버린다면 당번이 곤란해지겠지만.”
바닥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잎 하나가 있어서, 골프채를 휘두르듯 힘을 주어 길 바깥으로 날려보냈다.
“욥⋯. 그러니까 나는 신경쓰지 말고, 아이자와는 계속 모범적이도록 해. 분명, 아이자와는 모범적인 학생회장이니까⋯.”
"아니. 그건 당연히 길 가다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거였으니까 같이 간 것 뿐인걸. 그래도 그게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고 한다면 알았어. 부정하지 않고 감사를 받아들일게. 하지만 나도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이가 있어서 즐거웠거든. 그 점은 고맙다고 할게. 땡큐."
아마 현지인이나 다른 학생들이 도와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그는 부정하지 않고 기분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 쪽에서도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물론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다. 역시 혼자서 여기저기를 다니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다니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즐겁고 행복했으니까.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선 감사할 일이 맞았다.
한편 졸업 이야기가 나오자 치아키는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이 찾아오고 겨울방학이 지나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자신은 졸업 준비를 하게 될테고 머지 않아 졸업을 하게 될 터였다. 물론 그 이전에 대학 관련도 해결해야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적당히 이 가미즈나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테니 그는 그 문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미소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아픈 곳을 푹 찌르는구나. 후배 양. 그러게. 확실히 모범적인 학생회장이라는 사실은 없어지겠지. 그럼 뭘 하면 좋을까. 모범적인 가미즈나 시민은 어떨까? 이것만큼은 평생 안 없어질테니까!"
괜히 오른손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는 근처에 있는 낙엽을 모으는 것을 마치면서 이내 낙엽을 한쪽으로 천천히 밀었다. 저 편에 모아둔 낙엽과 지금 자신이 모은 낙엽을 한곳에 모으기 위함이었다. 한편 원예부이기에 온실 바깥의 모든 식물들도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는 말에 그는 절로 오. 소리를 냈다. 그렇게나 원예부 멤버들이 사명감이 뛰어난 이였던가? 이건 나중에 표창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오히려 그 당번은 고맙다고 할 것 같은데. 그리고 기왕이면 혼자 조용히 하는 것보단 이런 대화라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아? 아. 물론 정신이 없어서 싫다면 자제할게."
만약 일하는데 정신이 없다고 한다면 자신도 굳이 더 말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아. 소리를 내면서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하나 꺼냈다.
찌푸린 표정을 보고서도 한술 더 떠서 뻔뻔스레 칭찬 세례다. 아직까지도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가 제 지갑사정을 걱정해 주고 맛있는 것 사 먹으라고 하는데 갸륵하게 안 보일 수가 있겠나! 논점이 그게 아니라고 짚기엔 이미 콩깍지가 눈에 박혀서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 하지만 싫다고 하는데 자꾸만 해주겠다 하는 것도 과하면 짜증스러워지는 법이니까.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하네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며 시시덕거리던 그는 이쯤에서 절충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럼 이 아저씨 과자나 사 먹는 대신에 너도 같이 먹어 주렴. 그러면 해결이지?" 싹싹한 모양새로 두 손 꼬옥 마주잡고 그가 슬쩍이 몸 기울인다.
그리고 한편, 전혀 안 멀쩡하다는 말에 그는 대답 대신 천천히 팔짱을 끼고 침묵했다. 무언가 깊은 생각이라도 하는지 눈까지 감고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그렇게 묵묵하게 서 있은지 10초는 되었을까, 그는 돌연 눈 번쩍 뜨고서 빽 외쳤다.
"네가 인기가 많은 건 좋은데! ……왠지 꼬장 부리고 싶어! 바닥에 누워 버릴 테다!"
내 자식은 아니지만 아장아장 걷기도 전부터 예뻐라 한 우리 꼬맹이한테 러브레터라니! 에잇, 얘한테 머리 뜯겨 본 적도 없으면서! 엄마아빠 미우니까 아저씨 따라가겠다는 말도 못 들어봤으면서! 아무튼 빈정 상해! 그는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방방 뛰면서 아주 열변인데, 다 큰 어른이 이러니까 추하다! 하지만 유치한 소리 하고 있는 꼴을 봐선 적어도 제정신은 돌아온 듯해 다행이었다. 아니, 이런 상태가 정상이라니 과연 다행이 맞을까……? 방금 꺼낸 말이 심히 주책맞은 간섭이라는 건 알아선지 몇 마디 하고는 변명하듯 얼른 덧붙였다. "그래도 어른이니 참고 있느니라!" 말뿐만 그런 게 아니라 딴에는 머리에 힘깨나 줬다. 징징거리다 말고 금세 하던 대답 마저 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누군지 모르니까 답장을 주기도 어렵겠네. 음, 이건 나한테도 어려운데."
신의 힘으로 해결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추적해 버리면 의미가 없어지잖는가. 앞서 오만 추태는 다 보였다지만 사감은 없다. 당사자가 받고서 고맙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는데 그가 참견해서 어쩌겠나.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다, 제 머리칼 흐트러뜨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너를 좋아하는 녀석이라면 네가 잘 지내는 것만 봐도 기쁘지 않겠어. 정 보답하기 힘들다면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전해주겠다고 생각해 봐."
저 같은 망종도 하네가 기뻐하면 덩달아서 즐거워지는데, 하물며 하네를 좋아하는 녀석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아니라면 가만 안 둬! ……이 영감님이 제대로 어른스럽게 굴 날은 아직도 멀었나 보다.
저라고 철들었단 소리는 아니지만요, 전 아무한테나 용돈 안 주니까요......... 아저씨는 아무한테나, 아무 이유도 없이 용돈 주려고 하고 있잖아요! 무슨 말을 해도 칭찬만 해서야 남들에게 이 대화 소리가 절대 들리질 않길 바라게 됩니다... 가족들도 그렇고, 아저씨도 그렇고 남들 보기에는 전혀 그렇질 않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모르는 척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전 누가 봐도 밉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조금만이에요. 아르바이트하니까.” 적게 먹으려는 핑계였습니다. 많이 먹으면 그만큼 아저씨의 지출이 느니까요.
“안 많다니까요! ......뭘 어디 누워요!”
제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고장났다고 생각했더니 고장은 무슨, 언제 원래대로 돌아와서는 방방 뛰고 있잖아요! 차라리 바닥에 눕는게 나았겠단 생각이 드는 열변들에는 완전히 벙쪄버렸습니다. 아저씨가 지금 무슨 말을, 어디서, 왜 하고 있는건지 절대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이미 오늘은 부끄러울만큼 부끄러웠다고, 몇번이고 얼굴을 가렸으니 이보다 더 부끄러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었고, 지금은 너무 창피해서 차라리 기절하고 싶어졌습니다. 최소한 숨고 싶어진 기분에, 작아자고 싶어져서......... “하나도 안 참았잖아요!” 선 자리에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바닥에 푹 쭈그렸어요. 무릎을 모으고 고개도 숙여버립니다. 이대로 땅 속에 파고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됐거든요? 아저씨한테 말한 제가 바보입니다.”
누군지 찾아달라고 부탁할 생각은 없어요. 당연합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정말 무례하고 실례라는 것쯤은 아니까요. 그러니까, 안 놀린다고 했으면서 그 말을 어겨버린 아저씨한테 툴툴거리기나 해요... 아저씨 말대로 진짜 팥을 뿌려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저씨가 싫어하는 것도 그렇고, 팥에게도 실례니까요. 농사의 신이라던지, 식물의 신이라던지, 팥의 신이 있다면 경을 칠 거라고요.
“누구 좋아해본 적은 있어요? 맨날 장난만 치고 다녔을 거면서. 안 들을 거예요!”
유치한 것 알지만, 아저씨가 고민해서 해준 조언이니 귀담아들어야한다고도 생각하지만, 말은 정반대로 해버립니다......... 아저씨는 진심으로 어릴 때부터 봐왔던 친구의 막둥이가 마냥 예뻐보이기만 해서 그렇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입장이 바뀐다면 저였어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부끄러운 걸 어떡해요!
1. 「명백한 힘 앞에서 굴복할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굴복할 길밖에 없다면 굴복해야지 별 수 없다... 실제로 이 아저씨는 우끼끼어린이 시절 온갖 사고 치다가 이노옴!하고 힘으로 혼나고 나서야 말을 듣고 지성인답게 굴기 시작했으며...
2. 「요리는 감으로? 아니면 철저한 계량으로?」 감으로 맛있게 잘한다!!( •̀∀•́ )✧
3. 「자신이 만든 요리를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자기가 먹으려고 만든 거라면 앗싸 하고 자기가 다 먹어버릴걸...◠ ̫◠ 다른 사람한테 주려고 만든 건데 안 먹으려는 상황이면 아 한입만~ 딱 한입만 제발 안 먹으면 나 삐질거야 드러누울거야 방해할 거야 이 원한은 잊지 않을 테다(바짓가랑이 붙잡고 뻗음)←이렇게 귀찮게 해서 어떻게든 먹이려고 할걸?
>>705 으아닛. 그렇군요. 린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 굴복하는군요. 하지만 뭔가 속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 것 같은 그런 적폐해석이 여기에 있어요! 그리고..ㅋㅋㅋㅋㅋㅋ 감으로 맛있게. 어, 엄청난 능력자!! 아무튼 어느 쪽이건 린은 상당히 귀여워지는군요. 드러누울거야...ㅋㅋㅋㅋㅋㅋ 으악... 귀여워!!
“‘평생’인가⋯.” 여전히 궁금한 것은 남아 있다. 그렇다면 가미즈나를 떠나면? 혹은 세상을 떠나간다면 어떻게 되나?
어느 재물이나 칭호가 됐든, 스스로 두 눈을 뜨고 지킬 수 있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뿐이 아닌가? 요이카는 오랫동안 속세를 떠돌면서, 바로 그 사실을 걱정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죽고 나면 자기가 쌓아 올린 그 무엇도 지킬 수 없게 되니까 자신을 대신할 무언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었다. 가령 큰 무덤을 만들거나, 가령 천장까지 닿을 만큼 많은 책을 쓰거나, 가령 그 고민을 잊을 때까지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
‘그런데 회장은 그런 고민이 없어 보이네. 마치 나무들처럼, 흐르는 시간의 뒤편을 걱정하지 않아. 그건⋯ 「좋은 사람」의 조건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요이카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아이자와는 신사의 아이니까. 사람이 기억하지 않아도 신들이 그의 올곧음을 기억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그 당번이 당번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떡하겠어? 남이 자기 일을 빼앗아 주는 게 고마울 정도로 당번 일에 소홀한 사람이라면, 누가 그 일을 대신해 준다고 한들 그다지 보람찬 일은 아닐 거야. 하지만 당번 일을 학수고대하며 화단에 물 주기만 오매불망 바라던 사람이라면 그 일을 빼앗아 버렸을 때 끼치는 실망이 무엇보다 크겠지.”
요이카는 천천히 이야기했다. 가만 보면 빗자루질 하는 리듬과 말소리의 박자가 동일하다.
“⋯좀 선문답 같았나?” 조금 멋쩍게 웃는다. “아, 그러게. 문득 느낀 건데, 누구랑 이야기하는 건 즐거운 일이구나. 나는 그⋯ 좀 많이 조용한 삶을 산 편이거든. 지금도 그렇고.”
싸리비의 흔들리는 끝자락만 바라보던 요이카는, 고개를 돌려서 초콜릿을 한참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이카는 설령 도끼날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의 공물을 거부한 적은 한 차례도 없으니까.
"그걸 사람이라면 벌써부터 빗자루질을 하면서 낙옆을 쓸고 있겠지. 안 그래?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야. 물론 후배 양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딱히 그것으로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하지만 후배 양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것 같아. 뭐, 아무튼...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사안은 아니라는 거지."
아무렴 어떠랴. 고맙게 생각하건 미워하건. 지금은 방과후고 뭔가 활동을 할 거면 이미 활동을 해야 할 시기였다. 고작 자신이 이렇게 낙엽을 쓸었다고 해서 그 일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리는 없었다. 다른 할 일도 많을테니까. 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며 그는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라고 막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렇게 말하는 요이카를 바라보며 치아키는 그렇지? 라고 살며시 말을 덧붙였다. 조용한 삶을 산 편이라는 말에는 조금 걱정이 들긴 했으나 그는 굳이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여기서 괜히 눈치를 보면서 그럼 조용히 있어줄까? 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치아키는 그 대신, 주머니 속에서 ABC 초콜릿 3개를 꺼낸 후에 그녀의 손바닥 위에 내려놓았다.
"되게 맛있어. 이거. 알파벳 찾는 재미도 있고 말이야. 역시 이런 나 자신에게 보내는 포상이라도 있어야 세상 살 맛이 나지. 신사의 아들이긴 하지만 나는 고귀하게 살긴 글렀나봐. 하핫."
물론 신사의 아들이라고 해서 고귀하게, 그리고 기품있게 살라는 법은 없었으나 그래도 대략적으로 생각되는 이미지는 있기 마련이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대체 누가 신사의 아들이라고 생각할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기품없는 자신이라고 생각하나 그게 또 싫은 것은 아니었다. 이게 바로 자신이었기에.
"아무튼 대화를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날 찾아와. 난 거짓말 아니고 정말 하루종일 대화만 할 수도 있거든. 그러다가 친해지고, 인연을 쌓아가는 것을 좋아해. 후배 양이 그때 수학여행 때 나와 만난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대화를 또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인연의 신,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에서 태어나서 그런걸지도 모르지. 아마도? 하핫."
절충안이 통과되자 그는 히히 살갑게도 웃었다. 많이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있긴 해도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가 보다. 훈훈한 결론을 내어 뿌듯하던 것도 잠시.
"안 누웠잖아!"
안 드러누웠고, 꼬장 부리고는 싶지만 정말 실행에 옮기기까진 않았으니 참았다는 뜻이다. 방금의 주책은 그에게 있어 숨 쉬듯이 당연한 일이라, 본인 입장에서는 놀리려 한 게 아니니 앞서 한 약속도 어기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에잇, 꼬맹이는 이게 어떤 기분인지 모른다. 이 나이 먹고 투정 부리는 짓은 정말 유치하지만 아무튼 하네는 몰라!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하네가 바닥으로 푹 꺼져 버리자 뒤늦게 아차 했다. 그는 저 역시 스르륵 쭈그려 앉아서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응, 없어. 어떻게 알았대."
하네는 유감스럽게도 정답을 맞혀 버렸다. 이 어르신, 인생이나 신생 경험은 나름대로 풍부한데 반해 연애 경험은 한 번도 없어서 전혀 모른다……. 사랑보다도 더욱 간단한 마음씨에도 서투른 신인데 사랑에 빠질 새는 어디 있겠는가. 그동안 내심은 자신 없어하던 부분이기도 했고, 따지자면 정곡을 찔린 셈이라 그는 삐질삐질 시선을 피했다. 누가 눈 마주치며 혼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슬며시 눈치 살피며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홀했어. ……우느냐?"
정말, 마지막 말은 안 하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하지만 이번에는 놀리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혹여 하네가 울기라도 하면 놀지도 못하고, 미움 살지도 모르고, 왜인지 마음이 편치가 않아져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떤 이유로든 전긍하기에 꺼낸 말이었다.
아저씨한테 어딜 눕느냐고 목소리를 평소보다 높이고 말았지만, 눕지는 않았어도 바닥이랑 가까워진 건 저예요. 쭈그려 앉아버렸는 걸요. 안 누웠다고 말하는 아저씨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눈에 띄는 짓은 제가 해버렸는걸요. 다시 일어날 때는 또 어떻게 하려고 무턱대고 쭈그려 앉아버렸는지, 그렇지만 이렇게나 못 견딜만큼 부끄러웠는데 어떡하면 좋았을지,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것도 답을 찾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에 아저씨도 자리에 쭈그려 앉아버렸어요. 낮춰진 아저씨의 자세에 숙였던 고개를 듭니다. 고개를 많이 들지 않아도 눈높이가 금새 맞아서 머뭇거리다가 아저씨를 바라봤지만, 시선을 피하기에 쫓아가지 않고 다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번에는 사과를 나중으로 미뤄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입을 열었지만 한참을 목소리 내지 못 하고 있다가 겨우 말할 수 있었어요.
“죄송해요.”
눈도 마주치기 싫은 걸지도 몰라요. 여태까지 한 말들 중에 제일 못된 말을 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지나온 여름에 등불과 함께 빈 소원이 떠올라요. 제 인연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띄워보냈는데, 좋아하지 않길 바랐다는게 미움 받고 싶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미움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심한 말을 해버린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상처주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안 웁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요.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괜찮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빨리 답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울지 않는다고 목소리로 답한 건, 그러지 않으면 우는게 맞다고 생각할까봐였어요. 절대 울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 보이는게 부끄러운 걸 떠나서, 신경쓰이게 만들기도, 걱정하게 만들기도 싫고, 제 잘못 때문에 우는 건 바보 같기도 합니다. 그런 기분은 빨리 쫓아내는게 나아요. 저 멀리 밀어내버립니다. 그러면서 입술을 꾹 다물고서, 살금살금 아저씨의 표정을 살폈어요. 아저씨 기분은 괜찮은걸까요? 이래서야는 차라리 심심했던게 더 나았을 겁니다......
“안 놀아도 괜찮아요?”
눈을 어디 두어야할 지 찾지 못하다가, 용기내서 아저씨를 마주보려고 합니다. 완전히 마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제대로 다 들지 못해서 살짝 올려다보면서 조심스레 물어보았어요.
눈 피하던 짧은 시간동안 그는 이 상황이 있기 전까지의 상황을 복기하고 있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하네를 낯부끄럽게 만드는 일이야 늘 있었던 일이었지만 그런 그가 생각하기에도 오늘은 좀 과했다는 결론이 났다. 평소에는 그럭저럭 앞뒤를 재서 적당히 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그 소식이 워낙에 충격적이었던지라……. 회고로의 도피는 짧았다. 피하던 눈길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고 고개 숙인 까만 머리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려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뭐가?"
뭘 잘못했는지 아느냐며 따지는 물음이 아닌 순수한 의문이다. 그간의 경험 상 사고를 치는 건 항상 제 쪽이었고, 하네는 특별히 잘못한 게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아직 영문은 알 수 없었으나 이어지는 말만은 희소식이었다. 눈을 깜빡거리며 하네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그는 안 운다는 말에 곧바로 화색이 되었다. "정말?" 어쩌면 상황에 맞지 않을지도 모를 만큼이나 활짝 웃는 얼굴이다. 조금이나마 조심스럽게 굴었던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는 슬며시 얼굴을 든 하네를 빤히 바라보다, 서로 눈이 마주칠 무렵에 그 동그랗고 까만 머리통을 멋대로 쓰다듬으려 들었다. 지금 같은 순간이라고 예외는 없다는 듯 우악스럽고 뜨끈한 쓰다듬이었을 거다. 산통 다 깨지게! ……하지만 침울해 보이는 기색을 가만히 두고 보기 싫어서 그런다. 차라리 짓궂은 장난 때문에 발끈하는 편이 더 좋은걸. 그는 그러고서 조금 늦은 대답을 돌려주었다.
"네 기분 괜찮으면."
울지 않았다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렇다 해서 혼자서만 재밌으면 상관 없다 할 정도로 자기만 아는 신은 아니다. 적어도 하네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덩치 열심히 웅크리고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지, 그는 쭈그린 자세 고치려 꿈실거리다 슬그머니 속삭였다.
우물우물우물. 입 안에서 초콜릿이 녹고 설탕이 혀의 돌기 사이로 퍼졌다. 달고 짠 것은 요이카의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단맛의 효용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다. 단맛은 나비를 부르고 벌을 부르며 새들을 부른다⋯. 물론 개미와 진딧물도 함께. 그러니 꽃과 나무는 모두 달콤함을 적당히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 꽃가루를 날려서 수분하는 은행나무에게는, 그리고 더 이상 꽃을 피울 일 없는 요이카에게는 별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문득 요이카는 코코로오카시마츠리에서, 어리둥절해하는 화과자 장인에게 레시피를 하나하나 읊어 주며 월병 여러 개를 구웠던 기억이 났다. 만사에 서툴지만 요리와 붓 솜씨는 그럭저럭 봐줄 만했으므로, 같은 요령으로 과자를 예쁘게 구워 내는 것도 가능했다. 완성품은 모두 남궁을 비롯한 같은 반의 친구들이나 원예부, 다른 반의 면식 있는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파란 포장지로 감싼 것은 그 가운데 일부였지만. 그런데, 과연 그 달콤함은 무엇을 불러올 수 있을까? 나비도 벌도 새도 개미도 진딧물도 찾아오지 않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다. 달콤함이 조금 모자랐을지도 모르니까⋯. 그저 요이카의 미각이 마비된 탓일 수도 있지만. 그에 비해 입 안에서 구르는 초콜릿은 호박벌이 꼬일 만큼 달다.
“키쥬냐히메⋯.” 입 안이 끈적해지는 감촉을 잊으려고, 요이카는 초콜릿을 서둘러 꿀꺽 삼켰다. “키즈나히메. 평생 가미즈나 시민으로 살려는 이유도 그거겠구나. 키즈나히메가⋯ 당신을 이 땅, 그리고 이 땅의 사람들과 강하게 묶어 두고 있을 테니.”
낙엽을 가로로 젖히며 밀고 온 길자락이 맑게 청소되어 한결 보기가 나아졌다. 무엇보다 이파리들이 흙이 있는 화단으로 되돌아갔다는 게 요이카에게는 가장 흡족했다. 싸리비 사이에 낀 잎 하나까지 손으로 떼어 땅으로 돌려보내고 나서야 요이카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가을 바람이 소슬하게 불고 있었다. 후드를 벗어서 바람에 머리카락을 조금 날렸다.
“무언가에 단단히 묶여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부평초처럼 떠도는 삶을 오래 살면 알게 되거든. 요이카는 이 말을 삼켰다. “그러니까⋯. 그래. 많이 이야기해 줘. 인연과 키즈나히메에 관한 것. 이래봬도 나도 그런 걸 동경⋯ 아니, 동경은 아닌가. 「궁금해」하는 타입이거든.”
초콜릿을 먹는 그 모습을 치아키는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역시 이렇게 무엇이라도 나누고,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그렇게 해야 정이 쌓이는 법 아니겠는가. 그리고 자신은 그런 행위 자체가 좋았다. 인연이 조금 더 두꺼워질수도 있는, 그리고 더욱 친해질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좋았다. 자신이 만약 신으로 태어났다면 필시 자신도 인연의 신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리없이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와중에 '키쥬냐히메'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귀엽다는 듯이 눈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이렇게 갑자기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고?! 저 후배 양. 반칙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나 그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은 없었다.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아무튼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겠네. 물론 키즈나히메님이 나를 이 땅에 강하게 묶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가미즈나 시민으로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그냥 자신은 이 마을이 좋았다. 자신의 할머니가 지키고 있으며, 자신의 할머니가 모셔지고 있는 이 마을이 좋았다. 신과 인간이 연을 맺는다고 전해지는, 그리고 그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이 태어난 이곳이 좋았다. 허나 이 사실을 입에 담으면 신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말해야만 하니 그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입을 꾹 다물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나 자신에 대한 것도 궁금해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후배 양에 대한 것도 들려주고 말이야. 그쪽이 좀 더 인연 쌓기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 물론 키즈나히메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아는 선에선 이것저것 얘기해줄게. 이를테면... 키즈나히메님은 연애물을 정말로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라던가?"
물론 믿거나 말거나야. 그냥 그럴 것 같잖아.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다시 빗자루질에 천천히 집중했다.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손을 멈출 순 없었다. 어쨌건 자신도, 그리고 이 후배 양도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야할테니까.
아마 그 이후로도 치아키는 이런저런 말을 계속 걸어왔을 것이다. 그다지 의미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이어질법한 이야기를.
이 얏 호 휴 일 이 다! (・ัᗜ・ั)و 물론 내일 하루는 온종일 못 들어올 것 같지만요 대낮이지만 여유롭게 일상 구해 봐요!
키구치 요이카: 069 약한 신체부위나 기관이 있다면? “온몸⋯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나 자체가 약한 편이니까. 달리 말하자면 강한 부위가 딱히 없지. 애초에 은행나무는 목질이 무른 편이고⋯. 건조한 날에는 목에 난 참수흔이 간혹 아프긴 하지만, 목이 잘렸다면 누군들 안 아프겠어? 약점⋯? 딱히 그런 건 없어⋯.” ⋯모두에겐 꽁꽁 숨기고 있지만 사실 요이카는 옆구리에 간지럼을 엄청 탄대요. 읍읍!
302 보고싶어하지않는 단어가 있다면 「풍림화산」.
031 생일파티를 좋아하나요? 전에도 말했듯 요이카에게 생일은 큰 의미가 없고 동지를 비롯한 24절기를 더 중요하게 여겨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날이라면 얼마든지 기꺼이 축하해 주려고 한답니다! 왜 요즘 들어 유독 빵에다가 촛불을 꽂아 놓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얼 잘못했는지, 왜 사과했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못된 말을 했다고 답하면 그건 틀린 대답이에요. 언제나 그래놓고서, 미움 받는다거나 싫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다는 식으로 생각해놓고서, 정말로 미움 받아버릴 것 같다고 불안해져서는 사과한 거예요. 치사하고, 비겁해서, 말하고 싶지 않은데 분명, 말하지 않으면 똑같을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게 뻔해요. 또 다른 사람한테도 그래버리고 말 겁니다. 말하지 않으면 안 돼요.
“아저씨한테 미움받기 싫어서 사과한 거예요.”
목소리가 작은 이유는 아저씨라는 호칭 때문이 아니었어요. 부끄러워서 작아진 크기입니다. 전 제가 부끄럽기만 한데, 아저씨는 금방 활짝 웃었어요. 울지 않는다는 말 때문이라면, 제가 울지 않아서 웃는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아서 입술을 꾹 물었어요. 미안한 마음에 울상을 지을 것 같지만 지으면 안 되니까요...... 울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반대로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몇 번 눈을 깜빡거리지만 쉽지는 않아요. “정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자니 머리가 쓰다듬어집니다. 어릴 때는 쓰다듬받는 걸 아무렇지 않아하다 못해 칭찬으로 생각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잘 웃던 그때를 떠올리고 있다가, 가물가물 눈을 몇 번 더 깜빡거리다가, ‘어릴 때 처럼’ 이라고 생각하면 웃을 수 있었습니다. “...볼 꼬집어도 됩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잘 할 거예요.” 사과만 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어서 우물우물 두 가지를 말해요. 하나는 아까 전에 못 치게 한 장난을 쳐도 된단 말이고요, 다른 하나는 응원이었습니다. 좋아해본 적은 있냐느니 말해버렸으니까요...... 잘 할 거라는 말이 맞는 응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전 괜찮아요.”
이런 상황에서 제 기분을 고려할 줄은 몰라서 조금 답이 늦었어요. 좀 더 아저씨 스스로를 생각하는 편이 좋을텐데요...... 아저씨를 가만 바라보다가, 이제 일어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기까지 뛰어왔던 이유를 까먹진 않았으니까요. 오늘 하루가 아저씨에게 나쁜 하루나 심심한 하루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 답레만 올리고 가볼게. 회식의 여파(=숙취)로 오늘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네. 🥲 다들 수요일 잘 보내길 바라. ☺️
케이는 한쪽 눈을 감고 있는 쥰이 불편해보여 주머니에서 한쪽 눈을 가릴 수 있는 안대를 꺼내어 건넸다. 어디서 나왔냐 하며는 신력으로 꺼내온 것이긴 했지만. 한쪽 눈을 계속 감고 있는 것보다는 안대를 하고 있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물론 아파보인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어쨌든 케이는 쥰이 건네는 케이스를 받았다. 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케이스를 열어 모노클을 내려다봤다. 모노클은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했다. 보통 시력이 한쪽만 안 좋다고 하더라도 편의성 때문에 일반 안경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소중한 모노클이라는 말을 들으니 이 외알 안경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 듯 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물건인 건가요?”
물론 스스로 좋아해서 소중히하는 물건일지도 모르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받았다, 라는 것이 정석이 아니겠는가. 선물이라는 것은 그 물건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선물하는 사람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이곤 했으니.
봄에서 여름을 지나 가을, 그리고 가을. 늦가을은 곧 겨울을 부를 것인데. 이렇게 흘러가버리면, 이다음 가을 찾아올 때에는 자신은 어디에 있을 것인지. 자리 잡고 지켜볼 것이 여전히 없음을 생각하며 가을 햇빛 속을 거닐 때. 스쳐 지나가며 네 모습을 보면,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거리를 두고서 멈춰 서게 된다. 저와 같은 기운을 가진, 내 마니또님. 이제는 멀리 숨어서 지켜볼 필요가 없는 것인데. 그럼에도 먼저 말 걸지 못함에 망설이고 있으면 네가 자신을 발견하고 인사를 걸어오는 것일까. 그에 미유키는 작은 미소와 함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 안녕하세요."
하고서 제 건네었던 봄 팔찌를 여전히 차고 있을지. 살피며 벤치로 다가가던 미유키는, 너와 눈을 마주하고는 설핏 웃는다.
미움 받을 걱정이라면 하지 않아도 좋은데. 그리 생각하면서도 말 곧장 내뱉기보다는 잠시 지난날의 대화를 돌이켜 보았다. 일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봄이었던가? 설혹 못되게 군다 하더라도 너는 내 눈에 언제까지고 어여쁠 테니 널 미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그때에도 요 꼬맹이는 왜인지 달갑게만 듣지는 않는 눈치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늘 그래왔듯 너라면 전부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는 대신, 감상에 보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나도 그런데, 이심전심이로구나! 당초에 미움이 없었으니 걱정할 나위도 없는 것이었어."
약속한 바도 없으면서 똑같이 생각해 버렸다는 게 무엇이라고 이렇게나 우습다. 머리칼 거칠게 휘적거리던 손길은 끝으로 갈수록 조금씩 약해지더니, 손을 뗀 그가 슬그머니 하네의 표정을 살폈다. 아슬아슬하다가도 끝으로는 웃는 듯하기에 그제서야 마음 놓았다. 아니 마음 놓다 못해, 몰래 잡아 둔 긴장이 탁 풀려서 하네의 볼따구니 잡고 양쪽으로 쭉쭉 당겼다. 허락도 받았는데 주저할 까닭 있겠나! "으이구, 요놈 가시나야. 꼴랑 이거 갖꼬 씽퉁하면 우야노." 시무룩한 얼굴 보고 있자면 왜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해 가만히 못 있겠어서 이런다. 말만은 핀잔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탓에 알아듣기 힘들도록 일부러 한국말로 잽싸게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잘할 거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뭘 잘한다는 거야, 볼 꼬집기? 무슨 말인가 싶어 이제까지의 대화를 천천히 맞춰 보고서야 그는 마침내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러브레터 받은 게 누구였더라? 힘은 나 말고 네가 내야지, 요 깜찍하고 맹랑한 꼬맹이야!" 에잇, 그러고 보니 선물 얘기하다 이렇게 흘렀었지. 갑자기 괘씸해져서 볼 늘리다 말고 복어처럼 꾸욱 눌러주었다!
이런 엉뚱한 장난질도 조금 뒤에는 소강에 들었을 테다. 괜찮다는 확답 듣고 나서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먼저 벌떡 일어났다. 신도 오래 쭈그려 앉으면 다리 저리더라. 아직 앉아 있을 하네에게 잡고 일어나라는 듯 손을 내민 그는, 이어서 능청스레 묻는다.
"머리 정리해줄까?"
오늘은 너무 주책맞게 굴기도 했고…… 내내 장난질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름대로 보이는 반성의 표시다. 하네를 바라보는 두 눈이 쾌활하게 반짝인다. 재미없을 걱정은 말라는 듯이. 계절을 닮은 쾌청하고 푸르른 호언이었다.
// 이걸로 막레!!! 중간에 엉뚱한 소리 하는 바람에 하네를 많이 부끄럽게 만든 것 같아서 나까지 미안해 이 할배가 잘못했어...!!! 이러고 나서 열심히 과자 만든 걸로 하자( •̀∀•́ )✧ 아무튼 수고했구~ 일상 정말 즐거웠어😊
더 일찍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쌓였던 만큼,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도 기쁜 것인데. 그 팔찌 여전히 차고 있다는 것에 미유키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낀다. 네 권유에 미유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로 다가와 앉는다. 멀리서 볼 때 보다, 가까이에서 볼 때가 더욱 아름다운 것이라. 미유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다니면서 보면, 같은 기운은 많이 느껴지는 것인데. 이렇게 마주 보는 건 힘든 일이네요."
조곤조곤 말하던 미유키, 네 봄 팔찌에 시선을 둔다. 은근슬쩍 물어보며 팔찌에 대한 네 마음을 알아보려 하는 것이다.
그 말에 미유키 옅게 웃는다. 같은 신 님이니, 인연이 된다면 이후에도 만나게 되겠지. 제 물음에 답하는 당신의 말에 미유키는 짐짓, 너무 기뻐하지 않는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제 마음을 보내었던 것이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야카와 눈을 마주하려 한다.
"회자정리는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음." 헤어지는 것을...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분홍색 포장지를 보낼 때 사야카가 어쩐지 굉장히 미묘한 표정이었는데. 그것을 처음 본 이들은 기분이 안 좋은 건가 싶었겠지만 사실은 어물어물함이나. 걱정에 가까웠을 테니까요. 미유키의 질문을 듣고는 마주하는 것을 들여다보이고 들여다보는 듯.
"이름은 알지만 만나지는 못한 것."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음.." 이라고 말하면서.
"명찰은 비슷한데." 이름을 읽는 법..이 비슷한 것 같지만. 소개는 직접 듣고 싶다는 듯한 말을 하면서 미유키에게 미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사야카입니다.
헤어진다는 것에, 네 그 미묘한 표정에 미유키는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말하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내려 달고 있는 제 명찰을 보고, 슬쩍 고개를 들어 마주 보고서 옅게 웃었을까. 숨기고 숨기다가,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인데.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인지.
헤어짐을 미리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라니 더 파고들 것이 아니다. 미유키는 그에 고개만 끄덕인다. 이어지는 농담이 너무나도 재밌는 것이라, 듣고서 미유키는 그만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그래. 키즈나히메님이 인연실을 이리저리 꼬아놓는 것을 푸는데 시간이 이만큼 걸렸구나. 어떻게 가위로 썩둑 잘라버린 것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 것인지. 그리고 인간으로서 이름이라도 자신을 호명하는 것은 언제나 듣기 좋은 것일까.
"사야카라 불러도 괜찮을까요?"
저도, 미유키라 불러도 괜찮으니까요. 이어 말하며 미유키는 이번에는 이름으로 자신을 호명하길 기대하며 당신을 본다.
>>863 마츠리 이벤트 끝나서 마음이 조급한데 하네가..... 하네야.... 🥹 서둘러 마무리 짓느라 우당탕탕 돗가비신님의 요리교실 직접 못 본게 아쉽지만 응, 그런 거로 하자. 오카시를 산처럼 쌓아버렸다고 하자. ☺️ 머리 정리도 잘 받은 거로 하고! 린주도 일상 수고 많았고 나야말로 즐거웠어. 🤗
엉켰다가, 풀렸다가, 감겼다가, 끊어지다가 다시 이어지기도 하는 인연이란 네 말처럼 신기하고 기이한 것이었으니.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는 네 답에 미유키는 눈에 띄게 기뻐한다. 애매하진 표정에는 그 이유가 무엇일지 살피게 되는 것인데. 여지를 놔두는 것이라 함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 인연실이 또 꼬이더라도, 언젠간 풀어 만날 수 있겠지. 생각하며 너에게 시선을 두던 미유키는 작게 웃으며 묻는다.
"맞아, 사야카를 만나면 늘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어떻게..... 봄이 개화하는 건 잘 보았나요?"
네가 쪽지와 함께 남겼던 분재의 사진은 여전히 제 방에 붙어 있으니. 보았으면, 그 감상이 궁금한 것이었다.
만개한 꽃들이 지고, 이파리 푸릇해지는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듣고 싶었던 감상이었는지. 봄은 보았는지, 만나서 묻지 못하니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서는 이제 그 이파리마저 떨어질 때가 돼서야 듣게 되는 것이었지만. 네가 봄이 만개하는 것을, 그 순간을 보았다는 것이 매우 기쁘고 다행인 것이었을까. 근황까지 듣고 나면 미유키는 이어지는 네 말에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도, 노력했으니 봄을 보았잖아요."
못한 것이 아닌데. 미유키는 예뻤다는 말에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또 볼 수 있으니까." 하며 말했을까. 자신에게 어울리는 꽃의 이름이 익숙한 꽃이라. 미유키는 눈을 크게 떠내며 깜빡이다 가, 즐거운 듯 말을 잇는다.
"복수초를 말하는 거지요? 제 고향에서는 꽃 필 때면 연어가 강으로 찾아와, 이토우 꽃이라 부르니 꽃 피어난 걸 보면서 봄이 왔구나 하는 것이었는데. 사야카가 보기에 잘 어울릴 것 같다니, 봄 기다리며 하나 들여놓아야겠네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니까. 분재가 시들지 않는 한 너는 손안에 들어온 봄이 만개하는 것을 다시 보게 될 테고, 그때마다 나를 떠올리지 않을까. 그리고 나 역시도 벚꽃이 피면 너를 떠올리지 않을지. 그때가 오면 이번의 봄도 작년의 봄처럼 아름다웠냐 물을 수 있을련지. 미유키는 네가 덧붙이는 말을 듣고선 고개를 슬쩍 기울인다. 제 살던 곳의 신 님이 아니면 잘 모를만한 이야기인데. 빙긋 눈웃음 지으며 말한다.
"응. 안개 여신님. 눈이 사라질 때만 잠깐 얼굴을 내민다고도 했었지요."
다른 분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인데. 어디서 다른 신 님들에게 들으셨나요? 미유키 이어 묻고선 네가 건네는 과자를 본다. 생각하면 너에게도 파란 포장지로 건넸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바보 같지 정말. 망설이며, 고민하는 얼굴로 있다가는 고개를 끄덕인다. 물고기가 올라올 때 피는 꽃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쩜 과자도 물고기 모양인지. 후후 작게 소리내어 웃다가 고갤 들어 사야카를 보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