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꾸준히 놀려먹었다는 경력은 곧 마지막 경고 정도는 알아들을 눈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용케 감으로 눈치는 챘다. 그는 말 잘 듣는 개처럼 열렬하게 하네에게 시선을 꽂아대다 흘겨보는 눈길이 닿자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 직접 얼굴 보고 말하는 게 더 좋더라. 영감님이라서 그런가 봐."
정말로 그런 편이기도 하고, 어차피 가까운데 여러 번 문자로 말 전하는 것보단 만나서 빨리 해결하는 게 더 간편하다 생각하기도 했고. 공부 얘기 하면서 시무룩해졌던 것도 잠깐이다. 그는 금세 다시 쌩쌩해져서는 어른답게 굴었다. "참, 타카나시 선배님은 성적이 어떻게 되시나?" …어른답게 성적 얘기를 했다는 뜻이다. 물론 본인부터 겨우 낙제점을 면한 처지인데다 따분한 소리 싫어하는 성격이니 흔히 묻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을 테다. 하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덩달아 좋아서 펄쩍 뛰었다.
"그럼 나랑 어디 좀 가자! 뭐더라, 이번에 광장에서 뭘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왜 평소처럼 마음대로 장난 안 쳤냐면, 놀러가자고 말할 거라 잘 보여야 해서다! 너무 까불어서 하네가 안 놀아주기라도 한다면 그냥 심심하고 쓸쓸한 아저씨밖에 못 되니까……. 아무튼, 뭘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자세히 찾아보기엔 귀찮았던지라 정확히 어떤 행사인지까지는 안 알아봤다. 그래도 가면 뭐라도 있겠지. 무엇이라 할 만한 것 없더라도 적당히 노닥거릴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응, 어린애 아니고 완전 어른스러운 선배님이라면 같이 가 줄 거지?"
손 붙잡은 김에 또 있는 힘껏 초롱초롱 간절한 표정이다. 벌써부터 시동이 걸려서 그러는 와중에도 이미 발은 종종대며 나가는 길로 가려 하고 있었다.
아저씨에게 전달이 잘 됐는가는 알 수 없지만,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걸 보면 계속 흘겨볼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고나니 장난치면 도망간다는 말만 지키려 하고 있었는데, 그 앞에 했던 말이 하나 더 있었단게 떠올라요. 학교에서 모른 척 하지 않겠다면서, 인사하겠다고도 말했어요. 인사한다면야 아저씨에게는 허리라던지 고개 숙여서 인사하는게 맞는데, 학교에서는 제가 선배이니 이상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럼... 안녕, 하세요.”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손 인사를 하려했지만, 제 손짓이 어색해서 이상해진 것 같아요. 아저씨한테 잡히지 않은 쪽의 손을 들어올려서 흔들다가, 인삿말이 뚝 끊길 뻔해 어색함이 추가됩니다... 더 민망해지기 전에 손을 내렸어요.
“그냥 비 씨라서 그런 것 같은데요.”
영감님이라서가 아닐 거란 생각을 해요. 아저씨와 제 나이가 바뀌더라도, 전 아저씨처럼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직접 얼굴 보고 말하는 게 싫지는 않지만 표정 관리하기가 힘드니까요... 어려진 아저씨는 더 방방 뛰어다녔으면 뛰어다녔을 것 같고요. “영감 후배님보단 높을 겁니다. ......많이 높지는 않지만.” 이과 과목이 언제나 큰 문제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보다 성적이 낮진 않을 거라고 믿어요. 전 그래도, 평소에도 공부를 하기는 하는걸요!
“.........코코로오카시 마츠리요?”
입을 꾹 다물면서 얼굴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으니까 요즈음 광장에서 무얼하는지 모를 리가 없고, 받아버린 화과자들이 있어서 더욱 모를 수가 없어요. 보낸 사람이 전혀 짐작가지 않아버리면 잘못 보낸게 아닐까 매일같이 고민중이기도 합니다. 제가 받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는 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걸요...... 그러니까 받아버린 마음들이 상냥하고 기뻐서, 마츠리만 생각해도 덩달아 부끄러워지고 말아요. 생각이 더뎌져서, 버릇마냥 틱틱대는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몇 번 끄덕거립니다. 아저씨와 발을 맞춰요.
1. 「무언가를 기른다고 한다면 식물파? 아니면 동물파?」 명실공히 식물파. 만약 요이카가 인간이거나, 인간의 신이거나, 하다못해 동물신이거나⋯. 최소한 동물이었다고 한다면 동물파였을 겁니다.
2.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깎아내리는 걸 들으면?」 그런 걸로 남에게 따질 성격은 아니지만, 마음 속의 원념들은 못마땅해할 테니 그들을 진정시키느라 골치아플 거예요. 사실 평상시에 대부분의 신으로서의 능력은 이렇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데 사용하고 있죠
3. 「계란 프라이는 완숙? 반숙?」 반숙이 당연히 더 맛있지만⋯. 요이카, 워낙 만사에 서툴러서 노른자가 터져 흘러내리면 어쩔 줄 몰라하기 때문에 토스트 등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완숙을 부탁한답니다 그럼에도 식빵 사이에 반숙 달걀을 끼워 준다면, 요이카는 우물쭈물하면서도 조용히 기뻐할 거예요
음. 요이카는 아무래도 식물 계열이었으니까 역시 식물을 기르는군요. 동물이었다고 한다면 동물을 길렀다라. 역시 식물이었기에 식물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모양이군요! ...아앗...아아앗...원념..원념 멈춰!! 안돼!! 8ㅁ8 그런 거 함부로 나오면 가미즈나에서 쫓겨나!! 8ㅁ8 음. 그렇군요. 반숙을 좋아한다.. 요이카는 반숙파로군요. 참고로 치아키는 완숙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