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의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전 살짝 웃어버렸어요. 오랜 기간동안 알고 지냈고, 아무리 친하더라도 ‘사실 우리 가족들은 신인데 난 인간이라서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적도 있었다’ 라고 말하기 쉬울 리가 없으니까요. 비슷한 상황 속에 있는게 아니라면 말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신이라는 존재는 비밀이니까요. 선배님이 말했던대로 비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그런 친구가 된 것 같아서 괜히 웃음이 나고 말았습니다.
“...선배님 탓하기로 했으니까 상관없기는 해요.”
제 운세를 선배님이 갖게 되면, 선배님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된단 뜻이라서 그렇게 말했던 거라고,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리가요! 아까 전에 했던 말로 한 번 더 얼버무리기나 합니다. 축제가 재미없어서 후회하게 되면 제 탓 아니라고, 선배님 탓이라고 하기로 했는걸요. 선배님은 후회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얼버무린 후에는 선배님을 따라서 값을 치뤘어요. 타로카드를 봐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살짝 고개 숙여서 인사한 후에 천막 밖으로 나옵니다.
“내년까지는 기억됩니다.”
전 아직 2학년이니까요, 3학년까지 학교를 다녀야합니다. 선배님은 졸업했겠지만 고작 1년이 지났다고 까먹지는 않는걸요. 심지어 친구라고 한다면 더더욱이요. 하지만 역시 10년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년까지만으로도 괜찮을까 싶지만 선배님의 목표가 10년이라면 1년은 너무 짧을 지도 몰라요......
“............친구라면서요.”
물론 제가 서툴러서 제대로 된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전 선배님을 친구라고 생각하니까요! 졸업한다고 잊어버리진 않습니다. 신사 이야기에는 잠시 입을 다물었어요. 신사에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지만, 다른 분들, 특히 저희 가족과 만났을 신님들을 만나는 건 절대로 피하고 싶은걸요. 민망하잖아요!
살짝 웃는 하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치아키 역시 별 말 없이 웃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웃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좋지 않은가. 웃는 모습에는 웃는 모습을. 즐거움 위에는 즐거움을. 자신이 올 한 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그는 그 미소를 길게 유지했다.
"내 탓으로 하겠다는 것과 타로카드가 반대로 나왔다는 것은 별 관계없지 않아? 하핫. 후배 양은 가끔 의미 모를 소리를 하는 것 같다니까."
이것만큼은 도저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하지만 뭔가 캐물어도 답을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굳이 더 묻거나 하진 않았다. 뭔가 좋은 의미 같기도 하고, 나쁜 의미 같기도 하고. 기왕이면 나쁜 의미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렇게 같이 있으면 나쁜 아이는 아닌 것이 분명했으니, 물론 조금 사춘기처럼 툴툴거리는 모습은 있었으나 그 정도야 자신들 또래에선 흔하게는 아니어도 은근히 많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며 치아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내년까지는 기억될 거라는 말과 함께 더불어 조금 긴 뜸을 들이다가 친구를 거론하는 하네의 모습에 치아키는 두 눈을 깜빡였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 이내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바로 이어 대답했다.
"응. 친구지. 비슷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친구. 적어도 아직까진 난 후배 양 이외에 나와 비슷한 비밀을 가진 이를 가진 이는 본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싶고. 간접적으로라도 말할 수 없잖아. 아무래도? 사실... 그런 것이 없더라도 나는 친하게 지내자고 이야기를 할 것 같았지만 말이야. 한 번 만나고 끝이라면 모를까. 여러 번 보기도 했고... 이것저것 이야기도 나눴고 말이지. 그 정도면 나는 친구라고 생각해. 딱히 조건이건 뭐건 관계없이 말이야."
결국 이것을 말하기 위해선 상대의 부모와 자신의 부모가 모두 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조건이 필요했다. 허나 그것이 어디 쉽겠는가. 신이란 존재는 비밀이고 함부로 거론하면 안되는 법이고 자신은 누가 신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이럴때는 자신의 누나처럼 누가 신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그 직감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면? 나라면 갈 수 있어. 뭔가 조금 무안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기에 친구가 있다고 한다면, 보고 싶은 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 무안한 감정을 모른 척, 눈 돌리고 갈 것 같거든. 하핫. 물론 후배 양은 아닐지도 모르지만..나는 갈 거야. 그런 무안함보다 보고 싶은 이를 보는 것이 좀 더 중요하거든. 뭐, 어쩌면 이것도.. 우리 가족의 영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일가가 모두 인연의 신과 관련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치아키는 그다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라면 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자신도 인연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 가느다란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기에. 허나 그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면서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튼... 조금 뜸은 있었지만, 친구니까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을 오래오래 해주겠다는 것으로 만족할게. 하핫. 뭔가 이 이상은 쭉 나 기억해줘..라고 조르는 것 같고 난 그런 구차한 것은 싫거든. 그래도 조금 궁금하니까 한 3년 정도 잘 안 보였다가 갑자기 찾아와서 후배 양...은 아니구나. 그땐 후배가 아니니까. 타카 양이라고 부를까. 아무튼 나 기억해? 라고 물어봐야겠어. 기억 못하면..섭섭할지도? 하핫. 막 이래. 아무튼 가자. 다른 곳에도."
오늘 하루는 제대로 놀아야지. 학생회장과 함께 노는 축제는 흔치 않는 법이거든.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는 앞장서듯이 천천히 걸었다.
/오늘내로는 끝을 내야하니 이걸로 막레를 해도 되고.. 한 번 정도 더 이어서 막레를 하고 싶다면 해도 괜찮아요!
남궁 린의 오늘 풀 해시는 못생겼다는_말을_들은_자캐는 엥 그게 무슨 소리야!!?!!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의 안목을 의심부터 해...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재수없긴 한데 자기 얼굴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미남이라고 생각하는 관계로 절대 믿지 않음(?) 뭐 상대방한테 자기만의 특별한 미모 취향이 있는 거라면 이해는 하지만(??)
자캐의_스탯을_체력_지력_사교성_미모_행운_재능_노력으로_각_항목마다_최대_10을_기준으로_작성해본다 어 이거 전에도 했던 거니까 그때 답변을 가져오겠습니다
체력 10!!!!!! 지력 ?(어렵다... 지성 자체가 모자란 건 아닌데 하는 짓이 바보 맞아서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모르겠음) 사교성 8 미모 9 행운 5(유동적) 재능 10 노력 0
자캐와_어울리는_풍경 여름이 어울리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극과 극으로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하나는 일본 여름 학원물하면 떠오르는 쾌청하고 푸른 하늘! 그리고 또 하나는 여름 공포물이 연상되는 우중충하고 스산한 한밤중의 숲이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