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아주 익숙하게 자신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들어오는 건달에게 눈을 돌린다. 그렇지만 딱히 악의는 없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취미인 오지랖 넓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항상 흥미 있는 소식을 말하더라.
홍륜저, 고옌. 그러니까... 토고의 기억에 의하면... 영월 사태 때 나타났었던 하이 네임이라고.. 알고 있다. 특별반 중 누군가와 싸웠다는데 거기까진 자세히 기억 안 나고... 하지만? 흠... 가디언에 걸맞는 존재를.. 역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굳이 이길 필요는 없지. 이기면 좋지만, 어느 정도 버텼다. 혹은 어디까진 끌고 갔다 라는 명성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잘 하면 이쪽으로 끌어올수도 있고. 그럴리는 없겠지만.
"홍륜저가? 우메.. 뭐, 그래도 참가해봐야하지 않겠나? 무섭다고 꼬리 말믄서 쉬운 것만 도전하믄 여서 오래 못 간다고 내는 생각한데이~"
“ 그건 ‘ 어려운 질문 ’입니다- 인 거에요. 애초에 ‘ 무너질 만한 역사 ’의 정의가 무엇인지조차도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왜냐하면 오토나시는! 빠가이기!! 때문에!!!
“ 음. 뜬금없는 자기소개이지만 저는 ‘ 오토나시 토리 ’. 이 파티의 ‘ 메딕 ’입니다- 옆에 있는 ‘ 파-파- ’랑 ‘ 웨이그닐 ’씨는 무기를 들고 상대와 싸우는 곳이 전장이라면 저는 ‘ 다친 사람의 생명을 꺼트리지 않는 곳 ’이 전장인거에요- 의념으로 ‘ 부활 수술 ’까지 할 수 있는게 지금의 ‘ 메딕 ’이지만 모든 생명에는 어쩔 수 없는 끝이 존재하죠. 그렇게 하나의 생명이 세상에서 꺼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엔 또 하나의 생명이 피어오릅니다- ‘ 빙글빙글 여우신님 ’처럼 세상은 그렇게 순환합니다- ”
“ 무너지지 않을 것 처럼 강인했던 ‘ 왕국 ’도 시간이 지나면 무너지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 이치 ’. ‘ 린디그라움 ’님이 수호했던 왕국이 본디 ‘ 무너졌던 왕성의 터 ’에서 시작했던 것 처럼, ‘ 린드그라움 ’님의 ‘ 일대기 ’를 기록하는 문장 끝에 마침표가 찍혀야만 반드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는 거에요. ‘ 린드그라움 ’님의 역사는 ‘ 반드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 ”
“ ...그렇지만, 그게 ‘ 무너질 만한 역사 ’라는 의미는 아니야. 응. 당연한걸. 당신이 산을 무너뜨리고, 스승을 만나서 수업을 듣고, 수 없이 많은 병사들과 결투를 벌이고... 왕국을 수호하고자 그렇게 힘겨운 노력을 해왔는데, 당신이 달려왔던 삶의 여로가 당신의 왕국이 무너졌다고 해서 사라진 건 아니잖아. 그리고 당신의 삶의 여로를 지켜본 누군가는... 왕국이 무너진 뒤에도 당신의 뒷모습 하나 때문에 당신과 같은 길을 택할 수도 있잖아. ”
“ 그건 ‘ 어려운 질문 ’입니다- 인 거에요. 애초에 ‘ 무너질 만한 역사 ’의 정의가 무엇인지조차도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왜냐하면 오토나시는! 빠가이기!! 때문에!!!
“ 음. 뜬금없는 자기소개이지만 저는 ‘ 오토나시 토리 ’. 이 파티의 ‘ 메딕 ’입니다- 옆에 있는 ‘ 파-파- ’랑 ‘ 웨이그닐 ’씨는 무기를 들고 상대와 싸우는 곳이 전장이라면 저는 ‘ 다친 사람의 생명을 꺼트리지 않는 곳 ’이 전장인거에요- 의념으로 ‘ 부활 수술 ’까지 할 수 있는게 지금의 ‘ 메딕 ’이지만 모든 생명에는 어쩔 수 없는 끝이 존재하죠. 그렇게 하나의 생명이 세상에서 꺼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엔 또 하나의 생명이 피어오릅니다- ‘ 빙글빙글 여우신님 ’처럼 세상은 그렇게 순환합니다- ”
“ 무너지지 않을 것 처럼 강인했던 ‘ 왕국 ’도 시간이 지나면 무너지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 이치 ’. ‘ 린디그라움 ’님이 수호했던 왕국이 본디 ‘ 무너졌던 왕성의 터 ’에서 시작했던 것 처럼, ‘ 린드그라움 ’님의 ‘ 일대기 ’를 기록하는 문장 끝에 마침표가 찍혀야만 반드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는 거에요. ‘ 린드그라움 ’님의 역사는 ‘ 반드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 ”
“ ...그렇지만, 그게 ‘ 무너질 만한 역사 ’라는 의미는 아니야. 응. 당연한걸. 당신이 산을 무너뜨리고, 스승을 만나서 수업을 듣고, 수 없이 많은 병사들과 결투를 벌이고... 왕국을 수호하고자 그렇게 힘겨운 노력을 해왔는데, 당신이 달려왔던 삶의 여로가 당신의 왕국이 무너졌다고 해서 사라진 건 아니잖아. 그리고 당신의 삶의 여로를 지켜본 누군가는... 왕국이 무너진 뒤에도 당신의 뒷모습 하나 때문에 당신과 같은 길을 택할 수도 있잖아. ”
# 응애!!!!
김태식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주제지만....."
린디그라움의 질문에 곤란하다는 듯 표정을 짓는다. 쉽지 않은 질문이다.
"우리 세계에는 삼국지라는 실제로 존재한 역사를 기반으로 쓰인 소설에서도 각 나라의 군주들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백성을 위해, 가문을 위해 여러가지 이유로 서로 싸우고 죽이고 점령하고 그런 내용이었죠. 아무튼...."
주변을 둘러본다.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린디그라움을 본다.
"역사는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 모두가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너질만 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죽어도 좋아도 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듯이 무너져도 되는 역사도 없습니다."
분명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리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따금,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이 시윤은 이를 꽉 물고 내달리길 선택합니다. 도리 역시 그런 시윤을 바라보면서도 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 멈춘다면, 더이상 나아갈 수 없을지도 몰랐으니까요.
한참을 어둠으로 가득했던 성의 길을 지나, 아지라히 들어오는 반짝임을 향해. 시윤은 호흡이 터져라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호흡에 보답하듯 반짝임은 점점 커져갑니다.
거대한 공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중앙에 있는 외로운 왕좌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자리에 앉아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그 왕좌에 한 개의 왕관이 보입니다. 보석이 빈 채로 그 왕좌를 꾸미고 있는 왕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본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간의 고생도, 투덜거리던 아쥬르의 모습도, 이따금 자신을 바라보며 용기를 말하던 도라의 모습도. 이제 또 만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압니다.
꼴사납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옷소매로 닦아내면서 시윤은 도라를 바라봅니다. 그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죽음을 두려워할까요? 아이를 걱정하고 있을까요?
곧 왕좌의 중앙에 도달한 두 사람은 무엇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고갤 끄덕입니다. 총을 들어올리고, 경계를 선 시윤과 함께 도라는 천천히 아이를 왕좌에 앉힙니다.
차갑도록 서늘한 감각에 아이가 놀란 표정을 지음에도, 도라는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웃습니다. 아기는 우는 표정을 짓다가 그런 도라의 친절에 미소를 짓습니다.
" ... 시윤 군. "
도라는 나직한 목소리로, 시윤에게 말합니다.
" 미안하네. 사실 숨긴 게 하나 있었어. "
그는 이 어두운 분위기를 깨려는 듯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 내가 자넬 받아들인 건. 이 이후의 일을 자네에게 맡기기 위해서라네. "
그 물음에 시윤이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 이 아이에게, 세계를 찾아주게나. 이리 보여도 이 아이는 17년의 시간을 살아왔다네. 아마도... 신으로써의 영향이 사라지는 순간. 이 아이는 인간의 성장을 이룰걸세. "
" 그 순간을 위해. 자네를... 속여왔네. 미안할세. "
도라는 씁쓸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봅니다.
이제, 이별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도라는 다시금 아이를 끌어안습니다.
" 어떠냐. 저 자리에 앉고 싶니? "
아기는 고개를 도리질칩니다.
" 역시 그러냐? "
껄껄 웃는 도라의 웃음을 따라. 아기도 웃습니다.
" 네 이름은 에브나란다. 우리의 언어로.. 봄꽃이란 뜻이지. "
도라는 처음으로, 아기를 끌어안습니다.
" 분명 너는 겨울의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났을 거란다. 겨울이 되어, 그 혹한 속에 살아갔을지도 모르지. 그 자리를 네가 바랐더라면.. 나는 너를 그 자리에 보냈을지도 모른단다. "
" 하지만 너는 그 자리를 싫어했단다. 지금의 왕좌도, 왕관도. 너에겐 관심이 없는 물건마냥 취급하고 있지 않으냐. "
도라는 자신의 팔에 손을 뻗곤, 그 옷깃을 찢어 아이를 감쌉니다.
" 네가 내 몫만큼 봄에 살아다오. 내가 네 겨울을 품을테니. 너는. " " 그래! 봄꽃처럼 해맑게 펴다오. 누구나 너를 보며 봄을 떠올릴 만한, 아름다운 아이가 되려무나. "
도라는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춥니다. 그 온기에 취해, 아이가 잠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아이를 조심히 시윤에게 넘깁니다.
" 부탁하네. "
곧. 그는 왕좌를 향해 다가갑니다.
왕관을 쥐고, 왕좌에 손을 올린 채. 나직히. 해야만 할 이야기를 꺼냅니다.
" 겨울은 끝났다네. 이제... 봄이 올 시간일세. "
화륵. 순간적으로 뜨거운 열기가 치솟는 듯한 감각과 함께 도라는 왕좌와 왕관을 품에 두고 미소를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