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적어도 전술적으로 유의미한 시간 내에) 되살아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그 두꺼운 덩굴을 썩이고 삭혀 뛰쳐나오는 시체 군단병을 보고 경악의 숨을 내뱉었다. 시체 군단병은 방해꾼인 빈센트에게 달려들고, 빈센트는 급하게 흙 마도를 이용해 땅 속으로 숨는다.
"젠장!"
그것이 빈센트가 들려주었을 마지막 한 마디였다 알리니 열심히 싸우는 동안 빈센트는 어디서 나타나야 좋을지 고민했다 괜히 이상한 곳에서 나타나면 오히려 알렌의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시체 군단병에 바로 앞에서 나와서 그대로 머리가 밟혀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크으..."
죽일 상대가 사라진 시체 군단 병의 고개는 저절로 알렌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시체 군단 병은 알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바람에 밀려 저 멀리 날아갔던 시체도 이제 다시 일어나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빈센트는 땅속에 계속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나오는 것 좋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야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이어지는데 빈센트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헤쳐냈다. 알레르는 저 위에서 두 명의 적과 한 번에 싸우고 있었고 빈센트의 돈이 필요했다.
"제가 갑니다, 알렌씨."
요라고 말하고 빈센트는 자신의 청력을 강화했다. 자세한 상황은 몰라도 알레르기 유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빈센트는 위를 바라본 채 그대로 솟아났고
빈센트는 땅속에 계속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나오는 것 좋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야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이어지는데 빈센트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헤쳐냈다. 알렌은 저 위에서 두 명의 적과 한 번에 싸우고 있었고 빈센트의 도움이 필요했다. 게다가 한번 죽이면 그걸로 끝인 적이라면, 어쩌면 빈센트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저 위에서 알렌을 죽이려고 자신의 온갖 사념을 들이붓는 시체들은,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가 없는 존재였다.
"제가 갑니다, 알렌씨."
라고 말하고 빈센트는 자신의 청력을 강화했다. 자세한 상황은 몰라도 알렌이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빈센트는 위를 바라본 채 눈을 감고, 그대로 솟아났다. 어떤 상황이라도 좋았다. 멀리서 솟아나온다면 빈센트와 다른 많은 마도사의 장기인 장거리 공격을 이용해 알렌을 지원하면 그만이었고, 만약 가까이서 솟아난다 쳐도, 가까이 있으니 저 놈들의 공격을 한 번은 받아낼 수 있을 터였다.
"제가 갑니다, 제가... 으악!"
그리고, 빈센트는 솟아나오자마자... 알렌을 꿰뚫은 시체 병사와 그대로 충돌했다. 그리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빈센트는 이런저런 알아들을 수 없는 욕지거리를 하다가, 눈 앞에서 시체 병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일순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시체 병사는 눈 앞의 빈센트의 목을 제 양손으로 감싸고, 일반인이었다면 으스러지고도 남을 악력을 체험시키고 있었다.
언젠가 죽을 줄이야 알았지만, 이 무슨 살아있는 놈인지 송장인지도 모를 것의 소낭귀에 죽는다니. 빈센트는 죽음과 삶 사이에 놓인 자신의 생명을 자조하다가, 서걱 소리와 함께 힘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안심할 틈은 없었다. 빈센트는 엉덩이를 뒤로 끌어 멀어지고는, 쿨럭거리면서 시체 군단병을 바라보았다. 옆에 서 있는 알렌은 상태가 더 안 좋았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고, 두 명은 알렌이 어떻게 했으니 나머지 하나는 빈센트가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아뇨. 알렌 씨는 차고 넘치는 성과를 냈습니다. 저 녀석들이랑 2:1이라, 저였으면 죽거나 못해도 팔 하나는 내줬을 겁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엄청나게 힘겨워하는 알렌을 위해, 빈센트는 딱 한 방을 생각했다. 시체 군단병을 죽이려면 폭발도 괜찮겠지만, 역시 무슨 수를 쓰건 간에 절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물리적으로 이어져있다면, 그대로 기능한다. 폭발로 인한 폭압으로 내장이 파열되어 죽는다는 것도, 적어도 시체 군단병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어른이란 게 싫군요. 하기 싫은 것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니."
어떻게 해야 좋을까? 팔다리를 한번에 다 자르기? 확실하지만, 실패하면 그대로 붙어서 다시 달려들 것이다. 어쩌면, 딱 한 방, 강력한 한 방으로 알렌에게 그냥 썰기만 하는 고기처럼 좋게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렌 씨. 죄송합니다. 일격은 알렌 씨가 날려야겠군요."
퍼석! 빈센트가 길고 날카롭고 단단한 얼음 창을 소환해, 시체 군단병을 꿰어서 하늘 위로 올려버린다. 마치 불 위에 올라간 꼬치마냥, 시체 군단병은 대롱대롱 매달려 팔다리만 휘적거리고 있었다.
"아마 알렌 씨 급이라면 이 정도는 싸움이 아니라, 재료 손질에 더 가까울 거라 봅니다."
빈센트는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한다. 일단 편한 것으로만 따지면, 역시 무력화된 틈을 타서 강바닥에 던져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당장만 편하지, 나중에 상수원 오염이네 뭐네로 난리가 나면 골치가 아프다 못해 자살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고 알렌이 성직자를 불러올 동안 빈센트가 계속해서 저들을 상대하는 것도 말이 안 됐다. 빈센트는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잘 듣기를 바라야죠."
빈센트는 '잡아먹고' '피어오르는' 불의 성질을 중첩시켰다. 그리고 그 불로, 아직 생명밀이 자라지 않은 들판에 있던 시체 군단병들의 몸을 감쌌고, 불은 계속해서 재생하려는 시체 군단병의 몸을 계속해서 잡아먹었다. 돋아나려 하면 잡아먹고, 돋아나려 하면 잡아먹고, 정말로 완벽한 조합 같았다. 빈센트는 시체들의 소각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이것이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주지하고 알렌에게 말했다.
"이제 성직자를 불러와야겠군요. 이건 시간벌기지 무슨 종교의식 같은 게 아니니까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면서 말한다.
"미국은 종교 다원주의 사회인데, 이 세상도 내가 불을 이용한 정화를 주장하는 종교 하나 만든 셈치고 그 종교식으로 처리하면 완전히 죽는다고 쳐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17 갑분열망자
"그래서 우리가 독단적으로 언데드 토벌을 하는 건 힘들고...성기사들이나 사제들이 어느정도 주둔하고 있는 것 같아보이더라고. 전투에 나선다면 그 사람들과 같이 움직여야 할 것 같네. 혹은 그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역할을 하거나."
강산은 오늘 마주친 여선에게 그런 설명을 해준다. "그런 이유로 나도 지금은 생명밀 수확이나 순찰 돌기 위주로 해보려고. 혹은 대련을 한다든지?"라는 말을 덧붙이며.
"언데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야생동물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어제는 준혁이랑 순찰 돌다가 거의 사람 덩치 반만한 까마귀들이랑 마주쳤지 뭐냐."
여선에게 저번에 본 까마귀들의 덩치를 손짓으로 표현하며 말한다.
"게임이라 영화 등에서 까마귀는 시체를 뜯어먹는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사실 까마귀는 잡식성이라서 시체에만 모여들진 않는다. 여기 까마귀들도 그런 것 같고."
...그리고 그 말인 즉, 시체가 없어도 까마귀들이 밀알을 쪼아먹기 위해 밭에 꼬여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은, 수확한 생명밀을 훔쳐먹으려고 인부들을 습격할 수도 있고. 그러므로 여선을 뒤따라 걸으면서도 강산은 스태프를 든 채로 주변을 계속 살피며 조금 경계하는 눈치다.
빈센트는 그런 식으로 웃어넘기지만, 알렌의 반응을 살피더니 말을 주워담으려 한다. 그리고, 주저앉는 알렌을 바라본다. 분명 알렌의 정신은 정말로 굳건했고, 빈센트는 신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속된 말로 가오에 지배당할 지언정 육신의 나약함에는 굴하지 않는 그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더라도 꿰뚫린 내장에서 새어나오는 수많은 핏방울과 내용물, 그에 따르는 빈혈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ㅣ저보다 알렌 씨에게 훨씬 더 필요하겠군요."
빈센트는 치료킷을 알렌에게 넘기며, 알렌 옆에 앉았다. 시대가 시대잖아요. 그 말이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