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시선이 느껴져도 쳐다보면 안 돼.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85094> 사계의 원로 중 가을을 담당하는 '위스키'는 어텀 카니발에서 존재 자체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타 섹터에서도 원로의 존재가 크지만, 위스키는 아예 나서지 않거나 영향을 끼쳐도 간접적인 타 섹터의 원로와 달리 어텀 카니발의 통치에 당당히 일조하고 있다. 이는 어텀 카니발 자체가 명분과 전통을 중시하며, 위스키가 구스타보의 수양딸로 자랐다는 사실이 명분과 전통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자신의 이 명분을 넘어서고 위스키 본인으로 서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으나, 어째 결과가 원로들의 실질적인 우두머리, 눈을 뜨면 일대가 초토화되는 최종 병기, 코냑 조련사, 리큐르 엄마, 마오타이 등짝을 때릴 수 있는 사람이 돼 최근 고민이 많다나 뭐라나…….
이 정도면 양호하지. 20년 전으로 쳤다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으니, 존재는 생글생글 웃는 낯을 유지했다. 위스키와 코냑이 숨기던 존재들. 마오타이마저 묵인하는 존재.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번에 봐버렸는걸, 무의식에 닿으려는 꽃과 무의식과 대화하는 꽃, 그리고 이 망령까지. 재밌어라, 재밌어라. 어차피 모든 것은 이 도시의 뜻인데.
"사람들은 나를 시즌스 킹덤의 보이지 않는 곳에 기거하는 왕이라 부르지. 미지의 존재라고 말하면 되겠구나."
우습지? 왕이라고 부르는데 정작 그 존재가 누구인지 모르니 말이야. 존재는 눈물을 슥슥 닦아내면서도 코냑의 몸을 돌려줄 생각은 없었는지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성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참으로 기특하구나. 다른 녀석들은 그놈의 성물인지 뭔지에 소문을 붙이고 손을 대려 안달인데."
네 하고픈 일이 그것이니? 존재의 웃음이 짙어진다. 눈물은 여전히 그치질 못하는데, 웃음은 그럴수록 해사해지는 것이 모순적이다.
"또한 네가 되살아난 것 자체가 이 도시에서 제법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 이 도시는 내가 허락한 존재가 아닌 이상 되살아날 수 없으니."
최근 이례적인 일이 참 많이 벌어지는구나. 그리 중얼대다가도 "그렇다고 지금 발언을 넘어가기엔 조금 아쉬운걸!" 따위의 말 덧붙이는 걸 보아하니 존재는 티아에게 관심이 제법 가는 듯싶다.
"아가야. 귀여운 공주야. 네 절망을 맛보았다지만 하나 모르는 것이 있는 듯싶어 이리 말한단다. 여긴 이미 절망스러운 곳이란다."
존재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이 장소는 죄를 짓고 몰려들고, 종국엔 끝없이 범죄의 늪에 빠져들지 않더니. 본인은 그나마 깨끗하다며, 죄가 없다며 속삭이지.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자도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도 망설임이 없지. 선악의 구분이 일절 없이 비탄만이 가득한 곳에서, 연쇄하는 것이 근간을 흔들 것이라 보니?"
그리했다면 내 전부 죽여버렸을 테지. 예전처럼. 속삭이던 목소리를 뒤로 그것이 고개를 틀었다. 그저 기울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뼈 뒤트는 소리가 나는 연유는 이 존재의 본래 몸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뭐, 결과를 줄 수 있느냐..라. 네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참 탐이 나는데. 영혼이라, 그래, 영혼이라…… 네 영혼만이 아닌 동생의 것도 포함하면─ 응?"
존재는 우뚝 멈췄다. 잠시 눈물이 아니라 다른 것이 흐르는 느낌에 콧잔등을 훔친다. 장갑에 선명히 묻어있는 피를 보곤, "시간이 다 되었구나. 몸뚱이가 이리 약해서야.. 조만간 경첩에 기름칠을 해야겠어……."라고 중얼대더니 다시금 티아를 바라보며 가늘게 웃었다.
"또 보자꾸나. 다시는 보지 못한다 한들 내가 어떻게든 널, 나아가서 너와 같이 이례적인 것들을 모조리 찾아내고 말 테니……."
그럼 이만. 속삭이기가 무섭게 코냑의 눈이 다시금 선명한 주황색으로 변했고, 대화는 만족했냐는 듯 당신을 직시한다. 코냑의 코를 타고 붉은 핏방울이 땅바닥으로 후두둑 쏟아졌다. 비단 코가 아니라, 몇 번 헛구역질을 하듯 윽윽대던 입에서도, 검은자위가 확실한 한쪽 눈동자에서도.
'봄'을 대표하는 카지노의 오너는, 종종 무료함을 느낀다. 그것을 느낀다, 아니다, 로 정의하는 것이 맞지는 않다. 하지만 표현할 말이 그 뿐이니, 맞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푸른 눈동자를 내리감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푸른 은방울꽃이 티잉, 작게 울렸다.
새로이 발 디딘 '여름'은 온통 물투성이다. 비, 예고없이 내리는 비가, 지면을 어지러이 두드린다. 엘은 그 한복판에 소리없이 나타났다. 우산 없이, 흰빛 반지르르한 새틴 원피스의 단벌 차림으로, 다소곳이 섰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잿빛 하늘 아래, 희멀건 얼굴이 이질적이다. 여과없이 빗물을 맞던 엘은, 고개를 내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어딜 봐도 빗줄기만, 내리는 골목길을, 걸어나간다. 굽 없는 하얀 구두가 빗물을 차는 소리가 선명히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단아한 구두끝이, 고인 빗물 차올릴 때마다, 물 튀는 소리가 또렷하다. 찰박찰박, 빗소리와 다른 소리가 '여름'의 골목길을 울린다.
"아하하."
엘은 웃었다. 웃으며 비 내리는 골목길을 걸으며, 퐁당퐁당, 뛴다. 잿빛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는 긴 머리카락이, 찰랑, 흩날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목적지 따윈 없이, '여름'의 안쪽, 그 안쪽으로, 가는 길에 잠깐, 비를 피하는 이를 보았다. 푸른 눈이 가늘게 접히며 웃음짓는다. 그 찰나를 지나, 지나치려 한다.
어쩔 수 없이 비가 잦아들 때까지 이 천막 아래에서 시간을 죽여야했다. 다행히도, 케이스 안에 쟁여둔 각련의 갯수는 넉넉하다. 한참 주머니를 뒤져보던 이가라시는 비 젖은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문 각련 끝에 불을 당겨 붙힐 수 있었다. 물비린내에 섞이는 향이 숨통을 틔게 만들어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서있는 자리에 쭈그리고 앉으려는 양, 이가라시의 껑충한 키가 구부러지려고 할 때 들려오는 소리가 안개가 낀 듯, 희뿌연 하나 밬에 없는 녹색 눈동자를 움직이게 했다.
"...여기에 유령도 있었나."
후, 뱉는 각련 연기에 묻히지 못한 이가라시의 낮은 혼잣말은 빗소리에 묻혀졌다.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다른 소리는 유령이라기에는 명확하게 들린다. 사람이 아닌, 사람과 닮은 인외의 존재들도 살아가는 이 도시에 유령쯤 존재할지도 모른다만.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마주치고 스쳐지나간 푸른 색체를 이가라시가 잊을리가 없었다. 유령은 아니군. 칼보다는 방패에 가까운 인상이었으나 이가라시도 여름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다보니 한번 봤던 것은 쉽게 잊지 않았다. 다시 빗소리에 묻히기 충분한 작은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리던 이가라시가 여전히 비를 쏟아붓는 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