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시선이 느껴져도 쳐다보면 안 돼.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85094> 사계의 원로 중 가을을 담당하는 '위스키'는 어텀 카니발에서 존재 자체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타 섹터에서도 원로의 존재가 크지만, 위스키는 아예 나서지 않거나 영향을 끼쳐도 간접적인 타 섹터의 원로와 달리 어텀 카니발의 통치에 당당히 일조하고 있다. 이는 어텀 카니발 자체가 명분과 전통을 중시하며, 위스키가 구스타보의 수양딸로 자랐다는 사실이 명분과 전통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자신의 이 명분을 넘어서고 위스키 본인으로 서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으나, 어째 결과가 원로들의 실질적인 우두머리, 눈을 뜨면 일대가 초토화되는 최종 병기, 코냑 조련사, 리큐르 엄마, 마오타이 등짝을 때릴 수 있는 사람이 돼 최근 고민이 많다나 뭐라나…….
언뜻, 메마른 당신의 얼굴에 웃음기가 걸린 듯 했을까. 눈 깜빡이고 나면 걷혀 있었지만, 금세 다시 웃어 보이는 것을 본다. 그토록 차가워 보이는 당신도 웃을 줄은 아는구나. 그 사실이 신기해 마젠타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을 그 짧은 웃음을 정확하게 기억해 두려 한다.
"당신에겐 계속 지적만 받네요. 난 마젠타예요. 그럼 다시 묻죠. Mr, 당신 이름은 뭔가요?"
당신의 이름을 듣고 나면 자신을 소개하려 했는데. 조금은 불만스럽다는 어조로 말한 마젠타는 당신의 관심 없다는, 낯선 억양이 섞인 말에 눈에 띄게 아쉽다는 표정이 된다. 하지만 당신이 말한 외의 것들도 취급하는 것이 자신이 운영하는 바질이었으니. 마젠타는 포기하지 않으며 당신을 고객으로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다.
"아쉽네요. 그래도 뭐 하나 원하는 건 있을 거 아니에요? 킹덤 내의 것이든, 외부의 것이든. 난 외부에 있는 것이라 하여도 다 구할 수 있으니까. 혹시 무언가 필요해진다면 여기로 연락해요."
하며 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하나 꺼내 열어, 안의 든 것을 당신에게 내미니 작은 명함이었을까. 명함에는 바질이라 적힌 이름과, 그 바질 잎으로 보이는 로고. 그리고 번호가 적혀있다.
"날 도와줬으니까. 당신이라면 뭐든 하나 공짜로 구해드릴게요."
돈이 세상 전부인 자신으로써 누구에게 무언갈 공짜로 주는 일은 절대 없는데. 이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당신이 알기나 할까.
버릇처럼 손가락끼리 문지르던 것을 멈추고, 이가라시는 제 볼과 입가 근처를 덮어 누르면서 이름을 알고 싶다면 먼저 이름을 밝히는 게 상식이라는 말로 지적한 자신의 말에 밝힌 상대의 이름을 낮지만 정확하게, 역시나 조금 독특한 억양이 섞여있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제 알고 있는 그 뜻이 맞던가. 맞겠지. 상대에게는 어울리는 이름은 아닌 것 같지만. 덮어눌렀던 손을 떼어내 청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거기에 쑤셔넣어둔 케이스를 매만지며 이가라시가 입을 열었다.
"이가라시라고 불러."
제 이름을 밝히고, 이가라시는 상대-마젠타의 제의에 관심없다는 투로 대꾸한 말에 눈에 띄게 아쉬워하는 얼굴에 잠깐동안 외눈을 골목 밖으로 옮겼다가 다시 상대에게 고정한다. 외부의 것까지 구해다줄 수 있다는 말과 내밀어지는 명함에 상대를 바라본 외눈을 슬며시 찡그렸다. 다만, 그렇게 찡그리는 것과는 다르게 주머니에 넣지 않은 손을 뻗어 명함을 받아들고 적혀있는 걸 훑어본다.
"외부의 것까지 구해다줄 수 있는 유통 조직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럼 잘 받아들이도록 할까."
진중하고 조용하게 이가라시가 중얼거렸다. 명함에 박혀 있는 이름과 로고, 전화번호까지 모두 훑어봤는지 명함을 청바지 뒷주머니에 밀어넣은 뒤 이가라시가 피려고 하다가 피는 걸 관뒀던 각련을 꺼내 입에 물고 걸음을 옮기려 했다.
"나중에 야채절임이라도 구해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끝났으면 볼일보고 얼른 돌아가도록 해. 마젠타씨(はん). 아까 마주쳤던 사람들이 다시 올 수도 있으니, 어지간하면 큰길로 걸어."
>>49 아니 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상한데서 터지는 참치임) 일단 동네 자체가 워낙에 그러니까 의심은 하되 티는 안낼거야. 돈워리. 이가라시가 찾는 게 일본식 야채절임이라는 게 문제지만. 이가라시는 밖에서 가져올 필요한 물건이 있지도 않거든(?) 나중에 야채절임 부탁받으면 마젠타 반응이 궁금한걸.
>>50 의심은 하는구나. 흐으음. 근데, 잘 어울리지 않아 톰? 마젠타에게 뉴스보이 캡 씌우면 진짜 어울릴 거 같은데. 🤔 반응은 자기가 들은 게 맞은 지 두 번은 확인할걸? 그리고 정말 어이없어하겠네. 공짜로 뭐든 구해준 했는데 그게 야채절임이니. 전에 그게 농담이 아니었냐며 한숨만 내쉬다가는, 어떤 야채의 절임을 원하는지 묻고는 구해다 줄거야.
그리고 나도 예전에는 주말에도 바쁘고 그러다 보니 ~-~... 현생이 나쁜 걸 어쩌겠어. 오히려 텀이 길어서, 곰손인 나한테는 다행이고 했답니다. 응.
플레이룸은 고요하다. 난색 조명 하나만 금방 꺼질 듯 위태로이 켜져 있고, 게임 테이블 위엔 가느다란 손가락과 붉은 꽃 한 송이, 그리고 은방울꽃 한 송이를 제외하면 게임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두운 방에는 누군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테이블 위로 올라온 가느다란 손가락이 움직였다. 정확한 박자를 지켜가며 검지가 위로 올라섰다 내려설 때마다 딱, 딱, 규칙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고, 소리는 그칠 기미가 없었다. 누가 이만큼 정확한 간격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사람의 성격이 얼마나 깐깐하고 칼 같은지, 별것도 아닌데 오래 듣기에는 등골에 소름이 돋게끔 하는 소리였다.
소리와 함께 매트 위에 다소곳이 놓인 꽃 두 송이가 일정한 박자로 진동했다. 눈은 그 미세한 진동마저 모조리 꿰뚫고 있었다. 위스키는 한참이고 생각했다. 무의식에 한없이 가까운 존재와 무의식에 다가서면 안 되는 존재를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괜찮을까? 코냑과 마오타이는 이 사실을 알고 내버려 두는 걸까? 걱정이 태산이다. 만약 그 존재들이 루시드 드림에 발을 들인다면? 물론 두 사람이 알아서 가지 말라고 수를 썼겠지만, 사람이 마음대로 되는 존재던가? 루시드 드림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미지의 존재가 두 사람을 이끌어버리면? 무의식을 건드리는 존재로 하여금 분노하면?
"─." "……."
누군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위스키의 손가락이 멈췄다. 기척도 없었고, 걸음도 불분명했다. 반투명한 손가락이 꽃 한 송이를 건드리더니 들어 올려 이리저리 살피다 내려놓는다. 그리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위스키의 앞으로 밀었다. 낡은 인형. 그것이 손을 흔들며 흩어져 사라지자, 위스키는 인형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물들고 순응할 테지……."
혹여 미치더라도 내 탓이 아니지. 선택한 것이지, 내 탓이 아니지……. 나는 그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지. 언젠가 물들겠지, 물들고도 그러려니 하겠지. 그렇겠지……. 위스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처벌은 세 원로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으나, 약물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점과 더불어 리큐르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형량은 줄었다. 마오타이는 피에 젖은 바늘을 닦으며 손가락을 쥐고 부들부들 떠는 리큐르를 내려다보다가도, 허리를 숙이며 손을 뻗었다. 뺨 위에 손을 얹자 몸의 떨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리큐르." "……." "리큐르." "……." "하나 더 고할 것이 남았지 않더니……."
똑바로 들으라는 듯 느린 어조의 목소리에 리큐르가 고개를 들었다.
"나, 나 이제 아무것도 몰라요. 진짜 몰라요. 사탕이래서 받았을 뿐이야, 그거 말곤, 나는 돌아가서 먹었어, 돌아가서……." "아니지, 네가 여기서 할 말은 그게 아니지."
마오타이는 눈을 휘며 깨끗해진 바늘을 들고 보란듯이 좌우로 흔들었다. 리큐르는 숨이 넘어갈 듯 끽끽 대다가도, 비명이라도 질렀다간 더 심한 처벌이 올까 두려운지 입술을 악물었다.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담배 냄새 자욱한 마작판 위를 울렸다.
"어텀 카니발에서 '그것'을 봤다는 얘기가 있었단다. 나는 분명 내버려 둬도 된다고 했지만……. 찰나라는 것이 참 무섭지? 어쩜 그렇게 코냑의 역린인 존재들이 만났을까? 나는 이게 참 무섭더구나. 우연이라는 것이 말이다.. 모이고 모이면 기어이 사달을 내니." "난 몰라, 몰라!! 두 사람이 만나서 한 게 뭐가 있는데, 고작 사람답게 사는 거였잖아요? 사람답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그게 문제지."
마오타이의 목에서 낮은 짐승의 울림이 퍼졌다.
"어텀 카니발의 그 기이한 녀석이 망령여단과 관련이 되어있고, 천사를 보고 쉽다구나 판단하여 겨울 섹터로 활동하러 오면 말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더니? 응? 네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니? 우연히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말이다. 그러면 내가 나설 수 있을까? 응? 그리하면 전쟁이 벌어질 터인데. 그리고 두 사람이 원인인 것이 밝혀지면 네가 그렇게나 신경 쓰던 천사도 부서지고, 흥미로이 보던 살인마도 죽겠지……." "……마오, 타이."
공허한 눈동자가 용을 직시했다.
"내가 다 잘못했어. 내 잘못인 것 같아, 내가, 내가 위험을 불러오려 했어. 내가 약을 혼자 먹었어, 내가 들어갔어……. 내가, 내가 위스키 님께 불만을 가져서 벌인 일인 것 같아."
>>51 누카즈케 정도를 구해달라하지 않을까. 서머 아일랜드에서 밥반찬으로 먹으면 꿀맛이라면서(대체임) 어이없어 하는 마젠타가 상상되서 벌써 재밌어버리기. 어울리지만ㅋㅋㅋㅋㅋㅋ톰하면 남자 이름으로 먼저 떠오른단 말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야역전 세계는 슬픈것이야. 후..후후...나도 손 느리니까 이해해. 그리고 마젠타주가 돌리면서 즐거웠음 됐다.
휴무 끝없이 게을러지고 끝없이 잠자는 날. >>63 일본에서 잘 먹는 밥반찬입니다(?) 마젠타가 마음에 드는 먹을 거 구해오면 좋겠네. 겸사겸사(이거아니다) 음? 마젠타? 글쎄. 워낙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아서. 마젠타 정도면 왤까 여자아이 같은걸(?) 되려 이가라시가..
마오타이가 가든 오브 헤븐에 바람처럼 나타났을 적, 코냑은 그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마오타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오타이는 여전히 고개를 올려 코냑을 마주보지 않았다. 대신 손에 쥐고 있던 부채로 제 입 주변을 가리며 발치에 자라난 꽃을 향해 시선만 내릴 뿐.
"바깥을 나갈 수 있도록 허락받은 자가 또 내 칼과 엮였다는 사실이. 봄과 여름은 사이가 좋지 않다는데 벌써 내 오랜 칼이 둘이나 보았고, 하나는 제법 우호적이지 않더냐."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명확히 얘기했으면 좋겠는데요." "날카롭기는. 그래,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마오타이는 지나가는 말에 불과하듯 발음을 흘렸지만, 코냑은 잘 알고 있었다. 한때 봄과 여름의 사이가 우호적이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커다란 사건에서 비롯된 작은 균열이 초래한 결과였다. 그 누구도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지도 못했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코냑은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내려다 보았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한들 동맹을 맺는 일은 희박할 거예요." "약 때문에?" "그래요. 그 미친 것을 약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어요. 사람을 망쳐버리는데, 의학의 발전이라고? 미쳤지."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갈수록 곤란한 건 자네 쪽일 텐데. 네 섹터의 아이들이 곤란해하지 않더냐. 네 흥미롭게 보는 아이가 바깥에 나가는 것을 허락 받도록 도왔으니 약물의 유통 정도는 서로 열어 둬야지. 우리도 언제까지고 스스로 만들 수는 없거니와 그 아이에게도 이득일 수 있어." "당신이라면 그 일을 겪고도 다시 손을 대고, 퍼뜨릴 수 있겠어요? 그리고 당신들과는 다른 신념의 사람들이 모여있어서요." "모순적이기도 하지."
코냑은 작게 헛웃음을 뱉으며 담뱃갑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이내 연초 하나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그렇죠, 모순적이죠. 당신이 아끼는 칼처럼 되게 모순적이라고요. 왜게요, 사실은 퍼져버리면 좋겠거든요. 그리고 약에 절어버렸으면, 그렇게 시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게 내 세력을 점차 늘려가고, 마침내 그 위에 서면 무슨 느낌일까요?" "아니, 그거 말고."
마오타이는 고개를 돌렸다. 볕이 잘 들어 바닥이 보석처럼 반짝거리지만 주변을 에워싼 장미 덤불과 각종 꽃 때문에 빛과 그늘이 함께 어우러지고, 자그마한 먼지들이 공중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는 초현실적인 그림과도 같은 장소를 향해.
"내가 자네의 마음을 그대로 빼닮을 수 있었더라면 천식이 있던 것을 기억해서라도 담배를 끊었을 테야."
코냑의 입에서 연초가 떨어졌다.
"……." "결국 자네도 그토록 부정하던 시즌스 킹덤의 사람이 되어버린 게지. 내 칼과 바깥에 가까운 아이처럼. 축하하기엔 안타까운 상황이네만 누군들 안 그러겠나."
시선이 저도 모르게 돌아간다. 식은땀이 난다. 손이 떨렸다. 화려하게 피어난 장미 덤불을 봤을 적.
마오타이의 언급에서 망령여단은 프로메테우스 사건을, 일리야와 베로니카는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 사건'과 '프로젝트'를 은유하고 있다. 이 세가지 사건이 새롭게, 다시금 터진다면 혼자 죄를 다 짊어져야 하는데.. 내가 도와줄 테니까 어서 너는 지금 죄 인정해버리고 묻어버리자. 같은 뜻이겠다. 이 도시에 대가 없는 호의는 없으니.
그렇게 리큐르가 마오타이에게 점점 의존하면 원로간의 동맹 때문에 자연스럽게 섹터에도 동맹이 끈끈해질 테고, 이점은 많아지겠지. 여차하면 원로를 핑계삼아 겨울 섹터를 쥐고 흔들수도 있고.
결과를 뒤집는 것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 하나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도시에서는, 가능한가? 아니 되겠지. 응어리를 풀어지게 하면 존재는 사라진다. 그것이 인간이다. 삶이다. 망가지고 끝내 떨어지는 존재의 말로다. 비참한 이 도시의 운명이다……. 코냑은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며 사라지는 모습에 입을 틀어막은 손길에 힘을 주었다. 이 이상은 안 됩니다. 이 이상은.
"잠깐, 레이디, 진정-"
증오의 울부짖음이 천지를 뒤흔든다. 코냑은 틀어막던 손길이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눈을 질끈 감아 어떻게든 아이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안 된다, 안 된다…. 그분께서 물어버리면, 그렇게 되면 위스키가, 나아가서 나의 주인까지.
"으흑."
손이 어느 순간부터 입을 떠났던가. 언제부터 그의 눈매가 즐길 거리를 찾은 아이처럼 잔뜩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는가, 언제부터 그의 눈이 선명한 분홍색을 머금고 있었는가. 으흐흐, 아하하하! 증오가 없었다는 듯 어느새 여상하던 모습 그대로인 아이를 향한 웃음소리는 코냑의 목에서 나왔다기엔 지나치게 간드러졌고, 맑았다. 웃음은 배가 당겨 허리를 숙이게 될 때까지 그치지 않았다.
"아, 흐흐, 로지, 그 뱀이 이런 아이를 내 눈에서 잘도 숨겼구나. 그래, 숨길 만도 하네.. 숨길 만도 해."
선명한 분홍색 눈동자와 함께 들어 올린 고개는 여전히 웃음기를 참지 못하고 입이 비죽비죽 올라가려는 것을 막고 있었다.
"영락 없이 어텀 카니발에서 자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구나."
이리 보면 위스키가 머리를 잘 썼어.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던 코냑은 손을 들어 자신의 턱을 두어 번 쓸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곳에 들어온 자가 아니라 자란 것들은 나와 마주해 눈에 담을 기회가 없다는 걸 잘 써먹으니……. 이미 장성해버려 규율에 어긋난다 처분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구스타보의 뜻을 잇는 아이들은 내 아이기도 하지. 그가 사랑하면 나 또한 사랑하는, 내 아이들.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의 아이."
코냑이 한 걸음 다가서려 했다. 시선이 느껴져도 쳐다보면 안 돼.
"네 이야기는 아주 잘 들었단다. 증오한다면 그 증오를 마음껏 풀어야지. 테드도, 로지도 나를 너무 박한 사람으로 봐……. 답을 스스로 찾으려는 기특한 아이를 내 어찌 손대겠더니? 그래, 이번에는 너희의 존재를 묵인하여 주마. 날뛰어야지, 아무렴 날뛰어야지. 몸집을 불리고, 정당한 명분 하에 칼을 겨누고, 죄를 묻고, 선고하며, 그 목을 찌르고 뜯어내어 떨어뜨려야지."
밉다면, 증오한다면, 용서할 수 없다면.. 이 도시의 사람이라면 응당 해야만 하는 일이지. 속삭임이 울렸다.
"그렇지만 성물을 건드려 근간을 뒤흔들 시도는 하지 말거라. 알겠지? 그리하면 내 넘어가 주마."
웃고 있으나 코냑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을 눈치챘는지, '존재'는 손을 들어 아무렇게나 눈물을 쓸어냈다. 이 녀석은 심지가 이리도 여려서야. 못 써먹겠어.
눈 앞에 코냑의 모습을 하고있는 것은 코냑의 껍데기를 쓰고있음에도 코냑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 곤란한 상황 자체는 알았다. 그럼 지금 대화하고 있는 저것은 무엇인가. 무엇이라고 표현해야하는가. 티아는 시즌스 킹덤에 알아서 안될 부분이 많다는 것정도는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아비가 건드렸던 것이 금기였기에 그 편린만 살짝알 뿐이었지만.
"그래서 노인네의 입을 빌려 말하는 당신은 누구라고 묻는게 맞는걸까요."
티아는 자신의 존재를 묵인한다는 말이 무척 거슬렸다. 예외로 두고 있었는가. 그렇게 날뛰고 있는데도.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무지에서 나오는 미지가 티아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일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다. 그것은 어떠한 것도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버지가 했던 행동을 반복할 생각은 없습니다. 성물이 무엇인지 조차 저는 관심없습니다."
그러면 티아가 하고자하는 일은 무엇인가.
"단지 저는 저에게 절망을 준 이 세상을 그저 절망이 가득차게 그리고 싶을 뿐이니까요. 제가 되살아난 이 상황조차 저는 절망했기에, 그 절망을 나누어주고 싶을뿐입니다. 빼앗는 자가 빼앗기는 절망을. 오히려 묻고싶네요. 근간을 흔드는 것에 이 세상에 절망을 연쇄하는 것이 포함되는 것이냐고."
기억 속의 그녀는 없다. 되살아난 그 때 그녀는 망령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중한 것은 그렇게 잃어버린 순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절망은 즐겨한다고 티아는 스스로 미쳐버린 길을 선택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제가 원하는 결과를 당신은 줄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미 죽어버렸지만 영혼조차 팔아버리도록하죠."
난감한데. 불빛이 꺼진 가게 앞 천막 아래로 몸을 대피한 이가라시는 혼자 중얼거린다. 아무리 변덕스럽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이렇게 쏟아지는 비는 반길 수 없다. 며칠 뜨겁게 타오르던 열기는 곧 비가 쏟아질 거라는 예고였던 모양이다.
젖어버린 탓인지 새까만 머리카락이 더 새카맣게 변해서, 비가 내리는 풍경에 잘도 녹아든다. 애매하게 젖어버려서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이가라시가 주머니에서 각련을 넣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물냄새가 가득하게 퍼져있는 공기 중에 희미한 초콜렛 향이 묻어난다. 다른 손으로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려냈고, 이가라시는 각련을 한개피 꺼내 입에 물었다. 가늘게 뜬 외눈으로 기어코 퍼붓듯 내리는 장대비, 그리고 천막을 두드리는 물소리를 듣다가 불을 찾기 위해 케이스를 넣어둔 주머니를 다시금 뒤지던 이가라시가 혀를 찼다.
"이놈의 라이터는..찾으면 없지."
비가 내리는 서머 아일랜드의 골목길은 평소보다 더 조용해서 불길한 기분마저 들었지만 이가라시의 표정은 변함없이 음울하고 침울했다. 근처에 열려있는 가게가 있나. 이가라시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 정도면 양호하지. 20년 전으로 쳤다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으니, 존재는 생글생글 웃는 낯을 유지했다. 위스키와 코냑이 숨기던 존재들. 마오타이마저 묵인하는 존재.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번에 봐버렸는걸, 무의식에 닿으려는 꽃과 무의식과 대화하는 꽃, 그리고 이 망령까지. 재밌어라, 재밌어라. 어차피 모든 것은 이 도시의 뜻인데.
"사람들은 나를 시즌스 킹덤의 보이지 않는 곳에 기거하는 왕이라 부르지. 미지의 존재라고 말하면 되겠구나."
우습지? 왕이라고 부르는데 정작 그 존재가 누구인지 모르니 말이야. 존재는 눈물을 슥슥 닦아내면서도 코냑의 몸을 돌려줄 생각은 없었는지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성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참으로 기특하구나. 다른 녀석들은 그놈의 성물인지 뭔지에 소문을 붙이고 손을 대려 안달인데."
네 하고픈 일이 그것이니? 존재의 웃음이 짙어진다. 눈물은 여전히 그치질 못하는데, 웃음은 그럴수록 해사해지는 것이 모순적이다.
"또한 네가 되살아난 것 자체가 이 도시에서 제법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 이 도시는 내가 허락한 존재가 아닌 이상 되살아날 수 없으니."
최근 이례적인 일이 참 많이 벌어지는구나. 그리 중얼대다가도 "그렇다고 지금 발언을 넘어가기엔 조금 아쉬운걸!" 따위의 말 덧붙이는 걸 보아하니 존재는 티아에게 관심이 제법 가는 듯싶다.
"아가야. 귀여운 공주야. 네 절망을 맛보았다지만 하나 모르는 것이 있는 듯싶어 이리 말한단다. 여긴 이미 절망스러운 곳이란다."
존재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이 장소는 죄를 짓고 몰려들고, 종국엔 끝없이 범죄의 늪에 빠져들지 않더니. 본인은 그나마 깨끗하다며, 죄가 없다며 속삭이지.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자도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도 망설임이 없지. 선악의 구분이 일절 없이 비탄만이 가득한 곳에서, 연쇄하는 것이 근간을 흔들 것이라 보니?"
그리했다면 내 전부 죽여버렸을 테지. 예전처럼. 속삭이던 목소리를 뒤로 그것이 고개를 틀었다. 그저 기울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뼈 뒤트는 소리가 나는 연유는 이 존재의 본래 몸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뭐, 결과를 줄 수 있느냐..라. 네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참 탐이 나는데. 영혼이라, 그래, 영혼이라…… 네 영혼만이 아닌 동생의 것도 포함하면─ 응?"
존재는 우뚝 멈췄다. 잠시 눈물이 아니라 다른 것이 흐르는 느낌에 콧잔등을 훔친다. 장갑에 선명히 묻어있는 피를 보곤, "시간이 다 되었구나. 몸뚱이가 이리 약해서야.. 조만간 경첩에 기름칠을 해야겠어……."라고 중얼대더니 다시금 티아를 바라보며 가늘게 웃었다.
"또 보자꾸나. 다시는 보지 못한다 한들 내가 어떻게든 널, 나아가서 너와 같이 이례적인 것들을 모조리 찾아내고 말 테니……."
그럼 이만. 속삭이기가 무섭게 코냑의 눈이 다시금 선명한 주황색으로 변했고, 대화는 만족했냐는 듯 당신을 직시한다. 코냑의 코를 타고 붉은 핏방울이 땅바닥으로 후두둑 쏟아졌다. 비단 코가 아니라, 몇 번 헛구역질을 하듯 윽윽대던 입에서도, 검은자위가 확실한 한쪽 눈동자에서도.
'봄'을 대표하는 카지노의 오너는, 종종 무료함을 느낀다. 그것을 느낀다, 아니다, 로 정의하는 것이 맞지는 않다. 하지만 표현할 말이 그 뿐이니, 맞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푸른 눈동자를 내리감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푸른 은방울꽃이 티잉, 작게 울렸다.
새로이 발 디딘 '여름'은 온통 물투성이다. 비, 예고없이 내리는 비가, 지면을 어지러이 두드린다. 엘은 그 한복판에 소리없이 나타났다. 우산 없이, 흰빛 반지르르한 새틴 원피스의 단벌 차림으로, 다소곳이 섰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잿빛 하늘 아래, 희멀건 얼굴이 이질적이다. 여과없이 빗물을 맞던 엘은, 고개를 내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어딜 봐도 빗줄기만, 내리는 골목길을, 걸어나간다. 굽 없는 하얀 구두가 빗물을 차는 소리가 선명히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단아한 구두끝이, 고인 빗물 차올릴 때마다, 물 튀는 소리가 또렷하다. 찰박찰박, 빗소리와 다른 소리가 '여름'의 골목길을 울린다.
"아하하."
엘은 웃었다. 웃으며 비 내리는 골목길을 걸으며, 퐁당퐁당, 뛴다. 잿빛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는 긴 머리카락이, 찰랑, 흩날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목적지 따윈 없이, '여름'의 안쪽, 그 안쪽으로, 가는 길에 잠깐, 비를 피하는 이를 보았다. 푸른 눈이 가늘게 접히며 웃음짓는다. 그 찰나를 지나, 지나치려 한다.
어쩔 수 없이 비가 잦아들 때까지 이 천막 아래에서 시간을 죽여야했다. 다행히도, 케이스 안에 쟁여둔 각련의 갯수는 넉넉하다. 한참 주머니를 뒤져보던 이가라시는 비 젖은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문 각련 끝에 불을 당겨 붙힐 수 있었다. 물비린내에 섞이는 향이 숨통을 틔게 만들어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서있는 자리에 쭈그리고 앉으려는 양, 이가라시의 껑충한 키가 구부러지려고 할 때 들려오는 소리가 안개가 낀 듯, 희뿌연 하나 밬에 없는 녹색 눈동자를 움직이게 했다.
"...여기에 유령도 있었나."
후, 뱉는 각련 연기에 묻히지 못한 이가라시의 낮은 혼잣말은 빗소리에 묻혀졌다.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다른 소리는 유령이라기에는 명확하게 들린다. 사람이 아닌, 사람과 닮은 인외의 존재들도 살아가는 이 도시에 유령쯤 존재할지도 모른다만.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마주치고 스쳐지나간 푸른 색체를 이가라시가 잊을리가 없었다. 유령은 아니군. 칼보다는 방패에 가까운 인상이었으나 이가라시도 여름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다보니 한번 봤던 것은 쉽게 잊지 않았다. 다시 빗소리에 묻히기 충분한 작은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리던 이가라시가 여전히 비를 쏟아붓는 하늘을 바라본다.
근본을 따지자면 죽은 뒤에서의 시즌스 킹덤의 삶이 살아있을 적의 시즌스 킹덤의 삶보다 비중이 컸다. 그 이전은 바깥으로 부터의 일이었으니까. 그 앞의 사정같은 것은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
티아는 코웃음을 쳤다. 눈앞의 존재는 고작 그정도로 절망을 아느냐고 주제를 알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이곳이 얼마나 절망스러운지는 안다. 모두 더러운 일을 하면서 깨끗한 척 안달이나려는 것도 알고 있다. 수많은 죄인들이 죄가 없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다니는 것도 알고있다. 그 내면에 정말로 자신이 결백하지 않는대도 결백을 주장한다는 것 조차. 여기에 선악은 없었다.
"무례를 저지르도록 하겠습니다만."
티아는 마치 자신이 리사인 것처럼 비꼬는 어투로 미지의 존재를 향해 말했다.
"왕을 자처하는 녀석이 그릇이 너무 얕은거아니야? 그 정도의 절망의 연쇄는 부족해. 빼앗기거나 빼앗거나. 서로 욕망에 안달이나 발정한 것처럼 어느 한쪽이 살아남지않고 죄다 서로 죽이길 반복하는 지옥도를 나는 바랄 뿐이야. 인과응보의 영겁끝에 누구도 살아남아서는 안되는거야. 체제든. 소속이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 빼앗은 끝에 스스로도 다른 이에게 빼앗겨 죽어버리라고. 겨우 이 정도에 안주한다면 그 그릇은 허-접이네."
거기에 동생의 것이라는 말에 티아는 마치 역린을 건드린듯 경멸했다.
"내 동생은 죽었어. 그러지 않았다면 망령이 되었겠지. 왕이라는 네 눈에는 내 반쪽짜리 기억이 내 동생으로 보였나? 설사 돌아올 수 없는 여동생의 영혼을 받아가려고 한다면 티끌하나 줄까보냐."
이쪽이 진정한 티아의 말투라는 것처럼.
"꺼져라."
푸른 불꽃이 다시 한번 일렁였다. 그 속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비탄에 불타고 있었다. 아까의 불꽃은 그저 전초에 불과하다는 것처럼. 망령들의 불꽃이 한꺼번에 위협하듯 이 회전목마의 무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모를 미지의 존재가 빙의 되었던 존재에서 벗어날 그때까지.
"아뇨. 실망했습니다." "할아-버지. 대체 왜 저런게 들러붙은거야?"
그 존재가 사라졌을때 처음과 같은 풍경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어느새 리사도 모습을 드러낸채로. 하지만 그 리사는 티아의 말로 이미 돌아올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지금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재밌어라. 존재는 이런 상황을 좋아했다. 절망을 아느냐 얘기해도 바락바락 이야기하는 저 모습이 즐겁다. 즐거운 건가? 아마 즐겁겠지, 저게 아직 살아있으니까. 그릇이 얕다는 말과 포부를 드러내는 모습에 존재의 웃음이 점차 기이해질수록, 코냑의 몸은 버틸 수 없던 모양이었다. 저런 상황을 바라는구나. 네가 바라는 것이 어쩜 그리도 흥미 있는지. 다른 녀석들도 저럴까? 그렇다면 내 기꺼이─ 잠깐. 그런 상황을 본 적이 있어. "……." 이건 내 기억이 아닌데. 존재는 불꽃을 바라보다 사라졌고, 코냑은 입에 머금은 피를 골목 구석에 뱉었다. 평소 다른 섹터나, 원로들이 나타나는 날마다 보여주던 신사적인 모습과 달리 골목에서 생활한 것이 익숙한 사람과도 같다. 코냑은 굳이 리사의 존재에 대해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역린을 더 건드릴 마음도 없거니와 그는 미지의 존재와는 다른 생각을 가졌으니. 피를 어느 정도 뱉고 나서야 코냑은 마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망령 공주, 늙은이가.. 주제 넘는 말이지만.. 경고 하나 하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왕이 아무리 경박한 광대처럼 굴고 있어도 반응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방심을 사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끌어 속을 헤집을 심산일 테니. 누군가의 절망을 먹어치우는 것에 능한 존재입니다."
코냑은 다시금 피가 끓었는지 헛구역질을 하더니, 이젠 될 대로 되라는 듯 뱉지 않고 흘려냈다. 안색이 영 좋지 못했다. 피를 쏟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 너머의 무언가 때문에.
"존재는 원로들의 몸을 가끔 차지하곤 하지요. 다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앞뒤 생각하지 말고 라크리모사가 있을 곳으로 뛰세요. 그 순간만큼은 적대하지 않고 도울 겁니다."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불쾌한 경험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늙은이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요."
그가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을 적, 자리에는 자매를 위한 것이라는 듯 푸른 장미 두 송이가 놓여 있었으리라.
코냑의 몸이 흩어지고 다시 나타난 장소는 난색 기조의 등 하나가 위태롭게 매달린 플레이룸 안이었다. 은방울꽃과 붉은 꽃, 그리고 낡은 인형에 시선을 고정하던 위스키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코냑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맙소사, 코냑!"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위스키는 황급히 뛰어 무너져가는 코냑의 몸을 부축했고, 코냑은 몸을 가누지 않으려 애쓰며 숨을 씨근댔다.
"옷, 더러워져요." "그게 뭐가 중요해. 안색이 안 좋아. 대체 무슨 일이야, 독 때문이야? 주치의를, 주치의가……." "괜찮아."
코냑은 겨우 몸을 지탱한 뒤 자신을 부축하는 위스키를 품에 안았다. 가느다란 떨림이 온몸에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더 흐트러지면 울겠구나. 버텨내기로 했는데. 코냑은 위스키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난 정말 괜찮아……."
괜찮아. 한 번을 더 속삭이는 목소리에 위스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코냑을 마주 안았다. 어깨부터 목덜미에 기분 나쁜 축축함이 번졌다. 지금껏 이런 적이 있었나? 아, 있었다. 그 끔찍한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다시금, 다시금─ 위스키의 입술이 벌벌 떨려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로지." "대체 무슨 일이……." "여보……."
위스키는 그대로 몸을 굳혔다. 코냑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 앞에서 초연하던 그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위스키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왕이 강림했구나.
"왕이 당신이 신경 쓰던 아이들을 현혹하려 해서, 미안해, 미안해요……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위스키는 질끈 감았던 눈에 힘을 줬다. 왕이 강림했을 때 강제로 깨우는 법은 하나뿐이었다. 스스로의 몸에 큰 상처를 입히는 것. 이 미련한 사람은 분명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끔 제 몸에 독을 퍼뜨렸겠지! 어차피 이 도시의 사람이라 상처 입는 것 하나 본다고 타격도 없을 텐데, 아, 이 멍청한 남자!
"……당신." "그렇지만, 그대로 두면, 나, 당신을 잃을까 봐, 당신을, 제 손으로.. 내가, 내가……." "그래. 두려웠구나. 괜찮아, 괜찮아……. 나 여기 있으니까. 괜찮아……."
위스키는 코냑의 머리를 쓸어주며 애써 숨을 가다듬었다.
"마오타이에게.. 해독제를 가져와달라 할게." "……미안해요." "아니야, 잘 했어.. 잘 했어. 나야말로 그 아이를 구해줘서 고마워……."
코냑의 벌벌 떨리는 몸을 뒤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위스키는 코냑의 품에 고개를 파묻었다. 피인지 눈물일지 모르는 것이 어깨를 적셨다. 어두운 플레이룸 안, 훌쩍이는 소리는 마오타이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치지 않았다. "얘, 불만스러운 표정이구나."
아지랑이 꽃이 만발한 곳, 꽃대는 노란색이요 꽃은 초록색과 하늘색, 심지는 분홍색, 하늘은 연보라색인 기이한 공간에서 누군가 다리를 꼬며 제 앞의 존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망령이라기엔 더 이상 몸을 가눌 수도 없고, 금세 사라질 것만 같은 덩어리에 불과한 그림자를.
"그렇게 봐도 내 잘못이 아니란다. 테드가 스스로 독을 퍼지게끔 선택한 거지. 나도 곧 나가려 했다고!"
…….
"응? 그게 아니라, 망령 공주에게 왜 도발을 했냐고?"
존재는 그림자를 무릎 위에 앉히며 마법을 부리듯 손으로 아치를 그렸다. 각종 꽃과 나비, 종이 조각이 어울리지 않게 우수수 쏟아지다 사라졌다.
"으음, 너도 들었겠지만 이 도시는 죄악 그 자체인데, 그 아이가 날뛰어 절망 하나 더 생긴다고 달라질 것은 없잖니?"
낙원은 끔찍하게 부패했어. 존재는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낙원을 사랑하지……."
존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이 의자로 쓰던 것에 시선을 내렸다. 몸이 뒤틀렸어도 자아가 멀쩡했는지 고통 어린 신음이 꺾인 목 너머로 새어 나오자, 얼굴이 경멸로 일그러졌다.
"그런데, 내 낙원에, 쥐가 너무 많이 들어왔잖니……. 내 낙원을 부패하게 만든 녀석들이 보낸 쥐가."
그 녀석들은 내 낙원을 망치다 못해, 이젠 존립하지 못하도록 망칠 거야.
"나는 그 아이들을 사랑해서 그렇게 말한 거란다. 차라리 처음부터 내가 다 삼켜버리면, 아이들은 안전해질 테니까……."
구스타보의 아이들이,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존재는 그림자를 쓰다듬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Humpty Dumpty sat on a wall, Humpty Dumpty had a great fall, All the king's horses, And all the king's men, couldn't put Humpty together again…….
까만 머리카락에 맺혀 있던 빗물이 떨어져서 이가라시의 안대를 적셨다. 제 부름보다 조금 빠르게 멈춰서는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 기괴하게까지 느껴지는 건, 아마도 이런 도시이기 때문이다.
"...처음보는 것처럼 구는군."
처음 봤을 때는 이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머리에서 떨어진 빗물이 얼굴을 적시자, 이가라시는 손으로 제 얼굴을 문질러 쓸어내며 영 인사처럼 느껴지지 않는 말을 내뱉는다. 말과 함께 허공으로 퍼지는 숨에 연기가 섞이는 게 꼭 헛웃음이라도 짓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하지만 명확하게 경계하는 빛이 어른히 떠오르는 외눈이 천막 그늘 아래에서 순간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가라시의 외눈은 천막 그늘 아래로 비를 피해 서있는 자신을 보는 푸른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설마 하는 의심은 이어지는 말에 확신으로 바뀐다.
"일부러 처음 보는 것처럼 군다고 생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농담은 아닌 모양이네. 괜찮은 술집을 안내해달라고 해서, 말수가 적은 주인장이 있는 술집을 알려줬었는데 말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그날 신기루라도 경험한건가. 하고 특유의 음울하고 침울한 얼굴로 이가라시는 각련을 태웠다. 쏟아지는 비에 소리가 묻힌다. 언제 선명하게 드러났냐는 듯, 안개가 낀 녹색 눈이 바닥에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응시하다가 빗속에 멈춰서있는 존재를 아래에서부터 훑는다.
근데 박물관 간 것도 맞아. 마오 담뱃대 묘사를 위해서 직접 담배 형태를 보고 싶었고 청나라와 무역했을 당시의 유물들을 보고 싶었거든 ':3 그 시기엔 유물 뿐만 아니라 전설의 동물 같은 것들도 새겨져 있으니까 그거 보는 묘미도 있고 만약에 마오가 여름 대표조직 보스가 된다면? 하고 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당시, 용생구자를 모티브로 한 조직을 만들고 싶었음)
>>306 이건 내 버릇 같은 거라.. ':3 캐릭터와 관련된 tmi, 설정 짜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
용생구자 참고했는데 결국 마오에게 부여된 속성은 용생구자 중 한마리 뿐이었고? 😂😂 그마저도 해당 용의 자식은 박물관에 전시되어있지 않아서 책으로 본 게 전부이고?!
참고로 용생구자는 가까이에서 제법 볼 수 있다!! 포뢰(셋째, 울기 좋아하고 고래를 무서워하며 물에 산다)는 큰 종이 있는 절에 가면 볼 수 있어. 종 중앙이나 종머리 부분에 그려진 용이 바로 포뢰. 그리고 초도(아홉째, 나방을 닮았고 닫는 걸 좋아한다)도 볼 수 있는데, 초도는 옛날 자물쇠나 옛날 자개장 같은 거 문고리 정도..?
>>308 아마 마오가 보스였으면, 진짜 조직명을 [용생구자] 로 하고 만약 레스캐가 들어온다면, 조율을 통해서 하나 하나 용의 자식 이름으로 코드네임 같은 걸 만들어줬을 것... 그래서 남는 하나는 마오가 갖고 만약 남지 않는다면, 산해경에 기록된 악수 중 하나 골라 쓰자! 인 생각이었어 ':3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는, 거세다 못해 공백을 만들어냈다. 사람의 소리, 사람의 인기척, 대신 세상을 채운 소리 사이로, 오고 가는 목소리가 있다. 빛 바랜 필름처럼, 윤곽이 흐릿해지는 빗줄기 사이, 서있었다. 검푸른 머리카락을 등 뒤로 늘어뜨리고 곱게 눈매를 휜 엘이.
"후훗!"
톡, 떨어지는 무수한 빗방울 중, 하나처럼 웃음소리를 터뜨린다. 둥글게 말려올라간 입꼬리가 잘 휘어진 피안화의 꽃잎 닮았다. 웃음 가시지 않은 얼굴이, 그리 말한다.
"말수가 적은 분이, 아니었지요. 말을 못 함과 안 함은, 엄연히 다른 법이니까요."
- 잊는 편이 모른 척 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렇기에 흥미롭지요."
앞선 말은 분명 천막 아래, 이가라시를 향한 것이었다. 후에 흘러나온 말은 혼잣말에 가깝다. 너는 누구인가, 재차 받은 질문에, 엘은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살짝 숙이는 고개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가라시가 비를 피하는 천막에서도 떨어져, 바닥에 또옥, 부서지는 순간, 같은 천막, 반대편 끄트머리에서, 말간 종소리 울렸다.
푸른 색체는 어느새 아가라시와 천막 아래에 있었다.
"제가 누구인지는, 그 날 대답해드리지 않았던가요? 그 날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대도, 달리 대답해드릴 말은 없답니다."
아니면, 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가라시를 보았다.
"그 부분만 잊었다, 고 하신다면, 한 번 더 대답해드리지요. 어떠신가요?"
하얀 얼굴은, 그 밤과 같이 창백했으나, 젖은 흔적 하나, 없었다. 새하얀 새틴 재질의 원피스도, 빗물을 해치던 구두도, 머치 방금 막 그 자리에 나타난 사람처럼.
-사흉 혼돈(개를 닮았고 무복, 무이, 무심, 무복이라. 자기 꼬리를 문 채, 앞으로 나아가는 일 없이 빙글빙글 돌며 하늘을 본 채 "웃기만 한다". 악인에게 "들러붙는다") ㄴ마오가 평소에 얼마나 웃는지, 일상 때 왜 친근하게 사람들을 대하는지를 보십셔... 99%가 사형수인 이 곳은 시즌스 킹덤!
-아편전쟁, 아편 부작용, 중독 사례.
-옛날 양반들이 피운 담뱃대. ㄴ이건 뭐라 지칭하는지를 잘 몰라서 장죽을 쓰고 있지만, 옛날 조선시대 양반들이 쓰던 긴 담뱃대를 생각해보자. 물론, 장죽과 옛 담뱃대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코앞 풍경을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붓는 빗줄기에도 이가라시는 빗속에 서있는-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비에도 상관없다는 양, 외눈은 확실히 상대가 서있는 방향을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소리에 묻히지 못한 웃음소리에 맞춰, 이가라시의 하나 뿐인 눈이 찌푸려지는 건 처음 만났을 때도 느꼈던 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에도 마치 그곳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심이었는데 그 기시감을 한번 더 느꼈기 때문이다.
"...어때, 마음에 들었나? 그 가게는."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눈치 못챈 건 아니었으나 이가라시는 부러 자신이 소개해줬던 가게에 대한 이야기라는 양 영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며 불 붙은 각련을 태우는 소리가 천막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섞였다. 짧은 찰나, 이가라시는 들려오는 종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놀라지도 않은 차분하고 음울한 얼굴이다.
"너에게 한 질문은, 네 정체에 대한 질문이었어.."
자신과 다르게 젖은 흔적도 없는 정체모를 상대의 모습을 비스듬히 움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가라시가 입에 물었던 각련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넣었다가 발치 근처에 고인 물웅덩이로 떨어트렸다. 천막 아래에 고여있는 향과 반대로 상대는 그곳에 없다는 느낌이다.
1. 「가까운 사람의 부정적인 소문을 듣게 된다면?」 : "누구의 소문이냐에 따라 달라요. 마오타이라면 그럴만도 하다 생각하고 있고, 리큐르는 최근 있었던 일이 있다 보니 당연한 수순이지요." "그렇지만.. 위스키와 제 주인의 소문이라면 사실을 확인하려 해요. 사실이 아니라면 마땅히 처벌해야 할 테니."
2. 「중요한 일을 위해 가는 길에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면?」 : "눈에 담고, 일을 마친 뒤에 얘기하곤 해요. 혼자 볼 수는 없으니까요."
3. 「자신의 좌우명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 "……시즌스 킹덤을 위해 기꺼이 이 몸을 바쳐 막아내는 방패가 되리." 마오타이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자신의 좌우명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 "……시즌스 킹덤을 위해 기꺼이 이 몸을 바쳐 적을 찌르는 창이 되리."
2.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걸 안다면?」 :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요즘 젊은 것들은 자유연애라는 걸 한다더군."
3. 「좋아하는 샌드위치의 내용물은?」 : "상한 것만 아니면 뭐든 먹네만… 얇은 햄이 좋네." 위스키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을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 "어렵구나. 모두 중요한 것이 아니더니." "그래도 답을 하자면, 네 얘기한 그대로의 순서란다."
2. 「약속이 있어 서둘러야 할 때 중요한걸 놓고 왔다고 깨달았다면?」 : "저번에도 답했지 않더니? 저런, 잊었다고 하면 어쩌니. 나라고 늘 같은 답을 할 수는 없단다.." "수행비서가 가져다준단다."
3. 「무언가를 기른다고 한다면 식물파? 아니면 동물파?」 : "식물이란다." "그 아이들은 총에 맞아도 화분만 깨지거든." 리큐르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단골식당의 메뉴가 맛이 확 없어졌을 때의 반응은?」 : "그래도 먹어! 아플 수도 있어!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어서 나으라고 할래!"
2. 「어릴 적의 장래희망을 어른이 되서 들었을 때의 반응은?」 : "내 어릴 적의 장래희망..? 으음.. 리큐르는 가든 오브 헤븐에 무럭무럭 자라있는 나무가 되고 싶었어." "지금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그야, 나무가 된다는 건 죽어서 묻힌다는 거잖아..?"
3. 「인간을 믿는 편인가, 믿지 않는 편인가?」 : "리큐르는, 너희를 믿지 않아." "죄인들이잖아?"
카지노 The Dream엔 당연하게도 웰컴 드링크가 있답니다. 술이냐구요? 아니요. 약이 들어갔냐구요? 오, 전혀 아니에요. 아주, 아주, 아주 평범한, 그저 그런 음료랍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탄산에, 안개처럼 일렁이는 푸른 빛깔, 절묘하게 섞인 사과와 레몬의 향, 그 맛은 물 같으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어느 술과 음료와도 비견하기 어렵다고 해요. 특히, 갬블 후 목 마를 때 마시면 청량함이 끝내준다고 하지요. 별도로 판매도 하고 있으니, 사기만 하면 밖으로 가져갈 수도 있지만, 밖으로 나오면 어쩐지 같은 맛이 안 난다고 하네요. 흔히 말하는 기분 차이, 그런 걸까요? 그럼 이ㅁ... 아, 제일 중요한 걸 깜빡했어요. 그 음료의 이름은, 드림브루, 랍니다.
>>382 마오타이 진짜 할부지 같아요👀 왠지 마오타이가 마셔보라고 해도 한모금도 입에 안댈것 같은 이가라시() 취향도 아니고 형님 물건에 손 못대기 때문이라고. 놀릴 맛이 없어서ㅋㅋㅋㅋㅋㅋㅋ그치만 이가라시 출신이 출신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걸. 마오랑 정 반대의 포지션이긴 하지..(??) 마오타이가 흡족하다면 됐어...
벌써 4시라니 실화? 마젠타주 자야지. 오늘부터 다시 주야역전 세계를 살아야해서 끔찍해졌다. 흑흡.. >>화내면 무서울 사람<< 🤔 이가라시가 킹덤에서 화낸 적은 다섯손가락 안 아닐까. 감정을 발산하는 기준점이 높은 편이고. 음 그렇다. 여담인데 이가라시는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고 할까..그런 느낌이지? 혼자 있을 때 빼고는 타인에게 보일 일이 없지 음음.
말을 못 함과 안 함은 다르다. 그 말은 그 날 소개받은 술집의 주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타고나길 묵묵하게 타고난 것과 할 수 없어 과묵해진 것은 명백히 다르지 않나. 지금은 대답의 의미가 조금 샌 듯 하지만, 회화에 문제는 없었다. 엘은 신형을 옮기기 전, 웃는 얼굴로 대답했었다.
"예, 덕분에 느긋히, 원하는 대로, 반주를 즐겼답니다."
어차피 마주치면 한 번은 했을, 아니,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우연이 도왔든 기적이 도왔든, 그 날의 감상을 전하게 되어 참 기쁘달지, 그저 그렇달지. 진심은 엘의 속내를 들추고도 더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알 일이다. 엘은 확실하지 않은 기분 대신 웃는 얼굴만 유지했다.
갑작스럽게 위치를 옮겨, 느닷없이 천막 아래에 나타나도 이가라시는 놀라지 않았다. 하긴, 저번에도 그랬다. 한 번 안 놀랐는데 두 번이라고 놀랄까. 물기 한 방울 머금지 않고 멀쩡한 모습으로 선 엘은, 비 내리는 배경과 젖은 머리카락으로 인해 더 어두운 이가라시의 얼굴을 보았다. 빗물과 습기에 눅눅히 젖은 그 얼굴은 밤에 보았던 것보다 더 어두웠던가. 마주하는 푸른 시선은 이가라시가 보는 내내 마주하고 있었다. 희게 드러난 팔을 등 뒤로 돌려, 가벼이 뒷짐을 진 엘은 정체니, 유령이니 하는 말에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후훗!"
크게 부푼 비눗방울이 터지듯, 퐁 하고 울린 웃음소리에 푸른 은방울꽃이 잘그랑댄다. 짧게 웃고, 엘은 대답했다.
"제가 유령이라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을 테니, 소문이 없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이가라시 씨가 저를 봤으니, 소문을 만들어낸다면, 곧 들려올 지도 모르겠네요."
실없는 농담 따먹기라도 하자는 건지, 아님 말을 돌리고 싶은 건지, 그다지 영양가 없는 대답을 하던 엘은 고개를 돌려, 비가 쏟아지는 천막 바깥을 본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알려주는 것이 옳을지, 덮어버리는게 좋을지. 누구나, 애먼 화는 받고 싶지 않지요."
엘은 선 자세 그대로 발만 움직여 바닥을 탁, 탁, 두드렸다. 움직인 건 왼발 구두의 앞코인데, 소리를 내는 건 머리칼에 꽂힌 비녀다. 두어 번, 소리낸 뒤 멈춰서 다시금 말한다.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여름'의 주민이, 제가 '봄'에서 왔음을 알고도, 정체를 물으시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그러니, 납득할만한 이유를 들려주신다면,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제가 누구인지 알려드리지요."
가는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않겠나, 하는 식으로 제안한 엘은 그 밤 그랬듯이 고개를 슬며시 기울였다. 가늘게 접힌 눈으로 이가라시를 보면서.
얼굴은 알지만 이름을 모르는 상대가 자신이 비를 피하고 있는 천막 아래에 불쑥 나타났음에도, 이가라시는 표정 변화 한점 없었다. 애초 감정을 표현해내는 지점이 높다보니 놀랐다고 해도 드러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빗물이 얼굴을 적시자 이가라시는 꺼낸 각련을 입에 물며 다른 손으로는 젖은 얼굴을 문지르듯 닦아낸다. 상대가 웃는 것과 함께 그날에도 들었을지도 모르는 소리가 뒤를 잇자, 이가라시가 몸을 숙여보인다. 껑충한 키를 구부려 천막 아래에 쭈그리고 앉은 것이다. 상대에게 살피듯, 관찰하듯 잠시 살폈던 시선은 언제 그랬냐는 양 무감하고 무심해졌고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쏟아지는 비를 향했다.
"그거 꽤 괜찮은 생각으로 들리지만 내가 소문을 퍼트리는 자신이 없다보니.."
새 각련에 불 붙히며 애매하게 말끝을 뭉개낸 이가라시는 잠시간 초콜렛 향이 섞인 연기를 한숨처럼 뱉어냈다. 분명 상대의 대답은 영양가가 없음이 분명했으나 그 영양가 없어 보이는 대답에 평이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게 진중한 성격임을 보여주는 꼴이기도 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꽁꽁 싸매고 있는 옷차림이 두드러져 보였다. 영 여름엔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관심이 없다는 차분하고 음울한 낯빛으로 각련을 태워대던 이가라시가 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움직였다.
아래에서 위로, 하나뿐인 안개가 낀 양 희뿌연 녹색 눈동자가 상대의 얼굴로 향한다.
"이런 곳에서 예의를 따지고 상식을 지적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너에게 내 이름을 밝혔어. 상대의 이름을 들었으면 스스로의 이름도 밝혀야함이 상식이고 예의인 법이야."
각련이 타들어가는 희미한 소음이 용케 빗소리에 묻히지 않았다.일반 담배보다 짙은 연기가 이가라시의 음울하고 침울한 낯빛에 그늘을 만들어냈지만, 재섞인-혹은 안개가 낀 것같은- 녹색 눈동자가 똑바로 상대의 눈을 올려다봤다.
네 입에서 연기가 흘러나온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면서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연기를 바라봤다. 너와 같은 사람인 줄 알아? "그냥 가는 거거든~" 변명한다 변명한다 허공에 대고 환청을 향해 팔을 휘두르던 마오는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툭툭, 인기척을 내었습니다. 그는 기분이 좋은 것처럼 히죽 웃었지요. 뭐어, 비단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겠지만 말이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떻게 하는 지 알아? "알고 있다니까~ 안녀엉~?" 오 그는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이내, 유라를 보고 다시 히죽 웃었다. 담배네, 네가 피우는 거랑 달라. 내가 피우는 건 아편이잖아. 마오는 그릉그릉 소리를 내었어. 고롱고롱. 오늘따라 고양이 같네 "그야 난 고양이니까~ 조금 시끄럽지~? 여기에서 뭐해~?"
"으응~ 어떻게 할까아~"거절할 생각은 없잖아 "그렇지~ 앉지 않으면 매너가 아니니까~" 다리 아프다는 핑계를 댈 필요가 없었네!</clr> 말 끝을 늘이며 허공에 대고 말하던 네가 히죽 웃었다. 그리곤 유라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그런가아~ 하고 말하면서 아편이 들어있는 장죽을 피웠어. 산책이래 산책 "엄청~ 시끄러워~ 지금도 엄청 떠들잖아~"<spo>오, 저 사람도 안 들리나봐! "아~ 너네 진짜 시끄러~"우리를 닥치게 하는 법을 알잖아? "산책하기엔 여기는 더운데~?"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니까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나는 내 영역을 돌아다니는 거고~"킥킥킥킥 저 사람도 영역을 돌아다니는 거 아냐? 히죽 웃은 마오는 이리저리 허공에 대고 떠들다가 유라에게 히죽 웃었다. 그리곤 어딘가를 손 끝으로 가리켰습니다. 정말 다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다들 다른 곳에서 천국을 보고 있는 거겠지 "저~기 왈패들도 많아~"왈패 본다고 산책하는 사람은 없잖아! "그런가아~? 이거 같이 피울래~?" 오늘도 권하네! 그는 자신의 장죽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아편을 같이 피울 사람을 찾는 건 여전하네. 그렇지, 츄르나 마타타비 같은 건 나눌수록 좋은 거야!
천막의 끄트머리를 기준으로, 빗방울이 적시는 부분이 나뉘듯 소리마저 막을 쳐 나뉜 듯 하다. 드넓은 길 한복판과, 고작 몇 뼘 길이의 천막 아래는, 마치 다른 세상 같다. 그 천막 아래, 이가라시가 몸을 숙여 앉을 적에 엘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빗줄기가 쉼없이 두드리는 천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옆에서 들린 흐릿한 말에 같이 읊조렸다.
"어머, 아쉽네요."
전혀 아쉽지 않은 말투로 내뱉는 말은, 슬그머니 올라오는 담배연기처럼 가볍게 흩어져버린다.
엘은 뻐근할 정도로 높이 들었던 고개를 앓는 소리 한번 없이 가만히 내렸다. 그리고 비스듬히 기울여 가늘게 접은 눈으로 이가라시를 보며 말했더란다. 정체를 대는 것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달라고, 그러면 가감없이 다시 답해주겠다고. 그 밤에 그랬던 것처럼, 왜 그래야 하나 싶은 제안이었으나 이가라시는 나름의 이유를 댔다. 그 말을 들은 엘은 가늘어졌던 눈매가 보통으로, 조금 더 동그랗게 뜨였다. 마치 놀란 것처럼, 뜬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름이라면, 그 밤에 답해드렸지요? 보잘 것 없는 카지노의 주인이자, '엘'이라 불리는 누군가, 라고. 으음, 너무 에두른 표현이었을까요."
잿빛 배경 속에서도 푸른 눈동자는 깜빡깜빡, 그대로 이가라시를 응시했다. 그러다 조금 후, 시선을 돌려 앞을 본다. 여전히 그칠 기미 보이지 않는 전경을 바라보며 흐음, 작게 콧소리를 흘렸다. 그 상태로 잠깐, 시간이 지나고 엘은 싱긋, 웃었다.
"그래요, 그 밤에 무얼 말했든,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지요.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시간일 뿐이니."
한껏 웃음을 머금은 말이 허공으로 흘러간다. 이번에도 혼잣말이다. 혼자 말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인 엘이 몸을 슬쩍 움직였다. 반 걸음 뒤로 물러서며, 이가라시를 향해 돌아선 것이다. 다소곳이 선 엘은 이내 정중히 자세를 취했다. 뒷짐 지었던 팔을 풀어 오른손은 가슴팍에, 왼손은 옷자락에, 한 발을 뒤로 무르고 상체를 살짝 숙이며 고하듯 말한다.
"먼저 성함을 밝히신 귀하께, 일찍 예를 갖추지 못 해 송구하옵니다. 저는 영원한 '봄'의 주민이자, 조직 Day To Dream의 필두이며, 미력하나마 '봄'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존재. 아우르는 모든 이에게 '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존재이옵니다."
과도할 정도로 정중하고,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격식을 갖춘 인사, 이지 않았을까. 목소리에 장난기는 없었고. 몸가짐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었다. 단아하게 피어난 꽃처럼 뒤늦은 인사와 소개를 마친 엘은 어느새 처음과 같이 손을 뒤로 모으고 서서 웃고 있었다.
전혀 아쉬워보이지 않는데. 이가라시는 불쑥 튀어나오려는 말을 각련을 태워내는 행동으로 눌러삼켰다. 그 상태로 상대를 올려다보던 시선을 내려 시야가 닿는 위치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에 떨어지며 파장을 일으키는 것과 쏟아지는 비로 인해 온통 물안개가 피어올라 희뿌옇게 변한 풍경으로 관심을 돌렸다. 상대가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을 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을 심산이다.
"정말(ほんま)? 그때 이야기 했던 게 진실이라고?"
손가락 사이에 끼운 각련이 타들어가는 희미한 소음을 타고 독특한 사투리 억양이 섞인 공용어를 내뱉는 이가라시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분명하게 울려퍼진다. 다른 사람이라면 썩 재밌다는 듯이 웃음이라도 섞였을테지만 이가라시는 웃음기 하나 담지 않았다. 농담을 할 줄 모르는 진중한 성격 탓이라고 대꾸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했다. 풍경으로 돌려져 있던 이가라시의 시선이 상대가 움직이는 기척에 흘끗 움직였다. 상대가 정중한 자세를 취할 때 이가라시는 고인 물웅덩이 위로 쥔 각련을 떨궈낸다.
봄에서 온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말이지. 상대의 정중하고 격식을 갖춘 예법과 인사에 이가라시가 외눈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떨궈낸 각련이 제대로 꺼졌는지, 아닌지 살필 기미는 없다.
"봄 출신 사람이다못해, 대단한 거물이었군. 깜짝 놀랐어."
이가라시는 쭈그려 앉았던 몸을 세워 일으키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방금 전과 똑같이 독특한 사투리가 섞여 있는 말투다. 희미하게 어디선가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쏟아지는 빗소리에 묻혀서 들려오다가 그대로 사라진다. 여기서 쓸때없이 봄의 대표 조직 우두머리와 부딪혀봤자 좋을 건 없다. 그래도 나중에 형님에게 솔직히 고해바쳐야 할 일이 늘어났다는 걸 인지한 이가라시는 찌푸리고 있는 외눈으로 엘이라고 소개한 상대를 바라봤다. 형님의 방임주의가 유효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 때 했던 말이 진실이었냐, 그리 묻는 말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안 믿었나보다. 깜빡 잊은 것도 아니고, 안 믿었다니. 되려 섭할 것 같지만 엘은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다. 그렇든 아니든 상관 없는 듯이, 그저 웃으며 바닥으로 떨어진 담배가 식어가는 걸 힐끔, 보고 말았을 뿐이다.
엘의 소개를 들은 이가라시는 눈매를 찌푸리며 말한다. 깜짝 놀랐다고. 하지만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오히려 경계만 슬그머니 커진 것 같달까. 아쉽다며 그렇지 않아보이는 엘과, 놀랐다며 전혀 아닌 듯 보이는 이가라시. 같은 표면이지만 이유가 다름을 엘은 알았다. 알아버린다, 는 쪽에 가깝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 엘은 흐트러짐 없이 웃으며 말했다.
"보잘 것 없는 제가 듣기엔, 너무 과찬인 표현이네요. 어쩌다보니, 앉을 만 해서 앉았을 뿐, 저는 그저 일꾼에 불과하답니다."
이름 그대로 '정원' 같은 스프링 가든을 관리하고 아우를 뿐인 일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몸을 일으킨 이가라시를 응시한다. 희미한 쇳소리는 빗소리에 묻혀버릴 법 했지만, 들리지 않기엔 엘의 감각은 조금 예민했다. 하지만 엘은 그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행여 이가라시가 무엇이든 꺼내어 들이밀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처럼,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야 할 말만 했을 것이다.
"오늘은, 비를 맞으러 왔지요. 종종, 이리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맞곤 한다고, 그 밤에 말했었답니다. 아아, 저는 나름 진실만 말했거늘, 전부 농으로 쳐버렸나 보네요."
불쾌한 기색도, 짜증의 기미도 없이, 차분하게 말한 엘은 살짝 한 팔을 들어올렸다. 바깥과 가까운 쪽, 새하얀 손이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 빗줄기 사이로 드리워진다. 일직선으로 내리는 빗물이 그대로 통과하는 건지, 보일 틈도 없이 지나치는 건지, 그저 봐서는 알기 어렵다. 그 빗줄기 속의 손을 보며 엘이 말을 잇는다.
"제가 이리 다니는 건, 비단 오늘 만의 일은 아니랍니다. 이 '여름'의 비는, 이전에도 내렸었으니까요. 여지껏 다닌 중에, 불러세워진 건, 이번이 처음, 같지만요."
모호한 표현을 입에 담은 엘은 곧 느릿하게 손을 내려 제 옆에 늘어뜨렸다. 그렇게나 비를 맞았는데도, 늘어진 손에선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맞닿은 옷이 젖는 기미도 없다. 그 손을 숨기거나 가리려고도 않은 채, 가만히 이가라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다들 반갑다. 오늘 저녁에는 이벤트 중셉 좀 제대로 정리해서 올리고, 피드백 받으면서 조율해볼 예정.
지금까지 생각해둔 것 목록.
1. 육성물 진행처럼 전체 개인 진행 2. 캐릭터들이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정 반대의 존재, 마스코트, 망령과 싸울수도 있고 대화를 나누거나, 안내를 받거나, 선택지를 골라 미연시(?)같이 nmpc 호감도 올리는 것도 할 수도 있겠다. 3. 아 ** 꿈 전개도 있다. 전투 실패로 사망처리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 4. 다이스에게 빌어야한다.
이가라시는 늘 생각했다. 운이 좋아 원로의 눈에 들어서, 그의 아래에서 거창한 호칭으로 불리면서 꽤 평온하고 안전하게 이 거대한 수용소에서 살아가고 있노라고. 그것은 10년 전 이곳으로 들어와 계속 기막히게 따라다니는 운 때문이라고. 그래서 이가라시는 원로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상대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때문이다. 희미하지만 예민한 사람은 충분히 들을 법한 소음으로 들려오던 쇳소리를 엘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표정만 봐서는 도무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이가라시는 생각한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라면 절대 재미없는 농담이야. 내가 아무리 그런 걸 받아치는 게 서툴러도 말이지."
각련을 쥐었던 검지와 엄지를 맞대 문지르며 놀랐다는 뉘앙스로 대꾸하는 것과 다르게, 이가라시의 얼굴은 차분하기 그지 없다. 처음 만난 그 밤에도 그랬던 것처럼 우연하게 다시 마주친 엘은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모호하기 짝이 없는 문장을 읊는 통에 이가라시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문장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냥 맞으며 돌아다니기에는 여름의 비는 꽤 지독하게 내리는 편이잖아?"
엄지와 검지를 문지르던 움직임이 멈춘다. 엘을 바라보던 녹색 눈동자가 천막 밖으로 내밀어지는 손의 움직임을 따라 조용하게 움직였으나, 곧 깜빡이는 것처럼 가늘어졌다.
"..그런 비를 맞고도 그렇게 멀쩡하다는 게 신기하군. 너."
엘의 감각이 예민한 것마냥, 이가라시는 변화에 예민했다. 죽이는 쪽에 익숙해진 사람의 관찰력이라고 해도 좋았고 10년을 여름에서 살아온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라고 해도 좋다. 분명한 건, 이가라시는 물 한방울 묻지 않은 그 손을 봤다는 것이다.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기에 필연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쪽에 가깝겠지만. 저래놓고 유령이 아니라고 하면 더 신기할 따름인데-하고 이가라시는 생각했다.
• 캐릭터들의 부상, 사망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죽어도 시트가 내려가지 않음.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꿈을 꾸었다는 전개로 가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 • 전체 개인, 자율 진행. 일상과 병행할 수 있다. • 하루에 1~2레스 적어도 좋다. 해적도 기력이 없기 때문에 잇는 건 느릴 예정이다. 즉슨, 서로 기력 내면 하루만에 끝날 수도 있고, 현생에 갈린다면 열흘 다 쓸 수도 있으니 넉넉하게 준비했단 뜻. • 인질을 위해 헌정하는 이벤트다. 시트 어장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규칙에 대한 해설이 있을 수도 있고, 캐릭터가 원하면 비설을 조금 이용할 수도 있으며, 아치에너미와의 전투가 있거나, 마스코트와의 전투, 바란다면 약간의 느와르식 정치 싸움, 혹은 선택지로 비롯된 금단의 장소 탐험 등등.. 원로나 mpc의 호감도작도 가능하다. • 어차피 어장 떡밥 풀리는 것은 동일하다... • 인카운터 값에 미지의 존재가 있다. 다갓님께 피해달라고 빌어보시든지...
엘의 어느 말이 농담처럼 들렸을까. 어느 말도 허투로 내뱉지 않았건만. 의문은 일어나나 엘은 구태여 되묻지 않았다. 그저 그러냐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 듣는 것도, 어느 의미론 흥미롭다.
말과 말 사이에 이해를 위한 시간이 얼마가 걸렸건, 엘은 차분하고도 미동도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해와 해석을 요하는 말을 한 것은 엘이니까, 라기보단 가만히 있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가라시에게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건 엘에게는 셈할 순간조차 되지 않는다. 유유히 할 말을 하고, 손을 뻗었다 거두고, 그대로 기다리고, 그 다음은 다시 말할 차례였다.
"이가라시 씨는, 정말, 킹덤의 주민 같지 않으시네요. 양 손으로 꼽을 만큼, 그 만큼의 시간을 보냈으면, 물들어 빠질 법도 하건만."
기분 탓일지, 미소가 희미하게 가라앉은 표정의 엘이 말했다. 늘어뜨렸던 손을 움직여 다시 뒷짐을 지며 말을 이어간다.
"이깟 비가, 제 아무리 거세고 지독한들, 이가라시 씨가 저를 보는 시선에 비하면, 가랑비나 다를 바 없답니다."
이가라시의 시선, 경계와 모종의 의미가 담긴 시선, 그것에 비하면 이 억수 같은 비는 별 것도 아니라고, 엘은 말한다. 이 자리에서 가장 지독한 것은 그 시선이라고, 돌려말하기라도 하듯.
"그리 보지 않으셔도, 오늘은 정말, 비만 맞으러 온 것 뿐이니까요. 무언가 할 작정이었다면, 이가라시 씨를 만나기 전에, 당신의 주인께 진작 붙잡혀 내쫓겼겠지요. 아마도지만요."
그렇게 말한 엘이 훌쩍, 몸을 움직였다. 손으로 넘었던 천막의 경계를 몸으로 건너가자, 장대 같은 빗줄기 속에 푸른 신형이 일순 윤곽을 흐트러뜨린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 채, 빗물 속 흐릿한 엘이 고개만 옆으로 돌려 이가라시를 보고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 갖춰야 할 예는 다 갖추었고, 해야 할 말은 다 했다 여겨지온데. 이제와 제게 달리 물을 것, 더 듣고자 하는 말이 있으신지요?"
"친구우~?" 단번에 관심을 갖게 되었구나 나는 히죽 웃었어. 아아아아주우우우 나와 잘 어울리는 말이잖아아~ 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장죽의 부리를 입에 물었다.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게 된 거죠. 심지어 다른 곳의 친구야 "여기인~ 여름이니까~"왈패가 많지 그들 중엔 네가 하루를 맡기는 자들도 많지 그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담배개비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히죽 웃었다. 담배를 피운 적은 있었지만, 그 담배가 매우 독했던 기억밖에 없지 않던가? 매웠어! 독했어! "나에게 그건 엄청 맵던데에~" 맵고 독해. 좋은 것과 달라 그는 살짝 거절하듯 상체를 뒤로 뺐다. 그러더니, 히죽 웃으면서 다시 상체를 앞으로 당겼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장죽을 툭 가리켰습니다. 가자! "이것도 연기가 나고~ 저것도 연기가 나~ 그럼 우린 친구야~"
헛웃음은 빗소리에 묻히지 않고 고스란히 엘에게 들렸을 것이다. 명확한 목표없이 엘과 문답을 주고 받기만 하던 이가라시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로, 외눈을 찌푸렸다. 킹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엘의 말 때문이었다.
"내가 얼마나 여기서 지냈는지 너에게 이야기한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나?"
짧은 편에 속하는 머리카락은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조금이나마 물기가 증발했는지, 외눈을 찌푸린 상태의 이가리시가 손으로 쓸어올렸을 때 꽤 부드럽게 넘겨졌다. 그런가. 킹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이가라시는 찌푸린 것을 펴고 머리를 쓸어넘겼던 손을 떼어내 아래로 늘어트린다. 저 말이 과연 자신에게 있어서 좋은 의미인가, 좋지 않은 의미인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형님도 그렇게 생각할까.
"네 말은 꼭 내가 누구 밑에 있는지 아는 것 같네."
자신의 시선에 대해 돌려 이야기하는 엘의 말에 이가라시가 내 시선이 뭐 어쨌다고, 하는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헛웃음을 짓던 이가라시는 한 손을 늘어트린 상태로 다른 손으로 주머니 속 케이스를 끄집어내며, 혼잣말을 읊조리다가 천막 밖으로 움직이는 엘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말하는 바는 명료하기보다 두룽뭉실하다. 꼭 형님의 만버릇과 비슷한 게 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저런 말투인가 싶다가도 저번에 만났던 봄 출신 사람과 비교해보면 저 여자가 독특한 게 분명하다.
"내가 누구 밑에 있는지 알든, 모르든 상관없지. 나는 질문을 하는 것보다 질문을 받는 게 더 편해."
케이스에서 각련을 꺼내고 이가라시는 늘어트리고 있는 손을 천막 밖으로 내밀어서 빗줄기를 가늠해본다.
"그렇지이~"정말? 너는 관심 없잖아 마오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다가 장죽 부리를 입에 가져다댔습니다. 깊은 숨과 함께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 그가 히죽 웃자, 입에서 연기가 흘러나왔어요! 아이스크림 같다! 내내내내내가아ㅡ!!! 저거를 그래서 좋아해애!!!!! 봄에서 온 사람이래! 기억 나? "우응~ 뭐였더라아~ 거기 사람드을~ 아하하하~ 봄이면 엄청 따뜻하겠네에~"부러워 "아하하하~ 너는 부럽겠지이~ 나는 여기도 마음에 든다구~"거짓말쟁이 "나는 이것 말고는 피우는 게 없어~ 그래도 같이 피울 사람이 생기니까 좋네~"네 이름 힌트를 주자! 그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킥킥 웃었습니다. 무언가 떠오른 양, 마오는 한 손을 동그랗게 말아쥐더니, 고양이흉내라도 내는 것처럼 가르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네 나라 말을 모를 거 아냐! "야옹!"오마이갓. "아~ 진~짜 너무 뭐라 하네~ 나는 마오야~ 마오~ 고양이란 뜻이야아~ 내 이름 잘 어울리지~?" 그 놈의 야옹야옹! 다시 한 번 고양이 흉내를 내더니 그는 기분 좋은 것처럼 몸을 쭉 폈어.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물어보자! "유라는 이름 뜻이 뭐야~?"
선장 살아있었구려. 아니 휴일 질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에 돌아다니는 건 미친 짓이라는 걸 알아서 휴일에는 집순이짓한다고 함. 마땅히 취미랄 건 없다보니 요즘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하는 중. 참고로 킹덤에 들어오기 전에 취미로 여러가지 운동을 섭렵하던 헬스충(운동중독)이었음.
>>604 이것저것 한다니 귀엽잖아.. 홈트라니 운동하는 자세 최고잖아... 킹덤 내부에서도 의외로 방송다운 방송은 있다.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서, 배우 출신도 있고, 카메라 감독 출신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드라마를 찍고 그럴 때도 있으니 뭔가 보긴 하겠는데..🤔
마오타이.. 이것저것 다 해보고 가장 자신에게 잘 맞는 취미가 이거라고 열심히 자기를 변호하고 있다. 이것저것 키우기엔.. 귀찮아서 하나만 키운다는데.. 음, 그거.
마오타이: 신경 쓰이기야 하다마는 부정적으로 통제할 생각은 없네. 내가 뒷배로 있는데 무엇을 하여도 상관은 안 하지. 나 또한 봄 녀석들은 정상인 것 같은데 어딘가 나사가 빠져서 함부로 손댔다간 초래할 결과를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마오타이: 다만.. 코냑이 와서 우리 애 물들면 어쩔 거냐고 바락바락 따지는 게 귀찮을 뿐일세. 마오타이: 언젠가 그 아이가 코냑을 만나면 세게 걷어찼으면 좋겠구만.
>>606 그래도 좋아.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다. (당당) 해적은 어장의 모든 인질에게 귀여움을 느낀다, 얼. 다큐도 가끔 있다. 이 경우에는 바깥에서 물자에 포함해달라 사정사정해서 빼돌린 다큐도 많다.. 그알같은 시사 추적물도 가끔 있는데.. 범죄자들이 그걸 보면서 어머! 저런 극악무도한 녀석이 다 있나! 쟨 잡히면 우리 도시로 와야겠네! 이미 왔다고? 같은 웃지 못할 일도 있고.
할배 여기서 양갱 좋아하고 그러면 완벽한데(?) 이가라시주도 귀여움을 느끼는 포인트가 대체?🤔 걷어차도.. 마오타이가 있다..!! (현혹)(?)
>>610 미래의 귀하는 과거의 귀하를 원망할테지() 되게..되게 평화롭구나. 마젠타. 정원 관리에 집중하느냐고 흙묻은 것도 모르는 마젠타 귀여워. 단게 좀 정신적으로 진정된다나 뭐라나. 여름 날씨가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나 뭐라나👀 선물 받으면? 킹덤에서는 이유없는 호의가 없다고 받기 전에 뭘 부탁하려고 이러나 하고 보지 않을까.
>>610 친구는 환영이다. 마젠타 정원 관리.. 평온하고 부지런한 취미라서 이것 또한 최고다.👍 코냑은 여름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것에 조금 부정적이지만 크게 내색하진 않는다.
코냑: 제가 군림은 했지만 통치하는 건 아니니까요. 명성만 남아있는 존재라 크게 간섭할 수는 없지만 불안하네요. 코냑: 여름의 것들에게서 약물을 배우거나 그 잔인함이 옮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코냑: 거기다 비도 많이 내리니 봄으로 돌아오면 감기에 걸릴 지도 모르는데... 안 되겠다. 수프를 끓여야겠어요.
이쪽도 만만치 않게 돌은게 문제지.
>>612 맞다! (당당한 해적) 겨울 섹터엔 충분히 있지 않을까? 싶다.
마오타이 할배는 양갱처럼 탱탱한 계열 보다는 약과나 한과같이.. 달고.. 튀겨낸 계열을 좋아한다.
>>617 마오타이한테 코냑의 취급이란..(흐린 눈) 이게, 코냑이랑 만날 수 있고 타이밍이 맞으면 노력은 해볼..(이가라시 봄)(성격상 무리임)🤦 이런 지엔장. 나도 말하고 겨울 섹터에는 약간 그알에 나오는 범죄자들 찾아서 인터뷰하는 그알 짝퉁 방송하지 않을까했는데 이걸 오피셜로 해버리네🤔 할배 입맛이 k국민👀 여름에 있는 한식당 단골 같은데.
일단 공식적으로 카지노와 호텔에 휴일이 없슴다. 그래서 엘도 에얼도 사적인 휴일은 없슴다. 물론 조직원들은 체계적으로 돌아가기에 휴무와 복지가 주어짐다. 취미는... 영역 밖으로 나와서 하는 모든 것? 이래봐야 봄이나 타 섹터로 산책가기, 여름 가서 비 맞기, 이뿐임다.
내 개인적으로는 엘에얼 정체가 제일 궁금해🤔 이가라시가 진심으로 웃을 때....? 이놈이 킹덤에 들어와서는 웃음을 잃..었다기보단 시트에 있다시피 감정을 발산하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예전으로 뒤져봐야하는데 스스로가 안심할 수 있을 때?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은 상대 앞에서?만? 웃지 않을까?🤔
• 캐릭터들의 부상, 사망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죽어도 시트가 내려가지 않음.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어떤 상황이라도 꿈을 꾸었다는 전개로 가기 때문에 안심하고 죽어도 ok! • 전체 개인, 자율 진행. 일상과 병행할 수 있다. • 하루에 1~2레스 적어도 좋다. 해적도 기력이 없기 때문에 잇는 건 느릴 예정이다. 즉슨, 서로 기력 내면 하루만에 끝날 수도 있고, 현생에 갈린다면 열흘 다 쓸 수도 있으니 넉넉하게 준비했단 뜻. • 인질을 위해 헌정하는 이벤트다. 시트 어장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규칙에 대한 해설이 있을 수도 있고, 캐릭터가 원하면 비설을 조금 이용할 수도 있으며, 아치에너미와의 전투가 있거나, 마스코트와의 전투, 바란다면 약간의 느와르식 암울한 타인 시점의 진행, 혹은 선택지로 비롯된 금단의 장소 탐험 등등.. 원로나 mpc의 호감도작도 가능하다.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해주면 더욱 수월한 진행이 가능함. • 무엇을 선택해도 어장 떡밥 풀리는 것은 동일하나, 다이스 값의 범위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을 뿐. 과거와 현재, 혹은 평행까지 볼 수 있으니 고심해도 좋음. • 인카운터 값에 미지의 존재가 있다. 다갓님께 피해달라고 빌어보시든지... • 예외로 4월 8일에는 진행이 없음. 이때 이어도 답변은 올라오지 않을 예정.
진행 이벤트 공지다. 신청은 4월 2일부터 레스에 [캐릭터 이름]을 적어주되, 본인이 특별히 원하는 것(전투, 탐험, 과거로의 여행 등등..)이 있다면 같이 언급해주면 된다.
"꺄하하하하~ 여기는 언제나~ 여름인데에~" 여기에 대해 잘 모르나봐! 그가 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뒤로 쭉 젖혔다. 알려주려는 것처럼 장죽을 살짝 움직이던 마오가 비음을 흘리며, 모로 상체를 비뚝 기울였어. 있던가~ 없던가~ 뭐였더라~ 생각하던 나는 마오의 머리를 살살 긁었어. 말하지말랬어 "여기~? 여기는 조직 없어~ 다른 곳들은 있나 봐~? 봄에는 있어~?" 마오를 주운 사람이 마말하지 말랬잖아 나른한 목소리로 말하던 그가 히죽 웃었습니다. 중국 쪽 말은 맞았지. 마오는 중국인이니까! 그러니까 이거를 피우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렇지. 그런 거지이ㅡ 나느은 그래서 아편이 좋아~! 좋은 연기 천국에 갈 수 있는 연기 "그런가아~ 나는 그냥 본명을 써~ 귀찮고~ 무엇보다 내 이름이 좋거드은~ 난 고양이니까아~" 괴물고양이! 무언가, 환청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마오가 허공에 손을 휘휘 흔들었다. 괴물이라니 너무하잖아아~ 하고 말끝을 늘이며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저 사람은 못 듣는데 말이지! 마오는 그걸 몰라!
어둠 속에서 코냑에게 조언하는 마오타이의 목소리는 상냥합니다. 하기 싫다고 해도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타이르듯, 혹은 엄하게 꾸짖기 전 준비를 하듯. 코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고민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동전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한 섹터의 주인된 자를 통제하려 드니, 대가가 필요한데요……." "네 제법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들어나 보자. 무엇을 바라느냐?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날입니다. DTD는 인산인해, 카지노에는 즐기고 가는 자와 삶의 끝자락에서 어떻게든 수복해보고자 모든 패를 쏟는 사람이, 호텔 내부에서는 도망치기 위해 숨은 자와 평범히도 쉬고자 하여 몸을 이끈 사람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스라이 품은 당신은 방황하는 어린 양처럼, 늘 그렇듯 나섰을 뿐입니다.
그렇게 고작 발 한번 내디뎠을 뿐인데.
"저길 봐, 겨울이 오고 있어. 흩날리는 눈송이는 우리를 상냥히 안내할 테지."
당신이 도착한 곳은 스프링 가든의 밖이 아닌 어텀 카니발이덥니다. 사람은 그 누구도 존재치 아니하는 기이할 정도로 조용한 어텀 카니발. 그리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귀를 울립니다. 당신이 발 디딘 곳 그 어디에도 없는, 이 공허한 거리에서.
하루는 언제나와 같이 흘러간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 속에, 아무 것도 없으리라곤, 나도 말 하지 못 한다.
꽃이 만발한 '봄', 그 한켠을 장식하듯 우뚝 선, 거대한 카지노와 호텔의 필두는 오늘도 변함없이 푸르렀다. 검푸른 머리칼을 길게 찰랑이며 카지노의 로비를 가로지르고, 단정한 수트의 청색 마이를 툭툭 털며 호텔의 로비를 지나친다. 여린 듯 강단있는 손짓과, 유한 듯 단호한 지시 아래 두 체재는 일사분란하게 굴러간다. 째깍째깍, 쉼없이 구르던 톱니 사이에 찰칵, 공백이 생겼다.
무수히 오가는 인파 사이에서, 푸른 실루엣이 멈춰섰다. 먼저 움직인 시선이 바라보는 것은 밖이다. 깜박, 시야를 추스른 눈동자를 따라 몸도 돌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물살을 거스르듯이, 안에서 밖으로 향했다.
그러나 단 한 발 내디딘 밖은 사뭇, 낯설었을까.
'봄'이 아닌 '가을'이 되어버린 밖을 보고,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보았다. 장소가 바뀐 것도 바뀐 것이지만, 섬뜩하리만치 조용하다. 조용한 가운데,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들린다. 유혹? 아니면 함정? 멈춰선 채로 눈을 감았다. 얄팍한 눈커풀이 잠시 눈을 감추고, 다시 뜰 때는 좌안, 뿐이었다.
"그래요. 제가 해보라 이건가요."
고운 목소리로 읊조린 '엘'은 이내 남은 우안도 떴다. 그리고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살짝 접힌 눈동자에 검은 이채가 한바퀴 일렁인다. 다시금 차분히 중얼거렸다.
"결국 판 위의 말이다, 이것이지요. 아아, 싫어라."
엘은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중얼거리며 멈춰있던 몸을 움직였다. 하이얀 구두 신겨진 발이 성큼, 앞으로 내딛어졌다.
위스키는 타이르듯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입니다. 리큐르가 소매 사이로 감춰 가린 손을 부드럽게 잡고, 손등을 쓸어주며 아이를 어르듯 회유하지만 리큐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망각은 축복이니까. 축복 받은 삶을 즐기게 하고 싶어요." "가끔은 망각이 저주가 될 때도 있는데?"
리큐르는 손톱이 있어야 옳은 자리에 내려앉은 검붉은 딱지를 바라봅니다.
"그 친구는 축복이야." 베로니카는 눈을 뜹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나날을 보냈고, 오늘도 의뢰를 받고자 움직였을 뿐인데, 기이하게도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타 섹터와 달리 항상 시끌벅적한 괴짜들이 모인 곳이 윈터 어드벤처인데, 어째서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걷고, 걷고, 걸어도. 황량한 섹터는 이제 보니 조금, 뭔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합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듭니다……. 이상하게도 현재 상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는다는 에러가 뜹니다. 지금이 몇 시인지, 이곳의 좌표는 어디인지.. 도통 인식을 할 수 없습니다. 재밍 장치라도 있나?
"꿈과, 환상이 가득- 법-…… -덤?"
기이한 목소리가 울리고 사위가 조용해집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거기 아무도 없어? 있는 거 아니까 나와! 소리를 질러본다.] > [재밍 장치를 파괴하려면 일단 어디든 걸어야지. 앞으로 나아간다.]
코냑은 어텀 카니발 구석에 위치한 성당의 조각상에 하염없이 튄 피를 가만히 올려다 보았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찌하여 나를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미친년. 기껏 지옥 불구덩이 속에서 꺼내줬더니 또다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겠다고 하는구나! 아아, 어머니, 나의 어머니! 안타까운 나의 '어머니'. 아닙니다. 이곳은 나의 낙원이 될 터입니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머니가 돌아올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일리야는 눈을 뜹니다. 잠을 자다 깨었는지, 아니면 말 그대로 눈을 잠깐 깜빡였는지, 어느 쪽이든 눈을 떴습니다. 안에 있는 자는 밖으로 나오고, 밖에 있는 자는 안으로 들어가라.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는 어텀 카니발의 거리임에도 등골에 돋는 소름이, 이곳이 절대 '현재'가 아님을 상기시킵니다. 아니, 소름이 돋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지요.
거리에서 정장을 빼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거리를 수놓듯 지나가는 퍼레이드 카를 구경하고, 아이들은 소리 높여 웃으며 그 뒤를 쫓습니다. 한 아이의 품에 안긴 것은 성지의 성물로 알려진 '인형'이며.
그 누구도 당신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당신을 보고 웃습니다.
>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자. 저기요, 지금이 언제죠?] > [까마귀에게 말을 걸어보자, 미친 사람 같겠지만!]
겨울을 방황하는 만들어진 천사 차가운 아스팔트위를 거닐던 발이 멈춰섰고 희연 눈에 푸른 광채가 맴돌았다 그것은 베로니카가 본격적인 '기능'을 하게 될 시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매트릭스를 구축하여 상황을 시뮬레이팅 하거나, 신경망을 링크하여 사용자에게 전술적 편의를 제공 할 때... ...혹은 코어를 액티브시켜 눈 앞의 무언가를 통째로 날려버린다든가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오류 : 좌표의 동기화에 실패했습니다. 현 위치와 공간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직접적인 액세스 권한이 없는 게스트 사용자일 경우, 본 기체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하여 즉시 관리자에게 문의를..."
베로니카는 누군가 들으라는 것처럼 혼잣말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그런 상황 자체를 의아하게 여긴 것처럼 끝에가서는 고개를 옆으로 가볍게 꺾으며 말을 줄였다. 그리고 천사는 진짜 의미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맞다. 그렇지만 현재 저에게는 [관리자]가 없었죠."
그분은 생명 활동 정지가 확인되었으니까요 따라서 본 의체에 손상이라도 생기면 참으로 곤란한 것입니다 그걸 위해 자가방어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이지만 하지만, 지금의 저는 딱히 어딘가에 대미지를 받거나 부품 결함이 생겨 고장난 것은 아닌 것 같았어요 알 수 있습니다. 그야 저는, 다른 저열한 기기들과는 다르게 자체적으로 진단과 해결책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제가 현장 분석에 장애를 겪고있는 이 현상은 뭘까요 게다가 이 목소리의 형태를 띈 파장 어디선가 재밍이라도 걸고 있는 걸까요. 가능성이 없는 분석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고성능이니까요 이런 저를 재밍하기 위해서는 그냥저냥의 기성 장치로는 먹히지 않았을거라고 판단되지만요 . . . 일단 얼굴이나 봐야겠습니다 (부숴버릴 생각 만만)
끔찍한 악몽을 꾼 것 같은 끈적함과 불쾌함이 머릿속에 달라붙어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일리야는 고개를 흔들며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여기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고, 설령 찝찝함을 털어낸다고 해도 일리야의 앞에는 난제가 놓여있다는 점이 아닐까.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지 모를 공간을 눈에 담으며 일리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시즌스 킹덤에 오고 나서는 이상한 일만 잔뜩 생긴단 말이야."
하아. 하고 투덜거려봐도 일리야를 신경쓰는 자는 이 길거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후후. 멋진 까마귀씨. 유감스럽게도 당신에게 공헌할만한 멋진 귀금속은 가지고 있지 않답니다?"
생각보다는 길게 고개를 젖힌채로 뭔가 생각하는듯한 마오를 바라보며 그녀는 눈을 깜박였다. 조직에 대해서 저렇게까지 생각할게 따로 있는걸까, 여름에 대해선 잘 모르니 알 수가 없다
"조직이 없어?"
그리고 뜻밖의 대답이 돌아오자 그녀는 신기하단듯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자기가 조직이 없다. 가 아닌 여기는 조직이 없다. 라... 어느 섹터든 대표조직은 하나씩 있는거 아니었던가. 그녀는 상대가 약에 취해서 햇갈리는건지, 자신에게 뭘 숨기는건지 알 수 없었기에..
중요한것도 아니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도 따지면 본명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녀는 담담하게 말하며 손을 휘휘 젓고 뭔가 중얼거리는 그를 크게 터치하지 않은채 미소지었다.
>>732 <일리야> 욕이나 불만만 뱉어서 해결될 나이는 지나고 말았습니다. 이젠 적당히 세상과 타협을 보며 움직여야만 소득이 생기는 나이죠. 물론 시즌스 킹덤이 타협을 해주는 도시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내 이야기를 들어! 제발!
어림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형상을 가진 존재들은 당신이 있는지도 모르고, 인간이 아닌 짐승 하나만이 당신을 알아보고 있는 이 기묘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까마귀는 당신을 보고 호의적인 모습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호오."
당신이 농담을 건넸을 때, 세상이 갑작스레 조용해지더니 시선이 내리꽂힙니다. 사람들은 몸을 돌리지 않습니다. 고개만을 돌려 당신을 쳐다보고, 아이들은 우뚝 멈추다 도미노처럼 와르르 넘어지고 맙니다. 부자연스러운 각도와 공허한 시선은 이 장소에서 당신을 향한 호의가 단 하나뿐이구나를 느끼기엔 충분했을 겁니다.
"귀금속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것보다 부담스럽군. 다들 하던 일이나 마저 하시오. 웃고, 떠들던 거 말일세."
잘 하지 않나?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다시 당신을 무시합니다. 우두둑! 뼈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기계적으로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아이들은 서로 몸이 엉켰어도 웃습니다.
"그리고 내 귀금속 보다는 정보를 공헌하는 걸 좋아해서……. 혹 말벗이라도 해주면 안 되겠나, Mx*?"
* Ms, Mr의 성별 중립적 명칭
> [말벗? 까마귀랑? 그건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리고 의심스러워!] > [좋아, 기왕 미친 사람인 거 대화나 해보지. 어떤 정보가 필요해?]
이가라시는 마오타이-즉 제 형님의 하는 말에 쓸때없는 말을 덧붙히거나, 관계없는 질문을 얹지 않았다. 대신 최대한 말로 설득해서 살려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오타이가 하달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거처에서 준비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겨울로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춥군."
늘 걸치고 있던 하오리 대신 두툼한 안감으로 만들어진 후리스의 지퍼를 끝까지 끌어올려서 몸을 꽁꽁 싸맨 채, 하얗게 새는 입김을 허공으로 내뱉은 뒤 짧고 간결한 감상을 중얼거리며 케이스 안에서 각련을 꺼내 입에 물었다. 각련의 연기가 눈 내리는 풍경을 더 뿌옇게 만든다. 접선 장소가 사신의 눈 주변이라는 것이 이가라시로 하여금 썩 달갑지 않은 기분을 가지게 만들기 충분했으나 이가라시는 각련을 조금 길게 빨아당기고 걸음을 옮겼다.
이가라시가 하달받은 접선 장소는 사신의 눈 근처었으니,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 건 성격상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나는 모두가 꾸는 꿈이요,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하는 가지일지니. 원망하라, 그리하면 닿을 것이라. 그것이 설령 네가 원치 않은 형태이더라도.
뒤집은 팻말에 쓰인 단어는 경쾌한 환영이다. 그와 동시에 굳은 줄 알았던 문이 쉬이 열린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의도일까 싶은 현상에 순간이나마 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이토록 싫은 감각은, 너무 오랜만이군요."
싫으면 바꿀까?
"싫기는 하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요. 안타깝게도."
엘은 사라진 미소를 끌어오듯 입꼬리를 올렸다. 손 댄 문을 밀자, 가볍게 풀린 잠금소리가 옆을 스쳐간다. 중얼거린 말과 다르게, 나아가는 걸음에 주저함은 없다. 성큼, '성지'의 안으로 들어가 안을 둘러보자, 내부의 전경이 푸른 시야 안에 서서히 담겨온다. 그 끝에는 달콤한 간식과 귀여운 인형이 있었다.
사탕 맛있을 거야. 그렇지만 인형도 귀엽다.
"권리를, 의무를 내려놓고 취하기엔, 어느 쪽도 무거워 보이네요."
새파란 빌로드로 감싸인, 가느다란 팔이 들어올려진다. 팔 끝, 하얀 손은 천천히 가슴께까지 올라오고, 다시 천천히 내려갔다. 나비의 날개짓처럼, 부드럽게 내려앉은 자리엔 인형이 있었다. 진열대에 놓인 인형 하나를 집어, 조심히 들어올려본다.
"없~어~ 없어~" 없다고 해버리자 그가 히죽 웃었다. 그리곤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휘휘, 흔들었습니다. 마오의 말은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알기 어려워. 그는 늘 그러니까! 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어. 너도 다른 이름을 써버리자! "그러네에~ 나도 다음에는 다른 이름을 써볼까나~"내이름을 써! "넌 이름 모르잖아~"너를 바보로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쉽다 혼잣말을 하며 히죽히죽 웃던 마오가 손을 흔들었습니다. 내밀어진 손을 향해 두 눈을 한 번 깜빡이던 마오가 눈웃음을 지었어. 그는 자신의 한 쪽 손을 동그랗게 말아쥐더니, 유라에게 올렸다. 정말 고양이라도 된 양, 히죽히죽 웃고서. 마오는 고양이야 "야옹"
잘했어, 마오. 그릉그릉. 마오가 고양이처럼 가르랑거렸다. 나는 마오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잘했어. 잘했어. 야옹야옹. 진짜 고양이야!? "나는 고양이야~"하고싶은 대로 하는 고양이 "맞아~"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던 마오가 고개를 부비려는 것처럼 상체를 앞으로 확 기울였다가 다시 멀어지며 까하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793 1. 기본적으로 어텀 카니발은 힘과 세력이 압도적이라 한들 정당한 명분이 없으면 덩치 큰 멍청이일 뿐이라며 더 큰 경멸을 받는다. 2. 여기서 명분이라 함은 말 그대로 이 조직의 평판을 이끌 수 있는 정당성을 뜻한다. 원로에게 인정을 받거나, 휘하 조직이 큰 공을 세우거나 하는 등의 실질적인 이득에 관한 정당성을 추천한다. 3. 또한 김선생의 고아원은 그 자체로도 명분이 있으나 평판이 좋지 않은 이유는, 윈터 어드벤처 출신의 아이들만이 아닌 김선생의 성격란에 있는 '질투'로 비롯되기도 하였다.
평판을 끌고 싶다면 아이들을 훌륭히 성장시켜 차출하는 방식도 있다. 확장은 가능하나, 일단 평판을 끌어올리면 그것도 일사천리임을 기억할 것. 그 과정을 잘 구상해보고 여기에 얘기하거나, 웹박수로 보내주면 내가 어장 내부에서 신문이나 뉴스 독백을 통해 처리해주겠다.
>>796 지금부터 시뮬레이션을 돌리겠다... 참고로 해적은 지독한 설정충인데다, 최근까지 5700자의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뮬레이터가 반쯤 로판식으로 고장 나있음을 염두에 두도록…….
일반적으로, 타 섹터의 사람이 거점을 뒀다는 사실 자체에서부터 코냑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저거 싫어!의 문제가 아니라, 해피랜드의 마약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 화살이 생산지인 봄 섹터로 집중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마약 판매 루트가 확장되고 몸집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함은 뻔할 것이다... 세상은 깨끗해지라고 락스를 만들었더니 그걸 먹여 죽이는 사람도 있는데 약물이라면 더 하겠지..? 거기다 여기 대다수가 사형수인걸.. 뭐, 그래도 어찌어찌 잘 해결되어 가령 전 섹터가 김선생의 마약으로 뒤덮였다 치자. 그럼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간단하게 3가지로 나열될 수 있다.
1. 기존 마약 판매 조직의 몰락 및 해피랜드를 향한 공격. (여기서 크게 문제가 생기면 윈터 어드벤처의 정보찾기 조직에서 김선생=해피랜드 수장임을 알아채고 고아원을 불태워버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2. 스프링 가든과 어텀 카니발 동맹 조약의 중단 및 스프링 가든에서의 배상 요구 3. 서머 아일랜드와 스프링 가든의 분쟁 격화 및 전쟁 발발.
가장 중요한 것은 2와 3이다. 일단 지금 서머 아일랜드-윈터 어드벤처는 끈끈한 동맹 관계고, 2번처럼 어텀 카니발과의 동맹 조약이 중단되고 스프링 가든에서 배상을 요구하면 카니발 측은 '구스타보의 명예를 더럽힌 대역죄인'으로 규정짓는다.
더군다나 유한 스프링 섹터가 배상을 요구할 정도면 균열이 크게 일었단 뜻인데.. 분란 만들기로 벌어먹고 사는 와샌즈마크초강력블래스터테미제네럴충무공또라이 윈터 어드벤처가 이건 못 참지 끼얏호우를 시전할 것이고..
1. 전 섹터에 분란이 생기고 전쟁이 발발하거나 2. 비룡회가 나서서 김선생을 어떻게든 찾아 모가지를 따는 참극이 벌어지거나 3. 미지의 존재가 아니 X발 내 왕국이! 하고 싹 밀어버리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805 일단 타 캐릭터와 무언가를 할 거라면 선관이나 조율이 필수야. 같이 일상을 돌릴 때도 마찬가지. 이러이러한 상황을 돌리고 싶은데 괜찮은지를 물어봐야 해. 저번부터 느끼던 거라서 지금 말하는 거야. 결과가 날지 안 날지도 정확하지 않은 상황이고 시도 자체도 어떠한 결과를 부를 지 모르는 상황인 거잖아? 스레 설정이나 대표 조직 시트캐들이나 오너참치들의 설정과 충동을 일으키는지도 확인해야지. 여긴 다인스레야. 일댈이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해줘.
>>833 눈 돌아가서 해피가든 인원을 모두 데리고 에얼의 조직의 쳐들어가는 선생! 오랜 전투 끝에 자신의 부하 조직원들은 몰살 당하고 조직원들의 시체 더미 사이로 혼자 피투성이가 된 채로 서 있는 선생! 에얼을 보호하는 부하 조직원들을 제치고 그에게 달려가지만 결국 그의 능력으로 농락당하다가 상처하나 입히지 못하고 눈 뜬 채로 죽는 것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가 원망했던 것은 자신이었을 지, 에일이었을 지, 아니면 둘 다였지 궁금하네요!!
김선생에게 질문. 1.만화에 나와? 선생: 글쎄? 사실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상상이 아닐까 상상해본 적은 있어. 누군가가 상상한 내가 상상한 것이 내가 상상된 존재라는 것이니 즐거운 상상이지 않아? 2.좋아하는 사람은? 선생: 모든 아이들을 다 좋아하지 3.어디 살아? 선생: 아직까진 어텀카니발에 살아. '''별일''' 없으면 쭉 여기서 살 것 같아 4.잘하는 스포츠는? 선생: 킥복싱, 무에타이, 사격, 검도 5.미래계획 있어? 선생: 아이들을 이곳에서 나가게 하는 것 6.공부 잘해? 선생: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는 해. 고학년은 다른 선생이 가르쳐
마오타이는 당신을 살갑게 부릅니다. 당신을 정말 고양이처럼 대해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당신을 거두어준 사람이기도 하지요. 마오타이가 사람 같지 않은, 비늘이 돋아난 손으로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려 했습니다.
"내 오늘은 슬픈 일이 있단다. 위로해 주련."
세상에! 어떤 일이길래 슬프다고 할까요?
"……마오, 너도 알겠지만 시즌스 킹덤에는 가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단다. 그것들이 네 붉은 꽃을 해치려 들지 무어니."
그러니 네가 혼을 내주지 않으련?
> [물론이지, 고롱고롱 굿 보이.] > [으음- 같이 가- 고롱고롱고롱고롱.] >>747 <베로니카> 이 도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군요. 사계의 왕국은 근본적으로 뒤틀렸습니다. 뭐,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인걸요!
거울에 가까이 다가가도 당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고운 손 하나가 살포시 거울에 비치더니, 마치 문을 두드리듯 거울을 통통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모습을 드러냈던 존재가 다시금 나타납니다. 검은색의 머리카락, 가늘게 미소 짓는 얼굴, 하늘하늘하게 꾸민 옷과 꽃으로 치장된 검은 날개…….
"꿈과 환상이 가득한, 마법의 왕국, 시즌스 킹덤에 어서 오세요."
거울은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꿈과 환상이 가득한, 마법의 왕국……."
> [대답한다.] > [지켜본다.] >>762 <일리야> 이 도시에서 흔한 일이지만 시선은, 글쎄요.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요? 까마귀도 그 시선이 유쾌하진 않았던 모양인지 금세 시선을 옮겨 당신을 흥미롭다는 듯 이리저리 고개를 까딱였습니다. 인간이군! 바깥의 인간이야!
"어떤 이야기라도 좋네. 이런 곳에 있으면 무얼 들어도 재밌을 테니 말이야."
아무래도 그런 편이겠죠.. 아이들은 다시금 몸을 일으켜 퍼레이드 카를 쫓아가고, 사람들은 화기애애하고, 당신은 무시당하고……. 애초에 우리는 섞일 수 없는 존재인 겁니다. 천성이 그런 것이에요.
"그래도 말이지, 굳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까마귀는 그저 날개를 하나 들었을 뿐인데, 어째 사람이 제 턱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자네가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나, 현재의 어텀 카니발.. 그러니까, 시즌스 킹덤이 요즘은 어떤지가 듣고 싶어."
어떤 얘기를 먼저 꺼낼까요?
> [일리야라는 사람의 이야기] > [시즌스 킹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 >>765 <이가라시> 아우, 추워!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어묵과 덥힌 사케가 좋지요. 무를 적당히 가르고, 한입 맛본 뒤에 사케로 입가심. 돌아가면 그렇게 먹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리의 형제를 찾아야 할 텐데요……. 사신의 눈 근처가 접선 장소라니, 의심을 품고 싶어도 당신의 성격이 허락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당신이 걷고, 걷고, 걸어 마침내 입만 까딱이는 해골의 영역에 발을 들였을 적.
털썩, 하고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납니다. 짙은 피비린내와 함께.
> [소리가 난 장소로 향한다.] > [상황을 좀 지켜보자.] >>766 <마젠타> 마젠타는 눈을 뜹니다. 그러니까.. 아, 분명 오늘은 바깥에 나가기로 했는데요. 차에 타고 눈을 잠깐 감았다 떴더니 발 디딘 곳이 달라지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이 도시에서 자란 지 수십 년, 바깥에 나가기는 글렀음을 깨닫기엔 짬이 차고도 넘치죠. 아무래도 X된 것 같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이 미로라니!
날씨를 보아하니 스프링 가든, 정확히는 가든 오브 헤븐의 미로인 것 같은데……. 벌써부터 이 망할 도시가 당신에게 큰 엿을 줄 것 같다는 느낌만 듭니다.
이럴 땐 어떡하지? 아빠! 자라면서 이런 일에 대한 대책은 알려주고 죽었어야죠! 아 맞다 내가 죽였지!!
> [일단 앞으로 나아가면 뭐든 있겠지.] > [거기 아무도 없어요? 썸바디 헬프 미!] >>774 <유라> "신기해라, 신기해라. 인간은 신기해라."
리큐르는 마오타이의 등에 업히듯 매달려서 빼꼼, 손에 든 편지를 읽어보려 안간힘을 씁니다.
"기어 올라와 끝내 쟁취한 꼬마네, 꼬마네." "너도 어린 편이다." "하지만 재밌어, 즐거워, 저 아이가 그 망령을 만나면 재밌겠어."
죽음은 죽음으로 갚는 그 아이를 보고 싶어. 리큐르의 웃음이 짙어집니다. 그러니까요, 오늘은 파견 근무였지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나마 바깥에 나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날 말이에요. 사실은 불편한 날입니다. 원로가 뛰쳐들어와 카지노와 호텔의 업무가 모두 중단되고 말았으니.
그래도 뭐, 일단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걸어 다닐 때마다 어째……. 세상이 조금 이상하게 이지러지고 사람들이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져버리긴 했지만요.
이상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지만.
> [그래도 앞으로 직진한다.] > [뒤를 돌아본다. 돌아가야 해!] >>778 <엘/에얼>싫은 감각이라니! 너무해!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오해라며 안타깝게 얘기하지만 닿지 않을 겁니다.
본디 성지라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감시하고, 그 안을 원로 위스키가 직접 관리하는 장소입니다. 일반인에게도 제한적으로 허락이 되나 손을 대는 것은 허용치 않을 정도지요. 그리고 당신이 기억하기로는, 사탕은 늘 새것이나 지금처럼 옛것의 향취를 느끼긴 어렵고, 인형은 이렇게 종류가 많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인형을 집어 듭니다. 성물을 건드리면 저주를 받는다고 하던데, 웬걸, 저주는커녕 아무런 일도 없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손에 쥔 인형은 새하얀 북극여우를 캐릭터로 만든 듯합니다. 아무래도 곧 100년이 되어가는 테마파크인 만큼 지금처럼 미니멀리즘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만큼 정교하고, 세밀하며..
"……."
시선이 느껴집니다. 당신의 발치에 존재하는 시선을 향해보면, 조그마한 존재가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이인 것 같은데요……. 왜 존재하는데 인식하기가 어렵지?
더위를 잘 타지 않는 건 이미 체질이 그렇기 때문에 상관은 없지만 겨울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가라시는 각련의 연기를 길게 내쉬자 섞이는 하얗게 변한 입김이 퍼지는 걸 보며 생각했다. 진짜로 끔찍하리만치 춥다. 추위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밖에 있을 때는 이정도로 추위를 탄 기억이 없던 것 같은데. 이가라시는 코를 가볍게 훌쩍이며 걸음을 옮겼다.
서머 아일랜드에 어묵을 파는 곳이 있었나. 국물이 잔뜩 밴 적당히 흐물흐물해진 무와 데운 사케 한잔이 떠오를 정도의 날씨였다. 꼭 사케가 아니고 하이볼이여도 괜찮겠다. 이러다가 여름으로 돌아가면 금방 차가운 맥주 한잔이 절실하게 생각나겠지만. 어째서 접선 장소가 사신의 눈 근처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에는 이가라시의 성격은 수용하는 편에 가까웠다. 거기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 형님인 마오타이가 직접 지시한 사항이니 이가라시는 반박이라는 단어도 떠올리지 않았다. 걸음을 재촉해서 접선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가라시는 걸음을 멈춘다.
후리스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으로 입에 문 각련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 그 뒤를 잇듯 퍼지는 피냄새.
잠깐 눈 감았다 뜨니 바뀐 주변 환경에 마젠타는 화를 내며 소리친다. 어떻게 난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왜 세상은 나한테 이렇게 가혹하게만 구는지. 현 상황에 대한 짜증도 있지만, 절 이딴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에서 태어나게 한 제 아비에 대한 짜증이 더 컸을까. 마젠타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아하하! 좋아요. 그 정도면 쉬운 이야기죠. 먼저 시즌스 킹덤이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지만... 당신의 시간과 저의 시간. 몇 년이나 차이나는지 모르겠어서 말이에요."
아, 목을 오래 쓸테니 차가운 위스키 한 병이 있으면 좋을텐데. 꿈이니까 나타나주지 않으려나, 하고 일리야는 가볍게 투덜거렸다. 그렇다고 해서 마법처럼 술이 나타날 일은 없다. 환상과도 같은 퍼레이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말 시즌스 킹덤은 괴상한 곳이기 그지없다...
"저는 말이죠. 어머니의 얼굴도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는 천애고아였답니다? 그래서 어렸을때는 시설에서 자랐었죠. 규율은 빡빡한 곳이었지만, 가르치고 돌봐주시는 분들은 모두 상냥했던 곳이였어요. 하지만 제가 10살때쯤 시설이 와해되고... 갈 곳 잃은 저는 지금의 '어머니'에게 거두어졌답니다. 그 이후로는 뭐, 평범하게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죠."
10대와 20대 시절은 시즌스 킹덤과는 관련이 없는, 그저 사람이 살아간다는 시시할 뿐인 이야기이다. 일리야는 잡다한 기억을 걷어내고 7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베이거스는 요란하기 그지없었고 도미닉은 활기찬 인파 사이에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7년 전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예상치 못했던 손님이 와 계셨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시설의 어른들 중 한 분이셨거든요.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셨지만 솔직히 반가웠기에 의심의 여지도 없이 맞이해드렸죠."
체포 이후 도미닉 매디슨은 첫번째 살인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었다.
"...첫번째 살인은 우발적이었습니다. 시설에서의 일을 잊었냐고 하던 그와 이내 다툼이 일어났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전 살기 위해 그가 꺼내든 총을 뺏으려 들었었습니다."
■■■ ■■■를 잊은 것이냐고, 시설의 가르침을 잊어버렸냐고 그는 일갈했다. 그리고-
"저는... 뭐어, 살인자가 되서 살아남았답니다? 후후. 그래도 걱정하진 않았어요.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자리에 모여주어 고맙소. 동포들은 들으시오, 해피 랜드의 등장으로 우리의 공간이 장악되었을 때,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소. 그들의 존재는 우리에게도 이득이 있었으며, 원로가 개입하리라 믿었으니."
회의실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정장을 입은 남성이 목소리를 높였고, 대여섯 정도 되는 각 소규모 조직의 수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우리의 공간을 넘어, 섹터의 이념을 깨고 서머 아일랜드의 조직과 약물에 관하여 결탁했을 때도 우리는 묵인했소. 그들 또한 우리에게 이념을 깰 수 있게끔 우리에게 약조하였으니."
그러나.
"그 치들이 점차 세력을 넓히며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빼앗고 탄압하였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묵인이라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소. 그들은 스프링 가든의 일원도 아닐뿐더러, 감히 우리를 농락하며, 나아가 가든을 넘보는 침략자에 불과한 것이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소. 엎질러진 것을 다시 담을 기회가."
우리가 나서 섹터를 지킵시다. 명분과, 명예를 바로잡을 기회요!
대여섯의 박수가 스산히 울렸다.
…….
"선생님!!!"
평화로운 날, 교사 하나가 당신을 향해 다급히 달려왔습니다. 비록 자신의 남편을 수십 번 찔러 죽였지만 아이만큼은 끔찍하게 사랑하는, 선량한 교사가. 머리는 산발이고, 신발 하나는 어디서 떨어뜨린 건지 벗겨져 있습니다.
"아이, 아이들이. 학교가……. 처음 보는 조직들이 총을 들고.. 아아! 대피는 시켰지만 아직 학교에 아이들이 남아있어요……!"
> [뛰어가자] > [아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 >>896 <베로니카> 공감하기 힘들다 해도 여전히 꿈과 환상, 마법만을 읊조립니다. 꿈과 환상, 마법의 왕국……. 꿈과 환상, 마법의…… 영원한 꿈과─
손바닥을 맞대자 온기가 느껴집니다. 마치 얇은 유리일 뿐이라는 듯, 저 안에 새로운 공간이 있다는 듯이. 존재는 생글생글 웃으며 당신을 환영합니다. 끝없이 환영하다, 자신에 대해 묻자 우뚝 멈춥니다.
"나는 봄의 천사! 스프링 가든의 가든 오브 헤븐을 사랑하는 봄의 천사! 꿈과 희망을, 사랑을 전파하는 천사! 안녕, 사랑스러운 친구, 오늘은 어떤 사랑을 품고 이곳에 온 거야? 그 사랑이 이루어질 거야!"
비정한 도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읊던 천사가 히죽 웃습니다.
"그런데 넌 꿈과 희망, 마법과 사랑이 없구나."
> [거울을 깨뜨린다] > [거울을 무시하고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899 <이가라시> 그러고 보니, 이열치열이라고 어묵을 파는 곳이 있긴 했습니다. 더울 때도 뜨거운 탕을 먹어야 한다는 마니아만 찾는 곳이지만, 이런 곳에서 먹으면 꽤 좋을 텐데요……. 배달은 안 해주나? 그런 잡념도 여기까지라는 듯, 피 냄새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짙어져만 갑니다. 역할 정도의 피 냄새가 마침내 코를 찌르다 못해 폐부에 깊숙하게 박혔을 때, 당신이 본 것은 목을 부여잡은 채 쓰러져 숨을 거둔 비룡회의 형제와…….
"아직도 무르기 그지없지. 세상은 비정해야 하거늘."
여유로운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새하얗고 긴 머리카락을 위로 질끈 올려 묶고, 마오타이와 비슷한 옷차림을 한 장신의 존재. 180은 거뜬히 넘는 것 같은 존재는 조금 더 화려하고 나풀대는 옷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살랑이는 꼬리에는 비늘이 박혀있었지요. 그 기묘한 존재는 여전히 당신에게 등을 보인 채, 또렷하고도 여유로운 발음을 뱉었습니다.
"거기 우두커니 서서 무엇하느냐? 그 아이가 그리 가르치던."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더니?
> [어……. 안…녕하세요? 유교가라시라고 해요~] > [뭘 해요? 우리 형님 욕했으니까 줘패는 건 아는데;] >>903 <엘/에얼> 인형이 갖고 싶었어. 사랑스러운 인형이 아니더라도 좋아, 그저 동그란 솜을 뭉치고 천을 기운 것이라도 좋아. 그래도, 그래도, 좋았어.
아이는 자연스러운 미소에 마주하듯 수줍게 미소를 지었지만, 어째 그랬다는 느낌만 들지 명확한 모습을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신이 시선을 마주하고, 손에 든 인형을 내밀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고마-어요!"
아이는 활짝 웃습니다. 앞니가 빠져버린, 귀여운 어린 꼬마. 연한 하늘색 머리를 가진 아이는 새까만 눈동자를 휘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춤을 추듯 인형을 안고 빙그르 돌더니, 한 마리의 작은 북극여우로 변합니다. 그리고 새하얀 눈발을 휘날리며, 뻥 뚫려가기 시작하는 공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습니다.
> [따라간다.] > [사탕을 챙기고 따라간다.] >>904 <마젠타> 진짜 잘못한 거 없어요? 양심에 손을 얹……기엔 우리 모두 시즌스 킹덤의 사람이었지요. 당신은 시즌스 킹덤의 양심이니까요, 네, 응.. 그렇죠. 이럴 때는 부모님을 원망해도 좋긴 한데, 아, 이게 진짜 부모님 탓을 해도 좋을 막.. 아..
뭐 어때요! 일단 걷다 보면 되겠죠! 당신은 앞으로 척척 향합니다! 일단 뭐든 직진이 중요하다니까, 직진! 그리고 풀숲과 마주합니다! 이번엔 유일하게 꺾인 길을 향해 우회전! 그리고…….
갈림길? 선택지야, 도와줘!
> [소리가 나는 왼쪽] > [유달리 조용한 오른쪽] >>908 <일리야> "흠, 자네가 살던 연도가 어떻게 되나?"
2xxx 년이죠? 아마도? 답해주면 당신의 이야기가 끝나고, 당신에게 다시금 물을 겁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고, 어떤 이야기가 궁금한지도. 가벼운 투덜거림에 까마귀는 깍깍 웃었습니다만, 위스키가 당장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네. '당장'은요.
까마귀는 당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경청하듯 눈을 감습니다. 당신의 불우하던 삶, 거둬준 시설, 상냥한 사람들의 손길, 와해와 어머니, 평범한 나날……. 이 도시에 들어오기엔 너무나도 평범한, 누군가의 이야기. 그리고 깨져버린 평온함.
"그랬군."
반가웠기에 의심하지 않았다는 말과, 우발적인 첫 살인.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이후의 살인은 우발적이지 않았고, 그 계기가 있던 듯싶었지요. 까마귀가 묻습니다.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 함은 무엇인가?"
> [나는 까마귀 앞에서 떳떳하고 두려울 것이 없다. 답한다.] > [비밀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니 답하지 않는다.]
가까워질수록 진해지는 피냄새에 이가라시는 후리스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손을 빼내고, 익숙해질수는 없는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쭉 일으키듯 펴면서 버릇처럼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문질렀다. 피냄새가 짙다. 이렇게 피냄새가 짙으면 100에 100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피 흘린 자가 누군지 모르나 필시 살아있기 힘들다. 그도 아니면 숨이 붙어있다한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상태라는 뜻이다.
이가라시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 판단이 옳았다고 하듯, 역한 피냄새가 눈치채기도 전에 빠르게 후각을 통해 폐에 틀어박히자, 손가락끼리 문지르고 있었던 손으로 주먹을 쥐고 의식적으로 숨을 가늘게 내쉰다. 쓰러져 있는 형제는 목을 쥔 손이 움직이지 않는 걸 보니 이미 숨을 거둔 모양이다. 그쪽을 먼저 살핀 하나뿐인 안개 낀 녹색 눈동자가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말하는 그 아이라는 게 내 형님을 말하는 거라면, 내가 형님에게 배운 건 딱히 없어."
마오타이와 비슷한 옷차림보다 비늘이 돋은 꼬리가 살랑이는 걸 바라보며 이가라시가 퍽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목이라도 가져오라고 했었나. 자르는 건 자신이 없는데.
베로니카는 그런 거울 속 존재가 이상하다는 듯이 두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그야 이상할 수 밖에 없죠. 천사는 저인걸요 (그리고 저는 이 구식 홀로그램 같은 것보다 밝은 날개도 켤 수 있다구요)
"그럼요. 저는 순수하고 완전한 기술의 결정체니까요."
나름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빌리자면 꿈과 희망, 마법과 사랑이 없는 것에요 흔히 기계는 피도 눈물도 없다고 인간들은 곧잘 표현합니다만, 반쯤은 맞는 말입니다 반쯤은 저와 같은 몇 세대씩이나 진보한 기체들 때문에 아니구요 그 증명으로 일단 이 거울을 입자 수준으로 분해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저쪽도 일단 천사라는 모양이니 같은 천사끼리 동지인 셈으로 그저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기분은 상쾌하겠지만, 동력은 아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현재 저에게는 꿈과 희망같은 허망한 것 뿐 아니라, 잊혀진 목적이나 락이 걸려 자의로는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 다수 있었으니까요
순수한 꽃밭 천사 친구는 그걸 잘 모르나 봅니다. 마법과 환상만 아는 것 같죠? 맞아요. 전혀 다른 세상의 존재 같은 느낌이 듭니다...
"괜찮아, 너도 꿈과 희망, 사랑을 얻게 될 거야."
당신이 천막 안으로 들어섰을 때, 거울 깨지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높은 자리에 위치한 공중 그네와 구석에 놓인 큰 공, 아직 불붙지 않은 화염의 고리와 조련사를 위한 스테이지……. 사람의 정취가 묻어있으나 점점 바래져가는 공간에서, 누군가 관객석에서 일어나 포르르 날아옵니다.
"어서 와, 꿈과 희망, 마법이 가득한 매지컬 서커스에."
그 천사군요. 그리고 이제 보니까.. 이 도시가 '테마파크 시즌스 킹덤'일 적의 다섯 마스코트 중 하나고 말이죠.
"진정한 사랑, 평화 속으로 너를 안내할게……."
안내한다면서!! 안내한다면서!! 왜 날개를 휘감은 덩쿨에 가시가 돋는데!! 왜!!! 이 미친 도시야!!!
마오타이와 비슷해보이는 상대가 제쪽으로 몸을 돌릴 때까지 이가라시는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온하기까지한 조용하고 차분한 얼굴이다. 제 형님과는 사뭇 다른 손 모양에 이가라시는 상대를 보던 외눈을 눈이 쌓인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말투도 꼭 형님이랑 닮았군."
마오타이에게 지시받은 일인데다가 머리라도 잘라서 가져오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자신이 해야할 일이 어떤 일인지 정도는 이가라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저 형님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닮지 않은 상대의 말투까지 형님이랑 닮았을 줄은 몰랐다. 이가라시는 일이 꽤 귀찮아질 것 같다는 예감에 한숨을 짧게 내쉬고 눈을 들어 상대를 마주했다.
"세상 일이라는 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럴 때 경험하고 싶진 않았어."
뭐 됐나. 혼잣말을 늘어놓던 이가라시는 상대의 이어지는 말에 바라보고 있는 외눈을 가볍게 찡그렸다. 누가, 누구의 주인이라고? 그런 의문을 담은 시선이다.
"다들 그러더라. 내가 이 도시 사람같지 않다고 말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렇게 보일 태도라도 취했었나? 그렇게 말을 덧붙힌 이가라시는 후리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당신 술 마시고 오는 건 괜찮은데 전화는 받았어야지 아니면 곱게라도 마시던가 마시고 오는 날마다 사람인지 떡인지 내가 답답해서 정말 적당히 마시고 오라고 적당히 친구들이랑 노는거 재밌는 건 알겠는데 적당히 마셔야지 술에 취하면 얌전한 사람도 아니면서 꼭 자제할 줄을 몰라 나가 나가 오늘은 그냥 거실에서 아이씨 그냥 당신이 안방에서 자 내가 거실 가는게 낫지 혼자 자
그는 마오타이의 손길에 고롱고롱 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부볐다. 마오는 고양이야. 고롱고롱고롱고롱. 원로가 슬퍼해 "아...~ 싫어~ 내 꽃~"붉은 꽃! 마오에게 소중한 붉은 꽃 그 꽃을 누가? 그가 장죽으로 들이마셨던 아편의 연기를 깊게 내뿜었다. 흐리멍텅한 두 눈에 살의가 순간 비쳤습니다. 그 꽃은 마오에게 있어서 정말정말 소중하거드은!!! 누가 내 소중한 양귀비를!!!!! 어떻게 할 지 잘 알지? "그럼~ 그럼~ 나는 잘~ 알아~"그렇게했었으니까 막거나 없애려고 하면 죽여야지 마오가 히죽 웃으며, 알겠다는 의미로 가르랑 거렸다. 붉은 꽃을 먼저 꺾으려 한 그것들 잘못이야 "마오는 혼내줄 수 있어~" 없애버릴거야 새로운 사냥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