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프릴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치마는 너무나 고운 재질이었다. 검은 빛과 하얀 색이 적절하게 배합된 메이드 복을 치아키는 입고 있었다. 나름 공부와 연구를 했는지 인사를 할 때 치맛자락을 잡고 살며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딱 전통과 격식이 있는 자의 모습이었다. 학생회의 멤버 몇 몇과 흥미를 가지고 온 이들 몇몇이 모여서 만든 집사&메이드 카페. 물론 학생회장이 직접 이런 일을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나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겠는가. 올해가 지나면 가미즈나제를 더 이상 즐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마지막인만큼 유종의 미를 확실하게 거두고 학생회장도 손수 나서는 그런 축제로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 치아키의 마음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 무녀복을 입은 적은 있으나, 이 나이를 먹고 이런 옷을 입을 일은 없었기에 조금 어색한 것이 컸다. 물론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부끄럽다. 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색함이었을까. 이걸 이렇게 입는 것이 맞나?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닌가? 검은색 스타킹을 이 정도까지 올리면 되는 것일까. 그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치아키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스코틀랜드에선 남자도 치마를 입는다고 ㅡ물론 그 이름이 치마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ㅡ 했으니 다시 한 번 더 부끄러운 것은 없다고 치아키는 생각했다. 이 또한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다리를 살짝 의식하다가 앞을 바라봤다.
"모에모에 뀬이요? 에이. 그런 것은 전문 메이드카페에 가셔야죠."
그런 것을 장난스럽게 요구하는 이에겐 차이카 역시 장난스럽게 대응했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메이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가 있었다는 것 같기도 한데. 자신이 잘못 기억하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미리 배워두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자신의 하얀색 머리 장식을 정리했다.
"그래도 원한다면~ 음식아! 맛있어져라! 모에모에 뀬!"
이어 그는 별 부끄러움 없이 손하트를 만들어서 그렇게 행동을 취했다. 아마 가미즈나제가 다 끝나면 웃음거리가 되고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되겠지. 허나 아무렴 어떨까. 그저 모든 이들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일부러 밝게 웃어보이면서 샤랄라스러운 걸음을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면 흑역사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의 이야기지.'
일단 지금은 지금을 즐기자.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막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손님을 환한 미소로 다시 맞이했다. 물론 전문 프로 메이드 카페의 메이드처럼 행동할 순 없었으나 적어도 아마추어 메이드치고는 나름 잘하는 것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끄아아악....... 갱신할게!! 미카주 일상 중에 갑자기 갱신이 뜸해져서 미안해 ;ㅁ; 나 갑자기 일이 해일처럼 몰려와서....... 일상은 검은 여우를 귀여워하던 중에 여우가 사라졌다는 것으로 마무리 해도 괜찮을까? 정말 미안해!! 그리고 당분간 한 일이주 정도 갱신을 못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고 가려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일 좀 정리해두고 돌아올게
"어쨌거나 명성을 근거로 삼을 수 있으면 꽤 대단한 거지. 내가 예외적인 경우라 안 통했을 뿐이니까."
저쪽은 그 이름의 가치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이는 눈치지만. 지난번 언뜻 엿듣게 된 내력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튼 어찌저찌 해서 입부 제의는 결렬되어 버리고 말았다. 소원이라는 게 본래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이로운 법인데, 이 양반은 본인 기분으로 아무거나 빌어달라며귀찮게 굴고 이러고 있으니 어진 신은 못 되겠다. 이런 수준이면 횡포에 가까울 지경인데도……. 열심히 사에를 귀찮게 해 대답을 끌어내고서야 그는 흔들어대던 손을 뚝 멈추었다.
"그건 무슨 의미야?"
들어주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갑자기 번쩍 생각해 냈다기엔 맥락이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이는 소원이지 않은가. "그럼 그걸로 접수할게!" 하지만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니 그는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쉬워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서도…… 첫 번째 소원이 흐지부지되었으니 장담한 이상 이것만큼은 들어주어야 했다. 바라는 답을 얻었으니 붙잡았던 손 놓고 태도가 좀 차분해지려던 찰나 이어지는 사에의 말에 그는 들썩거리며 반색했다. 본인 기준으로 너무 쉬운 소원을 받았으니 염치가 없다며 거절할 법도 한데, 역설적이게도 그는 정말로 염치가 없어서 주는 기회라면 넙죽 받아먹을 수 있었다! 뭐, 그래봤자 자기도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단번에 말 못했다. 역지사지란 건 이런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그는 잠시간 열심히 고민해 보았다. 사에한테 부탁할 만한 소원이라면 대부분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 난감하다. 그렇다면 신으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자 때마침 머리를 스치는 해답이 있었다. 그래, 답은 이 장소 자체에 있었다!
"그러면… 학교에서 검은 머리 이렇게 땋은 애를 마주친다면 걔랑 잘 지내 줘. 친해지라는 것까지는 아니고, 그냥 사이 나쁘지만 않게 잘 지내주면 돼."
받는 대상이 꼭 본인일 필요는 없지. '이렇게'라고 말하며 그는 대충 손짓으로 갈래머리를 표현했다. 마음같아선 2학년 A반의 타카나시랑 잘 지내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걸리는 부분이 많으니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머리 양갈래로 땋은 학생이 하네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너무 범위가 넓지 않은가. 하지만 그러잖아도 하네가 주변에서 본인을 과하게 챙겨주는 데에 난감해하는 걸 알기도 하고, 무슨 관계이기에 이런 부탁을 하느냐 사에가 묻기라도 한다면 이쪽도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여하간 그는 기회 안 날려먹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모양이다. 하겠다는 답도 돌아오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눈으로 사에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