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이런 시간이... 라는 지루한 이야기는 그만두겠습니다!" "가미즈나제. 올해도 어김없이 개최를 선언합니다!"
딩동댕동. 학교 방송이 끝나자 정말로 무수히 많은 환호성 소리가 복도는 물론이고 교실을 가득 채웠다. 가미즈나 고등학교는 매년 이 시기에 가미즈나제를 개최했다. 이른바 학교 축제였으며 정말로 많은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이때 진행되었다. 무대 위에 오르는 이들도 있으며, 귀신의 집이나 카페 등을 하는 이들도 있으며 연극이나 전시회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간은 총 5일. 말 그대로 1주일을 통째로 사용하는 축제로서 외부사람들도 많이 찾아왔으며 다른 학교에서도 이 학교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 오는 이들이 많았다. 학교 축제를 즐기는 이들은 재밌게 즐겼으며 이것저것 준비한 이들은 손님을 맞이하며 설명을 하거나 안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혹은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이들은 접객을 하기도 했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반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맞는 이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즉, 꼭 같은 반이라고 해서 뭔가를 만들거나 진행할 필요가 없었으며 마음이 맞는 이들이 이전부터 준비를 하면 학생회에서 심사하여 승인을 하는 구조였으며 올해 역시 그렇게 진행되었다.
올해 역시 학교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가미즈나제는 이제 막 시작이 되었으니까.
"어서 오세요! 여러분!" "가미즈나 고등학교의 가미즈나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전부터 공지했듯이 이번 일상 이벤트는 학교 축제에요. 가을하면 항상 나오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시기는 4월 3일부터 4월 10일 0시까지! 언제나와 비슷하게 1주일을 드릴게요!! 꼭 반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뭔가를 하고 있다는 설정이라면 자유롭게 하셔도 괜찮답니다!
"인간도 인간 스스로 길들여졌다는 이론이 있음."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매우 빠르게 발전했기에" 영향을 좀 크게 받았던 걸지도. 라고 추측해봅니다. 스스로가 어떤 느낌인가? 어떻게 이리 변화하였는가? 언제부터 좀 더 인간적이 된 것인가.. 는 그다지 중요하진 않겠지. 지금.. 사람을 좀 더 좋아하게 된 거니까
"..많이 달라지긴 했음." 인간 모습도 오. 성별. 흥미롭다. 로 산가지 같은 거 뽑아서 정랬을 수도 있으니까.
"음.. 그래도 공평을 먼저 배웠지만 조금 더 선호하는 건 존재함." 어떤 부분도 동일할 텐데 그게 아닌 것...은 생경한 걸까... 사야카는 슬쩍 손가락을 꾸물거립니다.
가을쯤이 되자 키구치 요이카는 학교 생활이 제법 재미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에도 시대부터 이미 데라코야(寺子屋)라든지 번교(藩校)가 있었지만 오늘날의 학교와는 딴판으로 생겼는데다, 식사가 나오고 잠까지 잔다는 점에서는 도제식의 사업장과 비슷하기도 하나 아무래도 졸업을 하면 이곳에 취직하는 게 아닌 듯했고⋯. 애당초 요이카는 그런 곳에 발을 들일 기회조차 없었으므로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해 보였던 것이다. 처음 교복을 입고 몇 달간은 학교가 뭐 하는 장소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까지 했으니.
당장 수학여행만 해도, 유명한 학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기행을 다녔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일이지만, 그것은 제후도 군벌도 만나지 않고 천하의 형세라든지 위정자의 자세 같은 것도 논하지 않고 그저 풍경 좋은 곳에서 며칠 묵고 오는 나들이는 아니었다. 또 이를테면 동아리 활동. 원예부에 들어가면서 나름 걱정했던 이유가, 정원을 가꾸는 건 무사나 규수들의 고상한 취미라서인데 이를 농사라도 짓듯이 여럿이 힘을 합쳐 한다고는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 「가미즈나제」라는 것도⋯. 곧 개최가 임박한 가미즈나제는, 솔직히 요이카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볼거리가 있겠다만, 그 가운데 백미라는 것이 학생들 스스로 점포를 운영하는 코너였다. 주변 사람과 열심히 궁리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들고, 그게 요정이 됐든 끽다점이 됐든 하여간 장사를 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이 근원이 되어서, 지금 요이카가 1층 복도에 책상을 내놓고 멍하니 앉아 있기에 이른다.
소라껍질이라든지 다섯잎 클로버라든지, 도대체 어디서 구해 왔나 싶은 잡동사니들. 뭔가 굉장히 화려한 초서체로 글귀가 쓰인 탄자쿠들, 그리고 무엇도 쓰여 있지 않은 명패들⋯. 얼핏 보면 보따리상인 같은 이 모습은 보따리라기에는 너무 허접하고 상인이라기에도 지나치게 세일즈에 무관심해 보인다. 요이카는 멍한 얼굴로 지나가는 파리만 쫓고 있었다. 장사에 대해서 뭔가 많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론 가미즈나제가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은 차라리 좀 희한한 아이로 취급받는 게, 괜히 눈에 띄었다가 선도부에 끌려가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러더니 픽 웃음흘린다 어째서 그런 감상이 들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이어지는 말들을 잠자코 듣다가
"그건 당연한 거니까."
'공평'이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입을 연다 당연한 거고 어쩔 수 없는 거다 누구에게나 편애하는 대상은 있다
"사람도 언제나 공평한 건 아니고..."
그렇지만 차분한 목소리와 다르게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시큰하게 아파온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깊이 각인된 슬픔, 분노는 좀처럼 떨어져나가지 않았나보다 공평하지 못한 시선, 편중된 관심 외면과 차별 속에서 자랐던 유년기 참다 못해 삐뚤어진 관심이라도 받아보려 엇나가기 시작했던 때 미카는 슬그머니 무릎을 모으고 웅크려선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가벼이 감는다
"...그러니까 나도 더 많이 '선호'받고 싶어."
대놓고 나 편애해달라고 어리광부리는 아이처럼 하는 말이다 나른한 눈길이 키리나즈메 씨를 향햔다 그 속에 담긴 건 한 풀 꺾인 고독감, 개이기 시작한 어둠 그러나 여전히 잔류한 한 줌의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