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대강이나마 아는 것뿐이니까요. 물론... 둘이서 어떻게든 물어물어 가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라 할 수 있겠지요?"
애써 웃어보이는듯 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 자체는 조금 어둑했을지도, 혹시나 자신이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명쾌한 답변이라거나 알맞은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한낱 축생이라 해도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으려 하는 법, 그렇네요... 겉으로는 갖은 장난을 치는 사람이라고 해서 속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인간의 노력이란건 별게 아니랍니다. 호의를 호의로 돌려주는 것, 당연하지만 대부분이 지키지 않는 것들을 몸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야말로 노력의 일부인 셈이지요. 혼자서는 지루하다. 이곳까지 안내하는 것도 도움이다 하셨지만 그것을 호의로 여겨 보답하려는 선한 마음이 있을진대, 어찌 그것을 지나칠 신이 있겠나요?"
세상엔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이들 천지이며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들도 허다하다. 이런 세상에서 도리어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베푸는 이는 분명 흔치 않기에, 어쩌면 신들조차 그 품성에 시기질투를 하기에 억하심정으로 그들에게 시련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전에 늘 하던 버릇이 튀어나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자신이 인형을 안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그렇게 빠른 발걸음으로 나서다보면 어느새 하나둘씩 등불을 들고서 어디론가 향하는 풍경이 보였다.
"신사에서 강가까지 향하는 행렬인가 보네요? 저희도 서두르도록 해야겠네요."
물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까지야 시간이 남아있겠지만, 기왕이면 불꽃놀이의 초연을 보고 싶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 지나간 시간은 결코 되돌아올 수 없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내일이 기록된 역사의 마지막 글자에 다다를 때까지 살금살금 걸어 날마다 다가오고 있을 테니까. 이 또한 시간이 흐르는 자국을 따라 점차 무뎌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는 이 순간만큼은 기뻤다. 멀리서 별이 흐려지고 있다. 검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금빛 은하수에 흠뻑 젖었다.
“일본에서 행복했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어요. 다만 그런 척했을 뿐이죠. 그런데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여러 가지 처음 해보는 것들도 많았어요. 좋은 기억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야나기의 눈속에 잔잔한 물살 위로 일렁이는 불빛이 불그스레 고였다. 소원! 등불을 띄우는 일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한 가지 염원을 위해 그녀는 이 자리에 서있다. 스스로조차 속여가며 열망하던 바람을 이제서야 깨달았는데, 아직은 나약해 혼자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물론 등불을 떠내려 보내는 것 정도로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 믿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을 위로할 제사에 가까웠던 것 같다. 너무 늦게 알아차려버린 것에 대한 사죄처럼. “네, 빌어야죠!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손을 놓아 촛불처럼 강물을 밝힌 희미한 달빛에 등불을 흘려보냈다. 희미한 물너울이 여명의 끝자락까지 소원을 데려다 주길 바라면서—물결 따라 곤히 잠들렴. 불빛이 사그러들 듯 멀어질 때쯤 미야나기가 입을 열었다.
“아! 선배에게 들어달라고 할 소원은······ 무려 집 가기 1분 전에 공개됩니다. 두둥!”
일본에서 행복했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라. 그렇지만 오늘 하루는 정말 즐거웠다는 말에 케이는 사에를 물끄럼 내려다봤다가 이내 저 너머의 물결을 바라봤다. 더 무언가 말을 얹기에는 앞으로 할 말 때문에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등불이 강을 수놓으며 떠내려갔다.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을 띄우는 사에의 모습을 보며 케이도 잠시 말이 없었다. 달리 소원을 빌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의 떠들썩한 축제의 소리와 물결과 바람과, 그리고 자신과 이 조금은 특별할지도 모를 이 소녀 사이의 거리감을 느낄 뿐이다.
이내 소원은 헤어지기 전에 얘기하겠다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사에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흘렸지만.
"그럼 후배님이 소원을 말하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사실 이것 때문에 오늘 보자고 한 것도 있고."
제 말은 조금 진지한 투였을까.
사실 처음에는 정말 우연이었다. 그저 도와줄 수 있으면 좋지, 하는 가벼운 생각.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금 서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이 소녀가 자신을 기껍게 여기고 다정하게 대할수록 이에 대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후배님은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면 열어보는 편인가요. 예를 들어 그대와 나 사이에 관계를 크게 변화시킬 만한 비밀이 하나 있다면......"
케이는 등불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사에를 내려봤다. 예를 들어,라고 표현했지만 그 말은 거의 직설적인 말에 가까웠다. 굳이 열지 않는다면 그것도 상관은 없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 있는 것은 굳이 알아서 좋을 것 없는 내용일지 모르고, 또 흩어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다름이 아니오라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마츠리 일상 끝내지 못할 거 같아 미리... 적당히 헤어졌다고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씀을 드립니다.. ;ㅁ; 이게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제가 내일 새벽 4시 기상입니다... 끝나면 오후 4시이고... ;ㅁ;..... 도저히 끝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말해주세여..(줄줄줄줄) 지금 저도 이게 뭔 상황인지 지금 알았고 지금 잠을 몇 시간 잘 수 있는지를 감을 못 잡겠고...(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