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도...나도 볼래(가미즈나로 가는 비행기표 예약) >>17 (갑자기 왜 주제가?) 어... 몰?루... 갑자기 빡하고 치인게 아니라 스며들었다고 해야하나 대충 하루노하나마츠리때부터 그랬던거?같은데? 어디에 치였냐고 하면... 엄... 무심한듯 하면서 챙겨주는거? 사실 왜 치였는진 아?직?도 잘 몰루겠긴 한?데? 이런 후레앤오여도 괜찬은가(과부하)
"당연히 할 줄 안다면 더 분발해 보는 거 어때? 내가 장난이라면 아주 기가 막히게 잘 가르쳐 줄 수 있는데!"
반쯤은 진담으로 하는 말이다. 그는 하네가 말만 한다면 타카나시 일가(하네 제외)와 머리를 맞대고 타카나시 하네 유재석 만들기 프로젝트를 계획할 수도 있었다! 역시나 실현될 리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하겠지만. 현실은 이렇게 찝적거리다 밀려날 뿐이다. 그 와중에도 히히히 얄밉게 웃기를 빼먹는 법이 없다. "응, 더 고마워 하거라!" 그 기세에 힘입어 당당하게 외쳤다가, 금세 슬며시 눈치를 보고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원래 서로서로 감사하면서 살아야 좋은 거라니까 나도 고맙고?" 뭐, 살랑거리려고 한 말이라 무엇이 고마운지는 당사자인 그도 잘 모르지만, '이런 나를 버텨 줘서 고맙다' 같은 말이라면 맞는 소리긴 했다.
"옛날 일인데 그걸 어떻게 알았대."
농담처럼 말하지만 농담이 아니기도 했다. 예전에, 그러니까 옛날 옛적 믿던 사람 많던 시절에도 근무태만 자주 했어서 말이다. 태생부터 다른 이름 높은 신들처럼 번듯한 종류의 신이 아니었기에 불가항력이기도 했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가볍게 말하고 다시 흥겨운 걸음 마저 걷다가, 곧이어 들린 말에 그가 발걸음 뚝 멈추고 하네를 홱 돌아보았다.
"어떻게 생각할 건데?! 만약에 진짜로 들리면 답장은 라인으로 보내줄까?"
그가 아무리 사람 마음 잘 모른다 해도 방금 말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둔하지는 않다! 그러잖아도 떠들썩하고 관심 끌기 좋아하는 기질이 있는 양반인데 예뻐라 하는 하네가 이렇게 말했으니 펄쩍 뛰다 못해 공중부양을 하기까지 한다. 정말로 발이 허공에 3초 정도 떠올라 있다가 "앗." 한발 늦게 눈치채고 얌전히 내려온 것이다. 이 양반 정말 정체 숨길 생각이 있기는 할까?
"부끄럽다면서 솜씨가 제법이야."
으악, 엄살스러운 비명 작게 지르며 물기 촉촉해져서는 무릎 끌어안은 채 손으로 턱 괴고 가늘게 눈웃음 지어낸다. 그는 자신도 강 위의 정경을 나란히 바라보다가 다시 제 옆의 하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강 위에 일렁이는 등도 충분히 좋지만 이런 풍경은 언제고 보아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터라, 당장 곁에 있는 유한한 생명보다 귀하지 않았던 탓이다. 빤히 바라보고 있자면 곧 하네가 고개 돌려 물어 온다.
"당연하지!"
그는 두 주먹 불끈 쥐어 보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잘 묻던 양반이 웬일로 소원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았는데, 자기도 신이다 보니 빌기 전에 소원을 말하기는 무엇하다고 생각하는 상식만큼은 그도 같았던 모양이다. 그는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휘휘 살피다 돌아왔다. 띄우자마자 다른 등불과 엉키기라도 하면 김새니까!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돌아와서 바짝 몸 낮추고 등에 한 손 올려둔다. 다시금 두 눈에 기대감이 가득해 별처럼 반짝이는 듯했다.
아저씨는 밀어내도 얄밉게 웃고만 있어서, 효과없단 걸 알았지만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어서, 아저씨를 흘겨봅니다. 눈초리를 보내요. 제대로 노려보는 건 얄밉다기보다는 밉다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늘 이 정도입니다. 가늘게 뜨고서 쳐다보는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얄밉다는 표현이에요. 제가 아저씨를 꼬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얄밉다고 말하면 그런 걸 알고서 더 놀릴 수도 있고 하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계속 기세 좋게, 당당하게 고마워하라는 투였으면 그냥 계속 가늘게 흘기듯 바라보고서 말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유도 모를, 알 수 없는 고맙다는 말을 들어서 감사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어요. 고마워할 이유는 한손 가득 채울 수 있는 걸요. 잠시 떠올리다보면 두 손 가득 채울 지도 모릅니다.
“17년동안 봐서요.”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게 바로 부정당했어요! 당황했지만, 어떻게 잘 티내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아저씨는,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잊혀진 신일 줄 알았는데 소원을 잘 안 들어줘서 잊혀진 신일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아니, 둘 다인 건 아닐까요... 잊혀진다고 해서 아프거나 약해지는 건 아닌가 걱정부터 앞섭니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계신 걸 보면 괜찮으신 것도 같고, 여기 있을게 아니라 한국으로 돌아가 있는게 나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몰라요, 그때 되면 알게 되겠죠. 그리고 무슨 라인이에요!”
소원을 빌고, 기도같은 걸 올리고 라인으로 답장을 받아도 되는 거냐고요! 아니, 애초에 귀찮게 할 거라고 말했는데도 아저씨가 왜 이렇게 들뜬 건지 모르겠어요. ...아니, 정말 떴어요! 아저씨가 떠올라 있는 모습에 놀라서 뭔가 말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시 내려옵니다. 아저씨가 내려오고 나면 정말로,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인적이 드물어서 다행입니다......... 놀라고 긴장해서 몸에 들어갔던 힘이 주욱 빠져요. “쓰러지면 아저씨 탓이에요.” 이런 일로 그러진 않겠지만, 정말 놀라버려서 저런 말이 휙 튀어나갔어요.
“말했습니다, 장난칠 줄 안다니까요.”
고양이 세수 같지만요, 유카타 소매로 얼굴에 튄 물방울 정도는 꾹꾹 눌러서 닦습니다. 아저씨는 그럴 생각 없는 듯 웃고만 있어요. “감기 좋아해요?” ...신도 감기에 걸리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정도 물기로 추워서 감기에 걸리지도 않겠지만요. 그래도 제가 튀긴 물기란 걸 아니까 신경쓰입니다.
“네에. ...아, 엉뚱한 다른 신님 말고 키즈나히메님이에요.”
아저씨의 당연하단 대답에는 무슨 말을 못 얹고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고개를 돌려 질문을 하는 순간 눈이 마주쳐서입니다.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바라보고 있던 중에 제가 아저씨를 보아 눈이 마주친 걸 수도 있는 거니까 조금 놀랐습니다. 아저씨라서 그나마 낫지만, 누군가 본다는 건 역시 부끄러운 일이에요... 괜히 의식치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떠났던 아저씨가 돌아오면 등불을 띄우기로 합니다. 그 전에 아저씨가 다른 신에게 소원을 빌까 싶어서 한 번 일러주고요. 아저씨가 손을 올려둔 등불 위에 한 손을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조심해서 강가에 등불을 띄우려 합니다. 등불이 손을 떠나면 두 손을 꼭 모아서 소원을 빌어요. ‘제 인연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물론 키즈나히메님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소원을 빌고 나면 아저씨 차례에요. ‘도깨비 신님 행복 바랍니다.’ 아저씨를 떠올리는 건 쉬운데, 한국어는 어려워서 잘 됐을 지 모르겠어요. 아저씨에게 아저씨의 행복을 비는 소원이라 안 닿을 것도 같습니다.
앗 또 답레를 살짝 늦게 확인재 버렸는데 하네... 하네찌....... , , .................. 자기 자신에 대한 소원에서 울고 행복 빌어주는 부분에서 나도 🥹 이 표정 됐잖아.... 세상에 이렇게까지 사랑스러운 사람이 잇을수잇나요??? 타카나시하네 그는 인간이 아니라 천사족의 여왕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애 아기천사라고~!!!!!!
>>66 하지만 치아키 입장에선 자신은 인간이고 언젠가 수명이 다 해서 죽는 날이 올테고 가족들은 모두 신이거나 신이 되는 것이 정해진 존재들이니..(옆눈) 평생 기억하면서 슬퍼하는 것은 오히려 너무 괴로울 것 같고.. 아무튼 그렇다고 하네요! 모동숲...ㅋㅋㅋㅋㅋㅋ 만날 때마다 항상 뭔가를 주는 정체불명의 선배...(옆눈22)
>>68 늦게 확인해도 괜찮아. ☺️ 그리고 말하는 걸 깜빡한게 있는데 내일 점심부터 약속이 있어서 내일은 아마 답레를 못 줄지도 몰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하네가 들으면 기절할 문장 목록........ 하네야 너 천사 됐다! 이제 너도 신 비슷한 무언가야. 👍
"역시, 가미즈나까지 왔는데도 키즈나히메님의 신사를 들르지 않는단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겠죠?"
아무렴, 지역 명물이라고도 할수 있는데 신토에 관심있는 이라면 당연히 방문하지 않을 리가.
"과연 마냥 귀엽기만 할까요...?"
하하 웃어보이는 그를 따라 웃는 것인지, 아니면 제 섬기는 이를 두고 귀엽다 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 것인지, 약간의 미소와 함께 눈매가 가볍게 휘어지자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 표정과 비슷하게 보였다. 과연 그 귀엽고 복슬복슬한 하얀 토끼가 신이 되기 전엔 세치 혀로 상어도 악어도 농락하며 떵떵거리고 살았던 때가 있었단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러게요, 곧 도착하지 않을까요? 기억하기론 쭉 가다보면 신사가 있었으니까요."
대개 강에 띄워보낼 등불은 신사에서 나눠주곤 했으니까, 가미즈나도 크게 다른 부분은 없기에 익숙했을 수도 있다. 그러던 중 그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이내 그쪽으로 향하자 자신 역시 시선을 돌리니 그때서야 밝은 목소리로 말해오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사격 게임장이라, 축제라면 빠질 수 없는 노점 중 하나였더랬다.
"글쎄요... 토끼나 여우? 혹은 그와 비슷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라도 괜찮을 것 같네요~"
과연, 매일같이 제 섬기는 이를 마주해서 그런진 몰라도 그런쪽의 역치는 꽤나 높은 모양이었다.
/잔짜잔! 답레와 함께 갱신! 😎 이지만 다시 현생을 살러... 😭 평소처럼 드문드문 오긴 하겠지만!
배워서 어디 써먹냐라. 떠오르는 대답은 있었지만 곧장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한 방 먹었을 때 돌려주기에 좋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미 그는 돌려받을 만한 짓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다. 차마 뭐라 종알대지 못하고 미련만 가득한 얼굴로 하네를 마주 바라보다 이어지는 반응에 어리둥절해지기만 했다. "어어, 그래……?" 상황을 무마하려고 아무렇게나 뱉어서 어리둥절하던 차에, 또 한 번 놀랄 만한 소리를 듣게 되자 그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만큼 봐도 너한테 모르는 거 많은데?! 왜 너만 알아!"
어쩐지 앞 부분보다는 '너만'에 더 집중한 듯한 건 기분 탓이 아니었으리라. '왜 엄마아빠만 나 빼놓고 몰래 결혼해!'와 같은 결의, 유치하며 방도 없는 불만이다. 무릇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일이란 분석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법인데 복잡한 마음이란 것을 모르는 양반이 척하고 알 리가 있겠나.
"그치만 머릿속으로 얘기하면 너무 거룩하잖아!"
세상에 거룩한 신이 죄 얼어 죽어 비량만 남더라도 그가 거룩하게 느껴질 일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는 더 할 말이 있었는지 마저 입을 열었지만 뱉기도 전에 연달아 사고가 나는 바람에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첫째는 신나서 공중부양한 이 아저씨의 부주의고, 둘째는 놀라서 쓰러진다는 말 때문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없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는 후다닥 달려와서 하네의 얼굴이며 머리카락까지 휘휘 살피고, 말리지 않는다면 번쩍 들어서 이리저리 한두 바퀴 빙글빙글 돌리기까지 할 판이다……. "젊어도 한순간에 가는 수가 있으니까 건강 잘 챙겨!"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나서야 아무 이상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요란한 짓거리 그만두었다. 과장된 표현이란 걸 알아도 인간이니 기겁을 안 할 수가 있어야지!
얼굴을 타고 물기 흘러내려도 그는 고개를 휘휘 털어서 대충 흩어내고 말 뿐이다. "걱정해 준담 한 번 앓아 보기도 괜찮겠구나." 머리 끄트머리에 여전히 물방울 달고서는 짓궂은 소리다. 얼른 띄워야겠다는 의기가 만만하던 차에 들린 충고에 그는 속으로 뜨끔했다. 하지만 고맙다는 뜻으로 열심히 고개만 끄덕여 보인 후 다시금 등불에 집중했다. 환하게 빛나는 등화를 가만히 바라보다, 그것이 물에 떠 나아갈 즈음에 묵직하게 힘 실어 밀어내었다. 하얀 빛이 수면을 부드러이 미끄러지며 멀리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부정을 불사르고 기원을 담아, 뭇사람들이 띄워낸 소망들의 무리에 섞여들기 위해. 그는 먼저 눈 감은 하네를 일별하다 늦게서야 눈을 내리감고 제 몫의 바람을 떠올렸다. 네가 오래길 바란다.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할 소망이다. 단지 곁에 있는 아이가 지금껏 무수히 스쳐간 인연들과 같이 의미 없지 않기만을 바랐던 것만 같다. 신도 인간도 그보다 먼저 삶을 끝마친 이들은 수없이 많았기에 그때마다 비량은 미련 없이 그들을 잊었다. 어차피 더 볼 수도 없는 이들을 기억해서 무엇하나? 그렇게 한켠에 파편조차 남지 않고 사라진 인물들이 몇이나 될지 이제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러니 오늘 같은 날, 어린 날의 흔적을 벗어가는 그 얼굴을 마주할 적이면 그동안은 미처 생각지 않았던 의문을 곱씹게 되는 것이다. 만일 네가 단 한 번의 삶을 살고 영영 떠나게 된다면, 그렇게 시간이 지나게 된다면 언젠가는 너 역시 먼저 떠나간 그들처럼 무의미한 편린으로만 남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으나 적어도 그는 오늘의 기억이 덧없는 한순간의 현상으로 남는 것만은 싫었던 것 같다. 그러니 사는 동안 찬란하기를. 네가 내 안에서 바래지 않기를.
눈을 뜨자 어느덧 등이 제법 멀리까지 나아가 아른거리는 모습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들린 것은……. 그는 하네를 바라보다 활짝 웃어 보인다. 무어라고 형용하기도, 형언하지도 못할 기분이 들어 울렁거리는 것만 같아서,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하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기습적으로 하네의 목에 팔을 끼워 가두고 제 턱으로 정수리를 힘주어 꾸욱 누르려고 했다. 정말이지 5분도 진지한 법이 없다!
아무튼 안즈주가 많이 바쁜 것 같으니.. 많이 바쁘면 그냥 마츠리는 없던 것으로 해도 상관없기도 하고.. 일단 안즈주는 얼마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는 수요일까지 해도..마츠리 끝까지 가지도 못할 것 같고.. 일단 부담없이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아이자와 치하루. 혹은 제 2대 키즈나히메가 되기 위해서 수련하고 있는 인연의 신.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전통복의 옷깃을 정리하며 제 동생인 치아키를 바라보면서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봐도 그녀의 눈에 있어 치아키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물론 어릴 때는 말도 참 안 듣고 여러모로 골치아프게 하는 이였으나 중학교 2학년때였을까. 3학년때였을까. 그때부터 철이 들더니 이제는 아주 늠름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볼 때마다 조금 마음이 아픈 대상이였다. 자신은 신이었으나 제 동생은 인간이었다. 그것은 곧 수명이 정해진 존재. 물론 신이라고 해서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수명이 길 뿐. 정말로 영원에 가까울 정도로 오래 살 수 있을 뿐. 언젠가는 그 수명이 다 하는 날이 찾아오는 법이었다. 그게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정해지진 않았으나 적어도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긴 것은 사실이었다. 제 몸에 있는 천의 기운이 동생에게도 있었으면 했으나 안타깝게도 동생은 지의 기운을 타고 난 존재였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치하루는 조금 복잡한 심경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마츠리는 어떻게 좀 즐겼어?"
"등불 나눠주면서 누가 누구랑 오는지는 되게 잘 봤는데. 아는 이도 있었고 말이야. 나중에 어떻게 놀려줄까 고민중이야. 하하핫."
"그게 아니라 어쨌건 깊은 인연을 세울 수도 있는 마츠리잖아. 이럴 때 인연을 더욱 두껍게 하고 좋은 신이라도 만나야지! 네가 소개해주지 말라고 말해서 그렇지. 내가 소개만 하다면 너랑 한 번 만나보겠다는 신도 분명히 있어."
"혼인의식 때문에?"
"...그것도 있지만, 일단 아키쨩은 장난이 조금 짓궂은 것을 빼면 꽤 귀엽게 생기긴 했으니까.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신도 있고."
제 누나의 말을 들으며 치아키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애써 웃어보였다. 아. 또 시작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적당히 치아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 신을 소개해줄테니까 혼인의식을 치뤄서 너도 신이 되면 좋지 않느냐. 그러면 아무하고도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 가족이 다 신으로서 살아가는데 너만 인간인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 너도 신이 되고 싶지 않느냐. 등등. 나쁘게 말하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상당히 오래 들은 소리였다.
"애초에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나도 신이 되고 싶다고 칭얼거렸으면서."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그럼 지금은 딱히 신이 되고 싶지 않아? 넌?"
"어릴 때보다는.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인간으로서 살다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슬슬 자신도 제 입장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목소리를 살짝 가라앉히면서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스스로 자신이 하는 말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신이 되어 영원히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언제부턴가 그냥 인간으로 살다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물론 딱히 꼭 그래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디까지나 그런 삶도 싫지 않다는 것 뿐.
"인간 아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라도 생긴거야?"
"재밌는 후배라던가, 앞으로도 쭉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소꿉친구도 있고, 그 외에도 꽤 귀여운 고양이 같은 후배라던가, 조금 곤란할 정도로 만사 귀차니즘쟁이 후배라던가,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후배나, 조금 특이한 느낌이 있는 반 친구도 있고,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은 후배 반장이나 조금 더 파악하고 싶은 애라던가. 와. 잠깐만 세봤는데도 벌써 이 정도야. 어때? 누나. 나 제법 인싸이지 않아?"
"...몇 다리를 걸치려는 거니. 아키쨩."
"아니. 연애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라... 뭐, 그냥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라던가 없는 것은 아닌데 말이야. ...그냥 신이 되어야겠다고 그 신을 만나는 것도 조금 그렇잖아. 그냥... 신이 못 되어도 좋으니까 나는 내 마음이 가는대로 흘러갈까 싶어서. 그러니까 누나의 소개는 거절할게. 앞으로도 쭉."
"흐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진 알았으나 그래도 납득이 좀처럼 되지 않는지 치하루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치아키도 지금 자신의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짐작할 수 있기에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치아키는 그저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마음에 드는 이? 글쎄.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진 알 수 없는 노릇이었고 설사 마음이 통한다고 해도 그 마음이 과연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을 때 흔들리지 않을 보장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치아키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이대로 독신으로 누나를 주신으로 모시고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응?"
"아서라. 아서. 이 누나는 누나 닮은 예쁜 신 하나 낳아서 나 모시게 할 거니까."
"와! 그럼 나는 조카도 신인거야? 아이자와 일가 만세 만세 만만세!!"
키득키득 웃어보이면서 치아키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쭈욱 기지개를 켜던 치아키는 잠깐 주변을 돌아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자리를 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치하루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음을 약하게 터트렸다. 허나 그럼에도 역시 그의 말을 온전히 납득할 수는 없다는 듯 미련이 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치아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길만 바라보고 싶진 않았다. 어쨌건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나아가다보면, 복잡하지 않게 그냥 제 내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면 결말은 있을테고 그는 그 결말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인연은 소중했으나, 그 인연을 강제로 엮고 싶진 않았다. 제 아무리 인연의 신이 자신의 뒤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아저씨는 17년 동안 변함없었지만, 저한테 17년은 긴 시간입니다. 많이 바뀌었습니다. 키가 높아지고, 입게 되는 옷이 커지는 것 뿐이 아니예요.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던 것들은 부끄럽기만 하고, 잘만 말하던 것들은 입 밖으로 내기 서툴러하기도 합니다. 17년 동안 바뀌지 않은 아저씨를 아는 게, 17년 동안 휙휙 바뀌어버린 저를 아는 것보다는 훨씬 쉬울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요, 전 아저씨의 그 많고 많은 시간 중 고작 17년동안 봐온 겁니다. 그러니 저야말로 모르는게 많이 있을 거예요.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요.”
라인이 문제가 아니라, 답이 온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걸 콕 집습니다. 라인 이야기만 했더니 라인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으니까요. 꼭을 답을 주려고 하신다면야 머릿속으로 하는 것보다는 라인이 나을지도 몰라요......... “네, 아저씨 덕분에 쓰러질래야 못 쓰러지겠네요.” 정신이 어디로 쏙 빠져나가 도망간 것 같습니다. 아저씨니까 얌전히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이렇게 걱정했더라면 들어올렸을 때 발버둥쳤을 거예요. 신의 눈에는 인간이 인형처럼 연약하게만 보이기라도 하는 것 같은데다가, 어릴 적부터 보셨으니,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과한 걱정도 어찌저찌 받아낼 수 있습니다...... 정말로 인적이 드물어서 다행이에요...............
“절대 걱정 안 해줄 겁니다. 쓸데없이 앓지 마세요.”
걱정 안 할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걱정 해준다면 앓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말을 하셔서, 걱정할 일 없다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이미 제 소매는 수건도 아니면서 수건이 되어버렸으니 아저씨에게로 살짝 뻗습니다. 손을 소매 안쪽으로 숨기듯이 쥐고 살짝, 아저씨한테 아직도 남아있는 물방울을 닦으려고 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저씨한테 똑같이 장난치지 말고, 바로 등불을 띄울 걸 그랬나봐요. 예쁘게 등불 띄운 풍경까지 보고, 소원도 빌어보면서 놀았는데 그 날 감기에 들면 안 되잖아요. 키즈나히메님한테 아저씨가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빌 걸 그랬나봅니다. 아니면, 아저씨한테 행복을 빌었으니까 그 소원을 이용해볼까 해요. 들렸는 지는 모르겠으니 들렸다는 가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감기에 걸리고서 행복할 리는 없을테니 이 소원은 근무태만하지 말아달라고 말해볼까 싶어요. 우선은 아저씨도 소원을 다 빌었는지 확인해야하니, 눈을 뜨고서 아저씨를 돌아봅니다. 활짝 웃는 얼굴을 마주했어요. 소원이 들렸나봐요! “들렸어요?” 직감과 예상보다는 확인이 확실하니 물어봅니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무사히 전해진 것 같아요!
“그—그런 적 없습니다!”
예쁜 짓만 골라한 적 없습니다! 애초에 예쁜 짓을 한 적이 없는데 말도 안 되잖아요. 무슨 예쁜 짓을 골라했다는 건지, 얼토당토 않아서 더듬어버리기까지 했어요. 당황해버린게 티납니다. 민망함에 얼굴에서 열감이 느껴져요. 거기다 이건 또 무슨 일이예요, 왜 꾸욱 누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잡아먹어 버리고 싶다는 말도 모르겠어요. 아저씨는 인간을 잡아먹을 수 있는 거냐고요. 농담이라면 다행이지만 진담이라면......... “사람, 잡아먹을 수 있어요?” 조금 겁이 날 지도 모릅니다. 장난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렇게 믿고 싶은건지, 아저씨를 바라봅니다. 아저씨가 제 머리를 다 누르시고 나면 고개만 들어올리면 아저씨를 볼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단순히 토끼를 신으로 섬긴다는 부분에서 흥미가 동해 방문하는 이들도 몇몇 있긴 했다. 세상엔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그중 정말 다양한 신이 존재하는게 일본이니까. 오죽하면 특정 아이돌의 신사까지 있을까,
"져도 이겨도 즐거운 놀이라... 제게도 형제자매가 있었더라면 분명 그렇게 하고 싶었을 거랍니다."
형제자매 사이간의 우애가 돈독한건 의외로 찾아보기 어려운 케이스라지만, 만약 자신에게도 그런 이가 존재한다면 지극정성으로 살필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혼자인게 마냥 불만인 것은 아니지만... 괴롭힘이 심한 신 아래에서 오롯이 그 장난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으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덕분에 무슨 일이던 달관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지만 사회에선 그런 행동을 그리 좋게만 보진 않았으니 말이다.
"저한테... 말인가요? 아, 감사합니다..."
인형을 든 그의 손이 자신에게 내밀어지자 미묘한 표정이 어느덧 살짝 놀란듯한 형태로 바뀌었다. 하기사, 그럴 목적이 아니었다면 괜히 어떤게 좋을지 자신에게 물어볼 리도 없었거니와 자신을 특정할 이유도 없었을테지만. 얼결에 받아든 인형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얼굴에 가져다대고선 냄새를 맡아보았다. 과연, 천과 솜의 포근함과 어우러진 바깥의 향기일까.
"기도로 삼기에... 별 문제는 없겠지만요?"
여느 기도들보다야 소박한 편이니 신들이래도 못들어줄 것이야 없겠지만, 무언가를 원해서 그에 도달하도록 하려는 행동을 보아서도 충분히 들어줄법하지 않을까?
"오..."
아무렴 연속으로 따낼 수 있을까, 그에게도 확신은 없기야 했겠지만 다시금 방아쇠를 당긴 결과는 생각 외였을지도 모른다. 다시금 깔끔하게 맞아떨어져 넘어간 여우인형에 방금 전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움츠러들다가도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을까? 못따도 못따는대로 즐거운 일이었겠다만,
케이의 말이 떨어질 때쯤 미야나기 또한 신사 한 켠에 종이가 묶여 잔뜩 너울대는 나무를 동시에 발견했다. 하지만 내심 막대가 든 상자와 서랍을 기대했었는지 아쉬운 듯 한 풀 죽은 얼굴이다. 이거 완전 낭만 없잖아. 무녀님도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나중에 아사쿠사에서 제대로 된 뽑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신사에도 당당하게 들어올 수 있었으니 절쯤이야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총총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미야나기는 자동판매기 앞에 다가가 섰다.
“신년도 아니고 벌써 여름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었어요. 선배도 동전 드려요?”
소매 깊은 곳에서 동전을 짤랑짤랑 꺼내 든 그녀가 살풋 미소 지었다. 투입구에 동전을 굴려 넣자 금속이 맞부딪혀 날카로운 소리가 짧게 떨어졌다.
“종이를 묶어 두는 건 흉을 묶어 두는 거래요. 다들 이곳에 남겨 두고 싶었던 흉이 많았나 봐요.”
이내 미야나기가 제비를 한 장 뽑아 펼쳤다. 길이든 흉이든 어느 쪽이 나와도 사실 상관없을 테다. 길이 나오면 단순히 기분이 좋고, 흉이 나오면 또 나무에 종이를 묶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니까 사람이 뭐든 어릴 때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거다······.
으악 항상 이해해주는 케이주 진짜 사랑하고... 완전 천사가 따로 없구...(?) 바쁘기도 햇지만 코로나 길어서 까먹고 잇엇는데 어차피 ip 막혀서 못 왓을 것 같애... 당연함 캔드민한테 메일 안 보냄 나 진짜 바보다 ჱ̒ ー̀֊ー́ ) 아무튼 답레랑 같이 갱신하께 다들 월요일 잘 보내고 있길 바랄게 〰️
분명 질문에도 잘 맞아떨어졌고, 거짓 역시 섞이지 않았음에도 올바른 대답은 아니다. 미야나기 또한 그 사실을 알았지만 부연하지는 않았다. 그에게만은 나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대신에 오랜만에 뱉어 보는 다정한 단어에 그녀는 조금 웃었던 것 같다. 빈에서의 기억은 언제나 황금빛이다. 냉큼 손에 들린 쪽지를 펼친 미야나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천천히 소리내어 읽었다.
“······들판 보면 패랭이꽃 피어있으니 기다리는 가을이 다가오는구나? 중길이네요.”
대길 아니면 대흉이 나오길 바랐는데! 하지만 기껏 좋게 나온 운세를 나무에 묶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야나기는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 남은 동전과 함께 소매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빼꼼하니 길게 늘려 케이의 결과를 은근슬쩍 훔쳐봤다. “선배는 뭐 나왔어요? 앗, 말길이다!” 이로써 사이좋게 마음에 안 드는 운세만 골라잡은 셈이다. 종이······ 묶어 보고 싶었는데······.
왜 너만 아느냐고 발끈하긴 했지만 괜히 부려 보는 투정 같은 것이다. 그는 느리게 살아가는 존재이며 아직 무언가를 배워 가는 과정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사실, 그 어떤 친밀한 관계라 한들 사람은 본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라. 꽁꽁 숨겨둔 비밀은 비량에게도 있었다. 어쩌면 기만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을 이면이다. 그런 생각에 기세가 한풀 꺾이다가도, 순순히 인정할 그가 아니다! "그래도 치사하니까 앞으로는 알기 힘든 아저씨가 돼 주마. 내일부터는 아주 건실하게 굴어 버릴 테다!" 대체 어느 지점에서 승부욕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고 건실해지려면 술 끊고 점잖아지기부터 해야 할 텐데 본인만 손해 아닌가. 기도에 대답을 돌려준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지적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제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앗, 그런가? …아니, '그런가?'가 아니라 맞는 말이다! 생각해 보니 기도에는 직접적인 응답이 돌아가는 경우가 드문 것이 당연했다. 답변해주면 그거 신탁이잖아! 워낙에 위엄 챙기지 않는 삶을 살았더니 신이면서도 이렇게 얼렁뚱땅이다.
"음, 이해했어. 그럼 되도록이면 수신만 받는 걸로. 그러니까 꼭 귀찮게 해 줘야 한다?"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할 뿐인데도 나란히 걷던 걸음이 들썩들썩 가벼워진다. 그렇지만 지금껏 열심히 에너지를 남발해댄 덕인지 인간이 하지 않을 법한 괴상한 행동이 더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호들갑스레 간이 검진을 마친 그는, 수선 떠느라 구겨진 하네의 옷을 펴주려 하며 머쓱하게 시선을 피해 본다. 안 들겠다고 말했는데 마음이 급해서 또 저질러 버렸다! 양심은 없어도 약속은 잘 지키는 신이라 한 번은 일부러라 해도 두 번이나 어기게 되니 조금 멋쩍어졌다.
얼핏 단호하게 들리는 말에 불만스러운 척 입을 삐죽 내밀다가도 물기를 닦아주는 손길에는 금세 헤픈 얼굴이 된다. 작정하고 본마음 숨기지 못하는 점만은 서로 꼭 같은 듯싶다. 얼굴을 톡톡 두드리는 옷자락이 떠날 무렵에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그래, 실은 겨울에 냉수로 씻어도 말짱하니 걱정 말려무나." 그리고는, 얼굴만 환히 웃기를 넘어 웃음소리까지 터뜨려가며 하네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들었으니 이러지 않겠어! 그게 예쁜 짓이 아니면 무어냐. 우리 꼬맹이, 이리도 마음씨가 고와서 어째."
기원은 마음으로 이룬다. 직전의 그 순간, 언어로만은 모두 표현하지 못할 마음이 보다 직접적으로 와닿은 것이다. 신으로서 짧지 않은 생을 살며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소원을 들어 본 경험은 많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 소원의 대상이 되어 본 적만은 없어서, 그 짤막하고 꾸밈없는 소원이 닿았을 때의 기분은…… 그것을 무어라 표현해야 옳을지 스스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언젠가 이 모호한 감각을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을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눈 초롱초롱한 정도가 평소의 주책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수치를 측정한다면 이미 치사량을 훨씬 넘었을 거다. "아잇, 날 뭘로 보는 게야. 깜찍해서 깨물어주고 싶단 뜻이지!" ……밝히기 무엇한 역사가 꽤나 많았다지만 그래도 식인만큼은 안 했다! 사실 다른 사람이 상대였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괜히 겁주거나 골려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네에게 경계를 사는 것만은 싫다. 못된 장난 풀어주자 올려다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량은 그 얼굴을 마주보며 쾌활히 미소지었다.
"소원은 들어주마. 우야, 그러니 너도 행복해지렴. 네가 행복해야 나 또한 기쁠 것이니."
노인은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제법 해지기는 했지만 좋은 비단을 쓴 것을 보면 분명 좋은 집의 아이가 아닐까? 이내 마을에서 유력가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몇몇 떠올린 노파였지만 정말 그런 사람들의 아이였다면 벌써 수십년은 살아온 자신이 모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노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쯤 아이의 입에서는 괴로운 듯한 신음이 옅게 흘렀습니다. 제 심장을 쥐어뜯으려고 하는 듯이 가슴께로 올라간 아이의 손위에 주름이 진 손이 겹쳐지자 이내 아이는 안심한 듯이 다시 잠에 빠지는 듯 했습니다.
‘그래, 이 아이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상관없어.’
노인의 도움으로 목욕을 마치자마자 무언가 지탱하는 것이 무너지듯이 쓰러진 아이였습니다. 어린 아이가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한 노파는 아이가 눈을 뜰 때까지 가게 문도 열지 않은 채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아이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대여섯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달이 머리 위에 걸려서 사람들은 오히려 잠이 들 시간, 눈을 뜬 아이는 느껴질 수 없는 감촉에 위화감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정돈된 다다미방. 구석 한 켠 불당에는 작은 액자에 어떤 남자의 사진이 모셔져 있었으나 누운 채로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아이는 상반신을 들면서 손에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나이 지극한 노파가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그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것입니다.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느낀 것인지 노파는 이내 잠에서 깨서는 아이를 보며 환히 웃으며 말했습니다.
“좋은 아침이구나.”
아이는 고개를 돌려서 바깥을 바라보고는 비어있는 눈으로 말했습니다.
“이미 한 밤 중이야.”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아이에게도 은인에게는 눈을 보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지만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노파는 괜찮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는 짐을 챙길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석상처럼 굳은 채 바깥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아직은 온기를 찾지 못한 세상은 오히려 불투명한 것 따위는 없이 선명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느 새 비는 그쳐서 멀리서 울리는 부엉이의 울음소리와 그에 맞추듯 조그마한 바람이 정원의 나무를 훑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는 노파가 돌아올 때까지 변하지 않는 풍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떠오를 것 같기도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애초에 자신이 무엇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이 품에 놓여있던 길다란 막대기만은 놓아서는 안된다고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고심하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생각에 잠기려는 그 때, 노파가 드르륵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들고 온 작은 쟁반에는 오래 된 것 같은 다기와 몇 안되는 다과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생강차를 좀 끓여 왔단다. 비를 그렇게 맞았으니 몸은 따뜻해야 하지 않겠니.”
노파는 잔에 따른 생강차를 아이에게 건네고는 자신의 몫을 따라서 마셨습니다. 아이는 한참을 차가 담긴 잔을 바라보다가 정돈된 모습으로 잔을 입에 갖다 대었습니다.
“맛은 어떠니.” “…맛있어.”
노파는 어쩐지 아이의 얼굴이 조금 풀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전과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 사이에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것처럼. 노파는 필시 인기 있을 터인 웃음으로 화답하며 아이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자기가 게이트 볼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얘기부터 몇 번 가보지 않은 해외의 이야기. 재미 없는 이야기였지만 아이는 아무 말 하지않고 그 이야기를 계속 들으며 마치 평범한 사람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쩌면 자신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특기 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도 조금은 했지만 아이는 이내 체념하 듯 가능성을 접어 두기로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가 사라지는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뒤로 넘어져도 코에서 피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비를 조금이라도 맞으면 사흘 정도는 감기로 고생하는 일이 다반사. 덕분에 임신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마도 남편이 아직 살아있던 시절이었지.
남편과 만났을 무렵, 내가 일하던 곳은 교토의 자그마한 찻집이었다. 다른 곳들과는 다르게 옛날 분위기를 물씬 풍겨서 또래에게는 쉰내가 난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으니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동생까지 그런 말을 했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그 온화하고 평범했던 시간이 나는 좋았다. 그 안에서는 남녀노소가 모두 같은 색이었으니까.
그런 연유일까?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보니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어머니가 되어갈 때에도 나는 그저 일에 매진하며 보낼 뿐이었다. 가게에 오는 단골들은 자주 “후미코쨩은 만나는 남자라던가 없어?”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것뿐. 언젠가는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지. 노력하지 않았으니, 이루어질 일도 없었다. 좁은 세상에서는 운명적인 만남 따위 존재하지 않았어. 그러니 전부를 포기하려 했었다.
처음 만났던 날도 이 아이를 만났을 때와 같았다. 가게 앞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는 그이를 가게 안으로 옮겨서 간호했었다. 병원에는 갈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던 그를 단골이었던 의사의 도움으로 꾸역꾸역 살려 놓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방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제 갈 길을 갔겠거니 하고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돌아오는 것이 여섯 번을 넘기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기껏 살려 놓았더니 어느새 다시 피를 흘리며 오는게 아닌가. 두번째에는 외려 한숨이 났고 세번째에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었다.
그렇게 그는 스며들었다.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남자였지만 가끔 시간이 비면 가게 일을 도와주기도 하다 보니 호감이 생겼고 어느새 다치고 오는 일도 없어졌으니까. 내가 꿈꿔온 것과는 다르게 정말 무미 건조하게 부부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대략 3년. 선을 봐서 결혼했다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연애기간이 길었던 편이겠지. 그것도 연애라고 쳐도 된다면 말이지만. 그래서일까 가끔은 사랑한다는 말에 의심도 해보고, 여느 신여성들처럼 까탈스러운 척도 해보았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싸워도 바보처럼 웃으면서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옷이며 먹을 것을 사오는 남자였으니까. 화를 내는 쪽이 오히려 바보같잖아.
그래서였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이에 대한 미안함이 먼저였다.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있는 주제에 그이에게 미안할 일을 해버렸다고. 그렇게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를, 주위에서는 항상 동정의 시선으로 봤었다. 때로는 악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가 무어라 하지는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 말에 동의했던 거겠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남편은 전보다 상처를 입고 돌아오는 일이 늘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조금 굴렀다고 답할 뿐이었지. 평소에는 즐겁지는 않아도 느긋한 얼굴로 있는 일이 많았다.
내가 처음으로 어두운 표정의 남편을 본 것은 어느 날 밤이었다.
나는 평소에 등을 끄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를 향하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나는 그게 싫었다. 하지만, 차라리 등을 꺼버렸다면. 그이가 울면서 사과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고 생각하고는 했다. 쫓기는 그이를 따라서 동으로 서로, 때로는 구라파에도 가보고 불란서나 화란에도 발을 옮겼었다. 그 사이에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겼더니 이렇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 우리 부부는 항상 그랬다.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호의에는 어떤 감정을 품어야 할지도 몰라서 바보같이 지내면서 때로는 그것 자체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사향 장미처럼 변덕스럽게 서로 사랑했다. 그래도, 그런 건 내 생일날 말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 노파는 그대로 눈을 감은 아이를 내려보았다. 주름 하나 없지만 어째서인지 세월이 느껴지는 얼굴. 세상 모르고 잠들어있는 아이. 마치 그것이 그이처럼 느껴져서
앗, 케이가 나무에 쪽지를 묶었다! 미야나기는 얼른 두 눈을 반짝이며 그 모습을 열심히 구경했다. 마침 가장 원하던 장면을 운좋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이것도 중길의 영향이었을까? 그러면서 자신의 종이도 묶을지 짧게 고민했지만 금방 그만두었다. 처음으로 뽑은 운세였으니 소중히 간직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녀는 케이를 따라 쫄래쫄래 걸으며 한편으로는 조잘거리기도 했다.
“등불 띄우고 싶어서 온 건데 어쩐지 축제만 잔뜩 즐겨버렸어요······. 아마 여기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제일 잘 놀았을 거야!”
막대 사과도 샀고, 사격도 했고, 물풍선 낚시도 했고, 운세도 점쳤고······ 충분하다 못해 정말 알차게도 놀았다. 오랜만에 유년기로 돌아간 기분이라 미야나기는 꽤 즐거워 보인다. 어른스러운 케이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내 손에 등불을 받아든 미야나기가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 감사합니다!” 잠깐 돌아 다른 길로 새긴 했지만 무사히 목적지까지 다다른 듯했다. 그녀는 등불을 조심스레 두 손으로 들어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유가 어떻든 아저씨가 건실해진다는 건 괜찮은 이야기일 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인간들 사이에서 신이라는 걸 들킬까봐서 조마조마할 일도 없어질테니까요.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아저씨를 응원하는게 맞을 지도 모릅니다. 비록 ‘알기 힘든 아저씨가 되겠다’ 는 잘 이해할 수 없는 목표가 있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저는 비아냥거리듯이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고 말았습니다. 아저씨가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건실한 아저씨는 잘 안 웃고 다닐 것 같아서입니다. 쾌활하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모습들은 건실함과는 조금 거리가 머니까요, 그런 걸 못하게 된 아저씨가 웃을 지 잘 모르겠어요.
“.........네. 귀찮아서 잠도 못 자게 만들 겁니다.”
이게 아니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가끔씩이라도 아저씨에게 소원이나 기도를 올리게 되면, 그게 아저씨에게 들린다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그랬을 때, 아저씨에게 둘러댈 만한 변명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귀찮게 할 거라고 한 거였는데, 귀찮게 한다는 말은 듣지도 못 한 것마냥 아저씨가 들떠하셨습니다. 잘못 됐어요.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 “됐어요. 그것보다... 아저씨도 알 것 같은데요.” 구겨진 옷자락이, 평소였다면 신경쓰였을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까봐 그게 의식되어서 민망해했을테니까요. 분명 오늘도 아저씨랑 있으면서 뛰어다니고, 들려지고, 머리카락도 옷매무새도 처음과는 달리 흐트러졌을 겁니다. 근데도 왠지는 모르겠지만,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아요. 제 차림보다는 아저씨가 스티커를 하나 반납해야한다는 것 밖에 생각 안나요. 스티커를 붙여줬던 아저씨의 손등을 바라보며 제 손등을 내밀었습니다. 두번이나 들어올렸잖아요.
“네. 혹시 아프게 되면 바보라고 놀릴 거니까, 꼭 말해주셔야 합니다.”
걱정 안 해줄거라 말했고, 걱정 말란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설마, 혹시라도 아저씨가 아픈 날이 오거든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않을까 문득 의문이 든 거예요. 신이 아플 정도면 큰일일지도 모르고, 정말 감기라고 해도 혼자 아프면 두배로 더 힘든 기분입니다. 숨겨버리면 안 되니까, 저런 달갑지 않은 이유라도 붙여서 말해달라고, 알려달라고 당부했어요.
“아저씨가 귀찮게 하라 했잖아요. 귀찮은 짓입니다!”
치사한 걸 알지만 아저씨 탓을 해버립니다... 그래도 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무사히, 소원의 주인에게 잘 가닿았다는 건 다행이지만 아저씨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어요. 아무도 아저씨에게 소원을 안 빌었을 리도 없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누군가 자신에게 소원을 빌었다는 사실이 반가운 걸까요? 아무튼 또 이렇게 칭찬으로 세례를 받게 되니 낯 붉힐 수 밖에 없어요. 여름이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해요.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여름에는 해가 뜨거워서 금방 더워지고 빨갛게 익어버리고는 하니까, 그래서입니다. “안 잡아 먹어요? ...아니, 깨무는 것도 안 돼요! 안 깜찍합니다!” 잡아 먹지 않는다고 해서 깨무는게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
행복한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웃는 얼굴을 그릴 거예요. 제가 행복해야 아저씨도 기쁠 거라는 말에 양 입꼬리 끝을 손가락으로 찌릅니다. 손가락으로 콕 눌러 올리면 웃지않아도 입 모양이 웃는 듯이 그려져요. 아저씨처럼 활짝 웃는 건, 예쁘게 웃어보이려는 건 부끄러우니까요, 이런 건 할 수 있습니다. 정말요, 누가 마음씨가 곱다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의 행복을 자신의 기쁨으로 삼는 쪽이 더 마음씨가 고운게 당연하잖아요!
493 최근_자캐가_외로움을_느낀_순간이_있는가 -최근은 없고 과거에는 몇 번 있긴 했어요. 자신만 인간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을 때라던가. 혹은 이건 선관으로 인해서 따로 생긴 설정이지만 사쿠라가 갑자기 행방불명되었을 때라던가. 물론 다른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마 사쿠라는 치아키도 꽤 친근하게 생각하고 그랬을 것 같기에!
267 현재_자캐의_삶의_이유_중_가장_큰_부분을_차지하고_있는_것은 -즐거움! 치아키의 가치관이기도 해요. 어차피 한 번 있다가 가는 세상이니 즐겁게 살자..라는 느낌으로요. 그래서 일부러 짓궂은 장난이나 웃음소리를 내는 것도 있답니다. 덧붙여서 다른 이들과도 즐겁게 보내려고 하고요.
425 자캐에게_더_어울리는_하의는_긴바지_vs_반바지_vs_긴치마_vs_짧은치마_vs_기타 아이자와 치아키, 이야기해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신사의 사람들이 입는 그런 전통복 바지 혹은 츄리닝 긴 바지가 아닐까 싶네요.
302 자캐는_자신의_치부나_약점을_소중한_사람에게_끝까지_숨기는가_솔직하게_드러내는가 숨기는 편이죠, 아무래도? 현재로썬 가장 소중한 사람은 쌍둥이 형제이니만큼 숨기지는 않습니다!
467 자캐의_이름에는_어떤_의미가_담겨_있는가 큰 의미는 없어요! 쿠로사와 라는 성 자체는 굉장히 흔한 성이기도 하고.. 쥰 이라는 이름도 潤 이 한자인데, 윤택할 윤이라는 뜻으로 저는 쓰고 있어요. 시트 내기 전의 초창기 성 [카시와기]였다면, 신의 나무 뭐 이런 뜻이었을 겁니다 네! 쿄쿄쿄쿄!
323 자캐의_말버릇이_있다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말버릇은 아니고 늘 사기치는 건 있어요. 자기 이름이나 성 혹은 둘 다 반대로 말하는 버릇이 있어요. 자신의 쌍둥이가 있으면 그게 더 무의식적으로 잘 나오는데, 발걸음과 버릇 말버릇 목소리톤까지 전부 바꿔서 흉내내요:3 쥰과 레이의 마네마네쇼! 인 느낌!
>>276 아 헐 마따 천천히 정주행햇는데 미카탸… 세상에 사야카랑 연플 터졋자나…!!! 나 주식은 사놓긴 햇는데 진짜 터져서 박수쳣다고 어~~~이 👏🏻👏🏻👏🏻 당연히 호구마파일 줄 알앗는데 의외로 밤고구마라니 미카탸 밤고구마 쪄주기 메…모
>>281 끼엑 농담 잘 하구 맨날 장난으로 사탕 주고 다녔던 데 그런 비하인드가……!!! 끄악 하긴 챠키 빼고 가족들이 신이니까 외로운 순간이 종종 있었겠구나 ㅠ ㅇ ㅠ 이벵 기간은 끝났지만 아직 나는 축제 벼락치기 중이니까 전통 의상 입은 치아키 볼 수 잇다고 정신승리할 수 잇지롱(?)
>>282 흐음. 그렇다면 지금이라면 쥰의 약점이라던가 그런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 (글러먹음) 아무튼 이름은 윤택하다. 그렇군요! 윤택한 아이라는 뜻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치아키가 개학한 후에 학생 명부 확인하고 후배 구우운!! 하고 쫓아갈지도 모르니 각오를..(아냐)
>>284 호오. 이 곡은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들어보겠어요!
>>285 사실 비하인드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가볍고 경박하게 살아가는 것에 가깝지만...요. (시선회피) 딱히 외로움과는 상관없는 요소랍니다. 그리고..어.. 치아키가 등불을 안 주고 다른 가족이 줬다고 한다면 못 봤을 수도 있을터! (나쁨)
>>289 말투가 역시 할머니..(어?) 아무튼 기모노를 입은 카즈에라. 그건 그것대로 분명히 잘 어울릴 무언가. 아무튼 둘 다 소중하다라. 신이니까 둘 다 얻을 수 있을 수도 있지요! 밤나팔꽃향..무슨 향인진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뭔가 고운 향이겠지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맡아보는 것으로!
>>290 사실 치아키가 그렇게 격식을 차리고 짝 차려입은 모습은 캡틴은 그다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옆눈)
불로불사의_약을_손에_넣는다면_자캐는 믿을 만한 학구파 의대 교수한테 기증하지 않으려나!! 아니면 본인 손으로 직접 폐기함 👍🏻
자캐랑_성격이_닮은_만화_캐릭터 만화는 아니고 <레베카>의 막심한테서 영향받앗습니다 😇 아니 이거 쓰고 잇엇는데 쥰주가 갑지가 쿤체극 얘기해서 놀랏어... 당연히 막심이 부른 넘버들도 종종 참고함… 사에탸 하여자인 이유 원본 캐릭터가 레전드 하남자이기 때문이엇습니다 쿠궁
자캐의_시험공부 이론에 강하고 단순 암기에 약한 타입일까 절대적인 시간이랑 공부량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함 ㅠ 그래서 주로 자연 계열 과목이 성적 잘 나올 것 같고… 물론 자연계라도 암기 위주인 거 확통 지학 생물. 이런 건 대박 젬병일 듯;
>>299적어도 자신이 쓰지는 않는군요. 너무 무서운 약이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아니. 그런데 사에가 하여자라니! 그럴리가 없다! 상여자다! 사에는!! (쩌렁쩌렁) 그래도 사에는 다른 쪽으로 재능이 있으니까 공부 조금 못해도 괜찮은 거예요! 시간 부족해도 다른 곳으로 성공하면 되는걸!
아. 그리고 공지를 살짝 한 적이 있긴 한데.. 그래도 정식으로 공지를 한 번 더! 이번 주는 여름 마지막 주고 다음 주부터 가을로 들어갈 예정이에요! 그와는 별개로 이번주 토요일엔 왕게임이 있어요! 이번엔 사람 적어도 최대한 하는 쪽으로 할 거예요! 시간은 저녁 7시 30분 이후!
>>305 하네도 토박이고 아마 키즈나히메의 신사에도 몇 번 놀러왔을 것 같고.. 어릴 때 츄리닝 입고 놀이터에 나온 치아키도 분명히 봤을 것 같지만... 이미 선관이라던가 페어도 있었기에 굳이 거기서 더 선관 신청해서 추가할 필요는 없겠지. 하고 넘겨버린 캡틴이 있었답니다. 사실 완전 작은 마을도 아니니까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아무튼 최근에는 사탕보다는 초콜릿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하네요.
>>282 쌍둥이 네이노오옴 쥰의 <가장 소중한 사람> 타이틀을 가로채다니 용서 못해애애애애애(?) 헉 카시와기라는 성도 마음에 들어 어감도 이쁘구… 확실히 쥰타 윤택하고 맑은 미모이긴 해 😇 사기 ㅋㅋㅋㅋㅋㅋㅋ 지난 일상에서도 챠키한테 뻥친 거 사기의 연장인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ㅌ
>>289 나팔꽃을 좋아하는구나…!!! 이것도 얼른 메..모 사각사각…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향인가 궁금하네 🙃 사랑과 우정 당연히 둘 다 소중하다구 애인 생겻다고 친구 버리면 용서 안 할 거야!!!!(엥) 카즈에 할미 설정 넘 매력적이라 좋아… 기모노 사복 귀여워…
"등불도 등불이지만 축제는 확실히 즐기는 편이 좋죠. 제일 잘 놀았다고 생각하면 더 좋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사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뭔가 한 것도 없는데도 괜히 마음이 좋아졌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한 것이라곤 축제에 같이 가자고 했던 것 뿐이지 않나? 오히려 좋은 시간을 보낸 것은 자신인 것 같기도 하고.
등불은 생각보다 정성이 들어가있고 크기도 커 보였다. 왠지 강에 띄우기에는 아까울 정도일지도. 강에 가까워지니 드넓게 넘실거리는 강 위에 등불이 잔뜩 떠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강물에 비치는 주황색 불빛들은 남빛 하늘과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불꽃도 쏘아올린다는데 위와 아래로 빛이 가득하면 더 장관일 것이었다.
>>295 아니 티켓값 진짜 실화니… 라떼는…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내한이 14만 원이엇단다…(?) 이번 지젤 내한은 30만 원이엇는데 대충격;;; ㅋㅋㅋㅋㅋㅋㅋㅋ거울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 이번에 오슷 안 내줫던가…?? 18년도 디지털 음원이 마지막인가… 대형 병크 터지고 눈물 흘리면서 강제로 관심을 껏다니 근황도 모르겟어 홀홀…
>>301 이런 약은 역시 세상에 안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쫄보 하여자입니디 😇 흠… 하지만 개인적으로 수학은 잘햇으면 좋겟어 내 자식이 수학을 못하는 꼴 볼 수 업서(엥)
>>304 아..아잇 그럴 리가요 사에탸 막심 그 자체야 정말 슬프지만…… 거의 막심 ts 성별 반전 수준임 다른 그림 찾기 하기가 더 힘들다죠… ㄱ- 대니 같은 상여자엿으면 좋겟지만 환생하면 가능(?)
>>305 성적 조작이라니 안 돼 하네주는 예쁘고 좋은 것만 하게 아빠가 꼬옥 지켜줄 거야…!!!!! 이과계엿으면 좋겟지만 몸 쓰는 예체능이라 실패… 한국으로 치면 3등급 정도 아닐까 물론 이과 수학은 3도 힘들지만 ^-ㅠ
으악 놓친 레스 잇을까 다들 안녕!!!! 그리고 그 새에 아름다운 답레가 헉헉... 급하게 안 해도 되니까 천천히 하자 우리에게는 벼락치기가 잇잖니 (은은)
>>319 인터 때 "와..... 티켓 값 안 아깝다" 하는 거 국룰 아닌가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하지만 티켓값 요즘 선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눈물)!! 아앗 대형병크... 아아아앗..... 사실 저도 그래서.... 근황을 몰라여... 최근에 밀크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올라왔길래 다시 하는구나.. 하지만...........(눈물)(오열)(사에주 뽀다다다담)
흐음, 엄지와 검지 펼쳐서 턱에 가져다 대고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역시 어렵겠지. 술이라면 지금도 노력하면 참을 수 있으니 어렵지 않지만, 성격까지 건실해지는 건 본능을 거스르려는 짓이나 다름없다. "헤헤……." 그는 실없는 웃음으로 무마하기로 했다. 이 비량은 그냥 쭉 알기 쉬운 아저씨로 남아 있으련다.
"어허, 안 될 소리. 나 잘 시간이면 너도 자야지. 성장기에 숙면은 필수야."
귀찮게 해주는 게 좋다며 그렇게 방방 뛰었으면서 이 지점에서는 단호하다. 키 크는 것 때문만 아니라 정서와 신체건강의 측면에서도 잠은 당연히 푹 자야 하니까! 벌써부터 씩씩하게 홀로서기 하는 하네라면 어련히 잘하겠거니 싶으면서도, 아직은 아이처럼 보여 이렇게 참견하게 된다. …그런데 하네를 아이 취급하면서도 정작 본인이 어린애처럼 유치하게 굴고 있는 꼴은 참 아이러니다. 보아라, 그새 또 사고를 쳐서는 이러고 있지를 않나. "힝…." 다 큰 어른이 힝이 뭐야! 그는 잔뜩 시무룩해져서 미련과 불쌍함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하네를 쳐다보았지만, 그러면서도 말은 고분고분 잘 들었다. 본인도 잘못했다는 건 알아서다.
"반성합니다아……."
만난 이래로 줄곧 쌩쌩하게 날아다니던 모습이 언제였냐는 듯 상체에 힘이 쭉 빠져서는 어깨도 처진다. 하지만 혹여라도 이 하찮은 모습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불쌍해 보인다고 봐줬다간 나쁜 버릇 들고 만다. ……이게 강아지 교육인지 <세상에 나쁜 도깨비는 없다>인지. 어쨌거나 회복은 빨랐다. 그래도 아직 4개는 남아 있으니까. 2개나 압수 안 한 것만 해도 어디야, 칭찬스티커 4개만 있어도 신생이 즐겁다!
"오냐. 대신에 문안은 꼭 와 주려무나. 나는 아픈 것보다도 따분한 시간이 더 싫지 뭐냐."
지나칠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양반이니만큼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걱정을 받으면 생경하면서도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사람도 신도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것 같다, 그렇게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고개를 힘껏 끄덕거리며 하네에게 당부했다. "너도 아프거나 힘들 때엔 언제든 말해야 한다. 그러려고 내가 있잖느냐." 정작 지금껏 하네는 의젓하게 잘 지냈고 도리어 그가 불건전하게 생활하다 꼬맹이한테 혼났지만 말이다! 사실 그가 믿음직한 어른으로서 도움이 되는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회의감이 든다. 하네가 남은 학창시절을 큰 문제 없이 보내게 된다면 좋으련만. 그렇지만 만약 고민이 있다면 숨기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아, 한 입만! 따악 한 입만 깨물고 치우마!"
그냥 말만 깨물고 싶다 농담한 건데 이렇게 나오면 진짜로 물어버리고 싶어진다! 그는 아예 와아악 입 벌리고 주둥이로 찌르려는 개처럼 고개 들이밀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신인지 반려동물인지! 역시 장난이라 밀어낸다면 밀려나주긴 할 테지만 천육백살 먹고 이러기 안 쪽팔리나! 한바탕 시끄럽고 괴상한 장난질을 하고서야 광기 서린 난리법석이 얌전해졌다. 그는 하네가 빙긋 손으로 웃음 만들자 눈이 동그래지더니 다시금 함빡 웃고 말았다. 지금 바로 행복한 얼굴 보여줄 줄은 몰랐지. 이건 정말로 우습고, 속이 간질거리는 것만 같아 기뻐진다. 이미 웃고 있으면서도 그는 덩달아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하네를 따라해 보였다.
아니, 이보다는 더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이자와」의 안내를 받아 가미즈나의 수원(水源) 샘에서 물을 얻고 돌아와서, 숙소에서 뻐근한 다리를 쭉 뻗고 TV의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을 때였다. 같은 방의 여학생 둘이 이른 저녁인데도 별안간 유카타를 입고 커다란 연등을 들고 나서는 걸 보고, 요이카는 “어디 가?” 하고 물었다.
“토모시비마츠리! 소원 빌러 가.” 분홍 유카타가 말했다. “요이카 짱은 안 가게?” 노랑 유카타가 덧붙였다.
“그게,” 요이카는 고개를 기울이고 고민하는 시늉했다. 팸플릿을 주의 깊게 읽었으므로 토모시비마츠리가 어떤 행사인지는 잘 알았다. 그렇다고 솔직히 ‘연등은 좀, 불 붙은 걸 들고 물에 내려놓는 동안 머리카락이 홀라당 탈 것 같아’라고 어떻게 말할까? “오늘 샘까지 갔다 오느라 다리가 너무 아파서⋯ 나중에 가려고.”
두 사람이 명랑하게 손 흔들며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요이카는 문득 그들이 손을 맞잡고 소원을 빌면서 그들 사이에 마구잡이로 늘어져 있던 붉은 실의 존재를 눈치채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상념에 깊이 빠져 있던 탓인지 이윽고, 고민 없이도 하품 같은 한숨이 나왔다. 「잘해 보라」고 잎사귀 하나 선물해 줄 수 없다니.
이즈모에 안 간 지가 오래되었다.
시월상달, 간나즈키(神無月)에는 거의 모든 신들이 이즈모에 모여 사람들의 연을 맺기 위한 회의를 연다. 물론 키구치 요이카도 원래는 참석해야 한다. 허나 인간의 이름이란 대단히 외우기 어려우면서 그 수효도 어마어마한 것이라, 혼슈 섬을 북녁 끝 아오모리로부터 시모노세키까지 이을 만큼 긴 두루마리를 가득 채운 이름들 사이에 거미줄처럼 얽힌 실들을 비틀고 꼬아 한 해의 인연을 정한다는 것이, 요이카에게는 스트레스 폭탄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한때 가모아시야마에서 신령 노릇 하던 시절에는 억지로라도 끌려갔지만, 자기가 신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서는 발길을 끊은 것이 기억을 되찾고 나서까지도 은근슬쩍 이어져 오고 있었다.
이런 습성이 인간 사이에 섞여들고 나서도 계속되어서, 누가 누구를 좋아하며 누가 누구한테 진심 초코를 주었다더라,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흘려넘기는 지경에 다다랐다. 요이카는 연애 불구자였던 것이다. 그러니 남의 연애에 참견할 깜냥은 전혀 되지 않는다. 자기 연애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신체가 살아 있던 시절 꽃가루가 날아오면 열매를 틔우고 묘목이 자라면 바람을 보내면서도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전혀 없었다.
낮에 떠 온 샘물이 여전히 물통 속에서 정한 기운을 발했다. 혹시라도, 한 모금 마시면 이즈모로 가는 길이 다시 기억날지도 모른다. 겸사겸사 옛 친구도 떠올리고 대관절 사랑이 무엇인지도 좀 알아차리고, 사람이나 신령이나 껌뻑 죽을 만한 고백 멘트를 몇 가지 생각해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용없다는 생각이 물빛보다도 깊게 일렁거려서, 요이카는 물통을 배낭에 도로 넣어 버렸다. 간나즈키는 무슨 간나즈키인가,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주제에. 바보 쑥맥. 요이카는 강가로 떠나간 두 사람 생각에 잠깐 얼굴을 붉혔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이 돌아왔다. 노랑 유카타는 콧잔등부터 귀까지가 빨개진 채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고, 분홍 유카타는 어딘가 들떠서 평소보다 더 어색하게 조잘조잘댔다. 요이카는 분홍 유카타에게 스마트폰을 빌려서, 유명한 OTT 서비스에서 『벽난로 4K』를 찾아 재생했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전자 화상(畫像)의 난롯불을 바라보며, ‘인간들의 사랑은 불꽃 같구나’ 하고, 조금 몸서리치며 생각했다. 결국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이카는 토모시비마츠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단순한 호의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건 영 내키지 않았는지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수확이라는듯 미련없이 총을 내려놓는 모습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도 뒤이어진 그의 말에 조금 집중했으려나,
신이 자신에게 미소지은 적은 없는것 같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그럭저럭 웃어준것 같다는 언행은 단순히 신을 믿지 않는 것과는 달랐다. 아무렴, 믿지 않는 쪽이었다면 자신이 신직가문의 딸이라는 것에도 신기해하는 것이 아닌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을 테지만... 무엇보다 마츠리 자체도 별로 내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아, 그렇네요. 슬슬 그럴 때가..."
잠깐의 즐거움과 사색에 하마터면 본목적을 망각할 뻔했을까, 손을 내미는 그를 따라가다 살짝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에 따라서 반대편으로 갸웃거렸다.
"지금의 결과도 물론 좋지만 어느 하나만 가져간대도, 만만치 않은 인형의 내공에 두손두발 들어도 그것만의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못내 아쉬웠다면... 반대로 제가 도전해보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죠."
다만 이번은 그에게 길조가 와닿은 것일테지.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항상 나쁜 일만 일어나리란 법도 없었다. 무엇보다 나쁜 일만 일어난다면 인간은 진즉에 신이란 존재를 증오하고 내쳤겠지.
인생은 마치 가파른 언덕 내지 롤러코스터 같아서 언제 올라가고 언제 내려갈지는 그 길을 꿰고 있지 않다면 쉽게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자신은 모르는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는건 썩 내키진 않겠지만... 두렵다고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 또한 인생이었다.
"만약 오늘 아무런 수확이 없었대도, 다음번엔 다른 곳에서 보상이 있을지도 모르구요. 노력은, 쌓아올린만큼 뒤늦게라도 돌아오는 법이니..."
제 섬기는 이의 긴 귀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이 들으며 보고 있는 한 노력하는 이에게 반드시 응당한 보상이 돌아올 것이다. 라고 믿고 있으니까.
아저씨의 실없는 웃음을 보고 한숨을 쉽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아저씨가 그렇죠, 뭐.’ 그런 느낌의 한숨으로 보였을 것 같지만, 안도의 한숨이었어요. 하셨던 말씀대로 내일부터 달라지겠다고 건실하게 다니셨다면 낯을 가렸을 지도 몰라요. 17년동안 보아서 익숙할 대로 익숙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이 너무 달라지면 어쩔 수 없습니다......
“혼자 알아서 잘 합니다.”
잘 시간에 괜히 깨어있는 짓은 안 해요. 할 일이 있으면 모를까, 밤을 지새우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혼자 있으면 밤이 유달리 길고 어둡게 느껴지니까요. 가족들이 워낙 시끌벅적한 탓도 있는 것 같아요. 한 명이라도 같이 집에 있으면 조용할 새가 없는데, 저만 있는 집은 차분하게 가라앉아있습니다. 물론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어요. 애초에 외로움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가족들이 괜히 신경쓰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걱정할만한 일은 안 만드려고 노력했는데도 아저씨가 일본에 와서 같이 교복을 입고 다니고 있으니까요... 괜히 신경쓰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건 아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들도, 아저씨도, 앞으로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요.
“정말 반성했어요?”
아저씨가 스티커를 반납해야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갯수를 줄일 생각은 없었어요. 아저씨가 즐거운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하니까요. 원래 아저씨한테 붙어있던 스티커는 제 손등 위에 붙여뒀지만, 새로 스티커를 꺼냅니다. 아저씨의 모습이 꼭 몇날며칠 햇빛도 받지 못 하고 물도 받지 못 해서 시들어가는 화분 같아서,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스티커를 붙입니다. 제 손등으로 떼어온 스티커가 붙어있던 자리에 다시 꼭 붙여요. 계속 시무룩해하며 저를 쳐다보기만 했다면 다음부터 그러지 않기로 약속이라도 받아내고서 새 스티커를 붙여주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먼저 반성한다며 이야기를 해주어서 오히려 의외였습니다.
“바보라고 놀려야하니까 오지 말래도 갈 겁니다.”
오지 말래도 가겠다는 말 빼고는 전부 거짓말이에요. 제가 하는 말 중에 거짓말이 얼마나 많은지 계산하고자 하면 50%는 확실히 넘습니다. 늘 거짓말로, 단순한 거짓도 아니고 날 서고 모난 말로 마음을 숨겨요. 하지만 차라리 그런게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말로 애써 에둘러 감싸지도 못하고, 정말로 마음과 반대로 대답해야 할때요. “네.” 아프거나 힘들 때 아저씨를 찾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대답해버렸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아예 아저씨를 보지도 않고 말했어요. 거짓말을 하는 동안 눈이 마주치면 양심이 따끔거려서 거짓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잠, ...”
‘잠시만요!’ 라고 끝까지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아저씨가 정말 깨물려는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물릴 거라면 최대한 물려도 괜찮을 곳을 물리자고요. 그래서 생각한 곳이, 제일 내밀기 쉬운 곳이 어디었냐고 하면 오른팔입니다. 저는 왼손잡이니까요, 왼쪽을 물리면 안 돼요. 아저씨의 얼굴 앞에 오른팔을 내밀고서 두눈을 꼭 감았습니다. 고개도 휙 돌렸어요. 흡혈귀 같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신에게 물린다고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죠? 몸에 너무 힘이 바짝 들어가서 떨리는 것도 같아요. 겁 먹었다거나 무서운게 아닙니다, 절대로!
“아저씨는 이미 웃고 있었잖아요. 뭐예요, 그게.”
문장 자체는 핀잔 주듯이 느껴졌지만, 그러니까요, 웃어버렸으니까요. 행복이란게 이렇게 간단하고 쉽게 이루어지는 건지, 이미 웃고 있는데 굳이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찌를 필요도 없잖아요. 일부러 저를 따라하고서야 소원 성취라고 하는 말도 그렇습니다. 제가 만든 건 가짜로 만든 웃음인데 소원 성취일 리가 없잖아요. 어이없다는 말도 생각나고, 우습다는 기분도 드는데 나쁜 느낌은 아니어서 웃음이 나요. 그렇게 웃다가, 뒤늦게 활짝 웃어버린 것 같아서, 뒤늦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뒤늦게 손으로 입가를 가렸어요. 괜히 다른 곳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한 마디를 해요. “...불꽃놀이도 보러 가야 해요.”
동거를 시작한지 일주일째, 나도 그 아이도 어느새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인지 제법 자주 말을 나누게 되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부드러워지는 말투에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그 아이가 직접 말 할 때까지 묻지 않도록 했다.
아이는 식욕이 적은 편이었다. 또래 아이들처럼 단 것이나 화려한 것에는 흥미가 적었고 때때로 간식을 준다면 거부하지 않고 먹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부분은 나와 닮은 건가. 나 역시도 식욕은 적은 편이라 가게의 재료로 적당히 해먹는 정도였으니까. 보면 볼수록 그이와 나의 아이처럼 느껴진다니까.
□
내 정체를 깨달은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주운 뒤로 반나절이 지나서였다. 그래, 길지는 않아.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도 나도 안다. 정확히는 기절했다가 일어나서, 검 집을 벗기고 내용물을 본 순간부터. 그래도 대략 두시간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아.
그건 솔직히 중요하지 않은 일이야.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이렇게 지내게 되었느냐 하는 일. 거기에서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혜를 진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보은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지. 막연하게 무슨 축복 같은 걸 내리면 되는 걸까 하기도 했지만, 생각해봐. 신사는 없지, 신앙도 없지. 남의 신앙에 빌붙어서 근근히 먹고 살고 있는 검신이 줘봐야 뭘 할 수 있겠어. 그래서 일주일정도는 가만히 있었어. 정말로 식객이 된 것처럼 [아직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라던가 [속이 안좋아]라던가. 누가 보면 기절할 광경이었지만 계속 그렇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나는 뭐라도 하고 싶어서 후미코 씨에게 상담 했어. 그랬더니 혹시 학교에 갈 생각은 없냐고 그러더라. 잘 쳐줘도 갓 초등학교 졸업한 수준의 몸이었으니까… 뭐 그런거겠지.
“사칙연산은 할 수 있니?” “그게 뭔데?” “이건 힘들 것 같구나.”
뭐 그 뒤로 그 정도는 극복했어. 이렇게 당당하게 중학교에 들어올 정도로는 말이야. 1년정도 걸렸지만.
□
시점은 중학교 입학시기! 아직 야생성이 남아있던 시기의 카즈에입니다! 입학하고 세달도 안되서 지금의 성격이 되어버리니까요! 흑역사라는 거겠네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대강이나마 아는 것뿐이니까요. 물론... 둘이서 어떻게든 물어물어 가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라 할 수 있겠지요?"
애써 웃어보이는듯 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 자체는 조금 어둑했을지도, 혹시나 자신이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명쾌한 답변이라거나 알맞은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한낱 축생이라 해도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으려 하는 법, 그렇네요... 겉으로는 갖은 장난을 치는 사람이라고 해서 속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인간의 노력이란건 별게 아니랍니다. 호의를 호의로 돌려주는 것, 당연하지만 대부분이 지키지 않는 것들을 몸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야말로 노력의 일부인 셈이지요. 혼자서는 지루하다. 이곳까지 안내하는 것도 도움이다 하셨지만 그것을 호의로 여겨 보답하려는 선한 마음이 있을진대, 어찌 그것을 지나칠 신이 있겠나요?"
세상엔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이들 천지이며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들도 허다하다. 이런 세상에서 도리어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베푸는 이는 분명 흔치 않기에, 어쩌면 신들조차 그 품성에 시기질투를 하기에 억하심정으로 그들에게 시련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전에 늘 하던 버릇이 튀어나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자신이 인형을 안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그렇게 빠른 발걸음으로 나서다보면 어느새 하나둘씩 등불을 들고서 어디론가 향하는 풍경이 보였다.
"신사에서 강가까지 향하는 행렬인가 보네요? 저희도 서두르도록 해야겠네요."
물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까지야 시간이 남아있겠지만, 기왕이면 불꽃놀이의 초연을 보고 싶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 지나간 시간은 결코 되돌아올 수 없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내일이 기록된 역사의 마지막 글자에 다다를 때까지 살금살금 걸어 날마다 다가오고 있을 테니까. 이 또한 시간이 흐르는 자국을 따라 점차 무뎌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는 이 순간만큼은 기뻤다. 멀리서 별이 흐려지고 있다. 검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금빛 은하수에 흠뻑 젖었다.
“일본에서 행복했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어요. 다만 그런 척했을 뿐이죠. 그런데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여러 가지 처음 해보는 것들도 많았어요. 좋은 기억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야나기의 눈속에 잔잔한 물살 위로 일렁이는 불빛이 불그스레 고였다. 소원! 등불을 띄우는 일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한 가지 염원을 위해 그녀는 이 자리에 서있다. 스스로조차 속여가며 열망하던 바람을 이제서야 깨달았는데, 아직은 나약해 혼자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물론 등불을 떠내려 보내는 것 정도로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 믿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을 위로할 제사에 가까웠던 것 같다. 너무 늦게 알아차려버린 것에 대한 사죄처럼. “네, 빌어야죠!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손을 놓아 촛불처럼 강물을 밝힌 희미한 달빛에 등불을 흘려보냈다. 희미한 물너울이 여명의 끝자락까지 소원을 데려다 주길 바라면서—물결 따라 곤히 잠들렴. 불빛이 사그러들 듯 멀어질 때쯤 미야나기가 입을 열었다.
“아! 선배에게 들어달라고 할 소원은······ 무려 집 가기 1분 전에 공개됩니다. 두둥!”
일본에서 행복했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라. 그렇지만 오늘 하루는 정말 즐거웠다는 말에 케이는 사에를 물끄럼 내려다봤다가 이내 저 너머의 물결을 바라봤다. 더 무언가 말을 얹기에는 앞으로 할 말 때문에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등불이 강을 수놓으며 떠내려갔다.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을 띄우는 사에의 모습을 보며 케이도 잠시 말이 없었다. 달리 소원을 빌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의 떠들썩한 축제의 소리와 물결과 바람과, 그리고 자신과 이 조금은 특별할지도 모를 이 소녀 사이의 거리감을 느낄 뿐이다.
이내 소원은 헤어지기 전에 얘기하겠다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사에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흘렸지만.
"그럼 후배님이 소원을 말하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사실 이것 때문에 오늘 보자고 한 것도 있고."
제 말은 조금 진지한 투였을까.
사실 처음에는 정말 우연이었다. 그저 도와줄 수 있으면 좋지, 하는 가벼운 생각.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금 서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이 소녀가 자신을 기껍게 여기고 다정하게 대할수록 이에 대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후배님은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면 열어보는 편인가요. 예를 들어 그대와 나 사이에 관계를 크게 변화시킬 만한 비밀이 하나 있다면......"
케이는 등불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사에를 내려봤다. 예를 들어,라고 표현했지만 그 말은 거의 직설적인 말에 가까웠다. 굳이 열지 않는다면 그것도 상관은 없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 있는 것은 굳이 알아서 좋을 것 없는 내용일지 모르고, 또 흩어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다름이 아니오라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마츠리 일상 끝내지 못할 거 같아 미리... 적당히 헤어졌다고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씀을 드립니다.. ;ㅁ; 이게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제가 내일 새벽 4시 기상입니다... 끝나면 오후 4시이고... ;ㅁ;..... 도저히 끝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말해주세여..(줄줄줄줄) 지금 저도 이게 뭔 상황인지 지금 알았고 지금 잠을 몇 시간 잘 수 있는지를 감을 못 잡겠고...(눈물)
방학하자마자 끝내주는 음주부터 달렸던 누구랑은 다르게 말이다. …그치만 술은 봄 동안 잘 참은 포상으로 금주했던 만큼만 마시고 치우려고 한 건데! 속으로 변명을 해 보지만 그 포상이 하루이틀로 끝나지 않았으니 문제였지. 폐인 같은 생활은 맞았던지라 정말 말하지는 못하고 필요한 말부터 하기로 했다. "그래도 불편한 일 하나 정도는 있지 않겠어. 하다못해 벌레 잡아달라는 소리라도 좋으니 필요하면 꼭 말해야 한다?" 혹시나 해서 눈에 힘 빡 주고 당부한다. 사람 속마음은 잘 모르는 그라지만 하네가 좀처럼 손을 빌려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생각나는 한에서 가장 사소한 일로 예시를 들었으니 들어준다면 좋으련만.
시무룩하던 기색 슬슬 털어내고 이제 말짱해질까 하던 때였다. 반성했냐는 말에 퍼뜩 고개가 돌아간다. 이 흐름은… 용서해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앗, 기대감 드러내면 안 되지. 일관적으로 불쌍한 얼굴 유지해야 한다. 반짝 신나서 치고 나오려는 탄성을 꾹 눌러 참으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나가 빠져서 텅 비었던 자리에 스티커가 돌아오자 시들거렸던 게 언제였냐는 듯 그는 다시 쌩쌩하게 팔딱거린다. 이로써 비량은 오늘 교훈을 하나 얻었다. 잘못하면 빠르고 순순히 반성을 하는 게 맞는 모양이다! 유치원생도 아는 당연한 상식을 오늘 처음 배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게 우습게 보이지만, 그간 머리로는 알았어도 오늘만큼 마음에 와닿은 적은 않았어서 말이다. 처음부터 잘못 안 할 생각은 끝내 하지 않는다는 게 괘씸해도 깨달은 점이 있으니 다행이라 봐 주자.
"바보는 감기도 안 걸린다는데 아프면 외려 지성을 증명한 셈 아니냐!"
이렇게 말하면 건강한 평상시의 자기 자신을 바보라고 인정한다는 뜻이 되는데. 하는 짓을 보면 바보 맞는 것 같으니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지금처럼 사람을 한 번만 물어보자며 들이대는 짓거리가 충만한 지성이 느껴지는 광경은 아니니까……. 그는 수월하게 한 입 하는 데 성공했다! 제대로 물었다기보다는 '와앙'이나 '냠' 같은 표현이 어울리게 입만 대고 마는 정도였지만. 정말로 팔을 내어줄 거라곤 생각 못해서 바보짓을 한 당사자도 꽤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정말 깨물려 주면 어떡해!" 그대로 몇 초간 멍청하게 있던 것도 잠시, 그는 입 떼고 제 허벅지까지 팍팍 쳐 가며 크게 웃었다.
"나도 모르지! 그래도 네 덕에 진정 즐거웠으니 된 것 아니야."
덕분에 즐거워서…… 아마도 행복한 것 같다. 바로 이 순간도 그러하고 이제껏 언제나 그래 왔다. 행복이니 인연의 소중함이니, 그런 것이 무엇인지는 여태 잘 알지 못했고 지금도 사실은 막연하다. 하지만 이렇게나 사소하고 바보 같은 짓, 서툴지만 다정함이 드러나는 행동만으로도 진정 기쁜 마음이 들게 하니 이것을 행복이라 일러도 좋으리라. 그렇기에 이런 망종마저도 하네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는 하네의 미소를 보고 짓궂은 소리를 하는 대신 천연스레 말했다.
"저기에서 하는 것 같은데? 얼른 가자!"
소매를 끌면서 빨리 가자며 난리다. 걸음을 빠르게 옮겨서 탁 트인 강가에 멈추어섰을 무렵 먼 하늘 건너편에서부터 가느다란 불줄기가 느릿하게 솟아올랐다. 새까만 하늘로 오른 그것은 점차 흐릿해져 반짝 사라지더니, 펑! 시원한 굉음과 함께 한껏 부풀어 하늘하늘 떨어져내렸다. 불꽃놀이의 서막이 이제 막 올랐다. 화려한 불길이 연이어 밤하늘에 솟아오르는 동안, 그는 하네에게 슬며시 몸 기울이고 속닥거렸다.
"안 보이면 목말 태워 주랴?"
정말이지 한시라도 안 놀려먹는 때가 없다! 얼른 눈 찡긋거리며 그가 히히 웃고는 덧붙였다.
케이주도 어서 오세요! 그러니까 음. 가급적이면 이제 빨리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목요일 0시가 되면 정말로 얄짤없이 끊어버릴 생각이거든요. 그리고.. 다음 이벤트부터는 조금 기간을 변경하는 것으로 할게요. 그렇다고 막 월요일 0시에 끊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길게 하니까 약간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보니.. 화요일 0시에는 마무리를 하는 쪽으로. 그러니까 하루 정도의 기간만 더 주는 쪽으로 바꿀까 싶어요.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하고, 젓지도 못하고 가만 있습니다. 긍정하기에는 칭찬에 그렇다 고개 끄덕이기 민망했고, 부정하기에는 아저씨보다 더 살뜰하게 지낸다는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약속부터가 아저씨가 술 마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해버려서, 술 마시지 않는 대신이라는 조건을 걸어서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부정해버리면 아저씨가 더 살뜰하단 게 되고, 그럼 또 술 마실 지도 모릅니다. 학생 신분으로 있는 동안은 안 된다고요! “......신을 벌레 잡아달라고 불러도 되는 거예요?” 고작 벌레 잡아달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아저씨가 눈에 힘을 꼭 주고서 말하니 되려 눈을 깜빡거리며 당황하게 됩니다. 목소리를 낮추고서 물어봤지만, 된다는 말이 나와도 아저씨를 부를지 모르겠어요. 아, 아니면 역시 부탁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학교에 같이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아저씨는 부탁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것 같아 내심 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우선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쉽고 간단한, 하지만 불편한 일이 있을 겁니다.
“거짓 반성이면 다시 뺏어갈 거니까요.”
그래보이지는 않지만요. 아저씨는 정말 닮고 싶을 만큼 감정에 솔직하시니까요. 아까 그게 전부 거짓이었다고 하면 아저씨는 지금 학교에 다닐 때가 아니라 인간계에서 대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주는 스티커가 뭐라고, 이 스티커 하나하나에 희비가 오가는게 고맙기도 하잖아요. 저야 이 스티커를 모으는 의미가 있지만 아저씨한테는 무슨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겠고요.
“그러면 지금 바보됩니다. 그리고 지성의 증명은 그런 걸로 하는게 아니거든요!”
아프지 말라는 말을 직접 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이러다간 문안 받고 싶다고, 지성을 증명하겠다고 한 번 앓아 누우실까봐 걱정됩니다. 신에게 인간들이 먹는 약이 통하는 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아파버리면 어떡해요. 증상만 감기같이 보이지 다른 큰일이면 더욱 안 됩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바보가 낫잖아요. “......끝이에요?” 물리겠다 싶을 때 딱히 통증은 없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느껴지지 않는걸까 싶어서, 조심스레 눈을 뜨고서 제 팔을 보면 물려있긴 했어요. 깨무는 시늉 정도였습니다. 아저씨의 장난에 크게 당한 모양이예요. 겁 먹었던게 무색하지만 저 말을 아저씨가 할 건 아니잖아요! “팔 안 내밀었으면 다른데 물렸을 지도 모르잖아요! 아저씨가 물어놓고!” 정말로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입술도 삐죽거리고 맙니다.
“...제 덕이에요?”
웃는 모습 보이는게 어색해서 늘 숨겨왔던 건데, 숨기지 않아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보이게 웃어도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순간에 바뀌지는 못 하겠지만,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입꼬리를 눌러두려고 힘을 주지도 않았고, 손으로 입가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손도 제자리에 있었고, 아까처럼 크게 웃는 것 같지는 않지만 입꼬리도 조금 올라갔습니다. 손가락으로 찔렀을 때보다도 작지만, 그래도... 뿌듯하잖아요. 히히 웃는 소리도 내버릴 것 같은데 그건 아직 조금, 부끄러우니까 참아요.
“됐거든요. 잘 보입니다.”
소매가 끌리는 대로, 아저씨가 가는 속도에 맞추어서 걸음을 떼다가 멈추면 불꽃놀이가 펑 터져오릅니다. 오늘은 별이 많이 보이는 날 같아요. 등불을 띄운 강가도 별 같았고, 불꽃놀이도 화려하게 하늘에 피었을 때는 마치 별 같으니까요. 또, 아저씨 눈도 그랬어요. 반짝반짝했으니까 별 같습니다. 물론 정말 불꽃이라도 일으킬까 싶은 모습은 두 번 겪고 싶진 않은데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아저씨가 장난을 쳐와서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최종 평가라는 말에 눈을 깜빡입니다. 아저씨라면 또 칭찬 세례를 할게 뻔하니까 그렇더라면 말로 듣는 것보다는 스티커가 나아요! 별점 처럼요. 나쁜 말은 추후에 고칠 수 있게 제대로 듣는 편이 좋지만요. 아저씨에게 제가 갖고 있는 스티커를 건넵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물어볼 걸 그랬나. 사에가 당장이라도 넘어올 것만 같아 귀를 활짝 열어두었다가, 수틀리자 수작 부리려고 했던 것 숨기지 않고 칫 혀를 찬다. 평소 같았으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플랜 B로 넘어갔겠지만 수업은 계속 들어야 하니 거울을 바라본다. 물론 순순히 시키는대로 할 리 없지. 그는 거울을 통해 사에를 보려고 했으나…… 곧장 컷 당했다. 사에는 거울을 통한 시선까지 차단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 예상한 거야? 내가 그렇게 알기 쉬운가."
그래. 기상천외한 장난질 나올 때만 빼면 대체로 엄청 알기 쉽다. 바뀐 설명을 듣고서는 그럭저럭 자세 교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쓸데없지만 신경쓰이는 궁금증이 그를 강타한 바람에 집중력이 반토막이 나 버렸다. 과연 나는 횡격막이 있는가? 겉으로 보이는 웬만한 것들은 다 있지만 그 안에 횡격막이나 쓸개 같은 비교적 사소한 장기들이 있을지는 생각 안 해 봤다! 그걸 느끼기도 무엇하고. 아니, 애초에 본형은 만져지지도 않는 모습인데 과연 '실체'의 기준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딸꾹질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럼 역시 없는 건가……. 정신이 딴데로 팔려 버렸으니 더 이상 진행하기에 그른 건 그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봤는데 나도 진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한 번 확인해 봐야겠어."
……확인할 방법이 뭘지는 구태여 묻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그도 이렇게 저렇게 하던 자세 풀고 편하게 양반다리로 돌아왔다. "안 해봤다니까. 내가 원래 좀 잘해서." 잘난 체 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기고만장한 소리다. 허세는 아니라도 프로 앞에서 건방지기도 하지. 양심도 없고 겸양도 없는 신이지만, 그래도 비량은 잘해준 데 대한 은혜만큼은 알았다. 그는 사에를 바라보며 예의, 아니 이번에는 감격의 뜻을 잔뜩 담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해 보였다.
"어쨌든 가르쳐줘서 고마워! 음, 기분 좋아서 그런데 뭐라도 해줄까?"
다시 말하는데, 그는 뭘 받거나 기분 좋으면 이것저것 갖다 퍼주기 좋아하는 신이었다. 물론 괜히 뭘 하겠다며 사고를 치는 것보단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보답이 될 것 같지만 말이다…….
하네: 146 놀랐을 때의 반응은? 웅크러든다. 정도에 따라서 움츠러들고 웅크리다 아예 쭈그려 앉아버리기까지. 왠지 답변한 적 있는 기분인데..... 🤔
180 캐릭터의 손의 특징은? 쇼핑몰이 다 그렇듯 옷만 팔진 않으니까, 손을 찍을 일도 있어서 꽤나 관리를 해주고 있어. 네일할 일도 종종 있으니. 학교에서는 그저 잘 다듬은, 악세사리 없는 손톱과 손이겠고...... 늘 핸드크림 향이 난다 정도? 향도 딱히 취향은 없어서 아무거나 쓰니 무슨 향인진 모른대. 🤗
044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가정식 아닐까 싶은데, 사실상 귀엽게 만들기를 잘 하는 편 아닐까 싶어. 고로케 동글동글하게 빚어서 눈코입 달아주고 그런거. 🤔 원래 안 했었는데 한 번 해줬을 때 가족들이 좋아해주길래 가끔씩 해버릇하다보니 습관 들어서는 꾸며만들기 시작했대. ☺️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오랜만에 진단 해볼까 싶어서 해봤는데 이전에 했던 진단인데도 기억이 흐려져서 다른 답을 했을까 걱정된다........ ☺️....... 그러니 다들 자주 진단하자........ 수동적으로 진단 요구하기. 😊
>>464 잡담이라니 진단해주거나 썰 풀어주느냐고 조르려고 했는데 들어갔구나. 🥲 늦었다.........! 캡틴 잘 자고 좋은 밤 보내. 푹 쉬어. 😴
그는 가볍게 어깨 으쓱거리기만 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위엄이나 체면 따위를 신경썼다면 하네가 아기였을 적에 머리카락 쥐어뜯겨 주지도 않았을 거다. 지금처럼 고작 스티커 한 장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가치 없을 선물에 일희일비하지도 않았을 테고.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 줬다 뺏기는 한 번이면 족하잖느냐!"
아니, 물론 가짜 반성은 아닌데! 한 번 압수당해 보니까 위기감이 장난 아니다! 그는 아까 전에 그랬듯 또 다시 손등을 착 가리고 하네가 닿지 못하도록 손을 높이 올려 피했다. 뺏길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싶어야 슬그머니 다시 내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을 거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슬쩍슬쩍 하네의 눈치를 살피는 행동만은 한동안 포기하지 못했다. 무슨 둥지 털린 다람쥐도 아니고…….
"……방금 논리의 허점을 파악하지 못했으니 바보 맞구나."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뱉다 보니 지금 같은 문제가 생긴다! 그는 아차 싶어 입을 작게 벌렸다가…… 그다지 틀린 사실도 아니니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잘난 체하고 우쭐하기 좋아해도 머리 좋다 으스댄 적은 없으니 말이다. 이만하면 인간미지. 인간도 아니면서 인간미를 논하려니 우스워도, 덕분에 아픈 상황을 가정할 생각은 싹 날아간 듯했다. "짐승도 아닌데 세게 물겠느냐! 나 그래도 지성인이거든!" 이제는 또 오해 받을 만한 짓 한 주제에 덩달아 억울해서 펄쩍 뛰었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이 조금 심한 장난을 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던 모양이다. "그…… 다시 반성할까요?" 에잇! 그는 두 눈 꼭 감고…… 아니, 차마 완전히 감지는 못해서 슬그머니 실눈 뜨고, 하네에게 손등을 내밀었다. 반성은 스티커로 하겠다는 뜻인가 보다.
"말했잖느냐. 네 하는 행동이 예쁘다고. 너는 아니래도 나는 그렇다. 그러니 덕분이지."
바로 이 순간, 이제껏 언제나, 또 다시 지금처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을 오늘은 많이 보는 것만 같아 괜히 엉뚱한 짓 하게 된다. 사람은 기분이 들뜨면 본능적으로 반대의 감정 작용이 함께 일어난다고 했었나? 이런 상황에 왜인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도 비슷한 결의 작용인 모양이다. 그는 말 끝내고는 하네가 아직 대꾸도 하기 전에 "아무튼 어르신이 그렇다면 그렇다고 알아 들어!"라며 얼른 덧붙여 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떠오르는 불꽃은 점차 늘어가고, 형형색색의 모양과 빛으로 타오르며 사그라들었다. 어지러이 얽혀드는 그 광경을 올려다보다 따끔하게 느껴지는 시선에 옆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둑한 와중에도 멀리서 밝아오는 불꽃이 드문드문 빛을 밝혔다. 하늘에서 불꽃으로 번뜩이는 조명 아래 건네지는 물건은, 아무리 봐도 그 스티커인데. 이어지는 말에 그는 또 펄쩍 뛰기부터 했다.
"진짜?!"
주고 싶은 만큼? 그거라면 당연히 여기에 있는 것 다 가져다 쓰고 당장 새 스티커 사 와서 붙이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역시 그건 별로겠지. 너무 과하면 오히려 의미 없기도 하고. 그는 스티커를 받아들고 침음하며 오래 고민했다. 이러다 불꽃놀이 구경 다 놓치는 건 아닌가 몰라. 으음, 흐음, 아주 요란한 소리 다 내다 드디어 결심했는지 몇 장을 떼어내 하네에게 손 달라 말한다. 손을 내어 준다면 손등에 네 개를 붙였을 것이다. 아까 전에 까불다 하네에게 압수당했던 한 장이 붙은 손에 네 개를 더 붙였으니, 오늘 그가 받았던 다섯 장과 꼭 같은 수였다.
"내가 다섯을 받아 그렇게나 좋았으니 너도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다. 개수보다는 의미가 더 중요해!"
손등을 가리는 걸로도 모자라서 손을 높이 올렸습니다. 이러면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스티커 빼앗길까 지레 겁먹은 것처럼 보여요. 의심하거나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틱틱거려버려서, 아저씨가 괜히 손을 높이 들고 있을 시간을 좀 더 늘려버린 것 같습니다. 손을 내리신 후에도 계속 제 눈치를 보시는 것 같고요. 그렇게 신경쓰시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도 ‘계속 그래도 뺏어버릴 거예요.’ 같은 말이나 떠올라서 입을 다뭅니다...
“바보도 아저씨랑은 안 놉니다. 바보 아니에요.”
바보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아예 안 쓸 수는 없어서 말하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바보라고 말하지는 않도록 하기로 해서 소리내지 않아요. 아저씨가 정말 스스로 바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런 전례를 하나 만들어버려서, 심지어 그래놓고 친구라는 사이가 되어 버려서 아직도 얼마나 신경 쓰이는데요! “쑥이랑 마늘 좀 먹으세요.” ...삐죽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치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으니까 괜찮습니다. 아저씨는 제가 잘 모르는 다른 나라의 신이니까, 그런 설화가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도깨비는 깨물기를 좋아한다는 전설같은게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물린 팔을 바라보다가 거둬들여요. 팔이 보이면 아저씨가 계속 생각할 것 같아서였어요. “됐거든요.” 삐죽거려놓고 금방 아무렇지 않아하기는 또 민망해서 이런 말투예요. 아저씨가 내민 손등을 꾹 밀어냅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아무 일도 없었어요! 계속 숨기려고만 했어서 웃었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하고,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괜찮으니까 조금 용기가 났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저씨는 오래 본 만큼 남들 앞에서 웃는 것보다 조금 더 쉽게 웃을 수 있고, 어릴 때라고는 해도 제가 웃는 걸 본 적도 많으니까 괜찮은 걸 수도 있지만요. 그것보다, 지금은 웃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는 칭찬이 부끄러운게 문제입니다. 아저씨는 뭐가 그렇게 예쁘고 귀엽게만 보이시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칭찬일색이라서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아요.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대꾸를 못하게 되어서, 고개 숙여서 감사 인사만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대답을 하기에는 아저씨의 말로 부정은 이미 막혀버렸고, 긍정만 남았으니 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 긍정을 할 수가 있어요! 스스로 제가 하는 행동이 예쁘다고 어떻게 인정해요! 상상만 해도 귀가 화끈거리는 것 같습니다...
“네에.”
‘진짜?!’ 하고 되물으시면 끄덕이는 고개와 함께 답을 했습니다. 손등에 스티커를 붙여줄 때까지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기다렸어요. 아니, 고민을 끝낼 때까지요. 하나도 안 붙여주실 수도 있으니까요. 하늘에 여러 색의 불꽃놀이가 타올랐다가 사그라드는 동안 세상도 비추는 색깔에 따라 다른 색을 띠고는 합니다. 몇 번이나 색이 바뀌었는지 세지는 않아서 모르지만, 이내 아저씨가 손을 달라하니 손을 내밀었어요. 몇 개를 붙여주실지 손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나만 받아도 기뻤을텐데 네 개나 받았습니다! 아니, 다섯이에요! 이미 제 손등에 하나 붙은 것까지 합해, 제가 아저씨에게 준 것과 같은 갯수를 주신 거였어요. 그만큼이면 분명, 제가 스티커 다섯을 붙여주었을 때 무슨 잘못을 한게 아닐까 걱정셨으니까 그만큼 좋았단 거겠지요. 무사히 잘 성공한 것 같아서, 들떠서 웃어버릴 것 같지만 입꼬리에 힘을 주어 참습니다. 부끄럽다는 이유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평가를 끝까지 듣기 위해서였어요. 마냥 들뜨기에는 싫은 점도 들어야 하니까요. 손등에서 아저씨를 다시 바라봅니다.
엎지른 우유처럼 자글거리는 불꽃이 하늘로 흩어졌다. 모래에 남겨진 조개껍데기를 흉내내며 검은 베일에 총총 박힌 별들. 실낱 같은 구름 사이로 온갖 빛들이 반짝거린다. 불꽃이 덮은 하늘은 붉은빛으로 물들다가 금세 푸르게 변했다. 떨어지는 빛을 받아 그녀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미야나기는 점점 하루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슬퍼졌다. 아마 앞으로도 살아가며 이날을 줄곧 곱씹겠지. 영원히 닿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금빛 소년기처럼. 자신은 평생 이 별들의 자장가를 잊지 못 하겠지만, 케이는 오늘을 기억이나 할까? 남들에게는 별달리 특별한 일도 아닐 테다. 그녀를 등져 강물을 바라보던 케이가 문득 자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미야나기의 단상도 잠깐 끊어졌다. 그의 어투는 조금 진지하게 들린다. 유성처럼 추락하는 불꽃을 따라 푸른빛으로, 붉은빛으로 시시각각 물들던 그녀의 얼굴이 점차 굳었다.
“잠깐. 잠깐만요. 그, 그냥 말하지 마세요.”
그녀가 한 발 뒤로 물러나며 한 손을 들어 둘 사이를 막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겨우 한 마디 들었을 뿐인데 선득한 불길함이 그녀의 심장을 스친 것 같았다. 왜?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미야나기가 한참 뒤에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절반 정도는 무슨 말인지 채 이해조차 안 돼 횡설수설하다.
“뭔가 내가 잘못한 게 있었어요? 또 내가 나빴어요? 미안해요. 어떻게, 겨우 만났는데······. 소원 지금 말해도 돼요? 우리 그냥 이대로 있어요. 지금처럼. 나 미워하지 마요.”
어린아이가 조르듯 간절한 목소리다. 이토록 지금 불안하기만 한 건 그만큼 그가 소중해서일까? 확실한 건, 미야나기는 케이마저 자신의 적이 되지는 않기를 바랐다.
하늘을 불꽃이 수놓고 있음에도 케이의 시선은 사에를 향하고 있었다. 속인다, 까지는 아닐 지도 몰랐다. 하지만 케이는 어느 정도 이유 모를 부채감 같은 걸 가지게 되버렸다. 아니면 제 정체를 밝히고 차리리 사에가 자신을 떠나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에게 미야나기는 배우, 자신은 관객인 것이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울 것 같은 표정의 사에를 보며 이미 늦었음을 직감해 버렸다. 횡설수설하게 뻗어오는 말에 케이는 눈썹을 늘어뜨리고 달래듯 말을 건넨다.
"...미안해요. 이 말부터 했어야 했는데. 후배님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나쁜 것도 없고, 미안할 것도 없어. 난, 한 번도 미야나기를 미워해본 적 없으니까. 오히려 신기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해."
케이는 한 발짝 다가가며 사에와 자신 사이에 벽처럼 세워진 손을 잡아 내리려고 했다.
"나는 변하지 않아. 사실을 알면 그대가 변하겠지. 나를 두려워하고 멀리하고 싶어질 테니까."
포탄처럼 터지는 불꽃이 귓가를 태워 먹먹한 기분이다. 붉게 짓물리는 눈가와 코끝은 어둠이 장막처럼 커튼을 드리워 가려줄 테니 그나마 안도했다. 침묵, 그게 저를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인간은 언제나 진실만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때로는 모르는 것만 못 한 사실들도 그녀의 생에 있었다. 미야나기는 차마 상자를 열 수가 없다. ······아니. 상자에 대한 권한이 그녀에게 없었다. 열지 말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니. 그런 건 애초애 불가능한 일이다. 고개 숙인 얼굴은 바닥을 향해 일그러져 있다.
“······언제부터. 내게 언제부터 선택이라는 게 있었지? 어떤 일이 닥치든 난 항상 기다려야만 했어. 늘!”
목소리에 담은 감정이 분노인지 설움인지 모호했다. 눈앞의 그림자는 분명 다정하고 상냥하다. 기다리게 하는 대신에 먼저 기다려 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과분한 고념이다. 미야나기는 그런 호의를 받을 만한 사람이 전혀 못 됐다. 선택이란 건 해본 적 없고 할 수도 없다. 차라리 뭐든 강제 당하기를 바랄 정도로. 붙잡힌 손은 애초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맥없이 아래로 끌어내려졌다. 동시에 미야나기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 위로 파랗게 타오르는 불꽃이 빛을 밝혔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아마 흐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야 알 것 같아. 당신이 누구인지. 그래서, 그렇게 그 이야기를 자주······.”
어째서 몰랐을까. 그동안 이토록 가까이에 있었다. 두려운 건가? 멀리하고 싶은 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결국 변해버릴까? ······잘 모르겠다. 여전히 적이 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밖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죠. 돌아갈까요.” 원래 그랬다는 듯 태연한 목소리는 미약하게 떨리고 있다.
이미 노인들도 쓰지 않을 법한 말투를 구사하는 주제에 중간중간 섞이는 어휘가 어째 요즘식으로 저렴하다. 평소에는 찔리는 게 있어서 제 발 저리곤 했는데, 이제 보니 찔리는 구석 없으면서도 괜히 수상하게 구는 재주도 있었던 모양이다. 안심이 되고 나서야 그는 슬며시 손 내리고는 다시 쫄래쫄래 가까이에 딱 따라붙는다.
"응? 아니다. 이제 보니 바보란 핑계를 대는 것이 두루 편하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바보를 하는 쪽도 어쩌면 나쁘지 않겠군……."
이른바 컨셉으로 삼아버리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지금껏 평생을 꿋꿋하게 '못말리는 이상한 자식'으로 밀고 나가고도 잘 사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데……..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본인이 이미 충분하게 바보 같다는 걸 알려나 몰라. '반성할까'라며 하찮게 굴었던 건 그새 없었던 일이라도 되는지, 그는 대번에 당당해져서는 하네의 이마를 장난스레 손가락으로 꾹 누르려 했다. "내 평생 먹은 마늘이 네가 이제까지 먹은 쌀보다 많을 거다." 와, 진짜 엄청 꼰대 같은 발언! 그러나 반박하기엔 이 아저씨 나이 네 자릿수니 별 수 없다…….
하네의 얼굴을 보며 그도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평소 같았더라면 지금 같은 때에 딱 짓궂게 굴기나 했을 텐데, 이번에는 왜인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껏 직감을 따라 살았던 신답게 그는 막연한 느낌을 따르기로 했다. 다시금 솔직해지고자 용기 낸 아이의 세심한 사유를 방해하기보다는, 이렇게 번쩍이는 하늘 밑에서 스티커를 주고 받는 편이 더 나으리라. 약간의 비평도 곁들여서 말이다.
"그런 게 있겠느냐! 평가는 농담이야. 같이 즐거우면 되었으니 싫은 것은 없어."
아니, 좋은 점만 말하고 싶었으니 비평은 못 된다. 그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열성스레 부정했다. 애당초 즐겁게 놀러 나온 날인데 평가가 왜 필요하겠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평가라는 말 하지 말걸. 농담이라 해도 단어 선택을 조심할걸 그랬다! 그러나 후회는 이미 때늦었기에 후회인 법.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얼굴을 마주하며 그는 또 한 번 침음했다.
"음, 그래도 비판이 필요하다면! ……난 억빠나 하련다. 네가 뭘 하든 예쁘다 장하다 한 경력이 벌써 17년이야……. 어떻게든 잘했다 해 줄 테다!"
비판하지 않으려는 생각은 제대로 말하고 싶었는데, 생각하다 보니 그냥 말하기 싫어졌다! 결국 늘 하던대로의 주책맞은 소리나 하고서는, 그가 하늘을 가리키며 다급한 투로 말했다.
"에이, 몰라! 우선 저거나 마저 보자꾸나! 좋은 장면 다 놓치겠어! 얼른!"
말 돌리려는 이유만이 아니라 진심이기도 했다. 대화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불꽃놀이를 제대로 못 봤다! 하네가 얼른 위를 보지 않았다면 본인이 손수 고개까지 번쩍 들게 해 주었을 것이다. 아, 정말. 조금 훈훈해지려나 싶어도 끝까지 가는 법이 없다. 마무리는 역시 엉성하지만 세상사 원래 다 그렇게 굴러가는 법. 비록 놓쳐버린 장면이 길었어도 불꽃놀이는 아직 절정에 절정을 거듭하고 있었다. 구경에 전념하느라 한동안 말이 없던 그가 문득 물었다.
"나는 즐거웠단다. 우야, 너는 즐거웠니?"
그리고 대답도 듣기 전에 불쑥 손으로 하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려 했다. 해도 졌고 행사 거의 다 끝났으니까 이제 쓰다듬어도 되겠지! 역시나 또 마지막이 얼렁뚱땅이다!
// 이렇게 막레로 받아도 되고 하네주가 막레를 줘도 되고! ...그런데 막레 주기엔 내가 너무 늦은 것 같지...🥲 아무튼 마츠리 일상 엄청 즐거웠고 하네주도 수고 많았어~!!! ヾ(๑ㆁᗜㆁ๑)ノ”
아~ 완전 여유롭게 낮에 답레 올리기 쌉가능이지~😎 ←이러고 있었는데 역시 현생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것이었고.... ◠‿◠ 그렇지만 막레는 쓸 수 있었으니까 다행이야~ 다들 안녕안녕!!! 이번주 절반이 벌써 휙 지나갔네! 다들 이번주도 잘 보내고 있었어? ( •̀∀•́ )✧
이건 회사의 문제일까요 제 문제일까요... 후후후후후후후... 우히히히히힛 으헤헤헿!!!! 이따위 오류가 뜨는 게 10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서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믿겨지십니까..!? 내일.. 내일까지만 갈리면 모레 미라전을 보러 간다.....(부릅) 다들 지듣노 멋져요!!! 오늘 제 노동요로 듣겠읍니다!
저어가 원래 신화나 전설 같은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고등학생 때 국립박물관 입장료가 무료라는 거 알고... 졸업하고서 툭하면 국립 박물관에 갔었어요. 거기 조각이나 전시품에 있는 신화 생물들 보는 게 좋아서:3 이번 미라전은 단 하나.. [사자의 서] 때문에 갑니다!!!!!! 기다려라 사자의 서! 두 눈에 널 담기 위해 내가 간드아!!!!!!
케이는 숨을 내쉬었다. 불꽃놀이는 누군가에게 무척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겠지만, 아니 자신의 말이 아니었다면 눈 앞의 이 또한 기분 좋은 마무리 혹은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었다.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고 혹은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선택지를 제시하는 척 하면서 이미 자신이 말을 꺼내는 순간 그것은 선택이 아닌 통보였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결국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마는 것. 그것은 본래 자신이 신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러게요.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어느새 불꽃은 멈추고, 케이는 사에의 떨리는 목소리를 모른 체 하며 걸음을 옮겼다. 마치 아무 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그대로 있자는 그 소원처럼. 하지만 그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코타로를 포함한 수많은 미야나기들 중에서도.......
막레............ 일단 사에의 즐거운 여름 축제의 마무리를 원치 않은 사실 직시로 끝나게 되어 참으로 유감스럽고...... 사에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만. 이게 모두 다 고집스러운 케이와 그걸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케이주의 불찰로 인한 것임을 알고 깊이 사죄를.......(도게자) 사에주 바쁜 일정이 있었지만 괜한 축제 찌름으로 인해 무리하지 않았을까 심히 걱정되는데, 같이 어울려줘서 너무 고맙고 수고 많았어!!!!
>>544 옛……??! 내 내내가 글을 대박 너무 못 썻나 바 사에 씨 케이 전혀 안 무서버하고 잇습니다…. ㅇ>-< 진짜 무서웟으면 튀거나 기절 거의 직전 머 그런 상태엿을 텐데… 네… 안 무서워하고요… 안 시러합니다 그랫으면 지문에 확실히 못 땅땅 박앗음 (눈물줄줄) 오히려 나야말로 개똥같은 텀 견뎌줘서 진짜 고마웟고… 갓페어 갓설정 같이 짜줘서 고마웟고... 찔러줘서 고마웟어…!!! 🥹🥹
아무튼 나는 다시 백년천년 미룬 다른 답레를 쓰러 사라쟈보께... ^-ㅠ 온 참치들 안녕!!!!
쥰주는 언제나 고생을 했어.... ᵒ̴̶̷̥́ ·̫ ᵒ̴̶̷̣̥̀ 잘 다녀와야 해.....(손수건 흔들)
사에주랑 케이주도 일상 수고했어~ 드디어 정체를 알게 돼서 엄청 팝콘 씹으면서 봤지만... 재미있는데... 가슴이 박박 찢어지는 건 같아....(⸝⸝o̴̶̷᷄‸o̴̶̷̥᷅⸝⸝) 사에야... 케이야...............
>>536 음~ 그렇게까지 열의 있게 보는 건 아니라도 의외로 이것저것 꼼꼼하게 잘 구경하는 편! 잘 만든 작품은 심미적으로 좋으니까 그럭저럭 좋아하거든~ 그렇지만 작품의 정교함보다는 의미에 예술성을 지니는 현대미술 같은 건 잘 몰라... 보편적인 정서도 잘 모르는데 의미를 찾고 만들어가는 하는 예술은...😔
>>549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주 잘 챙겨본다는 느낌이로군요. 뭔가 전통어린 그런 것을 좋아하고 현대적인 것에는 조금 덜 관심을 가지는..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본에서 과거에 조선에서 약탈해온 문화재 이런 거 전시된 거 보면 어떻게 느낄지도 궁금해지네요.
언제나 느끼고는 있지만, 아저씨가 건강해서 다행이에요. 몸이 튼튼하다는게 아니라 마음 이야기입니다. 아저씨가 스스로 바보라고 여길까 걱정했던게 바로 사라져버렸어요. 바보인 척 하는게 나쁘지 않다고 말씀하시니,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는 말은 정반대였지만... 그런 아저씨니까 제가 이렇게 굴고만 있어도 같이 옆에 있어주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늘키다리아저씨후배어르신깜찍이도깨비비아저씨.” 이마를 꾹 눌리면 눈을 꼭 감았다 뜹니다. 나이 이야기를 하면 전 절대로 이길 수 없어요. 치사한 기분에 입바람을 후 불어서 앞머리를 날려버렸습니다. 앞머리가 헝클어지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는 기분이에요. 어차피 땋아둔 머리도 느슨해져서 삐죽삐죽 튀어나온지 옛날입니다.
“아저씨는 그러다 비밀 연구소에 잡혀갈 겁니다.”
잡혀가길 바라지는 않아요! 절대로요!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저런 말을 해버린 이유는, 여지껏 그래왔던 이유와 같습니다. 부끄러워서가 전부인 이유예요. 뭘 하든 예쁘다 장하다 잘했다 해주셨던 건 알지만 평가라고 해놓고서 평소와 같으면 어떡해요. 평가라는 말도 농담이었다 해버리시고, 이래서는 또 칭찬받은 것 뿐이예요. 뿌듯함과 부끄러움이 둘 다 가득 차버리면 멀미라도 하는 것만 같아집니다. 크게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 돛단배 하나 띄우고서 항해를 떠난 느낌이에요. 평가일 줄 알고서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평가가 아니게 되고 칭찬만 들리니 결국 고개가 점점 숙여집니다. 정말로, 신이면서 저렇게 아무한테나 잘 해주시기만 하다가는 어쩌다 큰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신이라는 걸 들켜서 비밀 연구소에 잡혀가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아저씨는 좀 조심할 필요가, 매우 많이 있습니다.
“인형 아닙니다...”
불꽃놀이를 보지 못하면 아쉽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을텐데, 아저씨는 제 고개까지 손수 직접 들어주십니다. 아까처럼 번쩍 들어올리지 않은게 어디인가 싶어져요... 이제는 제 의지로 고개를 들고서 위를 바라봅니다. 불꽃놀이는 터지는 소리도 색도 화려해서 시선을 사로잡아요. 흘끗 옆을 바라보면 신에게도 불꽃놀이는 화려한 모양이에요. 구경에 전념이신 것 같아, 다시 하늘을 바라봤을 때 들려온 아저씨의 질문에 웃을 수 있습니다. 아까 웃지 못하고 입꼬리를 눌러둔 몫이에요. 아마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몰래 웃어요. 웃는 방법을 까먹은 듯 어색하게 구는 얼굴 근육에게 이렇게 웃는 거라고, 그렇게 웃었던 적이 있다고 알려주는 듯 합니다. 눈이 웃는 방법을 까먹은 것처럼 구는 것 같아요.
“오늘 웃은 만큼이요.”
오늘은 정말로 많이 웃었는 걸요! 아마 다섯번은 웃은 것 같아요. 아저씨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웃었던 표정은 금방 지워버리지만 혹시라도 다른 표정을 지을까 신경쓰며 굳지도 않았어요. 아저씨 덕이 많이 크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기라는 목표는 잘 달성한 것 같습니다. 이제 안전 귀가만 남았어요. 아저씨를 집에 잘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 막레 세이프—! 🤗 린주야말로 엄청 수고 많았어. 하네주라는 사람.......... 텀도 느렸고 못 온 날 도 있고 한데 즐겁게 돌려줘서 고마워. ☺️
>>551 앗아 전통만 좋아하는 건 아니구~ 현대 미술 중에서도 와방 멋진 묘사! 강렬한 감각! 끝내주는 작품성! 같이 잘 와닿는 건 좋아해. 그렇지만 추상적이고 맥락을 통해 감상해야 하는 예술은 엥? 그게 뭔데 긁적...👀
어...? 그거 문장만 봐도 내 안의 각시탈이 울부짖는다...나였으면 난동 부리고 욕하다가 경찰에 잡혀가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 아저씨는 그... 아무래도 인간이 아니고 성격적으로도 내 일 아니면 알 바 아님~ 주의다보니까... 우와 이자식들 많이도 쌔벼갔구만~ 이러고 그냥 치우지 않을까🤔
야호 막레 받았다!!!!!! 나야말로 그렇게 빠른 텀은 아니었는데 잘 받아줘서 고마웠다구~ 하네가... 이번에 많이 웃었다니 나 너무너무 행복해....🥹🥹🥹🥹 벅차오르는데 내 부족한 어휘로는 하네는 아기천사라는 말밖에 못하는구나... 하네는 아기천사토끼클로버오목눈이야......( ¤̴̶̷̤́ ‧̫̮ ¤̴̶̷̤̀ )
>>554 아무래도 현대의 인권 개념이 들어서기 전부터 살았다보니까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인지 잘 안 와닿는다고 해야 하나...🤦🏻♀️(고대/근대 사람들 봄...) 국가나 민족에 대한 소속감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그러나 이 오너는 가슴 속에 각시탈과 몽둥이를 품고 있지.....(?)
>>555 흠흠 사진전이랑 풍경 전시회가 괜찮을 것 같다...(메모) 내가 전시회랑은 인연이 없었어서 잘 모르지만! 추천은 고맙다구~ 사실 위에서 저렇게 말하긴 했는데 잘 몰라도 그냥 멋져 보이는 게 최고!라는 주의기도 해😏
하네는 전시회의 분위기를 좋아해. 전시회에 온 사람들보다는 작품을 보는게 당연하니까, 아무도 자신을 신경 안 쓴단 느낌이니 꽤나 멋대로(민폐를 끼친단 뜻 X) 전시를 즐길 것 같아. ☺️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모든 작품을 다 보고나면, 제일 마음에 작품을 보고서 생각난 노래를 반복재생해 들으며 그 작품 앞에 가만히 있는게 좋대.
>>560 정말 다섯번은 웃지 않았나 싶어. 🤔 웃었다는 것에 대해 무언가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지. 그러니 이것은 전부 돗가비신님의 선견지명 덕분이야. (?) ☺️ 아기천사토끼클로버오목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너무 길어—! 😇
하네도 작품을 전부 감상하는 타입이구나! 마음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니까 정말 다행이고 썰만 들어도 마음이 따땃해져...🥹 눈으로 보고 연상되는 노래까지 듣는다니 뭣보다 이 뛰어난 감성과 감상 능력이 탐난다...😲
웃는 얼굴에 반응 안 해서 진짜 다행이다... 눈치없는 아저씨지만 반응하면 다시 안 웃을 것 같아서 일부러 참았대😏 하네가 편하게 웃는 얼굴이 오랜만이라 머랄까 둔한 마음씨에도 감?명을 받아서 놀려먹을 마음 안 들기도 했구~ 암튼 뿌듯하고 충만한 일상이었어 아아 나 성불한다...😇
>>570 꺄아아악 악마 이모지를 단 하네주라니 공포 그 자체...(*゚ロ゚*) 오 그것도 유전자 버프였다니... 운동도 잘하고 감성도 좋다니 역시 유희의 길은 엄청 프로페셔널하구나 인싸는 역시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어😲 ㅋㅋㅋㅋㅋ아아니 주시면 감사하지만 뭐 이런 걸 다◠‿◠ 정서적으로 즐거웠으니까 아저씨는 이미 만족이지만! 불꽃놀이 다 보고 더 사먹었다고 칠까?🤔
>>573 아아니 일정 계획하고 개장한 것만 해도 엄청 수고 많은 건데 어딜 날로 수고 안 한 척이야!!!(?) 못된 캡틴한테는 쓰담쓰담형이다!!!
나도 내일은 새 일상 구해봐야겠어~ 멀티라서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나는 나를 믿는다!! ( •̀∀•́ )✧
>>574 하네는 웃을 때 엄청 개구장이처럼 웃는다는 설정도 있으니까. 🤔 굳이 유전자가 없더라도 육아 환경(?)이 유희의 신 오인방이라면.................. 그렇게 크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 잘 놀았을테니. 🤗 맘같아선 스티커로 전신도배해야 하는데. 앗. 그래도 되나?! 하네라면 분명 돌아가는 길에도 먹을 거 잔뜩 사와서 아저씨 집 가는 길까지 계속 먹이려고 했을 거 같긴 해서. 🧐
헉 가을마츠리에는 완벽 마츠리 모드 치아키 볼 수 있는 거야???? 어이어이 그거 완전 쩔잖아~ㅣㅣㅣㅣ ㄴ(*゚ロ゚*)ㄱ
>>576 ㅋ...ㅋㅋㅋㅋ하네가 지금 성격으로 큰 게 정말 특이한 일이 맞구나... 조용한 츤데레면서 사실 좀 노는 재능이 있다는 것도 반전이라서 엄청 좋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클로버 보호색이냐구~!!! 앗 하네주도 좋다면 그럼 오늘길에 그렇게 끝냈다고 하자!! 많이많이 사 준다면 린씨는 당연히 환영이지!!( •̀∀•́ )✧
>>577 크윽 이럴 줄 알았으면 치아키랑 진작 제대로 된 면식을 만들어 뒀어야 하는건데...!!! 아무 이유도 없이 치아키한테 간식 먹여줄 개연성을 확보했어야 하는 건데────!!!!!!
>>579 아무래도 가족들 다 모이면 하네가 제일 눈에 띄거나(난장판에서 혼자 차분해서) 아예 안 보이거나(난장판 어딘가에 휩쓸려 찾을 수 없게 돼서) 둘 중 하나일 정도니. ☺️ 앗 그럼 이제부터 돗가비신님은 햄스터다. 🤗 꼬치도 링고아메도 야키소바도 솜사탕도 오꼬노미야끼도 군옥수수도 다 먹일거야. 😋
>>580 아직 개학 안 한 방학인 타이밍이니까 괜찮아. ☺️ 회장님도 좀 쉬어야지—! 맛있게 먹어보자고. 좋아하는 음식들로 엄선하여 풀코스로 모시겠습니다. 😉
>>593 와아아아 좋아~!!! 린이하고는 처음 만나는 것이로군! 뭔가 선관 짤 수 있는 게 있으려나. 케이 왠지 한국 신 친구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아서 친구의 친구인 이도저도 아닌 선관이 떠오르긴 한데 거의 초면과 다름 없긴 하겠군.....() 여름방학이라 둘이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을까 고민되는걸?
>>595 와아와아 야호~!!!! 오 역시 케이는 발 넓은 프로 직장인이구나 대단해.... 선관 나쁘지 않아!! 그런데 친구의 친구라면 자기 친구가 아니다보니까... 자주 만나는 관계가 아닌 한 높은 확률로 린 쪽에서는 듣고 금세 까먹어버릴 것 같은데() 그런 선관이라도 괜찮을까?👀
음~ 지난번에 케이가 티벳여우 표정 지을 수 있게 힘내본다고 했었으니까..ㅋㅋㅋㅋㅋㅋ뭔가 엉뚱하게 우당탕탕하는 상황에 휘말리는 건 어때?
>>599 ㅋㅋㅋㅋㅋㅋ 린이라면 왠지 그럴 것 같지! 케이는 그럼 친구의 친구인 도깨비 신이 이곳으로 입학해 왔다더라 하는 정도로 아는 걸루 할게!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티벳여우 케이ㅋㅋㅋㅋㅋㅋ 엉뚱하게 우당탕탕한 상황 좋지. 뭔가 둘다 은행에 갔는데 갑자기 은행강도단이 들이닥친 상황이라거나(네?)(?)
>>601 아아 학생회장 얼굴도 못 알아보는 신이 바로 이 아저씨다─.(치아키 미안...) 그럼 그 정도로 간단하게 가자구~ ㅋ ㅋ ㅋ 아 아니 은행강도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황당한 상황 맞네... 그런데 그거 스케일이 좀 큰데 우리 장르 괜찮을까? 살짝 비틀어서 은행 진상때문에 업무 지연돼서 1시간째 대기하느라 표정 썩는 케이라든지...는 어때?🤔
여름 방학은 꽤나 길고 더웠다. 낮에는 집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잠을 자다가 저녁에 슬그머니 일어나 활동을 하는 야행성의 생활을 지속하던 케이는 오늘은 오후부터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대부분의 것들을 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은행 업무라는 것은 직접 해야하는 일이었기에. 그리고 은행은 4시 이후에는 영업을 하지 않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햇볕이 따갑게 내려쬐는 오후에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은행에서 케이는 굉장히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본래 은행 업무라는 것이 꽤나 기다려야 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가까이에 있는 은행은 꽤나 조그마한 곳이었고 그랬기에 창구가 두 곳 밖에 없었는데 한 창구를 진상 손님이 소리를 지르면서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하나의 창구로만 은행 업무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케이의 차례는 점점 밀려나기만 했다.
평소 인내심이 긴 케이였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이 은행 직원에게서 느껴지기도 하고, 자신도 더이상 더 기다리기 힘들어졌다. 결국 저 진상 손님과 자신이 시비가 되어 경찰을 부르게 되더라도 한 소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ㅡ여차하면 신력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했다ㅡ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이었다.
신도 자취를 하는 이상 금전관리는 알아서 해야 했다. 돈 쓸 일이 생겨 지갑을 뒤져 보던 그는 때마침 귀찮은 일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현금이 없네. 귀찮게. 필요하다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정 급한 게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인간 법으로 합법적인 돈을 쓰는 편이 더 낫기야 하니까……. 그는 겸허히 끔찍하도록 찜통 같은 공기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서기로 했다. 물론 나가서 5분만에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일 오전에 나올 걸 그랬다. 후회하면서도 꾸역꾸역 은행에 도착했을 때는, ATM이고 뭐고 그냥 에어컨 바람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원래 용건은 집어치우고 곧장 은행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그를 반겨주었다. 금방이라도 초주검이 될 것만 같았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러던 것도 잠시, 기쁘게 냉기를 만끽하던 그의 귓가에 불쾌한 소음이 내다 꽂혔다. 평소라면 달리 신경쓰지 않았겠으나……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짜증나게!
"더운데 열 내면 아저씨만 손해야. 거 진정하고 앉아서 심호흡이라도 합시다. "
다가가서 냅다 한 대 때리…지는 못하고, 그대로 그 진상을 번쩍 들어서 제 옆구리에 끼웠다. 마음 같아선 접어 버리고 싶지만 까딱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참아야지. 다 큰 어른이 소형견처럼 깜찍하게 들려 버리니 수치스러워서인지, 아니면 은행원을 상대로는 끝없이 샘솟던 용기가 힘에 밀리자 온데간데 없어진 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빽빽 소리 지르며 시끄럽던 양반이 순식간에 과묵해졌다. 그는 그대로 그 진상을 들고 한구석에 있는 대기용 의자로 향했다. 억지로 붙잡고 눌러 놓으면 얌전해지리라는 생각이었다.
"실례 좀 할게."
마침 남은 자리가 별로 없어서 부득이하게 기존 방문객의 옆자리에 앉혀 둬야 할 것 같다. 그는 먼저 앉아 있던 손님에게 조심스레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말투는 반말이었지만. 아무튼, 평소에 남의 눈치 보지 않는 그라고 해도 '소리 지르느라 땀 뻘뻘 흘려대는 시끄럽고 추잡한 아저씨'를 바로 옆에 앉히는 처사는 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Q. 여름 방학이라고 놀러 온 쌍둥이 동생이 다리에 깁스를 하고 나타났을 때 가장 어울리는 말은? A. 비명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쌍둥이 동생의 다리 깁스. 그 때, 머랭쿠키를 굽겠다 생크림을 만들고 있던 쥰은 휘핑기를 그대로 든 채 굳어버렸다. 크림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 챈 레이가 "왜 그러고 있어!! 바닥 닦아야지!" 하고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계속 굳어있었을 예정이었다. 구기부에 들어가서 활동하는데, 다리를 다쳤다며 별 거 아니라는 동생에게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는 제 동생을 부축하며 거실로 데려왔었다. 역시, 동생인 척 하고 한 번 그 운동 동아리를 뒤엎어야.... 따위를 생각하던 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지금. 그는 혼자서 동생과 같이 먹을 음료를 테이크아웃 해야 했다.
밖으로 나온 쥰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더웠다. 매우. 띠링, 소리와 함께 쌍둥이 동생에게서 메일이 왔다. 고생한다 뭐 그런 말이겠지! 하며 기대한 그는 메일을 열고 잠깐 얼어붙었다.
「좋은 쌍둥이 형은 아픈 쌍둥이 동생을 위해 시럽을 세 번 추가한 아이스바닐라라떼를 사와줄 거라 믿어♪♪o(・x・o∪ ∪o・x・)o♪ 오늘 저녁은 시소잎을 넣은 고기 춘권이 좋겠어(*´∀`) 형을 생각하는 마음 알아주기 바라+゚*。:゚+(人*´∀`)+゚:。*゚+. -影」
"........ 죽일까."
집에 있는 게 환자가 아니라 웬수가 아닐까. 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무렵, 그는 테이블에 누워있는 사야카를 발견했다.
"어...?"
같은 반 학생을 여기서 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뭐어, 그는 올 해 처음 보는 학생들이 많긴 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서도. 다가갈까, 어쩔까 따위를 고민하던 쥰이 슬그머니 사야카에게로 다가가서, 테이블에 손을 가볍게 통, 통 두드렸다.
"안녕, 키리나즈메씨."
빙긋 웃으며 쥰이 인사를 건넸다.
"덥지 않아? 방학인데 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했네. 여기 카페 자주 오는 편이야?"
자신이 일어나서 행동을 하기 전에 방금 들어온 것 같은 누군가ㅡ공교롭게도 신이었다ㅡ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대신 했다. 그리곤 그 진상을 옆구리쪽에 끼는 것을 보면서 다른 직원들 및 은행 업무를 보러온 이들과 같이 속이 시원해짐을 느꼈지만, 그가 그 진상을 데리고 자신의 옆으로 오는 것으로 인해 이내 티벳 여우 표정이 나올 뻔 했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그 신이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저도 일어나려고 했거든요.”
케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훨칠한 덩치의 젊은 남학생 두 명이 선 채로 진상 손님을 내려다보자 진상 손님은 이내 쪽수에서도 밀리고 왠지 모를 위압감에도 밀리게 되었다. 엉겁결에 자리에 앉게 된 남자에게 케이가 물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겁니까. 다시 한 번 얘기 해 보시죠.”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는 똑똑히 다 들었다. 워낙 소리가 컸어야지. 그러니까 대출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요건이 되지 않아 돈을 빌려주지 않자 땡깡을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진상은 차마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크흠, 어른들이 하는 일에 애들이 신경쓰는 거 아니다!”하며 꼰대 발언을 하고는 벌떡 일어나 자연스럽게 나가려고 했다.
"그럼 쿠로인 걸로." "쿠로...사와였나." 이번에는 색깔이 되어버렸으나. 그래도 제대로 된 것을 기억해낸 뒤에 쿠로라고 부르는 건 애칭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까? 사야카는 주문한다는 쥰을 잠깐 바라보다가 으.. 하는 소리를 냅니다. 분명 귀찮아서였을거야. 쥰의 질문에
"아직 안시킴..." 그렇지만 신사랑 콜라보한 음료는 시킨다는 건 확정이라고 한 다음에...
"디저트는 배불러." "콜라보메뉴 디저트는 2인용이라서 혼자는무리" 단품 파블로바정도를 시키면 괜찮으려나 같은 생각은 하지만 메뉴판의 디저트들은 생각보다 커보이니까. 직원호출벨을 누르고는 음료를 시키려 합니다.
아저씨를 앉혀 놓은 그는 자리를 비켜준 손님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까 말까 하는 듯싶고. 내가 이런 신을 알았던가? 골똘히 생각하기엔 당장 눈앞에 신경써야 할 일이 있어서 일단은 미뤄두기로 했다. 그보다 이 진상 손님을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똑같이 아저씨라고 지칭되는 입장에서 좀 신경쓰인다. 난 절대 이런 아저씨는 되지 말아야지…….
앉혀 놓고 그 다음에 어쩔지는 생각 안 했는데, 옆에 있던 신이 때마침 딱 좋은 말을 대신해주었다. 짜증은 좀 냈다지만 내심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었다. 아마 잘 모르는 사이일 텐데 은근히 죽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돌아온 것 말 돌리면서 도망치기다. 결국은 진상질이라 들어 봐도 별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테지만, 그래도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말을 안 하면 사람이 열받잖아!
"어른이시니 인생 조언이라 치고 좀 가르쳐 주시죠? 아, 완전 궁금해서 다리에 힘이 풀리네?"
지금 눈앞에 있는 그 애가 본인보다 열 배는 족히 더 먹었을 텐데!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킬킬거리다 급기야 진상에게 진상을 부리기 시작했다! 벌떡 일어나서 도망가려는 손님의 다리를 붙들고 바닥에 앉아버린다. 제게 불편을 줬으니 응징하려는 생각은 아니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그는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남 괴롭히기 좋아하는 괴상한 성격이라 그만……. 그리고는 힐끗힐끗 케이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거들어 달라며 눈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잘 알지도 못하는(비량의 입장에서는) 신에게 이심전심을 바라고 있으니 이 도깨비도 참 경우없다.
>>709 동짓날이라. 철저하게 나무로서의 관점으로서 특별한 날이 되는군요. 확실히 낮이 다시 길어져야 나무들은 성장의 기회가 있으니까요! 아무튼 확실히 빨리 자는군요. 아홉시라. 이 또한 신으로서의 특성인가. ㅋㅋㅋㅋㅋ 으앗! 미세하게 쪼그라들다니! 별로 티도 안날 것 같은데 그건!!
귀여운 솜인형이 돼버린 픽크루라니 너무 귀엽잖아............ 다들 하나씩 소장하고 싶어. 🥹 그리고 왠지 기분으로....... 렌즈 뺀 하네! ☺️ 사실 완전 보라색 보다는 청보라~분홍의 그라데이션이지만 구현 어려우니까....... 😊
미유키주 요이카주 캡틴 안녕, 반겨줘서 고마워. 자러간 참치들은 늦었지만 잘 자고 좋은 밤 보내. 요이카주도 조심히 들어가고 모두들 푹 쉬자. 😴
>>709 해가 다시 길어서 중요한 날이라니 너무 귀엽고 요이카스런 이유라 사랑스러워..... ☺️ 별 세는 요이카를 위해 대기질을 신경쓰는 삶을 살아야겠다. 하지만 별개로 별 안 보이는 날은 어떨까 궁금하네! 😉 미세하게 쪼그라듦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영양제..........! 🥲
>>704 이노링이다 깜찍허네~ 누가 토리누시 아니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되어 한껏 깜찍하게 등장했구나 어이구 우리 마을에 이노링이? 어툼의 오타쿠들 구마시키러 왔누?
(내가 바로 어쌔신 짤)
>>709 앗 내 쓰담쓰담은 대단한 거구나...!!!(?) 요이카주 잘자~ 자는동안 숙면하고 기분 좋게 일어나자구!! 요이카는 역시 식물... 나무 그 자체구나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회적인 의미보다는 식물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게 늘 새로워 ( •̀∀•́ )✧ 아 아니 근데 왜 줄어드는 거야 어서 식물영양제 투여해───!!!!!!
>>711 오...오마이갓..... 이 아기천사토끼다람쥐는 뭐지???? 넘넘 귀엽고 렌즈 뺀 버전 귀해서 뽀뽀 53421번 하기...😘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니까. 요이카에게는 가장 특별한 날이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하짓날 역시 요이카가 좋아하는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그리고 별 세며 요이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 왜인지 조금 쓸쓸하게 다가오네요. 미세하게 쪼그라든 건, 역시 베어진 나무이기 때문일까 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숙제였네요. 응.
잘 자아요. 모쪼록 푹 주무실 수 있길 바라요.
>>711 귀여워라.. 지금도 좋지만, 웃고 있는 얼굴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725 미유키주도 건강 잘 챙기자. 나도 건강 잘 신경쓰고 있으니까 걱정 덜고. ☺️ >>728 나랑 같이 기대하고 있자! 🤗 하네가 화이팅한대. (?) 일상은 나도 이런 늦은 시간에 구하는 거라 텀이랑 핑퐁 횟수가......... 구해지면 양해를 구하려고 했는데. 🥹 아무쪼록 미유키주가 편한대로 해줘. 😊
595 꾸중_들은_어린_자캐의_반응 진단으로 가끔 말한 적 있는데 이 아저씨의 어린시절은 꽤 스펙타클... 과격... 못됨... 성격 나쁜 야생 우끼끼원숭이였어서... 꾸중 들으면 1도 와닿지 않는 표정. dog꼬운 얼굴(짤). 몹시 말대답함. 버릇 잘못 든 어린이처럼 굴기. 욕 날림. 반항함. 떼씀. 열받는다고 물건 부수기. 나무라는 사람한테 덤빔.
뭐 이랬지 않을까🤔 물론 그 시절 비량씨를 나무랄 만한 누군가였다면 분명 고위신이었을 테니까 결국엔 반항 못하고 다 혼났겠지만. 다 끝나고 터덜터덜 구석에 들어가서 삐져 있었을걸...
151 설정_상_자캐의_이름을_지어준_사람은_누구인가 본인이 지은 이름이야~ 한동안 이름 없이 지내다가 생활하기에 번거로워서 열심히 한자 찾아서 지었어.
여기에서 여담! 공부하기 싫어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어렸을 적에는 그냥 글자를 모르고 살았었는데, 결국 이름 지으려다 보니까 울면서 공부하게 됐대... 공부하기 싫은 마음도 없어보이는 이름을 지을 수는 없다는 '가오'에 진 것이다─.
99 자캐에게_이능력이_생긴다면_어떤_능력 어...~ 이미 신이라서 초능력이라고 할 만한 게 많은데?이것저것 잡다하게 다 잘하는 신격이기도 하고... 딱히 생각나는 게 없으니까 패스!
아무튼 일상은... 내일은 연차를 내긴 했지만 뭔가 지금 새로 돌리기에는 조금 애매한 것 같기에..(시선회피) 그런고로 일단 저는 다음 기회에!
>>731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저런 표정을 짓는다구요?! 도와줘요! 고위신님!! (안돼) 그리고 스스로가 지은 이름이라. 역시 린은..(엄지척) 아무튼 이름을 짓기 위해서 공부...ㅋㅋㅋㅋㅋ 뭐, 뭔가 너무 귀여운 이유잖아요! 그거!! 사실 신이니까 이것저것 다 가능하긴 하지요! 신이니까요!
>>730 괜찮아. ☺️ 이런 시간이니 염두에 뒀기도 하고 상판보다는 당연히 현생이 우선이지. 🤗
>>731 야생 우끼끼 원숭이......... 귀엽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단어표현이 귀여워서 고위신님 옆에서 귀여우니 봐줍시다! ☺️ 했다가 연좌제로 같이 혼날 것 같아. 삐지면 어떻게 풀렸으려나. 옥춘...........? 🤗 공부하게 된 계기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심지어 그때는 한자였겠구나. 천재 돗가비신님이다! 👍
>>732 응, 늦은 시간이니까. ☺️ 내일 연차라니 부럽다.........! 🥹 푹 쉴 수 있으면 좋겠네. 맛있는 것 먹고. 😋
>>733 하네 시트와 같은 픽크루로는 이미 시트를 준비할 때부터 만들어뒀지만...... ☺️ 나도 존버중이야. 하네야............ 렌즈 다 썼는데 깜빡하고 안 사둘 일 없니..... 😉 무료나눔이라니 2838382728289919849개 챙겨야겠다—! 그리고 일상은 아무래도 그렇지. 마츠리 일상 바로 어제까지 돌렸으니까. 😊
>>735 ㅋㅋㅋㅋㅋㅋ귀엽다고 넘어가버리면 큰일나~!!! 삐지면 마음같아선 또 못된 짓...으로 풀고 싶었는데 그러면 또 혼날까봐 땅바닥만 때리면서 씩씩거렸대~ 그러다가 배고파져서 맛있는 거 먹으면 기분 좋아져서 까먹음() 대충 이런 일이 반복된 결과 기본적인 참을성은 생겼답니다 따란~🤗
>>737 지금도 이?게? 과연 어른?인가 싶지만 옛날에 비하면 사람 되셨지~ 암튼 그러니까 미유키님은 흑역사 같은 게 없으신지(썰 삥뜯기)
>>739 우와아악 그거 엄청 기대되는 말이잖아~!!!! 안경이라면 앗 실수로 안경이 벗겨졌다~ 같은 상황이라도 연출 가능한데 렌즈는...🥲 이렇게 된 이상 하네가 스스로 밝히는 상황에 주식 올인하겠습니다🧐
캡틴 잘자~ 일상 구경하고 싶은데 나도 이제 자러 가봐야겠네...( •́ .̫ •̀ )다들 좋은 새벽 보내라구~!!!!
>>749 못된짓의 무한굴레에 빠질 뻔 했던 어린 시절이 이렇게 귀여운데 넘어갈 수 없다니........ 🥹 다행히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얼렁뚱땅 참을성까지 생기고 다행인데 안쓰럽고 그렇다...... 혼자 난 신들은 보호자가 마땅히 없었겠거니 싶으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경은 그런 클리셰 많지—! 하네가 스스로 밝히기........ 그쪽이 더 기대되기는 해. ☺️ 그리고 린주도 잘 자고 좋은 밤 보내. 푹 쉬어. 👍
날씨를 관장하는 신은 아니었지만, 날개가 무겁고 뻐근하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오늘은 비가 내릴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늘 적중하고는 했었으니 미유키는 제 키처럼 큰 검은 우산을 챙겨 보충수업에 나섰을까. 보충수업을 받는 동안, 창밖의 산 위에 모여있던 잿빛 구름은 점점 짙어지며 몰려오고, 보충이 끝날 때면 하늘을 덮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검은 비구름이 몰려오기 무섭게 빗방울 하나가 창문에 부딪치면, 이내 굵은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타닥, 탁, 떨어지는 빗소리가 요란한 것이 금방 그칠 비는 아닌 듯하고. 일기 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겨 왔거나, 우산을 같이 빌려 쓸 이가 있는 이들, 혹은 근래에 계속 내리던 비에 대비하던 아이들은 다 각자의 우산을 펴고 떠나는 것인데. 미유키 역시 그들 처럼 우산을 펴며 떠나려고 할때, 지붕 아래 비를 피하고 있을 너를 본다. 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것이니, 미유키는 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어떻게, 누가 데리러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가 그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할 텐데. 이대로 모르는 척 갈 수도 없고. 이것이 괜한 오지랖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널 그대로 빗속에 남겨두고 가는 것보다는 덜 후회하게 될 것이니. 미유키는 너에게 조심스런 걸음으로 다가가며, 제 멀대 같은 키와 인상에 놀라지 않을까. 부드럽게 웃어 보이면서 말을 걸어온다.
"안녕, 혹시... 누가 데리러 온다던가 하는 게 아니면. 우산같이 쓰지 않을래요?"
가는 길이 같을지 모르겠지만.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요. 이어 말하는 미유키의 목소리는 한껏 조심스러움을 담고 있다.
케이는 굳이 진상이 도망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방금 들어온 이 신은 피해를 입은 것도 없으면서 바닥에 앉아서 진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그를 괴롭히고 있다. 진상은 차마 어떻게 하지도 못한 채 이거 놓으라며 무슨 상관이냐며 도망가려고 하지만 영 도망가기는 그른 모양이다. 자신을 향해 도와달라는 듯 눈짓을 보내는 린의 모습에 케이는 조금 현타가 오는 기분이다. 예의 티벳여우 표정을 지으며 린을 보았다가 이내 진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요. 한 번 얘기해 보시죠. 혹시 모르잖아요? 애들이 무슨 도움이라도 될지.”
전혀 도와줄 마음도 없으면서 그런다. 진상도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꼰대짓을 하려다가 어차피 린이 잡고 있는 다리 때문에 도망도 칠 수 없는 상황이니 결국엔 속사정이 나왔다. 대출을 해달라며 소리치며 땡깡부리는 모습만 봤고 왜 돈이 필요한지는 몰랐는데....... 대충 횡설수설하며 흥분해 있는 진상의 말을 요약해서 정리하자면 오늘 갑자기 딸이 납치당했다는 전화를 받고 납치범이 시키는 대로 휴대폰에도 이것저것 설치하고 돈을 보내라고 해서 급하게 대출을 하러 왔지만 대출 승인이 나지 않아 난동을 부렸던 것이었다. 진상의 말은 “내가 돈을 못보내서 내 딸이 죽으면 니들들이 다 책임 질거야?!”라는 말로 끝났다.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방학 중이지만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서 학교에 나왔어요. 늘 모두가 앉아있었을 교실에 드문드문 학생들이 앉아있고, 학기 중보다는 수업이 일찍 끝납니다. 그래도 이제 슬슬 방학이 끝나가니까 보충수업도 마무리 되갑니다. 그래서 내심 기분이 들떴는 지도 몰라요. 분명 미리 우산을 챙겨서 문 앞에 걸어두었는데, 나오는 길에 우산 챙기는 걸 깜빡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서 창 밖을 봤을 때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가, 신발까지 다시 갈아신고서야 알았어요. 우산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요.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니까 쉽게 그칠 듯해 보이지도 않고, 이 비를 맞고서 집까지 뛰어가는 것도 무모해 보여요. 제 잘못 때문인데, 누군가에게 연락하여 우산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고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휴대폰을 꺼내서 바라보다, 화면을 켜지도 않고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어요.
“...누구세요?”
그래도 2학년이 되고 한 학기가 지났어요. 이제 같은 반 학생을 못 알아보지는 않습니다. 같은 반은 아니예요. 처음 보는 것 같아서 깜빡 올려다봅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뜻 우산을 같이 쓰자는 호의를 베푸는 걸 봐서는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제안은 고맙지만, 저 때문에 괜히 하교길이 빙 돌아가며 길어질까봐 신경이 쓰이고 말아요. 정작 그런 말은 속에만 담아두고, 낯을 가려서 표정이 잔뜩 굳어버렸습니다. ‘필요 없습니다. 신경 끄고 가세요.’ 먼저 생각난 말이었어요. 하지만 조심스레 다가와서 상냥히 웃어주는 사람에게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 어딘가를 잠깐 쳐다보았다가, 다시 올려다 바라보면서 입을 열어요.
“...집 멉니다. 신경 끄고 가세요.”
...바뀐 건 한 문장 뿐인데다 그 말마저 거짓말이긴 하지만......... 필요 없다는 말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이기는 해도 멀다는 집까지, 이런 빗길에 데려다주는 건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래도 힘들테니까요.
사실 이전에도 살짝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것지만 시트 상에서는 일단 서로서로 합쳐져서 새로운 객체가 된 것처럼 묘사되었기에.. 별 말은 안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말을 하지만 인간으로 살았던 그 객체가 그대로 신이 되었다..이런 것은 불가능해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릴게요. 그런 경우에는 지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가 천의 기운을 품게 된 것이기 때문에 고위신이 된답니다.
상대방이 뭐라 형언하기 힘든 공허한 표정을 하면서도 한 마디 거들어주자 그는 잘한다며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괴롭히기라고 해봤자 가벼운 장난밖에 안 되니 몇 분만 이러고 있다 풀어줄 생각이었지만. 그런데 억지로 붙들어 놓고 듣게 된 이야기가 어째…….
"와, 나 이런 사기 당하는 사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그는 속삭이는 말에 목소리 낮추고 마주 중얼였다. 어라, 이건 정말 예상 밖의 일이다. 기껏해야 자기 성질 못 이기고 쓸데없이 난동 부리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 당할 뻔한 상황인 거잖아! 일반 진상에서 사기 피해자가 된 이 사람 입장에서는 웬 십대들에게 붙잡히고 괴롭힘 당해서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 다행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얼마 달라고 하던데? 아니 그런데 아저씨 의리가 없네. 납치범들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말은 안 했어? 겨우 나한테 붙잡힌 일 때문에 그걸 말하면 어떡해! 여기까지 미행이라도 붙었으면 어쩌려고!"
상식인이라면 그대로 은행 직원들에게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를 도와줘야 할 텐데 그는 왜인지 돕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남자의 어깨를 붙잡고 혼이 빠지도록 짤짤 흔들어대는 게, 어쩐지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것도 같고……. 역시나 삐뚤어진 성격 어디 가는 것 아니다. 하지만 뭐, 한동안 이 동네에서 지낼 처지인데 이웃을 돕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사실은 가련했던 아저씨를 실컷 괴롭혔다 싶은 뒤에야 그가 고개 슬쩍 빼서 작은 목소리로 케이에게 물었다.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근데 나 일본인 아니거든. 몇 번으로 전화 걸어야 해?"
119 112 911은 알아도 일본 긴급 전화번호는 모르겠다. 여기서 인간 신분으로 지낸 지 거의 반년에 가까워 가는 중인데 이 정도는 좀 외울 법도 하건만…….
모두 좋은 저녁입니다 ╰(*°▽°*)╯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벌써 [가을]이야⋯. 요이카는 가을 타는 성격은 아니지만(오히려 가을에 봄처럼 들뜨는 편이죠) 어딘지 허전함을 느끼고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대체 뭔지? 아마 가방을 학교에 놓고 와서일 거예요
더 늦기 전에 일상이나 구해 볼까요! 몇 번 핑퐁하기 전에 아마 내일로 넘기게 될 것 같긴 하지만요
케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겠는가. 물론 인간을 수호하는 수호신이나 인간계에 많이 영향을 끼치는 신이라면 모를까 케이는 신계에 처박혀 일만했던ㅡ인계에 온다고 해도 신들을 상대하는 일만 했었다ㅡ 터라 신기하긴 했다. 그렇다고 세상물정 모르는 건 아니었기에 바로 사기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린은 사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상 아저씨를 다그치며 놀려댈 궁리 만만인 것으로 보였고 진상 아저씨는 린에게 짤짤 흔들리면서 혼이 나가는 것 같았다. 아저씨 우는 것 같은데.....? 어쨌든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인 양 그 광경을 구경하다가 이내 린이 경찰 관련해서 물어오자 그제야 휴대폰을 꺼낸다.
"제가 전화하겠습니다."
여유로운 태도로 전화를 걸려고 하자 아저씨는 눈치를 챘는지 경찰에 전화하지 말아달라며 자신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케이는 린의 등 뒤로 물러났다. 이 도깨비가 막아주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리곤 휴대전화로 경찰관에게 지금의 상황을 요약해서 전달했고 곧 이곳으로 온다는 답을 들었다.
>>832 이것이 가미즈나의 이동수업⋯. 아니면 방학 중 보습이라 동일한 교실에 다른 수업이 잡혔는데 시간을 헷갈렸다는 건 충분히 있을 수도 있겠는걸요! 이를테면 수업이 10시 30분에 시작하는데 선생님이 九시라고 했는지 十시라고 했는지 잘 못 들어서 1시간 일찍 나와 다른 수업을 통으로 들었다거나⋯.
그날의 기억은 어쩐지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이후로 조그만?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원래라면 신경도 안 썼을 방학 보충수업에 굳이 등교하는 걸 보면 말이다 여름도 슬슬 마무리되어가는 끝자락 아침 일찍 일어난 건 평소와 같지만 단순하게나마 가방을 챙겨서 학교로 가는 건 처음이라 너무 낯선 기분이다 그것도 잠시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등교한 걸 후회하게 되었지만
결국 미카는 1교시 전체를 잠으로 때워버렸고 쉬는 시간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큰맘먹고 챙겨온 공책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역시 제가 괜히 공부와 담을 쌓은 게 아닌 것 같다 어쨌든 공책은 밀어서 치워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까 싶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머리가 다 아파서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분명 요이카는 「이과Ⅰ」 교과서를 펼치고 있었는데 정작 수업의 내용은 「English Logic and Expression」이었던 것이다. 두 과목 사이에는 「전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중대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차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가모아시야마에 있던 시절, 음력 2월 키사라기(如月) 추위 사이에 반짝 더운 날이 있었는데 그때 산 아래 벚꽃이 꽃을 피우려다가 도로 진눈깨비가 몰아쳐서 엄청나게 푸념했던 것을 요이카는 떠올렸다. 그 벚나무의 기분이 지금과 같았으리라. 시간을 날리는 것은 그다지 아쉽지도 않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목욕을 30분 더 하고 오는 건데, 이런 아쉬움은 있었다.
‘아니, 아니, 아쉬워하면 안 돼.’ 요이카는 마음을 다잡았다. ‘원한을 품는 순간 「펑!」 할지도 몰라.’
그나저나 이과Ⅰ 수업은 몇 시였지? 수첩을 꺼내 꼬부랑 글씨로 쓰인 글모퉁이에서 겨우 「오후」라는 글자를 찾아내고 요이카는 뻘쭘해졌다. 몇 시간이나 말미가 생겨 버렸으니 온실에나 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나려던 찰나에, 수업 내내 엎드려 자고 있던 앞 자리 학생이 눈에 밟혔다. 지금은 잠은 그쳤지만 멍한 상태로 보였다. 혹시나 정전기가 통하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뻗은 손끝으로 톡톡, 하고 건드리려 해 본다.
“당신⋯. 어디 혹시 아파?” 정전기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어순이 어색해졌다. 다행히 따끔하는 일은 없었지만, ‘혹시 어디 아파’가 맞겠지, 하고 요이카는 속으로 생각했다.
키구치 요이카는 한때 가모아시야마 산 일대에서 가장 넓은 오지랖을 지닌 신령이었다(그리고 나뭇잎이 하늘을 뒤덮은 면적도 가장 넓었다). 상태가 이렇게 되고 나서부터는 인간과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없었고,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에 벅차서 남의 일에 참견은 안 하는 편으로 되었지만, 그래도 속으로 자애가 지나쳐서 곤란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옛날이었다면 권능을 베풀어 머리를 조금 식혀 주고, 신들의 회의에 불려갔을 때 「너무 티 나게 긍휼하지 말라니까」라며 혼나든지 말든지 했겠지만⋯. 배낭 속에는 기차역에서 파는 신기한 명함과 물통뿐이었고, 상비약을 챙겨 다니지도 않았는데다, 성수는 집의 냉장고에 금줄을 붙여 단단히 봉해 놓은 채였다.
‘정말로 「요이카 손은 약손」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단 말이야?’ 혹시나 코다마들이 동요할까봐, 침울해지려는 마음을 억지로 어제 본 만자이 프로그램을 상기해서 진정시켰다. 「그냥 신경쓰지 말고 내버려 둔다」는 선택지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요이카에게 수단은 없지만, 다른 곳에는 수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요이카는 드르르르륵ㅡ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를 밀어붙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교실을 뛰쳐나갔다. 서두르는 기색이었지만 몸집이 작아서인가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요이카가 혼자 달려서 도착한 것은 원예부실을 겸하는 원예부의 온실이었다. 한쪽 벽 찬장에는 「요쿠나이카」, 「요이조」, 「요이와케나이다로」라고 쓰인 화분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창가에는 주먹만 한 작은 허브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 있었다.
성큼성큼 창가로 향한다. ‘로즈마리⋯. 아직 새싹밖에 나지 않았어.’ 다음, ‘바질⋯. 아, 지난주에 부장이 바질페스토 만들어 먹었다고 했지.’ 다음, ‘애플민트⋯. 안 돼, 요즘 사람들은 민트 너무 싫어하더라.’
결국 가장 안쪽의 화분에 팔을 뻗어 가지고 와서, 종이 치기 전에 후다닥 교실로 돌아와, 앞 자리 소년이 엎드린 책상 위에 탁하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향이 잘 퍼지도록 화분을 책상에 붙인 채로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당신, 숨 쉬어.” 꽃의 이름은 라벤더. 향이 훅하고 퍼졌다. 촉촉한 흙에는 「릴랙스, 두통 감소, 수면보조」라고 쓰인 작은 플라스틱 팻말이 꽂혀 있다. “들숨 위주로.”
이 못돼먹은 영감, 기어이 다 큰 어른을 울려버리기까지 했다……. 이만하면 손톱만큼이라도 미안한 생각이 들어야 정상이겠지만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 비량도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거다. 더위도 가셨고, 그는 반성하기는커녕 중년인의 가련한 눈물을 보아서 기분이 몹시도 상쾌해졌다!
"에이, 농담이었어. 아저씨 사기 당한 것 같은데? 따님이랑 연락은 해 봤고?"
요즘 신종 수법은 사기 전화를 걸기 전에 주변인에게 실제로 변고가 생긴 것처럼 연락을 끊어지게 하는 사전작업까지 친다고도 하던데 일본은 어떨지 모르겠다. 자기가 울려 놓고서는 그는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주며 꽤 친절한 투로 달래주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같잖은 위로로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에 놀려먹느라 자극을 해 댔더니 잘못했다간 몸싸움까지 일어날 판이 되지 않았나! 하지만 근력이 강하기만 하다면 세상의 많은 일들이 쉽게 풀리게 되어 있다. 케이에게 달려들려는 아저씨를 붙잡고 꽉 끌어안아 줬더니 붙잡혀서 난동을 부리려던 아저씨도 곧 잠잠해졌지 뭔가. …죽은 거 아니다. 그대로 몇 분간을 기다리자 신고를 받고 경찰들이 도착했다. 그는 그들에게 붙잡고 있던 아저씨를 넘겨주었다. 진상 아저씨는 아직까지도 불만이 있는 듯 발버둥을 쳐 대었지만 방금까지 꽉 붙들려 있느라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결국에는 순순히 끌려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는 불쑥 케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려 했다. 방금까지 얼렁뚱땅 손발을 맞춘 사이이니 수고했다는 뜻이겠다.
뒷자리 학생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소리가 들려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설마 두통약이라도 가지러 가나, 싶기도 했지만 그 가정이 맞든 아니든 그냥 더 신경쓰지 않고 엎어진 채로 다시 졸 뿐이다
...근데 그 학생이 들고 온 건 두통약이 아니었다 미카는 제 책상에 뭔가 놓이는 소리를 듣고 눈 뜨고 파묻어둔 고개를 슬쩍 든다 그러기가 무섭게 어떤 향기가 코를 찔러온다 온통 인조적인 냄새, 체취가 가득한 교실에서 선명히 맡아지는 자연물의 향기란 썩 낯선 것이었다 이 학생이 굳이 라벤더 화분을 찾아가지고 온 건 역시 제가 머리 아프다고 했던 거 탓일까 그래서 의문보다는 가벼운 죄책감이 먼저 든다 그렇게까지 심각한 두통은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말해야 할까? 고민하던 미카는 그냥 생각을 접어두고 시키는 대로 따라한다 들숨...
"...좀 낫네. 고마워."
잠이 덜 깨서 그런지 잠긴 목소리다 그래도 잘근잘근 머리통을 두들겨대던 자극이 조금이나마 사라진 거 같다 몇 번 헛기침을 한 뒤에야 미카는 슬그머니 엎드렸던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서 화분을 물끄럼 바라보는데 번거롭지만 다시 갖다놔야겠지?
“⋯돌려줄 필요까지야 없긴 하지만,” 요이카는 소년의 인상을 살핀다. “릴랙스 효과가 과하면 저혈압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로우니까⋯. 필요하지 않다면 내가 받아갈게. 만약에 쓸 일이 있다면 뿌리를 뽑지 말고 줄기를 잘라 쓴 다음에, 화분은 도로 가져다 줘.”
의술을 깊이 파고든 적은 없지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피곤으로 가득 차서 혼탁한 정신으로 멍해 있는 사람은, 진정 효과가 있는 처방을 통해 잠깐이라도 청명한 정신으로 멍해질 필요가 있다. 이른바 멍함으로 멍함을 쫓아내는 요법이다. 그러고 나면 얼마간 정신이 맑아지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멍함의 밸런스가 무너져 병에 걸리거나 쓰러지거나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요이카는 잠깐 옛날 생각에 잠겼다.
ㅡ먼 옛날 신목을 베였을 때, 도끼날이 나무줄기를 완전히 끊어 놓은 순간 모든 기억을 잃고 그 빈자리를 피곤과 고통이 가득 채웠더랬다. 요이카는 자기가 꼼짝없이 원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만큼인지 모를 기간을 혼수와 같은 상태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가, 어떤 강에 이르러서야 허벅지를 스치는 물살에 마음 속의 평온함을 느끼고 겨우 자아를 되찾을 수 있었으니, 그때부터가 긴 방랑길의 시작이었다.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자아 찾기를 한답시면 꼭 갠지스강에 가는 이유를 요이카는 그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 어디냐면, 원예부실로. 그런데 만약 원예부실이 잠겨 있으면, 1학년 B반의 키구치 요이카를 찾아오면 돼.” 그렇게 말하고, 너무 노심초사하는 성격 탓인지 혹시나 해서 굳이 덧붙였다. “그게 나니까.”
그러면서, 요이카는 아까 앉았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과Ⅰ 교과서가 그대로 펴져 있다. 그렇게 대화는 끝인가 했지만, 잠시 뒤에 요이카가 조곤조곤한 말씨로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원예부는 풀을 가꾸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걸로 남을 돕는 활동을 해. 그래서 원래도 다른 학생들한테 종종 식물을 선물하고⋯. 꽃을 쓸 데가 있다면 가져도 좋아. 요즘도 꽃을 선물하는 게 유행인지는 모르지만⋯.” 그러고서 잠깐을 궁리했다. “다른 저혈압을 암살하는 데 쓰지만 않으면 돼⋯.”
누구냐고 묻는 네 물음에 미유키는 자신의 손에 들린 우산을 들어 올려 보이며, 호의적인 미소와 함께 같이 쓰지 않겠냐 권유 해왔을까. 네 답을 기다리며 미유키는 위아래로 살피듯 널 바라본다. 단정하고 수수한 아이, 교복의 녹색 리본에 그제야 네가 후배임을 안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괜히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은 선배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지. 그리고 그런 생각이 맞았다는 듯, 네 굳어버린 표정에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치밀어 오르고, 이내 냉담한 반응이 돌아오자, 미유키는 겸언쩍은 듯 고개를 숙인다. 괜히 널 불편하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차양막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빗줄기로 변해서 맹렬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인데. 머리 위의 먹장구름은 떠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숙였던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던 미유키는 다시 널 바라봤을까. 허나 이번에는 너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게, 아래쪽으로 비스듬하게 내린 채다.
"그래도... 가는 길이 비슷하다면 충분히 데려다줄 수 있어요."
말하며 미유키는 너와 슬쩍 시선을 마주하며 네 눈치를 살핀다. 계속해서 널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미안한 일이기에. 이 역시도 거부한다면, 더 선을 넘지 않게 조심할 수밖에 없었을까. 망설이던 미유키는 네게 우산을 내밀어 보이며 이어 말한다.
과연, 미야나기의 판단은 완벽하게 옳았던 모양이다. 눈 마주칠세라 천장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서 금방 아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 내용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 듯했지만. 찰나 동안 고민하던 그녀가 아둔하게 말을 더듬었다. “벼, 별로 알기 쉬운 편은 아니신 것 같은데.” 솔직히 지금도 언제 어떻게 태도가 또 바뀔지 짐작이 안 돼서 무섭다! 그저 온 힘을 쥐어짜내 티를 안 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또 또, 이거 봐, 강아지 눈으로 보는 거 분명히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실패했다는 건 필히 시도하려고 했다는 뜻이렷다. 미야나기가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경계했다.
“······아까 제가 그거 금지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이, 이제는 그렇게 보셔도 소용없어요. 안 통해요!”
뭐어, 그러니까 소용이 없게 되도록 최선을 다해 일단 노력해 볼 것이다. 한 번쯤은. 여전히 눈알 데록 굴리며 시선 맞닿지 않게 쇼를 하는 중이니 그다지 믿음 안 가지만서도. 여하튼 세상에 수강생 횡격막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풀업을 못 가르친 선생이 있다니! 이건 전혀 예상치 못 한 일이라 허탈했다. 바 워크부터 센터 워크까지 착실히 가르쳐 보려는 계략도 몰래 꾸미던 중이라 유달리 아쉽다······. 천재가 될 수 없다면 천재를 키워나 보자는 시꺼먼 속내라도 있었나. 세 박자 정도의 짧은 레베랑스와 함께 가볍게 박수친 미야나기가 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
“발레의 시작과 끝은 항상 레베랑스예요. 가장 기본적인 예법이니까 알아두시면 좋아요.”
물론 이들은 수업의 ‘ㅅ’자도 안 했으니만큼 굳이 레베랑스까지야 필요하지 않을 테다. 이런 면에서는 미야나기도 참 보수적이기 짝이 없어 속이 꽉 막혔다. 그러면서 저 멀리 내던져둔 스커트를 주섬주섬 허리에 두르던 손이 문득 멈칫거렸다. 화, 확인을 해? ······엑스레이를 말하는 거겠지. 그렇지! 순간 창백했던 얼굴이 다시 평온하게 돌아왔다. 아무래도 신들 또한 현대 의학의 산물을 알차게 활용하는 모양이다. —라고 믿으려 한다. 잘하는 것 역시 사실이니 구태여 토달지 않았다. 그러다 방심하던 차에 다시 마주쳐 오는 눈빛에 미야나기는 하마터면 경기를 일으킬 뻔했다. 이내 그의 말을 알아차리곤 그녀의 눈망울이 도리어 별처럼 반짝반짝해졌지만.
영 맥아리 없는 기지개가 이어진다 방학에 학교를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진이 빠진다니 어쨌든
"굳이 필요하진 않을 거 같아서."
식물 키워본 적이 없으니 집에 두고 돌보기도 그렇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미카는 다음 교시 수업을 준비하기는 커녕 또 땡땡이칠 궁리나 하기 시작 했는데, 것도 뒷자리 애의 말소리에 서서히 흩어진다 학생들에게 식물을 선물하기도 한다, 라 그 말을 들으니 작은 고민이 생겨난다
...근데 1학년이 왜 2학년 수업하는 교실에? 미카는 그제서야 가장 기초적인 문제점(?)을 깨달았다 슬쩍 뒤돌아보니 뒷자리 책상 위엔 엉뚱한 교과서가 펼쳐져 있었다 혹시 교실을 잘못 찾아온 걸까...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관둔다 앞선 수업을 들었다면 잘못된 걸 알아차렸을 테니 어련히 잘 처신하겠거니 싶어서
이게 무슨 소리예요! 가는 길이 비슷하다면 충분히 데려다줄 수 있다는 말은 어떻게든 이해하고자 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야하는 길이 겹친다면 우산 없는 모르는 이라고 해도 우산을 씌워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산을 아예 양보하는 건 완전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비가 쉽게 그칠 비 같더라도 제가 그치길 기다리는게 맞고요, 쉽게 그칠 비가 아니라면 더더욱 제게 우산을 빌려주면 안 돼요! 우산을 깜빡한 건 저인데, 제가 겪을 일을 대신 겪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름 모르는... 선배님이요. 푸른 타이를 하고 있으니 3학년의 선배님입니다.
“싫어요.”
이 선배님은 아마도 정말 착하고 상냥하신 선배님이라서 이름 모를 후배의 하교길이 걱정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 하교길을 선배님의 하교길보다 우선으로 둘 수는 없고, 우산도 빌릴 수 없어요. 선배님도 무사히 집에 돌아가고, 선배님이 제 걱정을 하지 않을만한 방법을 고민합니다. 우산이 딱 하나만 더 있으면 돼요.
“...편의점까지만 실례하겠습니다.”
슬쩍 마주친 시선을 놓치지 않고, 선배님에게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 나서 선배님을 다시 올려다봅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요, 제가 씌워드리는 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팔을 높이 들고 까치발을 들어도 선배님이 불편해하실 것 같아요. 이래서야는 선배님이 우산도 빌려주는 와중에 계속 우산도 들고 있어야 합니다. 편의점까지 빠르게 이동해서, 새 우산도 사고, 선배님에게 답례가 될 만한 것도 사야겠습니다. 편의점에서 보답으로 해드릴 수 있는 거라고는 간식 정도가 대부분이겠지만... 그거라도 사드려야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 사람이 적어도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왕게임에서는 가능하면 동영상이나 영상을 보여주고 따라하라..보다는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에요! 꼭 필수는 아니고.. 그냥 그런 쪽을 조금 더 권장한다는 의미랍니다! 아무래도 동영상이나 영상을 따라하라고 하면..묘사가 조금 힘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번지수 잘못 찾았다는 것은 요이카도 방금 전 깨달은 사실이기에, 종이 치기 전에 얼른 벗어날 요량으로 짐을 싸고 있었다. 남는 시간은 뭐, 집에 다녀오기도 그러니 원예부실에서 시간이나 때워야겠지. 요즘 들어 요이조가 기운이 조금 없었기 때문이다. 웃자란 가지 때문에 양분을 빼앗기는 게 원인이라면 가지치기 할 때가 왔다는 의미였다.
잘려야 살아가는 나무도 있다니, 가위를 들고 가지를 자를 때마다 요이카는 기분이 묘했지만.
“꽃?” 가방의 지퍼를 닫으려다가 고개를 들었다. “공부한 만큼은 알고 있어. 여러 종의 식물을 관리하려면 이름, 생태, 생육환경 등을 꿰고 있어야 하고⋯. 겸사겸사 그 식물에 관련된 연구라든지 공부도 하니까.”
요이카가 작은 풀들을 돌보는 데 일종의 모성애 같은 숙명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무 출신이라고 해서 식물학에 정통하다고는 할 수 없다. 신령이라고 이 분야에 대해 전지전능한 것도 아니다. 사람이라고 전부 인류학 전문가인 건 아니니까. 다만 원예부에 꽂혀 있는 잡지나 식물서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공부를 했다, 그뿐이었다.
“모르는 꽃이라도 원예부에는 도감이 있으니까 금방 알 수 있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지. 나는 외우는 데 약하니까.” 적어도 사람의 이름보다는 꽃의 이름을 외우는 게 편했다. 요이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일어섰다.
사야카의 말을 들으면서 치아키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니까 앉았다 일어났다를 열 번. 숫자를 외치면서. 그리고 자신은 1번이니까 짝수만 말하는 방식인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 헤깔리기 딱 좋은 구조가 아니던가. 하지만 자신은 학생회장. 무엇보다 키즈나히메의 손자였다. 절대로 이런 것에 쉽게 지진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치아키는 나름대로 일정한 속도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둘!!"
"넷!!"
"여섯!!"
"여덟!!"
"열!!"
"하핫! 어떠냐! 후배 양! 그 정도로는 이 아이자와 학생회장님을 골탕먹이긴 어렵지!"
아주 가볍게 하면서 치아키는 이내 360도 턴을 돌아서 오른손으로 브이자세를 취했다. 어디까지나 중간에 넘어지지 않았다면의 이야기였지만."
재앙에서 인간들을 지키는 신으로써, 그리고 너와 같은 인간에서의 학교 선배로써. 눈에 들어왔던 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니. 너를 향한 자신의 호의는 필연적일까. 그렇지만 네가 그은 선을 넘지 않고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란 이렇게 우산을 포기하는 것뿐이었으니. 여전히 싸늘한 네 반응에 미유키는 눈에 띄게 침울해진 얼굴이 된다. 그러다 이어진 네 말을 듣자, 미유키의 얼굴에 깔렸던 먹구름은 물러가고, 햇빛처럼 환하게 웃는 미소가 걸린다. 그 미소는 분명하게 기쁨을 담고 있다. 싫다면 우산을 양보하겠다며 너를 협박한 꼴이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거부하지 않은 것이 정말로 기쁜 것일까. 어쩌면 네가 자신을 너무 미워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미유키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들어낸다.
"다시 말하지만, 집까지도 데려다줄 수도 있으니까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물어보고서 미유키는 들고 있던 검은색 우산을 펴낸다. 그 키만큼이나 들고 있는 우산도 큰 것이 다행히도 두 명이 나눠써도 부족함이 없을까. 그럼에도 바람에 실려오는 빗방울에 네가 젖지는 않을지. 살짝 네 쪽으로 우산을 더 기울인 채, 미유키는 널 내려다보며 너와 보폭을 맞춰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있을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천천히 걷는 걸음마다 빗방울이 우산 위를 타고 알알이 미끄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