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솔직히 신입을 유지시키려면 진행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것에는 동의함. 왜냐면 당연한게, 여기엔 결국 상황극을 즐기려고 시트를 낸걸테니까 말이야. 일상 같은 것도 있겠다마는 여기가 진행에 무게감을 많이 준 '육성 어장' 인 이상 결국 그걸 해보고 싶어서 참가한걸텐데. 그 부분에서 니즈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 불편한 시스템의 게시판에서 눌러앉아 기웃거릴 이유가 적겠지.
이 음식집의 맛이 끝내줘요! 라는 입소문이 잔뜩 돌고 있다고 해도. 테이블에 앉아 웨이팅 3시간 째에도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정말 정말 맛보고 싶어서 어떻게든 기다리는 손님 외에, 흥미 본위로 '한번 맛이나 볼까?' 식으로 찾아온 손님은 진작 떠나기 마련이란걸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텐션 다운과 불황에 시달리던게 내가 봤던 기준 대운동회 때랑 요 최근 같은데. 둘 다 캡틴이 부상 혹은 과로한 스케쥴로 인해 진행이 불규칙적 혹은 장기적 휴식에 들어간 때라는 생각이 듦. 물론 그게 나빴단게 아님. 노력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고,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 것도 이해하고 있음. 다만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그 기간 동안 탈력이나 센치함을 표시하고 무기력해지는가. 캡틴 표현대로 '뭐 다들 어렵다고 하는걸 이해 못하는것도 아니고, 슬슬 결과 보고싶단 맘도 이해하는데.'라는 상황이 되는가.
이 부근에 대해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긴 시간 동안 불안감을 곱씹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음. 난관이나 난이도 높음은 사실 이 어장의 특색이자 캡틴의 스타일에 가까움. 근데 진행이 활발 할 땐 죽는 소리를 내긴 해도. 정말 절망하는 케이스는 의외로 없음. 왜냐면 고민할때 쯤 다음 진행이 오고, 잘 모르겠어도 행동해서 상황은 변하니까.
그러나 그 사이의 텀이 길 수록 그 고민이란 것은 변질되기 시작함. 왜냐면 현재 상황과 주어진 근거로 내가 내릴 수 있는 답이란건 한정되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진 이미 진작 결정이 났던. 혹은 고민해봐도 아무리 모르겠다 라는 상황일텐데. 그럼 이제는 고민이 아니라 1주 2주 간 '이게 맞을까..''어쩌지...' 라는 그냥 불안에 떠는 상황이 되어버리는거지.
비유로 따지면, 어려운 문제를 풀게 된 학생이 자리에 앉아서 마땅히 정보조사를 하기도 쉽지 않은채로 자신이 써놓은 답을 1시간이 아니라 1주일 뒤에 제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되나. 맞으면 안도하고, 틀리면 뭐가 틀렸는지 힌트를 받거나 수정하거나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긴장과 걱정의 끈이란게 환기 되는데. 그걸 붙잡고 계속 생각이 공회전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지쳐서 '아 몰라...'로 넘어가는 케이스가 많단거지.
내가 대곡령 물품 구매 실랑이 따위를 제외하고도 임무를 받고 아이슬란드에 도착한게 1월 31일 이더라고. 그러니까 즉, 나는 놀랍게도(사실 살펴보고 진짜 놀라긴 했음) 이미 무려 1달 반 동안 이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가까움. 현실 시간 1달 반이라는건 솔직히, 짧진 않은 기간이니까. 나는 스스로가 돌이켜봐도 꽤 열심히 했고, 열정적으로 했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작중에서 고신이 불을 지필 땔감을 요구했던 것처럼, 스스로만의 열정이 무한할 순 없지.
사실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요 최근에 유하주나 토고주의 구제 대책을 보고 주저 앉고 싶어진 것도 있음. 아. 정말 힘들어서 주저 앉으면 캡틴이 해결을 해주는구나. 보너스를 주는구나.
그럼 왜 노력하는거지?
나도 꽤 힘들고 지쳤는데. 숨길 필요가 없지 않나?
여태 열심히 노력해서 꽤 잘해왔기 때문에 나에겐 그런게 없는건가?
그럼 왜 잘하려고 애써야 되는거지...?
물론.
유하주와 토고주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도 아니고. 힘든 처지에 있던 두 플레이어에게 구제 대책을 받은 캡틴을 비난하고 싶은 것도 아님. 그냥 방치하거나 묵묵히 무시했다가 둘이 완전히 절망해서 떠나버리거나 내려앉는게 현명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런 부근을 나는 스스로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경멸해서 언급하기를 참았음. 다만, 정말 솔직한 감상임에는 부정하기 어려운듯.
안그래도 요 근래 다른 곳에서도 정신적 탈력감이 드는 사건을 얻어맞아가지고, 꽤 견디기가 힘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