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마다 찾아가는 건 물론이고 수업 째서도 찾아갈 거다! …라고 말하면 한소리 들을 게 뻔하니 속으로만 주먹 꼭 쥐고 결심한다. 뭐, 생각은 이렇게 해도 학교는 워낙 유동적으로 돌아가는 장소이니 장담한 만큼 자주 찾진 못하겠지만. 헛소리에는 제대로 된 말이 약이라고, 개명하면 안 부르겠다는 대답에 그는 헉 하고 과장스레 탄식했다. "그래, 난 역시 내가 지은 이름이 좋더라." 뻔뻔하게 바로 말 틀어놓은 주제에 몇 초 지나지 않아 하네의 옷자락을 붙들고 한 마디 덧붙인다. "…그렇다고 별명 안 불러주면 안 된다?" 또 또 가련하고 하찮은 표정! 불쌍한 척은 어디서 배웠는지 쓸 때마다 종류도 많다.
하나만 줘도 난리가 날 스티커를 다섯 개나 받아 버렸다! 사람이 지나치게 당황하면 오히려 극단적으로 침착해지기도 하는 결과 비슷하게, 그도 어리둥절하게 눈 깜빡거리다 이제까지처럼 대놓고 호들갑 떨 시간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나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아니, 웬일로 얌전하다 싶더니 생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튀어서 또 헛소리 한다! 그 와중에도 잘못한 게 맞다면 압수라도 당할까 반대쪽 손으로 손등 착 덮기까지 한다. 아무리 봐도 나이는 헛먹은 게 분명하다.
"음, 그 이의 정당해. 받아들여 드리죠."
하네보다 키도 크고, 보폭도 넓고, 인간도 아니고, 더 활동성 좋은 옷을 입었고, 심지어 자기가 먼저 출발한 주제에 당당하기도 하지. 근처에 기댈 만한 물건이 있었더라면 이 양반이 척 기대서 거만한 체하는 꼴 꼼짝없이 봐야 했을 텐데, 그럴 만한 장소가 아니라 다행이다. 하지만 오늘의 물주는 하네였다! 금세 장난 그만두고 쪼르르 붙어서 아양 떨고 있으니 체면도 종잇장 같은 신이다. "그러면 오늘은 첫 월급날 멘트로 감동해 볼까?" 이미 첫 월급은 아닐 테지만 '우리 아들딸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선물을 사줬지 뭡니까…'랑 비슷한 무드이지 않은가! 이런 소리도 컷 당할까 싶어서 건네주는 아이스크림 잽싸게 받았지만. 하네가 한 말에 그는 한쪽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위로 휙 던졌다 받았다. 그냥 던진 것도 아니고 회전력을 실어 한 바퀴 돌리기까지 했는데, 아이스크림이 이리저리 튀지도 않도록 정확하게 척 받아내기까지 한다. 미리 연습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재주는 어디에서 났나 몰라. 한쪽 손으로 콘 부분을 쥔 채 손가락만 까딱 들어 브이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 말라면 하고야 마는 청개구리 정신인지 이런 묘기 부릴 줄도 아니까 안심하라는 건지. 아무튼간에 이것저것 먹이기가 계획의 시작이니 이걸로 땡 치울 수는 없겠지. 가장 가까운 노점이 여기였다는 건, 달리 말해 갈수록 사 먹을 게 더 많다는 뜻이다. 입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순식간에 없애 버리는 양반답게 그 잠시 동안 아이스크림 하나를 해치워 버렸다. 또 괜찮은 게 뭐가 있으려나. 반사적으로 한쪽에 있던 생맥주…에 눈 돌아갔다가 머리에 힘 줘서 참았다. 그 대신에 바로 옆에 있는 무난한 타코야끼를 발견했다! 아, 술이 아니라 문어에 눈 돌아간 거였거든요!
"아, 이번에는 저기로 부탁드립니다아."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혹시라도 술에 눈독 들였다는 사실 들킬까 봐 되레 뚝딱거리고 있다. 오늘도 바보 같은 도깨비다…….
>>656 아마도 표정을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꾹 참으면 절로 나오는 그..어색한 입꼬리의 움직임이라던가 도저히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발의 움직임이라던가 뱉어버리고 싶은데 뱉지 못해서 절로 나오는 어색한 시선처리라던가 그런 것들이 하나둘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요!
귀찮아도 무르면 안 된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입니다. 아는 척 하지 말라는 말, 유치하다거나 치사하다는 말은 한 적 있어요. ...저 말들도 잘한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귀찮다는 말은 한 적 없는게 맞는 것 같아요. 아저씨를 귀찮아할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아저씨가 저를 귀찮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저씨가 좋은 신이니까, 그러니까 거절해도 되는 부탁까지 들어주신 걸테니까요. “.........다른 건요? 예전에 부르던 거.” 키다리아저씨후배어르신깜찍이도깨비비아저씨라는 말은 중간에 도깨비라는 말이 걸려서 남들 앞에서는 못 부릅니다. 비- 아저씨나 모농 아저씨같은 별명이 더 나을 지도 몰라요. 그마저도 남들 있는 곳에서 부를 일이 생기면 아저씨라는 말을 떼어야겠지만요. 아니면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아예 또 다른 별명을 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찔리는 거 있어요?”
이상합니다. 아저씨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스티커를 받은게 별로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손등에 붙인 스티커들을 다른 손으로 덮어서 가리고 있습니다. 떨어진다던지, 다시 떼어갈까봐서 가리는 걸텐데, 그런 의도라면 스티커를 갖고 있고 싶다는게 돼요. 그런데 왜 어리둥절해하며 잘못을 했느냐고 묻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아저씨를 바라보며 저도 눈을 깜빡거려요.
“그럼, 또 뛰어가면 이제는 안 쫓아갈 겁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해버립니다. 같이 놀기로 한 날에 그런 이유로 아저씨를 혼자 둘 리가 없어요. 다음부터는 유카타도, 치마도 입지 않기로 합니다. 아저씨를 만나는 날에는 바지를 입자고 생각해요. 아니면 예약을 한 가게에 미리 결제까지 해두고 데려간다던가요. 그러면 아저씨가 아무리 발 빨리 뛰어봤자 효과 없습니다! “첫 월급 아닙니다. .........갖고 싶은 거 있어요?” 생각해보니까요,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가족들에게는 모두 선물을 줬어요. 첫 월급을 받았기에 주는 선물인 줄은 다들 몰랐겠지만... 그래도 챙겨줬었는걸요. 그 때 아저씨에게는 아무것도 안 해드린 것 같아 뒤늦게 물어보게 됩니다.
“음식으로 장난치면 지옥 간다면서요.”
아이스크림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내려왔어요! 흘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제대로 못한 저도 저지만, 안 흘릴 자신 있다고 저런 재주를 보여주는 아저씨도 아저씨입니다. 아니면 제가 잔소리했다고 일부러 그런 걸까요? 저도 그러니 할 말 없지만......... 삐죽거리며 한 마디 해버리고 맙니다. 그러고나서 저도 제 몫의 아이스크림을 받고, 한 입 물어보면 아저씨는 어째선지 이미 아이스크림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저도 속도를 내서 맞춰야할 것 같아요.
“알콜 중독.”
아무래도 타코야끼가 아니라 맥주가 먼저 눈에 들었던 것 같은 아저씨라, 조금 눈을 가늘게 뜨고서 빤히 쳐다봤어요.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노점이니까, 아저씨가 어색하게 구니까 티가 나고 말아요. 그래도 타코야끼 가게로 노선을 틀었으니까 한 마디하고서 입을 다물었어요. 아저씨의 소맷자락을 잡고서 타코야끼 가게 쪽으로 갑니다.
사루와타리 안즈라는 사람은 왁자지껄한 곳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적어도 평소의 모습을 보다면 그렇다. 요란한 산호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사람들 한가운데 있는 모습이 익숙한 소녀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사루와타리 안즈는, 소녀를 잘 아는 사람이 본다면 잠시라도 타인인가, 하고 헷갈릴 분위기를 걸치고 있었다. 검은색 옷감 위로 주홍색 금붕어들이 자유로이 헤엄친다. 그러나 그 위에 메인 오비는 답답할 정도로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내지는 즐겁게 웃고 떠들며 발걸음을 옮기는 인파 속에서 못 박힌 듯 서 있는 소녀의 모습이 그런 인상을 자아냈는지도 모른다.
평소처럼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다면 분위기가 좀 풀어져 있을 텐데, 하필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려 얼굴을 가린 탓에 표정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분명 아침마다 머리에 공을 들인다 그렇게 말을 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그런 치고는 머리를 정리하려 들지를 않는다. 시야를 침범했을 것이 뻔한 머리카락을 그대로 둔다. 그리고 당신이 등장한다. 그제야 소녀는 넘어온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아하하, 그렇게 변명하면 더 수상해 보이는 거 아세요?"
그런 소녀의 얼굴 위에 있는 것은 짓궂은 미소다. 재잘거리는 목소리다. 이질적인 분위기는 언제 존재했냐는 양 자취를 감췄다. 언제나처럼 제 존재감을 생생히 뽐내는 사루와타리 안즈가 당신 앞에 있다.
"무-울론 지금은 학생회장 님이라는 걸 아니까 문제는 없지만요."
잠시 고민하는 얼굴을 하고는 끙끙거린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 떠올랐는지 "아!"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그래, 제가 이것도 기억 못 할 거라곤 생각 안 했다.
"아이... 아이자와 치아키, 맞죠? 아닌가? 이름을 오다가다 들은 거라 정확한지 모르겠단 말야..."
혼잣말에 가까운 문장을 내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아, 몰라! 어쨌거나,"라고 외치며 고개를 턴다.
"좋은 저녁이에요, 학생회장님!"
당신을 따라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웃었다. 오늘 날씨 참 좋지 않아요? 축젯날이라 그런가 하늘도 파랗고 예쁘더라고요. 구름도 정말, 하얗고 몽실거리는 것들만 떠 있고. 아, 맞아. 그래서, 그나저나... 한참을 끝도 없이 조잘거리던 안즈는 질문 하나를 꺼낸다.
>>666 어? 그럼 나도 묶일래. ☺️ 신사에 묶여있으면 애들이 구경올테니까 가미즈나고의 모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667 다른 부분의 검증이.................. 왜 필요하지? 🧐 긍정적으로 언밸런스.....의 원인은 가족이야. 다른 가족들의.... 요리를 해먹어야만 하는 인간(이었던 적도 없는)이 아닌 가족들의 실력 덕에 요리를 잘 하게 됐다는 후문이......... 😊 부산스레.... 하네는 도망가거나 휘말리거나 둘 중 하나다......... 🥲
깜빡 졸았어. 😴 다들 이미 잘 자고 있겠지. 좋은 밤 보내고 푹 쉬어. 목요일도 힘내자. 😉
미야나기가 턱을 높게 치켜들고 새초롬 말했다. 당연히 터무니 없는 소원을 부탁할 리는 없겠지만 일단 그녀는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아—아, 무슨 소원을 들어달라고 할까······.” 하며 다 들리는 혼잣말을 쩌렁쩌렁 중얼대는 것이다. 콧대만 보면 아주 하늘까지 뚫을 기세다. 이내 미야나기는 병을 건네 손에 쥐어주고서 활짝 웃었다. 정작 라무네를 받아든 케이는 음료에는 별달리 관심 없어 보였지만. 또르륵 구슬을 굴려 떨어뜨리는 솜씨가 제법 능숙했다.
“괜찮아요, 요즘 설탕 먹기 좀 그래서. 근데 구슬만 가지시게요?”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구슬만 쏙 빼간담. 의외의 구석을 발견한 것 같아 그녀가 작게 키득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라무네 대신 바람개비 같은 장난감이나 교환해 올 걸 그랬다.
// 마따 미리 말하는 걸 까먹엇는데 아빠… 이번에 비행기 타고 어딜 좀 가야 대서 사흘 정도 답레가 느릴 예정이야 🥺 그래도 아마 아예 못 오는 정도는 아닐 것 같고!!! 기간제 이벤트니까 아빠가 특히 신경써서 힘낼게!!! 우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지켜볼 이는 여전히 없고, 어딜 나갈 일도 없으니, 둥지에만 틀어박힌 채 조각만 하며 몇 번째일지 모르는 여름을 그냥 보내고만 있었을까. 그런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문득 다가온 마츠리가 생각난 것이었다. 같이 걷자고 약속한 이는 없었지만. 이대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구경이라도 하는 것이 좋지 않을지. 그래서 미유키는 언젠가 고향의 다른 신에게 선물 받았던, 가시 문양 자수 놓인 유카타를 차려입고서 밖으로 나선 것이었다. 연한 녹색의 풍경, 쟁글 거리는 햇살 조금 꺾인 시간. 살갗에 와닿는 여름 바람은 선선하고. 삼나무의 그림자 아래에서 느리게 걸으며 미유키는 넘실거리는 인연들을 지켜본다. 오늘은 이어진 인연줄이 많아, 그 줄에 걸려 넘어질 것 같은 날이니, 제게도 스치듯 다가오는 인연이 있지 않을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 미유키는 여름 한가운데서 멈추어 선다. 그러니까, 신사로 향하던 길이 어디였더라. 눈에 띄게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니, 근처를 걷던 너와 눈을 마주했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픽 웃음을 흘린다. 평소에 하는 헛짓들은 장난 중에서도 무척이나 가벼운 편에 드는데, 심지어 하네를 대할 때는 나름대로 조심에 조심을 기하는 중이다! 어? 내가 말이야, 마음만 먹으면 지금보다 더 징글징글하고 짜증나게 굴 수도 있다 이거야……. 장난스레 엄포를 놓으면서도 정말 밉보이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실행에 옮길 배짱은 없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말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얍, 하네의 볼을 재빨리 쭉 당기려 했다. "음, 이거 꿈인가?" 아니,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면 보통 자기 볼을 꼬집어야 정상이지 않나!
"뭐라고 불리든 좋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옛날 생각 나는 것도 좋지만 이대로도 좋아."
어라. 웬일로 호들갑 안 떨어서 상식적이고 얌전한 반응이다. 술을 안 마셨더니 180도 돌아 버렸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귀가 쫑긋 움찔거리는 걸 넘어서 파닥거리고 있다. 원래 모습이었더라면 더 확연하게 티 나고도 남았으리라. 한 발 늦게 눈치챈 그가 양손으로 귓가를 탁 덮어 눌렀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괜히 아닌 척 자주 튕기길래 한 번 따라해 봤더니, 영 할 만한 건 아니군그래. 결국 기어이 봉인해 뒀던 감동 눈깔(🥹)이 나온다. 뭐, 대답은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니?"
찔리는 것 무척이나 많지만 표정 유지하고 반사적으로 잡아떼었다. 눈 피하면 안 된다. 그래서는 잘못 있다고 시인하는 꼴이 되지 않나! 몇 주 전에 정말로 대형사고 친 건, 사에한테 술 취해서 진상 부리다 못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정체까지 가르쳐줬다는 사실만큼은 죽어도 들키면 안 된다! 그대로 모르는 척 유지하려고 했는데 끝까지 잘 통했을지는 모르겠다. "뭐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라는 거지! 생각나는 건 딱히 없는데. 오늘 하루 잘 보내기는 어때?" 고개 갸웃거리며 조금 생각해 봤지만, 첫 월급 멘트 운운했으면서도 감수성 없는 양반다운 대답이다. 하지만 당장 바라는 건 이 정도가 다라서 정말 모르겠는 걸 어쩌나.
"안 흘렸으니까 무효거든!"
그새 하나로 줄어든 아이스크림은 비교적 정상적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평균에 비하면 역시나 빠른 속도이긴 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수준은 아닌 정도로. 그가 아무리 염치 없대도 기껏 하네가 사 주는데 자기 혼자만 이것저것 후루룩 마시고 치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찔리는 것 하나 더 있는 처지라 다른 가게로 서둘러 도망가려는데, 아니나다를까 벌써부터 들켜 버렸다. 그는 이번에는 무어라 나불대지 못하고 얌전히 소매 잡혀 쫄래쫄래 따라갔다. 중독 맞아서 할말 없다……. 그는 얼른 주문한다는 핑계로 시선 피해서 가격표만 빤히 들여다보았다.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식지 않게 데우고 있었으니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판을 시켰는데, 이번에는 혼자서 두 판 먹으려는 건 아니다. 그새 남아 있던 아이스크림마저 전부 해치우고 빈손이 된 그가 먼저 받은 종이그릇을 하네에게 내밀었다.
"아, 맞아. 첫 번째 계획이 이거면 다음은 뭘로 생각하고 있어?"
약속 때까지 가만히 못 기다려서 미리 동네 빙빙 돌긴 했는데, 바깥쪽 거리만 다녀온 게 다라 안쪽에서 뭐 하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타코야끼 하나 집어서 우물거리는 얼굴이 유독 맹하게만 보인다. 여기까지 오며 소소한 대화만으로도 펄쩍펄쩍 좋다고 뛰곤 했으니까, 이미 식도락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