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 데이트 계획? 일단 내가 여자친구를 사귈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어떻게든 생각을 해본다면..."
이어 치아키는 잠시 눈을 감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상대가 만족하는 그런 데이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자신은 학생이고 설사 대학생이 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금전적 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치아키는 잠시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한 가지를 떠올렸다.
"우선 커플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 쇼핑센터로 갈 거야. 그리고 뭐가 되었건 페어 아이템을 산 후에 근처를 산책할거고 식사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갈 생각이야. 아무래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니까 그 정도가 무난하지 않을까 싶거든. 그리고 커플로서의 사진을 찍고 싶고, 손 꼬옥 잡고 가라오케도 가고 싶어. 물론 이 부분은 가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렇게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하다가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집에 데려다준 후에 내일도 또 보자고 하면서 백허그를 하고 뺨에 뽀뽀를 하고 가는거지. 뭐, 어디까지나 계획이고 실제로 이렇게 될 가능성은 5%도 안 될 것 같지만 말이야. 하지만 백허그는 꼭 하고 싶은걸."
마치 누군가를 안는 듯한 시늉을 하면서 치아키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이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쥰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 후배 군. 이 분위기를 그냥 넘길 순 없잖아? 후배 군은 첫키스를 한다면 어디서 하고 싶어? 생각하지 말고 바로 떠오르는 곳으로! 오케이?"
잇쨩도 오랫동안 모아온 스티커이니까, 같은 스티커가 아닌 것도 있습니다. 세잎클로버인 것은 다 똑같지만 모양이 조금씩 달라요. 투명하게 비치는 스티커도 있고, 종이재질로 만들어진 스티커도 있고요. 오래된 스티커들은 해진 티가 나요. 다이어리에 붙어있는 스티커가 총 몇개인지 눈가늠으로 세어보다가, 다 셀 수 없을 거 같아서 멈춥니다. 열 장 모으면 상품을 주는 것이냐고 물어봤던 목소리가 언뜻 생각나요. 잇쨩은 열 장이 훨씬 넘으니까 선물을 원할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잇쨩은 제 이야기를 해주는 걸 더 좋아할 지도 몰라요. 제가 말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요. 아르바이트라거나, 눈 색 같은 거요.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하지만요. 그래도 신과 관련된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어요.
“네에. 여기.”
미리 깔아둔 이부자리를 지금 보았어요. 칭찬 스티커를 많이 모으고 싶은 것 같아서 스티커를 하나 더 떼었어요. 이번에는 다이어리가 눈 앞에 있으니까 손등에 붙이지 않고 잇쨩의 다이어리에 바로 붙여줍니다. 그러다가 잇쨩의 직접적인 요구에 눈을 깜빡거려요.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말에 잠시 덜컥 굳었습니다. 숨을 잘 쉬다가 말고 삼켜버렸어요. 내쉬던건지 삼키던건지 기억이 안 나서 숨을 처음부터 다시 쉬어요.
“...어린 애도 아니잖아요.”
손끝을 꼼질거리다가 오른손을 조심스레 올려요. 왼손은 주먹을 꼭 쥐었습니다. 잇쨩과 눈을 마주 볼 수 없어서 쓰다듬을 머리와 제 주먹쥔 손만 번갈아봅니다. 느리게 올라간 손은 떨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주 천천히 손을 얹어요. 자연스러운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면서 최대한 부드럽게 쓰다듬으려고 노력합니다. 얼마나 쓰다듬어야 하는지 모르니까 잇쨩이 이제 괜찮다고,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야하는 건지 고민합니다. 적당히가 얼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서 눈치껏 하는게 맞을 지도 몰라요. 계속 쓰다듬으면 언제까지 할 거냐는 듯한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서너번 쓰다듬었을 때 쯤 쭈뼛거리면서 손을 내려요.
편식을 안 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점심 메뉴로 편식하는 것만 나올 일이 없어요. 답변은 무사히 했으니까, 이제 해야할 고민은 무슨 질문을 하는지 입니다. 누구를 지목해야할 지도 모르겠어요. 이런데서 재미없는 질문을 해버리면 안 되니까 슬쩍 휴대폰을 켜서 서둘러서 검색해요. 질문을 찾는 척을 하면 안 되는데, 질문들이 다 곤란스럽기만 해요!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이런 걸 물어봐도 되는 걸까요? 눈을 감고 상대방을 지목합니다.
“ㅈ, 좋아하는 사람이랑 꼭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무례하다고 혼나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초면인 사이도 있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요...
.dice 1 3. = 1 1. 토아 2. 미카 3. 치아키
# 하네는........ 편식을 안 하는 바른 어린이였다고 합니다...... 재미없는 가스나같으니라구~! 🤗
좋아하는 사람과 해보고 싶은 것이라...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들에 답을 해나갈 자신이라도 이번 것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좋아한다' 정도의 감정선에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지가 꽤나 많았으니까, 다만 평소에도 자주 하는 것이 아닌 '꼭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음... 글쎄요...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라고 해도 편지로 소통하는 걸까요?"
아무래도 요즘 채팅이나 메일을 보내면 그만인 시대에 아날로그적이고 손이 많이 가는 편지로의 소통은 어지간히 친한 사람이 아닌 이상은 선뜻 권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상 오히려 그쪽이 더 친밀감이 생기기 쉽다보니...
그리고 이제 자신이 질문할 차례였을까? 대답할 것을 고민했던만큼 뜸을 들이다가 갑자기 장난스러운 톤의 목소리로 한명을 지목했다.
"만약 자신이 푸딩을 엄청 좋아하고, 언젠가 먹으려고 냉장고에 고이 모셔뒀는데 누군가가 그걸 먹어버리는걸 눈앞에서 봤다면 화내지 않고 바로 용서해줄 수 있으신가요?"
뻔뻔스럽게 친한 척 하려다 거절당하고 껄끄러운 반응이 돌아왔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꿋꿋하게 따라붙어서 카메라를 힐끗대거나 주변에서 얼씬거리며 산만하게 굴고 있다. 아, 화면에 쓸데없이 그림자 어른거리지 않나. 이쯤에서 정정해야겠다. 상대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느꼈기에 일부러 더 존재감 어필하는 거다. 성격 참 얄궂기도 하지. 그러다 갑자기 뜨끔하게 되는 단어가 귓가에 들려오자 눈 동그랗게 뜨고 갸우뚱거린다. 깜짝이야, 옆에 있는 신 놀라게 말이야.
"에이, 요즘이 어느 시댄데 그러겠어?"
사람들이 오컬트 마니아에게 으레 그러듯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라고 들릴 법한 투였으나, 눈치가 빠르다면 일반적인 훈계와는 지적하는 지점이 미묘하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귀신이나 신 같은 게 어디 있냐'가 아니라 '21세기에 인신공양을?'이라는 부분에 더 집중된 시선이었으니까. 그는 안으로 들어가는 쿄스케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붙으며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냥 동굴 탐사만 하러 온 건 아닌 것 같네! 오컬트 기사 같은 거야?"
안전한 낮 시간대 놔두고 굳이 밤에 찾아왔다는 점이나, 난데없이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하는 걸 봐선 역시 괴담이나 미스터리 쪽 기사 아니겠나. 마침 그 미스터리며 기현상의 대명사가 바로 여기 계신다! 어차피 아무데서나 정체 말하고 다닐 수도 없는 주제에 왜인지 우쭐해져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봤자 지금은 평범한 남자애면서 뭘 어쩌라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