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라. 빌고 싶은 것은 엄청 많은데? 복권 당첨되어서 금수저가 되게 해주세요! 라던가."
하지만 그다지 진지한 소원은 아니었는지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어찌되었건 이것은 진실게임. 오로지 진실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말을 돌리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이내 치아키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눈을 뜨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방금 물음의 대한 대답을 이었다.
"언젠가 내가 수명이 다 되어서 죽었을 때.. 내 가족들은 모두 나에 대해서 금방 잊어줬으면 하는 거. 음. 그러니까 뭔가 가족들이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거든. 그래도 너무 금방 잊으면 조금 그러니까.. 한 달 정도 후에 싹 잊는 정도였으면 좋겠어."
깊은 의미가 있는 듯, 혹은 없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치아키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가만히 바라보다가 팔짱을 끼고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 그럼 이걸로 가자. 솔직히 지금 이 사람이 자신에게 고백을 한다면 나는 정말로 크게 흔들리고 받아줄지 말지 진짜 고민을 할 것 같은 이가 있다? 없다? 있다고 해도 누군지는 안 물을게. 와. 진실게임 하면서 이렇게 착한 학생회장이 어딨어? 안 그래? 하하하!"
" 선물도 좋아- 앗 하지만 선물이랑 스티커를 교환해야 하는거면 아닐지도.. 그냥 스티커만 가지고 있어도 좋으니까. 뺏으면 싫어- "
그게 무슨 엄청난 값어치가 나가는 보물이라도 된다는 양 리오는 소중히 스티커를 모은 다이어리를 쓰다듬었다. 값어치를 감히 매길 수 없는 물건이다. 적어도 리오에게는 그랬다. 추억과 친구의 징표가 잔뜩 들어있는 다이어리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다. 잃어버린다는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무서워질 만큼 소중한 물건이다. 다이어리에 직접 붙은 하나의 스티커를 보면서 리오는 또 미소를 지었다.
" 어린애 아니지만 그래도- "
리오는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그래도 해주는 손길이 좋아서 슬며시 눈을 감고 눈웃음을 지었다. 머리를 살짝 부비적대던 리오는 내려간 손을 보고 '됐죠' 하고 말하는 말에 '응!' 하고 담백하게 화답했다.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더 곧잘 들러붙곤 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그런 것에 인색해진 느낌이 조금 들었다. 그렇게 말하는 리오 본인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으- 생각하기 싫어졌다.
" 혹시 스티커 많이 모으면 선물이랑 바꿔줄거야? "
리오는 그렇게 말하며 다이어리를 얌전히 덮어 작은 파우치에 넣고 가방에 넣었다. 선물이랑 바꿔준다고 하더라도 그 댓가로 스티커를 다시 가져간다면 그런 선물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 리오는 선물보다는 하네 자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제일 좋은 친구고 가장 가까이에 있어주는 친구지만 아직도 저가 모르는 일들이 많았기에. 리오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눕고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제가 준 스티커는 그저 클로버 모양의 스티커입니다. 구하려고 한다면 지금 당장 휴대폰으로 주문을 해서 제가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모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주어서 소중하게 모아주었던 건데 그걸 뺏을리가 없어요. 오히려 모아주어서 고마운 걸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아무런 혜택도 없는데 열심히 스티커를 모았던게 대단합니다. 늦었지만 정말 선물을 주어야할 것 같아요. 잇쨩이 원하는데 제가 줄 수 있는 선물이 무엇일까요? 좋지는 못하더라도 나쁜 선물은 주고 싶지 않습니다. ...서프라이즈로 취향의 선물을 준비하는 건 어려워요.
“어린 애 같아요. 어른 되세요.”
...어른이 되야하는 건 저지만요. 잇쨩은 이미 어른이 되가는 중일지도 몰라요. 홀로서기를 하려고 열심히 정면으로 부딪혀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쓰다듬어달라는게 어린애 같지도 않아요. 괜히 부끄러워서 한 말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쓰다듬어준다는게 기분 나쁘지 않다 여겨주는게 기쁩니다. 잘 쓰다듬어줬는지도 모르겠지만 눈웃음을 지은 걸 보았으니 나쁘지는 않았다고 믿어요. 조금 더 많이 쓰다듬어줄 걸 그랬나봅니다.
“제가 준비할 수 있는 선이라면 그냥 줄게요. 안 바꿔요.”
자리를 잡고 누워버린 잇쨩을 내려다봅니다. 이대로 자려고 하면 안 되는데, 봉지를 조금 부스럭거미녀서 티를 내야하는 건가 고민합니다. 그러던 찰나 잇쨩이 타이밍 좋게 봉지를 발견했어요!
“불꽃놀이 입니다. 폭죽이랑 스파클라.”
...과자가 더 좋았던 걸지도 모르단 생각이 들어요. 과자 이야기를 한 건 과자가 먹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고요. 처음부터 둘 다 사왔으면 좋았을텐데, 생각이 짧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