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건 인터넷 뒤져봐도 안 나오는데. 리오는 또 다시 잔뜩 당황했다. 진실게임이라는 것은 진실만 말해야 하는 게임. 그럼 자신의 이상형은 누구일까. 사실 제대로 생각해본 적 조차 없다. 조금만 잘 대해주면 금방 마음을 내어주고 거기서 조금 더 잘해주면 몸도 마음도 전부 내어주는 타입이었으니까. 그에 따른 집착이라던가 과시욕 같은 것은 상대가 알아서 해야할 일이고. 리오는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말하려 했다.
" 음.. 으음... 우선은 무엇보다, 날 외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응. 갑자기 연락이 끊긴다거나 자꾸 나한테 숨기는게 있다거나.. 자꾸 외롭게 하면 나 진짜 죽어버릴거니까. 응. 그리고- 잔뜩 귀여워해주는게 좋아. 안심되게 해주면서 계속 좋다고 표현해주는 게 좋아. 나도 그렇게 할테니까 똑같이 해줬으면 좋겠어. "
조금 신나서 말해버렸나.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뭔가 좋은 게 생각났다는 듯 아! 하고 짧은 탄식을 뱉었다.
" 내가 사랑한 만큼 사랑해주면 좋겠어. 응. 그렇지 않으면 - 글쎄, 죽어버리려나.. "
등가교환이 되지 않아 죽었답니다- 하고 말하면서 말이지. 리오는 이제야 분위기가 조금 편해졌는지 어깨를 으쓱하곤 다음 질문을 찾아 다시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 음.. 적당한 게 없네.. 좋아. 내가 직접 생각하겠어. 으으.. 으으으... 자신의 가장 '매력적인' 신체부위는 어디라고 생각해..? 자신있는 말고, 매력적인. "
"오. 후배 군. 얼굴에 자신 있구나! 하기사 후배 군 정도면 잘 생긴거지! 그렇고 말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치아키는 인정한다는 듯이 엄지를 위로 치켜세웠다. 이어 이번엔 자신의 차례. 일단 친해지고 싶은 애가 있다면 누구인가. 라는 그 물음에 치아키는 지금 있는 이들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는 다 나랑 친한 거 아니야?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하핫!"
적어도 여기서 아예 친하지 않은 이는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다가 치아키는 가만히 미카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어보였다.
"그래도 후배 군은 뭔가 좀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 좀 더 친해지고 싶긴 하네. 그렇다고 지금은 싫다 그런 것은 아니야. 아무튼 다음은 내 차례지?"
슬슬 이 게임의 분위기에 열기를 띄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리고 치아키는 싱긋 웃으면서 폭탄을 하나 강하게 뻥 투척했다.
"자. 여기에 있는 이들이 모두 물에 빠졌어. 그 중에서 단 한 명만 구해야한다고 가정했을 때 누굴 구할거야? 아. 다른 이들은 다른 이들이 알아서 구해줄거야. 다만 너는 누구를 구하냐는거야. 그러니까 다른 이들은 몰라도 얘만큼은 반드시 구해야만 해! 다른 이들은 안 죽으니까 부담없이 해줘. 그리고 이유도 포함해서~"
" 그도 그럴게, 아무도 안 죽는다고 했구.. 여기서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치아키 오빠 뿐인걸. 나 친구 없으니까. 에헤. "
분위기가 좀 풀렸다는 것인지 에헤- 하고 짧게 웃은 리오는 뒤이어 '나 친구 없으니까' 하고 말했던 것이 제법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벼파자 윽, 하고 짧게 신음했다.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구하겠지만 그래도 드는 생각이라면.
" 음, 그래도 나는 왠만하면 구하는 쪽 보다는 바다에 빠진 쪽이 되고 싶네. 구하러 오지 않으면 나 죽어버릴거라구 - "
슬픈 결말이려나. 그리곤 마지막에 '진심인데.' 하고 한 마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또 다시 홀로서기의 시간이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최대한 많이 말해보기. 그게 오늘의 목표인 셈이다. 누구에게 질문할까- 하다가 처음보는 사람에게 질문을 건네보기로 했다.
" 음, 저기. 그... 그러니까.. 그게... 질문을.. 하고싶은데... "
눈을 살짝 감았다 뜬 리오는 어려웠고 힘들었지만 눈동자를 마주보고 말했다.
" 이, 이 중에 한 명이랑 사,사귄다면, 누,누가 제일 좋아? 이, 이유도 같이..! 순전히 재,재미로 물,어보는,거니까. "
한껏 질문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다 돌연 자신에게 들어온 질문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뭇거리는 것으로 보아 꽤나 긴장한듯 싶은데도 시선만큼은 이쪽으로 똑바로 향해있던가, 그런 그녀에게 마찬가지로 마주보고 웃어보이는 것 또한 예의였다. 비록 그 웃음이 보일듯말듯한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로 인연의 끈이 딱히 긴 편은 아니지만... 글쎄요, 질문자에게 그 해답을 돌려주는건 예의에 어긋나려나요?"
살짝 이를 드러낸 웃음, 눈매도 따라 호를 그려나갔지만 애초에 그녀쪽에서 '재미로' 하라고 했기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인 것이었다.
"학생이기 전에 위치가 위치이다보니... 글쎄요. 이런 말 하기엔 뭣하지만, 길 잃은 영혼을 구제하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랄지...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는 분들을 더 내버려둘수 없다 해야할지, 대충 그렇네요~"
물론 그 구제라는 것이 보통은 제령의 형태겠지만... 일단 상대방은 사람이니 말이다.
"그럼 저도 나름의 질문을 해봐야겠네요. 만약 신에게 자신의 잘못 중 하나가 용서되는 대신 무언가 소중한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따르실 건가요? 만약 잘못이 없다면 지금 상황에선 이룰수 없는 소원을 빈다는 것도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