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노리를 보면 선배라기엔 1학년, 그도 아니면 어린아이로 생각하곤 하지요. 아마 눈앞의 친구도 그런 것 같습니다만, 조그마한 건 사실이니까요. 이노리는 이번의 신관이 죽고 다음 대가 이어지는 순간, 쉽게 말해 유희가 끝나기 전까지는 언제나 조그마한 모습을 유지할 겁니다. 꽃과 나비, 해와 구름, 그리고 인간을 사랑하며. 의외라는 눈빛에도 생글생글 웃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지요.
"와타누키- 잘 부탁해-!"
새 친구의 이름은 와타누키구나, 이름이 아닌 성씨일지도 모르지만 부르라고 하는 쪽에 맞추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나중에 이름을 알면, 새 별명도 지어줘야겠다 생각합니다.
"응! 물론 불러도 돼요! 대신- 누누-라고 불러도 돼요? 4월이, 라고 부르는 건 조금 그렇잖아!"
와타누키, 와타누키. 4월 1일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지요? 그런 말장난은 많이 들어봤거나,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와타누키의 누를 따서 누누라고 부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치아키는 키키, 와타누키는 누누. 좋은 작명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이노리..? 그 작명 센스, 끔찍하다니까요!
뒤돌자 보이는 광경은 한 뼘도 되지 않을 바깥쪽의 좁다란 턱을 받침대 삼아, 그 위에 손 짚고 매달린 채 창가로 몸 기울인 그가 활짝 웃으며 열심히 몸 들썩대는 꼴이다. 당연하게도 물리법칙은 무시한 모습이었다. 마냥 해맑은 저 낯짝 얄미울 지경으로 뻔뻔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맨정신이면서도 고의로 잘못했다는 걸 본인도 아는 모양이다. 사에가 다가올 즈음 그는 대책 없이 환하던 웃음 슬며시 지우고 눈치 보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불쌍한 표정 짓던 것도 잠시다. 창문이 열리자마자 식당 앞 길고양이처럼 사사삭 날래게도 들어와 척, 드디어 바닥에 발 붙이고 제대로 섰다. 그리곤 "헤헤."하는 바보같은 웃음소리나 내며 볼을 긁적였다.
"미안하구나. 지나가던 길에 네가 보이기에 인사라도 할까 해서 그랬단다. 한데 뒤도 아니 돌아보고 나가려 들기에 마음 급해 그만."
세상에 어느 누가 마음 급하다고 스릴러 연출을 하나 싶다만, 유감스럽게도 비량은 원체 어디로 튈지 파악하기 힘든 신이라. 보아라, 사과하자마자 또 엉뚱한 소리나 내뱉지 않나.
"……하나 좋은 판단이었다. 수괴한 일에는 얼씬도 않는 것이 옳아! 앞으로도 괴상한 것들은 먹금하거라, 알겠느냐!"
오늘은 술냄새 나지 않으니 분명 취하지는 않았을 텐데도… 맨정신으로도 이랬다 저랬다 헛소리 하는 걸 보아 주책맞은 것은 원래 성격인 모양이다. 에어컨 귀한 줄은 아는지 곧바로 알아서 창문 탁 닫고 잠금장치도 다시 잠가 둔다. 그리고는 창문 정리하느라 뒤돌았던 자세로 잠시 말이 없더니.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슬며시 돌아보며 또 같잖은 아양이다! 덩치도 큰 양반이 두 손 꼭 쥐고 얼굴에 가져다 대며 가련한 척을 하니 징그럽다. 어쩌면 제 간살이 어여쁘지는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역으로 이를 이용해 정신을 공격하여 원하는 답을 얻어내려는 치밀한 술수일지도. 째려보는 미미한 시선은 낯 두껍게 반짝반짝한 눈으로 맞받아친다. 그저 이 천육백살의 수준에 가슴이 옹졸해진다……. 한참 그러고 있다 퍼뜩 떠오른 생각에 그가 드디어 아양질 그만두고 물었다.
좋아요. 갱신이에요! 다들 안녕하세요! 그리고 금요일까지 찌르기를 하셔야하니 신청하셨던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물론 찌르기를 하지 않았어도 마츠리 참가는 가능해요! 다만 조금 마이너 느낌일 뿐.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펑펑 터트리는 불꽃은 없다던가 대충 그런 느낌이고.. 키즈나히메의 기운이 담긴 등불이라던가 그런 것은 못 받을 뿐. 셀프로 등불 만들어서 띄울 수도 있고 불꽃놀이 자기들끼리 소소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건 참고해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랜덤으로 하실 분들도 랜덤이라고 저에게 웹박수를 보내야 제가 잠수를 탔는지 아니면 지금 활동하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해요.
" 으응, 하지만 하네는 해달라고 하면 해줄거잖아- 에헤, 나는 알고있는걸. 하레하네는 해줄거잖아 "
그리고는 웃었다. 리오는 늘 그러했다. 사람이나 환경에 따라서 가면을 쓰는 것처럼 매 번 다른 표정과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학교에서라거나 모르는 사람과 있을 때는 다가가기 어렵게 차갑고 무서운 인상을, 카페에서 일 할때는 '아리스'양의 제법 활발한 인상을 그리고 지금처럼 오래 친한 친구와 있을 때에는 제법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인상을 띄우곤 했다.
" 우... "
안가냐고 역으로 질문하고 시시하다고 자기도 안 갈것이라는 말에 리오는 우물쭈물 하면서 조금 수그러들었다. 애써 사왔을 텐데 시시하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리고 리오는 그 잠깐 사이에 수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아 말하자면 폭풍같은 상태에 놓여버렸다. 다른 친구와 가려고 했던 것인데 초를 쳐버린 걸까 아니면 애초에 다른 친구랑 갈 생각이 없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친구랑 가려고 했던 약속이 깨져버렸을까. 어떤 것이던 결과는 하나 뿐이다 '안 간다.' 라는 것.
" 하레하네, 음, 그러면, "
리오는 일단 운을 띄우고 다음 고를 말을 신중히 선택했다. 괜히 말했다가 '왜 나서?' 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가장 친한 친구인 하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다른 친구와 가려다가 취소된 것 이라면 그 자리를 내가 대신해도 되지 않을까. 리오는 음, 으음... 하고 한 동안 우물쭈물 하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천천히 그리고 삐걱거리며 입을 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선 먼저 문을 열어제끼고 들어가는 상대방을 긴장된 눈빛으로 지켜본다 곧 각자 업무를 보던 교사들의 시선이 한데 쏠렸으니 이건 좋은 징조다 미카는 스리슬쩍 눈치를 보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때맞춰 교무실로 들어선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여학생 덕분에 이쪽을 잠깐이라도 흘겨보는 선생은 없었다 그대로 발소리를 죽이고 분실물 수거함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살펴본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는 일인지 다행이도 제 지갑은 예상했던 대로, 수거함이 고이 놓여져 있었다 어떤 착한 애가 이걸 주워다 갖다놓은 건지는 몰라도
지갑을 챙기고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교무실을 빠져나온 미카는 여학생도 교무실을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물건을 무사히 찾았으니 감사인사라도 해야지
아무래도 신의 머릿속은 미물과 달라 건물로 들어온 뒤 문을 두드린다는 선택지가 없는 듯했다. 그나마 눈치 보는 시늉이라도 해주시니 이거 참 황송해서 바짝 엎드려야 할까. 미야나기는 창문을 훌쩍 넘어 들어오려는 모습을 보며 한 발 물러나 비켜 섰다. 로미오가 저런 걸 할 줄 알았더라면 <발코니 파 드 되>를 추느라 그 고생을 안 해도 됐을 텐데! 의외로 빙 둘러가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금세 고분고분해졌다. 그 뒤로 이어지는 말에 짧게 한 마디 되물었지만. “진짜 무시해도 돼요?” ······그렇다면 당장 이분부터 내쫓아야 하는 거 아닌가? 미야나기는 너른 고민에 빠졌다. 물론 외부인 출입을 반길 부원도 없어 이러나저러나 돌려보내기는 할 참이었다. 신이 아니라 신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렇게 쳐다보는 것도 금지예요. 앞으로 이러시면 안 돼요.”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강아지같은 낯짝에 대고 차마 매정하게 굴지 못 한 까닭이다. 부담스러운 시선을 애써 회피하며 활짝 열린 문을 닫아 잠그고, 복도 켠 커튼도 죄다 길게 내려버렸다. 내쫓을 수 없다면 잘 숨기기라도 할 심산이었다. 이내 홀 중앙으로 돌아온 그녀는 질문에 회답하듯 몸에 걸친 레오타드를 톡톡 가리켰다. “보시다시피?” 일단 불청객이긴 해도 손은 손이니 뭐라도 내야 할 텐데, 이미 짐을 정리하고 버린 뒤라 별다른 게 안 남았다.
“근데 지금 여기 뭐가 아무것도 없어서요······ 앗! 프로틴 드링크 드실래요?”
미니 바를 한참 뒤적이던 그녀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반갑게 꺼내들었다. 딱 봐도 맛없어서 아무도 안 먹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