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개월이 지나 여름이 되었다. 매번 여름이 올때마다, 누군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여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던 내 첫사랑이 떠올라, 가끔은 더위조차도 잊어버리고 무작정 어딘가 나무 그늘에 앉아 하늘만 보고 있곤 한다. 여름이 뭐길래. 첫사랑이란게 뭐길래.
내 첫사랑은 연상의 소녀였다. 내가 아주 어릴적부터, 종종 할아버지 댁을 들르러 가미즈나 마을에 올때마다 우연스레 마주친 건강해보이는 소녀. 밝고, 기운차고... 어찌되었든 그 시절의 나와는 정 반대였다. 나는 지금 내가 회고해봐도 귀염성 없고, 책에만 몰두해 있던 유약한 녀석이었으니까.
동경은 호감으로 바뀌었다. 그 감정은 생각보다 좀 오래 갔다. 아마 내가 중학생도 되기 전쯤이었지만... 첫사랑이란게 늘 그런거니까. 결국 전하지 못했지.
내 어린시절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인물은 그 첫사랑의 누나와, 우리 삼촌이었다. 내가 오컬트 같은데 빠지게 된 것도 삼촌의 영향이었다. 삼촌의 방엔 언제나 신기한것들이 많았고, 어린시절 자극이 부족했던 내게 그것은 새로운 세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심령 스폿 탐방 같은 취미도, 삼촌에게서 배운거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그러지 않았으면 좀 나았을까.
중학생이 되어 처음 교복을 입은 것을 보여주며, 가미즈나 마을 밖으로 멀리 나가 새로운 곳에서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들뜬 채로 내게 말하는 광경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상기된 얼굴, 꿈에 젖어있던 눈빛. 격양을 감추지 못하던 목소리. 아마 그것 때문에 더 좋아졌었지.
도시에 있는 학교로 진학해서 학교에 다닌다던 그 누나의 소식은 날이 갈수록 뜸해져갔다. 아마 새로운 인연 때문이리라, 이해는 하면서도 내심 삐쳐서 내 쪽에서도 연락이 줄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자연스레 당시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던 둘 중 나머지 한명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집중이랄까, 도망이었지. 삼촌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 나는 그 날도 별거 없이 새로운 심령 스폿으로 삼촌과 함께 찾아갔다. 그곳이 그 누나가 다니는 학교 주변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일이 좀 다르게 진행되었을까?
별거 아닌 숲이었지만, 사람의 흔적이 적긴 했다. 그러던 와중 무언가 소리가 들렸고, 삼촌은 내게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선 어딘가로 향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점점 지루해지던 순간에 날 찾아온 것은 삼촌이 아니었다.
경찰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내 첫사랑의 누나와 정말 오랜만에 재회를 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방식으로.
그 날, 우리 삼촌은 경찰에 체포되었다. 내 첫사랑을 죽였다는 혐의로 인해서.
김이 한 반쯤 빠진 라무네와 상쾌한 더위만이 가득하던 내 인생의 여름은, 그 날 이후로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계절이 되었다.
들었나요? 잘 했대요! 이노리는 환히 웃었습니다. 잘 했다는 말은 언제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인간의 모습을 뒤집어쓰면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같은 사람이었기에, 설령 마음에 없는 말일지언정 그렇게 믿는 것이 이노리였으니. 그렇지만 친구의 이야기에는 진심이 담겨있으니, 어찌나 기쁜지 오늘은 돌아가서 잘 때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응! 친구!"
벗이라는 존재를 하나하나 늘려가는 것은 대단한 길운이기 마련이지요. 은인, 귀인이라고도 하는 존재를 친구에게 청하고는, 시선을 살짝 피하는 모습에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대답을 기다립니다. 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와-아, 친구! 새 친구는 언제나 기뻐, 응,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날이야!"
여흥이라 할지언정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 오오토리누시. 친구라는 크나큰 은혜를 받아, 아이처럼 맑게 웃습니다.
"이노리 이름은- 유메미시 이노리에요? 가미즈나 고교 3학년! 그렇지만 어려도 선배는 싫어! 바로 요비스테 해도 좋아요? 그러면 이노리 기뻐!"
3학년에서는 손가락을 3개 쫙 펼치고, 선배는 싫어!라고 말할 적엔 고개를 도리도리. 나름의 자기소개도 펼쳐봅니다.
아무튼 리스트가 확정된 이상 이제 일상으로 마츠리를 같이 가자고 찌르기는 불가능하며 (물론 페어이벤트 리스트에 담겨있는 이들) 페어이벤트를 신청하지 않는 이들도 다음주에 있을 토모시비 마츠리를 마이너 버전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그 점 참고해주세요. 불꽃놀이? 까짓거 자기가 폭죽 사서 불꽃쏘면 그게 불꽃놀이죠 뭐! 등불도 신성한 힘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띄울 수 있고 먹을 거리 많기도 하고!
쿄스케주 토아주도 반갑습니다~ 든든한 새벽반이 있어서 저는 올 수 있어요! () 밀려온달지... 사실은 제가 멋대로 하고 있는 것에 가깝기는 하지만요 일이 잘 풀리면 흐름 탔을 때 잔뜩 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 그리고 김토끼씨! 토아는 역시 귀엽네요 토끼의 해가 와서 다행이에요 헤헤 와중에 또 기다리고 계셨을 토아주께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토아의 레스를 막레로 일상은 마무리 해두는 게 어떨까요... 토아랑 잔뜩 돌리고 싶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계속 지체 될 것 같아서요 곧 마츠리 이벤트도 있을 거고...
어깨 으쓱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지만 하는 말 들어 보니 틀린 소리 아니다. 그 시절은 사회상 자체가 야만적이었으니 신이라 해서 다를 것 없고, 옛날 이야기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옛 시절 자존심 못 버리고 드세게 구는 양반들도 아직 여럿 있고 말이다. 그가 '린'의 신분을 하고서도 되는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제 지위와 태생이 영향력의 덕이니 특별히 부정은 않는다. 하지만 신이 시대를 따지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만은 몸이 들썩거린다. 아닌데, 시대상 엄청 따지는 중인데……. 있는 힘껏 MZ세대 노릇 하고 계신 신께서는 입이 근질거리는지 뭐 마려운 개처럼 자꾸만 흘끔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별 수 있나. 결국 금방 포기하고 금세 다른 이야기에나 집중하기로 한다.
"오, 대담하네. 그런 데 다니려면 위험하지 않아? 외진 데서 사고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
이런 동굴에서만 해도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혔다가 재수없이 의식을 잃기라도 하면 인적이 드문 곳이니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기도 힘들다. 외진 장소에 범죄자가 숨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고. 명색이 신이고 귀신이면서 현실적인 측면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게 모순적이지만, 뭐. 심령 스팟의 대부분은 소문이 부풀려진 경우가 태반이라 영적인 존재 당사자로서는 오히려 더 시시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여기도 그런 장소에 불과한 모양이다. 여기저기 들쑤셔 봐도 나오는 건수라고는 없다. "와, 저기 낙서." 기껏해야 철없는 연인들이 자연경관을 훼손한 흔적 정도는 찾아볼 수 있겠지만. 상대가 무어라고 기록하는 내용이 궁금해 슬쩍 엿보았지만 흥미를 끌 만한 부분은 없는 듯했다. 여기라고 해도 역시 특별할 건 없구만. 그는 하릴없이 눈앞의 소년을 귀찮게 만들기에 여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너는 심령 현상은 취재 소재로만 쓰는 쪽이야? 실제로 믿거나 경험한 적 있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