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아이자와.” 요이카는 웅얼거렸다. 인간이 서로를 부르는 방식은 어렵다(사실 신도 그렇다만). 죽는 날까지 한 자리에서 수백 년이든 수천 년이든 뿌리를 박고 움직이지 않는 나무들에게는 아무런 이름이 필요가 없다. 존재 자체가 스스로의 유일함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종자를 맺고 싶다면 그리로 꽃가루를 보낼 뿐이고, 부탁이 있다면 그리로 가지를 기울일 뿐.
그러나 찰나 같은 세월을 살아가면서도 개구리밥처럼 바삐 이 동네 저 동네로 부유해 다니는 인간들은, 태생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한자의 조합으로 서로에게 이름을 붙여 놓지 않고서는, 이 인간 저 인간을 도무지 구분할 수 없다는 억울한 숙명을 지니고 있다⋯. 요이카는 누군가와 통성명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짧게 말해서 사람의 이름은 외우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거기에다 덤으로 ‘공’이라든지 ‘경’이라든지 ‘각하’라든지 ‘부장’, ‘선배’, ‘회장’, ‘군’이나 ‘짱’ 같은, 이름과는 전혀 또 무관한 직함이 붙어 있으면 더더욱 복잡해진다.
“아이자와, 나는 1학년 B반⋯.” 그러니까 존경받아 마땅한 회장 같은 경우에도 그냥 「아이자와」다. 요이카는, 그래서 내 이름은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잽싸게 글자를 그려 본다. 목구량금(木口良金), 그렇지. “키구치 요이카. 만나뵈어 영광이야. 회장이라면 우리 학교의 대표 격인데, 내가 이런 부탁을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길 안내를 받는 기분이다. 물론 정신이 쇠약해진 탓도 있겠으나, 신목을 잃어버리고 화신의 모습으로 속세를 떠돌던 당시에도 한 곳에 진득하게 눌러앉아 있지 못했던 이유는 나무라는 태생으로 인한 방향 감각의 부재였으니, 이런 국면에서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가미즈나로 돌아가는 길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 염치 불고하고, 동행을 부탁해. 나한테는 이번 여행의 목적이 바로 그 샘을 보는 거니까⋯.”
“신의 기운이라. 나도 리플렛에 그렇게 적혀 있는 걸 봤는데, 과연 정말인가 싶긴 하더라⋯.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큰일이겠지. 야광충이나 방사능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신의 기운이 서려 있다면, 적어도 사람의 눈으로는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없을 테니까. 그 샘이 신통하다는 「믿음」뿐이라면 또 모를까.”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아이자와는 신을 믿어?”
설마 1학년 학생을 만날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치아키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올해에 막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아닌가. 2학년과 3학년을 대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신경쓰고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이내 동행을 부탁한다는 말. 말 그대로 샘으로 같이 가자는 그 말에 치아키는 고개를 크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알았어. 어차피 나도 샘으로 갈거고 방향도 같으니 말이야. 그리고 염치불구할 것은 없어. 학생회장이니까. 학생을 위해서 존재하는거고 학생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바로 학생회장 아니겠어? 하핫. 물론 뭐든지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길 안내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얘기해줘. 키구치 양."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치아키는 이내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톡톡 쳤다. 이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오라는 말을 하며 치아키는 천천히 오르막길을 올랐다. 머지 않아 산길로 들어설테고 그 산길을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낡은 신사가 나오며, 그 낡은 신사 옆에 동굴이 있고, 샘은 그 동굴 안에 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연쇄적으로 떠올리며 치아키는 요이카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없더라도 가능하면 방사능은 아니었으면 좋겠는걸. 이곳의 물을 마셨다가 갑자기 죽거나 하고 싶진 않거든. 무섭잖아. 방사능. 그런데 딱히 이곳의 물에서 이상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말은 없었으니까 방사능은 아닐거야! 뭔가 있다고 해도 말이야. 사실 보통은 상당히 맑고 신선하고 몸에도 좋으니까 신의 기운이 녹아있다고 하는 것이지 않을까? 전승에서도 매마른 땅에 신이 샘을 내렸다고 하니 그 전승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을테고. 아. 참고로 나는 신을 믿어."
이내 태연하게 신을 믿는다고 이야기를 하는 치아키의 목소리엔 망설임이 없었으나 그렇다고 확신을 가지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냥 조용히 흘러가듯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였다. 이내 자신의 집에 있을 가족들을 떠올리며 치아키는 두 어깨를 으쓱했다.
"뭐, 일단은 신사에서 살고 있는 신사의 아들이거든. 그러니까 신을 믿어야지.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어? 그러는 키구치 양은 어때? 신을 믿어? 아. 그건 그렇고 사탕 좋아해? 사탕 먹을래?"
이어 치아키는 살며시 발걸음을 늦추면서 발에 힘을 주면서 조금 더 경사가 생긴 오르막을 천천히 올랐다. 힘들진 않았으나 같이 가고 안내하는 만큼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여러맛 사탕을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굴렸다. 먹겠다고 한다면 잡히는 것 하나를 꺼내서 줄 생각이었기에 그는 절로 두 귀를 쫑긋 세웠다.
>>226 으악! 아니에요!! 수요일까지가 아니에요!! 돌리고 있는데 오늘내로 끝을 못 낸 이들은 적어도 수요일 0시까지는 마무리를 짓고 끝내라라는 의미에요! 월요일에 수학여행 일상 구해요! 이건 안되는 거예요!! 8ㅁ8 (동공지진) 하루나하나 마츠리 때도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