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도 좋아- 앗 하지만 선물이랑 스티커를 교환해야 하는거면 아닐지도.. 그냥 스티커만 가지고 있어도 좋으니까. 뺏으면 싫어- "
그게 무슨 엄청난 값어치가 나가는 보물이라도 된다는 양 리오는 소중히 스티커를 모은 다이어리를 쓰다듬었다. 값어치를 감히 매길 수 없는 물건이다. 적어도 리오에게는 그랬다. 추억과 친구의 징표가 잔뜩 들어있는 다이어리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다. 잃어버린다는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무서워질 만큼 소중한 물건이다. 다이어리에 직접 붙은 하나의 스티커를 보면서 리오는 또 미소를 지었다.
" 어린애 아니지만 그래도- "
리오는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그래도 해주는 손길이 좋아서 슬며시 눈을 감고 눈웃음을 지었다. 머리를 살짝 부비적대던 리오는 내려간 손을 보고 '됐죠' 하고 말하는 말에 '응!' 하고 담백하게 화답했다.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더 곧잘 들러붙곤 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그런 것에 인색해진 느낌이 조금 들었다. 그렇게 말하는 리오 본인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으- 생각하기 싫어졌다.
" 혹시 스티커 많이 모으면 선물이랑 바꿔줄거야? "
리오는 그렇게 말하며 다이어리를 얌전히 덮어 작은 파우치에 넣고 가방에 넣었다. 선물이랑 바꿔준다고 하더라도 그 댓가로 스티커를 다시 가져간다면 그런 선물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 리오는 선물보다는 하네 자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제일 좋은 친구고 가장 가까이에 있어주는 친구지만 아직도 저가 모르는 일들이 많았기에. 리오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눕고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제가 준 스티커는 그저 클로버 모양의 스티커입니다. 구하려고 한다면 지금 당장 휴대폰으로 주문을 해서 제가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모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주어서 소중하게 모아주었던 건데 그걸 뺏을리가 없어요. 오히려 모아주어서 고마운 걸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아무런 혜택도 없는데 열심히 스티커를 모았던게 대단합니다. 늦었지만 정말 선물을 주어야할 것 같아요. 잇쨩이 원하는데 제가 줄 수 있는 선물이 무엇일까요? 좋지는 못하더라도 나쁜 선물은 주고 싶지 않습니다. ...서프라이즈로 취향의 선물을 준비하는 건 어려워요.
“어린 애 같아요. 어른 되세요.”
...어른이 되야하는 건 저지만요. 잇쨩은 이미 어른이 되가는 중일지도 몰라요. 홀로서기를 하려고 열심히 정면으로 부딪혀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쓰다듬어달라는게 어린애 같지도 않아요. 괜히 부끄러워서 한 말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쓰다듬어준다는게 기분 나쁘지 않다 여겨주는게 기쁩니다. 잘 쓰다듬어줬는지도 모르겠지만 눈웃음을 지은 걸 보았으니 나쁘지는 않았다고 믿어요. 조금 더 많이 쓰다듬어줄 걸 그랬나봅니다.
“제가 준비할 수 있는 선이라면 그냥 줄게요. 안 바꿔요.”
자리를 잡고 누워버린 잇쨩을 내려다봅니다. 이대로 자려고 하면 안 되는데, 봉지를 조금 부스럭거미녀서 티를 내야하는 건가 고민합니다. 그러던 찰나 잇쨩이 타이밍 좋게 봉지를 발견했어요!
“불꽃놀이 입니다. 폭죽이랑 스파클라.”
...과자가 더 좋았던 걸지도 모르단 생각이 들어요. 과자 이야기를 한 건 과자가 먹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고요. 처음부터 둘 다 사왔으면 좋았을텐데, 생각이 짧았어요!
딱히 선물같은걸 원하지도 않았다. 보상을 받는다면 물질적인 것 보다는 정신적인 것으로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컸다. 조금 더 많이 같이 있어준다거나 아직 해주지 않은 얘기를 해준다거나 아니면 그 목소리로 직접 제일 친한 친구는 리오라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하네는 똑같은 하네다.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머리가 조금 크면서 어릴 적에는 곧잘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했던 것들을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것 정도일까. 그렇다고 해도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하네는 하네다. 그 맑은 하늘 처럼 그대로 있는 하네.
" 에헤, 나는 어린애 할 수 있으면 가능한한 어린애 하고싶어. 음! 그럼 하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조금 생각해볼까~ "
어른은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잖아- 라는 말은 굳이 꺼내지 않고 목 안으로 삼켰다. 어린아이인 편이 더 많은 사람들이 돌아봐 준다.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이 관심받을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역시 그런 것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을 바래 마지 않으면서도 가끔 그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이 이상한 악의에 어울리는 것이라면 딱 그런 것이지. 게다가 어른이 되어버린다면, 그 긴 시간을 보내고 난 다음이라면 자신이 아는 어떤 사람들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무서워 지기도 했다.
" 불꽃놀이! 좋네~ 와아- 재밌겠다. 스파클라도 있구나. 응. 응. "
그 외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조금 눈치만 보았다. 불꽃놀이를 하러 가겠네- 라는 것은 알았지만 '누구'랑 같이 하러 가는지는 몰랐으니까. 다른 사람하고 약속을 미리 잡았을지도 모르는데 거기서 '나랑 가는 거지?' 하고 말해버리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니까. 평소 같았으면 당장에 달려들어서 지금 당장 같이 가자고 졸라댔을테지만 오늘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먼저 나서지 않기로. 속을 죄어오는 가시가 잔뜩 돋친 이 악의를 조금 죽여보기로.
" 재,밌게, 놀다,오라구-! 나는 괜,찮으니까~! "
그렇게 생각했건만 막상 재밌게 놀다오라는 그 말을 입 밖에 꺼냈을 때는 숨이 확 막혀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 이건 못 참겠네. 자기가 선택한 길이었다만 힘든 건 사실이었다. 이 다음의 수순은 정해져있음을 알고있다. 하네가 나가고 나면 지독한 외로움이 덮쳐올 것이다. 그 외로움은 스스로를 벼랑으로 밀어버릴테니 그걸 견디는 방법은 순수한 자기파괴의 행위일 뿐이다. 리오는 또 다시 삐걱거리며 미소를 지으며 배웅할 준비라도 해야하나-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