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문화에 박식하신 도깨비께서도 마이너 지식에 통달하지는 못했다. 무슨 소리 하느냐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다가 그는 갑작스레 크게 웃으며 쿄스케의 등등 팡팡 후려치려 들었다. 맞는다면 아프면서도 엄살 부리기는 뭐한, 절묘한 강도의 충격이 전해지리라. 사람 놀래키기 좋아하는 그는 단숨에 기분이 좋아져서는 싱글싱글한 얼굴이 되었다.
"어른들한테 걸리면 혼날까봐 불 끄고 없는 척하고 있었지? 왜, 이런 덴 위험하다고 단속하는 사람들 가끔 있잖아."
짧은 말 한 마디에 거짓이 둘이다. 우선 첫째로 그는 동굴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인기척을 느끼고선 놀래켜주고자 가만히 없는 척을 하던 중이었고, 둘째는 처음부터 불은 켜지 않고서도 잘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빛이 없다시피 해도 밤눈이 밝은지라. 랜턴 조명에 잡혀 얌전히 서 있었던 것도 잠시, 린은 또 예고도 없이 불쑥 움직여 쿄스케의 어깨에 팔 올리고 어깨동무를 하려고 했다. 이 선객은 그저 우연히 생각이 통해서 같은 자리에 오게 된 사람에 불과한데도 과하리만치 거리감이 없다.
"자, 그럼 이름도 모르지만 아무튼 생각 통한 친구야. 같이 가보실까. 근데 여긴 딱히 볼 만한 것도 없는데 왜 왔어? 난 그냥 지나가다가 심심해서 들어온 건데 넌 꽤 준비하고 온 것 같다?"
바로 옆에서 종알종알대는 소리 떠들썩하다. 이래서는 미스터리의 ㅁ자도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가 되었지 않나……. 아, 물론 공포영화 같은 데서는 이런 캐릭터가 제일 먼저 죽곤 한다. 신이라서 만일 그렇게 된다 해도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치아키:.....(대체 나에게 왜 이러냐는 눈빛) 치아키:굳이 골라야한다면 못 당겨. 나는. 치아키:나는 이기적이라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보다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 중요해. 치아키:인연의 신의 손자이니까..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상관없잖아? (어깨 으쓱) 치아키:유감스럽게도 난 모두를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은 죽어도 되지 못하거든. 하핫!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조금 걸음을 빨리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돌아가야하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것은 아니고요, 검은 밤이라고는 해도 마냥 어둡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불빛이나 달과 별빛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조금 다른 이유가 있다면 불꽃놀이예요. 커다랗게 터지는 소리가 나면 하늘에 알록달록하게 화려한 불꽃들이 타올랐다가 사그라들어 떨어집니다. 낮의 바다도 충분히 예쁘지만, 밤의 바닷가에서 잇쨩과 같이 불꽃놀이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폭죽과 스파클라를 샀습니다. 불을 붙여야 하니까 라이터도요. 불꽃놀이는 예쁘고, 예쁜 풍경을 보면 잇쨩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녀왔습니다.”
리조트의 입구를 지나서 숙소로 머무는 방 앞까지 오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인사를 합니다. 갑자기 벌컥 들어가면 아마 누구라도 놀라고 말 거예요. 손목에 걸린 봉투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신발을 벗어요. ...그러고보니 잇쨩이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안 했어요. 깨워야하는 걸까요, 아니면 조용히 저도 같이 자는게 맞는걸까요? 피곤해서 잠들었다면 깨우고 싶지는 않은데, 다음날 잇쨩이 아쉬워할까봐 고민이 커집니다.
“......자요?”
술을 마시고 또 마시다가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던 언니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조금 이해됐어요. 이런 기분으로 살금살금 집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잠들었다면 깨우지 않겠지만, 깨있다면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기분이요. 물론 저는 언니처럼 혼날 짓을 하고 들어오는게 아니니까 긴장해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라도 잠들어있다면 잠을 깨울까봐 떨리기는 해요. 연락이 온게 하나도 없었으니 오늘 재밌게 놀고서 잠들었을 지도 몰라요.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기가 몇 분 이었을까. 문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창문을 보면 좀 나아지겠건만 뭔가 좁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숨이 막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문이 열렸다.
" 하네! 하레-하네-하로-! "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뻔 했지만 리오는 참았다. 이것도 어찌보면 홀로서기의 일환인 것이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었다. 이 학교와 이 마을에서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친한 이들에게 내가 이렇게 성장해서 혼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의 마지막 단계로 리오는 하네를 보자마자 몸이 뛰쳐나가려고 하는 것을 '읏' 하는 소리와 함께 참고는 얌전히 기다리면서 '어서와' 하고 말했다.
" 있지, 하네. 하레하네. 나 할 얘기가 있어. "
아마 꼬리가 있었다면 그게 엄청나게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리오는 금방까지 이 방이 좁게 느껴져서 숨이 막힐 뻔한 것도 잊었다. 갑자기 너무 외로워져서, 그 악의가 스스로를 집어삼키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상처입힐 도구를 찾아 눈을 돌렸던 것도 잊었다. 이제 다 괜찮아졌다. 가장 친한 친구가 와주었으니 이제 다 되었다는 것이었다. 리오는 조금 신난 듯이 목소리의 톤을 조금 올렸다.
" 하네. 나, 오늘 혼자서 놀았어. 혼자서 잘 놀았어! 반짝반짝- 아니, 바다도 가봤구 수영복도 입어봤어. 그리고, 그리고 또.. 바다에 발도 담궈봤구 거기 사람 엄청 많았는데 있지.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바다에 들어가봤어 하네! 바다는 음, 반짝반짝하구 따뜻했는데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까 시원했어!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또.. 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아! 학생회장! 아이자와 치아키. 응. 그 사람하고도 친구가 되어서 라인도 교환했어! "
어린아이가 신이 나서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듯 리오는 눈을 빛냈다. 남들이 보기엔 별 거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 이렇게나 기념할 만큼 귀중하고 열심히 노력한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하루종일 방에만 들어가 있거나 하네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을 것이 불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홀로서기를 해보겠다며, 스스로가 변하겠다며 노력한 것이었다.